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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를 쳐서 가운데를 울려라
2009년 05월 16일 15시 57분  조회:1780  추천:0  작성자: 방룡남

<<투석문로(投石问路)>>니 <<화력정찰(火力侦察)>>이니 하는 것은 간접적으로 이것저것 탐지하여 목적한바 내실을 알아내는 전술이다. 설전에서는 변두리를 쳐서 가운데를 울리는 전술이 상대방의 경계심을 건드리지 않고 모호한 암시로 그 허실을 알아내는 고명한 전술이다. 심리학의 입장에서 보면 모호한 암시는 직접적인 명령보다는 훨씬 효과적이다. 모호한 암시는 상대방의 적극성을 동원하고 자각관념을 충동하기에 피해의식이나 강박관념을 느끼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모호한 암시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기묘한 전술은 극에서의 독백처럼 자문자답하거나 혼자말로 중얼대는 것이다.
오래 전에 미국의 한 기자가 모든 수단을 이용하여 미래의 아메리카합중국 대통령 호브의 정견을 탐지해내려 하였으나 그는 입에 빗장을 지른 듯 기자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함구무언이었다. 정계요인들의 언론을 일인자로 탐지하여 고참기자로 이름을 떨친 기자의 얼굴에는 금방 실패자의 괴로운 그림자가 비꼈다. 이때 열차의 창 너머로 금방 개간한 전야가 기자의 시야를 휙휙 스쳐지나갔다. 반짝하고 묘한 수를 생각한 기자는 짐짓 혼자말로 중얼거리었다.
<<여기서는 아직도 괭이 따위로 땅을 개간하고 있는 줄을 정말 몰랐네요.>>
<<모르는 소리요!>>
그냥 침묵을 지키던 미래의 대통령이 그의 중얼대는 말에 끝내 참을 끈이 끊어졌다.
<<여기서는 벌써 일찍부터 현대적인 방법으로 그처럼 무질서한 개간이나 남벌을 몰아버렸소.>>
그리고는 개간증식에 대하여 한바탕 자기의 견해를 피력하였다. 그로부터 며칠 후에 <<호브 미국 농업개간증식에 대해 견해를 발표>>라는 글이 신문에 실렸다.
직업정치가인 호브마저 기자가 꾸민 변두리를 쳐서 가운데를 울리는 전술에 속아넘어간 것이었다.
상업전쟁은 평화시기에 가장 치열한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상업정보는 한 회사의 운명을 결정하는 기밀성질을 띠는 것이다. 때문에 상업정보를 알아낸다는 것은 참으로 뼈를 깎는 노력과 지혜로움이 요청된다. 딱히 모호한 암시는 아니지만 근사하게 자기를 희생적으로 포장하면서까지 상대방을 속이고 마침내 정보를 알아낸 기막힌 이야기가 있다.
엄중한 교통사고가 났다. 호화승용차가 행인을 떠 박았는데 사고를 낸 사람은 덴마크의 한 맥주공장의 공장주이고 피해자는 먼길을 온 일본인이었다.
피해자를 병원에 호송한 공장주가 근심스레 물었다.
<<이국타향에서 이런 일을 당했으니 참으로 죄송합니다. 이제 어떤 요구가 있습니까?>>
일본인이 말했다.
<<제가 출원하게 되면 얼마간을 당신의 맥주공장에서 문지기를 서 밥이나 먹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공장주는 일본인이 시끄럽게 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크게 기뻐하면서 흔쾌히 대답하였다.
<<시름 놓고 치료하십시오. 출원하게 되면 그렇게 해드리지요.>>
그리하여 출원한 일본인은 이 맥주공장의 문지기로 있게 되었다. 일본인은 사업을 아주 책임성 있게 맡아보았다. 매번 공장 문을 나드는 물건들에 대해 옷섶을 훑듯이 세밀히 검사하여 고급직원들의 신임을 받았다. 그는 또 직원들과 아주 화목하였다. 어떤 직원들은 휴식할 때면 그를 찾아와 담소하기도 하였다.3년이 지나 얼마간의 돈을 모으자 일본인은 사퇴하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공장주는 그에 대해 그냥 좋은 인상을 갖고있었다. 그러나 사실 일본인은 일본에서도 이렇다하게 이름 있는 부자였다. 덴마크에 간 것은 세계적으로도 첫손 꼽히는 이 공장의 맥주 빚는 기술을 알아내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맥주공장의 기밀제도가 어찌나 엄밀한지 일체 참관을 사절하였다. 사흘동안을 공장주변에서 개미 채 바퀴 돌듯 하면서 애간장을 태웠으나 도저히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중 일본인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까만 색 승용차 한대가 일정한 시간에 공장을 드나드는 것을 발견하였다. 알아보니 차의 주인이 바로 이 맥주공장의 공장주였다. 막다른 골목에서 비장한 결심을 내린 일본인은 앞에서 말한 차 사고를 빚어냈던 것이다.
3년 동안 문지기를 하면서 그는 고급직원들의 신임을 얻고 직원들과 화목하게 지내면서 바로 모호한 암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수단을 이용하여 마침내 이 맥주공장의 원료, 설비, 기술 등에 대해 손금보듯 장악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귀국한 후 규모를 갖춘 맥주공장을 성공적으로 세울 수 있었다.
성격이 강하고 주견이 센 사람이나 중요한 정보일 수록 정면접전이 실패하기 쉬우므로 가장 바람직한 것이 바로 변두리를 쳐서 가운데를 울리는 전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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