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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일단 공격이 개시되면 숨돌릴 사이 없이 승패는 나누어진다. 공격에 앞서 확인한 전략과 전술이 승패를 결정할 것이다. 설전에서도 순간에 승패가 갈라질 수 있는데 역시 이때는 적수의 정곡을 찌르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적수의 약한 고리나 아픔 곳을 찔러 승부를 가르는 전술은 용자의 모략이요 승자의 모략이다.
때로는 곤경에 처했거나 모진 심리고통에 몸부림치고있는 사람을 위안하고 해탈시키는 방법도 역시 고름은 짜버려야 상처가 낫는다는 식으로 그 사람이 앓고있는 심리적 병원을 단도직입적으로 파 헤쳐버리는 것이다.
<<홍루몽>> 제4부에서 봉(凤)누나의 모략에 의해 설보채와 결혼을 한 가보옥은 그냥 자나깨나 임대옥을 그리다가 마침내 병이 들어 인사불성이다. 가모(贾母) 등은 가보옥한테 자극을 주지 않으려고 임대옥이 죽은 사실을 그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설보채는 가보옥의 병은 임대옥으로 인해 생긴 것이니 치유의 방법 역시 임대옥을 약 처방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느 하루 설보채는 가보옥과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슬쩍 임대옥을 화제에 올리고는 단도직입적으로 그녀의 죽음을 알려준다. 가보옥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절망적인 고통에 몸부림친다. 그러나 한바탕 괴로움에 시달림을 받고 나자 도리어 마음이 개운해졌다. 사람이 한번 죽으면 다시 소생하지 못하는 법이니 애간장을 태운들 어찌하랴. 살아서 어디에 있을 임대옥을 생각하면 그냥 사랑과 미련에 오매불망 그리워할 것이지만 이제 이승을 떠난 사람이라니 이는 영영 흘러간 물이요, 시들어 말라버린 꽃과 같다. 이리하여 내내 가슴에 걸려있던 그리움이 설보채의 단도직입적인 설파로 부재하게 되자 몸도 차츰 나아지게 되었다.
지나치게 감추면 놀음도 고름이 된다. 생활일상에서도 많은 것들은 그냥 체면을 지키거나 혹은 관계가 나빠지거나 구해주고 보따리시비를 듣게 될 가봐 사실의 진상을 밝히지 못한데서 생기는 아름다운 오해이다. 아름다운 오해라 함은 어느 일방도 잘못이 없는데 그냥 직접적으로 서로의 마음을 열어놓은 대화가 없었거나 와전된 말을 그대로 믿거나 타인의 간계에 빠진 것을 말한다. 이때 오해의 해소방법은 역시 고름은 짜야 상처가 낫듯이 당사자들이 직접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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