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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에서 티를 찾아라
2009년 05월 16일 19시 32분  조회:1646  추천:0  작성자: 방룡남

자체모순 술은 중국의 고대로부터 전래하는 우화에서 생긴 것이다. 한 사람이 장거리에서 긴 창과 방패를 팔고 있었다. 그 사람은 자기의 창은 날이 세여 어떤 방패든지 뚫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또 자기의 방패는 둘도 없이 견고하여 어떤 창도 꿰뚫지 못한다고 하였다. 이 때 누군가 그보고 그럼 당신의 창으로 당신의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는가 고 묻자 그 사람은 금방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자아모순에 빠지게 되는 것은 사람들이 한 사물을 볼 때 그와 관련한 다른 한 사물을 홀시 하기 때문이다. 자고로 제왕이나 권세가 들이 쉽게 자아모순에 빠졌는데 이는 그들의 위엄에 눌리어 누구든 감히 이 점을 지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무제가 불사약을 얻었을 때 마침 그 곁에는 동방삭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동방삭은 불사약을 받아들고 일부러 신기한 모습으로 무제한테 물었다.
<<이건 먹는 약이옵나이까?>>
무제가 별 다른 생각이 없이 그렇다고 하자 동방삭은 불사약을 냉큼 자기의 입에 넣더니 배속에 삼켜버렸다.
무제는 대노하여 주위를 둘러보며 호령했다.
<<여봐라, 저놈을 끌어내다 목을 쳐라.>>
<<잠깐만, 내 할 말이 있다.>>
동방삭은 달려드는 시종들을 물리치고 무제를 돌아보며 말했다.
<<금방 신은 분명 <불사약>을 먹었나이다. 그런데 이대로 끌려가 죽음을 당한다면 그건 불사약이 아닌가 하옵니다. 아까 그 사람이 사약을 불사약이라 하여 폐하께 봉헌하였으니 이는 과연 임금을 속인 대죄이나이다...금일 저를 죽이면 천하의 백성들이 폐하께옵서 늘 속임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옵니다. 그러면 후일 백성들이 폐하의 말씀을 어떻게 받들겠나이까?>>
그 말에 한무제는 동방삭의 죄를 더 묻지 않았다.
보스제국의 나 젊은 태자 한 사람이 아랍제국 군대와의 교전에서 포로가 되었다.
군사들이 태자를 왕 앞에 끌고 가자 왕은 그냥 끌어내다 목을 치라고 명령했다.
태자는 금방 가련한 상을 하면서 애걸했다.
<<대자대비 하신 국왕님, 저는 지금 목이 몹시 말랐나이다. 물이라도 한 모금 마신 다음 가도록 해주시면 죽어도 원이 없겠나이다.>>
국왕은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그런데 태자는 물그릇을 든 채 마시지 않고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어서 물을 마시지 않고 뭘 보는 거야.>>
군사 한 사람이 재촉했다.
그러자 태자는 풍덩 땅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제가 머리를 숙이고 물을 마실 때 당신들이 칼로 목을 내리칠 가 두렵소이다.>>
그 말에 국왕은 하하 하고 크게 소리내 웃으며 말했다.
<<나는 한 말을 뒤엎을 줄 몰라. 어서 물이나 마시게. 전능하신 하느님께 맹세하지. 그대가 이 한 그릇의 물을 다 마시기 전에는 절대 죽이지 않을 걸세.>>
태자는 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그릇의 물을 땅에 뿌려 던졌다. 그리고는 놀라서 입을 하 벌리고 있는 국왕을 보고 말했다.
<<폐하, 제가 물을 마시지도 못했는데 한 그릇의 물이 폐하의 땅에 스며들었나이다. 아무튼 이 한 그릇의 물을 마실 수 없게 되었사오니 폐하께옵서 언약을 지켜주시옵소서.>>
국왕은 아무 말도 못하다가 그냥 태자를 놓아주고 말았다.
옥에서 티를 찾아내 듯 상대방이 정립한 명제에서 이율배반적인 것을 틀어쥐고 상대방이 방패를 자랑할 때 상대방의 창을 들이대는 것은 그냥 상대방을 쉽게 설득시키거나 이길 수 있는 오뚜기묘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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