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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다”와 “늙다”의 변증법 (서영빈)
2009년 05월 16일 20시 57분  조회:1739  추천:0  작성자: 방룡남

외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있어 동사와 형용사의 구별은 품사분류에서 언제나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그것은 원래 우리말에서 동사와 형용사가 구별 없이 쓰였다는 역사적인 사실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오늘날의 시대변화가 몰고 온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 된다고 하겠다.

    대체적으로 보면 반대말은 같은 품사에 속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예를 들면 “가다”가 동사이기 때문에 그 반대어가 되는 “오다” 역시 동사에 속하게 되고 “좋다”가 형용사이기 때문에 그 반대말인 “나쁘다”도 형용사에 속하는 경우와 같다고 하겠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존재하다”의 뜻으로 쓰이는 “있다”는 동사임에 반하여 “존재하지 아니하다”의 뜻으로 쓰이는 “없다”는 동사가 아닌 형용사가 된다. 이럴 때 단어의 사용에서 혼동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이 단어오용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반대말을 이루는 두 단어가운데서 하나는 동사가 되고 다른 하나는 형용사가 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 가운데서 가장 재미나는 것이 “젊다”와 “늙다”라는 커플이다.

    결론부터 보면 “젊다”는 형용사인데 “늙다”는 자동사이다.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 “나이보다 늙어 보인다”에서처럼 꼭 반대되는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는 형용사, 하나는 자동사이다. 그것은, 사정에 따라 혹은 젊어 보일 수도 있고 혹은 늙어 보일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늙어가는 것은 불변의 법칙이고 젊어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늙는다”는 말은 가능함에 반하여 “젊는다”는 말은 불가능하다. 젊게 보일 수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젊어지는 것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조물주의 뜻이요, 자연의 섭리요, 우주만물의 법칙이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그것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젊어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한국의 어느 유명한 학자 한분은 “내 나이를 단 한 살이라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명성과 부와 지식을 그 대가로 지불하고 싶다”고 공언하였다. 그만큼 나이라는 것은 먹기만 할 뿐 다시 토해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옛날 황제들은 장생불로초를 찾아 세계를 샅샅이 뒤졌고, 여성들은 화장술에 목숨을 걸었던 것이다. 이것은 역으로 “젊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확인해주는 작업이었던 셈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오늘날에는 전통적인 화장술을 무색케 하는 성형수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성형수술은 어느 화장품 광고카피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지난해 20살이었는데 올해는 18살처럼 보여요”가 아니라 아예 18살로 뜯어고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외모는 뜯어고칠 수 있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인간의 오장육부를 18살로 뜯어고쳤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18살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남자들이 비아그라의 도움으로 18세의 정력을 잠깐 회복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18살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약 기운이 빠지면 40살이 오히려 50살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세상 이치가 이런데도 사람들은 “젊어지는 일”에만 매달려 있다. 언젠가 누가 인간이 젊어질 수 있는 기술을 발견한다면 그는 단연 빌 게이츠를 초월하여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젊다”라는 형용사를 인위적으로 자동사로 만들어보려는 인류의 이런 피타는 노력은 숭고하고 거룩하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가엽기 짝이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젊어지는 기술도 좋긴 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늙어 가는 것이 좋을까 하고 고민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늙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없다는 현실이 나를 서글프게 한다. 어떻게 늙어 가느냐 하는 것은 어떻게 젊어지느냐 하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이며 또 누구나 다 경험하게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한 사고는 하지 않고 되지도 않을 젊음에 연연해 있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소노 아야코(曾野绫子)의 《계로록(戒老录)》과 같은 작품들이 나와야 할 텐데…

    우리말에서는 아이와 어른이라는 말로 인생을 두 시기로 나눈다. 여기에서 어른이라는 말은 첫째로 성인이라는 뜻이고, 둘째로는 시집 장가를 간 사람이라는 뜻이며 셋째로는 한 사회의 권위자나 덕망 높은 인사를 이르는 말이다. 성인으로서의 어른이 가장 기본적인 뜻이라면 시집장가를 간 사람이라는 뜻의 어른은 좀 더 확장된 의미가 될 것이며 세 번째 뜻은 단어의 기본의미에서 의미 폭이 가장 넓게 확장된 것이라고 하겠다. 성인은 나이만 먹으면 자연스럽게 되지만 시집장가를 가기 전까지는 진정한 어른취급을 받기가 어렵다. 부모가 되어보아야 부모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시집장가를 가서 부모가 되어야 어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른이라고 다 어른인 것은 아니다. 세 번째 뜻의 어른은 나이만 가지고 되는 어른이 절대 아니다. 나이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많이 있지만 존경스럽고 근엄하고 초탈한 어른들은 만나기가 쉽지 않아졌다.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이해득실에 연연해하고, 옹졸한 마음가짐으로 젊은 사람들을 재단하고, 현실적인 손익계산 때문에 바른말을 못하는 노인이라면 이미 어른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하겠다.

    돌이켜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주변에는 어른들이 많이 있었다. 가문에는 가문의 어른이 있고 동네에는 동네 어른이 있었으며 사회에는 사회의 어른이 있어서 그 어른들이 한 말씀 하면 대체로 결론이 나왔었다. 그분들은 이미 자신의 인생행로를 통해 공정하고 진실하고 합리적인 사유방식을 내면화하였고 그것이 또한 민중들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그분들의 말씀은 늘 호소력을 지녔고 이러한 어른들과 함께하면 언제나 마음이 든든했다. 이러한 어른은 지식의 권위자나 행정적인 세력가가 아니더라도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에게는 인격에서 나오는 힘이 있기에 굳이 행정적인 세도나 학문적인 권위를 부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권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서 이런 어른을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그것이 혹 하나같이 젊어지려고만 노력했던 탓은 아닐까 하고 반문해본다.

    인생칠십고래희라는 말이 옛말이 되었다고는 하나 오늘까지도 90세를 넘기는 생은 그리 많지가 않다. 90을 목표로 치더라도 어언 내 나이는 슬슬 내리막길로 접어든 시점이다. 지금까지 아득바득 위로 올려다만 바라보고 살아왔다면 지금부터는 내려다보며 사는 인생이라고 하겠다. 인생이 등산길이라면 지금부터는 산에서 내려오는 연습을 할 나이다. 원래 산은 오르기보다 내려오기가 힘들다고 하지 않았던가. 오르막길에선 한두 걸음 잘못 디뎌도 큰 낭패는 없지만 내리막길에서 얘기가 다르다. 한발자국만 헛디뎌도 천길 나락으로 곤두박질친다. 부디 조심할지어다.

    산에서 잘 내리려면 무엇보다도 과욕을 버리고 자신에게 맞는 보폭을 유지하며 속도조절을 잘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몸에 버거운 짐은 아쉽더라도 버리고 떠나는 지혜가 꼭 필요하다. 그리고 멋있는 하산이 되려면 오르면서 보지 못한 산의 진면목을 보는 혜안을 갖추어야겠다. 그래야 진정 헛되지 않은 등산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4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어쩔 수 없이 돋보기 신세를 지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조석구의 《부분이 전체에게》라는 시를 음미하며 유쾌히 하산길에 나설 것이다. 어른이 되지는 못할망정 추한 노인이라는 평은 듣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부분이 전체에게

         조석구


책과 신문을 자꾸만 멀리 보게 되더니

마흔다섯에 접어들어

드디어 안경을 쓰게 되었다.

안과의사는 말했다.

원시가 되었다고 했다.

원시는 나에게 말했다.

가까운 앞만 보지 말고, 멀리 넓게

보라고 했다.

그동안 근시로 얼마나 많은

편견과 편협 속에 살아왔느냐고 했다.

나이값을 하라고 했다.


작은 글씨가 안 보이고, 큰 글씨만

보이는 것은

쩨쩨하고 시시하게 살지 말고,

선이 굵고 크게 살라는 것이라고 했다.


부분만 보지 말고 전체를 보라는

뜻이라고 했다.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보라는 뜻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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