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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기, , 인문당 1983
2009년 05월 16일 21시 17분  조회:1646  추천:0  작성자: 방룡남

<<삼대>>. <<탁류>>. <<태평천하>>의 소설 세계에 나타난 인물연구
서론
하필 이 두 작가의 세 작품으로 논의의 범위를 한정하는 이유는...세째, 이들 작가들이 실은 당시대의 시대적인 민족의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리얼리즘 정신을 깊이있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가 묘사적 사실주의에 충실하려고 했다면 다른 하나는 풍자적 사실주의로 그들의 정신을 드러냄으로써 둘이 다 당시대의 역사적 당위명제가 무엇인지 또 그것이 어떻게 좌절을 맞게 되는지를 여실하게 증명하고 있다.(9)

-여기서 중시되는 점은 <공시적 관점>이라는 근대소설의 기법상의 특질과 함께, 작가의 객관성 비감동 및 몰개성이라는 근대사회화 이후 만연한 상대주의적 양상이다. 대중에 의해 확대.성장하기 시작한 시장경제 체제는 개인들로 하여금 절대적 선택의 기준을 이완시켰고 동시에 이 경향은 취향의 다양화라는 결과를 유도.초래하였다. 그러므로 점차 고식적이고 <<사변적인 교훈>>이란 응당 절대적 가치를 잃게 되었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이른바 객관적 묘사라는 성실성을 유지함으로써만이 상대적 기준에 입각한 기호판정을 가능케 한다고 믿게 되었다.(14-15)

-개인과 사회라는 관계를 파악함에 있어 한 소설에 참여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주체적 자아를 부여하는 일은 정당한 노력일 뿐 아니라 그들이 서로 얽히면서 낳는 인식의 양상이 어떻게 긴장상태를 유지하는가를 지적할 때 소설구조가 지니는 미학적 가치는 다소간 입증되는 것으로 보인다.(15)

-봉건잔재를 의식내용으로 갖추고 유교적 전통을 고집하려는 제1세대 조 의관이 이 작품 속에서 지닌 소유내용들...우선 조씨가의 가부장제적인 인물이며 가족사 연대기의 제1주인공...(16)

-혼란한 틈에 일단 벼슬을 상징하는 표적을 사두고 남의 족보 속에 자신의 이름을 끼워 놓음으로써 그 자신의 가치영역이 영원히 지속. 확대될 것으로 믿는 사람, 이 이후에 채 만식의 <<태평천하>>에서도 동일한 의식구조는 드러나 보이는데, 이런 인물유형은 전체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는 여러 갈래의 한 전형이다.(20)

-상훈이가 대표하는 뿌리 잃은 가치세대에 의해 조 의관의 세대는 정면으로 도전당하면서 갈등을 표면화시킨다. ...부자 사이에 오고가는 애증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이면에는 조 의관의 가치관에 대항한 반발이 그 요인으로 깔리고 있다. 가치의식의 충돌인 것이다. 이 충돌에서 분명히 떠오르는 사항은 조 의관이 소유하고 있는 또 하나의 세계이다. 물질의 소유를 통해서 파생되는 의식내용이 드러난 것이다.(21)

-작품 전체구조 속에서 차지하는 상훈이의 역할이란 실상 별로 크지 못하다. 이유는 이 작품의 배경으로 되어 있는 세계가 유교권 인물에 의해서 기초되고 있기 때문일 뿐 아니라 배경으로 설정된 사회배경 자체가 동양이 서양과 마주치는 과도기에 있고 보수지향적인 인물을 조의관으로 보고 서양사상을 표방하는 인물로 상훈이를 보려고 하는 작가의 사회철학적 관점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상훈은 어느 면에서 희생세대쪽으로 볼 수 있는 인물류에 속한다. 미국에 가서 2년간 있었고 교회생활을 통해서 당시에 유행하던 교수사업을 펼치던 상훈이, 그러면서도 그는 생동하는 인물이 못되고 찌그러진 폐인이 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활동하던 시대에는 이미 3.1운동의 실패라는 커다란 상처의 후유증을 안고 있었던 시기다. 뿐만 아니라 그의 이상을 펼쳐보려던 모든 사회운동 자체가 위축되던 시대를 살면서 가장 구체적인 아버지 조 의관 세력의 실제적인 금전상의 위협을 받은 상훈이의 신념이라든가 신앙이란 실상 의미가 없는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21-22)

-그러므로 그는 서구적인 합리주의 사고가 거대한 전시대의 잔유세력 앞에서 어떤 방식으로 왜곡. 굴절하게 되는가를 보인다...그들 두 사람이 지닌 갈등 가운데 표면적으로 보이는 중요한 내용의 하나가 미래에 관한 신념이라는 점은 그 마찰의 동기를 부여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그들 신념의 구조자체가 실상은 자기 표현의 욕망을 지탱하는 방법적인 것에 머물고 있음이 작품 속에 보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22)

-네째 마디로 분류될 수 있는 부분이란 소유의 관계들 속에 도사리고 있는 접촉항인 각 개인의 탐욕과 질투. 아부. 술수. 허영심. 증오심. 체념 따위의 이른바 내적중개로 변질된 인간내면의 황폐함이다. 진실에의 추구라든지 진정한 의미의 삶의 추구가 결여된 채 일정한 힘에 이끌린 모습으로 불안과 무기력이 주조를 이루는 작품분위기로 이 조 의관의 소유관계는 이어져 있다. 그가 생산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부재지주로서의 체면으로만 살고 있기 때문에 삶의 활력을 일으킬 성취동기나 그 실행을 위한 박진력은 있을 수 없다. 다른 이야기의 인물유형들 속에도 물론 다시 편입될 수 있는 인물들,...등은 상훈이를 필두로 한 처=덕기모. 첩=김의경. 홍경애의 인물군과 함께 한 가족사를 둘러싼 뿌리잃은 도시권 생활사의 한 단면도이다.(23)

-타락한 조 상훈과 그 희생자 홍 경애가 이런 마주침으로 관계가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 속에는 다분히 가진 자와 뿌리를 잃은 자간의 심리적인 동참의식이 작용했음을 무시할 수가 없다. 홍 갱애 모친이 조 상훈으로부터 생활상의 금전적 도움을 받으면서 겪는 심리적 고통은 실제로 그들이 넘겨야 할 심각한 하나의 시련이다. 신세를 계속 져 오던 갱애쪽의 처녀다운 의협심(?)은 어느 면에서 자기희생을 무릅쓰겠다는 보상심으로 크게 작용했다고 보여진다.(31)-?

-이처럼 비정상적인 혼인관계가 이루어진 사회내에서의 비정상 성습속이 순환을 이루면서 반복됨은 중시해야 할 점이다. 한 개인이 스스로 관습을 깨뜨리면 어느 때든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 경험적 사실이라면, 이 작품의 경우 바로 자신의 자식대에 와서 그가 행한 대가를 되돌림받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치가 이 항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우둔한 치부자들이 그 사물이나 현상을 변경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스스로 도덕적 관습을 깨뜨릴 때 그 부정적 결과가 가장 가까운 자기 자식에게 미친다는 사실은 중요하게 지적돼야 할 것이다. 한번 깨어져 내려 온 성관습은 쉽게 다음 대에서도 용납될 수 있게 된다.(32)-?

-가정의 생계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조 상훈과 밤중에 밀회한 것을 묵인한 그 어머니는 그 딸의 또 어떠한 불륜도 막을 수 없는 입장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경애는 한껏 자유스런 몸림과 마음놀림을 부여받은 것이다. (32)-?

-완전히 중도적인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인물들의 행위를 그려보이고 그 대화까지를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처럼 드러난 염 상섭의 <삼대>속에서도 실상은 무섭도록 냉엄한 작가적 판정이 개입되고 있다는 점은 지적되어야 할 사항이다. 그가 그리는 소설의 분위기 속에 깔린 어두운 색조, 일가의 해체과정, 인물들이 끝까지 감당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끝맺은 질곡뿐인 세계에의 조명 등은 그가 조준하고 있는 가치지향의 척도가 뚜렷함으로서만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치지향의 척도란 그러면 무엇인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것은 자아에 대한 절실한 절망이다.(44)

-당시대의 교육사업이라든가 교회를 통한 구원의 방법이 어느 한 면에선 일제를 위한 교육으로 굴절된 모습을 띠었고 신앙문제 또한 교회조직의 허울만이 돋보이고 있었다는 한 예증을 그에게서 보게 된다.(45)-?(조 상훈이 아니라 김병화를 통해 시대성격적으로 표현)

-작가는 이 작품 전체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색정적인 배경을 구체화하고 있지 않지만 조 상훈이 성적으로 이미 도착적인 상태에 와 있음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그는 커다란 두 개의 의지-유교윤리를 기초로 한 재산가 부친과(돈의 힘) 애정윤리를 기초로 한 쾌락의 힘(김 의경. 매당)-에 의해 맥없이 부서져가는 인물의 한 전형을 나타낸다.(47)

-그러나 한편 이 인물이 계속해서 김병화로 대표되는 없는 자를 돕기 위해 그 가진 재산을 이용하는 심리적 배경에는 적어도 당시대 재산을 소유했다는 자기조건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녔다는 증거가 된다고 보겠다. 또 한편 이런 개인적인 자기성찰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불합리성이 당시대 사회내부에 심각하게 깔리고 있었다는 점을 용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말해서 가난하고 못사는 것이 오히려 당시대의 삶을 떳떳한 것으로 여길 수 있었다면 사회가 지니고 있는 구조적인 병리현상은 대단히 깊은 것으로 보게 한다.(61)

-종교나 교육이란 극히 추상적인 것으로 믿을 수 없는 힘이고 현실적인 힘인 안정된 재산 자체만이 자존하느냐 파멸하느냐 하는 열쇠로 작가는 파악함으로써 상징적인 인물인 조 의관-중인계급 출신-을 주축으로 열쇠를 물려주되 꺼풀만의 종교 신봉자인 조 상훈이를 건너 뛰어 아직은 순수한 덕기에게 물려주게 만든 것으로 인식된다.(66)

-일제라는 거대한 힘에 의해 주리를 틀린 백성들이 어떻게 살든, 사는 것 그 자체를 비웃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고 이러한 작가의식은 중요한 인물인 덕기로 하여금 그 옆에 살고 있는 모두에게 비판적인 안목을 갖추되 동정하는 태도를 보이게 하고 있다.(67)

-가장 가열한 외적의 수중에서 서로 합치할 수 없는 독자적인 방법론의 주장은 결과적으로 일제가 바라는 바의 근본적 민족분열이라는 상태로의 귀결에 다름 아닐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덕기의 우유부단하고  늘 <<자기행위에 회의를 느끼는 성품>>은 일차적으로 기회주의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고 또한 <<중도적 안정성의 회귀>>라는 평가를 가능케도 하는 반면 민족의 집결된 힘을 총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이해력의 폭이라는 긍적적인 평가도 가능케 한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공동운명체간의 화해와 결속을 바라는 민족염원이 이룩할 수 있는 인물의 전형적인 한 기질로도 파악될 수 있다. 이런 긍정성이 부여될 때 이 인물은 작품배경으로 깔린 당시대의 민족적인 질곡을 견디며 자기가 설 위치에서 보여준 동족간에 행한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다.(68-69)-?

-가진 사람을 작가가 옹호하려 한다는 관점에서 좀 더 떨어져서 그 재산이 당시대 한국민족이 지닌 현실적인 힘일 수 있었다고 볼 때 당위론의 관점은 달라져야 할 것이 아닌가? 조 의관이 가지고 있었던 소유내용이 한국 자체내에서 부당한 이익추구의 결과라는 판정은 그것대로 타당하다 하더라도 일본 제국주의라는 민족공통의 적 앞에서 내세울 마땅한 긍정적인 유산으로 평가해도 되지 않을까? 그 재산 자체는 한민족적 한가족의 소유라는 점에서 그 재산이 일본인들이 아닌 한국인들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당시대의 당위 명제가 있을 수 있다면 덕기에 오면서 그것이 실현되고 있음을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70)-?

-과격하고도 환상적인 공산주의자 장 훈의 파괴적인 자기 희생을 통해서 김 병화의 존재를 확립시키고 이 인물의 존재 위에서 덕기를 접속시키고 있음은 작가의 사회의식이 어떠한 개혁의지도 전통적인 민족단위의 기반 위에서 수립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으리라는 신념과 맥을 잇고 있음을 인식케 한다.(75)

-일본이라는 악의 몸에 붙은 발과 손이 저지르는 악행을 짐짓 보지 못하고 지낸다 하더라도 한민족이라는 일개인은 어쩔 수 없이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시대와 상황이 바로 작가 염 상섭이 살던 지점이었다.(91)

-앞에서 분류한 인물유형들을 작가적 절망-삶의 한계인식-이라는 안목에서 보면 중대한 측면으로 생각될 수 있다. 그것은 민족의 존재단위로 지닌 치부층의 소유양식이 뿌리가 없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어 불가피하게 그 소유양식은 깨어질 수밖에 없다는 작가인식이다.(95)

-<삼대>의 작가가 그의 출생지인 서울이라는 도시적 삶의 양상묘사를 통해 1930년대 초반에 걸친 한국적 절망을 보여주고 있다....(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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