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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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전농사
2018년 11월 18일 12시 34분  조회:1695  추천:0  작성자: 한영철

     전   농  

 
      촌에 가보면 다 알듯이 집집의 울안에는 터전이있다.동네 마다 좀씩 구별이있으나 대체적으로 여름 한철 채소나 풋강냉이 심어먹을만큼한 밭이라고 보면된다.우리 마반촌의 터전은 다른동네에 비하여 조금 큰편이다.


   
     해마다 봄이오면 밭갈이하고 씨앗넣고 채소묘를 옮기고 여름이면 풀을뽑고 가지 고추 도마도등 터전 채소뜯어 먹는 재미 또한 못해본 사람은 알수없다. 가을이면 수확의 계절이라 강냉이 감자 호박 포도 하여간 영글어간 농산품은 다 거두어들이는 계절이다. 그러고나면 온 일년 터전농사는 끝이나고 또 내년을 계획하는 계울이되는 것이다. 춘종하경추확동장(春种夏耕秋收冬藏)이라 하듯이 농사라는것은 매년 똑같이 절기에 따라 반복하며 년륜을 그리고 인간을 번식시켜주는 든든한 더팀목이된다.

     
     터전농사하면 나도 어느정도 경력이있다.어려서는 부모님들하는 농사를 지켜보았다면 지금은 손수 소매를 걷어올리고 참전(参战)하는 판국으로 변한것이다. 하긴 친구들과 형제들의 손을 많이 빌기도 하지만 말이다. 봄이되면 먼저 고안하는것이 무얼 심는가 하는것이다.
 
       매년 똑  같이 심는것이 있으니 바로 고추 가지 도마도등이다. 추가로 떡호박 수박 집미나리 고수풀같은것도 있으나 매년 심는것은 아니고 그해그해의 심경(心境)에따른 결정이라하겠다.일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농부는 초봄부터 고안하는것이 바로 무엇을 심는가 하는것이다. 전업 농부로 말할때 선종(选种)은 경제리익과  집적관계되는 중요한 결정이기 때때문이다. 나같은 업여농군에게는 비록 경제리익 같은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선종은 집사람과 친구들의 좋은평가여부를 결정받는 중요한 사안이다.


 
       4월초순 하면 밭갈이를 해야한다.비록 밭면적이 적지만 그렇다고 삽으로 번지기는 버거운정도다.초시에는 동네분들의 손을 빌어 소로 밭갈이하였지만 지금은 밭을 붙이는 친구가 있어 기계로 하는 편이다.마을 사람들은 나보고 손바닥만한 밭에 무슨 기계냐하지만 지금은 기계로해야 땅이부드럽고 깊이번질수있다.ㅎㅎ

      5월초순이면 채소묘를 옮기는 계절이다.헌데 금년에 대형사고를 친것이다.보통 시가지사람들은 계절앞에서 달리는편이다.옷입는것만 보아도 알수있다.봄인데 반소매를 입고 여름인데 가죽장화를 신고 가을인데 치마를 입는 등 시간앞에 달리는 현상이 많다.그 영향을 받아 금년에는 5월1일날 고추묘를 옮기였다. 헌데 5월3일날 난데없는 폭설이 내리고만것이다.아불사 금년고추농사 망했어.

       너무 일찍 옮긴것도 탓이거니와 때아닌때 폭설이내린것 또한 방법이 없는 일이다.눈이 내린 이틀뒤 마반촌에 가보았더니 이게뭐냐.고추묘가 하나도 얼어죽지않고 새파란잎사귀를 자랑하며 하늬바람에 하느작이고 있었다.오 하나님이 보호해준거로다.글쎄 부지런한 사람한테 찬물 끼얹을수야 없겠지.이때 무언가 털이난 동물이 나의앞을 쉬익하고 지나가버렸다.저건 뭐지며칠 지나 둘째형님이 전화를 해왔다.동네집어른이 기르던 토끼가 뛰쳐나왔는데 고추묘를 갈아먹었다는것이다.이게 웬 날벼락인가.폭설을 이기여냈다고 좋아했더니 난데없는 토끼한테 체면들다니.


     
      이튿날 아침일찍나는 차를몰고 고추묘상황 파악에 나섰다.집에 도착해보니 난데없는 동네어른 대여섯명이 우리터전에서 토끼붙잡기가 한창이다.물고를 낚끄는 그물망태기까지 동원되여 한참만에야 토끼두마이를 모두 붙잡을수 있었다. 이놈의 토끼새끼야.내 채소묘 내놓아. 한동네 사는 형님분이 하는말이 묘를다시 옮겨야한다고 한다.풀을 먹지못한 토끼가 고추묘의 잎사귀를 절단한것이다.

     하여 5월하순경 둘째형님내외분이 동네분들이 주는 고추묘를 가져다 다 다시옮기였다.농사경력 16년만에 처음으로 있은 대형사건이였다.헌데재옹실마안지비복(塞翁失马焉知非福)이라더니 금년 고추농사가 얼마나 잘되였는지 그리고 맛은 얼마나 좋던지ㅋㅋ



       터전을  가꾸다보면 재미있는 일도 많다.심지도 않은 과일이나 채소를 수확할때도 종종 있다.금년에 심지도 않은땅에 상추가 얼마나 잘나왔는지 .온여름 상추를 잘먹었다.어느해에는 또 난데없는 해바라기가 가득 올라왔다.심지도 않은땅에 앵두 살구 포도가 자라는 행운을 받기도 했다.그러니 마음가짐만 잘가지면 일이잘된다는 말이상기되기도 했다.심은 채소가 안올라왔다고 심술도 나더라만은 안심은 땅에 예상밖의 수확을 거둘때도 있나니 투정부리지 말고 열심히 하노라면 얻는것이많다.


       8월초순부터 강냉이 계절이다.갓 여물기시작한 강내이를 따다가 쇠가마니에 넣고 거기다 감자 호박 고추 된장을 넣고 찌면 그맛이 얼마나좋은지 모른다.시내 사는사람들은 그맛이 뭔지 알기가 힘들다.터전을 가꾸면서 새록새록 터득하는것이 있으니 록색식품의 원래맛이란 이런거였구나 하는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밭에 나가 이슬 먹음은 오이 도마도 한입 떼여먹어보시라.상큼하고  신선한 그맛은 이루형언하기 힘들다.슈퍼에서 사온 채소는 형태만 이쁘다뿐이지 채소가 소유한 원맛은 기본상 잃어버린상태다.



       9월에 들어서면 포도가 한창이다.새파랗던 포도가 점점 짙은갈색으로 변해가면 익어간다는 신호다.10여년전 큰형님이 심어놓은 포도가 이젠 넝쿨져 그늘도 만들어주고 열매도 가져다준다.새콤달콤한 야생포도 많은가람들이 즐긴다.요지음 안해는 수확하지않은 얼군포도를 좋아한다.포도 넝쿨에 그대로 방치한 포도가 마르고 얼고를 반복하면서 당분이쌓여 그맛이 신선한포도와는 또다른 별맛이라고 한다.



         하나 발견한것이 있는데 바로 까치가 포도를 좋아한다는 것이다.지난해 수확한 포도를 정자에 널어 말이는데 글쎄 까치란놈이 접어들줄이야.녀석들은 맛나는 포도를 먹으려고 한무리 한무리씩 정자에 날아들었다.애초에는 까치를 좇다가 새각해보니 그녀석들도 좋은일하는 놈들이라 방치했다. 저놈들이 포도를먹고 배설하면 어느곳엔가 또 포도씨가 싹트고 자라서  새로운 포도숲을 이루게할것이다.다람쥐는 앵두를 좋아한다.우리집에 자란 몇그루의 앵두나무는 다람쥐의 배설물에서 자라난것들이다.허니 자연의 섭리란 얼마나위대한것인가.나도 좋고 너도 좋고 다같이 어울려사는 공생(共生)의 자연인것이다.


       터전농사 하면서 얻은것이 너무도 많았다.형제들 사이 사돈사이 동창사이 친구사이  동네분들사이가 친밀해졌고 돈독하여졌다.아무리 한도시에 살아도 몇달간씩 못보는 형제도 많다.허나 우리 형제는 주일마다 만나는건 기본이다.사돈 어르신도 봄 가을로 만나뵙는다.자식들이 부모님모시고 놀러온다.
   
      친구 동사자 동창들의 모임도 곳 잘가지는데 이모든것이 나의 터전농사와 관련된다.시내에서 보다 농촌의 신선한 공기 무공해먹거리  이런것이 조합되여 마반촌으로 모이게한다.


    혼자가 아닌 여럿의 모임이 즐겁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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