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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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야영
2018년 11월 23일 11시 46분  조회:1104  추천:0  작성자: 한영철
 군  사  야  영
 
     내가 어릴때 연길시에는 문예경연대회라는것이 있었다 。각학교마다 자기들 절목을 공연하고 평심위원들의 심사를 거쳐 우수절목이 선정되는것이다 。지금이야 웬만한 공연이면 다 무대복장이 마련되고 또한 가정에서도 부담할수있는 능력이라만은 40여년전에는 그렇지가 못했다 。우리는 없는 사정에도 불구하고 소선대복과 치마를 만들어 입고 한판의 승부에 나섰다 。
 
     그시절 촌에도 인재가 많았다 。 촌에도 크라네트 바이올린 손풍금등 악기를 다룰줄 아는 분들이 꽤나되였다 。대바른 선생님들께서는  갖은 곤난을 이겨내고 시소학생문예경연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



     그때 우리 단임선생님은 박정희라고 부르는 녀교사였다 。원래 시내학교 교사로있다가 남편이 하방(下放)으로 인해 소영에 오게되였다 。남편은 성씨가 정씨였는데 원래 도시병원 의사선생님이였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인생첫교사로서의 모든것을 가르쳐주었다 。음악교원은 최응률선생님이였는데 참으로 대단한분이였다 。모두 잘 알고있는 80년대 류행곡«나는야 기타를 타네»의 자곡가이시다 。몇해전 80 세 생일을 쇠였는데 참석한 우리 제자들에게 기념품으로 선생님께서 손수 작사 자곡한 노래앨범을 나누어주었다 。
 
     우리 학교에서는 단막극 «군사야영»을 공연하기로 하였다 。내용인즉 내가 맡고있는  역 영남학생이 군사야영 가던날 땡땡이치고 낚시하려간다 。소선대소대장이 이를 발견하고 교육한다 。보도원 선생님과동학들의 도움으로 영남이는 잘못을 늬우치고 동무들과같이 군사야영에 참가한다 。짧으나 아주 기복을 이루고 동학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막극이였다 。형세로 봐도 그시대 현실을 잘 반영했다고 본다 。


      우리는 본격적으로 연습에 들어갔다 。대본도 암기해야하고 표정관리도 교육받아야 한다 。정식문예공연을 앞두고 학교에서는 연습효과를 검열하는 차원에서 시험공연을 하기로하였다 。그때 마침 연변가무단에서 우리  마을에와 연출을 하게되였다 。대대에서는 무대를 설치한다 자리를 정돈한다하며 법석이였다 。우리공연은 가무단 공연절목 가운데 끼워넣었다 。
한여름의 어느날밤 소영촌에는 명절의 분위기가 물씬한가운데 우리의 공연이 시작되였다 。막이 열리면 영남이가 낚시대를 메고 나오며 노래한다 。"오늘은야 우리소대 군사야영 간다지만 하루쯤 빠져서야 큰일날가 나는야 오늘 아침 고기잡이떠났죠" 열띤 영남이의 기분은 한양없이 즐겁다 。땡땡이치고 낚시하는 마음 얼마나 좋을가 。

      이때 영남이가 없는것을 발견한 소대장복자가 영남이를 찿아 내가로 뛰여온다 。복자가 노래한다 。"영남아 영남아 어디로갔니 동무들은 군사야영다모였는데 나는야 너를 애가나게 찿았다"。영남이가 복자를 보고 우쭐렁거린다 。녀자 소대장이라고 안중에 안넣는 모양새다 。영남이가 노래한다 。"이걸 보면 모르겠니 고기잡이지 " 그러는 영남이를 복자가 교육한다 。보도원선생님도 동무들도 영남이의 잘못을 지적한다 。울먹울먹하던 영남이는 마침내 잘못을 늬우치고 낚시대를 내동댕이치고 대원들과 함께 군사야영에 참가한다 。연출은 대성공을 이루었다 。박수소리가 여름의 밤하늘에 울려퍼지였다 。



      지금도 50 세 이상의 소영사람들은 그날밤 무대를 기억하고있다 。우리는 연습에 박차를가하여 더좋은 성적을 내려고 윽별렀다 。드디여 문예공연의 그날이 다가왔다 。우리 남자애들은 눈같이 새하얀 소선대복에 곤색바지 흰운동화를 신었고 여자애들은 흰대복에 파란치마를 신발은 일제히 산다루로 하였다 。비록 촌소학교에서 온 아이들이라지만 우리는 조금도 녹녹치가 않았다 。마치 소련영화«산촌의 녀교사»중에서 나오듯이 “맨발바람에 모래불을 걷는다만은 씩씩하게 앞으로"하는 식이다 。속으로야 어찌 주눅이 안들었으랴 。시내 아이들은 분장도 곱게하고 사기또한 등등하다 。허나 우리는 선생님께서 하라는대로 머리쳐들고 대사도 또렷이 노래도 창창하게 해나갔다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 관중석에서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성공이였다 。
   
     
그뒤로 우리의 공연은 계속되였다 。당시는 바로 비림비공( 批林批孔)시절이였다 。우리 홍소병들도 시대의 흐름에 맟우어 선생님이 내준 각본대로 연습하고 온돌 공연에 나섰다 。삼로인 형식 재담형식 그리고 노래형식으로 사회에 존재하는 나쁜현상들을 실랄하게 비평하고 새 풍상수립에 어린몸을 담구었다 。
 
세월은 많이 흘렀다 。또 많이 변하였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것이 있으니 바로 동심(童心)이다 。세월이야 어떻게 변하였던지 마음속에는 항상 엉뚱한 생각  천진랑만란한 꿈을 간직하고 있다 。어려서 그토록 하고싶던 미술이였건만 여건이 여의치 못하여 그만두었다 。지금도 누가 스케치를 하면 그등뒤에서서 오래도록 지켜본다 。언젠가는 다시 그림을 배우고 싶다 。


 
       이젠 하는일도 웬간히 자리잡아 가고있다 。아들애는 대학에갔고 부모님의 말을 잘 듣는 편이다 。안해는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모든일에 열성적이다 。바라건대 남은 시간은 자기로 살고십다 。흥취와 정렬이 조합된 동심을 아로새기고 말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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