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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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날
2019년 02월 06일 19시 32분  조회:1120  추천:0  작성자: 한영철
그믐날

 
     그믐날을 놓고 말할진대 설날 당일보다 더 굉장하고 열열하고 더의미가  깊다.수세(守岁) 란 옛날부터 내려오던 새해맞이 관습으로서 온밤 불을 켜고 새해를 맞이하는 행사다. 새날이 들어설때에 교자를 먹거나 밥을 먹는데 이것을 년야밥(年夜饭)이라한다. 맞이하는 한해 내내 먹이가 충족하고 가정이 번창하고 만사가 대길허기를 바래는 민중의 념원을 반영하였다. 그믐날 밤에 자면 안된다는 옛말도 많다. 귀신을 몰아내고 자기를 지켜내는 날인데 자면 큰 일난다고 어른들이 일러주기도 했다.

 

 
     그믐날의 가장 큰 소원이라면 가족과 같이 모여 식사하는 것이다. 웬만하면 다들 집에 돌아 가려고 한다.과거에는 타자방에서 일하던 친구들이 설에돌아오기가 여러모로 힘들어 했지만 지금은 많이 다르다. 심지어 일본 한국에 있는 친구들도 부모님 모시고 설을 쇠려고 고향에 돌아 오고 있다.

      부모님 모시고 쇠는 설이야 말로 가장 뜻깊고 행복한 설이다. 하여 부모님 살아 계시는 집은 대체로 자식들이 돌아와 설을 보내게 된다. 금년설 우리 집에서는 형님 누님이 계시는 서울을 찿았다. 형님누나들과 같이 설을 쇠여 보긴 20년이 되여 간다. 그믐날은 우리 형제들은 부천에 계시는 외숙모집에서 설을 쇠기로 하였다.


 

 

     집에 들어서니 외숙모와 사촌동생이 한창 쌀가루 반죽을 하고 있었다. 또 다른 한 쪽에서는 통배추를 탕쳐 밴새속을 만들고 있다.우리와 같이 집에 들어선 누님은 인츰 팔을 걷우고 속을 만든다. 퇴직하고 나서 근년에는 한국에서 유희회사를 하는 딸의 뒤바라지를 해주고 있다. 18세 입당한 전형적인 볼세위크다. 헌데 조리과정에 대형사고가 내였으니 누님이 식초를 콩기름으로 착각하여 밴새속에 쏫아 부은 것이다. 모두들 걱정이다. 쏸차이(酸菜)로 밴새속도 할려니 더 맛있을 것이라고 나는 웃으개를 했다.

    통이 큰 4춘 누이동생은 고기가 부족할것같다며 장으로 간단다. 나는 고기사려가는 4춘누이동생과 함께  시장구경에 나섰다.부천자래시장은 규모가 엄청 컸다. 우리 연길시장에서는 옷 등속이 위주지만  이동네는 먹거리와 일용품이 대부분 이다. 동생의 말이 중국 시장에는 먹거리가 많고 맛있지만 한국시장의 먹거리는 종류가 적고 맛이 쑬쑬다고 한다. 하긴 까마귀도 고향것은 희다고한다더니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따뜻한 정때문이리라.고기시장에는 사람들로 붐비였다. 고기집사장이 쪽걸상우에 올라서서 나팔에 대고 고함친다. "사십년 전통의 정육점입니다. 맛있는 되지고기입니다".


 

    동생이 고기사는 사이 나는 장구경을 하였다. 고소한 냄새가나는 매대가 나의 발목을 잡았다.부치개를 만들어 파는집이였는데 사람들이 줄지어 자기차레를 기다리고 이었다. 뭐든 다 붙인다.호박이며 가지며 심지어 배추잎도 붙인다. 맛이 어떨지 모르지만 배추잎 부치개는 별로 접수되지 않는다.

    집에 돌아오니 밴새가 다 익었다. 오늘은 손님이 많다. 외숙모가정 누님가정 사돈집  우리집 도합18명이다. 상을 차리고 음식을 나누려는데 숙모님이 돈지갑을 연다. 어린 동무들에게 5만원짜리 지페 한장씩 나누어 준다. 우리아들은 대학다니는 어른인데도 준단다.할머님도 너무 자상하다.


 

     밴새에 식초냄새가나면 어쩌랴했는데 생각외로 너무 맛있다. 사람도 많고 이야기도 많다. 너무 오래만에 만들어진 설모임이다.숙모님이 이야기한다. "올해 설모임 너무도 즐겁네.자네들한테 고맙소."

    진짜로 너무 오래만이다. 즐거운 행사였다. 이전엔 설이라도 몇명이 모여 단촐한 모임을 가졌는데 금년에는 대가정행사였다. 우리도 금년에 서울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변하여 우리는 서울에 와서 친척들과 함께 설명절을 보낸다. 고향이 경상북도 월성군인  아버님은 고향을 떠나 47년이 되도록 단 한번도 귀향하지 못했다. 과거에는 자식들 보고 언젠가 남북이 통일되면 너희들 데리고 고향에 간다고 말씀하였지만 생전에 고향땅도 밟아 보지 못했다. 아버님세대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도 행복하다. 서울이 지금은 먼곳이 아닌 근처로 되였다.

     그믐날의 밤은 깊어 간다. 여기서는 폭죽소리가 없다. 하지만 설 행사는 게속되고 있다. 내일은 평택에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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