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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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돌이와 갑순이
2019년 10월 18일 09시 29분  조회:2912  추천:1  작성자: 한영철
갑돌이와 갑순이
 
    «갑돌이와 갑순이» 이노래는 많은 청소년 남녀들이 불렀고 또 그들의 심금을 울리였다.  내가 처음 이노래를 접한 것은 70년대말 즈음으로 기억된다. «눈물젖은 두만강»,« 나그네 설음»,« 갑돌이와 갑순이» 등 노래가 불러지기 시작되던 시기였다.
 
    갑돌이와 갑순이는
    한마을에 살았더래요
    그들 둘은 서로서로
    사랑을 했더래요
 
     내가 이 노래에 인상 깊은 것은 친구판(朋友版) «갑돌이와 갑순이»사연과 관련된다. 친구는(아래서 부터는 갑돌이라고 부르자) 웃동네 살았고 그가 사모하던 녀자애(아래서 부터는 갑순이라고 부르자)는 아래 동네에서 살았다.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남자 녀자에 어섯눈이 뜰때 갑돌이는 갑순를 좋아 하기 시작하였다.  갑순이에게 무한한 호기심과 흥취를 가지였다. 그녀의 모든 것이  마음을 들었고 만나기만 해도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숨이 차지였다.
 
    원래 갑돌이와 갑순이는  한학년이 아니였다. 갑순이는 초중2학년때 무슨 연고인지 웃학년에서 한학년 내려 앉았다. 그와 같이 여러명의 녀자애들이 내려 앉았는데 모두 웃기를 좋아 했다.
 
    갑순이는 공부를 잘 하였다. 매번 기중시험 기말시험에서 일등을 하는데 많은 애들이 흠모하는 대상이였다. 지금 말로는 아마 粉丝라고 할가.  많은 애들이 갑순이를 따랐다. 교장선생님도 학기말이면 전교사생들 앞에서갑순이를 표창하였다.
 
    갑돌이의 마음에는 갑순이 밖에 없었다. 갑순이만 보면 공연히 흥분해지고 또 뭔가 자기 재간을 보여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친구 갑돌이는 나와 한학년 한반급으로서 아주 친근한 사이였다. 하지만 우리 사이에 남자애 녀자애 화제만은 제외였다. 갑돌이는 늘 갑순이가 상학하고 하학하는 길에서 서성거리였다.

    재네는 어떻게 살까
    재는 뭘 좋아 할까
    재내 집에는 뭐가 있을까
정작 갑돌이는 갑순이를 만나면 할말을 잊는다.
    "학교가니?"
    "집을 가?"
   그리고 혜식한 웃음만 짓는다. 갑순이도 묻는 말에 얼굴이 홍당무우되여 겨우 한마디로 답한다.
     "응"
     "그래"
    허나 갑돌이를 대할때와는 달리 성격이 활달한 갑순이는 늘 자기또래들 과는  웃고 떠들며 학교로 다니였다. 매번 갑순이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에 갑돌이는 혼이 빠지는것 같다.
 
     갑순이의 모든것에 알고 싶은 갑돌이는 궁리끝에 실전에 들어 갔다 . 우선 어려서 부터 한마을에서 자란 뒤집에사는 영옥에 대한 공략을 펼치였다. 왜냐하면 영옥이와 갑순이가 친하기 때문이다. 갑순이와 친하려면 영옥이를 건너 갈수 없다. 그러자 매번 영옥이와 어깨동무하고 다니던 갑순이는 갑돌에게 살풋이 웃음도 짓도  대화도 하였다.
 
    갑돌이는 미칠뜻이 기쁘다. 오라 갑순이가 나를 좋아하는 구나. 그뒤로 부터는 갑순이와 더욱 가까워 지려고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였다.
 
   하학시간이 되면 갑순이 앞에서  뽈도 차고 노래도 하였다. 사실 공부하나만 빼고는 갑돌이가 갑순에게 짝질게 하나도 없었다. 부리부리한눈 건장한 체구 발달한 사지 비록 아직 어린나이지만 자뭇 남자다운 멋이 보였다.
 
    그러던 어느날 갑순이가 갑돌이를 찿았다. 시내 학교로 전학한다며 잘 있어라 공부 잘해라는 말을 하였다. 갑돌이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갑순이만 바라보다다 이윽고 말했다.
"응 너도  잘가 . 놀려와"
 
     할말은 많았지만  어리벙벙하여 뭘 말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뒤로 갑돌이도 시내학교로 전학하였다. 비록 같은 학교는 아니지만 그래도 두사람의 차이를 줄이려면 이것도 방법이였다.
 
    갑돌이도 갑순이도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였다. 갑돌이는 학교를 나와 닥치는 대로 일하였다. 돈을 벌려고 건축판에도 심지어 우물 파는 일도 서슴치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갑순이 뿐이였다. 돈을 벌어 기타도 샀는데 내가 보기에는 갑순의 마음을 끌기 위하여서였다. 나는 그때 학교를 다니였는데 갑돌이는 이미 사회청년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그뒤 갑순이는 한시기 앓았다고 했다. 대학입시도 포기하고 사회로 진출하였다.
 
    비록 어린 나이지만 갑돌이의 마음속 한구석에는 어깨가 쳐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갑순이는 도시호구고 나는 농촌호구라는 열등감을 밀어 내칠수 없었다고 한다. 지금보면 아무일도 아닌것을 그때 당시에는 넘기 바쁜 산이 였음이 틀림없다.
 
    시간이 날때마다 갑돌이는 갑순이네 집에 가서 일손을 도왔다. 그때 갑순이네는 새집을 짓고 있었다.  갑돌이는 더러운 일 무거운 일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도와주었다. 갑순이 부모들도 갑돌이를 무척 반기였다. 때론 갑순이 아버지는 갑돌이와 술마시면서 자네같은 사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이야기 했다고도 한다.
 
  갑돌이와 갑순이는
  사로서로 사랑을 했더래요
   그러나 겉으로는
   안 그런척 했더래요
 
    허나 갑돌이의 맘속에 자리잡은 렬등감이 그로하여금 용기를 내여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게 하였다. 두 청년남녀는 사이 좋은 친구사이로 보낼뿐 다른 동향이 전혀 없었다. 갑돌이의 사랑고백을 기다리다 지친 갑순이는 상대를 정하고 말았다.
 
     뒤늦게 이사실을 알게된 갑돌이는 미칠것만 같았다. 비록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해 보았지만 손 한번 잡아보지 못했지만 얼마나 사모하고 얼마나 좋아 했는데 네가 나를 제치고 다른 사람한테 마음을  주냐.  이런 분노감  허탈감이 뒤엉키여 그날 얼마나 많은 술을 마시였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뒤 갑순이는 시내 총각한테 시집 가고 갑돌이는 한마을에 사는 처녀와 결혼하였다. 갑순이가 결혼하던날 갑돌이가 울었다. 세월은 흐르고 흘렀다. 갑돌이도 5살이된 손자를 둔 할아버지가 되였고 갑순이도 7살짜리 외손자를 둔 할머니가 되였다.
 
    매번 행사가 있을 때면 우리는 만난다. 한국에가서 일하는 갑돌이는 신체가 건강하다. 일전에도 행사가 있어 만났는데 친구가 갑돌이와 갑순이보고 우스깨한다.
 
   " 이제라도 손 한번 잡아보라구"
    그러자 갑돌이가 허허 웃으며 하는 말이
   "아니야 나는 순결한걸 좋아 한다구"
  이때  갑순이가 갑돌이 보며 말한다.
  "갑돌이는 원래 이래"한다.
 
    사람들은 이룬것에는 대수러워 하지 않지만 못 이룬것에 대해서는 집착하는가 보다. 갑돌이와 갑순이의 옛사랑 이야기는 언녕 끝났지만 소꿉친구들의 행사때마다  화제에 올린다. 갑순이가 말한다.
   "너희들은 내말 안하면 할이야기도 없어?"
     그러건 말건 친구들은 좋다고 야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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