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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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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避暑)의 방식
2007년 06월 29일 05시 54분  조회:2693  추천:73  작성자: 김혁

 . 칼럼 .


 피서(避暑)의 방식

김 혁


△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사람을 들볶는다. 불볕더위란 말이 명실상부하게 다가온다. 이 더위를 어떻게 지낼지 짜증부터 앞선다.

올해는 력사상 가장 뜨거운 한해라고 한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기후연구소는 2007년이 장기간 평균 1.20 도 더 높았던 1998년의 가장 더운 해 기록을 깰 확률은 60%라고 밝혔다.

2007년 최악의 더위를 예상하는 리유는 현재 태평양에서 진행중인 순환적으로 일어나는 엘니뇨 때문이다. 올해의 엘니뇨는 1998년보다는 강하지 않지만 인간 활동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에서 비롯된 지속적인 기온 상승과 함께 지구 최고 기온을 깰 수 있다고 한다.

 △ 요즘 세월에는 에어콘이다 선풍기다 랭장고다 해서 더위를 쉽게 보내지만 옛날의 우리 선조들은 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였다.

먼저 열(熱)로서 더위를 다스리는 <<이열치열 (以熱治熱)>>의 방법이 있다. 이맘때 딱 좋은 음식으로 삼계탕과 개장국을 든다.
당연히 <<이랭치열(以冷治熱)>>의 방법도 있다. 참외, 수박 같은 과일을 흐르는 물에 담가두었다가 먹고 싶을 때 꺼내 먹곤 하는데 그 시원 달콤한 맛은 무더위를 싹 가시게 한다.

남녀로소 할 것 없이 즐겨 입었던 것은 삼베옷, 모시옷이다. 더위가 계속 이어질 때는 생모시로 된 고의, 적삼 또는 치마를 해 입었다. 이런 옷들은 습기를 흡수하고 통풍이 잘 되였다.
통풍과 햇볕 가림을 하기위해 발을 치고 돗자리를 깐다. 발이 처진 방안에 돗자리를 깔고 누우면 더위도 한 발 물러서게 마련이다. 낮잠이라도 청할 양이면 없어서는 안될 것이 목침이다.

다음 탁족(濯足)이라는 방식이 있다. 말 그대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흐르는 물에 더위를 씻어내는 일이다. 록음이 만드는 짙은 그늘과 귓가를 스치는 요란한 물소리가 한여름 더위를 단번에 사라지게 한다..

더위 피해 물 가에서 다투어 발 담그니(避暑水邊爭濯足)…
<<도하세시기속시(都下歲時紀俗詩)>> 중의 한 구절이다.

탁족은 몸의 열을 내모는 기 순환의 원리를 리용한 것이다. 즉 발은 모든 신경이 모여 있는 곳으로 발을 식힘으로써 온몸에 찬 기운을 불어넣는 리치이다.

 
▲ 옛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유용한 피서법으로는 책읽기가 있다.

<<열하일기>>의 저자 연암 박지원은 사촌형에게 보낸 편지에서 <<옷을 벗거나 부채를 휘둘러도 불꽃 같은 열을 견뎌내지 못하면 더욱 덥기만 할 뿐, 책읽기에 착심(着心)해 더위를 이겨나갈 것>>을 충고하기도 했다.

사실 책읽기 정말 힘든 계절이다. 눅눅한 습기와 끈적끈적한 무더위, 어지간히 책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손에 책을 잡고 있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무더위를 책을 통해 날려버릴 수도 있으니 여름과 책의 관계는 역설 그 자체이다.

책읽기를 뜻하는 한자말에는 독서말고도 <<간서(看書)>>, 그리고 <<피서(披書)>>라는 말이 있다. 그러고보니 <<피서(披書)>>와 <<피서(避暑)>>는 음이 꼭 닮았다.

독서야말로 습하고 더운 일상에서 벗어나는 가장 쉽고 매우 저렴한 길이 아닐가 한다.
올 여름엔 독서삼매경에 빠져 망서(忘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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