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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시대 성패의 변증법
2014년 11월 09일 10시 40분  조회:1769  추천:10  작성자: 김혁

. 평론 .

무한경쟁시대 성패의 변증법

- 김혁의 련작수필 “월드컵수감록”

장춘식


 

어떤 의미에서 인간의 삶은 성공과 실패의 끊임없는 반복이라 말할수 있다. 요즘같이 무서운 무한경쟁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인생의 가치를 경쟁에서의 성공과 실패로 그 결과를 판가름하는 풍조가 팽배해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사실 보는 시각에 따라 이런 무한경쟁에서 얻어지는 성공의 리면에는 패배의 요소가 포함될수도 있고 또 실패의 리면에는 성공의 요소가 포함될 수도 있다. 이것을 우리는 승패 혹은 성패의 변증법이라 부를수 있지 않을까 한다.

중진작가 김혁이 선보이고있는 련작수필 “월드컵수감록”은 올 여름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었던 브라질월드컵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런 성패의 변증법을 제시하고있다.

첫편인 “자책꼴”에서는 축구경기에서 흔히 볼수 있는 자책꼴을 들어 이번 월드컵의 한 측면을 분석하고있다. 작가는 먼저 이번 월드컵의 첫 꼴이 자책꼴로 시작된 극적인 경과를 제시하고는 력대 월드컵에서 발생한 자책꼴과 그 당사자의 운명을 곁들여 론의하면서 자책꼴과 인간이 살아가면서 흔히 범하게 되는 실수를 련관시키고있다. 사실 자책꼴도 일종의 실수이다. 그러니 인간이 살아가면서 실수를 범하는것이 피할수 없는 현상인것처럼 자책꼴도 축구경기에서는 그리 희소한 일은 아니라는 말이 된다. 그런데 관객들 특히 광적인 축구팬들은 선수의 이런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고 심지어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꼴롬비아축구선수 안드레스 살다리아가 자책꼴을 넣었다고 며칠후 총격으로 살해당하는 비극까지 발생하는것은 무엇때문일까? 광팬의 광적인 우발행위와 같이 원인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핵심은 역시 무한경쟁의 이 시대 잘못된 가치관이 빚은 악과가 아닌가 한다. 작가가 자책꼴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보이고있는것도 바로 이런 사회악에 대한 우려나 반감에서 비롯된것이리라.
작가는 물론 그냥 우려나 반감의 표시에 그치지는 않는다. 저 유명한 월드컵응원가인 “위아 더 원We Are The One”의 노래말을 들어 축구에서나 일상적인 삶에서 실수하고 자책에 빠진 이들에게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도록 격려하고있다.

두번째편인 “월드컵을 보며 로자()를 생각하다”에서는 이번 월드컵의 또 하나 극적인 에피소드였던 우루과이선수 수아레스의 렵기적인 행위를 문제삼고있다. 상대팀선수와 몸싸움을 하다가 상대선수의 어깨를 물어뜯은 행위는 아무리 경쟁이 심한 스포츠경기라고 해도 흔히 볼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그래서 렵기적이라는 표현을 하고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록 렵기적이기는 하나 이것 또한 따지고보면 일종의 실수에 속한다.
흥미를 끄는것은 작가가 이 에피소드에 이어 곁들여놓은것이 엉뚱하게도 로자와 그의 스승인 상용의 문답이야기라는 점이다. “동에 닿지 않을 련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전제를 달고있지만 역시 엉뚱하다는 느낌은 여전하다. 그런데 이 작품이 매력적인 점은 그 엉뚱한 련상이 우리에게 시사하는바이다.
로자와 상용의 문답에서 앞의 월드컵경기에서의 렵기적인 에피소드와 관련을 가지는 내용은 이빨이다. 인생은 때로 강한 이빨보다 부드러운 “이빨”이 더 유용할 때도 있다는 이 고사는 쇠도 씹어먹을수 있는 이빨을 가져야만 생존할수 있다는 현대인들의 생각을 전복하고있는것이다. 이것 또한 현대인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주는 삶의 지혜가 될것이다.

​세번째편인 “패자만가(敗者輓歌)”는 좌절을 겪은 세계 축구강팀들에 대한 얘기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전통적인 강팀들이 일찌감치 경기장을 떠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지난번 월드컵의 우승이였던 에스빠냐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잉글랜드도 같은 고배를 마셨다. 브라질은 그리 어이없지는 않았으나 8강전에서 독일에 1:7참패라는 수치를 당하고말았다. 당사자들에 대해 말하면 이런 이변은 혹독한 징벌이 되겠지만 관객의 립장에서는 오히려 흥미거리가 될수 있다. 지나치게 예측이 가능한 경기는 재미가 없기때문이다. 우승을 다투는 경기란 워낙 그런것이니까. 문제는 이 패자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이다. 승자에 환호하고 승자에게서 뭔가를 배우려하는 반면에 패자에 대해서는 조소하고 심지어 타매하는 사회의 풍조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작가는 한번 패자는 영원한 패자가 아니며 실패를 딛고 일어설 때 성공이 이루어진다는 리치를 제시한다. 그 패배를 딛고 일어서는 자만이 진정한 승자라는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성패의 변증법이 아닐까?

4년마다 한번 열리는 월드컵경기는 온 지구촌이 환호하는 축제이다. 따라서 월드컵의 화제 특히 자책꼴이나 상대선수의 어깨를 물어뜯는 렵기적인 행위, 그리고 강팀들의 무력한 패배와 같은 이변들은 항간의 화제가 되기에 충분한 관심거리라 할수 있고 작가 김혁이 이에 대한 관심을 문학적으로 표현한것 역시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의 주목이 필요한것은 월드컵이슈 혹은 에피소드 자체에만 있는것은 아니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 우리 시대의 문제에 천착했다는데 좀 더 가치가 있는것이다.

무한경쟁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성패의 변증법은 유익하다. 일상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심어주고있기때문이다.

"장백산" 2014년 6월호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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