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청소년 위한 SF세계명작소설

해저 지진 도시 F. 폴 . J. 윌리암슨 작 이 인석 역
2023년 08월 23일 14시 51분  조회:449  추천:0  작성자: 강려
해저 지진 도시
 
F. 폴 . J. 윌리암슨 작
이 인석 역
 
프레더릭 폴
1920년 미국 태생 . 20샅 때부터 SF를 쓰기 시작하여 작가 활동을 하계 되었다.
'우주 살인" "해저 정보" "해저 함대" 등.
 
J. 윌리암슨
1908년 미국 태생. "우주 군단" "휴머노이드" 등.
 
편집 위원
아동문학가 이 원수․박 홍근 / 문학박사 최 인학
공학박사 양 옥룡 / 이학박사 김 희규
전교육감 김 성묵
 
<차 례>
정 보······················ 4
타이드 신부·················· 13
해저 박물관·················· 22
해저 지진 도시················· 28
지진 예지··················· 37
지오존데···················· 50
미 행····················· 61
백만 불 짜리 지진··············· 72
이든 기업··················· 84
노인끼리의 대결················ 95
구정물 처리장에 잠수선!············ 105
진도 +(플러스) -(마이너스)·········· 114
10억 불의 공황················ 125
연판으로 둘러싼 금고············· 137
스튜어트 이든의 범죄············· 149
지저 기지에의 침입자············· 161
지진 박사··················· 176
지저에의 여행················· 189
바위의 바다·················· 200
이든나이트의 빛················ 212
 
작품 해설··················· 219
 
등장 인물
 
스튜어트 이든 : 이든 나이트를 발명한 위대한 발명가이며, 바다 밑에서 일어날 지진을 미리 알아내는 권위자이다. 이든은 수소폭탄을 사용하여 인공 지진을 일으켜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를 지진의 위기에서 구출한다.
존 고에쓰 박사 :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지진학자. 지오존데(Geosonde. 지하 기상 측정 기계)를 개발하여 바다 밑에서 일어나는 지진 예지에 크게 공헌한다.
짐 이든 : 해저 함대기지 사관생도. 인공 지진으로 숙부인 스튜어트 박사가 살인자의 오해를 받게 되자 고민한다.
기데온 파크: 스튜어트 이든의 충실한 조수. 수소폭탄으로 일으키는 인공 지진에 가담한다.
다나까 중위 :해저 함대 사관 후보생의 일본인 지휘관. 인공 지진을 일으키는 스튜어트 이든을 추적한다.
밥 에스코 : 해저 함대 사관 후보생. 인공 지진을 일으키는 데에 가담하여 친구인 이든에게 미행 당한다.
벤 단소프: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에 주식 거래소를 창설하여 개인적인 돈벌이 이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지 않는 비인간적인 사나이.
할리 단소프 : 아버지 벤 단소프의 비정을 목격하고, 여러 사람들 앞에서 아버지의 비인간적임과 자기의 괴로움을 고백한다.
타이드 신부 : 지진학자
정 보
 
토요일 오후는 자유시간이다.
"수중 테니스라도 하지 않겠나?"
나는 동급생인 밥 에스코를 꼬셔서 해중(바닷속) 풀장으로 갔다.
우리들 잠수 사관 후보생에게는 자유시간 중의 스포츠도 훈련에 든다....
이곳은 미국 뉴욕에서 1천 2떠 킬로미터 동남쪽 대서양에 있는 버뮤다 섬이다.
이전부터 이곳에는 영국과 미국의 해군 기지와 공군 기지가 있었다. 지금은 국제 연합의 해저 함대 기지가 되어 그 한쪽에 잠수 사관 학교가 설치되어 있다.
“짐 빨리 오게."
밥 에스코는 풀 속에 뛰어들어 발로 물을 차면서 잠수하기 시작하였다.
"서둘 것 없네."
나는 수영장 가에서 신중히 산소 봄베(압축된 고압 상태의 기체를 넣어 두는 두꺼운 강철로 만든 용기)를 조절하며 말했다.
"이든 후보생!"
갑자기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얼굴을 들어보니 두 명의 해군 사관이었다.
우리의 교관하고 사령부의 당직 장교가 풀에 다가 오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부동 자세를 취했다.
"이든 후보생. 1300시(오후 1시)에 사령관실로 출두할 것."
당직 장교가 씩씩한 목소리로 말했다.
"넷, 알겠습니다."
나는 경례를 했다.
당직 장교는 답례를 하고 교관과 함께 사라져 갔다.
풀 수면에 밥의 얼굴이 나타나 수중 마스크를 들썩하고 외쳤다.
"빨리 오게, 짐. 무얼 하고 있나?"
그러나 교관하고 당직 장교의 뒷모습을 보자 휘파람을 불었다.
"저 두 사람은 뭣하러 왔었나?"
"1300시에 사령관실로 출두하라는 걸세. 나 혼자서 말일세.“
"흐음, 어쩌면 단소프가 얘기하던 건지도 모르겠군."
그러면서 밥은 물에서 올라왔다.
"어떤 얘긴가?“
내가 이렇게 묻자 밥은 머리를 가로 저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자네하고 나 그리고 단소프, 이렇게 세 사람에 관계되는 일인 모양일세."
"알 수 없는 일에 신경을 써도 할 수 없잖은가."
나는 봄베에서 마스크를 떼어 내고, 공기를 공급하는 밸브를 점검하였다.
수중 테니스는 중지하지만 다음 할 때에 대비해서 점검해 두는 것이다.
(조심하고 더욱 조심을 해라. 수중 장비는 모두 두 번씩 점검하여라.)
이것이 해저 함대의 습관이다. 해저에서는 다시 할 수가 없다. 장비의 고장이 그대로 죽음에 연결되는 것이다.
나는 밥하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교사로 향했다.
버뮤다의 태양이 벌거벗은 등에 뜨겁다.
요새 해저에서의 훈련이 많았던 탓이다.
과학의 진보가 여러 가지 발명을 낳게 해서 마침내 인류는 해저를 정복했다.
암흑의 해저에는 거대한 돔(둥근 지붕)에 싸인 해저 도시가 차례차례로 건설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떠한 발명도 자연의 공기의 싱그러운 내음과, 수평선이나 지평선의 망망함을 해저 생활에서 맛 볼 수는 없었다. 밥은 멈춰 서서 푸른 숲과 해변가 백사장에 가지런히 늘어서 있는 빨간 지붕들과, 해면이 빛나는 하얀 물거품들을 바라보았다.
"통가 해구에 있는 자연 진주를 몽땅 합친다 해도 이 아름다운 경치를 따를 수는 없지."
확실히 밥이 말하는 게 옳다.
심해의 엄격함과 무서움이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해저 도시와 돔은 모두 이든나이트라는 특수 금속의 얇은 피막으로 둘러싸여 굉장한 수압(물의 압력)에서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든나이트 피막 밖에는 언제나 검은 사신(재앙을 내리는 요사스러운 귀신)이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에 누가 버튼을 잘못 눌러 파이프의 열고 닫는 장치가 틀리면, 사신은 당장에 이든나이트를 파괴하고 도움 안으로 침입한다. 그리고 해저 도시는 트럭의 타이어에 짓눌린 땅콩처럼 납작해지고, 시민들은 산산조각이 될 것이다.
"자네들 대낮부터 좋은 꿈이라도 꾸고 있나?"
돌연 말소리가 들려 그쪽을 돌아보니 또 한 사람의 사관 후보생이 옆에 와 있었다.
아까 밥이 말하던 할리 단소프였다. 나에게는 초면이지만 이름만은 듣고 있었다.
할리는 날씬한 체격에 밥보다 약간 키가 작았다.
줄이 선 진홍색의 제복을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빗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 싫은 인상이었다.
밥이 초면인 우리들을 소개했다.
"짐, 할리 단소프는 심해 기지에서 온 학생일세."
"그리고 또 다시 심해로 돌아가는 걸세. 자네들과 함께 말이네."
소매에서 조그만 산호 파편을 털어 내면서 할리는 말했다.
나와 밥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두 사람 다 할리하고 함께 심해로 간다는 명령을 들은 일이 없었다.
"명령은 오늘 오후 나기로 되어 있단 말일세."
할리가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했기 때문에 나는 그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자네는 그런 걸 알고 정보를 입수했지."
할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 정보로는 우리가 가는 행선지가 어디로 되어 있나?"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일세."
"그라카타우라고?"
밥이 날카롭게 되물었다.
"그렇네."
하고, 대답하며 할리는 밥의 얼굴을 이상한 듯이 바라보았다. 어쩐 셈인지 밥의 얼굴은 몹시 창백했다.
"그라카타우로 무얼 하러 간단 말인가?"
내가 거듭 물었다.
"내가 입수한 정보는 그곳으로 간다는 것뿐이네. 그 이상의 것은 아직 모르네."
할리는 또 어깨를 으쓱했다.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
나는 할리의 정보를 믿고 싶었다. 만약에 지금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서슴없이 '그라카타우'라고 대답할 것이다. 수많은 해저 도시 중에서 그라카타우는 가장 새롭고 가장 큰 해저 도시였다. 장소는 순다 해협(자바 섬과 수마트라 섬의 중간)에 있는 유명한 화산섬 그라카타우 섬의 남쪽에 가로놓인 자바 해구의 언저리이며, 수심 5천 미터의 해저다.
나의 숙부 스튜어트 이든이 즐겨 이야기해 준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 섬 주변의 해저는 석유와 우라늄과 주석의 보물고이다. 그러나 그곳에 해저 함대의 훈련 기지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일이 없다. 대체 무슨 훈련 때문에 세 명의 잠수 사관 후보생이 그곳에 파견되는 것일까?
할리는 경멸하는 투로 밥에게 말했다.
"왜 그러나, 밥. 안색이 나쁜걸, 무섭나?"
"무서울 것까지는 없지만 지진이 약간 마음에 걸린다네."
밥은 조금 불안한 듯 하였다.
"그렇다면 그라카타우 섬의 해저 도시는 자네에겐 맞지 않는 곳이군. 백년 전에 일어난 그라카타우 화산의 대폭발 얘기는 들었겠지? 그 때 해상에서는 높이가 30미터나 되는 큰 물결이 일어났다는군! 그 주위의 해저는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지대란 말일세."
할리가 눈을 빛내며 기쁜 듯이 말했기 때문에 나는 비꼬아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해저 지진이 많으면 무슨 좋은 수라도 있나?"
지진은 물론 지상에서도 무서운 재해를 가져온다. 그러나 해저의 경우는 더욱 커 천 배나 되는 굉장한 파괴력을 휘두른다.
극히 작은 지진일지라도 수송관을 절단하고 밀어닥치는 바닷물이 광구의 갱 속을 막아 버린다.
또한 강한 지진이라면 일순간에 이든나이트의 얇은 피막을 찢어 버리고, 해저 도시를 둘러싼 거대한 돔을 박살내 버린다.
심도(깊은 정도, 깊이) 1만 미터의 수압을 견디어 내는 이든나이트도 대지진에 대해서는 별로 저항력이 없는 것이다.
"보통의 해저 생활자는 지진을 두려워할 뿐이지."
할리는 빙그레 웃고는 말을 계속했다.
"그렇지만 해저 지진이 이익을 가져다주는 강우도 있단 말일세. 말하자면 우리 아버지 같은 경우 말이네. 우리 아버지는 해저 도시 그라카라우에서 큰 사업을 하고 있네. 정보를 잘 입수하면 지진 때마다 돈을 한탕씩 벌어들인다네!"
이 때 내 머리 속에 하나의 이름이 떠올랐다.
"할리, 자네 아버지가 실업가인 벤 단소프 씨인가?"
"그렇네. 우리 아버지는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가 완성되기 전에 장래를 내다보고 그 한 쪽을 사서 장사를 시작했지. 지진 때마다 해저 산업 관계의 주식이 대폭 떨어지네. 그 때 그것을 몽땅 사서 재산을 불리었다네. 지금 아버지는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의 주식 거래소 회장이며 해저 도시를 운영하는 시의회의 의원직도 갖고 있네. 아버지는 모든 시민으로부터 '따개비 벤'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래 해저에서 살고 있어......"
이 자랑 얘기를 밥이 막았다.
"'따개비 벤'이라고? 그건 기생동물이란 뜻이 아닌가? 적어도 자네 아버지는 해저 도시 개발의 선구자는 아닐세. 육상의 인구 증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해저 도시의 개발에 도전한 진정한 탐험가나 발명가라면 짐에게 물어보는 편이 좋을걸. 짐의 숙부인 스튜어트 이든은 이든나이트의 발명가일세!"
할리는 입을 다물고 나를 날카롭게 쳐다보면서 물었다.
"스튜어트 이든은 자네와 숙부인가?"
"그렇네."
하고, 나는 가볍게 대답했다.
가족이나 친척은 정신적인 뒷받침이 되어 주느냐 아니냐가 중대한 문제이지, 육친이나 친족 중에 유명한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가 아니라고 항상 숙부에게 훈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해저 도시의 건설을 가능케 한 이든나이트의 발명가를 숙부로 두고 있다는 것은 역시 나의 자랑이었다.
"나와 아버지는 자네 숙부의 발명을 몽땅 살수도 있었을 걸세."
할리는 도전하듯이 말했다.
하지만 나는 숙부의 가르침을 지켜 상대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할리는 밥에게 질문의 방향을 돌렸다.
"자네의 가족은 어떤가?"
"어떠냐고?"
밥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리는 계속했다.
"자네도 가족은 있겠지? 얘기해 주게나. 어떤 사람들인지?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어디에 살고 있지? 자네 아버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지극히 평범한 시민일세. 아버지는 일가를 이루고 있지."
"해저에 간 일이 있나? 해저 생활자인가?"
할리가 너무나 짓궂어서 내가 끼어 들었다.
"가족 같은 건 아무래도 좋잖은가. 우리들이 이제부터 세 사람 함께 해저로 간다면 그것이 어떤 일이든 간에 팀웍을 짜는 게 중요한 일이란 말일세."
"잘 될까?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는 적어도 지진이 두려운 사나이에게는 맞는 장소가 아닌걸."
한 마디 뱉듯이 말하고 할리는 총총히 사라졌다.
"호감이 안 가는 녀석이군. 될 수 있는 한 저 녀석을 상대 않는 게 좋겠네. 밥, 저놈하고 함께 해저로 간다는 명령이 아직 나온 것은 아니지 않나."
나는 걸어가면서 밥을 위로했다. 밥은 결코 겁쟁이가 아니다. 해저 지진을 두려워 할 그런 사나이가 아니다.
통가 지구에서 거행한 지난번의 심해 훈련에서 우리는 때때로 사신하고 대결했다. 그 충격에서 아직 완전히 헤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기숙사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까, 당번 후보생이 게시판에 사령부에서 온 명령서를 붙이고 있는 중이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글씨가 쓰여 있었다.
밥과 나는 게시판 앞에 멈춰 섰다.
 
다음의 후보생은 금일 1700시(오후 5시)에 사령관실로 출두할 것.)
 
할리 단소프.
짐 이든.
밥 에스코.
 
밥과 나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이상한데, 당직 사관은 아까 풀장에서 분명히 1300시에 출두하라고 말했었는데......"
내가 중얼거리자 당번 후보생이 뒤돌아보았다.
"아아, 짐인가. 자네는 두 번 출두하기로 되어 있네. 1300시의 출두는 자네의 숙부이신 스튜어트 이든의 사망설에 관한 거라네."
 
 
타이드 신부
 
사령부 정문 입구에 잠수 사관 학교의 상징이 조각되어 있다.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라고.
나는 약속 시간보다 10분 빨리 사령관실에 출두했다. 사령관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1300시에 어김없이 나타날 모양이다.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심정이었다.
<당번 후보생이 한 이야기는 정말일까? 숙부가 정말로 죽었단 말인가?>
이미 양친을 잃어버린 나는 숙부인 스튜어트 이든이 단 한 사람의 육친이었다.
숙부의 집은 여기서 1만 6천 킬로미터 떨어진 해저 도시 마리니아에 있다. 얼마 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최근 건강이 좋지 않다고 듣고 있었다.
<필경 병이 악화되어서 마침내......>
나는 불길한 생각을 쫓아 버린다.
분명히 당번 후보생은 사망설이라고 말했다. 죽었는지 아닌지 아직 확실하지 않은 것이다.
1300시 정각에 사령관이 나타났다. 검은 수단을 입은 사나이와 함께였다. 턱 벌어진 체격의 사령관 옆에 서니까 마치 어린애처럼 보일 정도로 작은 몸집의 사나이다.
"이든 후보생, 이분은 이에즈스회(기독교 중의 일파)의 타이드 신부다. 자네를 만나 꼭 얘기하고 싶은 일이 있으시단다."
신중한 목소리로 사령관은 말한다.
나는 신부의 손을 잡고 문득 불안을 느꼈다.
신부의 눈이 날카롭게 나를 보고 있었다. 사령관의 눈도 엄격하게 나에게 쏠리고 있었다.
신부가 입을 열었다.
"나는 자네 숙부님의 친지일세. 짐, 아마 자네는 숙부에게서 내 얘기를 들었을 테지?"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였으나 파란 눈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아뇨, 모르겠습니다. 저는, 숙부하고 자주 만나는 일이 없었으니까요."
라고, 나는 대답했다.
"그럴테지."
타이드 신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둥근 얼굴의 볼이 붉고 반들반들했다.
연령은 잘 알 수 없지만 이미 젊지 않은 나이인 것만은 확실하다.
"짐, 자네를 만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지만, 자네 일은 잘 알고 있네. 통가 해구에선 큰 공을 세웠다더군. 나도 언젠가 그 해구에 들어가 보고 싶지만 매우 힘이 들 걸세........"
타이드 신부의 말을 듣고 있으려니까, 나는 상대방의 정체를 더욱 알 수 없게 되었다. 신부치고는 바다 밑의 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너무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바다 밑에 들어가 활약하고 있는 듯한 말투다.
"그건 그렇고 짐, 이것들을 본 기억이 있나?"
그러면서 타이드 신부는 상자를 열고 플라스틱 주머니를 끄집어내어서 그 속에 들어 있는 것들을 책상 위에 진열해 놓았다.
멋진 통가 진주를 박은 은반지며 스텐레스 케이스에 들어 있는 정밀 손목 시계, 얼마간의 화폐와 소액 지폐, 미국과 마리니아의 달러, 그리고 찢어진 봉투가 한 통, 손에 들고 볼 필요도 없었다. 모두 내가 잘 알고 있는 것들 분이다. 반지는 숙부의 것이며 거기에 박혀 있는 진주는 쟈슨 그레이켄이라는 오랜 친구에게서 선물 받은 것이다.
시계는 우리 아버지가 옛날에 숙부에게 물려 준 것이다. 그리고 찢어진 봉투의 표면에 씌어 있는 주소하고 이름은 내 필적이다. 내가 숙부에게 보낸 편지인 것이다.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부 숙부님 것입니다."
"역시, 그랬군......"
타이드 신부는 위로하는 눈초리로 나를 보면서 숙부의 물건들을 또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숙부님의 신상에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물어 보았다.
"나는 알 수 없네. 짐, 그래서 자네에게 물어 보고 싶어 찾아온 걸세."
"제가 당신에게 얘기를 해요? 무슨 말을 했으면 좋겠습니까? 그것보다도 신부님은 그 물건들을 어디서 손에 넣었습니까?"
"수중차 안에서네. 이 설명을 하자면 시간이 꽤 걸릴 텐데 참고 들어주게나."
타이드 신부는 플라스틱 주머니를 상자에 넣고 방안을 빙빙 돌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들의 교단(종교 단체)은 화산학과 지진학 개발에 공헌하고 있네. 나도 신부이면서 해저 화산과 해저 지진의 연구 방면에는 전문가인 셈이네. 그런데 2주일 전......"
잠깐 말을 끊고 타이드 신부는 창 너머로 밝게 빛나는 버뮤다의 바다에 눈길을 보냈다.
"인도양의 바다 밑에서 돌연 분화가 일어났지. 그건 참으로 전연 예상 밖의 분화였네."
"예상 밖? 정말로 미리 알 수 없었습니까?"
"그렇다네, 짐. 자네도 잘 알다시피 오늘날의 과학은 지진이나 화산의 분화를 거의 100퍼센트 예지(미리 앎)할 수 있는 데까지 진보되어 있네. 그러나 인도양의 분화는 전혀 예지 할 수 없었다네. 그 부근의 바다 밑에는 분화를 일으킬 만한 활동이 전연 없었는데 분화가 일어난 걸세. 그 때 나는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에 있었지. 그곳 지진계의 기록에 의해 진원지(지진이 일어난 곳)는 약 3천 킬로미터 떨어진 인도양의 바다 밑이라는 것을 알았네. 나는 진원지를 조사하기 위해서 곧 수중차로 출발했네. 그래서 다음날 밤 진원지에 도착했지. 해상은 분화 때문에 아직 거칠었네."
그는 말을 이었다.
"해저에서는 새로 분출한 용암과 진흙이 3킬로 사방에 퍼져 있었네. 이곳저곳에서는 아직 조그만 폭발이 계속되고, 용암은 뜨겁고 바닷물은 펄펄 끓고 있었지. 나의 수중차는 해저 지진 관측용으로 만들어진 내진(지진을 견뎌 냄), 내열(높은 열에서 질이 변하지 않고 견딤)용이기 때문에 간신히 가까이 갈 수가 있었네. 만약에 그곳에 해저 도시의 도움이 있었다면 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을 걸세. 설령 해저 도시가 없었다 해도 때마침 탐광(땅 속에 있는 각종의 광맥이나 광산을 찾아내는 일) 기술자가 있었을지도 알 수 없지."
"신부님.“
나는 상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의 숙부님의 물건들은 그곳에서 발견했습니까?"
"그렇다네. 그렇지만 짐, 순서를 따라 설명할 테니까 조금만 더 참고 들어주게. 나는 뜨거운 용암 언저리를 따라 과학적인 관측을 계속하는 것과 동시에 불행한 조난자를 찾으려고 했지. 물론 바닷물은 흙탕이어서 수중차의 불빛이 통하지 않더군. 더군다나 분화 때문에 활동이 둔해져 매우 힘이 드는 일이었네. 이윽고 거의 망가져 가던 음파 탐지기가 구조 신호를 잡았네. 그것이 자동 긴급 발신기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았네. 나는 구조 신호의 음파를 따라 용암원의 언저리를 전전했네. 간신히 상대방의 위치를 찾아 냈지. 그것은 수중차였네. 진흙과 암석에 절반이 묻혀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지. 나는 신호를 보냈으나 대답이 없었네. 그렇지만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든나이트 잠수복을 입자마자 바다로 나가 상대방 수중차에 옮겨 탔네."
"저런! 모르셨습니까? 그건 자살 행위입니다!"
나는 그만 부지중에 외쳤으나 사령관이 흘기는 바람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사람을 구하려면 위험을 무릅써야 할 때도 있지. 짐, 그러나 수중차에는 아무도 없었네. 필경 그 수중차는 폭발로 휘날려 바윗더미에 덮여서 움직이지 못하게 됐던 거겠지. 로커는 열린 채였고 이든나이트 잠수복은 없었네."
"그렇다면 탔던 사람들은 모두 탈출했던 겁니까?"
"그럼. 하지만 안전한 장소까지 피신했는지 어쨌는지는 알 수 없지. 나는 아무도 없는 수중차 안에서 자네에게 보여 준 물건들을 발견했네만, 곧 그것을 가지고 되돌아오지 않으면 안 되었네. 가까이서 또 폭발이 일어나 하마터면 뜨거운 흙탕물에 휘말릴 뻔 했기 때문일세."
"그래서...... 신부님은...... 우리 숙부님이 어떻게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더듬거리면서 물었다.
나는 타이드 신부가 동정이나 위로의 말을 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타이드 신부의 파란 눈은 날카롭고 차갑게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아까의 물건들이 스튜어트 이든 것이 아니라고 자네가 그래 주길 바랐던 걸세."
"아뇨, 분명히 숙부님의 물건들입니다. 그래도 나는 숙부님이 죽었으리라고는 믿을 수 없습니다."
"나도 스튜어트 이든이 무사하기를 빌겠네."
타이드 신부는 또다시 밝게 빛나는 바다에 눈길을 돌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짐, 문제는 자네 숙부님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게 되어 있네."
"그밖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나는 직업상 인간의 죽음에는 익숙하네. 가령 누가 죽는데도 놀라거나 다급해 하거나 하지를 않지. 그런데 이번 해저 화산 폭발은 내게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해 주었다네."
타이드 신부는 무엇인가 알아내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짐, 자네 숙부님은 어째서 인도양에 계셨을까?"
"알 수 없습니다. 요전에 제가 연락을 했을 때는 해저 도시 마리니아의 집에 계셨습니다."
"요전이라니, 언제쯤?"
"분명히 두 달 전이었습니다."
"거기서 숙부님은 무얼 하고 계셨나?"
"앓고 계셨습니다.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편치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그랬었군, 즉 말하자면 자네 숙부님은 자기 병에 절망하고 있었어. 그래서 결정적인 일을 할 생각이 들었을는지도 모르겠군."
"결정적인 일이란 무엇입니까?"
내가 물어 봐도 타이드 신부는 곧 대답해 주지를 않았다.
신부는 30초 가량 슬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간신히 말했다.
"인도양의 해저 지진은 예지 할 수 없었네. 그것은 인공적인 것이었다는 증거일세. 가장 훈련을 쌓은 최상급의 지진학자들 밖에 모르는 일이지만, 현재 온 지구 전역에 지진 예지망이 쳐 있어서 어떠한 지진이라도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미리 알 수 있게 되어 있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요즈음 예지 되지 않은 지진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네. 인도양의 해저 폭발도 그 중의 하나일세. 이 지진들은 모두가 해저 도시에서 떨어진 바다 밑에서 일어나고 있네."
"지금까지 몇 차례입니까?"
"여섯 번일세. 그것도 회를 거듭할수록 강하게 되고 진원지도 해저 깊이 되어 있다네. 말하자면 누군가가 인공 지진의 기술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실험을 하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단 말일세."
"설마 제 숙부가......"
나는 망연해졌다.
"그렇다네, 짐...... 만약에 스튜어트 이든이 살아 있다면 어떠한 관계든 있을 것일세."
타이드 신부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해저 박물관
 
인공 지진의 실험!
그 장본인이 나의 숙부라고 타이드 신부는 말한다.
<그런 엉터리 같은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놀라움을 넘어서 나는 몹시 화가 치밀어왔다.
타이드 신부는 사령관에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가려고 하였다. 그것을 내가 불러 세웠다.
"숙부님의 소지품을 놓아두고 가실 수 없습니까?"
타이드 신부는 사령관을 힐끗 쳐다보더니 머리를 가로 저었다.
"언젠가는 자네에게 건네줄 작정이지만 당분간 내가 맡아 두겠네. 이것들은 아주 소중한 증거품들이니까. 지금은 나 혼자서 조사하고 있지만, 그 중 해저 함대의 조사국이 나서게 되면 역시 증거품으로 필요하게 될 테니까."
그 이상 타이드 신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필경 사령관이 나에게 그만 물러가라고 명령을 내렸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전연 기억에 없다.
어느 새엔가 나는 공중 전화 박스 속에 들어가서 해저 도시 마리니아에 있는 숙부님의 집을 호출하고 있었다.
대답이 없었다.
사무실도 비어 있었다.
계속해서 호텔, 수중차 발전소에 전화를 걸었지만 숙부는 물론 숙부의 충실한 조수 기데온 파크도 없었다.
타이드 신부의 이야기는 정말인 것 같았다. 숙부는 완전히 모습을 감춰 버린 것이다.
다시 내 정신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교내의 해저 박물관 홀에서 커다란 세계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메르카토르(네덜란드 지리학자)식 투영 도법으로 그려진 것이지만 육상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전연 소용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왜냐 하면 육지의 부분은 강과 큰 도시를 빼고는 새까맣게 칠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바다의 부분은 아름다운 색깔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청색과 녹색은 바다 밑의 깊이를 나타내고 있다. 진홍빛과 오렌지색은 바다 밑의 산악지대를 나타내고 있다. 황금색은 해저 도시, 거미줄처럼 둘러친 은빛 선은 파이프 선이나 진공 튜브 길, 어둡게 흐린 부분은 바다 밑의 광물 자원을 나타내고 있다.
해저에는 무한한 부(쌓은 재화)가 있다. 억만장자를 백만 명 만든다 해도 아직 남을 정도다.
그러나 나의 아버지나 숙부처럼 해저 개발자들이 목숨을 걸고 쌓아 올린 것을 때려부수려는 사람들도 있다. 부정한 수단으로 사복을 채우려는 야심가도 있다.
타이드 신부의 말에 따르면 위대한 해저 개발자의 한 사람인 스튜어트 이든이 용서할 수 없는 악당이 된다. 그런 바보 같은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나는 나 자신에게 타이르며 지도 앞을 떠났다.
이 해저 박물관에는 해저 개발의 역사를 말하는 여러 가지 물건이 전시되어 있었다. 어떻게 해서 여기에 오게 됐는지 나는 전연 생각나지 않았다.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어느 사이엔가 밥과 할리가 박물관에 와 있었다.
"좋은 꿈이라도 꾸고 있나? 아까부터 밥하고 내가 과 있는데도 알지 못하니 어이가 없네그려."
할리가 일부러 과장해서 말했다.
"잠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얼버무렸다.
"이것 좀 보게!"
밥이 유리로 된 전시 케이스를 가리켰다.
그 안에는 가느다란 금속이 들어 있었다. 직경 10cm, 길이 90cm의 끝이 뾰족한 원통이다. 표면에는 무수한 발화점이 즐비하여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이다.
"지저 굴진(땅 속을 파 들어감)카의 모형일세.
밥은 케이스 안에 있는 카드를 가리켰다.
<지저 굴진 카의 모형, 현재 해저 함대가 실험기를 시험 중이다. 우리들은 이 기계에 의해 해저 밑의 지층 탐험 조사 여행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어럽쇼! 이 기계로 인간이 해저 지하에 자유로이 파들어 갈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놀라 외쳤다.
그러자 할리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지저 굴진 카 얘기라면 내게 물어 보게. 우리 아버지는 이 기계의 드릴을 몇 개인가 사들였다네. 아버지 말로는 이 드릴은 해저의 굳은 바위를 버터처럼 깎아 낸다는 거야. 이 드릴을 구비한 지저 굴진 카는 인간이 타고서 바다 속을 전진하는 잠수함처럼 바다 밑 아래 바위 속을 거칠 것 없이 전진하는 걸세. 그래서 드릴을 가진 인간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거라네."
"한심한 놈이야! 자넨 언제나 돈벌이 생각밖엔 할 수 없나?"
라고, 밥은 싸울 듯이 말했다.
"돈벌이가 나쁜가? 돈이 없으면 아무 일도 못하네......"
할리도 맞서며 밥을 쏘아보았다.
"잠깐만.“
나는 싸움을 말리기 위해서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확실히 이 모형은 훌륭하지만 실물의 경우는 어려운 문제가 있네."
"사실은 그렇다네."
하고, 할리가 비로소 털어놓았다.
"지저 굴진 카의 동력은 원자력이니까, 고열을 방출하네. 거기다가 드릴이 고속으로 암석을 깎기 때문에 마찰열이 생기네. 더욱이 해저 밑의 땅 속으로 수 km를 파 들어가면 무서운 지열이 있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타기 위해서는 강력한 냉방 장치의 개발이 필요하다네."
할리가 말을 마치자,
"여보게."
하고, 밥이 탁상시계를 가리키며 외쳤다.
"1700시까지 이제 5분밖에 안 남았어. 빨리, 사령관실로 가세."
잠시 후 우리들 세 사람은 사령관실의 커다란 책상 앞에 서 있었다.
사령관은 북극의 바다처럼 차가운 눈초리로 우리를 둘러보았다.
"여러분, 자네들은 잠수 사관 후보생으로서 마침내 최후의 실지 훈련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제 온 세계에는 전쟁이라는 것이 없다. 그러나 우리 해저 함대에는 여전히 중대한 임무가 부과되어 있다. 갖가지 해저의 위협으로부터 인명과 재산을 지키고, 나아가서는 해저 개발의 추진력이 되는 것이다. 해저 개발에는 각국의 협력 태세가 필요한 것이다. 이든나이트는 미국에서 발명되었으나, 해저 농원의 기술은 영국에서 개발되었다. 지저 굴진 카는 독일의 착상이다. 지진 예지의 기술은 일본인의 손으로 개발되었다. 바다의 위험에 대해서도 온 세계가 합심해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해저 함대는 과거의 빛나는 영광에 언제 까지나 취하고 있을 수는 없다. 세계 정세와 변화를 인정하고 새로운 해저 개발 기술의 진보에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사령관은 잠수사관 학교의 표어를 입에 올려 또 한번 우리를 돌아보았다.
"여러분은 우리 잠수 사관 학교의 학술, 훈련, 더욱이 심리 테스트에 있어서 모두가 우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특히 새로운 과학 기술의 특별 훈련생으로 발탁된 것이다. 여러분은 오늘 밤 2100시(밤 9시)에 출발하여 뉴욕과 싱가폴을 경유해서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로 향하는 것이다. 임무에 대해서는 해저 함대 그라카타우 기지에서 지시를 받도록. 이상 끝. 해산!"
우리는 재빠르게 경례를 하고 뒤로 돌아서 사령관 실을 나왔다.
"내가 말한 대로지. 정보를 입수하고 있었거든."
할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렇지만 특별 훈련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
 
 
해저 지진 도시
 
우리들의 제트기는 속도를 늦추면서 해상에 떠 있는 엑스(X)형의 비행장을 향해 고도를 내렸다.
"저 5천 미터 바로 아래에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가 있다네."
할리는 그 해저 도시가 자기 집이나 되는 것처럼 자랑하는 것이었다.
활주로에 착륙한 제트기는 곧 굵은 로프로 칭칭 묶였다. 항공 모함의 경우와 같았다.
우리는 제트기에서 열대의 태양이 내리쪼이는 활주로에 내려섰다.
비행장은 3백 미터의 활주로가 두 줄기 직각으로 교차한 곳이다.
주위의 해면은 꽤 파도가 세었다. 그렇지만 해면에서 활주로까지는 약 70미터 가량 되기 때문에, 어떠한 높은 파도가 밀어닥쳐도 안전한 것이다.
떠 있는 비행장은 해저 도시의 현관인 동시에 배기(공기를 밖으로 뽑아 냄)장치의 역할도 하고 있었다. 이든나이트로 덮인 유달리 특별한 관이 신선한 공기를 해저 도시로 보내고, 더럽혀진 공기를 해상으로 토해 내는 것이다.
낡은 형의 해저 도시는 더러워진 공기를 정화(더러운 것 없애고 깨끗하게 함)해서 다시 사용하는 장치를 구비하고 있지만, 최신식의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에서는 해상에서 직접 신선한 공기를 끌어들이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우리들은 5천 미터의 바다 밑 공기를 뱉어 내는 배기통 옆을 지나칠 때, 차고 축축한 공기의 냄새며, 염수(소금물) 냄새며, 사람들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것은 그리운 냄새였다.
할리의 안내로 우리들은 바다 밑으로 향하는 승강기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자 승강기는 무서운 속력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와 밥은 저도 모르게 잡을 것을 찾으려고 허둥대었다. 이것을 보고 할리가 낄낄 소리 내어 웃었다.
"자네들은 무엇인가 꽉 잡지 않으면 서 있을 수 없나? 승강기가 무서워서야 어디 지진이라도 일어났을 땐 어떡할 건가?"
그러자 밥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면서도 마주 대답을 했다.
"승강기 속도에 놀랐을 뿐이네. 자네가 서 있을 수 있다면 나와 짐도 서 있을 수 있지."
승강기는 4천 미터의 바다 밑까지 단숨에 내려갔다.
문이 열리자, 나는 무릎이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별세계에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이곳에는 눈부신 푸른 하늘도, 상쾌한 바닷바람도 없었다.
머리 위에 있는 것은 오직 깊이 5천 미터의 인도양 뿐인 것이다!
해상으로 통하는 승강기의 발착소는 해저 도시의 최상층에 있었다.
할리의 안내로 우리는 다른 승강기에 갈아타고 중간에서 긴 통로를 걸어 최하층부 부근에 있는 해저 함대 기지로 향했다.
넓은 녹지 내에서는 땅 위에 나무와 풀이 밝은 태양등 밑에 자라고 있었다.
바다 밑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이상의 사치는 없을 것이다.
두터운 현창(뱃전에 댄 창문)으로 도움 밖에 펼쳐지는 해저 농원이 보였다.
청백색의 해저 식물의 숲이 흔들흔들 흔들리고 있다. 우리는 상업 지구를 지나갔다.
이곳에는 많은 상사가 모여 해산물의 매매와, 주식이나 투기의 거래가 번창하게 행하여지고 있었다.
"저것을 보게. 우리 아버지의 착안일세!"
할리가 외쳤다.
그것은 '그라카타우 수속 거래소'의 출입구였다.
기둥과 벽이 잠수함을 본따서 녹색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는 주식 거래소 창립 멤버의 한 사람으로 설계를 맡았었지."
"어럽쇼, 그건 또 아주 훌륭하신데......."
밥은 칭찬인지 빈정대는 것인지 잘 분간할 수 없는 묘한 말을 했다.
이것이 할리의 비위를 거슬린 모양이다.
"밥, 자넨 그라카타우가 마음에 안 드나?"
"아니, 그렇지 않네. 떠 있는 비행장에 깜짝 놀랐네. 딴 해저 도시에선 보지 못했으니까."
"다른 구식 해저 도시를 그라카타우하고 같이 취급하지 말아주게. 해상에 떠있는 비행장 건설비는 자그마치 5억 불이네! 완성하기까지 3년의 세월이 걸렸지. 그렇지만 투자 대상으로서는 확실한 걸세."
할리는 목소리를 낮추고 계속하였다.
"우리 아버지는 해상에 뜨는 비행장 건설의 정보를 입수하자 재빨리 투자했었네. 어떻든 그 통풍관은 해저 도시의 생명줄이니까 말일세.
"통풍관이 끊어질 염려는 없나?"
"어떨 때 끊어지리라고 생각하나?"
"폭풍우 때지.“
"걱정 말게 .통풍관은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구조이네. 그리고 해상은 아무리 폭풍우가 휘몰아쳐도 비행장 주위에는 전자 방파 장치의 부이(부표)가 떠 있으니까 직접 피해를 받는 일은 없네."
"이 지방은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지대인데, 지진 때 굉장히 높은 물결이 휘몰아치면?"
"해일 말인가? 지진으로 일어나는 높은 물결은 정확하게 말하면 해일이라고 그런다네. 해일은 분명히 해안에서는 속도가 빠르고 무서운 파괴력을 가지고 있지. 그렇지만 해저에서는 그처럼 무서운 건 아닐세. 해일이 지나간 것이 측량기에는 나타나도, 우리들은 느끼지 못할 정도니까."
밥이 잠잠해졌기 때문에 할리는 부드러운 목소리 가 되었다.
"밥, 지진을 무서워하지 말게. 이곳 주민들은 모두 지진쯤은 아무렇지도 않다네. 자기들 스스로가 이곳을 '해저 지진 도시'라고 부를 정도니까. 그렇지만 이 해저 도시는 진도(지진이 일어났을 때의 지면의 진동의 세기) 9의 지진에도 이겨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단 말일세. 진도 9도 이상의 지진 같은 건 좀처럼 일어나는 게 아닐세. 그래서 우리 아버지는 안심하고 장사를 할 수 있는 걸세."
확실히 할리는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의 생활이나 지진에 대해서 상세하였다. 그렇지만 친구에 대한 동정심이 하나도 없었다. 가장 싫어하는 지진 이야기를 듣고, 밥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굳어졌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했다.
다행히 해저 함대 기지 정문 앞에 이르러 간신히 할리의 이야기는 끝났다.
우리는 진홍빛 제복을 입은 위병에게 신분증명서를 보이고 본부로 들어갔다.
본부에서는 깨끗이 면도를 한 부관이 우리를 맞았다.
"여러분은 오늘로써 당 기지에 배속된다. 해리스 준위가 제군을 기숙사로 안내한다. 그리고 1600시에 스테이션(장소) 케이(K)에서 다나까 중위를 만난다. 여러분들은 다나까 중위 지휘하에 들어간다. 이상."
"스테이션 케이(K)는 어디 있습니까?"
할리가 불안스럽게 물었다.
"이곳에서부터 3천 미터의 지하다."
"3천......."
할리는 숨을 삼켰다.
정보통인 할리도 해저 도시의 지하에 관한 정보까지는 입수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해저의 또 3천 미터 아래에는 무엇이 있단 말인가? 굳은 바위만이 아니란 말인가?>
나와 밥도 질문하고 싶었는데, 그러기 전에 부관이 말했다.
"그러면 해리스 준위가 기숙사에 안내한다. 임무에 관해서는 다나까 중위에게 물어라."
부관이 '해산'이라고 하기 전에 할리가 외쳤다.
"부관님, 이 해저 도시에 나의 가족이 있습니다. 아마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나의 아버지는 이 곳에 주식 거래소를 창설한 벤 단소프입니다. 아버지를 방문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까?"
부관은 잠자코 할리를 바라보았다.
"괜찮을까요?"
할리가 재촉하자 부관은 냉정하게 말했다.
"안된다."
"어째서입니까?
할리는 불만스럽게 되물었다.
"아까 말한 바와 같이 자네 직속 상관은 다나까 중위다. 다나까 중위에게 허가를 받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필경 안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라카타우 기지의 훈련을 위해 배속 받은 사관 후보생은 최초의 두 주일은 외출할 수 없는 것이 규칙이니까."
"두 주일이나?"
할리는 다시 불만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러나 부관님, 나의 아버지는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며......."
"알고 있다. 그러나 군은 한낱 사관 후보생이다!"
"알겠습니다."
"비로소 할리의 목소리는 자신을 잃었다.
우리는 경례를 했다.
이 때 밥이 말했다.
"또 하나 질문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우리는 아직 자기 임무에 대해 아무 것도 아는 바가 없습니다. 말씀해 주실 수 없습니까?"
"좋다!"
부관은 갑자기 인간적인 표정이 되었다.
"나는 자네들이 부럽다."
"부럽다고요?"
"그렇지. 자네들의 임무는 우리 해저 함대의 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이다. 자네들 세 사람은 해양 지진학, 즉 해저 지진의 과학을 습득하기 위해서 파견되어 온 것이다. 해양뿐만 아니라 해저의 지하까지 과학적 조사를 하는 것이다."
바다 밑의 또 그 지하의 과학 조사!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것 같은 임무가 아닌가!
우리들은 해리스 준위에게 안내되어 기지 안의 기숙사로 향했다.
거대한 수리 독(뱃도랑)에는 이든나이트로 뒤덮인 잠수함의 웅장한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독에서 울려오는 금속성이 더 한층 기지다운 활기를 느끼게 하였다.
나는 걸으면서 부관의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의 훈련 장소는 해저의 지하 3천 미터다.
3천 미터의 해저조차 무서운 수압을 받고 있는데, 또다시 3천 미터나 굳은 바위 아래로 들어간다면 위험은 몇 배 아니 몇 십 배나 될 것이다.
해저 조사는 나의 숙부 스튜어트 이든이 발명한 이든나이트 포장에 의해 가능해진다. 그렇지만 해저 밑바닥의 땅 속 조사는 아직 미지수다.
지금 원자력 지저 굴진 카가 실험 단계에 들어가 있지만 실제로 사람이 올라타고 땅 속을 안전하게 항행하기까지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로 기체 내의 냉방이 문제다.
둘째가 기체의 강도다.
이든나이트 강철판(장갑)은 3천 미터까지의 수압에는 견디어 낼 수 있지만, 3천 미터나 더한 암석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셋째로 방사능에 따른 오염 문제다.
최초의 원자력 드릴은 네바다 산맥 전체를 방사능으로 오염시켜 버려서 100년 동안이나 인간이 가까이 가지 못했다고 한다.
나는 밥과 할리를 힐끗 쳐다보았다.
지금은 밥보다도 할리 쪽이 맥이 빠져 힘이 없었다.
자랑한 정보에는 스테이션 케이(K)에 관한 것이 빠져 있었으며,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의 중요 인물인 아버지의 권위도 해저 함대의 규칙을 꺾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할리가 불쌍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진 예지
 
심해(깊은 바다)에는 태양 광선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육상과 같은 낮이 없다. 바다가 생긴 이래로 심해는 줄곧 밤만이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시간이 지나는 것을 잘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버뮤다에 있는 해저 함대 관측소는 하루를 스물 넷으로 나눈 '해저 시간'을 정하여, 이것이 온 세계의 해저 도시에서 쓰여지게 되었다.
1515시에 해리스 준위가 우리들을 스테이션 케이(K)로 안내하기 위해서 기숙사까지 마중을 나왔다.
우리들은 승강기로 해저 도시의 맨 하층부에 내렸다. 그렇지만 우리들이 향하는 곳은 여기보다 훨씬 지하에 있었다.
최하층부의 음침한 창고 지구를 지나치자 통풍관이 가득찬 어두운 터널이며, 해저 도시의 활동을 지탱하고 있는 각종의 파이프가 보였다.
또한 펌프의 돌아가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렸다. 해저 도시에서 사용한 더러운 물을 모두 이곳에 모아 굉장한 압력으로 도움 밖의 바다로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터널 안의 통로로 들어서자 머리 위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아치형의 친정은 검은 현무암(검은 잿빛의 화산암)으로, 해저 도시를 만들 때 해저의 암반(고르지 않은 큰 바위로 된 땅)을 파던 드릴 자국이 아직 남아 있었다.
이윽고 우리들은 금속 문에 부딪쳤다. 그 속에서 제복의 위병이 나와서 외친다.
"정지!"
해리스 준위는 우리들의 배속 명령서의 사본을 보였다.
위병은 엄격한 눈초리로 명령서의 문자를 한 자 한 자 확인하듯이 읽고 나서야 돌려주었다.
기지보다 경계가 엄중하다.
스테이션 케이(K)는 아주 중요한 장소인가 보다.
"가세."
해리스 준위는 문을 들어서자 우리들을 다른 승강기로 안내했다.
그것은 내가 아직까지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조그만 원형의 승강기의 바구니가 원통형의 틀 속에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 바위를 파낸 틀에는 아름답게 빛나는 이든나이트의 엷은 막이 직접 둘러쳐져 있었다. 그것도 그럴 만하다. 회전축(긴 손잡이)에는 바닷물과 암석의 무서운 압력이 걸려 있는 것이다.
우리들이 올라타자 승강기는 내려가기 시작한다.
주위의 이든나이트가 푸른색, 흰색, 초록색 등 가지 각각으로 변화한다.
그 아름다운 빛이 나를 격려해 주는 것 같았다.
숙부가 발명한 이든나이트는 우리 이든 집안의 자랑인 것이다.
언뜻 보니 할리의 얼굴은 백묵처럼 새하얗다.
밥은 굳어진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수 분 사이에 승강기는 3천 미터의 굴대를 내려갔다.
지금 우리들의 머리 위에는 두께 3천 미터의 암석층과, 거대한 해저 도시와, 그 위에 또 깊이 3천 미터의 인도양이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승강기를 나와 이든나이트 로커를 지나 아치형 천장의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이곳에는 이든나이트가 둘러 처져 있지 않았다. 필경 압력 콘크리트로 보강했을 뿐일 것이다.
몹시 습하고 어둡다.
해저에서 3천 미터나 견고한 바위로 차단되어 있다고 하는데도, 천장이며 벽에서 물이 스며든 자리가 많았다. 그것을 보고 있는 사이에도 불어서 조그만 물방울이 되어 벽을 타고 흘러내려서 현무암 바닥에 새겨진 가느다란 도랑으로 들어갔다.
"여기에는 이든나이트가 씌워 있지 않다네. 사용하면 곤란하지. 지저 굴진 카가 출입할 수 없게 되니까 말이네."
하고, 해리스 준위가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아연해졌다.
마치 꿈 같은 계획이 아닌가.
지저 굴진 카가 굳은 현무암 속을 자유롭게 달리며 암벽을 뚫고 이 지저 기지로 출입한다는 것이다.
잠시 후 우리들은 스테이션 케이(K)의 본부에 닿았다. 본부라고는 하나 인공조명이 붙은 자그만 사무실이다. 우리들의 새 지휘관인 다나까 중위는 여위긴 했지만, 정력적인 느낌이 드는 일본인이었다.
"세 사람 모두 잘 왔네.“
중위는 우리들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나는 군의 숙부, 스튜어트 이든 씨의 일을 잘 알고 있다네. 훌륭한 인물일세. 일부 사람들이 하는 말에 신경 쓸 필요 없네. 모두가 시기하고 있단 말이네."
"고맙습니다."
하고, 나는 말했지만 별로 반갑지가 않았다.
숙부의 나쁜 소문이 이런 곳까지 퍼져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었다.
우리들은 의자에 앉았다.
추운 방이다. 조명이 있는데도 어쩐지 컴컴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필경 축축이 젖은 검은 현무암의 벽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머리 위에 8천 미터에 달하는 암흑의 물과 바위가 있다는 것을 우리들이 알고 있는 탓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추운 것은 어째서일까?
다나까 중위는 우리들의 의문을 미리 알아차리고 말했다.
"군들은 여기가 어째서 덥지 않은지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옳은 생각이다.
이만큼 깊이 땅 속으로 들어왔으면 지구 내부의 열로 온도가 꽤 있을 터이다. 그런데도 추울 정도로 서늘하다는 것은 강력한 냉방 장치가 가동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이 서늘한 것은 심리적인 문제, 즉 해저에서 3천 미터 지하에 있다는 공포심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주위의 바위에 해저로부터 찬물이 스며들어 지열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머지 않아 지오존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원하는 대로 더워질 테니 걱정할 것 없네."
다나까 중위는 우리들처럼 가느다란 얼굴에 미소를 띄었다.
"지오존데......."
들어 본 일은 있어도 본 일은 없다. 거기 대해 내가 질문하려고 하는 순간 할리가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중위님, 지금 곧 24시간의 외출 허가를 주실 수 없습니까.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습니다."
"가족?"
"아버지입니다."
할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저의 아버지는 벤 단소프입니다.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의 중요 인물로서......."
"알고 있네."
다나까 중위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외출 허가는 안 된다. 금일부터 2주일간 자네들 세 사람은 매일 16시간 여기 있지 않으면 안되네. 즉 하루 24시간 중에서, 쉬는 시간인 8시간을 제하고는 나머지 전부가 근무 시간이라는 것일세. 알겠나?"
그렇게 말하고 다나까 중위는 의자에 앉아 책상 위에 있는 다이얼을 돌렸다. 그러자 뒤 벽면에 지도가 나타났다. 내가 본 일도 없는 이상한 지도다. 그것은 해저의 지형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았으나, 그 위에 쓰여진 무수한 선과 그림자의 부분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자네들은 사관 후보생으로서 지금까지 예가 없을 만큼 어려운 훈련을 받기 위해 이 스테이션 케이(K)에 배속된 것이다. 훈련의 내용은 지금 우리들의 주위를 둘러 싼 바위, 해면 밑 8천 미터, 해저 밑 3천 미터의 암반의 조사다.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말로써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
일단 말을 끊었다가 다나까 중위는 계속했다.
"자네들이 이곳에 온 목적은 해저 지진 예지 과학을 습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들의 훈련은 시작되었다. 그것은 굉장한 특별 훈련이었다. 잠수 사관 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무렵, 훈련이 힘들어서 비명을 올렸지만, 이번의 특별 훈련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는 매일 해저 아래 무서운 바위 속에 쳐 넣어져서 쉬는 시간도 없고, 숨 쉴 새도 없이 몽땅 쥐어짜졌다.
학습 때나 실습 때나 다나까 중위의 독설이 계속해서 우리들을 채찍질했다. 다나까 중위는 부하를 아끼는 훌륭한 군인이었으나, 겨우 2주일 동안만으로 우리들의 머릿속에 해저 지진학의 대강을 집어넣기 위해서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다나까 중위에게 살해당하는 것이나 아닌가 하고 불안해질 때도 있었다. 우리들의 실수를 발견하고 다가온 때의 얼굴은 마치 사람을 죽이려고 하는 만큼 무서운 모습이었다.
최초의 공부는 지진의 이론이었다.
장시간의 수업과 실험이 반복되었다.
"지각(지구의 겉껍데기)이란 무엇인가? 암석은 튼튼한가? 아니 압력에 대해서는 약하다. 쉽게 어긋나거나 움직이거나 한다. 평균해서 이동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부분적으로 융기하지나 함몰하거나 옆으로 밀려 어긋나거나 뒤틀리거나 한다. 그리고 지진이 일어나는 것은 바위에 가소성 (고체가 힘을 받아 형체가 바뀐 것이, 그 힘이 없어져도 처음 모양으로 바뀌지 않는 현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뒤틀리는 게 축적된다. 그것이 점점 증대해져서 마침내 폭발한다.
한 마디로 말하면 지진은 돌연 풀어놔 준 뒤틀림의 에너지를 소산(흩어지고 사라지고 하여 없어짐)하기 위한 진동이다.“
라고, 다나까 중위는 설명했다.
또한 우리들은 지진파(지진으로 인하여 사방으로 퍼지는 여러 가지 파동)의 주요한 형에 대해서도 배워야 했다.
최초로 지진 관측기에 잡히는 것이 피(P)파(종파)다. 이것은 가장 빠른 것으로서 지저의 하층을 초속 8킬로의 속도로 전달되고, 그 진행 방향하고 수직의 진동, 즉 세로로 흔들림을 일으킨다.
다음에 에스(S)파(횡파가 온다. 이것은 초속 5킬로로 전달되며, 진행 방향과 수평 진동, 즉 옆으로 흔들린다.
그리고 가장 길고 강력한 엘(L)파가 온다. 이 엘( L)파가 무서운 파괴력을 뒤흔드는 것이다.
따라서 피(P)파하고 에스(S)파를 관측하면 파괴적인 엘(L)파를 예지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을 우리들은 배운 것이다.
우리들은 다나까 중위의 뒤에 걸려 있는 것 같은 관측 지도를 한 사람씩 작성해야 했다.
그것은 스테이션 케이(K)에서 160킬로 이내의 지각에 축적되어 있는 뒤틀림, 단층, 열 에너지, 아주 약한 지각 진동, 암반의 이동 등 지진에 관련이 있는 모든 자료를 나타낸 것이다.
우리들의 지도를 하나씩 비평하자, 간신히 다나까 중위는 한숨 돌렸다.
우리도 휴식 시간을 얻어 의자에 걸터앉아 콘크리트 벽에 생긴 소금 부스러기와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돌연 밥이 중위를 보고 물었다.
"중위님, 해리스 중위는 여기는 장래 지저 굴진 카가 출입하기 위해 이든나이트를 둘러칠 수 없다고 했습니다만 사실입니까?"
"아니, 예지의 문제일세."
다나까 중위는 미소를 띠면서 일어서서 우리들이 만든 지도를 만졌다.
"여기에 쓰여 있는 자료는 모두 관측 기계로 입수한 것일세. 기계는 모두가 대단히 민감해. 만약에 해저 도시 옆에 놓아둔다면 교통 기관의 진동은 물론 펌프의 진동마저 기록해 버릴 걸세. 그래서 스테이션 케이(K)는 해저 도시로부터 3천 미터나 지하에 설치되어 있다네. 자네들도 여기서는 조용히 걸어다녀야 하네. 무거운 것을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하면 안 되네. 이든나이트의 보호막을 둘러치지 않은 것도 관측 기계 때문일세. 지진의 진동은 바위로 전달되어 오네. 만일에 이 스테이션 안에 이든나이트를 둘러쳐 버리면 지진의 진동을 막아서 관측 기계가 소용이 닿지 않게 되네."
여기서 다나까 중위는 말에 힘을 주었다.
"우리들의 하는 일은 극비일세. 이 스테이션 밖에서는 우리 일에 관해서 절대로 말을 해선 안 되네."
"어째서입니까?"
내가 물었다.
그러자 다나까 중위의 길다란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해저 지진 예지 기술에는 비참한 과거가 있기 때문이네. 초기의 해저 지진 예지 기술 개발자들은 지나치게 자신을 가졌었지. 그것이 생각지도 않은 과오를 범했네. 물론 당시는 오늘날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 우수한 관측 기계가 없었으며, 우리들이 손에 넣고 있는 것 같은 자료도 없었네. 그러나 과오가 너무나 많았네. 그들은 때때로 부정확한 예지 정보를 발표했었지. 그 최악의 예가 일본의 해저 도시 난세이 나하 경우였네."
다나까 중위는 한 손을 들어서 저주스러운 기억을 떨어버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창백한 이마를 문질렀다.
"나는 해저 도시 난세이 나하의 비극을 너무나 잘 알고 있네. 그 때의 생존자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지. 해저 도시는 완전히 파괴되었네 "
우리들을 둘러보면서 다나까 중위는 계속하였다.
"나는 아직 어린애였지. 우리 가족은 해저 도시 난세이 나하가 생겼을 때 요꼬하마에서 이주했었네. 그해 여름 지진이 계속해서 일어났지만 해저 도시의 사람들은 아무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네. 나는 아주 잘 기억하고 있지. 어머니가 지진이 두려워서 해저 도시에서 떠나고 싶다고 애원했어도 아버지는 상대하지 않았었네. 한편으론 돈 관계도 있었지. 요꼬하마에서 해저 도시에 이주하느라고 아버지는 저금을 거의 다 써 버렸기 때문이었네. 그렇지만 결국은 돈 문제보다도 용기의 문제였겠지. 아버지는 지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네. 당시 거기에는 해저 지진의 세계적인 권위자라고 불린 지진학자가 있었지. 자네들도 이름쯤은 알고 있을 테지."
"존 고에쓰 박사 말일세. 고에쓰 박사는 해저 도시의 지진 예보 스테이션의 주임이었지. 그래서 텔레비전을 통해서 지진 예보를 하였네. 일련의 지진은 작은 것 뿐으로서 해저 도시 난세이 나하를 파괴할만한 큰 지진이 일어날 염려는 전연 없다고 잘라 말했네. 해저 지도를 보이면서 난세이 나하 위치 해구에는 앞으로 1년간 대지진이 일어날 위험이 전연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피난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이야기했네. 해저 지도는 설득력이 있었지. 그러나 고에쓰 박사의 예보는 틀린 것이었네."
다나까 중위는 검은 머리를 흔들며 갸름한 얼굴을 괴로운 듯이 찡그렸다.
"그것은 금요일 날 점심 전이었지.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니까 양친이 나를 본토의 학교로 도로 보낼 얘기를 하고 있었네. 마침 학기가 끝날 때여서 때가 좋았었지. 전학 얘기를 끄집어낸 분은 어머니였어. 이 때 어머니는 고에쓰 박사의 텔레비전 방송을 듣고 그렇게 지진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어쩐지 예감이라고 할까, 마음에 짚이는 것이 있었던 지도 알 수 없지. 그날밤 양친은 나를 요꼬하마로 보냈었네. 그리고 다음날 오후 대지진이 일어난 걸세. 해저 도시 난세이 나하는 순식간에 파괴되었으며, 생존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네.“
입을 다물고 다나까 중위는 그냥 선 채로 있었다.
그 검은 눈은 콘크리트 벽에서 스며 나와 방바닥의 가느다란 도랑으로 소리도 없이 흘러 들어가는 작은 물줄기를 쫓고 있었다.
할리는 무엇인가 정보라도 끌어내려는 눈초리로 다나까 중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밥은 젖은 콘크리트 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이 우리들의 일을 극비에 붙여두는 이유이네."
또다시 다나까 중위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진 예보는 신용이 없다. 해저 도시 난세이 나하의 시민들을 피난시키지 않고 모조리 죽여버린 것이다. 물론 나의 부모님도 희생자네. 따라서 해저 함대가 이 스테이션에서 지진 예지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어도 공적으로 예보를 하는 것을 삼가고 있네. 지금 우리들이 하는 일은 고에쓰 박사의 실패로 죽은 사람들의 수 이상의 사람들을 지진에서 구할 수가 있네. 그렇지만 우리들은 우선 지진 예지를 정확한 것으로 하는 방법을 확립하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시기가 올 때까지는, 우리들이 여기서 진행시키고 있는 일에 관해서 누구에게도 얘기해서는 안된다. 이건 명령이다."
 
 
지오존데
 
어느 날 다나까 중위는 우리들이 작성 중인 지진파 측정도를 들여다보고 아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아주 좋았어. 이제야 자네들도 일이 익숙해진 모양이군. 이쯤에서 자네들에게 새로운 걸 하나 보여 주기로 하지."
그러면서 다나까 중위는 원통형의 노란 플라스틱 용기를 끄집어냈다.
"지진 예지의 열쇠는 관측이야. 만약에 해저 밑 100 킬로의 지진파를 관측할 수 있다면 해저 도시에 어느 정도의 지진이 올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은 오랫동안 우리들 지진학자의 꿈이었지만 지금 간신히 실현한 것이다."
다나까 중위는 용기를 열었다.
그 안에는 길이 60센티, 직경 5센티의 원통형인 기계가 들어 있었다.
우리들이 잠수 사관 학교 박물관에서 본 지저 굴진 카의 모형을 소형으로 만든 것 같은 모양이었다.
"지오존데네. 자네들도 알고 있듯이 지오존데는 고공(높은 공중)의 기온, 습도, 기압 등을 측정하지. 그런데 이 지오존데는 지각 속의 깊은 곳을 조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관측 기계일세. 이 머리 부분에 원자력 드릴이 붙어 있네. 그리고 주위는 이든나이트 막으로 포장하고 내부에 감도가 좋은 관측 기계와 음파 발신기가 조립되어 있네. 이든나이트 막은 땅 속의 굉장한 압력으로부터 지오존데를 보호하지만 동시에 관측 기계의 기능을 막아 버리네. 그래서 1분간에 한 번, 10분의 1초 동안만 자동적으로 이든나이트 막이 열리도록 고안되었네. 이것이라면 땅 속의 압력에도 견뎌 내며, 또한 땅 속 상태를 관측할 수도 있지. 가장 깊은 진원(지진이 일어난 곳)까지 조사할 수가 있는 것이네. 이 새 무기로 인해 우리들은 해저 도시 난세이 나하의 비극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아도 될 걸세."
다나까 중위는 얼굴에 웃음을 띠고 덧붙였다.
"두 주일의 훈련기간은 끝났으니 내일 자네들에게 외출 허가를 주겠네."
당장 할리가 생기가 도는 목소리로 외쳤다.
"중위님, 그 말씀을 저는 고대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자네 아버님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네. 나는 내일 1200시부터의 외출 허가증을 준비할 작정이네. 오전 중에는 현재의 자료를 근거로 해서 실재로 지진 예지를 하기로 하세. 그것을 하고 나면 외출해도 좋아. 이 2주일 동안 자네들은 참으로 잘 참았네."
다나까 중위는 우리들이 작성한 지진파 측정도를 보고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말했다.
"해산!"
곧 우리들은 3천 미터 위의 기지로 돌아가 식당에 들어갔다.
이 때 밥이 잠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에는 안색이 좋지 않았지만 나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식사하는 동안 할리는 줄곧 자기 아버지의 자랑을 늘어놓았다.
자기 아버지가 통치하는 해저 왕국에 돌아온 황태자처럼 득의양양 했다. 그리나 밥은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식사를 계속했다.
기숙사에 돌아가서 나는 내일의 실습에 대비해서 준비를 했다.
할리는 자기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밥의 모습은 또다시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나의 극미소 지진계 (극히 미소한 지진동을 자동적으로 기록하게 된 계기)를 조사하다가 고장난 것을 알았다. 이것으로는 내일 실습에 사용할 수 없다. 나는 정확하게 움직이는 것하고 교환하기 위해서 비품 창고로 향했다.
기숙사를 나가 조금 걸어가니까 밥이 있었다.
지금까지 한번도 본 일이 없는 사나이하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필경 중국이나 말레이지아 사람일 것이다. 갈색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조그만 사나이였으며, 수위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밥은 무엇인가를 건네주는 모양으로 상대방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있는 것을 알아차리자 갑자기 태도를 바꾸고 외쳤다.
"여보게, 자네는 어떻게 할 셈인가? 내 책을 어떻게 했나?"
작은 사나이는 나를 힐끗 보고서 가슴이 철렁한 모양이었다.
그는 곧 쇳소리로 외쳤다.
"아아뇨, 그런! 당신의 책 같은 것은 훔친 일이 없어요!"
"무슨 일인가?"
하고, 내가 물었다.
"이 녀석이 내 고에쓰 박사의 책을 훔쳤단 말일세."
"고에쓰 박사의 책?"
그것은 고에쓰 박사 저술의 해저 지진학 원론으로 우리들이 교과서로 쓰고 있는 것이었다.

 
  EMB0000063445b3

"하지만 밥, 그 책은 할리에게 빌려주지 않았나? 분명히 할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는 보았는 걸.“"할리에게? 참 그랬었지......."
밥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그 작은 사나이를 보고 고함친다.
"좋아, 알았다. 빨리 꺼져 버려!"
작은 사나이는 밥에게 맞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는 기색으로, 한쪽 손을 머리에 올려놓고 통로를 달려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나는 숙사로 돌아왔다.
역시 밥의 책은 할리의 침대 위 선반에 반듯하게 올려져 있었다.
"이것 보게!"
내가 가리키자 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생각났네."
그렇게 말은 했지만 어쩐지 침착하지 못한 모양으로,
"좀 자겠네."
하고는, 자기 침대에 기어들고 말았다.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일까?
나는 밥의 일을 걱정하면서 비품 창고로 갔다.
거기서 극미소 지진계를 찾고, 그리고 찾는 김에 지오존데를 점검해 두려고 생각했다.
지오존데는 방습 케이스에 들어 있었다. 그 케이스를 보자 나는 어쩐지 밥의 수상한 행동을 머리에 떠올리면서 뚜껑을 열었다.
"없다!"
나는 망연해졌다.
어느 틈엔가 지오존데가 없어져 버린 것이 아닌가!
다음날 아침.
나는 지오존데의 분실에 관하여 스테이션 케이(K)에서 다나까 중위에게 보고했다.
"그렇게 중대한 일을 왜 곧 보고하러 오지 않았나? 책상을 두드리면서 다나까 중위는 고함쳤다.
"그게, 글쎄......."
나는 말문이 막혔다.
어제 중으로 보고하지 않은 것은 밥의 일로 머리가 가득 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밥의 수상한 행동을 다나까 중위에게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이유는 별로 없단 말인가? 좋아, 자네들 세 사람은 여기서 지진 예지 작업을 시작하게. 나는 기지의 수사본부에 갔다오겠다. 해저 함대의 소중한 재산이 도둑 맞았대서야 되나?"
다나까 중위는 떠났다.
분명히 큰 사건이었다.
지오존데의 도난으로 말미암아 극비에 붙이고 있는 지진 예보에 관한 일이 일반에게 새어 나가면 귀찮게된다.
스테이션 케이(K)로 돌아왔을 때 다나까 중위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우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자네들은 누군가가 지오존데 같은 것을 집어내는 것을 보지 못했나?"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렇지만 밥과 작은 수위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밥은 그 사나이에게 무엇인가를 건네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분명하지가 않다.
"좋다. 수사는 기지의 수사 본부에 맡기기로 하자. 그건 그렇고 자네들의 지진 예지는 다 되었나? 보여 주게.“
다나까 중위는 우리들의 지진파 측정도를 모아 한 장씩 주의 깊게 점검하였다.
다나까 중위 앞에는 공식 지진파 측정도가 있었다.
스테이션 케이(K)에서는 최신식 관측 기계에 의해서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의 지하의 움직임을 항상 24시간 앞까지 예지하고 있다.
우리들의 측정도를 공식 측정도하고 비교하고서 다나까 중위는,
"정확한 예지는 정확한 관측에서 생긴다. 대단히 훌륭하다."
이렇게 말하고, 할리와 나에게 측정도를 돌려주었다. 그리고 밥에게 얼굴을 돌렸다.
"나는 자네 계산에는 동의할 수 없네. 자네는 오늘 2100시에 진도 2의 지진이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를 습격한다고 예고하고 있어. 이건 정확한가?"
"네."
하고 밥은 표정도 바꾸지 않고 대답했다.
"그렇지만 스테이션 케이(K)의 공식 측정에도 그러한 지진은 예지 되어 있지 않아. 단소프나 이든의 측정에도 없네. 어떻게 해서 자네는 이러한 예지를 하였나?"
"관측 기계가 표시한 숫자에서입니다. 진원은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의 북북동 31킬로 지점입니다. 열류(열의 흐름)가......."
"그렇다. 열류를 판독(뜻을 헤아려 읽음)하는 방법이 다른 사람하고 틀리는 거다. 애석하지만 이 지진 예지로는 자네에게 외출 허가증을 줄 수 없군."
"그렇지만 중위님......."
"완전한 지진 예지를 하는 것이 자네들의 임무일세.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자는 외출 허가증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해산......."
다나까 중위는 차갑게 맡했다.
기지로 돌아온 나와 할리는 샤워를 했다. 그리고 진홍빛 제복을 입고 외출 허가증을 받기 위해서 해리스 준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밥은 나와 할리가 샤워를 하고 있는 사이에 어디론가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 쪽이 내게 있어서는 고마왔다. 외출 허가가 취소된 밥에게 외출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할리는 기쁨에 들떠서 이제부터의 예정을 지껄이기 시작했다.
"짐, 나하고 함께 가세. 우리 아버지하고 같이 식사를 하세. 아버지는 아주 최고급의 해저 요리를 자네에게 한턱 낼 걸세. 아버지는 일류 요리사를 쓰고 있단 말이네. 자, 같이 가세 짐!"
해리스 준위는 책상에서 전화 중이었다.
"네, 그렇습니다. 잘 알았습니다!"
하고, 수화기를 놓고는 해리스 준위는 흥분한 목소리로 우리들에게 말했다.
"자네들 밥이 어디 있는지 모르나?"
"기숙사에 있으리라고 생각하네. 자, 해리스, 우리들의 외출 허가증을 주게."
하고, 할리가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주게. 지금 다나까 중위에게서 전화가 왔었는데, 다나까 중위는 밥에게 특별 근무를 시킬 테니까 2000시에 스테이션 케이(K)로 오도록 연락하라고 말하고 있어. 그런데 밥은 기숙사에 없거든......."
"이상한데......."
할리와 나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우리들은 밥의 특별 근무가 어떤 것인지 곧 알아차렸다.
2000시는 밥이 예지 한 진도 2의 지진이 일어나는 1 시간 전이다.
필경 다나까 중위는 밥이 예지 한 지진이 일어나는 시각에 밥을 스테이션 케이(K)에 있게 해서 예지가 틀렸다는 것을 체험시킬 심산인 것이다.
그러나 밥은 없어졌다.
"밥의 외출 허가증도 없어졌네."
그렇게 말하면서 해리스 준위는 책상 서랍을 열어 우리들에게 보였다.
"자네들 것과 함께 여기 넣어 두었었네. 그런데 다나까 중위한테서 밥의 외출은 취소하라고 연락이 왔기에 밥의 외출 허가증을 폐기하려고 했지. 그런데 벌써 없어진 후였어."
나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마음으로 서랍 속을 들여 다 보았다.
참으로 밥은 수상한 행동만 한다.
내가 지오존데의 분실을 알기 직전에 밥은 수상한 중국인 수위하고 함께 있었다.
그 때의 행동도 납득이 안 간다.
그렇지만 밥은 나의 친구다.
좋지 않은 일은 딱 질색으로 생각하는 사나이다.
내게는 밥이 해저 함대의 규율을 무시하고 무단 외출을 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었다.
"자네들은 외출하기 전에 밥을 찾는 것이 좋을걸. 다나까 중위는 자네들이 임무를 완수하는 한, 부하를 극진히 사랑하는 훌륭한 상관이지. 그렇지만 자네들이 임무를 소홀히 하게 되면 어떤 태도로 나올지 모르겠네.“
그렇게 말하고 해리스 준위는 할리와 나의 외출 허가증을 내 주었다.
우리들은 서둘러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러나 밥은 없었다. 그리고 밥의 제복도 없었다.
"그 자식은 무단 외출한 거야! 자넨 알고 있었지?"
하고, 할리가 외쳤다.
나도 화가 나서 고함쳤다.
"한 대 갈길 테다! 밥은 훌륭한 사관 후보생이야. 그 따위 짓을 할 리 없어!"
"그럼 밥은 어디 있나?"
할리가 추궁해 왔다.
나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미 행
 
할리는 나를 동정하는 듯이 말했다.
"밥은 지금쯤 시내에 있어. 틀림없어."
"그렇게는 생각할 수 없네."
나는 이렇게 말은 했지만, 속으로는 할리의 말이 옳은 것 같이 생각되었다.
위병은 우리들의 허가증을 조사했다.
우리들은 기지를 나오자 승강기로 시내로 올라갔다.
펌프실과 공기 순환 제어실 옆을 지나, 잠수 화물선이 이든나이트 포장의 압력실에 코를 박고 있는 로커를 지나쳤다.
나는 돌연 말했다.
"밥을 찾자."
"흥, 자네도 그 자식의 무단외출을 인정했구먼......."
할리는 멈춰 서서 내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손목 시계에 눈길을 주고 약간 망설이면서 말했다.
"어떻게 하지....... 1300시에 아버지하고 식사를 하기로 약속했거든. 같이 가지 않겠나?"
"난 밥을 찾겠네. 제발 부탁이니 도와주게."
"도와주지. 그렇지만 식사를 안 할 순 없잖나? 나는 오랫만에 아버지의 요리사가 만든 요리를 먹고 싶어 견딜 수 없단 말일세. 식사가 먼저야. 밥은 1900시까지만 찾아내면 될 게 아닌가?"
우리들은 환상 자동 주로에 올라타고 또 시의 중앙으로 향하는 방사상 자동 주로로 갈아탔다.
"상부 동남구로 가는 사람은 대개 비번(당번이 아닌 사람들)이라네. 거기에는 각종의 상점과 극장, 레스토랑(서양 요리점)이 모여 있지. 여보게 자동 주로를 타고 있을 땐 몸의 중심을 잘 잡도록 하게. 자, 나처럼 주로의 전방을 보게, 짐."
하고, 할리가 말했다.
"그 따위쯤, 이미 알고 있네."
내가 대답하니까 할리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자네는 이 해저 도시에 온 지 아직 2주밖에 되지 않았네. 하지만 난 태어나면서부터 죽 여기서 살아왔단 말야. 선배의 충고는 고분고분 듣는 법이지."
다른 승강기로 나를 안내하면서 할리는 계속 얘기했다.
"이 해저 도시는 꼭대기에서 해상에 떠 있는 비행장으로 연결된 튜브만 빼놓으면 완전한 반구형일세. 직경은 6백 미터, 높이가 3백 미터니까. 물론 해저 밑에 있는 배수 펌프와 창고 지구, 스테이션 케이(K)는 포함시키지 않고 말이네......."
"그렇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거의 듣고 있지 않았다.
밥이 있지 않을까 해서 승강구 안의 사람들과 통행인들을 눈여겨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진이 해저 도시를 파괴할 염려는 거의 없지. 공식으로는 진도 8, 실제로는 진도 9의 지진에도 이겨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니까. 그러나 아무리 작은 지진일지라도 이든나이트로 포장되지 않은 지하에 틈이 생기면 큰일이지. 거기서부터 해수가 침입해 올 테니까. 그런 경우에 대비해서 해저 도시는 8개 구로 나누어져 있네. 만약에 해수 침입의 위험이 생기면 순간적으로 각 구가 셔터를 내리고 독립한다네. 이렇게 하면 가령 몇 개 구가 침수 당한다 해도 나머지 구에 있는 사람들은 구조되거든. 물론 그런 일이 없기를 신께 기도하지만, 만약에 동력 공급 장치가 고장난다면 각 구의 자동 셔터가 가동하지 못할 테니까 말일세."
할리는 계속 지껄여 댔다.
그 동안 나는 밥의 모습을 계속 찾았다.
어느 샌가 우리들은 인파 속을 걸어가고 있었다.
"여기는 12층일세. 가장 번잡한 상점 거리지."
라고, 할리가 설명했다.
머리 위 12미터의 금속 천장에 조명등이 가지런히 달려 있는 외에는 지상 도시의 상점 거리하고 거의 다른 것이 없었다.
입체 영화 극장과 레스토랑을 에워싸는 인파 속을 밀어 헤치듯이 걸어갔다.
일반 시민, 잠수 화물선의 승무원, 잠수 객선의 승객, 거기에다 해저 함대의 제복을 입은 사나이들도 있었다.
빨간 제복의 사관 후보생도 몇 사람인가 눈에 띄었으나 모두 다 밥이 아니었다.
할리가 말했다.
"시내의 도로는 장장 180킬로나 되네. 시속 6.5킬로의 자동 주로를 써도 전부 돌려면 며칠은 걸릴 걸세. 거기에 만일 밥이 있다 해도 빌딩 안에 있다면 발견될 리 만무하지. 단념하는 편이 좋을 걸세. 우리 집으로나 가세."
"한번 더 찾아보세."
나는 할리에게 부탁했다.
13층은 사격장, 당구장, 플라스틱 모델점들이 즐비해 있었다.
거기에도 빨간 제복의 사관후보생들이 있었지만 밥의 모습은 없었다.
"가망은 없으리라고 생각하네만 한번만 더 같이 찾지. 이 위층엔 우리 집이 있네."
할리는 나를 데리고 또 한 층 위로 올라갔다.
방사상 자동 도로에 따라 고급 레스토랑들이 즐비해 있었다.
우리는 단소프 일가가 살고 있는 거주 구역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주로가 넓었으며 양쪽에는 손질이 잘 되어 있는 잔디가 파랗게 계속되고 있었다.
아파트의 건물도 호화로운 것뿐으로서 출입구는 로봇 수위가 지키고 있었다.
"잠깐 들려서 식사를 하지 않겠나? 부친의 요리사가......."
할리는 자꾸만 권했으나, 나는 밥의 일로 머리가 가득 차 있었다.
"고맙네, 요담에 먹기로 하겠네."
나는 할리하고 헤어져서 혼자서 밥을 찾기로 했다.
자동 주로로 다음 구로 들어섰다.
오피스(회사 . 관청 . 사무소) 거리였다.
근무 시간이 끝난 때문인지 사람의 그림자가 뜸했다.
그곳을 지나치자 또 다시 주택가가 되었다. 일반 월급 생활자와, 공장 노동자와, 해저 함대의 군인과, 민간 화물선 승무원의 가족들이 사는 장소다.
빌딩도 단소프 가가 있는 고급 주택지처럼 훌륭한 것이 아니었다.
발코니(서양식 건축에서 방밖으로 나온 지붕이 없는 전망대)에서는 사나이들이 셔츠만 입은 편안한 모습으로 신문을 읽고 있다.
도로에서는 어린애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고, 그 애들을 부르러 온 여인들도 평상복 차림이었다.
이런 곳에 밥이 오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나는 상점거리로 되돌아가려고 하였다.
그 때다. 내가 밥을 본 것은! 밥은 주름 투성이의 자그마한 중국인하고 얘기하고 있었다. 기지의 기숙사 앞에 있었던 수상한 사나이다!
<마침내 찾아냈다!>
나는 두 사람 옆으로 달려가려다가 그만 두었다.
나는 스파이도 사립 탐정도 아니다.
분명한 증거가 없는 한 친구인 밥을 나쁜 놈으로 취급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차치하고 밥과 중국인의 행동은 수상했다. 두 사람은 짧은 말을 주고받고는 빠르게 헤어졌다.
그리고 밥은 장화 소리를 울리고 돌아가며 주위를 살폈다.
자그마한 중국인은 10미터 가량 천천히 걸어가자 껌 자동 판매기에 돈을 넣고는 밥처럼 또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는 두 사람에게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그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떨어진 채로 자동 주로에 올라탔다.
승강기로 향하는 모양이었다.
나도 자동 주로에 뛰어올라 미행하기 시작했다.
<안 되겠는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 빨간 제복은 눈에 띄기 쉽다. 거기다 마침 통행인도 적은 것이다.
얼마 안 되어서 밥은 자동 주로에서 내려서 승강기 앞에 섰다.
그 앞에는 잠수선의 선원이 세 사람 있었다. 자그마한 중국인도 자동 주로에서 내리자, 자동 뉴스 속보기에 돈을 넣고 챙이 달린 조그만 창문에 얼굴을 대고 뉴스를 보기 시작했다.
이 때 빨간 제복의 잠수 사관 후보생이 두 사람 나타나 전시창 앞이 섰다. 깃의 배지가 낯익다.
그렇다, 지금 기지에 입항하고 있는 잠수 연습선 시몬 레크 호의 승무원들이다.
전시창 속에는 민간용의 얕은 바다의 잠수 장구가 전시되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연습선의 후보생들은 무엇인가 지껄이기 시작하였다.
나는 후보생들의 열에 서서 전시창을 들여다보는 척 하였다.
제복이 같으니까 안성맞춤으로 컴플라치(변장, 위장)가 되었다. 거기다 또 고맙게도 전시창의 유리가 거울 대신이 되어서 밥과 중국인의 모습을 비치고 있었다.
승강구의 문이 열렸다.
밥은 세 명의 선원과 함께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자 자그마한 중국 사람도 자동 뉴스 속보기에서 멀어져서 다음 엘리베이터(승강기)를 기다리기 위해 승강대 앞에 섰다.
나도 두 사관 후보생과 같이 승강기 앞으로 걸어가서 그 앞에 섰다.
다음 엘리베이터가 왔다.
제일 먼저 중국인이 타고, 두 후보생이 뒤따르고, 마지막으로 내가 올라탔다.
나의 등뒤에서 자동문이 닫힌다.
중국인은 어린애처럼 껌 포장지를 벗기고 있었으나, 문득 뒤돌아보고 나를 쳐다보았다.
주름 투성이의 얼굴에 놀라움이 지나갔다. 내가 누군 지를 알아 본 것이다. 그러나 말없이 곧 얼굴을 돌리고, 껌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기 시작하였다.
이 중국인은 도대체 어떠한 사람인가?
꽤 늙은 노인이지만 움푹 패인 눈은 예리한 이치(사물을 분별하는 슬기)로 빛나고 있었다.
수위나 문지기 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결코 늙어빠진 노동자는 아닌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는 맨 아래 충에 닿았다.
문이 열렸다.
나는 밖으로 나오자 서둘러 밥을 찾았다.
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중국인이 걷기 시작하였다.
나는 뒤따랐다.
두 사람은 몇 시간이나 시내를 빙빙 돌았다.
우스운 미행이었다.
중국인은 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으며, 또 내가 미행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미행을 계속한다. 그밖에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2000시가 다가왔다.
이 시간에 밥은 스테이션 케이(K)에서 특별 근무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었다.
거기서 다나까 중위는 밥의 지진 예지가 틀려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할 작정인 것이다.
아까의 승강기로 밥이 곧 바로 기지로 돌아가, 다나까 중위의 명령을 알았다면 예정 시간대로 스테이션 케이(K)로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의문은 하나도 풀리지 않았다
어째서 밥은 무단 외출을 하였을까?
지금 내가 미행하고 있는 늙은 사나이하고는 어떠한 관계인가?
2000시를 지나자 중국인의 태도가 침착성을 잃었다.
때때로 나를 돌아다보았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천장과 벽을 둘러보기도 하고 건물과 통행인에게까지 불안스런 눈초리를 돌렸다.
나의 미행 말고도 무엇인가 커다란 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불안스러운 기운이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 전체에 넘쳐흐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것은 땅 속 깊은 곳으로부터 울려 퍼져 오는 굉장한 에너지였다.
나의 발 아래에서 땅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차 심해졌다.
"해저 지진이다!"
밥의 예지가 옳았던 것이다!
나는 사람들의 비명을 들었다. 그리고 중국인이 내 쪽으로 되돌아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계속해서 천장에서 삐죽삐죽한 어떤 커다란 물체가 떨어져 왔다.
나는 재빨리 물러섰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
내 몸은 2미터 가량 퉁겨져 나가고,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 졌다.
 
 
백만 불 짜리 지진
 
귓속에서 커다란 북소리가 울렸다.
나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누군가가 내 머리를 안고 있었다.
나는 눈을 떴다.
중국인의 주름 투성이의 얼굴이 보였다.
그 눈에 악의는 없었다.
슬픈 듯이 젖은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의식을 되돌린 것을 확인하자 중국인은 내 머리를 부드럽게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나는 몸의 통증과 싸우며 내 힘으로 다시 일어났지만, 이미 중국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해저 함대의 간호병이 달려왔다.
"괜찮나?"
"대수롭지 않네."
간호병이 내 몸을 조사하고 있는 사이에 스피커에서 긴장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지진 경보 발령! 지진 경보 발령! 안전 벽, 안전 문, 안전 셔터는 모두 폐쇄됩니다. 다튼 구역으로 이동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일세."
그렇게 말하고 간호병은 일어나서 다른 부상자를 찾기 위해 사라졌다.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로 옆에 천장의 조명등이 떨어져 엉망으로 찌그러져 있었다. 그 끄트머리가 내 몸을 스친 모양이다.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다.
또 다시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위험은 없습니다. 해저 도시의 손해는 극히 경미합니다. 부상자도 극히 가벼운 사건이 두 셋 정도 보고되었을 뿐입니다. 모든 안전 장치는 정상으로 가동되고 있습니다. 경보가 해제될 때까지 옥내에 머물러 계십시오! 되풀이 말씀드리겠습니다. 경보가 해제될 때까지 옥내에 머물러 계십시오! 공공 통로는 일반 시민의 통행이 금지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구의 경계인 안전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나는 현재 지점에 있을 수밖에, 어디에도 갈 수가 없었다.
2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간신히 지진 경보가 해제되었다.
이미 내 외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그 중국인을 찾아 낼 수도 없었다.
사람들이 자동 주로나 보도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도 지진을 두려워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그럴 만 하다.
아까 정도의 지진은 별로 진기한 것도 없다.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는 멕시코에서 서인도제도, 남유럽, 소아시아를 지나 동인도에 이르는 대지진대 위에 있다. 지진이 많은 것을 각오하고 건설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지진은 특별한 것이다. 이 지진은 밥 에스코 외에는 아무도 예지 할 수가 없었다. 수많은 의문으로 터질 것 같은 마음을 안고 나는 기지의 기숙사로 돌아왔다.
나는 밥을 만나고 싶었다.
밥이 스테이션 케이(K)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머리가 아프고 시내를 돌아다닌 피로 때문에 곧 잠들어 버렸다.
내가 눈을 떴을 때 여전히 밥의 침대는 비어 있었다. 밥은 내가 잠든 뒤에 돌아와 한잠 자고 나보다 먼저 일어나 나갔던 것이다.
반대편 침대에 할리가 앉아 기묘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짐, 자네에겐 멋지게 한 방 얻어맞았네.
"무엇 말인가?"
내가 되묻자 할리는 '흐흐흐'하고 웃었다.
그 눈은 샘이 솟아나는 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정보를 가르쳐 주게, 짐. 자네하고 자네의 숙부님은 우리들을 완전히 선수치지 않았나?"
"무슨 얘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
나는 침대에서 내의와 옷을 입고 혼자서 식당으로 갔다.
식사를 끝내고 기숙사로 돌아오니 밥이 와 있었다.
그리로 할리는 아까 나를 보았을 때와 같은 눈초리로 밥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할리 앞에서 말라빠진 중국인의 일들을 밥에게 물어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돌아와서 참 다행이네, 밥."
"내 일을 그렇게 걱정 안 해도 좋았을걸, 짐."
밥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걱정 안 할 수 있겠나? 만약에 다나까 중위가, 자네가 무단 외출한 것을 눈치 챘으면 어떻게 됐다고 생각하나?"
내가 강하게 말하자 할리가 끼어 들었다.
"여보게들, 쓸데없는 얘긴 말게. 그것보다도 자네들은 어째서 날 따돌렸나?"
멀뚱해져 있는 밥에게 할리는 거듭 물었다.
"자네는 어젯밤 지진 정보를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왜 내게 얘기해 주지 않나?"
"나는 예지 했을 뿐일세. 그것뿐이네."
"거짓말 말게. 다나까 중위도 짐도 나도 예지하지 못한걸.“
"정보 같은 게 있을 수 없지. 나는 관측기가 나타낸 자료를 읽고 그것을 예지 지진학의 원리에 맞췄을 뿐일세. 나의 예지대로 지진이 일어날지 어떨지 전연 자신은 없었네."
밥은 완고하게 버텼다.
"그렇지만 꼭 적중하지 않았나 말이야! 그래 좋아. 일단 자네 얘기를 믿어 두지. 그런데 짐......."
할리는 내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계속했다.
"나는 어젯밤, 그 지진 뒤에 아버지하고 지진 예지에 관해서 얘기를 했단 말일세. 아버지는 정확한 지진 예지를 할 수 있다면, 수백만 불의 돈을 벌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
"그건 그렇지. 그러나 지진 예지의 목적은 돈벌이보다는 인명 구조에 있네. 해저 도시 난세이 나하 같은 비극을 예방하기 위해서 정확한 지진 예보가 필요한 걸세."
"알고 있네. 그렇지만 나는 지금 특별히 돈벌이에 관해서 얘기하고 있단 말이네. 어떤 사람이 정확한 지진 예지의 정보를 손에 넣고 주식을 조작한다면 큰 돈을 벌 수 있단 말일세. 그리고 실제로 어젯밤 지진으로 큰 돈을 벌어들인 사나이가 있다고 아버진 말씀하셨다네."
이렇게 말하고 할리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자네 얘기는 통 알 수 없군, 할리."
밥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자 할리는 빙긋이 웃고 나를 손가락질했다.
"똑똑히 알고 싶으면 짐에게 물어 보게나. 짐에게 숙부님 일을 물어 보란 말일세."
나는 더욱 무슨 영문인지 몰라 확인하기 위해서 물어 보았다.
"우리 숙부님이라니, 스튜어트 이든 말인가? 그렇지만 나는 오랫동안 숙부하고 만난 일이 없네. 자네는 설마 우리 숙부가 이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에 있다고 말하진 않겠지?"
"나는 자네 숙부가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네. 그렇지만 자네 숙부님과 관계 있는 정보를 아버지로부터 듣고 있네. 사실은 어제 자네 숙부님의 대리인이 주식 거래소에서 대량의 주를 투매(손해를 무릅쓰고 팔아버림)했네. 자네 숙부님은, 오늘은 주가가 대폭락 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세. 즉, 어젯밤 지진이 온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란 말이네. 자네의 숙부님에게 있어서는 백만 불의 지진이었단 말일세!"
할리의 얘기는 너무나 뜻밖의 것이었다.
나는 숙부인 스튜어트가 심해 기업의 모든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어떨 때는 큰 부자가 됐다가, 또 어떤 때는 파산 직전으로 몰리기도 하면서 사업을 계속해왔다.
이든나이트를 발명하기 훨씬 전부터 숙부는 두뇌와 돈과 때때로 목숨조차 걸고, 바다의 위험을 상대로 싸웠었다. 물론 여러 번 승리를 거두었다.
심해 해저에 해저 도시를 건설하게 된 것이 무엇보다도 그 증거다.
또한 무서운 심해가 숙부를 때려부순 일도 적지 않다.
그런데 숙부는 정말 재해를 이용해서 돈벌이를 계획한 것인가?
그러한 일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가르쳐 주게, 짐. 자네 숙부님은 어디에 계신가?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에 계시나?"
할리는 악착같이 물었지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대답할 뿐이었다.
"해저 도시 마리니아에 계셨을 텐데...... 지금은 어디 계신지 알 수 없네."
"그런가...... 이건 낭패군. 우리 아버지는 자네 숙부를 만날 수 없을 것 같네......."
맥이 빠진 듯이 할리가 말했다. 밥은 조소를 띠고 한 마디 했다.
"자네 아버지라면 지진 때마다 수백만 불씩 돈벌이를 하고 싶어서 못 견딜걸세."
비꼬는 말인데도 할리는 화를 내지 않고 힘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짐네 숙부님하고 우리 아버지가 손을 잡으면 굉장한 돈벌이가 되지!"
그렇지만 숙부가 벤 단소프 같은 인물하고 함께 일하고 싶어할지 어떨지 나는 의심스럽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시간이 없었다.
해리스 준위가 기숙사로 들어온 것이다.
"이든 후보생, 다나까 중위의 명령이다. 0800시에 스테이션 케이(K)로 가게."
해리스 준위가 갑자기 말했다.
나는 손목 시계를 보았다.
0800시까지는 거의 시간이 없다.
"뛰어 갓!"
해리스 준위가 외쳤다.
그러나 나는 순순히 기숙사를 나올 수가 없었다.
다나까 중위는 내게 무엇을 하라는 것일까.
해리스 준위의 해풍에 탄 얼굴에서는 아무 것도 알아 낼 수 없었다.
"지금은 자유시간인걸. 그걸 알면서 끌어낸단 말인가?"
나는 뒤통수를 두드리며 말했다.
"끌어낸다고? 자네들 후보생은 자기 권리를 주장할 만한 일을 분명히 하고 있나?"
해리스 준위는 밥에게 눈을 돌렸다.
"어제 자네의 외출 허가증이 없어졌네. 거기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그 외출 허가증은 찾았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밥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 .
"발견했지! 그렇지만 외출 허가증이 분실된 사이에 자네는 어디 있었나? 외출 허가증을 끄집어내어 그것을 사용하고, 아무도 몰래 다시 갖다 놓은 게 아닌가?"
해리스 준위가 아무리 날카롭게 물어도 밥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나는 밥이 어떤 식의 거짓말을 해서 이 자리를 빠져나갈 것인가 끝까지 보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빨리 가보게, 짐!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해리스 준위에게 호령을 받고 나는 스테이션 케이 (K)를 향해 달렸다.
해저 3천 미터의 지진 관측소에서는 다나까 중위가 벽지도를 들여다보면서 입 속으로 무엇인가 중얼중얼 중얼거리고 있었다.
필경 밤새도록 지키고 있었던 모양이다.
가름한 얼굴은 해쓱해져 있었지만 눈만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얼마 후 인기척을 느꼈는지 돌아보았다.
"자넨 어제 지진으로 상처를 입었다면서?"
"대수롭지 않습니다. 약간 스쳤을 뿐입니다."
"다행이군."
다나까 중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뒤로 젖히고 천장을 쳐다보았다.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는 행운이었네. 만약에 해저 도시 난세이 나하를 습격한 것 같은 대지진이었다면......."
그렇게 말하고 중위는 머리를 흔들고 눈을 감았다.
"자네는 어제 지진을 예지하지 못했지. 물론 부끄러워 할 것은 없다. 나도 예지 할 수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밥 에스코는 예지 했네."
"그렇습니다."
"자네는 밥 에스코라는 인간을 잘 알고 있나?"
"네, 잠수 사관 학교 입학 이래의 친구입니다."
"그러면 자네는 밥이 어떻게 해서 어젯밤 지진을 예지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
"모르겠습니다."
라고, 나는 대답했다.
"그럴까...... 자네는 예지 할 수 있었지 않나?"
다나까 중위는 살피듯이 나를 보았다.
대체 어찌된 셈인가?
다나까 중위까지 할리와 같이 어젯밤 지진에 관한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갑자기 다나까 중위는 화제를 바꿨다.
"자네는 이에즈스회의 지진학자 타이드 신부를 알고 있지."
"네, 잠수 사관 학교에서 만났습니다."
"그리고 최근 이 부근에서 일어난 몇 개의 지진에 관한 타이드 신부의 학설도 알고 있겠지?"
"네 , 그렇지만......."
하고, 나는 어물거렸다.
"타이드 신부는 일련의 지진이 인공적으로 일으킨 것이라고 믿고 있네. 누군가가...... 필경 주식 거래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서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단 말일세! 거기에 대해서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나는 완고하게 말했다. 그제야 다나까 중위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생각할 수 없네. 하지만 어떤 사나이가 하려고 생각하기만 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을는지도 알수 없네. 타이드 신부가 말하듯이 자네의 숙부에게는 의문스러운 데가 있네. 물론 나는 우리 해저 함대에 대한 자네의 충성심을 믿고 있네. 그래서...... 만약에 자네가 시내에서 어제처럼 스파이 놀이를 금후에도 계속할 마음이라면 나는 기꺼이 원조하겠네. 언제든지 자네가 좋을 때에 특별 외출 허가증을 내주지. 용건은 그것뿐일세. 돌아가도 좋아!"
<무슨 얘기란 말인가?>
기숙사를 향하면서 내 마음은 산란하였다.
다나까 중위는 어젯밤 밥이 기지에서 나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밥의 지진 예지가 적중한 것은 과연 우연의 일치냐 아니냐 하고 내가 의심하기 시작한 것까지 꿰뚫고 있는 것이다.
나는 밥이 중국인에게 지오존데 같은 것을 건네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할리가 숙부의 대리인에 대해서 얘기한 것도, 타이드 신부가 숙부의 조난에 대해서 말한 것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숙부는 내게 있어 단 한 사람뿐인 친척이며, 밥은 생사를 같이 해 온 친구이다. 이 두 사람을 의심하게 되면 나는 마지막이다.
나는 다나까 중위에게서 특별 외출 허가증을 받지 않으리라고 마음먹었다.
스파이 흉내 같은 짓도 안 할 것이다.
반드시 밥은 내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기다리는 것이다.
숙부의 문제도 그렇다. 행방불명이기 때문에 당치도 않는 오해를 받은 채로 있기 때문인 것뿐이다.
기숙사에서는 할리하고 밥이 장비의 점검을 하고 있었다.
나도 내 로커를 열었다.
숙부의 사진이 방바닥에 떨어졌다. 할리가 그것을 집어들어 사인을 보았다
"아아? 이분이 자네 숙부님인가. 자네가 생각을 다시 해서 숙부님을 우리 아버지한테 모시고 와 주었으면 고맙겠지만."
"하지만 어디 계신지 모른단 말이네, 할리. 남극일지도 알 수 없고 또 카일루아 만인지도 모르겠단 말일세......."
라고, 나는 말했다.
이 때 밥이 무심코 중얼거렸다.
"이 해저 도시에 계실지도 모르지......."
"뭐라고?“
나는 나도 모르게 밥의 얼굴을 쳐다봤다.
"아니, 사실은......."
하고, 밥은 황급히 변명을 했다.
"난 스튜어트 이든을 어디선가 본 듯 하단 말이네. 아마 딴 사람일 거야. 자네 숙부를 많이 닮은 사나이를 보았을 뿐이란 말이네."
"나는 또......."
나도 할리도 똑같이 낙담했다.
그러나 나는 밥이 숙부에 대해서 무엇인가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그리고 다나까 중위에게 특별 외출 허가증을 받으리라고 다시 고쳐 생각하였다.
 
 
이든 기업
 
 
나는 군모가 비뚤어진 것을 고치고 제복의 단추가 제대로 채워졌는지 어떤지를 확인하고 나서, 벤 단소프의 사무실에 들어갔다.
그 출입구는 현무암의 높은 기둥이 즐비하고, 웅장한 느낌이었다.
수부에는 거만하고 새침한 금발의 여인이 있었다.
나를 보고도 모른 척 한다.
"벤 단소프 씨를 만나고 싶습니다. 나는 단소프 씨의 자제분인 할리 단소프의 친구입니다."
나는 용건을 말하였다.
그러자 여인은 의심스럽다는 듯이 나를 자세히 뜯어보며,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하고는, 귀찮은 듯이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렸다.
인상이 나쁜 안내인이다.
나는 그냥 돌아가 버릴까 하고 생각했으나, 단 하나의 단서를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만약에 숙부가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에 있다면 찾지 못할 리가 없다.
나는 사업 조합이며 호텔 등에 모조리 전화를 걸어봤지만, 숙부의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남은 것은 벤 단소프를 만나는 것뿐이다. 벤은 아들인 할리에게 숙부의 소문을 얘기하고 있다. 그 소문의 출처를 나는 알고 싶은 것이다.
수부의 여인이 흰색이 도는 금빛 눈썹을 들고 수화기를 놓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자아, 이든 씨. 사장님은 에이 (A)층에 계십니다."
나는 작은 엘리베이터로 에이 (A)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에 린 단소프가 기다리고 있었다.

 
  EMB0000063445b4

린은 외무 판매원 같은 태도로 정중히 나의 손목을 잡았다."짐 이든 군, 어서 오게! 자네 얘기는 할리에게서 자세히 듣고 있네. 그리고 자네 숙부에 관해서도 옛날부터 잘 알고 있지!"
나는 벤이 숙부의 친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오히려 적인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벤이 숙부의 행방을 찾는 유일한 단서인 것이다.
벤은 나를 방음 장치가 된 넓은 방으로 안내했다.
"그런데, 짐. 어떻게 된 일인가? 내가 무엇인가 해 줄 일이라도 생겼나?"
마치 자기 아들을 대하는 것처럼 부드러운 말씨였다.
"나는 숙부를 찾고 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라고, 나는 정중히 말했다.
벤은 웃으며,
"자넨 숙부님이 있는 곳을 알지 못하나?"
"네,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에 있는 것 같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라면 숙부가 있는 곳을 아시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건 무리일세, 짐."
벤은 머리를 흔들며 방안을 걸어다녔다.
"자네 숙부님은 수중 카로 조난된 뒤로는 행방불명이라고들 하지 않던가. 옛날부터 자네 숙부님은 '바다에 사는 사람을 위해'라고 하면서 무모한 모험만 해왔지. 그래서 '그런 바보 같은 짓은 그만 두라'고 나는 몇 번씩 충고했었네. 그랬더니 마침내 영리해진 모양일세."
"무슨 맡씀이신지요?"
"정보를 잡았단 말일세."
벤은 싱긋 웃었다.
"그 일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네. 자네 숙부님의 대리인이 어제 수백만 불의 주식을 전부 깨끗이 팔아 버렸다네. 지진에 의한 주가의 폭락을 겨냥해서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서이지. 자네 숙부뿐만이 아닐세. 할리 이야기로는 자네 친구도 지진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서? 그 친구도 혹시 자네 숙부님하고 같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저는 지진 예지에 관한 얘기를 금지 당하고 있습니다. 할리도 같습니다."
나는 표정을 굳히고 말했다.
"알고 있네. 그렇지만 그 친구를 만나면 나한테 놀러 오라고 전해 주게나. 내가 그 친구를 부자로 만들어 주지!"
"단소프씨! 전 정말 숙부님을 찾고 있답니다. 도와주실 수 없으실까요?"
"그래 그래, 나는 적어도 자네 숙부님의 대리인을 알고 있으니까."
벤은 수화기를 들고 얘기하기 시작했다.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였기 때문에 나는 말의 내용을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윽고 수화기를 놓자 벤은 눈썹을 모았다.
"숙부님의 대리인의 주소를 알았네. 제 7구 4층 88번지야. 나는 일이 있어서 이것으로 실례하겠네."
단소프는 그렇게 말하고는 서둘러 방을 나갔다.
왜 벤의 태도가 갑자기 차갑게 변해 버렸을까?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내려왔다.
4층은 상업 지구와 민간 잠수선 독 지구하고의 사이에 낀 장소로서 빌딩의 태반이 창고나 해운업자의 사무실이었다.
이곳에는 보행자용 자동 주로가 없었다.
거리는 해산물을 실은 화물 운반차로 붐볐다.
오래간만에 나는 바다의 냄새를 맡았다.
차를 비키며 나는 88번지로 향했다. 두 개의 창고에 낀 문이 88번지 입구였다.
문을 들어서자 어두운 제단이 위로 뻗쳐 있었다.
나는 계단을 올라가서 창고 뒤에 있는 기다란 복도로 나갔다.
그곳에는 몇 개의 사무실이 잇달아 있었다.
복도가 마주치는 곳에는 상하가 달린 작업복을 입은 사나이가 금속 도어에 페인트로 글을 쓰고 있었다.
......이든 기업.
나는 울렁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사나이에게 말을 걸었다.
"스튜어트 이든 씨는 이곳에 계십니까?"
그 사나이는 돌아다보았으나 굉장히 놀란 모양으로 페인트 깡통을 손에서 떨어뜨릴 뻔 하면서 외쳤다.
"짐 ! 짐 아닌가!"
그것은 기데온 파크였다.
"기데온!“
나는 나도 모르게 사나이의 손을 잡고 그 검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데온 파크는 흑인이었지만 숙부의 친구이자 충실한 조수였다.
바다빛 같은 초록색 페인트가 묻은 검은 얼굴에 흰 이를 보이며 웃고 있었다.
"짐! 짐은 버뮤다에 돌아가 있는 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악수를 했기 때문에 내 손에도 페인트가 묻었다.
"난 아무래도 일류 페인트장이가 못 돼 놔서, 원!"
하면서, 기데온은 내게 걸레 조각을 건네주고 자기도 다른 걸레로 손을 문지르며 또 웃었다.
"괜찮아, 기데온. 그렇지만 이런 데서 뭘 하고 있나? 마리니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말하자 기데온은 문을 열었다.
"자, 안으로 들어오게, 짐. 좁고 지저분한 곳이지만 손질을 하면 이럭저럭 사무실로 쓸만해서......."
"그런데, 숙부님은 어떻게 하고 계시나?"
내가 이렇게 묻자 기데온은 발을 멈추고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제일 먼저 그걸 물으리라고 생각했었지. 짐, 숙부님은 건강이 몹시 나쁘셔. 하지만 절망할 정도는 아니지. 스튜어트 이든을 녹 아웃 시킬 수 있는 것은 없을 거야!"
그 말이 옳다고 나도 믿고 있다.
그렇지만 타이드 신부 생각이 나서 나는 물었다.
"기데온, 나는 숙부의 수중 카가 인도양의 해저에서 조난됐다고 들었는데 정말인가?"
이 질문으로 기데온은 더욱 심각한 표정이 되어서 페인트 통을 덜컹덜컹 하면서 내게서 떨어졌다.
"안으로 들어가서 자네가 알고있는 걸 이야기해 주게나, 짐."
이든 기업의 사무실은 썰렁한 작은 방이 두 개 뿐인 조그만 것이었다.
벽은 선명한 바닷빛으로 칠해져 있었다.
가구는 책상이 하나, 망가진 의자가 두 개 놓여 있지만 먼저 쓰던 사람들이 남겨 놓고 간 물건인 것이다.
세간은 무거워 보이는 강철제 금고 뿐이었다.
그 문짝에도 역시 페인트로 '이든 기업'이라는 글씨가 쓰여져 있었지만, 그것은 진짜 페인트장이가 쓴 것 같았다.
기데온은 의자에 앉으며 의자 하나를 내게 권했다.
나는 타이드 신부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하였다.
기데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그만 사고가 있었던 것은 사실일세. 하지만 우리들은 그 일을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았네. 장사 신용에 영향이 미치거든."
기데온은 앞으로 몸을 구부리고 방바닥에 말라붙은 페인트를 긁고 있었다.
"타이드 신부가 우리들의 수중 카를 발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네. 무엇인가 사고가 날 때마다 그 현장엔 반드시 타이드 신부가 나타나거든, 이든나이트를 둘러친 자가용 수중 카로 말이네."
키득키득 웃고 나서 기데온은 또 다시 심각한 얼굴로 돌아갔다.
"그러나 타이드 신부는 때때로 우리를 곤란하게 만든단 말야. 짐, 그 신부는 짐 보고 누군가가 인공지진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누군가란 자네 숙부님일지도 모른다고 했을테지?"
"맞았네, 기데온. 하지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없지. 숙부님은 절대로 그 따위 일을 할 사람이 아냐!"
"물론이지, 짐."
기데온은 의자에서 일어나 방 안을 거닐기 시작했다.
"짐, 숙부님은 몸이 좋지 않아. 우리들은 인도양 해저에서 지진에 부딪쳤네. 수중 카는 망가져서 못쓰게 됐지. 할 수 없이 우리들은 수중 카를 버리고 생명 유지 장치 속에서 60시간을 지낸 뒤에 긴급 전파 신호를 알아채고 달려온 잠수선에게 구조 되었다네. 60시간이란 말일세! 말이 60시간이지. 짐처럼 혈기 왕성한 청년이라도 60시간이나 생명 유지 장치 속에 있었다면 뻗어버릴 걸. 짐의 숙부님은 이미 청년이 아닐세. 거의 다 죽다시피 했던 몸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건 당연한 거야. 지금 숙부님은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에 계시네. 오늘 아침은 차분히 쉬실 수 있게 호텔에 남겨 두고 왔네."
"난 숙부님을 만나 보고 싶단 말야, 기데온!"
"잘 알겠네, 짐. 만날 수 있고 말고. 하지만 숙부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리게."
기데온은 금방 페인트를 바른 벽을 불안스럽게 바라보면서 다시 의자에 앉았다.
"짐, 자네는 숙부님을 잘 알고 있지. 숙부님은 긴 생애의 전부를 바다의 정복을 위해서 봉사해 왔어. 짐에게는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숙부님은 이든나이트를 비롯해서 백 가지가 넘는 발명을 이룩한 위대한 발명가시지. 그렇지만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있을 사나이가 아닐세. 해저 산맥에 오르고 해구를 탐험했지. 해저에 광구를 가지고 해상에 해양 농장을 개척했네. 그리고 항상 해양 개발을 위해 일하려는 사람들을 원조해 왔네. 숙부님의 덕분에 성공해서 큰 이익을 얻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나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어. 또한 새로운 발명이며 무서운 탐험의 기획을 숙부님한테 가져오는 사람들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지. 짐! 바다에 관한 일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숙부님은 흥미를 갖고 계셨네."
기데온의 얘기를 들으며 나는 초라한 의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을 눈치챘는지 기데온은 말한다.
"분명히 숙부님의 사업은 요새 잘 안 되고 있지. 좀 너무 광범위하게 손을 뻗친 감이 없지는 않아. 꽤 오랜 동안 수입보다는 지출 쪽이 많거든, 짐."
"하지만."
하고, 나는 말했다.
"어젯밤은 어땠지? 숙부님을 위해 주식을 조작했지 않나? 그래서 수백만 불의 돈을......."
"그 얘기는 자네 숙부님 자신이 아니면 대답할 수 없네, 짐. 그렇지만 이 말 만은 할 수 있지. 짐의 숙부님은 절대로 사리사욕(개인의 이익과 욕심)을 위해서 돈을 벌 사람이 아니다, 라고!"
확실히 그렇다.
기데온이 말하는 대로다.
나는 참을 수 없는 심정이었다.
어째서 나는 친구인 밥만이 아니라 숙부인 스튜어트 이든의 행동까지 감시 할 임무를 맡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 되었나?
"짐!"
뒤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나는 뒤돌아보았다.
문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나의 숙부 스튜어트 이든이 서 있었다.
 
 
노인끼리의 대결
 
일순 나는 숨이 딱 멎어버릴 것 같았다. 숙부의 변한 모습은 너무나 놀라왔다.
넓은 어깨가 축 쳐지고 몸 전체가 바싹 줄어 있었다. 피부는 노랗고 건강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총기가 있던 푸른 눈은 흐려지고 바쁜 듯이 깜빡거리고 있다. 걷는 모습도 발이 헝클어져 위험스러웠다.
"스튜어트 숙부님!"
나는 간신히 외쳤다.
숙부는 매달리는 듯한 모습으로 내 손을 힘있게 잡고 의자에 털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코를 풀고, 눈을 닦더니 근심스럽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냐, 짐? 나는 네가 버뮤다에 있는 줄로만 알고 있었구나."
"계속 버뮤다에 있었답니다. 숙부님 특별 훈련을 받기 위해서 여기 오게 됐습니다."
기밀 안보의 입장에서 나는 훈련의 내용을 말할 수는 없었다.
"건강은 좀 어떠신가요, 숙부님."
"보기보다는 건강하단다."
하며, 숙부는 갑자기 일어섰다.
"나는 거친 바다를 헤쳐온 사나이다!"
나는 숙부의 이 말에 조금은 마음이 편해져서 묻고 싶은 것을 당장에 물었다.
"스튜어트 숙부님, 제가 듣기엔 어젯밤의 해저 지진으로 숙부님이 백만 불을 벌었다고들 하던데요."
스튜어트 이든은 훑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 눈에서 아무 것도 읽어 낼 수가 없었다.
숙부는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히 벌었지. 하지만 그쯤으로는 새발에 피란다. 짐, 오랜만에 만났는데 돈 이야기는 그만 두자. 그것보다도 네 모습을 잘 보여다오. 오오, 이젠 아주 어른이 다 되었구나, 짐. 훌륭한 사관이 될 거다!"
숙부는 기쁜 듯이 웃으면서 내 빨간 제복을 쓰다듬었다.
"너의 아버지가 살아 있어서 이 모습을 보았으면 얼마나 기뻐하겠니!"
숙부의 눈은 생기 있게 빛나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두려워 할 것 없다, 짐. 너는 해저 함대 사관이 되고 나는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는다. 돈도 건강도 말이다."
그렇게 말하고 숙부는 '이든 기업'이라고 쓰여진 강철 금고를 바라보았다.
기데온이 기침을 하고 조용히 말했다.
"스튜어트, 당신은 면회 약속을 잊으시지는 않으셨겠죠?"

 
  EMB0000063445b5

"약속?"숙부는 손목 시계를 바라보았다.
"저런, 벌써 시간이 되었구나. 짐, 나는 아직 너하고 얘기하고 싶은데, 딴 사람하고 약속이 있단다. 네가 모르는 사나이하고 점심을 하기로 되어 있어. 애석하지만......."
"나는 기지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리고 또 외출 허가가 나오면 전화 드리지요. 그 때 함께 식사를 하고 싶어요."
나는 일어섰다.
그 때 숙부하고 점심을 함께 하기로 되러 있다는 손님이 들어왔다.
그 손님은 내가 알고 있는 사나이였다. 숙부는 내가 알지 못하는 줄로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서로 만나게 하는 것을 꺼렸던 것일까?
그 사나이는 신부 옷을 입은 타이드 신부였다.
나와 타이드 신부가 서로 인사를 하는 것을 보더니 숙부는 마음을 달리했다.
잠시 후 숙부는 나와 타이드 신부를 데리고 부근의 레스토랑으로 간 것이다.
번잡한 거리를 걸으면서 타이드 신부는 혈색이 좋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 또렷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건강한 것 같군, 짐. 이런 데서 자네를 만나다니 정말 반갑네. 뜻하지 않은 기쁨이군 그래."
레스토랑에서 식사가 시작되었다.
나는 숙부와 타이드 신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화제는 주로 해산물에서 만드는 식량 이야기였다. 식사가 끝날 무렵 타이드 신부는 지진 연구의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자 숙부는 말했다.
"미안하네만 신부님, 지금의 나로서는 당신 계획을 원조해 줄 수 없네."
"돈이 전부가 아닐세, 스튜어트."
타이드 신부는 숙부를 설득할 듯 말했다.
"그렇지만 지진 연구도 하기에 따라서는 돈벌이도 될지 모른단 말일세. 만약에 누군가가 해저 지진을 예지 하는 방법을 안다면 그 인간은 상당한 이익을 취할 수 있겠지. 아니, 해저 지진을 인공적으로 일으킨다는 이야기까지 들은 일이 있네."
뜨거운 커피가 컵에서 숙부의 손에 흘렀다. 숙부는 냅킨(식사할 때 옷에 음식이 묻지 않도록 가슴이나 무릎 위에 펴놓는 수건)으로 손가락을 훔치면서 작은 테이블 너머로 타이드 신부를 바라보았다.
"신부님, 당신은 직업상 인간의 죄를 추궁하는 버릇이 있군. 그래서 인간이라는 걸 나쁘게만 보게 되지."
이 비꼬임에 타이드 신부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나는 인간의 결점에 대해선 엄격하네. 그렇지만 아무리 결점이 많은 인간이라도 반드시 구제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네."
커피를 다 마시고 나서 타이드 신부는 의자 등에 기대어 앉았다.
"나는 신부가 될 공부를 시작했을 무렵 화산 활동과 지진에 대해서 마음이 끌렸었네. 어째서냐고? 화산 활동이나 지진의 재해가 신의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네. 그 때부터 지금까지 긴 인생을 나는 지진 연구를 위해 바쳐왔지만, 신에 대한 두려움은 더해 갈 뿐이라네. 인간이 신의 의지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물론 불가능하지.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 일기를 예지 하듯이 지진을 정확히 예지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인간은 신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재해에서 구원될 수가 있네."
타이드 신부는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타이드 신부가 다나까 중위 밑에서 하고 있는 극비의 작업을 꿰뚫고 있는 것 같아서 등골이 오싹했다.
"그런데 지진 예지하고는 정반대인 연구 분야가 있네.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것이지. 사람들의 생존뿐만 아니라 영혼에까지 화를 미치는 것일세. 스튜어트, 자네는 내가 말하는 뜻을 알 수 있을 걸세. 나는 누구인가 그 인간의 이름은 모르지만, 인공적으로 지진을 일으키고 있다는 증거를 잡았단 말이네. 만약에 그러한 기술이 있다면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데 써야만 하네. 특정한 인간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써서는 안 된단 말이네!"
끝으로 타이드 신부는 격렬한 어조로 외쳤다.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숙부를 만나러 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숙부는 물러서지 않았다. 타는 듯한 눈으로 타이드 신부를 쏘아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서로 부딪쳐, 보이지 않는 불꽃을 퉁기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타이드 신부의 말이 옳다고 생각되었다.
한편 숙부가 해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면서까지 돈벌이를 하는 인간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왜 숙부는 자기에게 씌워진 의심을 풀려고 하지 않을까? 또한 타이드 신부도 인공 지진의 범인이 숙부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어째서 더욱 분명히 추궁하지 않는 것일까?)
숨막히는 듯한 대결은 중도에서 흐지부지 끝났다.
타이드 신부는 또다시 온화한 얼굴로 돌아가서 해산 스틱(막대기 모양의 과자) 요리며, 디저트(식사 후에 먹는 과자나 과일)로 나온 해산 과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숙부는 고개를 끄덕일 뿐 거의 대답하지 않았다.
점심이 끝났을 때 나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몸조심 하십시오."
타이드 신부는 인사를 하고 떠났다.
나는 숙부하고 같이 시끄러운 거리를 지나서 약간 지저분한 사무실로 향했다.
숙부는 아직 입을 다문 채 괴로운 모양인지 비칠비칠 걸었다.
그러나 88번지 입구에 오자 갑자기 내 손을 잡고 강한 말투로 말했다.
"짐, 너하고 아직 이야기하고 싶은데, 또 한 사람 손님이 있다."
"네, 다음에 또 오겠어요."
나는 숙부에게 인사를 하고 곧 거리로 되돌아왔다. 왜 숙부가 갑자기 나를 쫓아 버렸는지 그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88번지에 다가갔을 때 한 사나이가 깨끗하지 못한 입구에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내가 알고 있는 인간이었다. 몇 번이나 전에 본 일이 있는 그 사나이는 늙어빠진 중국인이었다. 중국인은 조그맣지만 무거워 보이는 꾸러미를 갖고 있었다.
그것이 내게는 도둑맞은 지오존데하고 꼭 같은 크기로 자꾸만 생각되었다.
나는 어디를 어떻게 지나서 기지로 돌아왔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기숙사에 들어가니까 밥 에스코하고 할리 단소프가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았다.
"운이 좋은 녀석이야! 다나까 준위는 어째서 자네에게만 외출 허가증을 내 주었을까?"
할리는 부러운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짐, 곧 스테이션 케이(K)로 가게. 다나까 중위가 기다리고 있네 "
밥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밥이나 할리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안성맞춤이었다.
땅 밑의 지진 관측소는 기분 나쁠 정도로 조용했다.
그 사무실 책상에서 다나까 중위가 지각(지구의 외각) 심도도(깊은 정도를 그린 지도)에 관측 데이터 (사항 자료)를 써넣고 있었다.
"자넨가. 무엇인가 보고할 만한 일이 있었나?"
다나까 중위는 피로해 보였으나 날카로웠다.
"아무 것도 없습니다!"
라고, 나는 답했다.
숙부를 찾은 것은 비밀로 해 두었다.
별로 새로운 사실도 없는데 숙부의 일을 보고해서 다나까 중위의 의혹을 더욱 깊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네.“
다나까 중위는 빨간 연필로 지각 심도도에 그림자를 그려 넣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굴을 들자 움푹 패인 눈을 내게 돌렸다.
"나는 에스코 후보생에게 외출 허가를 해주었다. 에스코 후보생이 청구해 왔고 그것을 물리칠 아무런 이유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밥은 기숙사에 있었습니다."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다나까 중위는,
"그야 그렇지. 나는 해리스 준위더러 자네가 돌아올 때까지 외출시키지 말라고 일러두었네. 말하자면 자네에게 에스코 후보생을 미행해 달래기 위해서였지."
"밥을 미행한다? 그런 일은 할 수 없습니다. 밥은 내 친구입니다!"
나는 얼굴이 빨갛게 되도록 열을 내어 항의했다.
"침착하게, 이든 후보생. 자네가 에스코 후보생의 친구라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네. 그렇기 때문에 자네에게 미행을 부탁하는 걸세. 자네가 싫다면 해저 함대 보안국에 모든 것을 맡기지 않으면 안 되는 걸세. 지금 같아서는 나는 밥 문제를 내 손으로 해결했으면 하고 생각하네. 만약에 밥이 명령 위반의 행위를 했더라도 내가 꾸짖기만 하면 되니까 말일세. 그러나 수사를 보안국으로 넘기면 밥은 군규 위반으로 문책 받아 처분될지도 알 수 없단 말일세. 알겠나, 이든 후보생?"
다나까 중위는 입을 다물고 나의 대답을 기다렸다.
"할 수 없군요."
나는 한숨을 뿜어냈다.
 
 
구정물 처리장에 잠수선!
 
한 시간 후 나는 시내에서 밥 에스코의 행동을 비밀리에 감시하고 있었다.
미행은 간단했다.
나는 제복 위에 코트를 입고 기지의 정문 옆에 숨어 있었다.
그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모르는 밥은 정문을 나서자 곧바로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나는 뒤를 밟았다.
밥은 한 사나이를 만났다.
늙어빠진 중국인이었다.
아까 들고 있던 무거워 보이는 꾸러미는 이미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딘가에 놓고 온 모양이었다.
<필경...... 숙부님의 사무실 금고일테지>
나는 그렇게 생각되었다.
밥하고 중국인이 서로 만난 것은 지하 1층으로 바로 기지의 정문 위에 해당되는 곳이다.
거기에서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로 기지보다 아래에 있는 구정물 처리 구역으로 내려갔다.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 전체의 구정물이 이곳에 모여져서 강력한 펌프 작용으로 5천 미터의 해저로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돔을 둘러싼 무서운 수압과 싸우는 배수 펌프의 고동이 발 밑에서 전해져 온다.
두 사람은 배수 터널의 한 곳으로 들어갔다. 바닥은 가운데가 통로이고 양쪽 벽에 붙은 쪽이 배수구로 되어 있었다.
벽의 조명으로 두 사람의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 또한 편리한 것은 배수구를 흐르는 물소리가 내 발자국 소리를 지워 주는 것이었다.
긴 터널이었다.
대체 어디까지 계속되는 것일까?
이미 해저 도시를 둘러싼 돔 안은 아니다.
해저 밑에 나와 있다.
내 머리 위에는 100미터의 바위와 4천 미터의 해수가 있는 것이다.
터널의 벽과 천장은 바위가 직접 노출되어 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곳에 해수가 스며 나와 바위를 흘러내리고, 혹은 커다란 물방울이 되어서 철썩철썩 하고 방바닥과 배수구에 떨어진다.
그 해수는 심해의 냉기와 소금 냄새를 터널 안으로 끌어 들였다.
갑자기 전방에 두 사람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터널이 구부러진 것이다.
나는 걸음을 빨리 해서 구부러진 곳으로 가 보았다.
거기서부터 앞은 암흑이었다.
<체념하고 돌아갈까?>
일순 위축되는 마음을 북돋워 나는 귀를 기울였다. 들려 오는 것은 터널 안에 울려 퍼지는 물소리뿐이다.
그러는 사이에 새파란 불빛이 보였다. 그것은 어둠 속을 둥실둥실 헤엄치듯이 움직이고 있다.
<휴대용 원자력 등이다!>
나는 청백색 등을 목표로 걷기 시작하였다.
터널이 끝나고 홀 같은 조금 넓은 곳으로 나갔다. 거기서 갑자기 걷는 것이 힘들었다. 땅바닥 전체에 물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점점 깊어져서 복사뼈 위까지 찼다.
얼음처럼 차다.
발뿐만이 아니다.
친정에서 떨어지는 바닷물이 코트를 통해 제복으로 스며들었다.
<춥다!>
덜덜 떨면서 나는 철벅철벅 물을 차며 걸었다.
물은 더욱 깊어지고 흐르는 속도도 빨라졌다. 50미터쯤 앞으로 가자 전방의 등불이 멎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동안 기다렸으나 등불은 움직이지 않았다.
겨우 나는 생각이 미쳤다.
그 불빛은 등불 그 자체가 아니다. 젖은 바위가 빛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 빛은 광장에 입을 벌린 또 다른 터널에서 새어 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또다시 걸음을 빨리 하여 그 터널로 들어갔다. 등불과 함께 두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터널은 앞으로 고꾸라질 만큼이나 가파른 내림세였다. 그렇기 때문에 물의 흐름도 그만큼 빨라서 발이 떠내려갈 것만 같았다. 나는 한 발짝씩 발 밑을 더듬으며 걸었다.
물은 양쪽 벽에 가까워질수록 깊어졌다. 중앙은 간신히 발을 덮을 정도여서 걸어가기가 좋았다. 그러나 천장에서 찬물이 쉴 새 없이 떨어져 내 제복은 흠뻑 젖었다.
마침내 나는 터널을 나왔다.
그곳은 원형의 넓은 방이었다. 중앙에 거대한 구정물이 모이는 탱크가 있어서 6개의 터널에서 흘러나오는 더러운 물이 굉장한 물소리를 내면서 떨어지고 있었다.
방의 천장은 콘크리트로 굳혔으나 주위의 벽은 착암기 자리가 보일 정도로 노출된 현무암이었다.
내 발 밑에서 암반이 흔들거렸다.
구정물 탱크의 물을 해저로 배출하는 펌프의 진동이다.
청백색 빛이 커다란 방안을 어슴푸레 비치고 있었다. 그렇지만 천장에도 벽에도 조명등은 없었다. 그 빛은 구정물 탱크 속에서 나오고 있는 것 같았다.
<구정물 탱크 안에, 어째서 조명등이.......>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나는 거대한 탱크 옆으로 다가갔다.
물의 흐름이 내 발 주변에서 소용돌이치며 거품을 내고, 나를 탱크 속으로 떠밀어 넣으려고 한다.
나는 양손을 짚고 네 발이 되어 흐름에 저항하면서 탱크 속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청백색 빛의 정체를 알았다.
그것은 이든나이트 막의 발광이었다. 구정물 탱크에 떠 있는 잠수선을 덮은 이든나이트 막은 청백색 빛을 방출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이상한 풍경을 나는 본 일이 없다.
(구정물 탱크 속의 잠수선!)
나는 전신이 물에 빠진 생쥐처럼 되어 있는 것도 잊어버리고 잠수선을 지켜보았다.
그것은 수중 카였다.
(이렇게 큰 것이 어떻게 해서 바다로 나가는 것일까?)
구정물 탱크에 워터(물) 로커 같은 것이 있을 리 없다. 구정물 탱크의 수면은 가장자리에서 4미터 가량 아래였다. 터널에서 나온 더러운 물이 폭포처럼 흘러 떨어져 물거품을 튀기고 있었다. 수중 카의 긴 선체는 물거품이 퉁기는 수면 높이에 떠서 뭉툭한 전망대가 1미터 가량 위로 솟아 있었다
늙어빠진 중국인이 전망탑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교대로 다른 사나이가 좁은 갑판으로 나왔다. 그 사나이는 손잡이를 잡고 검은 수면을 들여다보았다. 사나이는 기다렸다. 그 수 미터 위에서 나도 기다렸다. 돌연 둥근 헬멧(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쓰는 서양식 투구형 모자)이 수면을 가르고 나타났다.
<다이버(잠수부)다!>
온도 조절 장치가 달린 잠수복을 입고 있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보통 잠수복 정도로는 얼음처럼 찬 물 속에서 1분간도 살아 있을 수 없다.
잠수복의 사나이는 수면에 드리워진 로프의 끝을 잡고 갑판에 있는 사나이에게 신호를 하고는, 또다시 물 속으로 들어갔다.
갑판의 사나이가 로프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몹시 무거운 모양이었다. 사나이는 숨이 차서 때때로 몸을 펴서 위를 보았다.
내 모습은 어둠에 싸이고 물거품에 가려서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래 사나이의 얼굴이 똑똑히 보였다.
그것은 밥 에스코였다.
갑자기 나는 추워졌다. 온 몸이 얼어붙는 것 같은 추위다.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 꿈이기를 나는 바랐다. 그렇지만 모두가 현실인 것이다.
또다시 잠수복의 다이버가 떠올랐다. 무엇인가를 안고 있었다. 밥하고 둘이서 살금살금 신중히 수중 카의 갑판에 끌어올렸다. 그것은 직경 15센티 가량의 금빛으로 빛나는 금속으로 된 공이었다. 주위에는 스텐레스의 밴드가 둘러져 있고 둥근 동그라미가 달려 있었다. 그 동그라미에 로프가 튼튼하게 매어져 있었다.
나는 흠칫 놀랐다.
그것은 핵폭발 장치였다. 일반적인 말로 하자면 '수폭' 이었다. 물론 핵무기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엄금되어 있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이 수중 카는 무엇을 파괴하려고 핵무장을 하였는가? 불법적인 파괴 행동에 밥이 참가하고 있다고는 믿을 수 없다!>
나는 추위도 잊어버리고 핵 해적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밥은 금색의 금속구(금속으로 된 공)를 해치(갑판의 승강구)에 넣었다. 그것을 선내에서 중국인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밥은 로프 끝을 수면의 잠수부에게 던졌다.
잠수부가 물 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떠올랐다. 로프 끝에는 또 하나의 금속구가 매어져 있었다.
2개, 3개, 4개...... 합계 8개의 금속구가 해치에서 배 안으로 옮겨져 들어갔다.
8발의 수폭 !
그 1발만으로도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를 날려보낼 위력이 있는 것이다. 어떠한 목적이 있다하더라도 밥들의 행동은 위험 천만인 것이다.
잠수부가 무서운 작업을 완료하고 수중 카의 갑판에 기어올라 잠수복과 헬멧을 벗었다.
나는 어느새 몸을 앞으로 내밀어 하마터면 탱크 속에 떨어질 뻔했다.
헬멧을 벗고 나타난 새까만 얼굴, 그것은 숙부의 오른팔 기데온 파크가 아닌가!
기데온은 잠수복의 손질이 끝나자, 로프를 끌어올리며 밥에게 무슨 말인가를 했는데, 물소리에 지워져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해치로 들어갔다.
수중 카의 내부에서 모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치가 닫혔다.
전망탑이 들어가고 선체를 덮은 이든나이트가 숨을 쉬는 듯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 때 내 마음속에서 수수께끼가 풀렸다. 구정물 탱크에는 잠수선이 바다로 출입하는 워터 로커가 있을 리 없다. 이 배는 로커가 필요 없는 것이다. 이 배는 바닷속을 항해하기만 하는 수중 카가 아니다.
보다 더 강력한 성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배는 지저 굴진 카이다.
굳은 암반을 버터처럼 긁어내며 전진하는 원자력 드릴을 장비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전망탑을 들여놓아 전체가 원추형의 원자력 드릴 그 자체처럼 보인다. 내게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지저 굴진 카는 해저 함대가 극비로 시험중인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민간인이 손에 넣었단 말인가?
지저 굴진 카는 잠수를 시작했다. 검은 뿔이 선체를 덮고 이든나이트가 압력의 변화에 반응해서 빛나기 시작했다. 검은 수면은 곧 빛을 막았다. 선체가 구정물 탱크를 둘러싼 암반 속으로 파고 들어간 모양이다.
암흑이 주위를 둘러쌌다.
나는 몸을 떨면서 저린 발로 일어나 터널을 향했다.
주위는 숨이 막힐 듯한 어둠이다. 발 밑에서 암반이 흔들리고 있다. 구정물 배출 펌프의 고동인가? 아니면 지저 굴진 카의 원자력 드릴의 진동인가?
언 발을 끌면서 나는 축축이 젖은 터널을 되돌아 나왔다.
이 바다 밑을 지저 굴진 카가 나의 두 친구와 8발의 수폭을 싣고서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진도 +(플러스) -(마이너스)
 
내가 기지로 돌아온 것은 2400시가 지난 시간이었다.
뜨거운 샤워를 하고 말쑥한 제복으로 갈아입고 싶었다. 그것보다도 '내 눈이 어떻게 된 모양이다. 내가 지금 보고 온 것은 현실이 아니다' 라고 누구에게 호소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젖은 옷인 채로 스테이션 케이(K)로 향했다. 다나까 중위는 이미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보고를 요구했다.
책상 위에는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를 중심으로 2천 킬로 사방의 지진 에너지의 축적도가 펼쳐져 있었다.
나는 내가 보고 온 것을 상세히 얘기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된 탓인지 다나까 중위는 놀라지 않았다. 때때로 지진파 그래프에 눈을 주기도 하며, 끝까지 시큰둥하게 듣고 있었다.
나는 이야기의 요점을 되풀이했다.
"그자들은 지저 굴진 카를 갖고 있습니다. 더욱이 거기에 수소폭탄을 여러 개 싣고 있었단 말입니다."
"그 점을 나는 믿을 수 없네. 마치 옛날 이야기 같군 그래. 지저 굴진 카는 지금 온 세상을 통틀어 6대밖에 없단 말이네. 그걸 민간인이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네. 거기에 밥 에스코가 타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난센스(무의미, 엉터리)란 말이네!"
다나까 중위는 고개를 가로젓고는 태도를 바꿔 물었다.
"자네는 지금 얘기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겠나?"
"네. 이게 무엇보다도 확실한 증거입니다. 자, 보십시오!"
나는 흠뻑 젖은 제복을 가리켰다.
내 구두에서는 찬물이 아직 스며 나오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다나까 중위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분명히 자네는 젖어 있네. 하지만 좀더 확실한 증거는 없나?"
"없습니다. 다만 밥 에스코는 지저 굴진 카로 지하에서 돌아오지 않으면, 기지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 확실합니다."
"그것도 증거는 될 수 없단 말일세. 밥 에스코는 다른 장소에 있을지도 알 수 없지. 오히려 다른 장소에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 옳을 걸세. 역시 자네 이야기는 믿을 수 없네. 어쩌면 자네는 자기 숙부를 옹호하기 위해서 적당히 이야기를 꾸며 대고 있는 게 아닌가?"
당치도 않은 소리다.
나는 화가 벌컥 치밀었다.
"중위님!"
"아니 내가 틀렸으면 사과하네. 그렇지만......."
이 때 빨간 불이 켜지고 벨이 올렸다. 송신관으로 통신이 온 신호다. 다나까 중위는 수신구에서 캡슐을 끄집어내어 통신문을 꺼내어 펼쳤다. 거기에는 '컴퓨터과'라는 글자가 인쇄되어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나는 왜 다나까 중위가 내 말을 건성으로 들었으며 핀트가 맞지 않은 반응을 나타냈는가를 알아챘다.
무슨 일인가가 일어난 것이다. 밥 에스코의 일과 분실한 지오존데를 생각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중대한 일인 모양이다. 배수 처리의 구정물 탱크에 있었던 지저 굴진 카와, 민간에서는 사용 금지의 수소 폭탄의 사건까지 옛날 얘기라고 처리해 버릴 정도로 무엇인가 중대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컴퓨터과.>
이 글이 나에게 여러 가지 일을 말해 주었다.
지진 예지에는 여러 가지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그 데이터를 사용하기 전에 하나씩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컴퓨터는 거의 소용이 닿지 않는다. 컴퓨터라는 것은 확실히 많은 양의 복잡한 계산을 순간적으로 처리할 수가 있다. 그러나 데이터에 대한 판단력이 없다. 따라서 지진 예지에서는 단 하나의 경우를 빼고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단 하나의 경우란 누군가가 자기가 계산한 지진 예지의 결과에 자신이 없을 때다. 그 때는 자신의 계산에 수학적인 실수가 있는지 어떤지를 컴퓨터를 써서 확인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다나까 중위는 컴퓨터의 회답을 보고 자기 계산의 실수를 알아 챈 것도 아닌 모양이다.
통신문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의자에 앉아 허공을 응시했다.
"무슨 좋지 못한 일이 생겼습니까?"
나는 이렇게 물었다.
"좋지 않은 일?"
다나까 중위는 입을 일그러뜨리고 찡그리며 웃었다.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 지하 심부의 지진 에너지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네."
"그렇지만 오늘 관측으로는......."
내 말을 다나까 중위가 막았다.
"오늘밤 관측 결과로 나타났단 말일세. 지진 에너지가 대단히 빠른 속도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네. 무슨 일인가가 지하 심부에서 일어나려 하고 있는 증거일세."
비로소 나는 관측실을 둘러보고 각종 관측 지도와 측심도에 눈을 돌렸다. 어느 관측 지도도 이상을 나타내고 있었다. 지하 에너지의 증가는 0900시에서2300시에 사이에 현저했다.
다나까 중위가 내 뒤에서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특별 지오존데 관측을 명령하려고 한다. 지하 2백 킬로에 지오존데를 내려놓는다면 정확한 지진 예지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겠지. 그러나......."
왜 마지막까지 말 할 수 없는가. 나는 잘 알고 있다.
지오존데를 그 정도로 지하 깊이 내려도 성공할 기회는 극히 드물다. 지중의 압력이 너무나 강한 것이다.
10개중에 9개의 지오존데는 2백 킬로까지 내려가기도 전에 그 압력에 파괴되고 말 것이다.
"해 보기로 하세. 지하 20킬로 정도나 될지 모르지만......."
다나까 중위는 혼자서 중얼거리더니 내게 얼굴을 돌렸다.
"지금의 내게는 구정물 탱크에 있던 지저 굴진 카 얘기도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제대로 들을 여유가 없네."
"증거가 필요하다면 구정물 탱크를 다 비워 놓고 주위의 암벽을 조사해 보면 좋겠죠."
라고 나는 제의했다.
"오늘밤은 구정물 탱크의 배수를 하고 있을 여유가 없네. 특별 지오존데 관측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말이야. 자네는 이제 돌아가도 좋아. 기숙사에 가서 잠이나 자게."
다나까 중위는 내가 방을 나오기도 전에 빨갛게 충혈 된 눈으로 관측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기숙사에 돌아오자 나는 뜨거운 샤워 아래 서서 얼어 버릴 뻔한 발의 감각이 돌아올 때까지 열심히 주물렀다. 그리고 침대에 기어들었지만 눈이 말똥말똥해져서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내가 숙부의 일을 옹호하기 위해서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 냈으리라고 말한 다나까 중위를 원망할 마음은 없었다. 나 자신조차도 내가 목격한 일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밥 에스코와, 늙어빠진 중국인과, 숙부의 친구인 기데온 파크가 지저 굴진 카에 올라타고 있었는지 내게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그 세 사람이 어디서 수폭을 손에 넣은 건지 영 짐작도 안 간다. 그 수폭을 대체 어떠한 목적으로 사용하려고 했을까? 나는 찔끔해서 후닥닥 침대 위에 일어나 앉았다.
다나까 중위가 지금 애태우고 있는 지진 에너지가 증가하고 있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이나 아닐까?
나는 타이드 신부의 말을 생각해 냈다. 누군가가 인공 지진을 일으키고 있다. 주가(주식의 값)를 조작하기 위해서 인공 지진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지만 밥들이 지저 굴진 카로 땅 밑으로 운반해 간 수폭이, 현재의 지진 에너지가 격증하고 있는 것과 직접 관계가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만약에 수중에서 수폭이 폭발한다면 축적되어 있는 지진 에너지를 해방시켜 실제로 지진을
 
  EMB0000063445b6

 일으킬 것이다.나는 가슴을 쓰다듬고 곧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나쁜 꿈을 꾸었다.나는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를 에워싸고 있는 돔의 균열(갈라져 나누어짐)을 발견했다. 거기로 차가운 바닷물이 스며들어 바닥에 떨어져 작은 흐름이 되고, 또 소용돌이치는 강이 되어 좌악좌악 시내로 침입했다.
나는 이든나이트 막이 찢어진 곳을 수리하기 위해 숙부를 부르러 가려고 했으나, 금방 찬물을 뒤집어쓰고 몸이 얼어서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것이다.
물은 내 턱까지 찼다. 누군가가 나를 잡아 물에서 건져 주었다.
나는 눈을 떴다.
나를 흔들어 깨운 것은 할리 단소프였다.
"가위에 몹시 눌린 모양이군, 짐, 저녁에 오징어를 먹었나?"
잠수부 사이에선 오징어를 먹으면 나쁜 꿈을 꾼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하면서도 할리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우리들은 전원 30분 이내에 스테이션 케이(K)에 출근하도록 명령이 내렸네. 짐."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손목 시계를 찾았다.
"지금 몇 시인가? ......."
"0500시네, 짐."
할리가 말했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다나까 중위는 우리들을 보통 때보다 3시간이나 일찍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이다.
지하 심부에 고여 있는 지진 에너지에 관한 문제인 것일까?
우리들이 스테이션 케이(K)에 도착했을 때 케로우 중위가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다나까 중위의 신고장을 받아 지오존데를 지하로 내리는 작업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작업을 거들어 주라고 명령하였다.
케로우 중위는 언짢은 기색으로 초조해 하고 있었다.
밥 에스코는 스테이션 케이(K)에 없었다. 기숙사에도 있지 않았다. 그러나 다나까 중위는 전혀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우리들이 지오존데를 지하로 내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동안, 다나까 중위는 스테이션 케이(K)의 한 구석에 있는 어느 조그만 관측 지도실 침대에서 큰 대자로 누워 자고 있었다.
작업은 잘 진행되지 않았다.
지오존데는 역시 스테이션 케이(K)의 지하실에서 겨우 21킬로 내려가서 망가져 버린 것이다. 그러나 망가지기 전에 수초 동안 귀중한 관측 데이터를 음파로 보내왔다. 그것은 굉장히 높은 온도와 이상한 중력 변화였다. 이 2개의 데이터는 스테이션 케이(K)의 지하에 고온이며, 밀도가 짙은 암석의 흐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나타냈다. 고온이며 밀도가 짙은 작은 암석의 흐름, 그것은 흐물흐물하게 용해된 마그마(땅 속의 깊은 곳에 뜨겁고 녹은 상태로 있는 바위를 만드는 물질. 바윗물)가 틀림없었다.
케로우 중위는 지각 구분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다나까 중위가 예측하고 있던 대로다. 이든, 단소프, 자네들 두 사람은 곧 지오존데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게. 한 사람씩 분석해서 같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네. 자네들이 습득한 지진 예지 기술을 과시할 절호의 기회다. 열심히 하게."
그래서 할리와 나는 분석 데스크(책상)에 나란히 앉았다.
우선 나는 지하의 등압선(기압이 같은 지점을 서로 이어 맺은 곡선)과 등온선(온도가 같은 지점을 이어서 그린 선)의 중력 변화 지수 등을 지각 구분도에 써넣었다. 그리고 과거의 분석 결과하고 대조해 봐서 장래의 변화를 예지 했다.
다음으로 타이드 신부가 발견한 지진 역학의 법칙을 사용해서 지진 에너지의 축적량을 계산하고, 그 에너지의 방출 범위와 진동 규모 등을 계산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계산해 낸 지진 예지의 수치에 시간과 진도의 확립 오차의 법칙을 적용해서 수정했다.
나는 내 분석 결과에 깜짝 놀라서 할리의 데스크를 들여다보았다. 할리의 계산도 이럭저럭 나하고 같은 결과가 된 것 같았다.
할리의 얼굴은 창백했다.
핏발이 선 눈으로 계산을 다시 하고 있었다. 잠시 후 할리는 얼굴을 들고 불안스럽게 나를 보았다.
"짐 , 끝났나?"
"응. 끝났네."
"자네의 예지는 어떤가?"
할리의 입술은 마르고,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한숨을 들이쉬고 나는 잘라서 말했다.
"예측 진도, 10 플러스(+) 마이너스(-) 2. 예측 시간, 36시간 플러스(+) 마이너스(-) 24시간."
그러자 할리는 지우개를 놓고 안심한 듯이 속삭였다.
"나는 내 능력에 자신을 잃을 뻔했지만....... 좋았어. 내 해답도 자네하고 같아."
그리고 우리는 입을 다물었다.
굴속 같은 정적이 우리를 휩쌌다.
주위의 벽에서 물이 스며 나왔다. 그것이 소리도 없이 벽을 타고 땅바닥 한쪽에 있는 도랑에 흘러내리고 있었다. 우리들의 머리 위에는 3천 미터의 암석과 4천 미터의 바다가 있는 것이다.
"우리들의 예지로는 지진은 빠르면 지금부터 12시간 후에 일어난다. 그리고 그것은 진도 12의 초대형 지진이 될 가능성이 있네."
할리는 의자를 돌려 관측실의 시계를 쳐다보고 큰 목소리로 계속했다.
"진도 12의 지진이 일어나면 살아 남을 사람은 하나도 없지."
 
 
10억 불의 공황
 
우리들은 지진 예지의 결과를 케로우 중위에게 제출했다.
"일어나게, 다나까 중위!"
케로우 중위는 날카롭게 외치고는 우리들의 지진 예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잠이 깬 다나까 중위가 비칠비칠하면서 다가왔다.
두 중위는 각기 우리들의 지진 예지를 검토했다.
이윽고 다나까 중위는 한숨을 쉬고, 예지의 계산서를 책상 위에 놓고 케로우 중위를 돌아보았다.
"우리들의 계산과 같군. 다나까 중위."
라고, 케로우 중위가 말했다.
"음, 마침내 출동할 때가 되었군. 뒤를 부탁하네. 케로우 중위.“
다나까 중위는 황급히 방을 나갔다.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일까?
케로우 중위가 우리하고 마주 앉아 뱉듯이 말했다.
"축하하네. 자네들의 지진 예지의 결과는 나나 중위의 예지하고 꼭 일치했네. 이것으로 우리들은 60시간 이내에 대지진의 습격을 받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예언할 수 있네."
우리는 잠시 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지저의 관측소는 기분 나쁜 정적에 싸였다. 바닥에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 울려 퍼지고 극미소 지진계가 우리들의 마음의 동요까지 기록하는 것처럼 바늘이 흔들거렸다.
"대지진에 대해서 우리들은 무엇을 하면 좋습니까?"
할리가 헐떡이면서 말했다.
"지진을 기다릴 뿐일세.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나?"
케로우 중위는 그렇게 말하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표정을 굳히면서 말했다.
"지진 얘기를 누구에게도 해선 안 되네. 알겠나? 우리들의 일은 극비일세. 개인적으로는 절대로 지진 예지의 결과를 말해선 안 된단 말일세. 상대가 누가 됐던지 말이네."
나는 한 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중위님.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면 시민들은 그것을 알 권리가 있습니다!"
"이 해저 도시는 항상 위험에 싸여 있다네."
"하지만 이러한 위기는 좀처럼 없습니다. 진도 12의 대지진이 온다면 많은 시민들의 생명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중위님은 생각지 않습니까? 적어도 시민들의 대피 수단을......."
"그것은 우리들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걸세. 그것 때문에 다나까 중위가 달려갔지만 말이네."
케로우 중위는 지진 예지 용지를 초조하게 들여다보았다
"스테이션 케이(K)는 해저 함대에 시 당국이 협력해서 설치되었네. 그래서 시 당국의 허가 없이는 우리들은 지진 예지의 결과를 발표할 수가 없다는 규칙을 정했다네. 어젯밤 다나까 중위는 시장에게 전화를 걸었네. 그리고 지급 긴급 회의를 열도록 시장에게 요청하러 간 걸세. 시의회의 승인을 얻지 않으면 지진 예지의 결과를 발표할 수 없기 때문이네."
"그렇지만 우리들은 이렇게 가만있을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라고, 나는 외쳤다.
"가만있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단 말인가?"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케로우 중위는 고함친다.
그로부터 2시간 동안 우리들은 새로운 데이터를 보충해서 지진 예보를 검토해 보았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다나까 중위가 스테이션 케이(K)로 돌아왔다. 깨끗이 면도를 하고 새로운 제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 얼굴은 오랫동안 서리 속에 내버려둬서 시들어져 가는 작두콩처럼 쪼그라들어 생기가 없었다.
우리들에게는 말도 하지 않고 서둘러 각종 계기를 읽고, 극미소 지진 그래프를 따라 조사하고는, 천천히 책상으로 뒤돌아갔다.
케로우 중위는 예지가 혹시나 틀리지나 않았나 해서 역(반대)계산을 하고 있었다.
"변화가 있나?“
다나까 중위가 묻자 케로우 중위는 고개를 저었다.
"변화는 없네. 시의회 쪽은 어떻게 됐나?"
"모두 다 바빠서 회의에 출석하지 못한다는군! 의원들은
 
  EMB0000063445b7

거의가 실업가니까 말이네. 그리고 어쩌면 지진 예지를 발표해서 시내에 패닉(경제계가 혼란에 빠지는 상태. 즉 경제 공황)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모양일세. 하지만 패닉은 벌써 일어나고 있는걸.""패닉이?"
케로우 중위는 할리하고 나를 쏘아보았다.
"지진 예보를 누가 알렸지?"
"그런 게 아닐세. 먼젓번 지진의 영향이 꼬리를 끌어 주식이 쏟아져 나와서 주가는 대폭락일세. 오늘도 시장에게 가는 도중에 주식 거래소가 열려 있었는데, 꼭 정신 병원 같은 소동이었네. 나는 단소프 씨하고 전화조차 못했다니까. 긴급한 경우에 대비해서 전화 회선을 확보해 두지 않으면 안 되겠더군. 하여튼 시장은 주식 거래소의 종업(업무를 마침) 후가 아니면, 의결에 필요한 의원의 정수를 모이게 하는 것은 도저히 무리라는 걸세. 이제 3시간만 참으면 되네."
그렇게 말하고 다나까 중위는 손목 시계를 보았다.
"우리들이 어떻게 할 수 없습니까?"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한다?"
다나까 중위는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타이르듯이 말했다.
"우리들이 우리 마음대로 지진 예측의 결과를 발표했을 경우를 생각해 보게.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 경찰의 협력이 전혀 없다고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는지 상상할 수 있나? 믿을 수 없는 무서운 혼란이 일어나겠지. 자네가 상상할 수 없는 폭동이 일어날 걸세! 그렇게 되었을 때 과연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까? 그러나 자네 자신의 일을 걱정하고 있다면 그럴 필요는 없네. 해저 함대는 내가 기지 사령부에 보고한 지진 예지의 결과에 따라 이미 피난 계획을 세우고 있네. 물론 이 스테이션 케이(K)는 가능한 한 활동을 계속하겠지만 만약에 자네가 빨리 피난할 수 있게 다른 근무로 바꾸고 싶다면......."
"다나까 중위님, 너무합니다!"
나는 날카롭게 부르짖었다.
"아니, 미안하네."
다나까 중위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지오존데를 또 하나 망가뜨려 보게! 새 데이터가 필요해.“
또다시 지오존데가 21킬로의 지중으로 내려졌다. 그것이 망가지기 전에 보내온 데이터에도 특히 문제가 될 만한 변화는 없었다.
나는 새 데이터를 근본으로 해서 진도와 시간을 다시 계산했다. 해답은 '진도, 11 플러스(+) 마이너스(-) 2도','시간, 30시간 플러스(+) 마이너스(-) 12시간'으로 나왔다. 다나까 중위는 내 해답을 자기 해답하고 비교해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또 일치했군. 먼젓번하고 틀리는 건 지진이 약간 대형이 되고, 지진이 일어나는 시간이 조금 가까워진 것뿐이네."
다나까 중위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입 언저리가 굳어 있었다.
"시장에게 또 전화를 걸고 오겠네."
다나까 중위가 자기 방으로 사라졌을 때 할리가 들어 왔다.
식당에서 횐 뚜껑이 달린 커피 잔을 여러 개 날라왔다. 그 중 1개를 내게 주며 할리는 물었다.
"샌드위치 먹을래?"
나는 할리가 내미는 쟁반을 보고 머리를 가로 저었다.
스테이션 케이(K)의 시계는 점심 시간을 훨씬 지나있었지만 별로 식욕이 없었다.
"나도 먹고 싶지 않아."
할리도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
"다나까 중위는 무엇을 하고 있나?"
"시장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네."
"다나까 중위는 나에게 아버지한테 전화를 걸게 해주지 않을까? 만약에 내가 지진 예지 정보를 알리면 우리 아버지는 10분 안으로 의회를 열게 할걸세."
그 때 다나까 중위가 자기 방에서 나와 조용히 다가왔다.
"단소프 후보생, 자네가 부친에게 전화할 필요는없네. 의회는 지금 열렸네."
그리고 케로우 중위에게 얼굴을 돌렸다.
"나는 이제부터 시의회에 지진 예지의 결과를 보고하러 가네. 스테이션 케이(K)에 관해서는 자네에게 전 책임을 맡기겠네. 케로우 중위, 시의회는 굉장한 소동이 일어날 걸세. 일부 의원들은 지진 예지 발표를 반대하고 있으니까."
"저를 함께 데리고 가 주실 수 없습니까? 제 모습을 보면 부친은 지진 예지 발표에 힘을 빌려 주실 지도 모르는데......."
할리는 열심히 부탁했다.
"음, 나는 자네하고 짐 이든을 같이 데리고 갈 작정이네. 단 자네들이 할 일은 관측 지도를 펼쳐 놓는 것뿐일세. 이야기는 내가 하겠네. 잘 알아두게."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의 시의회 의사당은 금융 지구와 해상에 떠 있는 비행장 윗 부분의 발착장 사이에 있었다.
시장과 의원들은 해저 생활의 벽화가 그려져 있는 대회의장에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회의였다.
의원들은 제멋대로 자기 생각을 서로 주장하고 여기저기서 논쟁을 시작하고 있었다.
시장은 10번 이상이나 '정숙'이라고 외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다나까 중위가 연단에 섰어도 아직 떠들썩한 것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다나까 중위의 한 마디로 소란은 딱 그쳤다.
"진도 11도의 해저 지진이 얼마 안 있어 일어납니다."
"진도 11도라고?“
시장은 놀라서 되물었다.
"예측 진도 11도 입니다."
다나까 중위는 되풀이한다.
"예측 진도 11도라?"
"예측이라면 진도가 그대로 11도가 될 수도 있겠지?"
벤 단소프가 말참견을 하였다.
"그렇습니다."
"혹은 진도가 9도, 8도 아니 7도 일는지도 알 수 없지."
"아뇨. 그것은 너무 낮게 보시는 겁니다."
다나까 중위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가능성은 있을 테지?"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확률로 보아 대단히 희박합니다."
"알았소, 중위. 당신은 확률의 문제를 근거로 해서 우리들 보고 이 해저 도시에서 피난하라는 말이군. 그것을 실행하려면 얼마마한 비용이 들 것이라고 생각하오?"
이 말을 듣자 다나까 중위의 다갈색 눈동자가 분노로 이글거렸다.
"돈 문제가 아닙니다. 단소프 씨!"
"아니, 문제지요 중위. 우리들은 돈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 거요. 그리고 우리들이 거액의 세금을 내지 않으면 사회 그 자체가 성립될 수 없지. 물론 당신네들 과학자가 소용이 되는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내 아들도 당신의 부하로 일하고 있소. 내 아들은 아주 우수한 놈입니다. 하지만 아직 어린애요. 우리들은 어린애들에게 이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를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습니다! 중위, 당신은 지금 우리에게 지진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가르쳐 주었소. 이야기는 잘 알아들었소. 그래서 당신은 우리에게 어쩌라는거요?"
"대지진은 48시간 이내에 일어납니다. 전 시민은 곧 피난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다나까 중위는 고집스럽게 주장했다.
"하지 않으면 안된다, 라는 말은 너무 지나쳤네, 중위!"
단소프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서 고함친다.
"당신이 할 일은 지진 예지를 하는 것뿐일세! 거기에 따라 어떠한 방법을 쓰느냐 하는 것은 우리들이 결정할 것이네. 나로서는 피난은 절대 반댈세!"
순간 넓은 의장 안이 조용해졌다.
다나까 중위는 가방에서 노트를 끄집어내어 의원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시 당국의 건설 기사들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이것이 그 보고입니다. 기사들의 말에 따르면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는 진도 9도까지의 지진에는 견디어 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든 나이트의 안전 셔터가 완전히 가동하면 대부분의 시민은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도 10도가 되면 이겨 낼 수가 없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우리들의 지진 예지로는 지금부터 일어날 지진이 진도 11도나 아니면 12도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중위, 나는 나의 주장을 반복할 수밖에 없군.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 시민은 피난할 필요가 없소."
여기서 벤 단소프는 시장 쪽을 향했다.
"시장, 그 이유를 중위에게 설명해 주시오."
시장은 혈색이 좋은 큰 사나이였지만 단소프가 갑자기 발언하라는 바람에 놀란 모양이어서 이마의 땀을 씻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 당국에서는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특별 직원들이 수년간이 걸쳐 피난 문제를 연구해 왔습니다. 오늘 아침, 제가 직원들에게 현재 전 시민이 당장에 피난할 방법을 물었던 바 불가능이란 대답을 들었습니다. 현재의 전 인구는 75만 명입니다. 사용이 가능한 모든 선박을 동원해 본대도 5만 명 이상은 운반할 수 없습니다. 만약에 이틀간의 여유가 있다면 육상이나 해상에 피난길을 설치해서 10만 명쯤은 피난시킬 수 있습니다. 떠 있는 비행장을 사용해서 5만 명에서 10만 명을 피난시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해저 도시에는 50만 명이나 되는 어른과 아이들이 남아서 해신(바다를 다스리는 신령)의 저주가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어째서 당신은 평상시부터 좀 더 좋은 계획을 세워 두지 않았습니까? 언젠가 이러한 위기가 오리라는 것을 당신은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다나까 중위는 홧김에 외쳤다.
"중위! 말이 지나치군!"
시장 역시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고 같이 외쳤다.
그러나 벤 단소프는 시장을 말리고는 대신 자기가 말하기 시작했다.
"중위, 물리적인 이유만이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도 있소. 대부분의 시민은 가령 피난할 수 있다 쳐도 여기서 떠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거요. 여기는 우리들의 집이오. 우리들에게 피난을 명령하는 지진 예지는 고맙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요."
그리고 시장을 돌아다보며 말했다.
"시장, 나는 중위에게 감사하고, 지하의 보금자리로 돌아가 주기를 제안하는 바요."
의원들 사이에서 또다시 의논이 시작되었지만, 회의를 지도하고 있는 것은 벤 단소프였다. 시장조차도 단소프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우리들은 힘없이 회의장에서 나와 지하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연판으로 둘러싼 금고
 
다나까 중위는 노여움을 감추려고 했으나 감출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시의회 의사당을 나온 우리들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걸어가면서 할리가 입을 열었다.
"다나까 중위님, 부친의 일을 나쁘게 생각지 마십시오. 아버지는......."
"괜찮아! 핑계 따윈 듣고 싶지 않네!"
하고, 다나까 중위는 고함쳤다.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친은 실업가입니다. 중위님이 그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라는 겁니다."
"알고 있네. 자네 아버지는 살인자라는 걸 말이네."
다나까 중위는 끝까지 냉담했다.
"그렇지만 저에게는 아버지는 어떻든 아버지입니다."
"미안하네, 이 일로 인해서 나는 신경이 너무 날카로워진 모양이네."
다나까 중위의 마음속을 우리들은 알 것 같았다.
이곳에는 거대한 현무암의 기둥이 즐비하고, 호화스러운 사무실과 시 건물 빌딩이 나란히 서고, 그 사이를 시민들이 바쁜 듯이 왕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의 지진 예지가 옳은 것이라면 이틀 동안에 모두 죽어 버리게 된다. 해저 도시
 
  EMB0000063445b8

 밑에 있는 암반 그 자체가 허물어져서 빌딩이 무너지고 도움의 이든나이트 막을 찢어 버리고 5천 미터의 수압이 시 전체를 납작하게 눌러버린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의 폐허는 심해의 낙지와 오징어의 집으로 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막을 방법은 아무 것도 없다.시 자체가 시민들의 생명을 구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단소프 후보생!"
돌연 다나까 중위가 입을 열었다.
할리는 부동 자세를 취했다.
"단소프, 전화를 걸어 주게. 나 대신 기지 사령관을 불러내어 시의회가 내 권고를 거부한 것을 보고하게. 해저 함대가 독립 행동을 취하는 편이 좋겠다고 전하게."
"네, 중위님!"
할리는 서둘러서 전화 박스로 향했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다나까 중위는 중얼거렸다.
"해저 함대는 피난해도 자기만은 피난하진 않겠지. 시민의 일부를 구하려고 할 게 틀림없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있고 말고! 할리 단소프가 전화를 하고 돌아오면, 우리들은 즉시 최근 연거푸 일어나는 지진이 인공적인 것인지 어떤지, 그것을 조사하러 가는 것일세!"
다나까 중위는 힘차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제가 지저 굴진 카를 본 구정물 탱크로 안내하겠습니다. 물을 뿜어 내지 않더라도 잠수복을 입고 들어가면......."
나는 기운이 나서 말했지만, 다나까 중위는 웃으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서둘지 말게. 나는 구정물 탱크를 조사하러 갈 마음은 없네. 자네 숙부님의 사무실을 조사하는 걸세."
할리가 돌아오자 우리들 세 사람은 곧 4층으로 향했다.
우리들은 잠자코 있었다.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시내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공황 같은 것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제 7구의 거리에는 무거운 전기 트랙이 여전히 시끄럽게 달리고 있었다. 공장이나 창고에서는 노동자들이 바쁜 듯이 일하고, 주변에는 해산물의 냄새가 진하게 떠돌고 있었다.
나는 다나까 중위와 할리를 안내해서 88번지의 창고 사이에 있는 어두컴컴한 계단을 올라가 복도를 지나서 '이든 기업'의 문 앞에 섰다.
역시 나는 망설였다.
"열어!"
다나까 중위는 명령했다.
나는 문을 열고 사무실에 들어갔다.
기데온 파크가 지저분한 책상에서 낡은 타이프를 치고 있었다.
얼굴을 들어 나를 보자 타이프에서 손을 떼면서 외쳤다.
"짐! 잘 왔네!"
그러나 내가 혼자가 아닌 것을 알자 웃음이 사라졌다. 붙임성 있는 검은 얼굴이 쌀쌀해졌다. 낡은 타이프 라이터에 플라스틱 커버를 하고, 치다만 타이프 용지를 감추고 천천히 일어섰다.
나는 망설이면서 말했다.
"이 쪽은 다나까 중위라네, 기데온."
"만나 뵙게 되어서 대단히 반갑습니다. 중위."
기데온은 정중히 인사를 했다.
그러나 다나까 중위는 사무적으로 말했다.
"스튜어트 이든을 만나고 싶소. 여기에 안 계신가?"
"계십니다. 구석방입니다."
"그런가."
다나까 중위는 구석방을 향해 곧바로 걸어갔다.
그러나 기데온이 재빨리 가로막았다.
"미안하지만 스튜어트는 지금 취침중이라서......."
"깨워 주게!"
"그게 곤란합니다, 중위. 스튜어트는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매일 이 시간은 휴식을 위해 낮잠을 자게 되어 있습니다. 한 시간쯤 후에 다시 오실 수 없을까요?"
기데온은 정중히 설명을 했다.
"자네는 무엇인가 숨기고 있군, 파크! 저리 비키게!"
다나까 중위는 외쳤으나 기데온은 움직이지 않았다.
커다란 검은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없이 문 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
다나까 중위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흥분한 나머지 떨고 있었다.
순간 나는 맞붙잡고 싸우는 것이나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나까 중위는 자기 감정을 누르고 한 발 물러섰다.
"미안하네, 파크. 내 태도가 좀 예의에 어긋났던 모양일세. 그렇지만 나는 역시 해저 함대 일로 여기에 왔네."
"해저 함대의?"
기데온의 표정이 미미하게 움직였다.
"중요한 조사를 하기 위해서네. 파크, 만약에 스튜어트 이든이 사실상 있는 것 같으면 깨우는 편이 좋을 걸세. 스튜어트 이든은 대단히 복잡한 입장이 되어 있네. 그것은 자네도 마찬가지일세. 파크, 짐 이든 후보생의 보고에 의하면 자네는 지저 굴진 카의 사용 및 금지된 핵 폭발물 소유라는 불법 행위를 하고 있더군."
기데온 파크는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천천히 얼굴을 돌려 나를 보았다.
"짐, 자네는 우리하고 같이 가세."
다나까 중위는 부드럽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나까 중위가 말하는 대로네. 기데온, 내 생각으로서도 스튜어트 숙부님을 깨우는 편이 좋을 것 같네."
"그렇겠지요, 도련님."
기데온은 한숨을 쉬고 빙그르 방향을 돌려 초록색 문을 두드렸다.
대답이 없었다.
잠깐 사이를 두고 기데온은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우선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방 한구석에 있는 강철제 대금고와 그 옆에 있는 좁은 침대였다. 침대 옆에는 숙부의 장화가 벗겨져 있었다. 침대 위에서 숙부가 한 팔꿈치를 세우고 몸을 일으키며 나를 보았다. 축 늘어진 숙부의 새파란 눈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짐, 만나고 싶었다!"
나를 보고 숙부는 밝게 웃었으나, 기데온처럼 내가 혼자가 아닌 것을 알자 갑자기 웃음이 사라지고 무표정한 얼굴이 되었다. 그것은 자기 마음의 동요를 감추는 베일과 같은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니?"
숙부의 목소리는 침착성을 되찾고 있었다.
"있고 말고요."
다나까 중위가 숙부의 말을 받아서 말했다.
"이든 후보생, 이분이 자네 숙부님이신가?"
"그렇습니다."
"그러면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해저 함대의 다나까 중위입니다. 공적인 용무로 찾아뵈었습니다."
다나까 중위는 방안을 둘러보고, 큰 금고에 눈길을 멈추고 말을 계속했다.
"이든 씨, 해저 함대는 당신이 경제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서 인공 지진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먼저 말씀드리지만 당신의 발언은 증거가 될 것이니 그리 아시고 말씀하십시오."
"알았소."
숙부는 침대 위에 일어나 불상처럼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놀란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훨씬 전부터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숙부는 이윽고 침대에서 일어나 망가진 책상 앞까지 천천히 걸어와 의자에 깊숙이 앉아서 다나까 중위를 쳐다보았다.
"당신은 무엇을 알고 싶소?"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지저 굴진 카하고 금지된 수폭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시치미를 뗄 수는 없습니다. 당신 조수가 수폭을 굴진 카에 실어 나르는 현장을 목격 당했으니까요."
숙부는 나를 힐끗 쳐다보고 기데온에게로 눈을 옮겼다.
기데온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군. 그러나 그것은 내게는 상관없는 일이 아니오?"
이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어떠한 경우일지라도 기데온에게 책임을 밀어붙이는 따위의 짓은 절대로 한 일이 없는 숙부인 것이다.
그러나 다나까 중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든 씨, 당신에게 직접 관계가 있는 일을 몇 가지 물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첫째는...."
다나까 중위는 손가락을 하나 꼽고,
"당신이 캘커타 해산(깊은 바다에서 1천 미터 이상의 높이로 고립되어 있는 봉우리) 부근의 해저(바다의 밑바닥)에서 분화 때문에 수중 카를 잃었을 때, 대체 무슨 일을 하고 계셨는가라는 것입니다."
하고, 숙부를 쳐다보았다.
"심해(깊은 바다) 살베이지(Salvage. 해난 구조, 침몰선 인양 등)는 내가 가장 힘을 쏟고 있는 일이라오. 중위, 우리들은 해저 산맥 계곡에서 침몰선을 발견했기 때문에 그것을 인양하려고 하였소."
숙부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다나까 중위는 가늘고 새까만 눈썹을 한쪽만 꿈틀하고 움직였다.
"나는 인도양의 역사 지식에 좨 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거 25년 동안에 캘커타 해산 부근에서 대형선이 침몰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그것은 좀 더 옛 시대의 침몰선이라오."
"알겠습니다."
다나까 중위는 대답은 했지만 의심스럽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심해 살베이지가 당신의 사업이라면 어째서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에 사무실을 두었습니까?"
"나의 일은 살베이지뿐만이 아니오. 나는 옛날부터 바다에 관한 모든 사물을 사업의 대상으로 해온 것이오."
"주식 투기도 말입니까? 나는 당신이 먼젓번 지진으로 백만 불의 이익을 얻었다고 듣고 있습니다."
"때로는 주식 투기도 사업의 하나입니다. 나는 과거 30년 동안 바다의 부를 취급해서 장사를 해 왔습니다. 캘커타 해산에서 수중 카를 잃어버리고 이 곳으로 왔을 때 주식이 과열해서 이상 고가(높은 값)를 나타내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지진이 한 번 오면 그것이 작은 것이라도 대폭락할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소. 여기서는 빠르건 늦건 간에 언젠가는 지진이 일어나니까 말이오. 그래서 투매에 나섰던 거요. 이만하면 대답으로서 충분하겠소?"
"질문은 또 한 가지 있습니다. 저 금고의 내용물은 무엇입니까?"
"다나까 중위, 그 질문은 월권이오! 나는 마리니아의 시민이오. 나는 이곳에서도 법률적인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소. 만약에 당신이 금고 속을 보고 싶다면 수사 영장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이오!"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열 수 없습니다!"
숙부는 강하게 거절했다.
그러나 다나까 중위는 물고 늘어졌다.
"당신은 금고를 열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이든 씨, 첫째 이유는 먼젓번 지진을 밥 에스코 후보생이 틀림없이 예지 한 사실입니다. 둘째는 에스코하고 여기
 
  EMB0000063445b9

 있는 당신 조수가 지저 굴진 카를 숨겨둔 구정물 탱크까지 갈 때 미행 당한 일입니다. 셋째는 에스코와 당신 조수가 지저 굴진 카에 수폭을 싣고 있는 현장을 목격 당한 사실입니다. 넷째는 에스코와 파크를 미행해서 지저 굴진 카를 발견하고, 그 일을 증언한 사람이 당신의 조카인 이든 후보생이란 사실입니다."숙부는 책상 뒤에 털썩 주저앉아 다나까 중위가 커다란 목소리로 하나하나 이유를 열거할 때마다 마치 매맞고 있는 것처럼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주름 투성이의 얼굴이 격한 분노로 해서 시뻘겋게 물들었다.
굳게 마주잡은 두 주먹이 공중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렇지만 최후에 다나까 중위가 내 이름을 대자, 숙부는 양손을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그래 알았네. 자네의 승리일세. 중위, 그럼 금고를 열겠네."
숙부는 일어섰으나 어지러운 듯 의자를 잡고 잠깐 쉬었다. 그리고 금고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시력이 약한 눈을 다이얼에 갖다 댔다.
곧 찰카닥 하고 볼트가 벗겨졌다.
숙부는 괴로운 듯이 일어서서 금고 문을 열었다. 나는 다나까 중위의 뒤에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금고 내부는 두께 10센티의 연판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거기에 광선이 들어가서 스텐레스 스틸의 밴드를 감은 황금색 공이 몇 개나 찬연히 빛나고 있었다.
"수폭이다!"
다나까 중위는 승리감에 외쳤다. 그리고 분노에 타는 얼굴을 숙부에게 돌리고 말했다.
"설명해 주십시오, 이든 씨. 금고 안에 왜 수폭을 넣어둔 거죠?"
 
 
스튜어트 이든의 범죄
 
다나까 중위는 연판으로 둘러싼 금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수폭의 방사능을 두려워하는 듯 뒷걸음질쳤다. 그 얼굴에는 근심, 놀라움, 슬픔 등이 뒤섞인 승리감 이 나타나고 있었다.
"자아, 이든 씨! 어떤 변명을 하실 셈이오?"
"나는, 나는......."
숙부는 말을 더듬었다.
금고에서 떨어져 비칠비칠하며 겨우 침대까지 걸어간 숙부는 그 끝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정신을 가다듬으려는 듯 머리를 흔들며 벽에 털썩 기대앉았다.
숙부의 그런 모양을 보고 있던 다나까 중위가,
"저것은 핵폭탄이란 말이오!"
하고, 외쳤다.
"민간인이 가지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분명히 해저 함대에서 홈친 것이 틀림없소.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에서도 민간의 핵 폭발물 제조 및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법이 적용됩니다. 당신은 금지품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부정하지 않소."
숙부는 거의 들릴까 말까 하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당신이 수소폭탄으로 인공 해저 지진을 일으킨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당신은 부정합니까?"
다나까 중위는 꿰뚫는 것 같은 기세로 숙부를 손가락질했다.
숙부는 괴로운 듯이 머리를 끄덕였다.
다나까 중위는 놀란 모양이었다. 중위는 나를 힐끗 보고 나서 숙부에게로 눈을 돌리고, 반신반의하는 듯 다시 물었다.
"당신은 인정하는 것입니까? 인공 지진으로 인해 죽음과 파괴를 가져온다는 무서운 범죄를 인정하는 것입니까?"
"죽음이라고? 아무도 죽지 않아......."
말하다 말고 숙부는 긴 숨을 몰아쉬더니 바닷바람에 그을린 얼굴이 창백해지고 돌연 얻어맞은 것처럼 털썩하고 침대 위에 쓰러졌다. 숙부는 머리를 침대 밖으로 내밀고 누워서 괴로운 듯이 헐떡거렸다.
"스튜어트 숙부님?"
나는 외치면서 달려갔다.
기데온도 숙부를 도우러 달려왔다.
그러나 다나까 중위는 우리들을 막았다.
"안 돼! 그 사나이에게 손대지 마라! 그놈은 범죄자다!"
"그렇지만 환자입니다."
기데온이 정중히 항의하였다.
"약이 필요합니다. 나를 밀어내 버리면 당신은 환자를 죽이는 것이 된단 말이오!"
"그 책임은 물론 내가 지지. 그 사나이는 내가 체포한 용의자요."
다나까 중위는 의식을 잃고 침대에 누워 있는 숙부를 향해 점잖을 부리며 선고했다.
"스튜어트 이든, 나는 해저 함대 사관의 권한에 따라 핵무기의 불법 제조 사용 방지령을 적용해서 당신을 체포한다!"
이 말이 숙부에게 들렸는지 어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기데온에게는 들렸을 텐데, 항의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 대신 침대에 다가가 재빨리 숙부의 머리 밑에 베개를 받치고, 발을 침대 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담요를 덮어 주면서 속삭였다.
"괜찮아, 스튜어트. 지금 주사를 놔 줄 테니까."
"아무 것도 하면 안 돼! 그 사나이는 범죄자다!"
다나까 중위는 다시 고함쳤다.
기데온은 일어서서 다나까 중위에게 얼굴을 돌렸다. 굉장한 형상이었다. 이렇게 화가 난 기데온의 얼굴을 나는 아직까지 본 일이 없었다. 기데온은 웬만해서는 자제력을 잃어버리는 사나이가 아닌 것이다.
다행히 다나까 중위의 얼굴이 내가 있는 쪽을 향하고 있기를 잘 했다.
기데온은 고대 아프리카의 거인 전사처럼 다리를 벌리고 서서 심해의 밑바닥을 생각나게 하는 기분 나쁜 검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낮지만 뚜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튜어트 이든은 심장이 나쁘단 말이오. 중위, 나는 스튜어트에게 주사를 놔주려고 하오. 그것을 막으려거든 나를 죽일 수밖에 없을 것이오!"
다나까 중위가 숙부의 괴로워하는 숨소릴 듣고 있는 동안, 기데온은 책상 속에서 조그만 피하(살가죽의 밑) 주사기를 꺼내어 숙부의 셔츠 소매를 걷어 올렸다.
"좋아, 주사를 놓아주게."
이렇게 말하고 다나까 중위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 때 기데온은 이미 주사를 놓고 있었다.
기데온의 검은 손가락이 작은 주사바늘을 숙부의 가는 팔에 꽂고 피스톤을 조용히 눌렀다. 이윽고 바늘을 빼고 바늘구멍에 동그랗게 맺힌 피를 닦아냈다.
주사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우리들은 모두들 침대를 둘러싸고 담요 밑에서 허덕이는 숙부를 지켜보았다.
기데온이 무릎을 꿇고 숙부에게 무엇인가 속삭였다.
숙부의 여윈 얼굴은 핏기가 없어지고 흠뻑 땀에 젖어 있었다.
"이든을 살펴 두게. 묻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네. 훔친 수폭으로 개인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서 인공지진을 일으키다니.... 이 이상의 범죄는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다! 더욱이 영웅적인 발명가로서 온 세계에 알려진 사나이가 이런 범죄를 범하다니! 이 사나이를 살려 두게, 파크!"
흥분하는 중위를 쳐다보고 기데온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물론이죠."
그리고 일어나서 덧붙였다.
"인제 2분만 있으면 되지요. 하지만 이제는 걱정 없습니다. 스튜어트가 눈을 떴을 때 뭐라고 할지 기다려집니다."
"새삼 거짓말은 용서할 수 없어."
다나까 중위는 여유를 두지 않고 고함쳤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 숙부가 범죄자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스튜어트 이든은 온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나이다! 내가 소년 시대에 숙부에 대해서 품고 있던 감정은 지금껏 변하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다나까 중위님, 숙부님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당신은 우리 숙부님을 잘 모릅니다. 숙부님은 지금 중위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무서운 범죄를 저지를 만한 인간이 아닙니다. 그렇게 보였다면 거기엔 무엇인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숙부에게 설명할 기회를 주어야 옳습니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범죄자라고 몰아치지 마십시오! 숙부님이 눈을 뜨고 설명할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다나까 중위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 얼굴은 지쳐 있었다. 그것도 그럴 만 했다. 이 수일 동안 다나까 중위는 스테이션 케이(K)의 침대에서 잠깐씩 졸았을 뿐으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던 것이다. 심신이 모두 지칠 대로 지쳐 있으면서 내 상상 이상으로 숙부 문제를 생각해 왔던 것이다.
낮고 단조로운 목소리로 다나까 중위는 말했다.
"이든 후보생, 자네는 육친의 정에 너무 약해. 하기는 나도 과거에는 자네 숙부님이 존경할만한 위대한 인물이라는 건 지나칠 정도로 인정하고 있었단 말일세. 그러나 지금은 그 때 하고는 상황이 달라졌네. 자네는 자네 숙부님이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 것을 듣지 않았나?“
나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기데온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는 입을 열었으나 끝까지 말할 수가 없었다. 뜻밖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나는 갑자기 발 밑이 흔들흔들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의자를 붙잡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어느 얼굴에도 놀라움의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제각기 비틀거리고 있었다. 착각이 아니었다. 해저 도시 밑에 있는 암반 깊은 곳에서 와르르 하는 기분 나쁜 소리가 울려왔다. 거인인 저음 가수의 신음 소리 같았다. 대금고가 나를 향해서 천천히 미끄러져왔다.
진동이 거세어지고 내 발바닥이 흔들렸다.
숙부의 낡은 책상 위에서 잉크병이 춤을 추다 방바닥에 떨어져서 박살이 났다. 검푸른 잉크가 내 빨간 바짓가랑이 끝에 튀었다.
할리는 서둘러 발을 내디뎠지만 균형이 잡히지 않아서 방바닥에 넘어졌다.
"지진이다!"
라고, 나는 외쳤다.
"예상보다 빨리 일어났군!"
심한 지진은 혼수 상태에 빠져 있던 숙부까지 깨워 놓았다.
스튜어트 이든은 지금까지도 몇 번씩이나 죽음의 문을 들어가려다가는 살아난 사나이인 것이다.
한쪽 팔꿈치를 짚고 몸을 일으키면서 숙부는 속삭였다.
"지진일세 .기데온......."
기데온은 숙부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스튜어트, 예정 대로네. 우리들은 밖으로 나가는 게 좋을 걸세!“
"잠깐만!"
책상을 붙잡은 채 다나까 중위가 물었다.
"자네들은 무슨 말을 하고 있나?"
"이 건물은 지진에 견딜 수 없습니다! 만약에 당신이 포로를 살려 두고 싶거든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편이 좋습니다. 중위."
기데온이 냉랭하게 말했다.
우리들의 발 밑에서 방바닥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지진은 그렇게 큰 것은 아니다. 기껏해야 3도에서 5도 가량이리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끝날 리가 없다.
우리들이 예지 한 지진은 진도가 10도에서 12도인 것이다.
벽의 긴급 방송용 스피커가 왕왕 소리를 냈다.
 
전 시민 여러분에게 !
전 시민 여러분에게 !
지진 경보 발령 !
전시의 내진 장치가 가동을 시작합니다
전시의 안전 셔터가 내려집니다.
전시의 주로가 정지됩니다.
전시의 공공 통로는 공용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기침을 들여 마시는 것 같은 소리를 남기고 스피커는 침묵했다.
"지금 방송을 들으셨죠? 자 중위, 이곳에서 나갑시다."
기데온이 재촉했다.
그러나 밖으로 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다시 방바닥 전체가 흔들렸다.
방 한가운데까지 움직여 온 대금고가 벽을 향해 도로 가려고 했다. 바닥에 붙은 4개의 차바퀴로 방바닥의 약간의 경사를 천천히 미끄러지듯 움직여 무거운 강철의 큰 몸뚱이를 바람벽에 부딪쳤다.
벽의 석고가 부서져 날았다.
금고 속에서 절그렁 절그렁, 잘그럭 잘그럭 하는 소리가 어울려 났다.
연판으로 된 내부에서 황금색 공 모양인 수소폭탄이 구르며 서로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결코 유쾌한 소리는 못 되었다. 이론상으로는 이들 수폭은 특별한 신관(화약에 점화하여 탄환을 터뜨리기 위하여, 탄환에 장치한 도화관)을 장치하지 않으면 절대로 폭발하지 않는 장치로 되어 있으나, 만일이라는 일도 있다.
우리들은 이론보다는 만일의 경우를 두려워한다.
지금 이 순간은 우리들이 예지한 진도 12도의 대지진조차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핵폭발은 순간적으로 이 거대한 해저 도시를 폐허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짐, 금고를 붙들어라!"
기데온이 외쳤다.
우리들은 금고에 달라붙었다.
심장 발작으로 죽어가던 숙부조차도 비틀거리며 금고를 붙잡았다.
기데온의 주사는 놀랄 만한 효과를 나타내었다. 숙부의 얼굴에 혈색이 돌고 그 눈이 생기 있게 빛나기 시작했다. 더욱이 숙부는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금고의 한 쪽을 힘있게 붙들은 것이다.
할리하고 다나까 중위가 반대편에서 붙잡았다.
그 동안에 기데온은 금고 바퀴 밑에 전화책이며 침대의 매트리스 같은 것을 있는 대로 집어넣어 움직이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외쳤다.
"자, 밖으로 나가자!"
다나까 중위는 흔들흔들 흔들리는 건을 벽을 둘러보았다. 건물 자체는 강철이기 때문에 무너질 염려는 없었다. 그러나 벽은 달랐다. 회벽은 금이 가고 친정에서도 석회 부스러기가 우리들 머리 위에 떨어졌다.
기데온의 말 그대로다.
해저 도시 자체는 안전해도 이 방 안에 있으면 위험한 것이다.
벽의 스피커가 또다시 외쳐대기 시작했다.
 
전 시민 여러분에게!
전 시민 여러분에게!
시장의 성명을 전달해 드립니다.
현재 상황 아래에서는 위험은 없습니다. 전혀 위험은 없습니다.
전시의 내진 장치가 유효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진에 따른 사상자나 설비의 피해는 전혀 없을 것 같습니다.
지진 경보는 얼마 안 가 해제될 것입니다.
되풀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위험은 전혀 없습니다.
 
우리들은 복도를 지나 층계를 내려와 거리로 나가는 출입구까지 왔다.
거리는 피난처를 찾거나, 자기 집이나 재산을 지키려고 우왕좌왕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러나 지진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다나까 중위는 기도하듯이 중얼거렸다.
"이것으로 지진이 끝나 주었으면......."
그러자 숙부가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진은 앞으로 일곱 번 일어날 걸세."
"일곱 번요?"
다나까 중위는 굳어진 얼굴로 숙부를 쏘아보았다.
"역시, 당신은......."
끌까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낡은 건물은 지진의 진동에 따라 내벽 벽뿐만 아니라 밖의 벽도 무너졌던 것이다. 출입구 위에 뻗어 나왔던 석회 추녀가 돌연히 무너져 내렸다.
"비켜라, 짐!"
기데온의 목소리가 채찍처럼 울려왔다.
나는 황급히 물러섰으나 한 발 늦었다. 석회 추녀는 나와 다나까 중위와 할리의 세 사람 위에 떨어졌다. 나는 어깨에 심한 충격을 받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얼마 동안이나 정신을 잃었었는지 알 수 없다. 문득 눈을 뜨니 내 옆에 다나까 중위가 넘어져 있었다.
발이 추녀에 깔려서 움직일 수 없었으나, 미친 사람 모냥 큰 소리로 외쳐 대고 있었다.
"놈들은 도망쳐 버렸다. 살인자! 반역자!"
혼란을 틈타 기데온과 스튜어트 숙부는 유유히 도망쳐 버린 것이다.
나는 추녀 부스러기들을 헤치고 다나까 중위와 할리를 구출했다. 다행스럽게도 세 사람 모두 상처는 없었다.
다나까 중위는 마침 지나가는 경찰관을 붙잡고 숙부와 기데온의 체포를 부탁했다. 그러나 아무 것도 모르는 경찰관에게는 대금고 속의 수폭이며 인공 지진 이야기는 너무나 황당무계(허황하고 터무니없음)했다.
필경 해저 함대 사관인 주제에 지진 때문에 정신이 나가 당치도 않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위험은 없습니다. 침착하십시오!"
그처럼 경관은 지진 경보의 말을 되풀이 할 뿐이었다. 다나까 중위는 화가 나서 못 견디겠다는 얼굴을 내게로 돌리며 외쳤다.
"이든 후보생, 이래도 자네는 숙부를 옹호할 텐가? 그 사내는 도망쳤어. 내가 그 사나이의 유죄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나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지저 기지에의 침입자
 
해저 도시는 지진에 지지 않았다. 얼마 후에 진동이 멎고 주위가 조용해졌다.
우리들은 해저 함대 기지에서 잠수병의 일부를 불러다 대금고 쪽 처리를 부탁하고, 방금 있었던 지진의 기록을 조사하기 위하여 서둘러 스테이션 케이(K)로돌아왔다.
"진도가 4도다. 우리들의 지진 예지가 이렇게 틀린다는 것은 이상하군!"
다나까 중위는 이렇게 말하면서 눈썹을 찌푸렸다.
케로우 중위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빨간 눈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우리가 나간 뒤 혼자서 스테이션 케이(K)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다나까 중위, 우리들의 예지가 틀렸던 걸세!"
케로우 중위가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 또다시 지오존데를 지중에 내려보기로 하세. 새로운 데이터가 필요하네. 그리고 관측 기계를 점검해서 처음부터 예지의 계산을 다시 하는 거다. 30분 안으로 완성시켰으면 하네. 아까의 지진이 우리가 예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다나까 중위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졸린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자는 것뿐이다. 그렇지만 그럴 시간은 없었다. 아무리 피로하더라도 다나까 중위에게 전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들은 다음에 어떠한 일이 일어날 것인지 알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만약에 아까의 지진이 인공 지진이라고 한다면 우리들이 예지한 진도 12도의 대지진은 예정대로 일어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잠이 부족하다고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들은 영원한 잠을 자게 될 것이다.
우리들이 지오존데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을 때, 해저 함대 잠수병들이 들어왔다.
지휘관인 대위가 구두의 뒤축을 딱 마주치며 부동자세를 취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나까 중위, 우리는 자네가 발견한 핵 폭발물을 여기에 넣어 두려고 운반해 왔다. 이것은 기지 사령관의 명령이다."
"여기에?"
다나까 중위는 벌컥 성을 내어 쨍 하는 소리로 크게 외쳤다.
"그런 것은 도로 가져가십시오! 우리들은 지진 관측만으로도 벅찹니다. 핵폭탄의 수비까지는 할 수 없습니다!"
"미안하지만 중위, 사령관의 명령이오. 자네는 지진이 계속되고 있는 이 시기에 핵폭탄을 시내 어딘가에 놓아두라고 하나?"
대위는 강경했다.
이미 잠수병이 무거운 황금빛 공 모양의 수폭을 창고실에 계속 나르고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대위의 말이 옳다. 적어도 스테이션 케이(K)는 해저 아래의 굳은 암반에 에워싸여 있다. 그렇지만 돔에 둘러싸인 시내는 강렬한 진동만이 아니라 홍수로 인해 파괴될 우려도 있으니까, 핵폭탄을 놓아두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우리들은 일을 계속했다.
그리고 마지막 잠수병이 무거운 짐을 가지고 들어 왔을 때, 그 등뒤에 검은 신부 옷을 입은 사나이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일어나서 외쳤다.
"타이드 신부!"
"오오, 짐. 안녕하시오 다나까 중위. 나의 무례한 방문을 용서해 주십시오."
다나까 중위는 예지 테이블의 의자에서 일어서며 타이드 신부의 손을 잡았다.
"당신이라면 대환영입니다. 우리들의 지진 예보를 보시겠습니까?"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진도 12의 지진을 예지했는데 진도 4의 지진이 일어났소. 그래서 진도 4의 지진이 당신이 예지했던 지진인지 아닌지 의심하고 있소. 당신의 생각은 옳다고 생각하오. 그래서 만약에 지장만 없다면 단신의 예지 재점검을 돕고 싶은데요."
"그건 참 고마운 일입니다. 아무쪼록 부탁 드리겠습니다."
다나까 중위는 선선히 대답했다.
2명의 중위, 타이드 신부, 할리, 그리고 나, 다섯 사람은 각기 지진 예지의 계산에 들어갔다. 그것은 별로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모두가 시작하기 전부터 해답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이드 신부가 제일 먼저 계산을 끝내고 연필을 놓았다.
다음에 다나까 중위가 얼굴을 들었다.
"진도 10이다."
"진도 11 도입니다."
할리가 중위의 뒤를 이어 말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한 가지 점에 있어서는 전원이 일치하고 있지 않습니까? 12시간에서 24시간 이내에 또 다시 대지진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타이드 신부는 우리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계속했다.
"이 사실은 아까 일어난 지진이 우리들이 예지한 것이 아니었다는 증명이 됩니다. 더 나아가서 그것이 인공으로 인한 지진, 즉 스튜어트 이든 및 그 협력자들에 의해 감행된 인공 지진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나까 중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케로우 중위도 고개를 끄덕였다. 할리는 나를 힐끗 바라보면서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는......."
무어라고 말해서 좋을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말할 필요가 없었다.
이 때 아무런 예고도 없이 두 번째 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첫 번째보다는 조금 약한 느낌이었다.
지진계는 간신히 진도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필경 장소의 문제일 것이다. 스테이션 케이(K)는 굳은 암반 속에 있지만 시내에 있는 건물에서는 지진의 진도가 커져서 더욱 흔들릴 것이 분명하다.
주위의 바위가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흔들렸으나,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다나까 중위는 침착성을 도로 찾았다.
"그 미친놈들은 앞으로도 몇 번이나 뒤흔들 작정인가! 타이드 신부, 나는 시의회에 즉시 피난을 권고하러 가겠습니다. 함께 가 주실 수 없을까요?"
"기꺼이!"
하고, 타이드 신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또다시 눈이 충혈된 케로우 중위가 혼자서 관측 기지의 책임을 지게 되었다.
다나까 중위, 타이드 신부, 할리, 나까지 네 사람은 시의회 의사당으로 서둘러 갔다.
지금이야말로 해저 도시의 거리 거리는 험악한 공기가 가득 차 있었다.
대수로운 피해는 눈에 뜨이지 않지만 길을 가는 사람들은 사회 도덕을 잃어버린 얼굴들이었다.
우리들은 폭도들에게 방해를 받게 되어 몇 번인가 길을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의사당 회의실에 모인 의원들은 반수 이하였다. 필경 일반 시민들에게는 용감한 것처럼 행세해 놓고서 개인적으로 피난해 버린 모양이다.
의사당에 머물러 있는 의원들도 완전히 침착성을 잃고 있었다. 서로 고함치며 마주잡고, 마치 도둑고양이들의 모임 같은 집합이었다.
벤 단소프는 의장석을 향해 외쳤다.
"당신은 시장이오! 저 바보 같은 것들을 잠자코 있게 하시오. 해저 함대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조금도 들리지 않는구만!"
심해 생물을 그린 아름다운 벽화 밑에서 시장은 핑크색 얼굴에 땀을 홀리며 모기 소리 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여러분! 우리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조용히......."
의원끼리의 격렬한 논쟁은 전혀 조용해질 것 같지 않았다.
타이드 신부가 저벅저벅 위원석 앞으로 나갔다.
방바닥에서 시장의 망치를 집어들고 시장에게 절을 하고는 벽을 두들겼다. 그리고 잘 들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조용히 하십시오!"
이상하게도 소란이 일시에 멎었다.
의원들은 입을 다물고 일제히 타이드 신부를 보았다.
타이드 신부는 정중하게 머리를 숙이고 나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계속하였다.
"다나까 중위가 어떤 일이 있어도 여러분께 말씀드려야 할 일이 있답니다. 아무쪼록 끝까지 조용히 들어주십시오."
다나까 중위는 큰 소리를 낼 필요도 없었다. 짧은 말로 현재의 상황을 분명하게 설명했다.
"인공 지진이 몇 번 일어날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6번은 일어날 겁니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될 일은 우리가 예지한 진도 10도에서 12도의 대지진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일어나면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는 마지막입니다."
다나까 중위가 강단을 내려서자 타이드 신부는 또다시 시장에게 절을 하고 의원들에게 호소하였다.
"자, 여러분. 현 시점에서 우리들이 할 일은 단 한 가지뿐입니다. 피난할 수 있는 사람은 곧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에서
 
  EMB0000063445ba

 피난한다는 안건을 표결하고 싶습니다. 찬성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주십시오."마치 최면술에라도 걸린 것처럼 의원들은 거의 다 손을 들었다.
시장도 들고 있었다.
우리 두 사람에게는 투표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할리와 나도 손을 높이 들었다.
그러나 거친 목소리가 최면술을 깨웠다.
"잠깐만!"
그것은 벤 단소프였다.
"타이드 신부, 여기는 당신이 오실 곳이 아니오! 쓸데없는 일일랑 그만 둬 주십시오!"
"실례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라도 표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표결? 아아, 좋습니다. 아무쪼록 그렇게 하십시오. 그래서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를 포기하는 결정을 해 주십시오. 그 대신 이 해저 도시는 이 후 50년 동안은 단 100원 어치의 값어치도 없어집니다. 모든 투자가가 겁을 내기 때문입니다. '그곳은 시민들이 도망쳐 버린 해저 도시'라고 생각하고 다른 해저 도시의 주를 사게 되겠지요. 그만 두십시오, 타이드 신부. 가령 어떠한 인물일지라도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에 쏟아 넣은 나의 투자를 무효로 하는 짓은 할 수 없을 겁니다! 여러분, 아무쪼록 표결을 계속하십시오! 단지 피난하는 쪽에 찬성하시는 분들은 나하고 대립한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십시오!"
의장 안은 순간 조용해졌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타이드 신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계속했다.
"피난에 찬성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주십시오."
두 개의 손이 천천히 오르고 또 하나가 따랐다. 그러더니, 그 중의 하나가 내리고 계속해서 또 하나가, 또 나머지의 하나마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마침내 피난에 찬성하는 의원은 한 사람도 없게 되었다.
타이드 신부는 한숨을 쉬었다.
망치를 시장 앞에 살그머니 놓고 인사를 하고 나서 타이드 신부는 말하였다.
"당신들 영혼에게 신의 자비가 깃들기를......."
세 번째 지진은 우리들이 해저 함대 기지 가까이까지 돌아왔을 때 일어났다.
"진도 4도군.“
타이드 신부는 한 손으로 보도의 손잡이를 잡고 또 한 손으로는 다나까 중위의 손을 잡으면서 속삭였다.
"진도 4, 언제나 진도 4도일세! 놈들은 우리들의 숨통을 끊을 만한 큰 지진을 일으킬 수 없는 것일까?"
다나까 중위의 목소리에는 신경질적인 울림이 섞여있었다.
"침착하시오, 중위."
타이드 신부는 중위에게 충고하고는 손잡이에서 손을 놓고 곧바로 서 보았다.
"이제 괜찮겠지. 나는 가 보겠소."
"어디로 가십니까?"
"수중 카로 진원지를 알아내고 오겠소. 현재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지진 측정뿐이오. 물론 피난할 사람을 수중 카로 탈 수 있는 데까지 태우고 실어 나르는 일도 생각해 보았소. 그러나 내 수중 카는 많은 사람을 수송하기엔 맞지 않소. 그런 짓을 하면 오히려 사람들을 위험한 곳으로 몰아넣을 지도 알 수 없소."
"잘 알았습니다."
다나까 중위는 일어섰다.
"단소프 후보생 , 자네는 신부님을 수중 카까지 모시고 가게.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신부님."
"안녕히."
타이드 신부는 다나까 중위의 손을 잡고 그리고 내 손을 잡았다.
"진심을 가져라."
그것은 특히 지금의 경우 뜻이 깊은 말이었다.
<진심을 가져라.>
나는 마음속으로 되풀이하면서 걸었다. 기지 정문 가까이 갔을 때 다나까 중위는 나의 어깨를 잡았다.
"저걸 봐라!"
전망창 너머로 해저 군항이 내다 보였다. 거기에는 수많은 잠수 함선이 집합해 있었다. 순항(배를 타고 돌아다님)중에 무선 전신이며 음파 통신으로 기지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고 속속(자꾸 잇달아서) 돌아오는 함정의 모습이 보였다.
시장이나 시의회의 표결에 관계없이 해저 함대는 전 함선을 통틀어서 독자적으로 시민 구출 작업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렇지만 전 시민을 구출하기에는 힘이 미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시장의 발표를 생각했다.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의 전 기능을 통틀어 피난 활동을 한다고 해도 대지진이 올 때는 50만 이상의 시민이 시내에 남게 되는 것이다.
설령 전 시민의 피난은 무리하다고 하더라도 될 수 있는 한 보다 많은 생명을 구출하는 것이 해저 함대의 사명이었다.
이든나이트에 둘러싸인 어뢰형(물고기 모양의 공격용 수뢰) 선체를 청백색으로 빛내며 해저 군함을 향해서 오는 해저 함대의 모습에는 비장한 각오와 아름다움이 있었다.
우리들은 언제까지나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해저 함대의 활약을 기원하면서, 지진 예지를 계속하기 위해서 스테이션 케이(K)로 돌아왔다
긴급 방송용 스피커에서 시끄러운 재즈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의회가 시민들의 불안을 얼버무리려고 방송하고 있는 것이다.
다나까 중위는 얼굴을 찌푸리고 스피커의 스위치를 꺼 버렸다.
우리들은 몇 번이나 예지의 계산을 되풀이했다. 해답은 여전했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지진이 일어날 예정 시간이 조금씩 앞 당겨지는 것뿐이었다.
몇 번의 지진에 의해 이미 우리들의 관측 기계는 피해를 받고 있었다. 모두가 암반의 약하디 약한 진동이라도 기록되는 정밀한 기계이기 때문에 진도가 4도 가량의 지진에 흔들려도 고장이 나 버리는 것이다.
해리스 준위는 계기의 전문 기술자들을 집합시켜서 관측 기계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어때, 해리스? 이제 전부 고쳤나?"
다나까 중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지 물었다.
"전부 점검은 했습니다만.... 자신이 없습니다. 확인해 보십시오."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해리스 준위가 대답했다.
"좋아!"
다나까 중위는 극미소 지진계의 그래프로 다가가 들여다보았으나 금방 고함쳐 댔다.
"바보 같으니라고! 자네는 이 기계를 더욱 나쁘게 망가뜨렸구만? 이건 또 뭐야......."
중위는 입을 다물고 그래프의 진동 기록을 잠시 들여다보더니 우리들을 불렀다.
"케로우, 이든, 이리로 오게. 그리고 좀 보게!"
나는 케로우 중위하고 같이 그래프를 들여다보았다. 그래프는 이상한 진도를 나타내고 있었다. 암반의 진동으로 치면 강하고, 그리고 규칙적이다.
마치 어떤 강력한 기계의 진동 같았다. 적어도 지진에는 이러한 진동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그 진원이 스테이션 케이(K)보다도 높은 곳에 위치해 있지 않은가!
케로우 중위는 망연자실해서 외쳤다.
"기계가 고장났네. 해리스, 서둘러 조정하게. 자넨 기계를 아주 잡쳐놓고 말았군."
"잠깐만, 진원을 자세히 보게. 위치가 자꾸 바뀌고 있군 그래!"
라고, 다나까 중위가 말했다.
우리들은 그냥 관측을 계속했다. 사실이었다. 이상한 진원은 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그것은 느리기는 하나 분명히 알 수 있는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조금씩 고도(높은 정도)를 낮추면서 스테이션 케이(K)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믿을 수 없다! 다나까중위, 자네는 저 귀여운 소지진을 이곳으로 초대했나?"
케로우 중위가 외쳤다.
"아니, 나는 이놈의 정체를 알고 있다네. 이놈은 지저 굴진 카일세. 지중 여행에서 돌아온 걸세. 그리고 지금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 아래로 다가와 있는 것이네."
다나까 중위는 자신 있게 말했다.
수분 동안 우리들은 그 자리에 못이 박힌 채로 그래프를 바라보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론으로는 알고 있지만 인간이 만든 승용차가 굳은 암반 사이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현재 나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들이 현재 관측 기계에 의해 보고 있는 것을 설명할 방법이 따로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수중 카에는 필경 내 숙부인 스튜어트 이든과 내 친구 밥 에스코가 함께 타고 있을 것이 확실했다.
문이 열리고 할리가 관측실로 들어왔다. 몹시 창백하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
"단소프 후보생 지금 돌아왔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다나까 중위는 할리를 힐끗 쳐다보고는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태도를 눈치챘다.
할리의 눈은 얼굴에서 튀어나을 것처럼 커다랗게 벌려져서 우리들의 머리 너머로 현무암의 벽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할리, 무슨 일인가7"
"바위.... 바위가!"
할리는 벽을 가리키며 맡을 더듬었다.
우리들은 일제히 돌아다보았다. 그 순간 극미소 지진계의 바늘이 좌우로 크게 흔들리고, 그래프에는 모두 기록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진동을 기록했다.
암벽에는 긴 균열이 생기고 거기서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떨어졌다.
지진인가?
아기, 그렇지는 않았다. 지진보다도 훨씬 기묘한 것이었다. 격렬하게 진동하는 균열에서 고속 엔진의 소리가 들려왔다. 잇달아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는 이든나이트의 머리 부분이 나타났다.
원추형의 굴착 드릴(땅을 파서 뚫는 송곳)이다.
바위가 흔들리고 부서지며, 뻥하니 구멍이 뚫렸다. 거기서 지저 굴진 카의 기다란 차체가 진동하면서 관측소에 침입해 왔다.
그것은 내가 배수 처리 지구의 구정물 탱크 속에서 목격한 지저 굴진 카에 틀림없었다.
 
 
지진 박사
 
여위고 작은 몸뚱이여서 인지 다나까 중위는 재빨랐다. 획 자기 방으로 뛰어들어 우리 둘이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권총을 들고 뛰어나왔다.
"모두 뒤로 물러나라! 길을 비켜라!"
지저 굴진 카는 거대한 몸뚱이를 흔들어 대면서 지진 예지실로 2미터 가량 코를 들이박았다. 벽의 지도를 찢고 선반을 전부 망가뜨리고 책상을 부셔 버렸다. 그리고 간신히 굴착 드릴의 회전이 약해지고 천천히 멎었다.
지저 굴질 카의 등에서 수중 카와 같은 전망탑이 조용히 솟아올랐다.
손 하나가 해치를 들어올렸지만 바위 끝에 부딪쳐 절반 밖에 열 수가 없었다.
세 번, 네 번 해 보니까 간신히 바위 끄트머리가 부서지며 뻥하니 뚫렸다.
그곳에서 비틀비틀하고 나온 것은 놀랍게도 밥 에스코였다.
"정지!"
다나까 중위는 권총을 겨누고 말했다.
"에스코, 움직이지 마라!"
밥은 다나까 중위가 권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현기증을 일으키고 있는 모양이었다.
차체에 사다리를 걸치고 내려오기 시작했으나 휘청하고 떨어질 뻔하였다. 밥은 차체의 이든나이트를 잡았다.
이것이 잘못이었다.
원자력 드릴로 굳은 바위를 깎아낸 마찰로 인하여 차체에서 연기가 날 지경으로 뜨거워졌던 것이다. 밥은 비명을 지르며 손을 떼었다. 그렇지만 데인 아픔 때문에 정신을 되찾았다. 밥은 데인 쪽 손을 다른 쪽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다나까 중위에게 말했다.
"미안합니다. 스테이션 케이(K)를 온통 엉망으로 해 버렸으니......."
"자네는 더 엉망진창인 일을 저질렀어. 에스코!"
다나까 중위가 고함친다.

 
  EMB0000063445bb

"나는......."밥은 말이 막히는지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말했다.
"지저 굴진 카에서 다른 사람들이 나와도 괜찮습니까?"
"다른 사람들?"
다나까 중위는 눈썹을 모았으나 곧 머리를 끄덕였다.
"좋고 말고."
이번에는 밥도 순조롭게 사다리를 올라 해치 안을 향해 말했다.
맨 처음 숙부 스튜어트 이든이 나타났다. 그 얼굴은 여위고 흠뻑 땀에 젖어 있었으나, 요전번 헤어졌을 때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다.
"오오, 짐."
숙부는 큰 소리로 나를 불렀으나 권총을 겨누고 있는 다나까 중위를 보자 입을 다물어 버렸다.
숙부 뒤를 이어 기데온 파크의 모습이 나타났다.
기데온은 해치에 서서 우리들에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해치 속에 팔을 걸쳐 마지막 사람을 끌어 올렸다. 그것은 밥하고 같이 있던 늙은 중국 사람이었다.
내 옆에서 숨을 들여 마시는 기척이 났다.
다나까 중위였다.
"고에쓰 박사!"
권총의 총구가 흔들려서 방바닥을 향했다.
"박사님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중국인? 천만에!
늙어빠진 이 중국인이야말로 이 기지의 책장에 꽂힌 대부분의 책을 저술한 일본인 지진학자 존 고에쓰 박사 바로 그 사람이었다.
다나까 중위는 평소부터 가장 존경하는 지진학자가 도망친 범죄자인 나의 숙부하고 한속이 되어 있는 것을 목격하고 또다시 권총을 겨누었다.
"고에쓰 박사님, 까닭을 들려주십시오."
"아, 좋고 말고."
그러면서 고에쓰 박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칠 대로 지쳐서 앉을 곳을 찾고 있는 것이다.
곧 할리가 접는 의자를 가져와 권했다.
"고맙네."
고에쓰 박사는 미소지으며 의자에 앉자 불쑥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해저 도시 난세이 나하에서 일어난 일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입니다."
다나까 중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다.
해저 도시 난세이 나하의 참사는 해저 거주 사상 최대의 비극이었다.
이것은 고에쓰 박사가 지진 예보를 잘못하고 시민의 피난을 막은 데서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난세이 나하에서 과오를 범했네. 그런데도 지진이 일어났을 때 마침 요꼬하마에 있어서 살아 남았지. 그래서 나는 나의 여생을 과오를 보상하는 일에 바치리라고 결심했네. 우선 나는 타이드 신부하고 협동으로 지오존데를 개발했네. 그리고 이 지저 굴진 카를 설계했지."
고에쓰 박사는 열이 식은 차체를 철썩철썩 손으로 두드리면서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지네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지오존데의 존재에 의해 우리들은 이전보다도 훨씬 정확한 지진 예지가 가능해졌네."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만 나는 덜컥 말을 해버렸다.
그러나 고에쓰 박사는 미소지었다.
"자네들의 예지가 틀린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걸세. 짐, 우리들 때문이라네. 자, 들어보게. 단순한 지진 예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그래서 나는 지진을 예지해서 재해를 최소한으로 막을 뿐만 아니라 지진 그 자체를 막는 방법을 발견하리라고 결심했네. 그 방법이란 인공 지진을 일으키는 일이었네. 지하 심부에 지진 에너지가 축적되어 그것이 대지진을 일으킬 징후가 보이면, 그 직전에 파괴력이 작은 조그만 인공 지진을 몇 번씩이나 일으켜서 위험한 지진 에너지를 발산시켜 버리는 것이네. 이러한 인공 지진을 자네들은 이미 몇 번인가 체험하였네. 모두가 다 우리들 네 사람이 일으킨 거란 말일세.“
이 이야기는 어떠한 큰 지진보다도 우리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다나까 중위의 얼굴은 복잡한 표정이 되었다.
할리는 꼼짝도 않고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었다. 케로우 중위는 연방 머리를 젓고 있었다.
그리나 나는 승리감에 젖어 있었다.
"그래서 제가 말했잖습니까! 나는 우리 숙부님이 돈을 벌기 위해서 더러운 짓을 할리가 없다고 그토록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다나까 중위를 향해 외쳤으나, 중위도 지지 않고 말했다.
"잠깐만, 짐! 인공 지진의 진상은 고에쓰 박사의 얘기로 대충 알았지만, 아직 내게는 몇 가지인가 의문이 남아 있네. 자네는 검은 걸 희다고 우기지는 못할 걸세. 자네 숙부님은 이미 몇 가지의 범죄 행위를 인정하고 있네. 가령 먼젓번 인공 지진으로 공황을 일으켜서 백만 불의 이익을 얻은 일 같은 것 말이네. 또한 핵 폭발물의 불법 소지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네."
"저에게 설명시켜 주십시오, 중위님! 백만 불쯤의 이익은 숙부가 지금까지 잃어버린 금액에 비하면 극히 적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그 백만 불은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를 구출할 계획에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숙부 사무실 금고 안에 있던 수폭은 인공 지진을 일으키기 위한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흥분해 있었다,
숙부가 나를 보고 웃음을 띄었다.
기데온은 나에게 윙크를 한다.
그리고 고에쓰 박사는 주름 투성이 얼굴에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든 후보생이 말한 대로네. 핵폭발로 인해 일으키는 소지진의 연속으로 지각에 축적된 지진 에너지를 조금씩 안전하게 발산시킬 수 있네."
그러나 다나까 중위는 아직도 납득이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디까지나 해저 함대의 사관으로서 사건을 규명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아직 3가지 질문이 남아 있습니다. 당신네들은 지저 굴진 카를 어디에서 손에 넣었습니까? 대량의 수폭은 어디에서 입수하셨습니까? 그리고 왜 모든 것을 비밀리에 해야할 필요가 있었습니까?"
다나까 중위의 날카로운 질문을 숙부가 빙그레 웃으며 받아들였다.
그 얼굴에는 혈색이 돌고 움푹 틀어간 파란 눈에는 바다에 모든 것을 건 사나이의 정열이 불타고 있었다.
"마지막 질문에 대답하기로 하지. 어째서 비밀로 했는가? 이 계획은 아무래도 비밀리에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네. 만약에 우리가 시의회에 나가 설명했다고 치세. '여러분, 우리는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에 가공할 피해를 가져오는 대지진을 막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몇 번인가 소지진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말에 대해서 의원들이 허가를 할 것 같은가? 돈벌이에 미친 벤 단소프에게 이끌리는 시의회가 어떠한 것인가는 자네 자신도 경험했으리라고 알고 있는데?"
할리는 얼굴이 빨개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나까 중위는 천천히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습니다. 나머지 두 개의 질문에도 대답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모두가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의 전 시민 750만 명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만부득이한 것이었네. 이번 계획은 10년 전 고에쓰 박사가 마리니아에 있는 나의 집을 방문하셨을 때 시작한 걸세. 박사는 이전부터 그라카타우 단층을 근심하고 계셨네.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가 조만간에 진도 10도인가 또는 그 이상의 대지진에 습격을 당해 폐허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일세. 그리고 해저 도시의 파괴에 의해 많은 인명이 없어진다는 비극의 재발은 어떤 일이 있어도 방지하자고 결심했네."
숙부는 고에쓰 박사를 힐끗 쳐다보고 다나까 중위에게 눈을 돌렸다.
"당신은 박사를 책망 할 수 있나?“
"그렇지만 어째서 박사는 당신에게 가셨습니까? 왜 이 해저 도시에 사는 사람에게 안 가셨나요?"
"가셨다네. 박사는 맨 처음 벤 단소프를 만나러 가셨지. 그 때 단소프가 뭐라고 했는지 자네는 짐작이 갈 걸세. 벤 단소프는 '우리는 그런 미친 짓에 거액을 던져서 이 해저 도시의 번영을 망치는 일을 할 수는 없다.' 그렇게 말했다네."
숙부는 숨을 한번 들이쉬고 말을 이었다.
"단소프는 고에쓰 박사가 해저 도시 난세이 나하에서 저지른 과실을 상기했음이 분명하네. 그리고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에서 나가 달라, 이번에 다시 나타나면 경찰에 체포시키겠다'고 협박했다네."
"단소프는 내가 어떤 조건만 승낙한다면 여기서 살아도 괜찮다고 제안했지. 스튜어트."
하고, 고에쓰 박사가 덧붙여 말한다.
"참, 그랬었지."
숙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소프는 박사에게 지진 예지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해 왔네. 지진 예지의 정보를 독점해서 주식을 움직이면 큰 돈벌이가 된다고 생각한 걸세. 이 아이디어가 우리들에게 큰 소용이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테지. 하여튼 고에쓰 박사는 단소프에게 쫓겨나서 내게로 오셨던 걸세."
"박사는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에 다가올 공포에 대해, 그리고 또 박사의 새로운 기술을 응용한다면 이곳뿐만 아니라 어느 곳에서나 대지진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내게 말씀하셨네. 처음에 나는 반신반의했지. 그렇다고 나를 책하진 말게. 타이드 신부조차도 고개를 갸웃거렸으니까."
"그러나 고에쓰 박사는 나를 설득했네. 그래서 나는 단안을 내려 한번 해 보기로 했네. 그 당시 나는 건강이 좋지
 
  EMB0000063445bc

않았네. 지금도 별로 좋지는 못하지만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또한 당시 내게는 별로 돈이 없었네. 고에쓰 박사의 계획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네. 지저 굴진 카 한 대를 만든다 해도 1천만 불이 들어야 했으니까. 그리고 가장 필요한 핵 폭발물도 없었네. 돈을 만들었지. 자네가 알고 있는 방법으로 말이네. 고에쓰 박사의 지진 예지를 이용해서 주식을 매매했던 것일세. 핵폭발물 쪽은.... 중위, 자네는 하미칼 파르카호의 조난을 기억하고 있나?""하미칼 파르카호?“
다나까 중위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자신 없게 대답했다.
"그건.... 훨씬 전에, 그러니까 내가 아직 어린 아이였을 무렵, 조난한 배 말이죠. 당신이 아직 이든나이트를 발견하기 전의 이야기 말입니다. 그 배의 화물이 분명히......."
"수폭이지! 자네는 굉장한 기억력을 갖고 있군, 중위. 하미칼 파르카호는 지금부터 31년 전 인도양의 캘커타 해산 부근에서 침몰했네. 어느 배거나 침몰해서 28년이 경과하면 그 화물은 인양한 사람의 소유가 되네. 이것은 국제 해양법에 명기되어 있지.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걸세. 나는 그 화물의 소유자가 되었네. 마침 그 무렵 고에쓰 박사는 캘커타 해산 부근에 꽤 큰 지진이 일어나리라는 걸 예지했네. 그래서 나는 금방 입수한 수폭을 써서 당장에 박사의 이론을 테스트하기로 했네. 시험은 성공했지. 그렇지만 우리들의 수중 카는 그만 미처 도망치지도 못하고 조난하고 말았네. 거기에 박사의 지저 굴진 카가 나타나서 나하고 기데온을 구출하고, 나머지 수폭들을 실었었네. 그리고 우리들은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로 왔네. 지저 굴진 카는 배수 설비의 구정물 탱크 속에 감추고, 수폭은 구정물 탱크하고 사무실 금고 속에 감춰 놓고 고에쓰 박사의 이론을 실행으로 옳기는 '때'를 기다렸네. 그 때가 4일 전일세. 그 다음부터는 자네가 알고 있는 대로일세."
"스튜어트! 시간일세......."
돌연 박사가 말했다.
숙부는 벽의 시계를 쳐다보고 머리를 끄덕이면서 신중하게 말했다.
"모두 조심하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것이 1분쯤 계속되자 다나까 중위가 입을 열었다.
"무엇을 기다리는 겁니까?"
"조용히!"
숙부가 빠른 어조로 말했다.
이 순간 우리들은 느꼈다.
발 밑에서 바위가 흔들렸다.
기분 나쁜 땅울림이 주위의 공기를 흔들었다. 이미 우리들은 각기 무엇인가를 붙잡고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네 번째 지진일세!"
숙부는 땅울림에 지지 않을 만큼 큰 소리로 외쳤다.
방바닥의 흔들림이 점차 거세어졌다.
지저 굴진 카의 콧등에도 진동이 전달되어서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자기가 일으킨 지진에 흔들리고 있는 지저 굴진 카의 차체가 어쩐지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천장 바위틈이 갈라졌다.
거기서 차가운 바닷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지저에의 여행
 
돌연 관측실 바로 밖에서 새로운 소음이 들려왔다.
다음 지진이 곧 뒤이어 일어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놀랐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았다.
스테이션 케이(K)가 홍수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자동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배수 펌프 소리였다.
펌프의 속도는 빨랐다.
천장뿐이 아니라 벽이 갈라진 기다란 틈 사이로 검은 물이 바위부스러기와 함께 흘러 들어온다.
다나까 중위는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것도 당신네들이 계획한 인공 지진의 하나입니까?""
"아암, 그렇다네."
숙부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다시 말했다.
"고에쓰 박사의 계획은 단층면에 대한 대각선상에 여덟 번의 인공 지진을 일으키는 것이네. 우리는 그중 네 곳에 수폭을 장치했네. 이번 것이 네 번째네."
"나머지 네 번은?"
"지금부터 수폭을 장치하러 가야지."
숙부는 태연하게 말했다.
주위가 조용해지고 배수 펌프와 바닥을 흐르는 물소리만이 울렸다.
고에쓰 박사가 일어섰다.
"난파선의 핵폭탄은 오랫동안 바닷속에 있었기 때문에 꽤 상한 것이었네. 우리들은 8회분의 수폭을 지저 굴진 카에 싣고 출발했지만 절반 밖에 쓰지 못했네. 그래서 예비 수폭을 가지러 오지 않으면 안되었네. 우리들은 구정물 탱크로 들어오고, 기데온하고 밥 에스코가 스튜어트의 사무실에 가 보았으나 금고 속에 넣어 두었던 수폭이 없어졌겠지. 그래서 우리들은 그것이 해저 함대 기지로 운반되어서 이리로 옮겨진 사실을 알았네. 그래서 이리로 왔다네. 우리들은 수폭이 필요하네!"
고에쓰 박사가 힘차게 외쳤다.
"나머지 수폭이 없으면 지금까지의 고생이 수포로 돌아가네. 대지진의 진도는 1, 2도쯤 내리겠지만 반드시 일어나네. 그리고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는 전멸할 걸세."
사건의 진상을 알자 다나까 중위의 결단은 빠르고 정확했다.
"대지진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지 않으면 안 되지요. 고에쓰 박사, 수폭은 이 지하 관측소 창고에 있습니다. 지저 굴진 카에 싣는 일을 도와 드리죠!"
수폭을 싣는 데는 그렇게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들은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금속구를 가죽끈으로 매달아 창고에서 관측소까지 바위 터널 통로를 지나 지저 굴진 카 위에 있는 기데온에게 건네주었다.
"어이차!"
기데온은 배짱 좋게 웃으면서 무거운 금속구를 받아 들어 해치 속에 내려놓았다.
선 내에서는 다나까 중위와 할리가 숙부의 지시에 따라 금속구를 가지런히 놓고 있었다.
고에쓰 박사도 케로우 중위와 한 조가 되어 일하고, 밥 에스코와 나도 질세라 금속구의 운반을 서둘렀다.
수폭을 전부 나르는 일이 끝났을 때, 밥과 나는 한숨 쉬고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수수께끼에 싸인 사건이 시작되면서부터 어둡게 가라앉았던 밥의 얼굴이 오래간만에 활짝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짐, 자네는 명탐정이야. 난 미행 당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했는데도 안 되었었네. 정직히 말해서 자네에게 그러한 명탐정의 재능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었네."
"미안하네, 밥."
나도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렇지만 나는 마음속에서는 자네를 믿고 있었네. 숙부나 기데온도 믿고 있었지. 사복을 채우기 위해서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를 위험 속에 빠뜨리는 것 같은 일을 할 리가 만무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단 말일세. 하지만 아직 내가 모를 일이 한 가지 있네."
"어떤 일 말인가, 짐7"
"이번 계획을 모두 비밀리에 한 것은 당연하네. 그러나 어째서 내게도 숨겼었나? 스테이션 케이(K)의 협력을 필요로 했다면 숙부는 왜 자네 대신에 나를 끼워 주지 않았을까?“
"자네를 동지로 삼으면 자네와 숙부하고의 인연을 알기 때문에 곧 비밀이 탄로 난다는 판단이었네. 모르겠나, 짐? 비밀을 간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네에게 우리들의 행동을 숨겨 두는 것이었네. 우리들이 스테이션 케이(K)에 배속된 직후 자네 숙부님이 몰래 나를 찾아오셔서 모든 것을 털어놓고 내게 협조를 부탁하셨다네, 숙부님은 자네를 빼 버려도 계획이 성공된 후에 잘 설명하면, 자네가 이해해 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네. 그 말씀대로 아닌가 짐!"
"그랬었나. 그렇지만 나도 고에쓰 박사와 숙부의 계획을 도와드렸으면 좋았을 걸."
나를 빼 버린 데 대한 불만은 역시 마음속에 남았다.
이 때 다나까 중위가 지저 굴진 카의 사다리에서 내려와 밥에게 물었다.
"나도 아직 모를 것이 한 가지 있다. 자네는 먼저 번에 우리들이 아무도 예지하지 못했던 지진을 정확히 예지했는데, 그것은 말하자면 스튜어트 이든이 인공 지진을 일으킬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가?"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가 뽐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만....... 그리나 계획의 기밀을 지키는 걸 잊어버린 경솔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종아. 문제는 기지에서 도둑 맞은 지오존데에 관한 것이다!"
다나까 중위는 큰 소리로 외쳤지만 밥은 멍청한 얼굴이었다.
"지오존데는 귀중한 관측 기계일세, 그것이 어떻게 되었는가 추궁하는 것이 나의 책임이다!"
"그 일에 관해선 아무 것도 모릅니다."
밥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지저 굴진 카의 해치에서 할리가 머리를 내밀고 소리쳤다.
"전부 실었습니다! 언제라도 출발할 수 있습니다."
이 때 다섯 번째의 지진이 시작되었다. 먼젓번에 비해서 결코 센 것이 아니었다. 아직 작동(기계의 운동,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는 지진계가 그 지진파를 정확히 포착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위의 바위가 축축한 탓인지 또는 주위가 너무 조용한 탓인지 땅울림은 먼젓번 보다 크고 진동도 심한 것 같았다. 거기다 더욱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 이 지질은 고에쓰 박사의 계획 이외의 것이었던 것이다.
숙부가 창백한 얼굴로 외쳤다.
"나머지 수폭을 장치하러 가세!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해야지!"
이 때 천장에서 바위부스러기가 숙부의 머리 위에 후드득 떨어졌다. 숙부는 그만 방바닥에 넘어졌다. 붉은 피가 머리와 어깨에서 흘러내렸다.
바위부스러기는 지저 굴진 카의 몸체에도 떨어져 내려서 마치 기관총 같은 소리를 냈다.
나도 고에쓰 박사도 바위부스러기를 맞았다.
기데온은 방바닥에 쓰러졌지만 곧 벌떡 일어섰다. 그러나 고에쓰 박사하고 숙부는 나이를 먹은 탓인지 일어나지 못하고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 위로 또 바위부스러기가 더욱 쏟아져 내렸다.
"저 두 사람을 구출해라!"
다나까 중위가 말했다.
밥과 나는 두 노인을 부스러기가 비처럼 쏟아지는 곳에서 커다란 제도 책상 위로 옮겼다.
불쑥 밥이 고함쳤다.
"짐, 자네도 피를 홀리고 있네!"
분명히 나도 부상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약간의 찰과상에 지나지 않았다. 바위의 뾰족한 끝이 목에서 어깨에 이르는 곳을 그어댔으나 별로 대수롭지 않았다.
우리들이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는 동안 다나까 중위는 분주하게 계산을 하고 있었다.
이미 관측 기계의 대부분은 거듭된 지진의 충격 때문에 거의 망가져서 불충분한 데이터는 최고의 육감으로 보충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다나까 중위는 연필을 내동댕이치고 우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이걸 좀 보게!“
다른 색연필을 잡자 다나까 중위는 지도 위에 5개의 지진의 진원에 두 十(십)자 표시를 써넣었다.
네 번은 인공 지진이고 한 번은 자연으로 일어난 지진이다.
"자, 보게."
빨간 십자 표식을 붉은 연필로 이어가면서 다나까 중위는 설명했다.
"다섯 번째의 자연 지진도 결코 나쁜 것은 아니군. 축적된 지진 에너지를 방출하는 데 공이 컸네. 즉 인공 지진 1회분의 대신이 되었단 말일세. 지저 굴진 카는 곧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되네. 한 시간 내에 또다시 다음 자연 지진이 일어날 걸세. 진원은 여기쯤일세."
숙부는 힘들게 몸을 일으키고 책상에서 일어나 의자를 붙잡고 몸을 지탱하면서 고함쳤다.
"자, 출발이다! 고에쓰 박사, 기데온, 가세!"
그러나 다나까 중위는 숙부를 의자에 다 눌러 앉혔다.
"당신이 가실 필요가 없습니다. 나머지는 우리들이 하겠습니다!"
"자네가?"
숙부는 다나까 중위를 쳐다보고 눈을 깜빡거렸다.
"하지만 자넨 장치하는 방법을 알고 있나? 고에쓰 박사하고 나는 이제 이 일에 익숙해졌으니까 괜찮아도 다른 사람들은 위험하네!"
"지금 당신께서는 위험한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 상처로 출발하시면 죽는단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다나까 중위는 숙부 앞에 지도를 내밀었다.
"여기하고 여기하고 이곳입니다! 이 세 군데에서 나머지 인공 지진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밖에 우리들에게 필요한 무슨 지식이 없습니까? 나는 밥하고 기데온을 함께 데리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필요하군요."
"제가 가겠습니다!"
나는 외쳤다. 그러나 거의 동시에 내 옆에서 할리가 외치고 있었다.
"제가 가겠습니다!"
그리고 할리는 내게 얼굴을 돌리고 분명히 말했다.
"나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가야하네, 짐!"
주위에 정적이 돌았다.
배수 펌프와 바위틈에서 흘러내리는 바닷물 소리만이 차고 습한 공기를 흔들고 있었다.
우리들은 모두 지금부터 출발할 지저 여행을 생각하고 있었다.
해저 밑 3킬로의 스테이션 케이(K)보다 수 킬로나 더 아래까지 굳은 지각 속을 진행하는 것이다.
아래로 내려감에 따라 열과 압력이 더해 가는 공포의 여행이다. 그래도 떠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진은 다섯 번 일어났지만 아직 세 번 남아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 나머지 세 번의 인공 지진은 먼젓번 다섯 번 것보다 깊은 곳에서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된다.
지저 굴진 카가 단층에 눌려 짜부라지거나 뜨거운 마그마 속에 떨어져서 흐물흐물하게 녹아 버릴 위험이 있다.
나는 지오존데가 2킬로의 장소에서 몇 개가 망가졌는가를 생각했다.
지금, 우리들은 그것보다도 훨씬 깊은 땅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다나까 중위가 말했다.
"좋아, 이든 후보생, 단소프 후보생, 자네들을 둘 다 데리고 가기로 하지. 케로우 중위, 자네에게 스테이션 케이(K)와 두 노신사를 맡길 테니, 잘 부탁하네.“
"왜, 지저 굴진 카의 승무원이 한 사람 더 붙어서는 안 되나? 노인네들에겐 간호원 따위는 필요 없겠는데."
케로우 중위는 지저 여행에 참가하고 싶어서 불만을 토로했다.
"이것은 명령일세. 여기서 할 일이 많이 있으리라고 생각하네. 부탁하네. 케로우 중위."
케로우 중위는 할 수 없는 듯 입을 다물었다.
다나까 중위는 지저 굴진 카를 돌아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자아, 출발이다!"
우리들이 지저 굴진 카에 올라타고 있을 때 긴급 방송이 시작됐다.
지진의 피해에 관한 뉴스와 경고였다.
뉴스에 의하면 배수 펌프가 파열해서 더러운 물이 배수 펌프의 처리 능력을 넘는 속도로 구정물 탱크에 모이기 시작했다. 완강한 배수 펌프가 파열했다고 한다면 동력 관계에 고장이 생길 우려도 있다. 늦게나마 시민들의 피난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위험을 느낀 시민들은 해상에 떠 있는 비행장으로 통하는 승강기에 한꺼번에 몰려들어서 이미 발포(총탄을 내 쏨)하는 소란까지 빚어냈다. 총화(총을 쏠 때 총구에서 번쩍이는 불)로 동력 장치가 파괴된다면 큰 일이다. 어물어물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우리들은 고에쓰 박사와 숙부에게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하고 지저 굴진 카의 해치를 닫았다.
밖의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좁은 선실 앞부분에 장치된 조종석에 기데온이 앉았다.
우리들은 명멸하는 조그만 불빛 속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원자 드릴이 막대한 동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선실의 조명은 최소한으로 절약하고 있는 것이다.
"출발!"
다나까 중위가 명령했다.
기데온이 끄덕이고 출발 버튼에 손을 뻗쳤다.
동력이 들어오자 지저 굴진 카의 몸체를 뒤덮은 이든 나이트가 숨쉬듯 빛나고, 원자력 드릴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지저 굴진 카는 진동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굉음은 마치 미친 공룡이 바위를 발로 밟아 부수며 짖어 대는 것 같았다. 선실 안에 있어도 귀머거리가 될 것처럼 굉장한 소음이었다.
지저 굴진 카는 뒷걸음질쳐서 자기가 뚫고 나온 벽의 구멍 속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우리들은 지저의 여행길에 오른 것이다.
 
 
바위의 바다
 
다나까 중위는 소음 못지 않게 고함쳐 댔다.
"좀더 속력을 내게, 파크! 50분 이내에 목적한 장소까지 내려가야 하는 것이네!"
"예, 중위님!"
기데온은 위세 좋게 대답하면서 눈을 질끈 감아 윙크를 해 보였다.
나는 기데온하고 같이 있었기 때문에 땅 속을 전진하는 두려움을 잊을 수가 있었다.
할리만은 몹시 우울해서 아무에게도 말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할리가 타이드 신부를 수중 카의 발착소까지 전송하고 나서 스테이션 케이(K)로 돌아왔을 때의 일을 문득 생각해냈다.
그 때 할리는 전에 없이 기운이 없어 보였으며, 울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때마침 지저 굴진 카가 침입해 왔기 때문에 할리의 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지만, 무엇인가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지금도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
강철같이 굳은 바위를 깎으며 고속으로 진행하는 지저 굴진 카의 움직임에 몸을 맡기면서 나는 할리에게 말을 걸어 볼까 하고 생각했다.
그 때 기데온이 돌아다보며 고함쳤다.
"수폭 발사의 준비를 부탁하네!"
우리들은 황금빛의 무거운 금속구를 주의 깊게 발사관에 박았다.
그것은 구식 잠수함에 달려 있던 어뢰 발사관 같은 것이지만 어뢰 대신에 핵폭탄을 수중이 아니라 땅 속에 쏘아 박는다. 그러기 위해 발사관의 첫머리에는 굳은 바위를 깎는 특수한 장치가 달려 있다.
발사관의 조작은 해저 함대에서 특별 훈련을 받은 승무원의 일이지만, 지금은 경험이 없는 우리들의 손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황금빛 수폭은 스텐레스 스틸 밴드의 위치를 움직이면 안전 장치가 빠지게 되어 있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바다 밑에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안전 장치나 시한 장치가 고장났을 우려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폭은 일단 안전 장치를 빼기만 하면 돌연 우리들의 얼굴 알에서 폭발한지도 모른다. 또는 뜨거운 바위 속에 발사한 순간에 폭발할지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우리들은 묵묵히 작업을 계속했다. 어느 얼굴도 공포로 일그러져 있었다. 다행히 안전 장치는 무사히 빠졌다.
"발사!"
기데온이 외쳤다.
발사관의 첫머리가 자동적으로 바위를 파고 수폭을 틀어박았다.
발사가 완료되자 지저 굴진 카는 몸체를 뒤틀면서 전속력으로 그곳을 떠났다.
14분 후 예정대로 주위의 바위가 신음 소리를 내며 진동하여 지저 굴진 카에 대들었다.
작은 몸체는 마치 거대한 동물이 이빨로 물고 흔들어대는 것처럼 흔들렸다.
선실의 명멸등(자동적으로 꺼졌단 켜졌다 하는 전등)이 순간 꺼졌다 다시 명멸하기 시작했으나, 먼저보다 빛이 약해졌다.
원자력 드릴도 멎었다.
<틀렸다....... 땅 밑의 바위 속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내 마음속에 체념이 스쳤다.

 
  EMB0000063445bd

그러나 원자력 드릴의 바위를 깎는 힘찬 음향이 또다시 울려 왔다.지저 굴진 카는 스스로 일으킨 인공 지진을 참고 살아 남은 것이다.
"폭발 지점이 너무 가까웠군! 이번에는 폭발 시간을 좀 더 길게 해서 멀리까지 도망치도록 하지!"
기데온은 안심한 듯이 웃는 것이었다.
내 옆에서 밥이 손잡이를 잡으면서 불안스럽게 말했다.
"드릴 소리가 이상하다! 어느 것인가 하나 회전이 둔해졌어!"
지금 충격으로 고장난 것일까? 지저 굴진 카의 원자력 드릴 장치는 몇 개인가의 드릴이 동시에 움직여서 바위를 파고 들어간다. 1개라도 고장이 나면 바위를 고르게 부술 수 없는 것이다.
나도 귀를 기울여 보았으나 소리만 듣고 고장을 알아차릴 만큼 전문가는 아니었다. 가령 고장이 일어났다고 해도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
두 번째 수폭이 예정 지점에 발사되었다. 그라고 예정대로 인공 지진이 일어났다. 우리들이 받은 충격은 먼젓번과 같은 굉장한 것이었지만, 어떻든 살아날 수 있었다.
다나까 중위는 연필을 들어 깜박거리는 희미한 불빛 속에서 계산을 계속하며 그 해답을 보면서 말했다.
"이제 한 번으로 충분할 것 같네.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러자 기데온이 돌아보며 말했다.
"고에쓰 박사를 믿읍시다, 중위님! 고에쓰 박사는 여덟 번의 인공 지진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들은 예정대로 할 뿐 입니다."
"그렇군."
다나까 중위는 갸름한 얼굴에 분노의 빛을 띄고 외쳤다.
"만약에 우리들의 손으로 대지진을 막아냈다고 해도 그건 절대로 시의회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야! 물욕(재물을 욕심 내는 마음)에 눈이 먼 비인간적인 그 자들에게 보복을 받게 할 방법은 없을까?"
"이미 보복을 받고 있답니다!"
할리가 우는 것 같은 소리로 말했다.
"그건 또 무는 뜻인가?"
할리를 똑바로 보며 중위가 물었다.
"우리 아버지와 시장, 그리고 3, 4명의 시의회 의원은 이미 이 세상에 안 계시답니다, 중위님!"
할리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격한 감정을 누르며 말했다.
"중위님은 저에게 타이드 신부를 부두까지 전송하라고 하셨죠? 그 때 나는 부두에서 아버지의 잠수 요트를 보았습니다. 50만 불이나 들여서 만든 호화선입니다. 그것은 아버지의 살아가는 보람이었습니다. 마침 선체(배의 몸체) 검사를 받기 위해서 입항하고 있었답니다. 나는 잠수 요트를 바라보면서 부친이 시민의 피난용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요트에는 8명밖에 타고 있지 않았습니다. 정원 50명이 탈 수 있는 선실에 단 8명뿐이었습니다! 나머지 공간에는 종이 같은 것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주권에다 채권 그리고 돈뭉치들....... 부친은 전 재산을 요트에 싣고 도망치려고 하였던 것입니다."
할리는 절망적인 얼굴로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자기와 몇 사람의 친구만을 태우고 시민들을 내버려두고 피난하려고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부친은 저보고도 함께 가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나의 임무를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보고 있는 앞에서 요트는 해치를 닫고 워터 로커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바깥쪽의 로커 도어가 열렸을 때 무서운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잠수 요트를 둘러싸고 있는 이든나이트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바닷물와 그 무서운 수압은 눈 깜짝할 사이에 잠수 요트를 납작하게 뭉개 버렸습니다. 물론 요트에 탔던 사람들은 전부 죽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도......."
할리의 목이 경련을 일으켜 꿈틀 꿈틀거렸다.
잠시 동안 아무도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이윽고 다나까 중위가 상냥하게 말하였다.
"미안하네, 단소프 후보생. 자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줄은 모르고 있었네......."
"아닙니다. 아버지는 중위님에게 조상(남의 죽음에 대하여 슬픈 뜻을 표시함)을 받을 만한 인간이 못 됩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또 한 가지 중위님께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분실된 지오존데에 대한 것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물론이지."
"사실은....... 그것을 훔친 것은 접니다. 부친의 부탁으로 훔쳤던 것입니다. 저는 지오존데의 기밀을 누설하고 더욱이 그것을 훔쳤으며, 해저 함대의 규율을 이중으로 깨뜨렸습니다. 이렇게 된 마당에 새삼스럽게 변명 하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사건을 분명히 해두기 위해서 고백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할리는 진지한 표정이 되어 계속하였다.
"부친은 훔친 지오존데를 견본으로 해서 같은 것을 많이 만들어 개인적으로 지진 예지의 정보를 손에 넣으려고 했습니다. 예전에 고에쓰 박사에게도 같은 일을 제안했었습니다. 물론 주식으로 돈을 벌려고 했던 것이죠. 저는 변명은 않겠습니다. 순순히 군사 재판을 받을 각오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면 이번에야말로 훌륭한 해저 함대의 사관 후보생이 되리라고 결심합니다.“
모든 것을 고백하고 마음속의 무거운 짐을 벗은 탓인지 할리의 얼굴은 밝았다.
다나까 중위는 꼿꼿이 일어서서 머리를 선실 천장에 대고 신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단소프 후보생! 자네는 이미 재판을 받고 있네. 이 문제는 이것으로 끝을 맺는다!"
참으로 극적인 순간이었다.
조종석에서 기데온이 돌아다보고 감동적인 공기를 깨뜨렸다.
"시간을 봐라! 마지막 수폭을 발사할 장소에 와있다."
우리들은 분주히 수폭을 발사하고 그 자리에서 멀리 가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모자랐다. 지진의 공격으로 선실의 명멸등이 꺼지고 그대로 다시는 켜지지 않았다.
차체도 몹시 삐걱거리고 뒤틀렸지만 박살이 나는 것만은 면했다.
"잘됐어! 이렇게 순조롭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어!"
밥은 내 등을 힘껏 두들기면서 외쳤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밥, 이리로 와서 좀 도와주게. 원자력 드릴이 움직이지 않는단 말일세!"
기데온이 불렀다.
마지막 지진의 충격으로 조종장치의 누르는 단추가 아주 못 쓰게 되어 버렸다. 할 수 없이 기데온은 수동레버(지렛대)로 조종 장치를 움직이려고 필사적으로 애썼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어쩔 수가 없었다.
밥과 기데온은 손끝에 혼신의 힘을 다해서 레버를 당겨 간신히 2, 3센티 움직였다.
동력이 들어와 또다시 원자력 드릴은 굳은 바위를 깎기 시작했다.
명멸등에도 전등불이 들어왔으나 선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희미했다.
선실 안의 온도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기데온이 원자력 드릴에 될 수 있는 한 많은 동력을 돌리기 위해서 냉방 장치를 꺼버린 것이다.
몇 분이 지났다.
조종석의 계기는 지저 굴진 카가 스테이션 케이(K)의 바로 옆에 와 있는 것을 나타냈다.
원자력 드릴의 진동이 갑자기 약해졌다.
"바위 밖으로 나왔네!"
기데온이 기쁜 듯이 외쳤다.
우리들도 마음을 놓았다.
우리들은 훌륭히 임무를 마치고 스테이션 케이(K)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기뻐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돌연 금속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선실에 들려온 것이다.
기데온은 굳은 표정을 하고 혀를 찼다.
"이든나이트가 터졌다!"
계기를 힐끗 쳐다보고서 우리들을 돌아다보았다.
"우리들은 물 속으로 나왔는데 말일세, 불이 붙을 정도로 뜨거워진 이든나이트가 갑자기 찬 물 속에 휩싸이니 급격한 온도 변화에 의해 깨지고 만걸세. 그렇지만 상관없어. 계기는 정상이니까. 그렇다면 우리들은 지금 확실히 스테이션 케이(K) 안에 있는 걸세. 즉 스테이션 케이(K)는 물 천지란 말이네."
우리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스테이션 케이(K)가 물 천지!>
숙부와 고에쓰 박사는 어떻게 됐을까? 아니, 어쩌면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 그 자체가 전멸해 버렸는지도 알 수 없다.
우리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단 말인가?
해저 도시의 큰 돔이 쫙 갈라져서 5천 미터의 수압에 눌려 짜부라졌단 말인가?
"여기서 나가자!"
다나까 중위가 외쳤다.
그러나 꽉 입술을 깨물고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렇지만 이든나이트가 망가져 버렸다면......."
이든나이트가 소용이 없다면 우리들은 해저에 나가는 순간 5천 미터의 수압을 받아 큰 망치로 두들겨 맞은 곤충처럼 납작해질 것이다.
"좀 도와주게 ! 공기를 주우러 가야지. 바위 속에 박힌 공기를 찾는 거야!"
기데온이 말했다.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서 우선 공기가 필요하다.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죽을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거듭되는 인공 지진의 충격으로 만신창이가 된 지저 굴진 카는 또다시 바위 속으로 들어갔다.
선실 안의 온도가 자꾸만 올라가 눈이 현기증이 날 정도로 뜨거워졌다.
원자력 드릴의 회전이 불규칙적으로 되어 그 소음이 더 한층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또한 선실 안 공기가 더러워지고 기계가 타는 냄새가 자욱해 숨이 막힐 정도였다.
맨 먼저 다나까 중위가 쓰러지듯 넘어졌다. 잇달아 단소프가 긴급용 레버 앞에서 방바닥으로 굴러 떨어 졌다.
나는 두 사람 곁으로 다가가려고 했다.
어느 틈엔가 밥도 방바닥에 길게 뻗어 있었다.
"일어나, 밥! 어떻게 됐나?"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기데온의 괴로운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짐 ! 좀 도와주게. 혼자선 도저히......."
그러나 그 목소리도 점차로 작아지더니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기데온이 있는 쪽으로 향했으나 발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지저 굴진 카가 돌연 핑그르르 방향을 바꿔 나는 그만 방바닥에 동댕이쳐졌다.
지저 굴진 카가 돌은 것인가, 아니면 내가 정신을 잃은 것인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좋다.
나는 뜨겁고 딱딱한 금속 바닥 위에 넘어져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 일어나서 미쳐 날뛰는 지저 굴진 카를 붙잡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힘이 거의 빠져 버렸다.
마지막 명멸등이 꺼졌다.
그리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이든나이트의 빛
 
검은 신부복을 입은 자그마한 몸집의 산타클로스가 나를 보고 말하고 있었다.
"짐! 짐! 이걸 좀 마셔 봐라."
무엇인지 쓰고 혀가 찌잉 하는 것이 내 입에 쑤셔 박혀 왔다.
나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타이드 신부의 파란 눈을 똑똑히 볼 수가 있었다.
"여기는.... 대 체......."
"가만히 있는 것이 좋아."
타이드 신부는 듣기 좋은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혈색이 좋은 뺨에 상냥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이제는 괜찮아, 짐. 자네는 지금 내 수중 카에 타고 있는 거야. 우리들은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로 돌아가는 길이라네."
"그라카타우?"
<또다시 나를 물 속으로 데리고 가려는 것일까?>
"하지만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는 물 천지가 되었는데요, 신부님! 우리들은 거기 있었습니다. 스테이션 케이(K)는 물 속에 잠겨서 사람이 살아 있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타이드 신부는 근심스럽게 눈썹을 모았으나 분명히 말했다.
"돌아가 보기로 하지. 생존자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렇지만 타이드 신부는 나와 눈이 마주치는 것을 피했다.
나는 일어섰다.
내가 있는 곳은 선실이었다.
벽에는 가지각색의 최신 지진 관측 기계와, 지도와 자료 등이 꽉 차 있었다.
수중 카 전체가 움직이는 지질 관측 연구소였다. 여기에서 행하여진 관측이며, 연구는 고에쓰 박사의 지진 이론에도 많이 인용되어 있다.
나는 이전부터 이 수중 카에 대해서 이야기는 듣고 있었지만 실제로 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더욱이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기데온 파크가 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검은 얼굴에 환하게 빛나는 듯한 웃음을 떠올리고 있었다.
"짐, 다행이네! 모두 걱정했었네. 다른 사람들은 벌써 한 시간 전에 일어났는데, 자네만이 좀처럼 눈을 뜨지 않았으니......."
"다른 사람들은?"
나는 염려가 되어 물었다.
"전원 무사하네. 타이드 신부님이 구해 준걸세. 우리들이 마침 진원 위에 있을 때 신부님이 해저를 지나다가 지저 굴진 카의 진동을 찾아낸 거지. 지저 굴진 카는 조종 장치는 고장났지만, 원자력 드릴은 움직이고 있었지. 정신을 잃은 승무원들을 태운 채로 해저의 이토(진흙)충을 휘저으면서 상승하고 있었다네. 신부님은 참으로 훌륭하신 분일세. 이 조그만 수중 카는 이미 피난민과 관측 기계로 가득 찼었는데 우리들을 구조해 주셨네. 더욱이 해저도시 그라카타우에 돌아가자고 말씀하시는 걸세. 자네 숙부님과 고에쓰 박사를 구출하기 위해서......."
기데온은 끝까지 말을 마치지 못했다.
숙부와 고에쓰 박사의 일을 생각하면 나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그러나 가령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 시민들과 함께 숙부나 고에쓰 박사가 희생이 되었다고 해도 우리들은 승리를 거둔 것이다.
고에쓰 박사의 새로운 이론과 새로운 기술에 의해 대지진을 막아내는 방법이 확립된 것이다.
그것이 조금쯤은 위로가 된 것이다.
우리들은 타이드 신부의 관측 설비를 써서 각기 지진 예지의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대성공이다!"
할리가 계산 용지를 흔들면서 외쳤다.
"이것 좀 보세요! 예측 진도 제로(0), 예측 시간 무한, 그리고 예측 오차는 계산할 수 없을 만큼 극히 적습니다."
"내 결과도 같다. 이든, 에스코, 자네들은 어떤가?"
이 며칠 내 처음으로 다나까 중위의 얼굴이 밝았다. 중위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똑같습니다."
밥과 나는 동시에 머리를 끄덕였다.
대지진을 일으키는 지각 내의 지진 에너지는 완전히 발산해 버린 것이다.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해도 대지진을 예방한다는 우리들의 계획 그 자체는 성공한 것이다. 우리들은 지진이 반드시 예지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나아가서는 지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제는 해저 도시 난세이 나하의 비극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육상에 있는 도시들도 지진에 대해서 안전해졌다. 리스본이나 샌프란시스코의 대지진 같은 비극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를 구출치 못했던가?
슬픔과 애석함이 한층 우리들의 마음을 조이는 것이었다.
수중 카는 무거운 짐에 허덕이면서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를 향해 서둘렀다. 선실에는 피난민들이 참을성 있게 앉아 있었다.
우리들에게서 스테이션 케이(K)가 물 천지였다는 소리를 듣고, 해저 도시에는 이미 생존자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모두들 육친이나 친구들을 해저 도시에 남겨 놓고 이 수중 카에 올라탔을 것이다. 어느 얼굴도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이 시민들은 해저 개발자들이다. 하나의 해저 도시가 전멸하면 또다시 새로운 해저 도시를 건설할 것이 틀림없다.
침울한 시간이 흘러갔다.
"해저에 빛이 보인다. 저건 이든나이트의 빛이다!"
돌연 타이드 신부가 외쳤다.
우리들은 일제히 현창에 달라붙었다.
분명히 보인다.
전방 바다 밑에 청백색 빛이 거대한 발광 생물(빛을 뿜어내는 생물)처럼 숨쉬고 있었다.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의 돔이다! 이든나이트가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우리들은 어린애들처럼 환성을 지르고 서로 어깨를 두드려 댔다.
고에쓰 박사의 인공 지진 기술은 장래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 그 자체를 구출한 것이다.
수중 함선이며 수중 카들이 속속 돌아오기 때문에 워터 로커의 앞은 굉장히 혼잡하였다.
우리들의 수중 카는 한 시간이나 기다리고 나서야 간신히 로커를 지나 부두에 매어져 해치를 열었다.
또다시 우리들은 따뜻한 활기에 찬 해저 도시 그라카타우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숙부와 고에쓰 박사는 병원에 있었다.
"별로 대수롭지는 않다. 조금 피로했을 뿐이야! 자네들이 지저 굴진 카로 떠나간 뒤 스테이션 케이(K)에 바닷물이 자꾸만 흘러 들어와서 할 수 없이 위로 피난했지. 해저 함대의 기지도 위층으로 옮겼다네. 역시 이든나이트야. 돔은 고에쓰 박사의 연속 인공 지진에도 까딱도 안 했거든."
숙부는 옆 침대에 있는 고에쓰 박사에게 웃어 보였다.
기데온이 내 어깨를 꽉 붙들고 말했다.
"스튜어트, 우리 둘은 당신네들을 조금도 걱정 안 했었지. 그렇지, 짐?"
"그렇고 말고요. 우리들은 숙부님이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겨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나도 맞장구를 쳐서 아주 그럴 듯이 말했다. 그러나 숙부와 할리가 껄껄 웃어 버렸기 때문에 효과가 없어졌다.
숙부는 빙그레 웃었다.
"자, 일에 착수하기로 할까? 바다에는 아직도 도전할 것이 많이 남아 있지. 병원 침대에서 뒹굴고 있으면 바다를 정복할 수는 없지. 여보 간호원 아가씨!"
시트를 걷어차고 회고 짧은 가운에서 맨발을 삐죽 내밀며 방바닥에 내려선 숙부는 큰 소리로 고함쳤다.
"여보세요 간호원, 나는 곧 퇴원할 테니까 옷을 갖다 주지 않겠소?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작품 해설
 
지진은 일어나는가?
 
'해저 지진 도시"는 미국 SF작가 프레더릭 폴과 잭 윌리암슨이 함께 쓴 소년 소녀용 SF이다. 미국의 추리 소설과 SF중엔 이 작품 외에도 두 작가의 재능을 합쳐 공동으로 쓴 작품이 많다.
1958년에 발표된 해저를 주제로 한 "해저 정복" "해저 함대" "해저 지진 도시"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해저 지진 도시"에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지진을 미리 알게 되는 것이다. 작품 속에 일본인 지진학자가 등장하는 것은 일본이 세계 제 1의 지진국이며, 또한 지진으로 인하여 많은 고통을 받고, 지진 연구가 가장 발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해저의 미래 도시 그라카타우에서는 이미 지진 관측망이 육상과 해저에 설치되어 있어서 며칠 후에 일어 날 지진까지 미리 알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들이 현재 살고 있는 20세기 시대에서는 지진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미리 알 수 있다 해도 그 기술이 어느 정도일까? 미래의 "해저 지진 도시" 같이 지진을 백발백중 미리 알 수 있을까?
그러면 지진은 왜 일어나는가를 생각해 보자.
우리들이 살고 있는 대지는 지각이라고 불리는 부분인데, 그 두께는 대륙 부분에서는 평균 350km, 해저 부분에서는 평균 5Km밖에 되지 않는다. 이 지각 밑에는 두께가 2900km되는 맨틀이라는 암층이 있다. 이 맨틀 밑에는 뜨거운 열이 있어 위로 올라가는데, 이것이 지각에 부딪히면 열이 식어져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운동을 일으킨다. 이것을 '맨틀 열 대류'라고 한다. 즉 암석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 맨틀 열 대류로 인하여 오랫동안 지각과 맨틀 상층(깊이 약 700km)사이에 뒤틀리는 변화가 생긴다. 이것이 어느 한계점을 넘으면 주위의 암석을 파괴시킨다. 그리고 이 충격이 지진파가 되어 전달되는데, 이것을 지진이라고 하는 것이다.
또 맨틀 열이 녹아서 유동체가 된 암석, 즉 마그마가 지각이 갈라진 통 사이에 스며들어 암석을 파괴하고, 지진을 일으킨다고도 한다.
그러나 지진은 세계 각처에서 똑같이 일어나는 법은 없다. 지진이 일어나기 쉬운 조건을 가진 지대를 지진대라고 하는데, 지진대에는 사람이 느낄 수 없는 진도 영(0)의 무감각 지진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해저 지진 도시
아이디어 회관 과학 문고
232p. 19cm (SF 세계 명작 34)
 
인 쇄      1978년 8월 20일
발 행      1978년 8월 33칠
역 자      이 인 석
조 판      크리스찬 신문사
오프셋 인쇄 장원 정판사
활판 인쇄   삼정 인쇄소
제 본      영지 제책사
발행인     박 훈
발행처     아이디어 회관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5가 19-29
      등 록 제 2-213호
      전 화 (266) 1975 . (266)798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9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9 청소년 위한 SF세계명작소설 원문 사이트주소 2023-08-23 0 547
48 해저 지진 도시 F. 폴 . J. 윌리암슨 작 이 인석 역 2023-08-23 0 449
47 제 4 행성의 반란 REVOLT ON ALPHA. C 로버트 실버버그 R. SILVERBERG 지음 2023-08-23 0 525
46 절대 0도의 수수께끼 ♣ E. S. 가드너 지음 2023-08-23 0 456
45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텔레파시의 비밀 김학수 지음 2023-08-23 0 362
44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 SF 작가 협회편 북극성의 증언 서광운 지음 2023-08-23 0 326
43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4차원의 전쟁 서광운 작 2023-08-23 0 315
42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관제탑을 폭파하라 서광운 작 2023-08-23 0 329
41 양서인간 AMPHIBIAN HUMAN - 베리야에프 А. ВЕЛЯЕВ 지음 2023-08-23 0 316
40 안드로메다 성운 ANDROMEDA NEBULA - 이반 에프레모프 IVAN EFREMOV 지음 2023-08-23 0 288
39 암흑 성운 Dark Nebula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 지음 2023-08-23 0 348
38 심해의 우주괴물- 존 윈담 지음김 상일 옮김 2023-08-23 0 254
37 불사 판매 주식회사 IMMORTALITY 로버트 세클리 ROBERT SHECKLEY 지음 2023-08-23 0 292
36 백설의 공포 - 홀덴 작 박 홍근 역 2023-08-23 0 289
35 공룡 세계의 탐험- 코난 도일 지음김 상일 옮김 2023-08-23 0 327
34 걷는 식물 트리피드 THE DAY OF THE TRIFFIDS 존 윈담 John Wyndham 지음 2023-08-23 0 300
33 강철 도시 - 아이작 아시모프 Issac Asimov 지음 2023-08-23 0 286
32 280 세기의 세계 - 레이 커밍스 Raymond Cummings 지음 2023-08-23 0 243
31 비글호의 모험 -반 보그트 A. E. VAN VOGT 지음 2022-03-31 0 588
30 지구의 마지막 날-필립 와일리 PHILIP WYLIE 지음 2021-09-22 0 730
‹처음  이전 1 2 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