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해외 동시산책
나비야
공 재 동
나비야, 나풀나풀
바람보다 가벼운
꽃에서 꽃으로
꽃가루가 묻히고
나비야, 꽃이 질 무렵에는
꽃물이 배인
곱고 예쁜 시를 |
낙엽
공 재 동
가을
나뭇가지
나무들
아무도 없는
나무들이 |
부채 하나가
공 재 동
그 모진 무더위를
쫓아내느라
부서지고 찢어진 부채 하나가
무심히 산길에 버려져 있다
가을이 오다가 발을 멈추고
소복소복
낙엽으로 덮어 주더니
오늘은 수만 개 단풍이 되어
가을 산을 물들인다
부채 하나가.
들에서 공 재 동
누가
돌아다보아도
들녘에
누가
가까이
기억처럼 |
갑갑한 방안에 갇혀 있다가 들녘에 나서 보면 시야가 확 트이고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득한 저 멀리에서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가 자꾸만 손짓해 나를 부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바람 부는 날 숲에는 공 재 동
떡갈나무들이
뻣뻣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밤나무도 허리를 잡고 웃노라
바람 부는 날 숲에는
초록 웃음을 밟고 가는 (어린이문학 2001-12) |
바람이 길을 묻나 봐요 공 재 동
꽃들이 살래살래
바람이 길을 묻나 봅니다.
나뭇잎이 살랑살랑
나뭇잎도 모르나 봅니다.
해는 지고 어둠은 몰려오는데
바람이 길을 잃어 걱정인가 봅니다. |
별 공 재 동
즐거운 날 밤에는
마음 슬픈 밤에는
수만 개일까.
울고 싶은 밤에는
온 세상이 |
인간의 감성은 수시로 변합니다.
슬픈 사람에겐 별은 친구이자 애인 모든 것을 내 마음처럼 느끼기
별은 즐거운 날에 보고 싶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 시는 슬픈 날에 별 본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
산딸기 공 재 동
홍보석
들킬까
풀벌레도
풀꽃도 한낮에는 |
조용한 수풀 속에서 홍보석처럼 익은 산딸기. |
식은 밥 공 재 동
짝지와 싸우고
아무도 없는 빈 방에서
그 눈물 |
언젠가 언짢은 일로 다시는 안 볼 듯이 짝지와 싸운 적이 있지요. 힘에 부쳐 이길 수 없을 땐 분해서 눈물이 나오지요. |
이슬 공 재 동
별들
이슬,
잘 가라는
더러는
밤새
별들
|
이른 아침 풀잎에 맺힌 이슬을 보면 절로 마음이 맑아지지요. |
초가을 공 재 동
그 무성하던 매미 소리는
고추잠자리
어느새 |
고추잠자리 날개 끝에 묻어오는 초가을. |
한가위 공 재 동
미루나무 가지 끝에
열사흘
올올이 |
오랜 기다림 끝에 밝게 비치는 보름달. |
봄비 공 재 동
아무리 보아도
옷부터 촉촉이
아무리 보아도
온 들에 연두빛 |
봄비는 실낱같이 가늘고 섬세해서 아무리 맞아도 옷이 젖지 않을 것 같아요. 손에 잡힐 것 같은 봄비는 맑고 고운 실 같은데 봄비를 맞으며 길을 걸으면 어느새 촉촉히 옷이 젖지요. 봄비는 아무 빛깔도 없는 깨끗한 물방울이에요. 그러나 봄비가 지나간 들판에는 연둣빛 풀잎이 솟아나고 나뭇가지 사이에도 연둣빛 고운 새싹이 돋아나지요. 온 들판에 연둣빛 물이 드는 것이지요. |
공 재 동(孔在東)
1949년 6월 19일, 경상남도 함안군 대산면에서 태어남.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