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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동시 모음> 외 매미 동시 모음
2017년 02월 11일 13시 51분
조회:1356
추천:0
작성자: 강려
<달팽이 동시 모음> 민현숙의 '달팽이가 말했어' 외
+ 달팽이가 말했어
집을 지고 다닌다고?
아니야, 난 지금
부릉부릉 차를 몰고 가는 거야.
내 차는 캠핑카거든.
걸음이 느리다고?
아니야, 난 지금
둘레둘레 세상 구경하느라 그런 거야
난 여행을 무척 좋아하거든.
(민현숙·아동문학가)
+ 달팽이·2
색시 달팽이가
방귀 뀌어 놓고
누가 보았을까봐
누가 들었을까봐
모가지 기다랗게 늘이고는
요리조리 살피다가
아무도 없으니까
그 속에 쏘옥 들어가 잔다.
(권정생·아동문학가, 1937-2007)
+ 달팽이 손님
부추 단에서 떨어진
달팽이 여섯
우리 집에서 하룻밤
묵어가시라, 했더니
밤새 무청 한 줄기
뚝딱 삼키고는
꼬불꼬불 초록 똥
듬뿍 내놓았다
가고 싶은 데로 가시라
풀밭에 내려놓으니
까닥까닥 인사한다
풀잎처럼 상쾌하다
돌아서는 발걸음
(유은경·아동문학가)
+ 달팽이
-엄마, 달팽이 봐
-나, 바빠
-엄마, 달팽이가 움직여
-나, 바쁘다니까
-엄마, 달팽이 뿔 좀봐
쪼그만 안테나 같애
-귀찮게 굴지마렴. 제발
아, 달팽이
아, 아깝다
엄마도 달팽이를 보면
좋아할 텐데...
어른들은 왜 항상 바쁠까?
(이준관·시인, 1949-)
+ 달팽이·1
비가 온다
봄비다
우산도 없이
한참 길을 걷는다
뒤에서 누가
말없이
우산을 받쳐준다
문득 뒤돌아보니
달팽이다.
(정호승·시인, 1950-)
+ 달팽이
갑니다
나의 길을
꾸준히
천천히
가다가
지치면
잠시 멈추어
'힘내자'
다짐하며
더듬이 길게 뽑아
들어 보이는
승리의
브이(v)
갈 길 멀어도
꾸준히
갑니다
나의 길을
(남촌·아동문학가)
+ 정말 걱정되는 것
느림보 달팽이라
놀리지 마.
먹이 찾아
한나절 걸려도
오솔길 너머 구슬냉이밭으로
가고야 마는 걸
어둠밭에 피어난
별꽃과 얘기하러
온종일 걸려
나뭇가지에도 올라가는걸
정말로 걱정되는 건
날개가 있는데도
날려하지 않는
타조, 너야.
(오은영·아동문학가, 1959-)
+ 산토끼랑 달팽이랑
허둥지둥
언덕길 뛰어가던
산토끼가 글쎄
달팽이 보고 혀를 찼대.
너처럼 느릿느릿 가다간
언덕 너머 산비탈 뒤덮은
진달래꽃 잔치 못 보겠다.
달팽이도 글쎄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대!
너처럼 빨리빨리 가다간
제비꽃 깽깽이풀 얼레지 족두리풀 매미꽃 봄까치꽃 애기풀 들바람꽃……
언덕길 따라 줄줄이 핀
풀꽃 잔치 하나도 못 보겠다.
(오은영·아동문학가, 1959-)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매미에 관한 동시 모음> 정현정의 '매미의 마을' 외
+ 매미네 마을
매미는
소리로
집을 짓는다
머물 때 펼치고
떠날 때 거두는
천막 같은 집
매미들은
소리로
마을을 이룬다
참매미, 쓰름매미, 말매미 모여
온 여름
들고나며
마을을 이룬다.
여름에는
사람도
매미네 마을에 산다.
(정현정·아동문학가, 1959-)
+ 매미
오동나무 위의
여름 악기.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작은 것
웅덩이가 작아도
흙 가라앉히면
하늘 살고
구름 살고
별이 살고
마당이 좁아도
나무 키워 놓으면
새가 오고
매미 오고
바람 오고
(황 베드로·아동문학가)
+ 매미 허물
소나무 둥치에 붙은
매미 허물.
속이 텅 비었다.
등에는
찢긴 자국
저런 자국,
엄마 배에도 있다.
(곽해룡·아동문학가)
+ 여름
해는 활활
매미는 맴맴
참새는 짹짹
까치는 깍깍
나뭇잎은 팔랑팔랑
개미는 뻘뻘
꿀벌은 붕붕
모두모두 바쁜데
구름만 느릿느릿
(권오삼·아동문학가, 1943-)
+ 매미
포플러나무에
달린
조그만 초인종
개구쟁이 바람이
놀리고 갈 때마다
맴
매앰
매앰매앰
여름이 울리네.
여름이 쏟아지네.
(강현호·아동문학가)
+ 매미 껍질
어쩜 그렇게 닮았니?
고구마 캐다
밤 줍다
메뚜기 잡다
다 보았어.
휙휙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
떡갈나무 둥치에
마당 맥문동 꽃대 위에
개울가 풀잎 위에
휙휙
아무 곳에나 던져둔
옷.
히힛,
어쩌면
내 버릇이랑 똑같니?
(유미희·아동문학가, 충남 서산 출생)
+ 매미·2
엉~ 엉~ 엉~
매미가 웁니다
슬퍼서 웁니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매미가
얼마 못 산다고
악을 쓰며 웁니다
매미야, 뚝!
그렇게 울다가
힘 다 빠지면 어떡해?
더 빨리 죽으면 어떡해?
(김미희·아동문학가, 제주 출생)
+ 매미
불볕더위 속
어디에선가
함성처럼 들려오는
매미 소리
저것은 생명의 찬가인가
피울음의 통곡인가
겨우 한 달 남짓한
짧은 생애일 뿐인데도
나 이렇게 찬란하게
지금 살아 있다고
온몸으로 토하는
뜨거운 소리에
늦잠에서 부스스 깨어난
나는 참 부끄럽다
(정연복,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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