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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주제로 한 동시바구니
2017년 02월 26일 16시 18분  조회:2056  추천:0  작성자: 강려


'어린이날' 동시모음

 

어린이날 노래==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우리가 자라면 나라에 일꾼
손잡고 나가자 서로 정답게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윤석중·아동문학가, 1911-2003)

== 오늘은 어린이날 ==

어린이들만큼  
푸른 하늘과
고운 웃음이 어디에 있으랴

변해 가는 것들 속에서
변하지 않는
아이들의 해맑은 순수
온 누리 가득한
일체의 평화로움이 어디에 있으랴

아이들은 어른의 스승이요
나와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인생
문득 뒤얽힌 날들 속에
그 옛날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 바라보면
다시 환한 또 하나의 행복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어린 날들만큼
꿈 많은 봄 같은 계절이 어디에 있으랴
그 사랑스런 눈빛
아름다움이 또한 어디에 있으랴


(나명욱·시인, 1958-)

== 다르게 크는 어린이==

코가 큰 어린이는
코가 커서 귀엽고
눈이 작은 어린이는
눈이 작아서 귀엽다.

이 빠진 어린이는
이가 빠져서 예쁘고
왼쪽 오른쪽 신을
바꿔 신는 어린이는
신기해서 예쁘다.

서로
다르게
커나가는 어린이

누가 누가 잘하나?
기죽이지 말고
모두 모두 잘 하자.

용기를 주어
밝게 곧게
무럭무럭
자라게 하자.


(송근영·아동문학가)

== 겨울 어린이 =

세수를 한다.
추운 아침에
뽀드득
뽀드득
얼굴을 씻는다.
뽀드득
뽀드득
얼굴을 씻으면
마음에도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난다.
얼음아 얼어라
찬바람아 불어라
추울수록 굳세지는
겨울 어린이
얼음아 얼어라
찬바람아 불어라
추울수록 늠름하게
자라는 어린이
해님도
뽀드득
뽀드득
얼굴을 씻고
세상을 환하게
비쳐 주신다.


(박목월·시인, 1916-1978)

== 아무 것도 모르면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발부비며 우는 철부지
어린아이이고 싶다.

사람의 냄새와
사람의 껍질을 벗고서도
또 사람이고 싶다.

작은 바람에도 살아 쓸리는 여린 풀잎,
미세한 슬픔에도 상처받아 우는 작은 별빛,
드디어 나는 나만 아는
차고 맑고 그윽한 향기를 머금고 싶다.


(나태주·시인, 1945-)

== 5월의 편지 ==

해 아래 눈부신 5월의 나무들처럼
오늘도 키가 크고 마음이 크는 푸른 아이들아
이름을 부르는 순간부터
우리 마음밭에 희망의 씨를 뿌리며
환히 웃어 주는 내일의 푸른 시인들아
너희가 기쁠 때엔 우리도 기쁘고
너희가 슬플 때엔 우리도 슬프단다
너희가 꿈을 꿀 땐 우리도 꿈을 꾸고
너희가 방황할 땐 우리도 길을 잃는단다
가끔은 세상이 원망스럽고 어른들이 미울 때라도
너희는 결코 어둠 속으로 자신을 내던지지 말고
밝고, 지혜롭고, 꿋꿋하게 일어서 다오

어리지만 든든한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 다오
한 번뿐인 삶, 한 번뿐인 젊음을 열심히 뛰자
아직 조금 시간이 있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마음에 하늘빛 창을 달자
너희를 사랑하는 우리 마음에도
더 깊게, 더 푸르게 5월의 풀물이 드는 거
너희는 알고 있니?
정말 사랑해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어린이==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보배
하나님께서 사람을 사랑하셔서
상으로 보내어 행복의 웃음꽃
피우게 하는 신비로운 보배

이 세상의 희망
우리나라의 희망
우리 교회의 희망
우리 마을의 희망
우리 집의 희망

알아줘야 하고
믿어줘야 하고
기대를 걸어줘야 하고
기다려줘야 하고
돌봐주고
사랑해줘야지
아, 예뻐라  


(임종호·시인, 1935-) 
  
== 어린이날==

해마다 어린이날이면 비가 내립니다.
여러분의 행렬에 먼지 일지 말라고
실비 내려 보슬보슬 길바닥을 축여줍니다.
비바람 속에서 자라난 이 땅의 자손들이라,
일년의 한 번 나들이에도 깃이 젖습니다그려.

여러분은 어머님께서 새 옷감을 매만지실 때
물을 뿜어 주름살 펴는 것을 보셨겠지요?
그것처럼 몇 번만 더 빗발이 뿌리고 지나만 가면
이 강산의 주름살도 비단같이 펴진답니다.

시들은 풀잎만 얼크러진 벌판에도 봄이 오며는
하늘로 뻗어 오르는 파란 싹을 보셨겠지요?
당신네 팔다리에도 그 싹처럼 물이 올라서
지둥 치듯 비바람이 불어도 쓰러지지 말라고 비가 옵니다
높이 든 깃발이 그 비에 젖습니다.


(심훈·시인이며 소설가, 1901-1936) 

== 복사꽃과 제비 - 어린이날을 위하여==

불행한 나라의 하늘과 들에 핀 작은 별들에게
복사꽃과 제비와 어린이날이 찾아왔구나.

어린 것 껴안고 뜨거운 눈물로 뺨을 부비노니
너희들 키워줄 새 나라 언제 세워지느냐.

낮이면 꽃 그늘에 벌떼와 함께 돌아다니고
밤이면 박수치는 파도 우로 은빛 마차 휘몰아가고

거칠은 바람 속에 다만 고이 자라라
온 겨레의 등에 진실한 땀이 흐르는 날
너 가는 길에 새로운 장미 피어나리니
황량한 산과 들 너머
장미여 삼천리에 춤을 늘여라.

불행한 나라의 하늘과 들에 핀 작은 별들에게
복사꽃과 제비와 어린이날이 돌아왔구나.

(김광균·시인, 1914-1993)

== 어린이 날 ==
    
노란 풍선을 띄우는 어린이가 있다
그 풍선 위로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바다 건너 멀리 간 아빠의 얼굴
집을 나가 오지 않는 엄마의 얼굴
그 얼굴과 얼굴 사이 사이로
노란 눈물 바람이 분다


(구순자·시인)

== 어린이 놀이터 ==

어린이 놀이터에 개나리꽃이 진하게 피었다
동네 아이들은 모두 학교 가고 없고
아이들이 금그어놓고 놀다 간
사방치기 그림만 땅 위에 덩그러니 남아 있다
그 앞에 서서 폴폴짝 뛰어 건넜다
개나리꽃이 머리를 흔들며
깔깔대고 웃다가 꽃잎 몇 개를 놓친다
햇살이 위 꽃잎에서 아래 꽃잎 더미 위로
주르르 미끄러져 내린다
여기서 오 분만 걸어가면
쫓겨난 학교가 있다
이 봄이 지나면 못 돌아간 지 꼭 여덟 해가 된다
걸어서 오 분이면 가는 학교를


(도종환·시인, 1954-)

== 어린이에게 평화를! ==

아프가니스탄의
어두운 하늘아래
포탄은 비 오듯 쏟아지고
아기를 업은 어머니가
길가에 쓰러져있다.

파키스탄의
메마른 땅위에도
총탄은 콩 튀듯 하고
들꽃을 손에 쥔 어린 소녀가
피를 흘린 채 죽어있다.

아이들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게 하고
아이들이
보아서는 안 되는 걸 보게 하고
아이들에게서
꿈과 희망
순수를 빼앗아간 전쟁!

정부군과 반군이 손에 손을 잡고
화해를 해달라고
호소하는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이 한없이 부끄럽구나.

우주선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하나의 아름다운 푸른 별인데
사람들은 왜 땅위에 선을 긋고
총부리를 겨누어야 하는가

주님은 어디로 가고
알라신은 어디로 가고
부처님은 어디로 가고 없는가
인간이 인간의 가슴에
총을 쏘는 일을 언제까지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유응교·건축가 시인)

 


<아가에 관한 동시 모음> 오순택의 '아름다운 것' 외 


+ 아름다운 것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아기다. 

아기의 눈. 
아기의 코. 
아기의 입. 
아기의 귀. 

그리고 
아기의 손가락 
아기의 발가락. 

아기는 
이따가 필 꽃이다. 
(오순택·아동문학가) 


+ 아기 얼굴 

물로만 
닦아도 
금세 
새 얼굴 
(최종득·아동문학가) 


+ 아가의 얼굴 

아가의 얼굴은 
엄마의 얼굴 

아가의 얼굴은 
아빠의 얼굴 

아빠 얼굴 조금 
엄마 얼굴 조금 

아가 얼굴 속에 
숨어 있어요. 
(김원석·아동문학가, 1947-) 


+ 새 얼굴 

아기가 들어와 
아침 하늘을 
얼굴로 연다. 

아기는 
울고 나도 새 얼굴, 
먹고 나도 새 얼굴, 
자고 나도 새 얼굴. 

하늘에서 
금방 내려온 
새 얼굴. 
(이탄·시인, 1940-) 


+ 방안의 꽃 

오줌 싸도 이쁘고 
응아 해도 이쁘고 
앙앙 울어도 이쁘고 
잠을 자도 이쁘고 
깨어나도 이쁘고 
이리 보아도 이쁘고 
저리 보아도 이쁘고 
얼럴럴 둥게 둥게 
꽃 중의 꽃 방 안의 꽃 
우리 아기 
(김용택·시인, 1948-) 


+ 아가꽃 

정원에서 예쁜 건 
장미꽃이 제일이죠 

하늘에서 빛나는 건 
여름밤의 별들이죠 

방안서 제일 예쁜 건 
아가 볼에 핀 아가꽃. 
(박석순·아동문학가) 


+ 아기 손바닥 

아까부터 
담을 넘으려는 
민들레 홀씨 하나 

어른들 모두 
그냥 가는데 

엉덩이 
살짝 들어 
넘겨주고 가는 
아기 손바닥 
(안영선·아동문학가) 


+ 아기의 웃음 
                                                                                    
꽃밭에서 놀던 아기 
하하하, 호호호. 

꽃들이 하는 얘기 
다 들었어요. 

꽃향기 만드는 것 
다 보았어요. 

방안에서 자던 아기 
까르르, 깔깔. 

식구들이 하는 얘기 
다 들었어요. 

아기 돌옷 짜는 것 
다 보았어요. 
(서효석·아동문학가) 


+ 웃어요 

아가가 웃어요, 
별처럼. 
엄마 보고 웃어요, 
예쁘게 

엄마도 웃어요, 
달처럼. 
아가 보고 웃어요, 
환하게. 
(문삼석·아동문학가, 1941-) 


+ 아가가 먹지만 

젖은 아가가 먹지만 
배는 엄마가 부르지요. 
트림은 아가가 하지만 
속은 엄마가 개운하지요. 
(문삼석·아동문학가, 1941-) 


+ 아기와 잠 

엄마, 
잠은 어디서 오지요? 

따뜻한 
아랫목에서 

어떻게 오지요? 

아무도 모르게 
눈썹 끝에 매달려 온단다. 
스르르 스르르. 

엄마, 볼 수는 없나요? 
글쎄다. 

그래도 내 눈썹 끝에 잠이 오거든 
엄마, 유리병 속에 담아 주세요. 
내일 아침에 볼래요. 
(권영상·아동문학가, 1953-) 


+ 지구 기우는 시간 

반듯하게 바로 눕혀도 
아가는 옆으로 눕는다. 
자면서도 자꾸 돌아눕는다. 
아마 
지금쯤 
지구가 반대쪽으로 기우나 보다. 
(유경환·아동문학가, 1936-2007) 


+ 먼 길 

아기가 잠드는 걸 
보고 가려고 
아빠는 머리맡에 
앉아 계시고. 
아빠가 가시는 걸 
보고 자려고 
아기는 말똥말똥 
잠을 안 자고 
(윤석중·아동문학가, 1911-2003) 


+ 아기와 엄마 

- 쉿! 
아기가 자고 있어요. 

조심 조심 

부엌에 서 있어도 
귀는 방에 두고 있습니다. 
(윤이현·아동문학가) 


+ 아기는 그만 

아기는 그만 
꽃대궁을 부러뜨렸다. 

부러진 꽃대궁 끝에 
마알간 진이 동그랗게 뭉쳤다. 

- 봐라, 그게 풀꽃의 피야! 
엄마의 말에 
아기는 그만 
- 으앙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윤이현·아동문학가) 


+ 선물 

외숙모가 낳은 
아기는 

처음으로 

외삼촌에게는 
아빠라는 이름을 

엄마에게는 
고모라는 이름을 

나에게는 
누나라는 이름을 
새로 주었다. 

이 세상 어느 가게에서도 
살 수 없는 것을 
선물로 가져 왔다. 
(유미희·아동문학가, 충남 서산 출생) 


+ 내 동생 

엄마 곁에 누운 아기 
어린 내 동생 

내가 눕던 자리인데 
너무 얄미워 

오물오물 
볼우물을 꼬집으려다 

새까만 눈 조그만 입 
하도 예뻐서 

살며시 뽀뽀하고 
안아봅니다 
(김중근·아동문학가) 


+ 대단한 일 

백일도 미처 안 된 아기가 
까딱까딱 흔들흔들 온몸이 빨개지면서 
고 가느다란 목을 가누는 일 
따져보면 정말이지 대단한 일인 거야. 
드넓은 우주 가운데 해처럼 방실! 
난생처음 얼굴 떠올리는 날이잖아. 

흔들흔들 바들바들 몸을 떨다가 
엉덩방아 쿵! 
찍고는 울음보 와~ 하고 터트리는 
그러다가 마침내 첫발을 내딛는 
아가들의 발바닥 생각을 하면 
이처럼 대단한 일도 없을 것 같아. 
고 작고 앙증맞은 발바닥으로 
지구 가운데 꽝! 도장 
처음으로 찍는 순간이란 말이거든. 

그날 이후 
십년…… 이십년…… 삼십년을 
부지런히 달려가서 
청년이 되고, 군인이 되고, 소방관이 되고 
의사가 되고, 가수가 되고, 박사가 되고  
(한혜영·아동문학가, 1953-) 


+ 아가 손 

아가 손 
작은 손. 
대추 하나 
놓아주면 
손에 가득. 

밤 한 개 
놓아 줘도 
손에 가득. 

사과는 너무 커서 
못 쥐는 손. 

온 식구 
예쁘다고 
만져 주는 손. 
(신현득·아동문학가, 1933-) 


+ 문구멍 

빠꼼 빠꼼 
문구멍이 
높아간다. 

아가 키가 
큰다. 
(신현득·아동문학가, 1933-) 


+ 아들일까 딸일까 

들길에서 엄마가 
찔레꽃을 따먹고, 
찔레꽃처럼 예쁜 아길 가졌대. 

좁다란 엄마 배 안에서 
아기가 싹이 터 자라고 있대. 

엄마가 사탕을 먹으면 
사탕을 받아먹고, 
사과를 먹으면 
사과를 받아먹고, 
사탕 맛도 알고, 
사과 맛도 안대. 

엄마가 생각는 대로 
아기의 생각이 된대. 
그래서 아기는 입도 눈도 모두 
엄마를 닮는 것이래. 

찔레꽃이 자라서 
파란 구슬알이 됐다가 
다시 빨갛게 
삼동을 나고 있는데, 
이게 찔레 열매처럼 
배 안의 아기도 많이 자랐대. 

캄캄한 배 안에서 아기는 
오늘이 며칠일까 생각한대. 
배 안을 톡톡 두드려 보곤 
여기가 어딜까 생각한대. 

그래도 엄마에겐 
그것이 수수께끼래. 
'아들일까?' 
'딸일까?' 
그래도 엄마 배 안은 수수께끼래. 
(신현득·아동문학가) 


+ 할머니의 노래 

동생이 
태어나자 
우리 할머니 
시골에서 
서둘러 올라오셨다. 

할머니가 
내 동생을 가슴에 안고 
함박웃음 웃으며 
노래하신다. 

이슬에 외 굵듯 
초승에 달 크듯 
어서 커라, 우리 아기 

나는 할머니 노래를 
처음 듣는다. 
지난번 노래방에 
함께 갔을 때 
아는 노래 없다고 
손사래를 치시더니 

내 동생을 안고 
노래하신다. 
함박웃음 웃으며 
노래하신다. 

이슬에 외 굵듯 
초승에 달 크듯 
어서 커라, 우리 아기 
(김명수·아동문학가, 1954-) 
* 외 : 오이의 준말 


+ 아기와 모자 

우리 아기 

형아 야구 모자 쓰면 
야구 선수가 되고 

삼촌 군인 모자 쓰면 
군인 아저씨가 되고                              

할아버지 밀집 모자를 쓰면 

"에헴! 에헴! " 
할아버지가 되지요 

아기 모자 다시 쓰고 

"애걔걔!" 
도로 아기가 되었네요 

썼다 벗었다 
썼다 벗었다 

거울 앞에서 
싱글벙글 

우리 아기 
모자만 있으면 
잘도 놀아요 
(이문자·아동문학가) 


+ 우리 철이 

한바탕 울고 나서 
또 한바탕 뛰어놀고 
철이의 시간표는 
먹고 놀고 
울고 자고. 

엄마는 밉다면서 
젖을 먹이고 
아빠는 찻시간이 늦어도 
안아 준다. 

눈물 콧물 
얼룩진 뺨 위에 
온 식구 입맞추는 
우리 철이 
우리 철이. 
(박인술·아동문학가) 


+ 미루나무 그늘 

땡볕 따가운 날 
미루나무 그늘 품속에 
아기가 자고 있다 
고추밭에 엄마는 
보이지 않고 
서쪽으로 바삐 가는 해님 

차마 미루나무 그늘은 
잠든 아기 곁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매미가 자지러지게 
엄마를 부르고 있다. 
(하청호·아동문학가, 1943-) 


+ 너를 위한 자장가 

아가, 들리니? 
쏴아쏴아 
솔숲에 바람 부는 소리. 

아가, 들리니? 
개골개골 
무논에 개구리 우는 소리. 

아가, 들리니? 
찰랑찰랑 
못 물에 달님 발 씻는 소리. 

아가, 들어 봐. 
자장자장 
엄마가 널 재워 주는 소리. 
(이미애·아동문학가) 


+ 사진 찍기 

엄마 눈은 아기만 
아기 눈은 엄마만 

눈사진 깜박 깜박 
찍어 놓았다가 

꿈속에서 꿈속에서 
보려나 봐요. 
(박정식·아동문학가) 


+ 새벽에 불 켜진 집 

새들도 잠이 들고 
별들도 잠 든 새벽 

환하게 불 밝힌 집에는 
예쁜 아기가 있을 거야. 

꿈속에서 놀다가 
배가 고파서 

칭얼대면서 
일어났을 거야. 

나무도 잠이 들고 
꽃들도 잠 든 새벽 

환하게 불 밝힌 집에는 
천사 같은 엄마가 있을 거야. 

아기하고 같이 
꿈속을 헤매다가 

깜짝 놀라서 
일어났을 거야. 
(서효석·아동문학가) 


+ 어느새 

손가락에 붙은 밥알 
입으로 간다는 게 
코로 가 버렸네. 

어느새 
아가 얼굴엔 
온통 밥풀꽃이 피었네. 

어쩌다 입에 들어간 밥알 
오물거리며 먹는 아가 입엔 

언제 돋아 나왔지!! 
석류알 같은 
앞니 두 개가. 
(노길자·아동문학가) 


+ 자리 

아기가 
외가에 가고 난 뒤 
휑하니 
비는 자리. 

있을 때는 몰랐는데 
떠나고 나서야 
보이는 
아기의 자리.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우나? 

백합을 꽂고 
안개꽃을 꽂아도 
차지 않는 
거실. 

그랬구나. 
아장아장 걸으며 
베시시 웃으며 
두 손 잡고 
노래를 부르며 
아기야, 너는 

큼직한 
네 자리를 
만들고 있었구나! 
(손광세·아동문학가, 1945-) 


+ 아기 사자 

학교에서 돌아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기 사자 
한 마리 
고개를 내민다. 

이마로 
방문을 들이받고 
살며시 내다보는, 

아직 
첫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 사자. 

방싯 입술이 열린다. 
외 씨 만한 
앞니 두 개. 

마루를 가로질러 
네 굽으로 
달려나온다. 

바람을 
일으키며 
달려나온다. 
(손광세·아동문학가, 1945-) 
    

+ 엄마가 안 계시는 날 

시골에 가고 
엄마가 안 보이면 
아기는 
추워 보인다. 

누나들 눈치를 보고 
아빠의 눈치도 보고 
떼를 쓰지 않는다. 

뭐든지 잘 받아먹는다. 
"쉬!" 
오줌도 곧잘 가려 눈다. 

하루를 지나도 
엄마가 안 보이면, 

"엄마는?" 
지나가는 말로 챙겨보는 
우리 아기. 

울지는 않지만 
웃어도 보이지만 

이른 봄 
제비꽃처럼 
추워 보인다. 
(손광세·아동문학가, 1945-)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엄마에 관한 동시 모음> 서향숙의 '안개 엄마' 외


+ 안개 엄마

안개가 온 산을
품에 껴안고 있는 걸 보면
팔이 퍽 큰가 보다.

어릴 적 우리 삼형제
품에 꼭 껴안던
우리 엄마다

한없이 좋은 우리 엄마처럼
사랑을 퍼 주는 안개.
엄마 사랑 넉넉히 마시고 있는
산.
(서향숙·아동문학가)


+ 엄마 자리 

키, 150센티미터 
몸무게, 40킬로그램 
우리 엄마 

작아서 작아서 
표도 안 날 텐데 
병원에 입원하는 날 

집 한 채가 
터엉 
비었다 
(한상순·아동문학가) 


+ 엄마는 대번 아세요 

내 목소린지 아닌지 
엄마는 대번 아세요 

내 발소린지 아닌지
엄마는 대번 아세요 

내가 배가 고픈지 안 고픈지
엄마는 대번 아세요 

내가 어디가 아픈지 안 아픈지 
엄마는 대번 아세요 

내가 정말 자는지 안 자는지 
엄마는 대번 아세요  
(윤석중·아동문학가, 1911-2003)


+ 겨울 엄마

내 옷 어디 갔어?
옳아, 차거울까 봐
엄마가 자리 밑에 넣어 놓으셨구나.

내 밥 어디 갔어?
옳아, 식을까 봐
엄마가 포대기로 싸 놓으셨구나.

내 신 어디 갔어?
옳아, 발 시릴까 봐
엄마가 아궁이 앞에 놔 두셨구나.

엄마 어디 갔어?
옳아, 얼음길 조심조심
물을 길으러 가셨구나.

추위에 튼 엄마 손
오늘 밤도 두 손으로
꼬옥 쥐고 잘 테야.
(윤석중·아동문학가, 1911-2003)


+ 밤중에

달 달 달 달….

어머니가 돌리는
미싱 소리 들으며
저는 먼저 잡니다,
책 덮어놓고.
어머니도 어서
주무세요, 네?

자다가 깨어 보면
달달달 그 소리.
어머니는 혼자서
밤이 깊도록
잠 안 자고 삯바느질
하고 계셔요.

돌리시던 미싱을
멈추시고
"왜 잠깼니?
어서 자거라."

어머니가 덮어 주는
이불 속에서
고마우신 그 말씀
생각하면서
잠들면 꿈속에도
들려 옵니다.

"왜 잠 깼니?
어서 자거라
어서 자거라…."
(이원수·아동문학가, 1911-1981)


+ 엄마하고

엄마하고 길을 가면
나는 
키가 더 커진다.

엄마하고 얘길 하면
나는 
말이 술술 나온다.

그리고 엄마하고 자면
나는 
자면서도 엄마를 꿈에 보게 된다.

참말이야, 엄마는
내가 
자면서도 방그레
웃는다고 하셨어.
(박목월·시인, 1916-1978)


+ 엄마의 눈  
   
엄마의 큰 눈이 
샘물처럼 맑을 때엔 

눈부신 태양이
방안까지 들어온다. 

온실로 변한 방안을 
나는 나비가 되어 
웃음꽃 사이를 나풀나풀 날아다닌다.

엄마의 큰 눈이 
흐려서 동굴 속만큼이나 어두울 때엔 

나는 윗목에 혼자 앉아 
벙어리 화가가 된다. 

하얀 도화지에 
엄마의 큰 눈을 
그렸다가 지우고 또 그려 본다. 
(장수철·아동문학가, 1916-1993)


+ 엄마 냄새 

울 엄마한테서는
울 엄마 냄새가 난다.
고소-하고 달콤-한
울 엄마 냄새.

꽃집 앞을 지나갈 땐
꽃향기가 솔솔,
향긋하고 향깃-한.

과일 가게 앞을 지나갈 땐
과일 향기가 솔솔,
달콤하고 새콤-한

가로수 밑에서는 
나뭇잎 냄새가 물씬,
싱싱하고 풋풋한.

집에 가면 엄마 냄새,
울 엄마 냄새.
따뜻하고 부드러운
울 엄마 냄새.
(어효선·아동문학가, 1925-2004)


+ 엄마라는 나무 

엄마는
가지 많은 나무

오빠의 일선 고지서
소총의 무게 절반을 가져오게 하여
가지에 단다.
오빠 대신 무거워 주고 싶다.

시집간 언니 집에서
물동이 무게 절반을 가져오게 하여
가지에 단다.

그 무게는 무게대로 바람이 된다.
동생이 골목에서 울고 와도
그것이 엄마에겐 바람이 된다.

뼈마디를 에는 섣달 어느 날
엄마는 오빠 대신 추워 주고 싶다.
그런 맘은 모두
폭풍이 된다.

엄마라는 나무
바람이 잘 날이 없다.
(신현득·아동문학가, 1933-)


+ 엄마가 아플 때 
   
조용하다
빈 집 같다

강아지 밥도 챙겨 먹이고
바람이 떨군
빨래도 개켜 놓아두고

내가 할 일이 뭐가 있나

엄마가 아플 때
나는 철드는 아이가 된다

철든 만큼 기운 없는
아이가 된다.
(정두리·아동문학가, 1947-)


+ 엄마 곁에

빨랫줄에 걸려 있는
엄마 치마 곁에 
내 치마도 조그맣게 
걸려 있어요.

댓돌 위에 놓여 있는
엄마 신발 곁에 
내 신발도 가지런히
놓여 있어요.

깊은 밤 우리 엄마
곤히 잠들면
엄마 곁에 나도 누워
잠이 들지요.
(김종상·아동문학가, 1935)


+ 엄마 

엄마가 
회초리를 든다.
회초리가 무서워
내가 운다.

엄마가 
회초리를 놓는다.
돌아앉아
엄마가 운다.
(권영상·아동문학가)


+ 가위 바위 보

난, 난 울 엄마가
제일이라고 
순이는 제 엄마가
제일이라고.

난, 난 순이 엄마가
다음 간다고
순이는 울 엄마가
다음 간다고.

서로들 우기다가
가위, 바위, 보.
뉘 엄마가 제일 좋은가
가위, 바위, 보
(이종택·아동문학가)


+ 날 개구쟁이래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라고
엄마 늘 야단치시지만,
어느 날 정말 내가 
소매만 주머니에 넣고 들어간다면,
아마도 엄만 깜짝 놀라
당장 까무러치기라도 하실 거야!
그리고 눈물을 뚝뚝 떨구시며
애걸복걸하실 거야!
제발 주머니에 손을 넣어도 좋으니
당장 손을 도로 찾아오라고…
(문삼석·아동문학가, 1941-)


+ 마당 쓸기

아침에 일어나서
마당을 쓸었다.
풀도 엄청 많았다.
이놈의 감나무가
감꽃을 자꾸자꾸 떨어뜨린다.
하나 둘 떨어질 때마다
화가 난다.
내가 어릴 때
나는 장난감 어질고
엄마는 장난감 치우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 엄마 기분을
이제 좀 알겠다.
(김영훈·아동문학가)


+ 엄마 생각

집에 돌아오면 반갑게 웃는
엄마가 생각납니다.

집에 아무도 없으면
엄마가 생각납니다.

울 때에도 
엄마가 생각납니다.

그 수많은 엄마 생각 중에
제일 엄마가 생각날 때는
엄마가 없을 때입니다.
(정은희)


+ 어머니의 등

어머니 등은
잠밭입니다.

졸음 겨운 아기가
등에 업히면

어머니 온 마음은
잠이 되어
아기의 눈 속에서
일어섭니다.

어머니 등은
꿈밭입니다.

어느새
아기가
꿈밭길에 노닐면

어머니 온 마음은
꿈이 되어
아기의 눈 속으로 달려갑니다.

아기 마음도
어머니 눈 속으로 달려갑니다.
(하청호·아동문학가)


+ 엄마

며칠만 있으면
온다고 했지.

울지 않고
기다리면
꼭 온다고 했지.

고아원 앞
골목길

내다보고
또 내다봐도

온다던 엄마
오지 않고

햇살만 하얗게
달려온다.
(김애란·아동문학가)


+ 고 맛있는 걸

도토리 
보록하게
볼때기에 넣어
집으로 달려가는 
엄마 다람쥐

고 맛있는 걸 
안 먹고.

간식으로 받은 
빵 한 개를 
가방에 넣어
집으로 달려오는 
우리 엄마

고 맛있는 걸
안 먹고.
(안영선·아동문학가)


+ 나도 모르게

힘든 아빠 돕겠다고 
며칠 전부터 
일 나가기 시작한 엄마.

학교에서 돌아와
문을 힘껏 열어젖히며
나도 모르게
"엄마!"
큰소리로 불렀어요.

'응, 잘 갔다 왔어. 우리 강아지?' 
늘 반겨 주던 엄마 목소리
들릴 것만 같은데

'엄마!'
어느 틈에 
또 나오려는 소리
꾸욱 집어놓고

"준영아!" 
먼저 온 동생 이름
크게 불렀습니다.
(오지연·아동문학가, 제주도 출생)


+ 엄마

누가 종이에 
'엄마'라고 쓴 
낙서만 보아도
그냥 좋다
내 엄마가 생각난다

누가 큰 소리로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만 들어도
그냥 좋다
그의 엄마가
내 엄마 같다

엄마 없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플 때
제일 먼저 불러보는 엄마
엄마를 부르면 
일단 살 것 같다

엄마는 
병을 고치는 의사
어디서나
미움도 사랑으로
바꾸어놓는 요술 천사

자꾸자꾸 그리워해도
그리움이 남아 있는
나의
우리의 영원한 애인
엄마
(이해인·수녀, 1945-)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할머니 동시 모음> 배정순의 '할머니와 나' 외 

+ 할머니와 나

우물의 깊이를 보며 
살았습니다 할머니는. 

수돗물의 속도를 만지며 
삽니다 나는. 

고무신 신고 땅의 감촉을 느끼며 
산과 들을 걸었습니다 할머니는.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들판을 
건너다보며 삽니다 나는. 

내가 못 보고 느낀 
우물의 깊이와 땅의 감촉을 
할머니와 나 사이에서 
가르쳐줍니다 어머니는 
(배정순·아동문학가, 1965-)


+ 할머니는 바늘구멍으로 

할머니가 들여다보는 
바늘구멍 저 너머의 세상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잖는데 
할머니 눈에는 다 보이나 보다. 

어둠 속에서도 
실끝을 곧게 세우고는 
바늘에 소리를 다는 
할머니 손 

밤에 보는 할머니의 손은 희다. 
낮보다도 밝다. 

할머니가 듣고 있는 
바늘구멍 저 너머의 세상 소문 
내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잖는데 
할머니 귀에는 다 들리나 보다. 
(윤수천·아동문학가, 1942-)


+ 시간의 탑

할머니,
세월이 흘러
어디로
훌쩍 가버렸는지 모른다 하셨지요? 

차곡차곡
쌓여서

이모도 되고
고모도 되고
작은엄마도 되고

차곡차곡
쌓여서

엄마도 되고
며느리도 되고
외할머니도 되었잖아요.

우리 곁에
주춧돌처럼 앉아 계신
할머니가 그 시간의 탑이지요.
(유미희·아동문학가, 충남 서산 출생)


+ ㄱ자

할머니 허리가 자꾸 굽어지더니
마침내 ㄱ자가 되었습니다
할머니 귀도 허리 굽혀
손주의
웃음소리를 가까이서 봅니다.
손주의
울음소리를 가까이서 업어 줍니다.
(박두순·아동문학가)


+ 우리 할머니 

자나깨나 할머니는 
성경책만 읽으신다. 

감자밭 감자 캐듯 
책 이랑을 더듬으며 

굵다란 
감자알 같은 
굵은 말씀 캐내신다. 

가다가는 한번씩 
그 이랑 되돌아가 

이삭 감자 주어내듯 
놓친 말씀 다시 줍고 

마음의  
광주리 찬 듯 
눈을 지긋 감으신다. 
(서재환·아동문학가, 1961-)


+ 할머니 입

할머니를 보면
참 우스워요
세 살배기 내 동생에게
숟가락으로 밥을 
떠 넣어 주실 때마다
할머니도 
아-
아-
입을 크게 벌리지요.

할머니 입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할머니를 보면
참 우스워요.
세 살배기 내 동생이
밥 한 숟가락
입에 넣고
오물오물 거릴 때마다 
할머니도 
내 동생을 따라
입을 우물우물 하지요.

할머니 입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윤동재·아동문학가)


+ 우리 할머니 

우리 할머니 입은 
꽃잎 오므린 호박꽃 같아요 

호박꽃 속에서 
벌이 윙윙거리는 소리 
들어 보셨어요? 

나는 매일 들어요 
우리 할머니 입 속에는 
벌 한 마리 살고 있거든요 

윙윙윙…… 
남들은 우리 할머니 말 
도대체 모르겠대요 

그래도 난 다 알아요 
뭐라고 하시는지 
느낌으로 다 알아요
(김애란·아동문학가)


+ 할머니 오실 때

할머니 우리 집 오실 때
시골 텃밭의 채소들도 따라왔다

플라스틱 상자에 상추가 자라고
깨진 항아리에는 고추도 심어졌다.

"상추와 고추가 참 좋네요."
보는 사람마다 부러워한다.

할머니 우리 집 오실 때
시골에서 길들인 입맛도 따라왔다.

상추쌈에 풋고추가 상에 오르고
구수한 숭늉도 한몫을 한다.

"어머니 음식 솜씨가 최고예요."
아버지가 엄지를 세워 보인다.
(김종상·아동문학가)


+ 우리들의 기도

아빠의 어머니는 
날마다 날마다 
하느님께 기도하지요
우리들이 바위처럼 살 수 있도록

엄마의 어머니는 
날마다 날마다 
부처님께 기도하지요
우리들이 꽃처럼 살 수 있도록

우리들은 
일주일마다
할머니 댁에 가지요
할머니는
그게 바로 
우리들의 기도래요.
(서금복·아동문학가)


+ 조심조심 

할머니는 
한 번 쓰고 버리는
비닐봉지 싫대요
힘이 없는 
종이가방 싫대요

보자기에 감자
보자기에 옥수수
보자기에 참기름
무엇이든 보자기에

참기름은 첫째네
옥수수는 막내네
감자는 둘째네
보자기에 한가득

보자기를 이고서
어느 한 쪽
치우치지 않게
조, 심, 조, 심
(김미희·아동문학가, 1971-)


+ 그림 그리는 할머니 

봄이 되면 할머니는 
텃밭에 그림을 시작한다

붓 대신 호미로 
그림을 그린다

긴 고랑으로
짧은 두둑으로 
구도를 잡은 후

초록 빨강 흰색으로
나누어 칠하면

텃밭에는 
아욱과 상추 양배추가 그려져
맛깔스런 
할머니 그림이 된다.
(최정심·아동문학가)


+ 서로 다른 걱정

서울 우리집에 오시면
온종일 안절부절못하시는 할머니

텃밭에 있는
배추, 고추는 잘 크는지

옆집에 맡겨둔 똥개
몽실이는 밥 잘 먹는지

할아버지 무덤에 
잡초가 돋은 건 아닌지
내내 걱정이시다.

할머니 걱정에 못 이겨
시골집으로 보내드리면

엄마, 아빠는 또 그때부터
홀로 계신 할머니 걱정뿐이다.
(장지현·아동문학가)


+ 할머니의 평화

시골 할머니집 마당에
칼바람이 몰려오자,

나뭇가지들이
발발발

빨랫줄이
덜덜덜

개밥그릇이
달달달.

밤새 
마당 구석구석을
도둑처럼 쏘다녀도,

방 안의 할머니
코고는 소리는

꿈쩍도 안 한다. 
(정은미·아동문학가)


+ 이상하다

외할머니가 고사리와 두릅을
엄마한테 슬며시 건넵니다.

"가서 나물 해 먹어라.
조금이라서 미안타."

"만날 다리 아프다면서
산에는 뭐하러 가요.
내가 엄마 때문에 못살아요."

늘 주면서도
외할머니는 미안해하고
늘 받으면서도 엄마는 큰소리칩니다.
(최종득·아동문학가)


+ 골목길 

기운 담장 아래
할머니가
오도카니 앉아 있다

오래 사귄 친구처럼 
지팡이를 끌어안고 있다

이불인 듯
온몸에
얇은 봄볕을 덮고 있다

전봇대 그림자가
살그머니 다가가
할머니 부은 발등 쓰다듬고 있다
(곽해룡·아동문학가)


+ 폐지 줍는 할머니

등 굽은 할머니가
리어카를 끌고 간다.

리어카에 쌓인
폐지 더미
산봉우리처럼 솟았다.

산을 끌고 가는
할머니 굽은 등은
또 다른 산

끙끙, 작은 산이
큰 산을 끌고 간다.
(박방희·아동문학가, 1946-)


+ 할머니 방 

창문 밖 
옷 벗고 서 있는 
앙상한 벚나무 바라보며 

내년 봄에도 
벚꽃을 볼 수 있으려나 
중얼거리시던 할머니 

겨울 내내 
쿨룩쿨룩 
내 마음 울컥울컥 흔들더니 

봄 햇살 아지랑이에 
기침까지 싣고 
하늘로 가셨다 

활짝 핀 벚꽃들 
빈 방 기웃거리며 
할머니 찾는다 
(정승혜·아동문학가)


+ 할머니 방

"병수야, 이거 할머니 방에 갖다 놔라." 

할머니가 늘 앉아 있던 자리, 
텔레비전 보며 가랑가랑 기침하던 
그 자리에 
조용히 감자 소쿠리를 두고 나온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쓰던 방 
말린 고추, 콩자루, 쌀가마니가 
그 방에 대신 앉아 있어도 

할머니 방은 그대로 
할머니 방이다. 
(박혜선·아동문학가, 1962-)


+ 마지막 이사 

치매에 걸린   
우리 할머니

몇 년 전부터
큰집
작은집
우리 집으로

넉 달마다
짐 싸서
이사 다니더니

며칠 전
하늘나라로
마지막 이사를 했다

이제 할머니
더 이상
짐 쌀 일 없겠다.
(오은영·아동문학가, 1959-)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아버지를 생각하는 동시 모음> 임초롱의 '아빠의 손' 외 

+ 아빠의 손

아빠는 
힘든 현장에 나가셔서
일하신다.

못질을 하시다가
순간 잘못하면
손을 망치로 
때리기도 한단다.

손이 두껍고
손톱에는 때가 꼈다지만
하지만
그래도 아빠 손이 좋다.

굳은살이 배기고
손이 보송보송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빠 손이 좋다.
(임초롱·학생)


+ 아버지의 일터

아버지의 일터를 올려다본다.
35층 빌딩 꼭대기에
대롱대롱 달려 있는 은빛 두레박

두레박 타고 내리며
아버진
유리를 닦으신다.

바람 불 땐
줄에 매인 목각인형처럼
애달프게 출렁거리는 우리 아버지

하지만
바이킹도 못 타던 아버지가
구름다리도 못 건너던 아버지가
어느새 돌진하며
무섭게
달려드는 수백 개 가난을 물리치신다.

하늘에서 
내려준 은빛 두레박 타고
우리 가족 웃음 길어올리신다.
(김종순·아동문학가)


+ 소리

골목을 꺾어 도는
아버지 노랫소리
컹컹컹 먼저 알아듣는 
예삐 소리
쪽문 열리는 소리
(따라 들어오는 술 냄새)
잠결에 듣는
아버지 옷 벗는 소리
고단한 하루가 
코고는 소리.
(남호섭·아동문학가)


+ 자면서 운전하시네

버스 기사 우리 아버지
잠결에도 운전하시네

드르렁 드르렁
부르릉 쿨쿨
햇볕 잘 드는 곳으로

우리 식구
데려다 주려고

꿈결에도 끌고 가는
반지하 우리 집 
(고광근·아동문학가, 1963-)


+ 입술우표

짐차 운전수인 아빠는
한 통의 편지가 되어
부산도 가고 
여수도 갑니다

떠날 때마다 아빠는
내 앞에 뺨을 내밀고
우표를 붙여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나는 입술우표를 
쪽! 소리가 나도록 붙여드립니다

어느 날은 아빠가 
부산으로도 여수로도 떠나지 못하고
반송되어 와
종일 술을 마신 적이 있습니다
내가 잠든 새벽에 떠나느라
내 입술우표를 받지 못해서 그렇다며
이제 아빠는
내가 잠들기 전에 
미리 입술우표를 붙여달라고 합니다

어떤 날 아빠는 내 입술우표를 
한꺼번에 두 장 세 장씩 받아가기도 합니다
내 입술 우표는 아무리 붙여주어도 닳지 않아 
아깝지 않지만
두 장 세 장 한꺼번에 붙여드리는 날은
아빠를 오랫동안 못 볼 것만 같아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곽해룡·아동문학가)


+ 아버지의 바다

아버지가
바다에 일 나간 밤
잠자리에 누우면
천장은
온통 바닷물결로 출렁거리고

뱃머리에 부딪치는
물소리, 물소리는
내 베갯머리에 와 찰싹인다.

식구들의 무게를 지고
바닷일을 하시는 아버지의 어깨에는
찬바람, 파도 소리
쏴!
쏴!

물이랑에서
힘겹게 건져 올리는 그물에는
퍼덕, 퍼덕거리는
은빛 무게들.

아버지가 일 나간 밤에는
내 방 안은
물결이 일렁이는
아버지의 바다가 된다.
(권오훈·아동문학가)


+ 이제 나는 

아버지의 왼손 네 손가락
엄지손가락만 빼고는
모두 잘라냈다.

그 손으로도 
아버지는
나를 업어 주셨고
내 팽이를 깎아 주셨고
하루도 빠짐없이
탄광일을 나가신다.

오늘은
축구를 하다 넘어져
오른쪽 얼굴을 깠지만
나는 울지 않는다.
잘려나간
아버지의 손가락 생각을 하며
쓰린 걸 꾹 참았다.

이제 나는 울지 않는다.
(임길택·아동문학가)


+ 아버지 자랑

새로 오신 선생님께서
아버지 자랑을 해 보자 하셨다.

우리들은 
아버지 자랑이 무엇일까 하고
오늘에야 생각해 보면서
그러나 
탄 캐는 일이 자랑같아 보이지는 않고
누가 먼저 나서나
몰래 친구들 눈치만 살폈다.

그때 
영호가 손을 들고 일어났다.

술 잡수신 다음 날
일 안 가려 떼쓰시는
어머니께 혼나는 일입니다.

교실 안은 갑자기 
웃음소리로 넘쳐 흘렀다.
(임길택·아동문학가)


+ 아버지

고기잡이
다녀오시는
아버지 얼굴에
파도가
주름 깊게
밀려와 있었다.

바다 바위 같은
잿빛 팔뚝 위로
햇살이 얹혀
자꾸만 미끄러지고 있었다.

성난 짐승처럼
울고 있는 바다 위에서
온몸으로 고기를 잡으셨던
우리 아버지.

끌고 오시는
긴 그물 끝에
바다는 여전히
아우성치며
따라오고 있었다. 
(김숙분·아동문학가, 1959-)

+ 희망이네 가정 조사 

우리 아빠는 회사가 부도나서 
지금 일자리가 없다. 

학교에서 가져온 
가정 조사표에 열심히 대답하는 누나. 

아버지의 직업은? 
-지금 열심히 알아보고 있는 중임. 

아버지의 월수입은?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있을 예정임. 

누나의 눈동자 속에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다. 
(박예분·아동문학가) 


+ 아버지

아버지의 일은 회사 일이다.
회사 일은 어렵겠다.
일이 꼬이면 풀기가 어려우니까
줄넘기 두 개가 꼬이면
풀기 어려운 거하고
회사 일하고 같겠다.
(강슬기·학생)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부모에 관한 동시 모음>  엄기원의 '좋은 이름' 외 

+ 좋은 이름

'아버지'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 가족에겐
하늘이다. 

우리는 날개를 펴고
마음대로 날 수 있는 새들이다.

'어머니'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 가족에겐
보금자리다.

우리는 날개를 접고
포근히 잠들 수 있는 새들이다.
(엄기원·아동문학가, 1937-)


+ 닳지 않는 손

날마다 논밭에서 일하는 
아버지, 어머니 손.

무슨 물건이든 
쓰면 쓸수록 
닳고 작아지는 법인데
일하는 손은 왜 닳지 않을까요?

나무로 만든 
숟가락과 젓가락도 닳고
쇠로 만든
괭이와 호미도 닳는데
일하는 손은 왜 닳지 않을까요?

나무보다 쇠보다 강한
아버지, 어머니 손.
(서정홍·아동문학가, 1958-)


+ 고무신 두 짝처럼

아버지 밥상 펴시면
어머니 밥 푸시고
아버지 밥상 치우시면
어머니 설거지하시고
아버지 괭이 들고 나가시면
어머니 호미 들고 나가시고
아버지가 산밭에 옥수수 심자 하면
옥수수 심고
어머니가 골짝밭에 감자 심자 하면
감자 심고
고무신 두 짝처럼
나란히 나가셨다가
나란히 돌아오시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서정홍·아동문학가, 1958-)


+ 해같이 달같이만  
   
어머니라는 이름은 
누가 지어냈는지 
모르겠어요.
"어…머…니…" 하고 
불러 보면 
금시로 따스해 오는
내 마음.

아버지라는 이름은 
누가 지어냈는지 
모르겠어요. 
"아…버…지" 하고 
불러 보면 
"오오-" 하고 들려 오는 듯
목소리. 

참말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이름들. 

바위도 오래 되면 
깎여지는데 
해같이 달같이 오랠
엄마 아빠의 이름.
(이주홍·소설가이며 아동문학가, 1906-1987)


+ 비

미술 시간에 갑자기
천둥이 치고 번개도 친다.
비를 퍼붓는 것 같다.

지금쯤이면
우리 부모님은
하우스에서 물 퍼낸다고 바쁘겠지.
동생이 어디 있을지도 걱정이다.

비가 오래 안 와
다행이다.
(최호철·아동문학가)


+ 아빠 엄마 싸움

일요일 아침에
엄마 아빠가
대판 싸움을 했다.
내 성적 때문에
싸움을 했다.

아빠는 엄마 보고
고래고래 뭘 했냐고
고함을 지르고
엄마는 부엌에서 
왜 나에게만 
잘못했다 떠넘기느냐고
악다구니를 한다.

나는 내 방에서
꼼짝 못하고
기가 질려
가슴이 쿵닥쿵닥 뛰었다.
(박돈목·아동문학가)


+ 예솔아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 
"예." 
하고 달려가면
"너 말구 네 아범."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 
"예." 
하고 달려가면 
"너 아니고 네 엄마. " 

아버지를 
어머니를 
"예솔아" 
하고 부르는 건 
내 이름 어디에 
엄마와 아빠가 
들어 계시기 때문일 거야.
(김원석·아동문학가, 194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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