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해외 동시산책

<착한 마음에 관한 동시 모음> 오순택의 '징검돌' 외
2017년 03월 20일 16시 15분  조회:1170  추천:0  작성자: 강려

 

<착한 마음에 관한 동시 모음> 오순택의 '징검돌' 외

+ 징검돌  

개울을 건널 때
등을 내어 준
돌이 아파할까 봐
나는 가만가만 밟고 갔어요.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꽃 . 잎

잎이 다칠까봐
위에서 피는 꽃

꽃이 다칠까봐
아래에 놓인 잎

그래서 예쁜
꽃 . 잎이구나
(한귀복·아동문학가)


+ 그건 너지

누가 느낄까
네 개의 귀를
활짝 펴서
무어든 덮어주는
보자기의 고운 마음을

누가 배울까
네 개의 귀를
꽁꽁 묶어
누구든 감싸주는
보자기의 귀한 마음을
(홍우희·아동문학가)


+ 덩이

흙덩이, 복덩이, 햇덩이
달덩이, 돌덩이, 메주덩이
눈덩이, 얼음덩이, 불덩이
똥덩이, 소금덩이, 황금덩이

모두 작은 덩이로 이루어졌지만
하는 일은 다 다르다.

나는 총소리 울리는
저 바다 건너
배고픈 아이들 배를 불리는
빵 한 덩이 되고 싶다
(박예분·아동문학가, 전북 임실 출생)


+ 수재민

어깨에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도
너무 무겁다.

머리에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도
너무 아프다.
(박두순·아동문학가)


+ 둘이는 똑같이

신발주머니에 들어간 신발은
미안했어요.
흙이 묻어서......

"괜찮아.
주인을 위해 일했잖아?"
신발주머니는 신발을
꼭 안아 주었어요.

둘이는 똑같이
흙투성이가 되었어요.
(이혜영·아동문학가)


+ 그 병실에서

달리기하는 아이
산책하는 아이
병실 창문으로
부러운 듯 내려다보던
그 길을 혼자 걸어봅니다.
걸으면서 내가 내려다보던
그 병실 창문을 올려다봅니다.
지금도 누군가
그 병실 창문으로 나를
부러운 듯 내려다보고 있겠지요.
병실로 달려가
그 아이 손을 꼬옥 잡아주고 싶습니다.
(전영관·아동문학가)


+ 누가 훔쳐갔음 좋겠다

한 대학생 누나
너무 배고파
메추리알, 우유, 김치, 핫바
6,650원어치 훔쳤다고 한다.
설 때도 고향집에
아무도 없는 누나
누나의 가난을
누가 훔쳐갔음 좋겠다.
누나의 슬픔을
누가 훔쳐갔음 좋겠다.
(이화주·교육자이며 아동문학가)


+ 더 주고 싶어

퐁퐁
샘솟는
옹달샘 마냥

마냥
주고도
모자란 마음.

풋고추를
빨갛게
풋사과를
빨갛게 익혀 놓고도

해님은
서산마루에서
머뭇머뭇

마냥
주고도
더 주고 싶어.
(김재용·아동문학가)


+ 어린 고기들

꽁꽁 얼음 밑
어린 고기들.

해님도 달님도
한번 못 보고,
겨울 동안 얼마나
갑갑스럴까?  

꽁꽁 얼음 밑  
어린 고기들.  

뭣들 하고 노는지
보고 싶구나.  
빨리빨리 따순 봄
찾아오거라.    
(권태응·시인, 1918-1951)


+ 세탁소집 아저씨

키가 작아요
걸음이 서툴러요
다림질할 때는
온몸이 흔들려요
팔도 다리도 웃고 있어요.
저녁이면
바느질하던 아내가 탄 휠체어를 밀고
집으로 가요
아저씨가 웃어요
눈도 입도 눈썹도 웃어요
아저씨 가슴에는 웃음이
세들어 살고 있나봐요
(정현정·아동문학가, 1959-)


+ 텔레비전 속의 아프리카

물을 얻기 위해
40킬로를
걸어가야 한다면

물 한 컵 마시기 위해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면

수돗물 틀어 놓고
이 닦진 않을 거야.
거품 벅벅대며
머리 감진 않을 거야.

정말 내가
아프리카 케냐의 아이라면
수많은 꿈 제쳐 두고
비 되고 싶을 거야.

메마른 물동이마다
그득그득 채우고
강과 호수에 넘실거리는 비.
(유은경·아동문학가)


+ 동전 한 닢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길바닥에 버려진 동전 한 닢
조심스럽게 주워 들었습니다.

흙 속에 묻혀 삭아들지 않고
발바닥에 밟혀 누그러들지 않고
차바퀴에 깔려 오그라들지 않고

길바닥에 버려진
동전 한 닢
정성껏 닦고 닦아 빛을 냈습니다.

따스한 손바닥에 꼬옥 쥐고
밟히고 깔려 멍이 들었을
아픔을 감싸주었습니다.
(허형만·시인, 1945-)


+ 돌멩이 한 개

학교 갔다 오던 길에
돌멩이 한 개를 발로 찼다.
돌멩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찻길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렇지만
언젠가 내 짝꿍이 내게 준
고 작은 조약돌처럼
자꾸 마음에 걸린다.

-혹시 차에 치이지는 않을까?
-누군가 멀리 던져버리지는 않을까?

무심코 차버린 돌멩이 하나가
이렇게 내 마음을 빼앗아 갈 줄이야.

어둠이 내리는 방안에
나는 내 스스로
나를 가두어 놓고 있다.
(노원호·아동문학가)


+ 참 잘 했어요

'김밥천국', 세탁소, 25시 편의점
나란히 줄 선 상가 모서리에
폐지 줍는 할아버지
손수레 세워 놓고
쪼그리고 앉았어요.

손에는 호호
때늦은 점심 컵라면

"할아버지,
이거랑 같이 드세요."

옷 수선 맡기고 돌아서던
하늘채 아파트 1층 아줌마
'김밥천국' 김밥 한 줄
은박지에 사 왔어요.

"참 잘했어요."
해님이 반짝
은박지에
칭찬 도장 찍어 주고
지나갑니다.
(박경옥·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착한 마음을 노래하는 동시 모음>  이혜영 시인의 '내게로 달려오는 것이 있다면' 외


+ 내게로 달려오는 것이 있다면

내게로 웃으며 달려오는 것이 있다면
그게 낯선 강아지라도
꼭 안아줄거야

내게로 달려오는 것이 있다면
가랑잎이라 해도
잠시 집어들고 살펴볼테야
혹시, 시의 모서리가 있을지 몰라

빈 과자 봉지가
내게 달려온다 해도
나는 모른 척할 수 없을 거야
내게 온 이유가 있을 테니까

내게로 마구, 달려오는 것이
찬바람이라 해도
난 두팔 벌려 맞아줄거야
잠시나마 따뜻하라고
(이혜영·아동문학가)


+ 키 작은 애

키 작은 애 손을 쥐면
내 손이 좇아서
조그매지려 한다.

도란도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노라면
내 귀는 솔깃
키 작은애 가까이로
기울고,

손을 잡고 걸을때면
키를 한껏 낮추어 걷게 된다.
그 애가 보는 높이만큼서
꽃이든지
풀이든지
보고 싶다.
(이상교·아동문학가, 1949-)


+ 길을 가다

길을 가다 문득
혼자 놀고 있는 아기새를 만나면
다가가 그 곁에 가만히 서 보고 싶다.
잎들이 다 지고 하늘이 하나
빈 가지 끝에 걸려 떨고 있는
그런 가을날
혼자 놀고 있는 아기새를 만나면
내 어깨와
아기새의 그 작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어디든 걸어 보고 싶다.
(이준관·시인, 1949-)


+ 내가 가장 착해질때

이랑을 만들고
흙을 만지며
씨를 뿌릴때
나는 저절로 착해진다.
(서정홍·시인, 1958-)


+ 김밥 아줌마

김밥을 싸다 말고
자꾸만 길가를 기웃거리던
김밥아줌마
하얀 쌀밥 한주먹
크게 쥐어 휘익 던지자

금세 비둘기 한 마리 날아와
콕콕 찍어먹다 말고
포르르 날아가
어느새 친구들을 불러 와  
서로 부리를 맞대고 맛있게
콕콕, 콕콕콕

장마가 길면
작은 새들은 배곯기 일쑤라며
걱정하던 김밥아줌마
그때서야 흐뭇한 얼굴로
김밥을 돌돌 만다.
(박예분·아동문학가)


+ 몰랐지?

산딸기가
흙 튀는 낮은 곳에
몰래 숨어
익는 이유가 있지.

사람들 눈을 피해
꼭꼭 숨어
익는 이유가 있지.

키 작고 힘없는
약한 개미들
느릿느릿
느림보 달팽이들

느리고, 힘없고,
여리고 약한 애들까지
다 나누고 살아야 한다는 것.
(양인숙·아동문학가)


+ 아침 버스에서

추운날 아침
아침 버스의
차가운 좌석에 앉다가

뜻밖에도
따스하게 밀려오는
그 누구인가의 체온을 느낀다.

이 자리에 앉았다가
따스한 체온만을 남겨 두고
내린 사람은 누구일까.

추운 겨울의
한 모퉁이를 녹여주는
이 좌석에 앉아

나는
다음 사람을 위해
더 따스한 자리를 남겨 주고 싶었다.
(권영상·아동문학가)


+ 너도 알거야

"왜 한 구멍에 콩을 세알씩 심어요?"
흙을 다독거리는 할머니께 물었다.
"한알은 날짐승 주고
또 한알은 들짐승 먹이고
남은 한알은 너 주려고 그런단다."

할머니는
콩밭 군데군데 수수도 심으셨지.
"수수는 왜 심어요?"
할머니는 빙그레 웃기만 하셨다.

참새는
콩밭을 한 바퀴 돌고는
―콩은 너무 커
콩밭을 두바퀴 돌고나서는
―수수 알갱이는 먹기 좋은데

가을이 되어서야 알았지.
주둥이가 작은 참새까지도 생각하신
할머니 마음.
(이성자·아동문학가)


+ 짐수레

짐수레가 간다.
오르막길에,

수레 끄는 아저씨 등이
땀에 흠뻑 젖었다.

가만히 다가가서
수레를 밀었다.

아저씨가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나는 더 힘껏 밀었다.
(김종상·아동문학가)


+ 가로수

어깨를 건드린다 아는 체하며
돌아보니 살며시 등을 기대는 가로수.
'쉬었다 가렴.'
푸른 물소리로 말을 건넨다.
그렇구나
숱하게 이 길을 오갈때마다
나무는 내게 눈길을 주고 있었구나.
등으로 전해지는 물소리.
하늘엔 땡볕이 타고 있는데
기다리고 있었구나 나무는
푸른 그늘을 만들며.
(김재수·아동문학가)


+ 눈 오는 날

논밭들도
누가 더 넓은가
나누기를 멈추었다.

도로들도
누가 더 긴지
재보기를 그만 두었다.

예쁜색 자랑하던
지붕들도
뽐내기를 그쳤다.

모두가
욕심을 버린
하얗게 눈이 오는 날.
(이문희·시인)


+ 육교가 헐리면

옷걸이, 면봉, 파리채, 먼지떨이,
수세미, 우산꽂이, 장독덮개, 효자손 .....

버젓하게 걸어놓은 간판은 없어도
단돈 천원으로도 푸짐한
육교 위 엄마 가게

온종일
해님이 내려와 놀고
가끔씩 바람이 제 맘대로 들랑대는
가게 앞에 앉아
뜨개질도 하고 신문도 보는 엄마

이제 어쩌나
육교가 헐린다는데......

학교 가는 길

새로 생긴 횡단보도를 훌쩍 건너면 되는데

엄마 가게는
엄마 가게는.......
(한상순·아동문학가)


+ 열어 두어

가느다란 바늘에
작은 창 하나 열려 있다

열어둔 창으로
야윈 실 하나 들어와
바늘과 손잡고 일을 한다

길 잃은 단추
데려다 주고
양말 상처
치료해 준다.
(정갑숙·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함께 사는 삶에 관한 동시 모음> 신새별의 '어깨동무하기' 외

+ 어깨동무하기

어깨동무하고 몰려다니는
구름들.

어깨동무하고 뻗어 있는
산들.

어깨동무하고 누워 있는
밭이랑들.

강물도, 파도도
파란 어깨동무.

어깨동무하기  
사람들만 힘든가 보다.
(신새별·아동문학가, 1969-)


+ 같이 걷지요

달빛은 알지요.
두고 가기 싫어하는
강물 마음.

강물도 다 알지요.
함께 가고 싶어하는
달빛 마음.

그래서
달빛은 강물을 데리고
강물은 달빛을 데리고
굽이굽이
같이 걷지요.
(유미희·아동문학가, 충남 서산 출생)


+ 강물이 흐르며

먼저 가려고 다투지도 않고
처져 온다고 화도 안 낸다.
앞서 간다고 뽐내지도 않고
뒤에 간다고 애탈 것도 없다.
탈없이 먼길을 가자면
서둘면 안 되는 걸 안다.

낯선 물이 끼여들면
싫다 않고 받아 준다.
패랭이꽃도 만나고
밤꽃 향기도 만난다.
새들의 노래가 꾀어도
한눈 팔지 않고 간다.  
(최춘해·아동문학가)


+ 내 작은 어깨로

우리 동네 기타 공장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아저씨가
두리번거리다가
내 옆 빈 자리에 와 앉았다.

얼마 전 기계에
손가락이 잘렸다는 그 아저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옷자락에 손을 감추고

몹시 피곤한지
눈을 감더니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뜨거운 눈물과 함께 우리 나라 땅에 묻었을
새끼손가락 마디.

아저씨는 지금
바다 건너 먼 고향집을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는지도 몰라.

내 작은 어깨로
아저씨의 잠든 얼굴을
가만히 받쳐 주었다.
(전병호·아동문학가)


+ 모두 함께

풀밭에는 철쭉, 장미, 목련만 있는 게 아니야.
씀바귀, 민들레도 피고
애기똥풀도 노란 얼굴을 쏘옥 내밀고.

풀밭에는 나비, 벌만 놀러 오는 게 아니야.
바람이 살그머니 지나가고
개미들도 소풍 나오고
하루살이 빙글빙글 춤을 추고.

우리 동네에는
우리 집만 있는 게 아니야.
석이네, 봄이네, 희연이네,
세탁소, 미장원, 문구점, 방앗간,
자전거 수리점도 있고.

우리 동네에는
사람 사는 집만 있는 게 아니야.
까치 집, 개미 집, 다람쥐 집.
새들이 쫑알쫑알, 고양이가 살금살금
모두 모여서 함께 사는 거야.
(김위향·아동문학가)


+ 아름다운 만남

애들아!
지구를 살아 있게 하는 건
만남이란다.

초록별 지구를 숨쉬게 하는
참 아름다운 만남

새싹이 쏘옥, 눈뜰 수 있게
빗장문 열어 주는 흙

병아리 맨발이 시려울까
종종종 따라 다니는 아이들

참새, 토끼, 다람쥐, 고라니들의
추운 겨울을 위해
풀섶에 낟알곡 남겨두는 농부

어디 이것뿐이겠니?
작은 물결에도 놀라
두 눈이 동그래진 물고기 떼를
품어주는 바다풀

뿌리를 가지지 못한 겨우살이에게
가지 한 켠을 쓰윽 내어주는 물참나무

이런 아름다운 만남으로
지구는 푸르게 푸르게
숨쉬며 살아 있는 거야.
(곽홍란·아동문학가, 경북 고령 출생)


+ 둘이는 똑같이

신발주머니에 들어간 신발은
미안했어요.
흙이 묻어서....

"괜찮아.
주인을 위해 일했잖아?"
신발주머니는 신발을
꼭 안아 주었어요.

둘이는 똑같이
흙투성이가 되었어요.
(이혜영·아동문학가)


+ 보물찾기

소풍 날 보물찾기에서
한 장도 못 찾았다.

옥이는 석 장 찾아서
몰래 나에게 한 장 주었다.

그런데, 말야
나는 1등에 뽑혔고
옥이는 모두 허탕이었다.

공책 상품 10권 받았다.
나는 몰래 옥이에게 다섯 권 주었다.
안 받으려고 했다.

억지로 손에 쥐어주느라
옥이 손을 잡고 말았다.

손이 참 곱고 따뜻했다.
(정용원·시인)


+ 서로 기대기

"자,
내게 기대 봐."
무화과나무가
넝쿨장미에게
어깨를 살포시 내밀었습니다.

꽃 없는 무화과나무에 기대
장미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꽃이 다 지고
가시가 세어질 때쯤

열매 없는 장미넝쿨에
무화과 열매
조랑조랑 달렸습니다.
(한상순·아동문학가)


+ 귀 기울여봐

여럿이 노래할 땐
화음을 맞추자
가락은 서로 다르지만
쉬잇! 잘 들어봐.

내가 부르는 노래가
내 귀에 들릴 만큼만
소리를 내자.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소리에
화음을 맞추는 거야.
참 듣기 좋지?

목소리를 맞추면
마음도 맞출 수 있어.

한 송이 꽃보다
꽃다발이 더 아름답듯,

합창은
노래로 만드는 꽃다발이야.
(이경애·아동문학가)


+ 고마워서

새는 나무가 고마웠어요
힘들면 쉬어가라고
나뭇가지 흔들어
불러줬거든요

배고프면 얼마든지 먹으라고
가지마다 열매 달고
불러줬거든요

고마워서 너무 고마워서
새들은 열매를 먹을 때
씨앗 하나 뱃속에 넣었다가
저 산 너머에다 뿌려주었죠.

새들은 더 많은 쉼터가 생겼고
나무는 더 많은 친구가 생겼지요  
(배정순·아동문학가)  


+ 서로가

산새가 숲에서
울고 있었다.
바위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산새와 바위는
말이 없어도
서로가 서로를
생각한단다.

바람이 구름을
밀고 있었다.
하늘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

바람과 하늘은
말이 없어도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단다.
(김종상·아동문학가)


+ 지구

지구는 퍼즐
한국과 중국 러시아...
빈틈없이 맞춰 있지요

바다 가운데
일본과 괌 사이판
쏙옥 들어가 있지요

한 조각이라도
떼어내면
와르르 무너지는
지구.
(김숙분·아동문학가, 1959-)


+ 송사리

작다고 놀리지 마세요
힘 약한 우리는
절대 혼자 다니지 않아요

엄마 아빠랑 친구들이랑
물풀 사이 꼬리지느러미 흔들며
늘 떼지어 다니지요

초롱초롱 많은 눈으로
힘센 물고기 발견하면
재빨리 피할 수도 있고
맛있는 장구벌레도
빨리 찾아낼 수 있고

혼자 넓은 바다 꿈꾸지 않고
얕은 물에서 서로 도우며
행복하게 살지요.
(박예분·아동문학가, 전북 임실 출생)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더불어 삶에 관한 동시 모음> 전병호의 '내 작은 어깨로' 외

+ 내 작은 어깨로

우리 동네 기타 공장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아저씨가
두리번거리다가
내 옆 빈 자리에 와 앉았다.

얼마 전 기계에
손가락이 잘렸다는 그 아저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옷자락에 손을 감추고

몹시 피곤한지
눈을 감더니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뜨거운 눈물과 함께 우리 나라 땅에 묻었을
새끼손가락 마디.

아저씨는 지금
바다 건너 먼 고향집을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는지도 몰라.

내 작은 어깨로
아저씨의 잠든 얼굴을
가만히 받쳐 주었다.
(전병호·아동문학가)


+ 벼의 기둥

모내기할 때
농부는
볏모를 한 개씩 심지 않고
네다섯씩 심는다.

나무는 띄엄띄엄
고추, 가지도 거리를 띄어 심는데
모는 여럿을 함께 심는다.

나무처럼 든든한 뼈가 없어
가는 바람에도
몸 가누기 힘겨워하는 벼들

장마에도 태풍에도
쓰러지지 말라고
서로 서로 기둥이 되어 주라고
형제들을 같이 심어준다.
(정진숙·아동문학가)


+ 마중물과 마중불

외갓집 낡은 펌프는
마중물을 넣어야 물이 나온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땅 속 깊은 곳
물을 이끌어 올려주는 거다.

아궁이에 불을 땔 때도
마중불이 있어야 한다.
한 개비 성냥불이 마중불이 되어
나무 속 단단히 쟁여져 있는
불을 지피는 거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이끌어 올려주는 마중물이 되고 싶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지펴주는 마중불이 되고 싶다.
(하청호·아동문학가)


+ 별이 나에게

작은 섬
하나 있기에
파도는 흰 물결을 만들고

작은 꽃
하나 있기에
나비는 아픈 날개를 쉬고

네가
거기 있기에
나 오래오래 반짝이리.
(전영관·아동문학가)



+ 상수리나무

상수리나무는 땅을 굳게 딛고
당당하게 서 있다.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다.
으리으리한 궁궐에
정원수가 될 생각은 없다.
뭇 사람들이 몰려들어
칭찬해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값비싼 귀한 몸이 되고 싶지도 않다.

나 또래와 더불어 사는 곳
남들 따라 꽃 피우며 열매 맺으며
가물면 같이 목이 마르고
너와 나, 우리가
함께 사는 곳
여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다.
(최춘해·아동문학가)



+ 끼리끼리 모이면

혼자는 싫어
떼 지은 참새.
"짹 짹 짹"
끼리끼리 모이면
이야기가 생겨요.

방울 방울 물방울
개울 되어 흐르며
"졸 졸 졸"
끼리끼리 모이면
노래가 생겨요.

햇볕 드는 담벼락
아이들 모여 앉아
"재잘 재잘 재잘"
끼리끼리 모이면
웃음이 생겨요.
(이혜영·아동문학가)


+ 밥알

갓 지어낼 적엔
서로가 서로에게
끈적이던 사랑이더니
평등이더니
찬밥 되어 물에 말리니
서로 흩어져 끈기도 잃고
제 몸만 불리는구나
(이재무·시인, 1958-)


* 엮은이: 정연복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4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54 2019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모음 2022-06-07 0 706
53 【 2022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모음 】 2022-06-07 1 1575
52 <2021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2021-12-18 0 1202
51 내가 읽은 해외동시 묶음 2020-05-05 0 1937
50 꽃 떨어진 자리(동시) _ 정용원 [한국] 2018-11-27 0 1718
49 아이들을 위한,그리고 세련된 사람을 위한(동시) - 막스 쟈콥[프랑스] 2018-11-27 0 1715
48 지나가는 시간 - 앙드레 이베르노 [프랑스] 2018-11-27 0 1437
47 나무의 맛 / 곽해룡 2018-11-27 0 1622
46 시인의 손에 놓이면 / 신현득 [한국] 2018-11-27 0 1438
45 색깔들/ 모리스 카렘(프랑스) 2018-11-27 0 1475
44 핀은 머리가 있는데 머리카락은 없어요/ 크리스티나 로제티 2018-11-27 0 1423
43 "이슬" 동시 / 문삼석 2017-08-26 0 1986
42 오순택의 동시 100편 [한국] 2017-07-07 0 2315
41 쉘 실버스타인 작품들 2017-06-22 0 2160
40 <오순택 등단 50주년 >기념 동시 . 동시조 100편 [한국] 2017-06-12 0 2357
39 <바다에 관한 동시 모음> 오선자의 '바다를 보며' 외 2017-06-05 0 2057
38 2014년 한국 우수동시 30편 2017-06-02 0 2451
37 김종상의 곤충과 동물을 소재로 쓴 동시조 묶음 외 2017-05-31 0 2833
36 권영상 동시바구니 2017-05-27 0 2205
35 <바람에 관한 동시 모음> 이혜영의 '바람의 고민' 외 2017-05-27 0 1887
‹처음  이전 1 2 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