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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중외문학향기
감각
랭보
여름 야청빛 저녁이면 들길을 가리라,
밀잎에 찔리고, 잔풀을 밟으며.
하여 몽상가의 발밑으로 그 신선함 느끼리.
바람은 저절로 내 맨머리를 씻겨 주겠지.
말도 않고, 생각도 않으리.
그러나 한없는 사랑은 내 넋속에 피어오르리니,
나는 가리라, 멀리, 저 멀리, 보헤미안처럼,
계집애 데려가듯 행복하게, 자연 속으로.
나의 방랑생활 (MA BOHEME)
랭보
난 쏘다녔지, 터진 주머니에 손 집어넣고,
짤막한 외투는 관념적이게 되었지,
나는 하늘 아래 ㅇ나아갔고, 시의 여신이여! 그대의
충복이었네,
오, 랄라! 난 얼마나 많은 사랑을 꿈꾸었는가!
내 단벌 바지에는 커다란 구멍이 났었지.
----꿈꾸는 엄지동자인지라, 운행중에 각운들을
하나씩 떨어뜨렸지. 내 주막은 큰곰자리에 있었
고.
----하늘에선 내 별들이 부드럽게 살랑거렸지.
하여 나는 길가에 앉아 별들의 살랑거림에 귀기울였지,
그 멋진 구월 저녁나절에, 이슬 방울을
원기 돋구는 술처럼 이마에 느끼면서,
환상적인 그림자들 사이에서 운을 맞추고,
한발을 가슴에 가까이 올린 채,
터진 구두의 끈을 리라 타듯 잡아당기면서!
취한 배
A.랭보
유유한 강물을 타고 내려올 적에
이젠 선원들에게 맡겨져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어.
형형색색 말뚝에 발가벗긴 채 못박아놓고서
인디언들 요란스레 그들을 공격했었지.
플라망드르산 밀이나 영국산 목화를 져 나르는
선원들이야 내 아랑곳하지 않았지.
나의 선원들과 더불어 그 소동이 끝나자
강물은 내 마음대로 흐르도록 날 버려두었지.
격렬한 밀물 요동속에 밀리며
어느 겨울 아이들 머리보다도 더 귀멀었던 나,
나는 헤쳐나갔지. 그리고 출범한 반도들은
그보다 더 기승하는 소동을 겪은 적이 없었다.
폭풍우 해상에서 잠깨는 날 축성했고
콜크마개 보다 더 가벼이 떠돌며, 영원한 희생자들의
흔들배라고 불리우는 물결출렁이는 대로 난 춤추었네.
회한 없이 열날 밤을, 초롱불들의 흐리멍텅한 눈!
어린 애들에게보다 더 부드럽게 내 전나무 선체에 스며들고
청포도주 얼룩들과 토해낸 찌꺼기들이
키와 갈고리 닻에 흩어지며 날 씻었네.
이제 그때부터 초록 창공을 탐식하는, 젖빛의, 별들이 잠긴,
바다의 시 속에서 난 헤엄쳤네.
거기엔 해쓱하고 넋 잃은 부유물처럼
이따금 상념에 잠긴 익사체가 내리흐르고,
거기엔 갑자기 푸르스름한 색깔들 물들이며, 태양의 불그스름한
번득거림 아래에 느릿한 착란과 리듬,
알콜보다 더 진하게, 우리의 리라보다도 더 드넓게
사랑의 씁쓸한 바알간 얼룩들 술렁이며 삭아가네!
난 알고 있다네, 섬광으로 찢어지는 하늘들, 물기둥들,
격랑들 그리고 해류들을,난 알고 이다네, 저녁녘,
비둘기의 무리처럼 비약하는 새벽,
또 난 가끔 보았다네, 인간이 본다고 믿었던 것을!
난 보았네, 신비로운 공포 점점이 박힌 나지막한 해,
머나먼 고대 연극의 배우들 모양의
길다란 보랏빛 응결체들을 비추는 태양을
저 멀리 출렁이는 수면을 굴리는 물결들을!
난 꿈꾸었네, 현란스레 눈 덮힌 푸른 밤!
서서히 바다 위로 복받쳐 오르는 애무인 양
놀라운 수액들의 순환
그리고 노릇파릇 깨어나 노래하는 인광들을!
내 여러 날 쫓아다녔지. 히스테릭한 암소떼 처럼
넘실넘실 암소들을 덮치는 큰 파도들.
성모 마리아의 빛나는 발이라도
숨가쁘게 헐떡이는 대양을 억누르진 못했을 거야!
짐작하다시피 난 부딪쳤네, 엄청난 프로리다 주와,
꽃무리 속에 인간의 피부를 한 표범들 눈초리가 엉켜 잇었고
수레바퀴 테처럼 탱탱한 무지개들,
수평선 아래 바다의 청록색 양떼들과 어우러지고 있었지!
난 보았네, 어마어마한 늪들이 통발처럼 삭아가는 것을,
거기엔 골풀들 안에서 거대한 바다괴물이 통째로 썩어가고!
바다의 고요한가운데에서 부서지는 물의 붕괴,
그리고 심연을 향해 카르릉거리는 원방의 물결들을!
빙하들, 은빛 태양들, 진주모빛 물결들, 잉걸불처럼 바알간 하늘들!
갈색 물구비 복판에 꼴사나운 좌초물들,
거기엔 빈대들이 할퀴어버린 거대한 뱀들
시커먼 냄새 풍기며 비틀린 나무들처럼 쓰러져가고!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으리, 푸른 물결의 그 만새기들, 그 황금색 물고기들 노래하는 물고기들을,
꽃모양 물거품들이 항상 나의 출범을 어르고
형언할 수 없는 바람들은 시시각각 날개치듯 날 스쳤네.
이따금 극지와 지대들에 지친 순교자처럼
바다는 흐느낌으로 내 몸을 부드러이 흔들어대며
노란 통풍창 뚫린 그늘의 꽃들을 내게로 올려보내고
난 거기 쪼그리고 있었네, 무릎꿇고 거의 넋 잃은 채.
섬처럼 내 뱃전 위로 달라붙은 하소연을 뿌리치고,
금빛눈을 빈정거리는 새들의 똥무더기를 가르며
나는 떠내려갔네. 어렴풋이 날 스쳐간 혼백들
다시금 뒷전으로 잠잠히 가라앉더라!
해서 난, 길 잃은 배되어 머리카락 휘감기듯
폭풍에 말려 새도 없는 창공으로 내던져졋지.
모니토르 군함들도 한스 조합의 범선들도
물에 취한 내 몸뚱아리 건지지 못햇을 나:
자유로이 보랏빛 안개를 타고, 피어올라
불그스름한 하늘을 돌파할 나, 벽을 돌파하듯
훌륭한 시인들에 바치는 별미의 과일쨈처럼,
태양의 지의들이며 창공의 넝마들을 걸친 나,
반달 전구들 점점이 박혀, 미쳐 날뛰는 판자처럼,
검은 해마들 호송받으며 달음질치는 나,
군데군데 타오르는 구덩이 난 군청색 하늘을
7월들이 몽둥이 삿대질로 무너뜨릴 때,
50리 밖에서, 발정하는 배헤못과 어마어마한 말스트롬 돌풍이
우는 소리를 느끼며 전율하는 나,
푸르른 부동으로 영구히 실을 잣는 자, 나는
고대 흉벽들이 늘어선 유럽을 애석해하노라!
난 보았네, 항성의 군도들을! 그리고 열광하는 그곳 하늘
항해자에게 열려 있는 섬들들,
-바로 이 끝없이 깊은 밤들 사이에 그대 잠들어 달아나는 건가
백만의 황금새들, 오 미래의 활력이여?
하지만, 정말이지, 난 너무나도 흐느껴 울었네! 여명들은 비통하고
달이 온통 잔혹하고 해는 온통 가혹하고,
쓰디쓴 사랑은 취기 어린 마비상태로 날 부풀렼ㅆ네.
오 나의 용골을 터뜨리라! 오 날 바다로 가도록 하라!
내가 유럽의 물 갈구한다면 그것은 바로
검고 차가운 웅덩이, 거기엔 향긋한 황혼을 향해
슬픔에 겨워 쇠잔한 한 아이 쪼그리고
가벼운 배 한 척 5월의 나비처럼 더 잇는 곳.
오 물결들이여, 그대들 무기려함에 휩싸인 나,
이제는 목화짐꾼들로부터 그들의 자국 지울 수 없네,
깃발들과 불길들의 오만함 가로지를 수도 없네,
이제는 부교들의 험악한 눈들 아래에서 헤엄칠 수도 없네.
미셸과 크리스틴 (MICHEL ET CHISTINE)
랭보
빌어먹을 그때 만일 태양이 이 기슭을 떠난다면!
달아나라, 환한 홍수로다! 여기 길들의 그늘이 있다.
버드나무숲에서, 오랜된 앞뜰에서
뇌우는 우선 굵직한 물방울을 뿌린다.
오 백 마리의 어린양들아, 목가의 금발 병사들아,
수로들, 마른 히이드들아,
도망쳐라! 평원, 사막, 초원, 지평선이
뇌우의 붉은 화장을 돕고 있다!
검둥개야, 외투가 휘날리는 갈색 머리의 목자야,
탁월한 번개의 시간을 피하라.
금발의 무리야, 어둠과 유황이 떠다니니,
더 나은 은신처로 내려가도록 하라.
그러나 나는, 주여! 여기 내 성령이 날아온다.
얼어 버린 붉은 색 하늘 뒤에서,
흐르고 나는 천상의 구름들 아래,
철길처럼 긴 백 군데의 솔료뉴평원으로.
저기 많은 늑대들, 많은 야생의 씨앗들을,
이 종교적인 뇌우의 오후가 앗아간다.
메꽃들을 사랑하기는 하면서
많은 무리들 몰려올 옛 유럽 위로!
뒤에, 달빛이여! 황야 도처에서,
전사들이 얼굴은 붉고 이마는 하늘 향한채
자신들의 창백한 준마들을 천천히 몰고 간다!
이 당당한 무리 아래 조약돌들이 울린다!
----그리고 나는 볼 것이다 노란 숲을, 밝은 계곡
을,
파란 눈의 아내를, 붉은 이마의 남자를---- 오 갈리
아여,
그리고 그들의 소중한 밭 근처에서, 유월절의 하얀
양을,
---- 미셸과 크리스틴을, ----또한 그리스도를!
----목가의 끝.
모음 (VOYELLES)
랭보
검은 A, 흰E, 붉은I, 푸른U, 파란O : 모음들이여,
언젠가는 너희들의 보이지 않는 탄생을 말하리라.
A, 지독한 악취 주위에서 윙윙거리는
터질 듯한 파리들의 검은 코르셋,
어둠의 만 ; E, 기선과 천막의 순백,
창 모양의 당당한 빙하들, 하얀 왕들, 산형화들의
살랑거림.
I, 자주 조개글, 토한 피, 분노나
회개의 도취경속에서 웃는 아름다운 임술,
U, 순환주기들, 초록 바다의 신성한 물결침,
동물들이 흩어져 있는 방목자으이 평화, 연금술사의
커다란 학구적 이마에 새겨진 주름살의 평화.
O, 이상한 금속성 소리로 가득찬 최후의 나팔,
여러 세계들과 천사들이 가로지르는 침묵,
오, 오메가여, 그녀의 눈의 보랏빛 테두리여!
<태양은 아직 뜨거웠다.>
프롤로그
태양은 아직 뜨거웠다. 그렇지만 이젠 거의 지상을 비추고 있지는 않았다. 흡사 거대한 둥근 천장 바로 앞에 촛대가 이젠 아주 가냘픈 미광으로 밖에 천장을 비출 뿐인 것처럼, 지상의 촛대인 태양은 자기가 불태우는 축제에서 그 최후의 가냘픈 미광을 내면서 꺼져가려 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지막 가냘픈 미광이긴 했으나 그래도 아직 나무들의 풀빛 잎과 시들기 시작한 작은 꽃들이며 수백 년의 연륜을 거친 소나무나 포플러나 떡갈나무 등의 거대한 나뭇가지가 있는 곳을 희미하게 분간할 수 잇을 정도는 되었다. 몸을 상쾌해지게 하는 바람, 즉 일진의 미풍이 내 발밑을 흐르는 냇물의 은빛 재잘거림과 똑같은 일관성의 살랑거림으로써 나뭇잎들을 흔들어 술렁대게 하고 있었다. 양치 덤불이 바람 앞에서 그들의 푸른 이마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냇물에 내 몸을 담그며 잠들어 있었고......
2
나는 꿈을 꾸었다...................................................................나는 1503년 렝스에서 태어난 것이었다. 렝스는 그 당시로서는 하나의 작은 마을이었다. 그렇기는 하더라도 크로뷔스 왕의 성별식 때, 증인 역할을 했던 그 아름다운 대서당 덕택에 꽤 유명한 도시이긴 했다.
우리 부모는 그렇게 부유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아주 정직한 사람들이었다. 부모로서는 예전부터 자기들에게 전해져온 것이기는 하지만 내가 태어나기 2년 전에야 비로소 자기들의 소유가 된 한 채의 자그마한 집과, 또, 여태껏 여전히 절약을 거듭하면서 몇 루이씩인가 적립해가야 하는 몇천 프랑인가의 저금이 전재산인 것이었다.
우리 아버지는 친위대 사관이었다. 키가 크고 마른 편이며 머리터이 검은, 턱수염도 눈도 살갗도 모두 엇비슷한 빛깔의 남자였다. 내가 태어났을 적엔 아직 겨우 48세나 50세 정도 밖에 되어 있지 않았으나, 다른 사람들의 눈엔 틀림없이 60세나 58세 정도로는 보였을 게다. 그는 급하고 흥분하기 쉬운 성격이어서 노상 화를 내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조금도 참으려 하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 어머니는 아버지와는 아예 딴 판이었다. 상냥하고 조용한 여성인데, 조그마한 일에도 늘 겁을 내고 있었다. 그러나 집안 일은 구석구석까지 빈틈없이 잘 처리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너무 조용한 사람이어서 아버지는 마치 젊은 아가씨 같다며 그녀를 놀려주기도 했었다. 나는 제일 많이 사랑받고 있었다. 형제들은 나만큼 무모하지는 않았는데 그건 나이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공부한다는 것, 즉 일기쓰기며, 수판 따위를 배우는 일이 어지간히 싫었다. 그런데 집안을 깨끗이 정리하거나 채소밭을 갈거나, 심부름을 하거나 하는 일은 썩 잘했다!.... 나느 그런 일을 좋아했던 것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거니와 어느 날 아버지는, 만일 네가 이 나눗셈을 잘 풀면 20수를 주겠노라고 말씀하시며 나에게 약속했다. 그래서 나는 하기 시작했으나 끝내 해내지 못했다. 아아! 아버지는 몇번이나 나에게 약속해주셨던 것일까. 만일 아버지한테 이러이러한 것을 읽어준다면 돈을 주마, 장난감을 주마, 과자를 주마. 언젠가 한번은 5프랑을 주겠노라고 까지 말씀하셨던 것이다. 이런 모양이었으므로 아버지는 내가 10세가 되자 학교에 넣어주셨다.
무엇 때문일까 하고 나는 생각했던 것이다. 왜 그리스어와 라틴어 등을 공부해야 하는 것일까?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결국 그런 것은 누구에게도 필요치 않은 것이다! 시험에 합격한다는 따위의 일이 무슨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어떤 도움도 되지는 않는다. 그렇잖은가?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높은 지위를 차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높은 지위 따위는 차지하고 싶지 않다. 나는 금리 생활이 시작되는 거야. 가령 높은 지위에 앉고 싶다고 생각한데도 대관절 무엇 때문에 라틴어를 공부해야 한단 말인가? 누구 하나 그런 말을 지껄이고 있는 건 아니야. 나도 어쩌다 한두 번쯤은 신문에서 라틴어를 보게 되는 수는 있다. 하지만 고맙게도 나는 신문기자 따위가 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왜 역사와 지리를 공부하는 것일까? 확실히 파리가 프랑스에 있다는 것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하지만 파리의 위도 가 어떠냐 하는 것 따위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역사도 그렇다 시날도니 나보폴라사르니 다리우스니 퀴로스니 아렉산드로스니, 그밖에 그 악마 같은 이름으로 유명한 자들의 생활에 관해 배우다니 그건 어지간히 고역이 아니겠는가? 알렉산드르가 옛날의 유명한 인물이었다는 것 따위가 나한테, 이 나한테 무슨 관계가 있는까? 대관절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 모름지기 라틴어라는 건 조작해낸 말인 것이다. 혹시 라틴인이라는 녀석이 존재해 있었을지라도 내가 금리생활자가 되는 것으 방해해주지 앟기를 바라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 녀석들의 말은 그 녀석들만의 말로 해두어주기를 바라고 싶은 것이다! 이러 고역을 치러야 할 어떤 나쁜 일을 내가 그런 녀석들에게 했다는 말인가?
다음은 그리스어 이다. 이런 지저분한 말 따위는 누구 하나, 이 세상의 누구 한 사람도 지껄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아 아! 정말 지랄같다! 지랄 같은 짓이다! 나는, 나는 금리생활자가 되는 거야. 벤치에 앉아 반바지가 닳아버리게 한다는 건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정말 지랄 같은 짓이란 말이다!
구두닦이가 되기 위해 구두닦이라는 직업을 얻기 위해 고작 시험에 합격하는 게 좋아. 자네들에게도 허용되어 있는 직업이라는 건 구두닦이나, 돼지치기나, 소치기나 그 정도의 일일테지. 고마운 일이다! 나는 그런 일은 면하겠네. 젠장 정말 지랄 같네!
자네들은 그렇게 해서 노력한 보상으로 뺨을 손바닥으로 철썩 얻어맞게 되는 거야. 자네들은 짐승 같은 놈이락 불리거나, 이건 진짜는 아니지만 개구쟁이니 하고 불리거나 하는 것이다.
이 계속은 다음 호에 기대해 주기 바란다.
아아! 지랄 같단 말이야!
1864년 랭보의 숙제장..
오필리어
A.랭보
1
별빛이 사라졌다가 비쳐지는, 어둡고 고요한 물결 위에
하얀 오필리어는 한송이 흰 백합꽃처럼 떠내려가는구나.
긴 장옷과 더불어 지극히 고요히 흘러가는구나.
-아득히 먼, 깊은 숲속에서 들려오는 사슴 쫓는 몰이꾼의 각적소리.
가엾은 오필리어의 어렴풋한 환상이
어두운 강물줄기를 떠돌아다닌지 천 년 세월이 흘러갔노라.
그녀의 애처로운 광란이, 저녁 바람을 타고
그 연가를 속삭인지 어언 천 년 세월이 흘러갔노라.
바람은 그녀의 젖가슴에 입맞추고, 물결따라 부드럽게 흔들면,
그녀의 엷은 면사는 크게, 화관처럼 휘날리었노라.
헝클어진 버들가지들은 그녀의 어깨 근처에서 흐느끼고,
그녀가 꿈꾸는 넓은 이마는, 갈대줄기를 기울어지게 하였노라.
짓눌린 수련은 그녀의 몸 둘레에서 탄식하고,
이따금 작은 날개의 떨림을 전하면서,
개암나무 속 둥우리에 잠자는 것을 그녀의 흘러가는 몸이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노라.
-금빛 별들로부터 쏟아져내리는 신비로운 노래여.
2
오, 창백한 오필리어여, 흰눈처럼 아름답구나!
어린 아기에 지나지 않았던 그대는 물줄기에 운반되어 죽었었노라!
노르웨이의 거봉에서 불어닥치는 한풍
-아주 낮게 내려와서, 처절한 자유를 그대에게 가르쳐 주었노라.
그대의 머리칼을 온통 매질하고,
꿈꾸는 그대의 마음을, 격렬한 소음으로 가득 채웠던 숨결이었다.
나무들의 통곡, 밤의 탄식 속에서
그대는 대자연의 절규를 들었으리라.
거대한 헐떡임과도 같은 바다의 소리는,
그대의 어린 가슴에는 너무나 인간적으로, 너무나 따뜻하게 생각되었노라.
사월 어느 날 아침,
얼굴이 맑고 창백한 한 사람의 기사, 어리석은 광인은 그대의 무릎 위에 말없이 앉았도다.
하늘이여, 사랑이여, 자유여, 아 가엾은 광녀여, 이 꿈은 어쩐 일인가
불에 녹아버리는 눈처럼, 그대는 그에게 마음까지 떠맡겨버렸노라.
그대의 커다란 환상이, 그대의 말을 질식시켜버렸도다.
그리하여 두려운 무한은 그대의 푸른 눈을 놀라게 하였으리라.
3
-시인은 지금도 말하노라. 별빛속에서
그대는 지금도 밤이 되면, 그대가 지난날 꺾었던 꽃을 찾으로 왔노라고,
또한 긴 장옷과 더불어 물을 침상 삼고,
백색의 오필리어가, 커다란 백합꽃처럼 물결 위에 흘러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왔노라고,
영원
A.랭보
그것을 되찾았도다!
무엇을?-영원을.
그것은 태양과 섞인
바다.
파수의 영혼
그토록 무가치한 밤과
불길 속 낮의
기원을 드리기로 하자.
인간다운 기도와
평범한 충동으로
거기서 그대는 벗어나
어디론가 날아가버린다.....
사틴의 불잉걸이여,
그대의 유일한 열정으로부터
'마침내'라고 말하지도 않고
의무는 다 타버리는구나.
거기엔 희망도
영광도 없는데
인내력이 강한 면학
그러나 형벌은 틀림없다.
그것을 되찾았네.
무엇을 말인가? 영원이라는 것
그것은 태양과 함께 가는
바다.
1872년 5월
비너스에 바치는 기원
A. 랭보
아이네아스 자손들의 어머니여,오오! 신들의 기쁨의 원천이여!
하늘이여, 유성 아래 있는 인간들의 환희여,
비너스여, 그대는 모든것을 가득하게 하는구나. 범선이 지나가는 물결과,
토양이, 숨쉬고 싹이트고, 솟아나며, 빛나는 태양을
보는 모든 존재를 그대에 의해 풍요하게 되는 구나.
그대 나타나니..... 바람과 어두운 구름이
빛나는 그대 이마를 보고 사라지는구나.
대양은 그대에게 미소짓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풍요한
대지는 그대 발 아래서 우아한 꽃들을 펼치고,
빛은 푸른 하늘 아래서 더 순수하게 빛나는구나!
4월이 와서 혈기로 부풀어오르자마자
달콤한 애정을 모두에게 금방 갖게 하네.
미풍의 숨결은 자신의 감옥을 강요하며
조류는 그대 계절을 알린다.
즐거움을 주는 새는 그대 사랑의 권능을 받는구나. 오오, 사랑의 여신이여!
야생의 짐승을 짙은 풀섶으로 뛰어가고
헤엄쳐서 물결을 가는구나, 그리고 그대의 속박된 은총으로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그대를 뒤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구나!
바다, 개울, 산 등지로 가득한 숲
녹색 평원을 통해 모든 이의 가슴에 정답고 깊은 사랑을
부어넣는 것이 바로 그대이구나.
귿르의 피를 대대로 퍼뜨릴 협로여!
세계는 오직 그대 사랑의 권세만을 알고 있구나! 비너스 신이여!
빛을 향해 일어서는 그대 없이는 아무거나 할 수 없을 텐데.
누구도 그대 없이는 숨쉴 수 없고, 사랑을 느낄 수 없도다!
내 작업에 그대의 숭고한 협력을 바라노니!
샤를르빌 중학교 통학생
아르튀르 랭보
1869년
교회에 모인 가난한 사람들
A. 랭보
사람들이 토해내는 후덥지근한 숨결로 그득한 교회당 한쪽 구석에서,
늘어선 떡갈나무 의자 사이에 꽉 들어찬 사람들의 눈은,
소리높이 경건한 찬미가를 부르는 성가합창대와, 본전에서 넘쳐흐르는 노랫소리로 향한다.
빵 냄새라도 맡는 것처럼 개걸스럽게, 양초 냄새를 맡으며,
지극히 만족하여, 두들겨 맞은 개처럼 온순하게,
가난한 사람들은, 보호자이며 영주이신, 신 앞에
우스꽝스럽고, 고집스럽게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일주일의 6일간, 괴로운 삶을 신으로부터 허락받고 있었건만,
일요일이면 걸상에 광택을 내기 위하여 찾아드는 기특한 여인들,
헐어빠진 외투 속에서, 필사적으로 울면서 악을 쓰는,
사나운 아이들을 달래고 있는 여인들.
더러운 때투성이 가슴을 드러내고, 수프를 훌쩍훌쩍 떠먹고 있는 야비한 여인은,
기도하는 체하면서, 사실은 기도따위는 아랑곳없이
이상한 모자를 쓰고 의기양양한 말괄량이 아가씨들의
일단을 물끄러미 바라다보고 있다.
문밖에서는, 추위와 굶주림뿐 그리고 술주정꾼.
아무튼 한 시간만 더 지나면 언어도단의 패거리들이 들이닥칠거다.
-그동안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어리석은 이야기로, 콧소리로 투덜거린다.
주름살이 축 늘어진 노파들의 집단.
불안하고 조심스런 자들이었다. 어제는 거리에서,
누구나 피해서 지나갔던 간질병자들이었다.
너덜너덜한 낡은 미사 전집에 코를 비스듬히 갖다대고, 배고픈 배를 움켜쥐고,
개에게 이끌려 안마당으로 들어오는 맹인들.
온통 이런 패거리들이, 얼빠진 구걸가락을 붙여서,
긴 탄식을 토로하며, 거듭 호소해보지만,
차가운 유리창 너머로 드어오는 노란 햇빛을 받아, 아주 높은 곳에서,
아귀같은 깡마른 자에게나 배불뚝이에게나 아랑곳없이. 예수는 꿈꾸듯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고 계신다.
곰팡내나는 의류랑, 음식 냄새가 미치지 않는 먼 곳에서,
혐오감을 일으키는 동작과, 침울한 소극을 행하고 있다.
기도는 어마어마한 미사여구
장중한 격조가 주위에 신비로운 기분을 만들어내고 있다.
본당에 햇살이 엷어지기 시작할 무렵이면,
속된 면포의 주름을 달고, 귀족마을의 품위있는 부인들은 들떠서,
-아, 예수시여.
미식가이며, 항상 간장에 탈이 나 있는 그 부인들이
상아빛 우아한손가락으로 성수반을 살짝 건드리는 것이었다.
1871년
태양과 육체
A.랭보
오! 인간은 자유롭고 자랑스런 그의 머리를 쳐들었다!
그리고 그 태초의 아름다움의 갑작스런 광체는,
육체의 제단에 신의 심장을 고동시키는구나!
현재의 행복에 즐거워하며, 겪어 온 불행에 창백해져서
인간은 모든 것을 살펴보고 알려고 한다. 사고는,
오랫동안 너무나 오랫 동안 억눌려 있던
이 준마는 그의 이마에서 튀어나와 약진한다.
이 사고는 해답을 알게 되리라!
사고가 자유로이 약동할 때에, 인간은 신아을 가지리라!
-왜 하늘은 말이 없고 우주는 불가사의한가?
-왜 황금빛의 별들이 모래마냥 흩어져 있는가?
만일 인간이 계속 올라가 보면 그는 그 위에서 무엇을 보게 될 것인가?
어떤 목자가 이 우주의 공포 속에서
방황하는 인간들의 무리를 인도하는가?
이 모든 벌들, 광막한 에떼르가 포옹하는 이 세계들은
영원한 목소리의 억양따라 진동하는가?
-그리고 인간은 볼 수 있는가?
나는 믿는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사고의 목소리는 이미 한 꿈에 지나지 않는가?
인간이 그토록 일찍 태어난다면, 삶이 그토록 짧은 것이라면,
그는 어디에서 오는가? 씨앗의, 태아의, 애벌레의,
그 깊은 대양속에 모성적 대자연의 무한대한 도가니 속에 빠져들면
어머니 대자연은 거기에서 그를 생명있는 창조물로 소생시켜서
장미 속에서 사랑을 하고 밀밭 속에 성장하게 할 것인가?
우리는 알 수 없지! -다만 무지의 망또와 편협한 공상에 짓눌려 있지!
여인들의 음부에서 떨어져 나온 인간 원숭이들
우리의 창백한 이성은 우?르에게 무한을 숨기는구나!
보고 싶다!-그러면 회의는 우리를 벌주겠지!
회의, 그 음울한 새는 그의 날개로 우리를 후려친다.
그리고 지평선은 영우너한 도주로 사라져 버린다!
광대한 하늘은 열려있다! 신비는 우뚝 선 인간 앞에 죽어 버렸다!
이 인가은 자연의 광대한 광휘 속에 그 억센 팔짱을 끼고 선다!
그는 노래한다.-그리고 숲도 노래하고 강도 중얼거린다.
태양으로 향해 오르는 행복 가득한 노래
이것이 구원이다! 사랑이다! 사랑이다!
교수형에 처해진 무도회/Bal des pendus
A.랭보
빈틈없이 사랑스런 검은 교수대
그 위에서 무사들이 춤을 춘다. 춤을 춘다.
깡마른 사나운 무사들과
사라딘의 해골도 춤을 춘다.
벨제브즈 님께서는, 깃장식으로부터,
하늘을 향해서 거들먹거리는 얼굴을 하고, 꼭두각시 인형을 꺼내서
헌 신발의 밑창에다 그놈들의 이마를 두둘기고 나서는,
옛날 크리스마스 노래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추게 하였노라.
늘어진 인형들은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팔과 팔을 끼고,
일찍이 그 어느 곳 껴안았던
검은 오르겐과 같은 텅 빈 가슴은,
비열한 정사 때문에, 언제까지나 충격 받았다네.
만세! 쾌활한 무용수들은 배가 없구나.
뛰어다니는 것은 멋대로 하겠지만 익살무대는 너무 길구나!
잠깐! 그것은 싸움인지, 아니면 춤인지 알 수가 없구나!
벨제브즈도 화가 나서 바이올린을 긁어 댔노라.
단단한 뒷축이군! 샌들이 닳아버릴 염려는 마시라!
모든 사람이 가죽 셔츠를 벗어던졌다.
남은 자는 조금은 덜 성가스럽고, 몰염치한 자는 아닌가 보다.
두개골 위에 내려 쌓이는 눈의 모자.
멈춘 까마귀가 좋은 깃털 장식을 금이 간 머리에 했다.
그놈의 깡마른 턱 밑에서, 고기 한 조각이 떨리고 있구나.
어둠 속 마구 뒤섞인, 거치를 뼈의 용사들은
두터운 종이 갑옷과 사물의 도구들로 서로 충?했었노라.
만세! 해골들의 대무도회에서 불어닥친 북풍,
검은 교수대는 철로 만든 오르겐처럼 신음소리를 내는구나!
그 소리에 응답하여, 자색의 숲에서는 늑대들이 울어대고,
지평선의 하늘을 지옥의 불빛으로 물드는구나...
-저기 음침한 장의사 대장일랑 떨쳐 버려라. 그놈은, 음험하게도, 갈라진 굵은 손가락으로
메마른 조골 근처에서 사라으이 염주를 굴리고 있었으리니,
망자들이여! 여기는 수도원이 아니라오.
죽음이 무도회의 한가운데로, 빨갛게 타오른 밤하늘 속으로
터무니 없이 커다란 해골이 갑자기 출현하였노라.
있지도 않는 팽팽한 교수형 밧줄을 목덜미에 느끼면서,
뒷발로 일어서는 준마에 채찍질하며, 도약함으로써
뭔가 냉소와도 같은 절규를 터뜨렸노라.
삐걱거리는 대퇴골 위에, 손가락들을 경련시키고,
뭔가 냉소와도 같은 절규를 터뜨렸노라.
빈틈없이 사랑스런 검은 교수대
그 위에서 무사들이 검은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악마의 깡마른 무사들이
사라딘의 해골들도 춤을 춘다.
-1870년 11월
물에서 태어난 비너스/Venus Anadyomene
A.랭보
양철로 만든 녹색 관 처럼, 낡은 욕조로부터,
머리 기름으로 찰싹 달라 붙은 갈색 머리칼의 여자의 머리 하나가,
얼빠진듯이, 느릿느릿 나타났다.
아예 위장해보겠다는 것은 잊고, 결점을 드러낸 채.
다음으로 거무칙칙한 굵은 목, 크게 돌출한 어깨뼈,
울퉁불퉁한 짤막한 허리.
피하지방은 잎사귀 같기도 하고,
허리 둘레는 지금이라도 당장 튀어나올 듯하구나.
척추는 약간 불그스레하고 전체의 모습은
기묘학 멋을 띠우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확대경으로 바라보고 싶을만큼, 야릇함이 눈에 뛴다.
허리부분에, 두 개의 단어가 새겨져 있다. '빛나는 비너스'
-이윽고 이 육혼은 움직이기 시작하고, 커다란 엉덩이를 내밀면
항문의 종기까지도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다.
우리들의 엉덩이는.../Nos fesses ne sont pas les leurs..
A.랭보
우리들의 엉덩이는 그녀들의 엉덩이와는 다르다.
종종 나는 여기저기의 울타리 뒤에서 단추를 벗기는 자들을 보았던 것이다.
도 아이들이 수선을 떨며 뛰놀고 있는,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우리들의 엉덩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싶어 나는 소상하게 관찰하기도 했다.
이쪽이 탄력이 있고 대개는 빛깔도 창백하며, 선명한 양면
선명한 양면 분계부를 갖추고 있다. 그걸 털이 센 울짱이 온통 뒤덮고 있다.
그런데 그녀 쪽은 더부룩하게 밀생한 긴 공간이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것은 그저 그 매력이 넘치는 줄무늬 속뿐.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불가사의한 조화는
바로 성화에 그려져 있는 천사들에게만 볼 수 있는 종류의 것.
그것은 미소지을 때 보조개가 생기는, 그 뺨의 모양 같은 것.
오오! 같은 벌거숭이 생물이 되어 그녀의 영광스런 부분에
이마를 돌려 기쁨과 휴식을 구하는가.
그리고 둘이 서로 껴안아 마음껏 환희의 목소리를 나직이 내는가?
나의 방랑(환타지)/Ma Boheme
A.랭보
찢어진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른 채 나는 떠났네.
나의 외투 또한 관념적일 뿐!
시신이여, 창궁 아래를 걸어가는 나는, 그대의 충복이었구나.
오!라,라, 내가 꿈꾸었던 것은 눈부신 사랑이였으니!
나의 단벌 바지에도 커다란 구멍이 하나 나 있었다.
-작은 몽상가인 나는 길목마다 시를 썼노라. 나의 여인숙은 큰곰자리
-하늘의 별들은 다정한 옷깃스치는 소리를 사각사각 내고 있었다.
나는 길가에 앉아 별들의 속삭이는 소리에 귀를기울이고 있었다.
이 상쾌한 9월의 저녁, 나의 이마 위에서 미주<美酒>인양
밤이슬의 방울을 또한 느끼고 있었노라.
환상적인 암영들의 한가운데서 운<韻>을 밟으면서
나는 가슴 가까이까지 한쪽 발을 치켜들고, 나의 너덜너덜한 신발의 고무끈을 마치 리라 타듯이 켜고 있었노라!
갈증의 희극/Comedie di la soif
A. 랭보
1. 조상들
우리는 어버이 또 그 어버이다.
또 그 어버이들!
달님과 풀잎의 차가운
이슬에 젖어
정성 깃들인 이 포도주
거짓없이 이 세상에서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 그야 마시는 일이지.
나.-그렇지 않다. 야만적 강물에 빠지는 일이지.
우리는 이 고장 토박이고
너의 어버이의 어버이들이다.
버드나무 그늘의 어두운 물
저걸 보라. 미끄럽고 축축한 성벽을 둘러싼 도랑을.
우리들의 지하 창고에 내려가 봐
젖과 사과주는 뒤로 돌린다.
나.-그럼 소들이 거기서 물 마시러 가는 것 처럼
우리는 너의 어버이의 어버이들이다.
자, 마시게 어서 마셔.
천장의 술들을, 흔하게 볼 수 없는
커피차들이
주전자 속에서 끓고 있다.
-그림을 보라, 꽃을 보라.
우리도 무덤이 싫어졌다.
나.-아아, 어느 항아리든지 죄다 비워버리고 싶구나.
2. 혼
영원한 물의 요정이여.
맛 좋은 물을 나누어 주라.
창공의 누이 비너스여,
맑게 펼쳐지는 물결을 치게 하라.
노르웨이의 방랑하는 유태인이여
눈의 이야기를 해다오.
사랑하는 옛 유형인이여
바다의 얘기를 해다오.
나.-안돼, 더 이상 청량음료도
컵에 피는 물의 꽃들도
전설도, 아름다운 모습도
아무런 보탬도 되지 않는다.
노래하는 이여! 그대의 영세 대자의
미칠 듯한 나의 목마름
절망하고 침식하는 입 없는
친밀한 칠두사
3. 친구들
바닷가에 넘치는 수많은 물결
오너라, 그것은 술이다.
보라. 천연의 비테르 술이
높은 산에서 굴러오는구나!
순례하는 현인들이여,
푸른 기둥마냥 줄을 서서
압생트 술을 받으시오.
나.-그런 풍경은 아무래도 좋다.
친구여, 대체 취한다는 건 어떤 일인가?
연못가에 가라 앉아 썩어가는 것이,
나에겐 어지간히 어울리니까,
더러운 진창 밑에 깔려
부목과 함꼐 떠 있는 것이
4. 가난한 자의 몽상
아마, 그런 밤이 나를 기다려 주리라.
어느 고도의 한 구석에서 조용히 술잔을 들고,
더욱 즐겁게 죽어갈:
그러니깐 난 끈기있게 살아야지!
내 불행이 좀 가셔지고
언젠가 돈이 좀 생기면
북쪽 나라에 가볼까
아니면 포도 열매가 풍성한 나라에?
-아아! 몽상하는 건 덧없는 것이지.
그러니깐 그것은 순수한 상실이지.
비록 내가 다시 한번
옛날의 여행자가 될지라도
풀빛 여관이 내 앞에 나타나 활짝
맞이해 주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5. 결론
들판 안에서 떨고 있는 푸른 비둘기도,
뛰어가 밤을 보는 짐승도
물에 사는 짐승도, 가축도
마지막 살아 남은 나비도!... 모두가 목말라 있었다.
그러나 목적도 없는 구름이 엷어져 용해하며
-오오! 상쾌하게 하는구나!
새벽 빛이 이 숲을 비추는
축축한 제비
꼬쳉서 숨져갈 수 있다면!
별이 두 귀 가운데서 장미빛 눈물을 흘렸다/
A.랭보
별은 네 귀 한가운데에 장미빛 눈물을 흘리고,
신은 네 목덜미에서 허리까지를 하얗게 쓰다듬었다.
바다는 너의 홍조 띤 젖무덤에 다갈색의 물을 흐릴고
사람은 그지없는 네 옆구리에다 검은 피를 쏟게 했다
자애로운 자매
A.랭보
빛나는 눈, 윤기 흐르는 갈색의 피부,
나신으로 우뚝 선, 아름다운 20세 젊은이.
교교한 달빛을 받은 수려한 이마.
그는 페르시아 태생의, 미지의 정령,
처녀와 같은 순진무구함을 가지고 열렬히 추구하며,
처음으로 알았던 도취에 스스로를 떠맡겨버린 채,
다이아몬드의 반짝이는 바닥에 다시 밀려오는 청춘의 바다
여름 밤마다 통곡과도 닮아서,
이 세상의 추악함을 앞에 놓고, 이 젊은이는,
그의 마음속의 커다란 초조함에 몸을 떨면서,
너무도 깊고도 언제 치유될지 모를 가슴의 상처의 고뇌로 하여
자애로운 자매를 그리워하기 시작하였다.
아, 그러나, 여인이여, 장부의 한 덩어리여, 감미로운 연민이여,
그대는 결코, 결코, 자애로운 자매는 아니리라.
검은 시선도, 글김자진 부드러운 복부 조차도,
나긋나긋한 손가락도, 멋진 형태의 가슴도 아니리라.
이 커다란 눈동자에는 깨오날 수 없는 맹목,
우리들의 포옹은 모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로다.
우리들을 사로잡는 크나큰 정열과 매혹을 잔잔히 달래보는 것도,
젖가슴을 드리운 너의 탓이로다.
그대의 증오, 그대의 실신상태, 그리고 쇠약상태,
옛날의 참고 참았던 포악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밤마다, 밤마다 그대는 우리들에게 악의 없이 모든 일들을 저질렀도다.
매월의 지나친 많은 피흘림처럼.
-애정과 생명의 부름과 행동의 노래 따위를 가지고,
여인이 한순간 젊은이를 감동시켰을 때,
열렬한 정의의 신도, 활기찬 시신도, 한데 어우러져서
엄숙한 신탁으로, 갈라놓고자 찾아오리라.
아, 쉴새없이 화려함과 정적이 뒤섞이고,
집념깊은 두 자매로부터 버림받고,
무기를 손에 들고, 예지를 따라 조용히 무언가 중얼거리면서,
꽃피는 자연 속에서 젊은이는, 피에 물든 이마를 들고 서성거리고 있었노라.
음산한 연금술도, 신성한 학문의 비의도 모두,
상처입고, 우울한 이 거만한 지자를 혐오한다.
젊은이는 자신에게, 잔인한 고독이 걸어 오고 있는 것을 느끼고,
그리하여 그때, 모든 것은 아름답고, 관까지도 혐오스럽지 않았도다.
젊은이는 광막한 미지의 이 세상의 종말과, '진리'의 밤을 통과하는
엄청나게 큰 '꿈'과 혹은 또 '산책'을 곰곰히 생각하였도다.
그리하여 그의 영혼과 병든 육신을 그대로 찾아 원하는 도다.
오, 진정 이상야릇한 죽음이여, 오 진정 자애로운 자매여.
1871년 6월
기억
A. 랭보
1
청명한 물, 그것은 어릴 적 눈물 속 소금 같은 것,
여인네들 희뿌연 몸뚱아리들의 태양으로 치솟는 듯:
떼거리로 뭉친 비단과 순결한 백합, 어떤 때묻지 않은 건
출입 금지 표시가 붙은 벽들 그 아래의 근엄한 깃발들:
깡총거리며 노니는 천사들이: 아니...내닫는 금물결이
풀에 감긴 검고 묵진한, 그리고 특히 신선한 두 팔을 찰랑이네
푸른 하늘을 침대 덮개 삼은 어스름한 물이
언던과 아치더러 커튼 삼아 그늘을 드리워 달라 하네.
2
저런! 축축한 네모꼴은 해맑은 거품들을 튕기네!
물은 희뿌연 황금색으로 찰랑이고 무한한 심연에 펼친 충돌.
녹음이 펼치는 빛바랜 초록 드레스들이
수양버들처럼 하늘거리고, 거기에서 굴레없는 새들이 솟구쳐 오른다.
금화보다도 더 노랗고 다사로운 눈까풀
물의 근심 -그대의 부부의 서약, 오 부인이여!-
덧없는 정오에, 그 흐릿한 거울을 시기하는,
무더운 회색 하늘에 장미빛의 고귀한 친구
3
부인은 일하는 사내들 수영하는 곳 가까이
들판에 너무도 꼿꼿이 서 있네, 작은 양산을
손가락에 움켜쥐고, 산형화를 밟으며, 그녀로서는 너무도 독하게,
만개한 녹음 안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
모로코 붉은 가죽으로된 그드의 책! 애석하도다, 그는 길 위해서
작별하는 수천의 하얀 천사들처럼,
산 저 모퉁이로 멀어져가네! 그녀는, 아주 냉담하고
우울하게 서 있다. 달음박질하네! 사내가 떠나자마자!
4
두텁고 깨끗한 어린 솜털을 지닌 팔의 회한이여!
성자의 마음속에서 4월의 달빛이 읽혀지도다.
이 추악함을 싹트게 하는 8월의 저녁에 휩싸여
늘어나는 강가 작업장의 유희여!
지금 성벽 아래서 그녀가 울고 있도다
숱 많은 눈썹은 미풍에만 깜박이고
후회도 근심도 없는 회색의 상보
움직이지 않는 배 안에서 고통스럽게 일하는 늙은 어부여.
5
오! 이 움직이지 않는 배에서
음울한 물의 이 눈장난을 나는 잡을 수 없도다.
오! 너무도 짧은 팔이여! 어떠한 꽃도, 거기서 나를 괴롭히는
노랑꽃도, 잿빛 물에 떠 있는 연인, 파란 꽃도 나는 잡을 수 없도다.
아! 가지를 흔들고 있는 버드나무 꽃문이여!
이미 오래 전에 꺾여 있는 분홍빛 갈대들이여!
오, 움직이지 않는 내 배여:
그리고 가없는 이 물의 눈 속에
팽팽하게 당겨진 그의 쇠사슬이 무슨 비참한 처지에 있는가?
골짜기에 잠들어 있는 자
A.랭보
크나큰 산등성이로부터 해가 비치면,
여기 푸른 풀이 우거진 작은 골짜기의 움푹 패인 땅에는, 한줄기 작은 시냇물이 노래하고,
은빛 아지랑이는 남루한 풀섶 위에 미친듯이 헝클어지니,
작은 골짜기는 햇살로 넘치는구나.
젊디 젊은 한 병사가, 입을 헤벌리고, 맨머리로,
시원한 푸르른 쐐기풀 속에 머리를 박고 잠들어 있구나.
구름이 떠가는 풀밭 위
햇살 쏟아지는 녹색의 침상 위에 누워, 창백하구나.
두 발은, 수선창포 속에 박고,
병든 어린아이처럼 미소를 머금고 잠들었구나.
다정한 자연이여, 녀석은 추운 듯하니, 따뜻이 잠재워주라.
온갖 향기가 바람에 실려왔건만, 콧구멍은 움짓도 하지 않고
한쪽 팔을 가슴 위에 얹은 채,
이 적막함이여, 그의 바른 쪽 배에는 붉은 상처 구멍이 두개.
나의 작은 연인들
A.랭보
눈물의 증류 향수는
카베츠빛 녹색의 하늘을 씻는다.
그대들의 고무와도 같은 탄력을 그리워하는
새싹이 돋운 나무 아래서,
둥근 달무리가 져서
한층 더 휘영청 밝은 달빛이여.
장화와 장화를 서로
붇치도록 하라.
나의 못생긴 처녀들이여.
그무렵, 우리들은 서로 사랑했었노라.
창백한 얼굴의 못생긴 처녀여.
반숙의 삶은 계란과
별꽃의 잎을 먹었다오.
어느날 밤, 그대는 나를 시인이라 빈정대며 말했던
금발의 못생긴 처녀여
이리 내려오렴
나의 무릎 위에서, 두둘겨줄터이니
나는 그대의 머릿기름을 입에서 토해낸다.
검은 머리의 못생긴 처녀여.
그대는 나의 만도린 줄을
앞이마로 끊어버렸을지도 모르리라.
돼 메말라버린 두 사람의 침.
빨강 머리의 못생긴 처녀여.
그대의 둥근 가슴의 골짜기의
악취가 아직도 괴롭히는구나.
아, 나의 어린 연인들이여.
나는 그대들을 미워하노라.
그대들의 못생긴 유방을
고뇌의 숨결로 뒤덮어버려라!
나의 감상의 해묵은 항아리일랑
짓밟아버려라!
자!-이 순간
나를 위하여 무희가 되어다오!
그대들의 견골은 탈구한다.
오, 나의 연인들이여!
다리를 절름거렸던 그대의 허리의
별도, 함께 궤도를 선회하라.
내가 시를 만들었던 것도
이 양의 어깨뼈들을 위해서 였던가!
나는 일찍이 사랑했었노라고 말하면서,
그대들의 허리를 부셔버리고 싶었는니라!
잘못 쓴 별들의, 따분한 무리여
하늘 구석구석까지 가득히 뿌려놓으라!
-천박스런 배려에서 끌려갔건ㅁ나,
그대들은 산산이 흩어져서 신이 되도록 하라!
둥근 달무리가 져서
한층 더 휘영청 밝은 달빛이여
장화여 장화를 서로 부딪치도록 하라.
나의 못생긴 처녀들이여!
어리석은 일들 / Conneries
Ⅰ. 젊은 폭음 폭식가 / Jeune goinfre
줄무늬가 있는 모자
음경은 상아로 만들어지고,
의상은
칠흑,
폴(Paul)은 노린다.
찬장을.
혀 모양의 것을
배 모양의 것에로
던진다.
자아, 시작된다.
마법의 막대기와
들뜬 소동이.
A. R.
Ⅱ. 파리 / Paris
알 고디요, 강비에,
가로포, 볼프- 프레이에르,
-오오, 로비네! - 무니에,
-오오, 그리스도! - 르페르드리엘!
캉크, 자콥, 봉보네르!
베이오, 트로망 오지에
지르, 망데스, 마뉘엘,
기드 고냉! - 갖가지 은총을
담은 바구니여! 레리세(L'Herisse)
유성 왁스!
낡은 빵, 정력이 넘치는!
장님들! - 그로부터는 누가 알까? -
순경들, 자가용의
양갱수! - 우리는 기독교도여야 한다!
A. R.
Ⅲ. 술취한 마부 / Cocher ivre
불결한 사내가
마신다.
나전이
본다.
용서하지 않는
율법
합승마차가
전복한다!
여자가
굴러 떨어진다.
허리에서
피가 나온다.
- 자아, 고함치라!
불평을 터뜨리라.
A.R.
여름의 밤마다, 진열창(陳列窓)의 불타는 눈에는... / Les soirs d'ete...
여름의 밤마다 진열창의 불타는 눈에 응시되어
정기(精氣)가 어스름한 울타리 밑에서 겁에 질려 떨 때,
키다리 마로니에 뿌리에서 흩어져 펼쳐질 때,
운집한 사람들 속에서, 쾌활한 사람이나 나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서,
짧은 파이프를 피우는 사람들에게서, 시가에 입맞춤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내가 어슬렁 잘못 들어선, 절반이 돌로 되어 있는 협소한 정자에서,
- 그 위 쪽에서는 이브레드 Ibled의 광고가 붉게 빛나고 있다. -
나는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윽고 겨울이 인간의 물결을 가라앉히면서,
소리내어 흐르는 깨끗한 가는 물줄기를 얼어붙게 할 것이라고.
- 그리고 살을 에는 북풍이 행복한 영감 하나 남겨 두어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프랑소와 코페
A. 랭보
저주받은 소천사
A.랭보
흡사 일요일 밤인 듯
푸르스름한 지붕과 흰 문어귀가 이어져 있다.
변두리엔 소리 하나 없이
<길>이 희뿌옇게 이어져 있다. 그리고 지금은 밤이다.
<길>에는 이상한 집들이 늘어서 있다.
그 천창을 '천사'같은 덧문이 뒤덮고 있다.
그런데 마차를 피하기 위한 경계석 쪽으로 저걸 좀 봐.
기분 나쁜 듯이 몸을 후들후들 떨면서 뛰어 달려오는군.
검은 못브의 소천사가 비틀거리는 발로 걸어간다.
대추를 너무 많이 먹은 탓인 것이다.
천사는 똥을 쌌다. 그리고 사라져 갔다.
그런데 그가 남긴 저주스러운 똥은
휴게중인 거룩한 달빛 아래서는 검붉은 피가,
작은 오수 구덩이를 만든 것같이 보일 뿐이다.
이를 잡는 여인들
불긋불긋한 고통으로 가득한 아이의 이마가 불분명한 꿈들을 꾸며 기어다니는 하얀무리를 고통스러워 할때면, 아이의 침대 곁으로 매력적인 두누이가 다가온다. 반짝이는 손톱에 여린 손가락들을 하고, 그녀들은 활짝 열린 십자형 창앞, 어지러히 핀 꽃들을 어루만지는 푸른 대기가 스며드는 곳에 아이를 앉히고, 이슬에 젖는 숱 많은 머리카락 속을 가느다란, 무섭고도 매혹적인 손가락으로 훑어나간다. 아이는 누이들의 조심스러운 숨결을 진홍빛 수액의 향기를 길게 풍기며, 입맞춤의 욕망으로 입술에 침을 축일때 간간이 휘파람 같은 소리에 끊어지는 숨결을. 향기로운 침묵속에서 아이가 누이들의 검은 속눈썹이 떠는 소리를 들으며, 얼얼히 무감각해 있는 동안에, 전기를 띤 부드러운 손가락들은 당당한 손톱으로 튀서 작은 이들을 죽인다. <나른함>의 취기가 아이의 머리에 올라 알아들을 수 없는 하모니커 한숨이 새어나오고, 아이는 느린 애무의 손길에 따라 울고픈 마음이 줄곧 일었다가 가라앉는 것을 느낀다.
어린 학생의 꿈
A.랭보
때는 봄이었다. 로마에서는 오르비우스가 몸을 조금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병상에 누워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었던 무렵이었노라. 인정 사정 없는 교장의 무기도 이젠 반쯤 느슨해져서,
찰싹 때리는 그 울림도 이젠 내 귀에 들리지 않노라.
징벌의 가죽 주걱도 줄곧 고통을 받을 내 손발을 더 괴롭히는 일은 없게 되었노라.
나는 이 기회를 포착하여 화사하게 웃을 수 잇는 전원에 도착했노라.
일체를 잊어버리고 있었노라..... 공부는 이미 멀어지고 걱정거리도 없어 졌으니,
부드러운 갖가지 유열은 지친 내 정신을 되살아나게 해주었노라.
내 마음은 말할 수 없는 충족감에 채워지고,
무미건조한 학교도, 또 매력없는 교사도 잊고 있었ㄴ롸.
나는 머나먼 들판을 바라보고, 봄의 대지의 한가로운 갖가지 기적을 바라보니 기쁨은 깊었노라.
이런 내가 찾은 건 전원의 소요 뿐은 아니었노라.
나의 작은 심장은 더더욱 높은 것을 바라는 갈망에 부풀어 있었노라.
어떤 거룩한 심령이 나의 앙양된 감관에 날개를 주었는데 나는 알지 못하지만,
내 눈은 관상에 짓눌려 침묵을 지킨 채 휘황한 광경을 응시하고 있었노라.
내 가슴에 스며드는 것은 부드러운 전원에의 애석.
그것은 흡사 저 마그네시아 자석이,
남 모르는 힘으로써 끌어당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갈고랑이로써
소리도 없이 옭아매어놓지 않는 철의 고리와도 같이,
그러나 나는 정처 없는 긴 여로에 손발이 지쳐버렸으니,
어느 풀빛 강변에 드러누워 그 물줄기가 일
으키는
희미한 중얼거림을 듣는 중에 꾸벅꾸벅 졸았노라. 새소리의 즐거운 노래, 서풍의 숨결에
몸이 흔들리며 게으름에 잠겨 있었노라.
이때 유난히 하늘 높이 보이는 골짜기를 따라 비둘기떼가 나타났도다.
그 흰무리는 비너스가 키프로스의 동산에서 따낸,
그 향그런 화관을 뿌리째 물고 있었노라.
비둘기떼는 조용히 날아 내려와 내가 드러누워 있는
잔디밭 위에 내려서서 내 주변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내 머리를 둘러싸고 내 두 손을 굵은 줄로 묶었도다.
그리하여 내 관자놀이를 향기 높은 도금양의 작은 나뭇가지로써 장식하고,
그런데 가볍게 주리 집 마냥 나를 공중에 납치해 가버렸노라.... 비둘기 떼는 높은 하늘의 꿈 사이를 날아가,
장미의 잎 덤불 속에 묻혀서 꾸벅꾸벅 줄곧 졸고 있는 나를 실어갔노라.
바람은,
그 숨결로써 천천히 흔들리는 내 잠자리를 애무했도다.
비둘기떼는 저들이 태어난 고향에 이르자, 곧 신속한 비상으로써,
높은 산기슭인 허공에 걸린 작은 둥우리를 틀림없이 내려섰을 것으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잠이 깬 나를 그곳에 두고, 얼마 후 날아가 버렸다.
아아, 기분좋은 작은 새들의 동우리여! 반짝이는 티없는 빛은
내 어깨 둘레에 펼쳐지고, 내 몸은 그 거룩한 빛으로써 치장되었노라.
그 빛은 그림자가 섞이어서 우리들의 눈이 흐려지게 하는 종류의 암울한 빛과는 아예 다른 것이로다.
그 천상의 원질에는 지상의
빛이 한 가락도 없어라!
왠지는 모르되 천계의 신성함이 내 가슴속에 스며들어,
넘쳐오는 큰 물결이 흡사 몸 속을 흘러 도는 듯싶구나.
오래 가 있지도 않고 비둘기떼는 돌아왔노라. 부리마다에
하마의 떨리는 현을 켜며 즐긴 그 옛날의 아폴론이 쓰고 있었던 것과도 매우 흡사한,
월계수로 짜서 만든 관을 물고 있구나.
그런데 비둘기들이 그 월계수관을 내 이마에 씌우자
바로 그때, 천공이 나를 향해 열리어 깜짝 놀란 내 눈에,
홀연 황금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가는 포이보스의 모습이 나타났도다.
포이보스는 그 거룩한 손으로 하프의 발목을 나에게 내밀며 내 머리에 천상의 불길로써 이렇게 적었도다.
"그대는 언젠가 시인이 되리라"하고...... 그때 내 손발엔,
이상한 열기가 스며오지 않는가. 그리하여 해맑은 수저의 광휘를 담은 투명한 샘은 태양의 빛을 받아 불타오르는구나.
그때 비둘기떼도 조금 전까지의 모습을 버렸도다.
미신의 합창대가 나타나 그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하고,
그 부드러운 팔로 우리들을 안아 올려 우리들을 공중에로 떠받쳐주면서,
세 번이나 아까 그 예언을 되풀이하고, 세번이나 월계수관을 씌워주는 그나.
1868년 11월 6일
최초의 성체배령
A.랭보
1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마을의 사원에서,
기둥이 때를 묻혀 더럽히고 있는 15명의 원숭이 같은 어린아이들이
신에 대해서 시끄럽게 수다를 떨고,
신발소리가 웅성거리는 야릇한 어둠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러나 태양은 숲을 뚫고, 불규칙한 그림이 들어 있는
유리창 색유리의 낡은 색채를 다시 선명하게 떠올리고 있다.
돌은, 어머니인 대지를 항상 잊지 않는다.
그대들은 소맥의 무르익은 이삭 근처에서, 서로엉켜 있는 장미나무와,
뽕나무의 검은 관절 매듭이, 바라보는 눈동자도 푸릇푸릇
물들이게 되는 푸르른 관목에 뒤덮인 황토색 오솔길을 걸어가면서,
엄숙하게 몸을 떠는, 발정하는 시골에
흙투성이가 된 돌무더기의 산더미를 보게 되리라.
몇백 년 동안이나, 남빛 물과 응고된 우윳빛 벽도료를 가지고
사람은 멋진 헛간을 만들었다. 만일 성모상이나, 벌거벗겨진
그리스도 상을 안치하기에는 이상야릇한 신비스렁무이 모자란다고 할지라도,
파리는 그곳을 좋은 숙소나, 좋은 외양간으로 생각하고,
햇살이 내리쬐이는 마룻바닥 위의 흘러내린 밀랍을 배불리 먹었으리라.
특히, 어린아이는 얌전히 집에 있어야만 할 것이다.
가족은, 소박한 충고와 따분하기 짝이 없는 일에 힘쓰고,
그리스도의 사제의 권세 있는 손가락에 닿아서,
그들의 몸이 간지로워지는 것도 잊어버리고 나선다.
그 사람들은 시커멓게 햇볕에 탄 이마를 더욱 햇볕에 태우고 싶은 탓인지.
관목숲으로 그늘진 정자를, 사제들에게 헌납해버렸노라.
최초의 흑의, 성스런 빵이 내려지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
나폴레옹이나 '작은 북'의 치하에서,
요셉과 마르타 등이 끝없는 사랑으로 혓바닥을 숨차게 하는 금빛 찬란함이여,
그리고 이 지혜의 잘엔 두 장의 카드가,
인연이 있어 결합되어, 한 장이 된다는 날이로다.
단 한 번의 감미로운 추억, 대축하의 날로서 그 날은 두 사람에게 남으리라.
언제나 딸들은 교회에 가고 싶어 한다. 미사와 만도가 끝난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이 아가씨와 저 아가씨들을
품평하는 소리를 듣는 것이 즐거움이었다. 그 젊은이들은 주둔부대의
복장이 아주 세련되게 어울리는 사내들. 그들은 카페에 떼지어
당구를 하다가, 공을 홀에 넣으면서 거칠은 노래를 큰 목소리로
외쳐대지만, 중요한 집안일 따위는 아예 무시해버린다.
그때 사제님은 어린아이들을 위하여,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저녁기도에 할 말을 구상한다. 멀리서 콧소리로
들려오는 가득 찬 댄스곡을 듣노라면, 천상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혼을 빼앗아가는 다리의 발가락과, 한번 보기만 하면
눈을 뗄 수 없는 장딴지를 상상 속에서 느끼지 않을 수 없었노라.
-이윽고 밤은 찾아오리니, 금빛으로 물드는 저녁 하늘로, 검은 해적선은 밧줄을 풀고 출항한다.
2
사제님은 교리문답 중에,
시내의 조합원과 부자들 사이에서,
가엾은 눈매를 가진, 누런 얼굴빛의 낯설은 한 처녀를 발견했다.
"양친들은 아마도, 가난하고 정직한 문지기 부부였으리라.
'대축제의 날'에, 교리문답 중에 발견했던 이마 위로,
신은 반드시 성수반으로부터 눈을 내리게 하시리라."
3
대축제의 날의 전날에, 아이는 병이 났도다.
불길한 웅성거림으로 가득 찬, 훨씬 더 드높은 사원 속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것보다는 침대가 차라리 견딜 수 있었다.
다시 되돌아온 초인적인 추위로다.-"자, 나는 죽으련다"
그리하여 날아갈 듯이 그 아이는 당혹한 누이에게 달려가고 싶은 그리움이 있었노라.
누이는, 기진맥진하여, 동생의 가슴 위에 손을 얹고,
천사들과, 예수님과, 특히 성모 마리아를 곰곰히 생각하고,
그녀의 영혼은 고요히 모든 승리자들을 마셔버렸노라.
주여!...... 이 라틴어의 어미 가운데서는 녹색 물결무늬의 하늘이
주홍빛으로 성자들의 이마를 물들이고,
하늘의 성스런 군중들의 맑은 가슴에 피가 묻은
눈처럼 커다란 린넨천이 태양 위에 떨어진다.
현재와 미래의 처녀성을 위하여
그녀는 속죄의 상쾌한 맛을 씹는다.
그러나 물 속에 피어나는 백합보다도, 혹은 또 잼보다도,
그대의 용서는 차가웠노라. 오 시온의 여왕이여!
4
-그리하여, 책에 있어서의 성처녀는 아무런 소용없는 것이 되고 말았도다.
신비로운 비약도 이따금 좌절해버리는 일도 있나니......
그 뒤에는 권태가 있을 따름이로다.
낡은 나무와 천박스러운 장식들이 상기시켜주는 것은,
하잘 것 없는 상상뿐이로다!
생각지 않았던 음탕한 호기심이,
예수님이 자신을 감추시는 린넨천이라든가,
천상의 속옷 둘레를 뜻하지 않게 알아차리게 되었으므로,
창백해진 순결한 마음은 소스라치게 놀라버린 것이리라.
그녀의 마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로움으로 하여금 산산이 부서지고,
천상의 은혜의 빛이 조금이라도 더 길어지도록 바라면서
숨 죽인 절규로 베개 위에 얼굴을 묻는다.
그리고 군침이 흘렀다....... 그리하여 집과 뜰에는 밤의 어둠이 가득히 차고 넘쳤다.
여전히 어린아이는 중태 였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따.
허리를 굽히고, 한손으로 푸른 커튼을 열어재치고, 시트 밑에 있는 불처럼 뜨거운 그의 배와 가슴이 있는 곳으로,
신선한 공기를 조금이라도 더 보내주려고 애쓰는 것이었다.
5
한밤중이었다.- 문득 눈을 떴을 때, - 창은 희게 물들어 있었다.
환하게 비쳐진 커튼의 푸른 수면앞에서
맑디 맑은 성일요일의 환상에 마음은 사로잡혀,
그녀는 붉디 붉은 꿈을 꾸었다. 그리고 그녀는 코피를 흘렸다.
그리고 한결같이, 신의 은총이 사랑을 구하면서,
마음을 부드럽게 그리고 깨끗하게 보전하면서, 그녀는
가슴을 들뜨게 하였는가 하면, 또는 좌절하기도 하면서,
신이 계시는 하늘 아래서, 마음은 그렇게 깨달으면서, 그날 밤은 무척 목마른 밤이었노라.
밤새도록, 손으로 만져볼 수도 없는, '성처녀-성모'인 그대여,
젊은 날의 마음의 모든 동요를, 그대의 회색의 침묵으로 압살해버리는 밤이었노라.
살아 있는 피가 통하는 여심은, 남모르게 무언의 반항을 몰아내는,
그날 밤의 그녀의 목마름은 얼마나 격렬한 것이었는가.
살아있는 제물과 작은 신부를 맞아들이고,
별은 손에 양초를 받쳐들고
안마당에 내려 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하얀 유령처럼
상의가 널려 있고, 검은 괴물처럼 지붕이 올려다보이는 안마당이었노라.
6
성스러운 밤을 그녀는 뒷간에서 보냈노라.
양초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지붕의 구멍에서, 흰 빛이 새어들고 있었다.
청동빛 어둠을 향해서, 무모할 정도로 포도 넝쿨은
이웃집 마당으로 뻗어나가서 무너지려 한다.
추녀밑 창은, 새벽녘의 주홍빛 광선이
창유리를 빛나게 하는 안마당에서는, 제일 먼저 밝아졌다.
잿물 냄새나는 포도의 빛은
아직 지난 밤의 잠을 넓히고 있는 벽의 그림자를 좁혀가면서 몰아넣고 있다.
.......................................................
7
불결한 연민과 나른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자는 누구인가?
혐오감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자,
나병이 이미, 그 아름다운 육체를 파먹어버린 다음에도,
신의 심은 세계를 개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자,
아, 터무니없는 바보들이여!
......................................................
8
히스테리의 착란이 한꺼번에 되돌아왔을 때 그녀는,
행복에 겨운 슬픔 밑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괴로움을 간직한 채,
연인이, 백만인의 성모의 아름다움을 꿈꾸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으리라.
"그대는 아시나요? 당신을 죽게 한 것을, 내가 한 짓이라는 것을. 당신의 입술을 닫아준 것도.
당신의 마음.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 모든 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
그리고 나는 병이로다. 찰싹찰싹 차오르는 밤의 조수의 죽음으로 가서,
아, 나는 그 속에서 나를 잠들게 하고 싶구나!"
"나는 매우 젊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는, 나의 입김마저 더럽혀버렸습니다.
나의 목구멍 목젖 있는 데까지, 그는 더러움을 밀어넣고 말았습니다!
양모처럼 숱이 많은 나의 머리털 위에 그대는 입을 맞추어주셨습니다.
나는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습니다...... 아! 그랬습니다. 당신에게 즐거운 일이었으니까요."
"사나이들! 그대가 열애하고 있노라고 생각하는 여인이, 수치스런 공포의 의식 밑에서 스스로를,
가장 괴로움에 가득 찬, 가장 더럽혀진 것으로 생각하다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대에 대한 나의 열정이 모두 과실이라니, 어떻게 그런 일이!"
"나의 최초의 성체배령은, 이것으로 훌륭히 끝났습니다.
그대의 입맞춤-게다가 나는 꿈에도 알 수 없었던 당신의 입술의 맛.
그대가 포옹해 주었던 나의 육체와 마음은, 아직도,
예수의 그 부패했던 입맞춤으로 하여 근질거리고 있습니다!"
9
그리하여, 부패하고, 황폐한 영혼은,
신들의 저주가 쏟아져내리는 것을 느꼈노라.
-영혼들은, 올바른 정열로부터 도피한 후, 죽음을 위하여
비정한 신의 증오 위에 몸을 눕힌다.
그리스도여! 아, 그리스도여. 지칠 줄 모르는 정력적인 대도여.
삼천 년 동안 수치심과 두통으로 여인들의 괴로운 이마를,
대지 위에 못박게 하고, 그리고 뒤집어,
납빛의 생애를 희생시켜버렸던 음험한 신이여.
1871년 7월
무제
<<..70명의 프랑스인들. 나폴레옹 정책파들이여 공화주의자들이여. 92년에 죽은 당신들의 조상들을 생각해 보세요.등등....>>
-폴드 카냑-보나파르 일간지
무제
-구십이삼 년의 주검들/Morts de quatre-vingt douze
A.Rimbaud
1792년과 1793년의 주검들이여
그의 말발굽 아래서 조용하구나
자유의 강한 입맞춤으로 그대들은 창백한
영혼 위에, 휴머니티의 이마 위에
짓누르는 질곡을 부셔 버리시요.
고통 속에서 치해버린 위대한 인간들이여
누더기 옷을 입은 그대들의 심장이 사랑으로 고동치는구나
오래된 주름살 아래 그들을 재생키 위해
오, '사신(死神)'이 씨앗 뿌린 병사들이여, 고귀한 연인이여.
그대들의 피가 모든 더러운 위대함을 씻겼도다.
발미시(市)에서, 플레리 고을에서, 이태리에서 죽은 자들이여,
오, 어둡고 부드러운 눈을 한 수많은 예수들이여,
우리는 그대들을 공화국과 함께 잠들게 두노라
채찍 아래서처럼, 제왕의 밑에서 허리를 굽힌 우리
-카샤낙의 신사들이 우리에게 그대들에 대해 말해 주는구나!
1870년 9월 3일 마자스 감옥에서 작성
저녁기도
A.랭보
나는 앉아 있다, 이발사의 손에 머리를 맡긴 천사처럼,
굵은 홈이 파인 맥주잔을 움켜 쥐고서,
허리와 목을 구부린 채, 오지 파이프를 물고,
촉감할 수 없는 돛들로 부풀어 오른 공기 아래.
낡은 비둘기장 속의 뜨뜻한 배설물들처럼,
내 안의 수많은 꿈들이 부드럽고 뜨거운 자국을 남긴다.
그러면 때로 내 스산한 마음은
녹아흐르는 듯한 어두운 황금 빛으로 붉게 물드는 버드나무와 같다.
그럴 때 나는 조심스레 그 많은 꿈들은 접어두고,
서른 잔이나 마흔 잔쯤 마시고 나서, 몸을 돌려
배설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몸을 추스린다.
서양 삼나무와 히솝나무들에 둘러싸인 주 예수인 양 온화한 마음으로,
나는 갈색 하늘에 대고 아주 높고 멀리 오줌을 갈긴다.
키 큰 해바라기들의 동의를 얻어서.
앉아 있는 사람들
A.랭보
김학준 옮김
종창을 앓아 거무튀튀하고, 곰보 자국에, 눈 주위는 푸르
스름하게 그늘지고,
뭉툭한 손가락들은 대퇴골 근처에서 경련하며,
오래된 벽에 피어 있는 곰팡이 처럼
애매한 심술이 덕지덕지한 앞이마를 하고,
그들은 터무니없는 애정 속에서
의자의 검고 커다란 뼈대에 자신들의 뼈만 남은 괴상한
몸뚱아리를
붙이고 있었다. 아침이고 저녁이고
굽은 창살처럼 마른 다리를 꼬고서.
그 늙은이들은 항상 의자들과 한데 얽혀서,
피부를 스치는 싱그러운 햇살을 느끼거나,
눈 녹는 창밖을 바라보며
두꺼비들처럼 고통스런 전율에 몸을 떤다.
<의자>는 그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있으니, 갈색으로 절은
밀짚은
그들 허리의 각을 따라 부드럽게 한다.
알곡이 익던 밀짚 다발 속에서는
기억 속 태양의 넋이 가려진 채 빛난다.
그때 <앉아 있는 사람들>은 무릎을 입에까지 끌어올리
고, 서투른 피아니스트들처럼
의자 밑으로 열 손가락을 늘어뜨려 톡톡 소리를 내면서,
자신들 속에서 찰랑거리는 슬픈 뱃노래를 듣는다.
그들의 머리를 사랑스런 흔들림에 내맡기고서.
오, 그들을 일어서게 하지 마라! 그건 낭패다.
얻어맞은 고양이처럼 으르렁거리며, 천천히 견갑골을
펴면서
그들은 몸을 일으킨다, 오, 분노여!
허리를 폄에 따라 바지는 온통 부풀어오르고.
그리고 당신은 그들의 벗겨진 머리들이 어두운 벽을
들이받고,
꼬여진 다리가 서로 부딪고 부딪는 소리를 듣는다.
그들 옷의 단추들은 야수의 눈동자들,
회랑의 구석에서 당신의 눈길을 사로잡는.
게다가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살인적인 손이 있다.
되돌아 오는 그들의 시선에서, 발길에 채인 암캐의 눈에
번지는
어두운 독기가 스며나오면,
당신은 그 끔찍한 동공에 사로잡혀서 진땀을 흘린다.
다시 앉은 그들은, 더러운 소매부리 속에서 주먹을 움켜
쥐고
그들을 일어나게 한 이들을 떠올린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빈약한 턱 밑 목울대를
지치도록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엷은 잠에 고개가 떨구어질 때
그들은 편안한 의자의 팔걸이에 몸을 기대고,
거만한 관리들이나 앉을
안락의자에 대한, 진실되고 애틋한 애정을 꿈꾼다.
잉크빛 꽃들은 잠자리들이 글라디올러스들 위로 날아다니듯
쉼표 모양의 꽃가루를 흩뿌리면서,
꽃받침이 웅크러든 생김을 따라 그들을 흔들어 재운다.
-그러나 그들의 몸을 밀짚 꺼끄러기에 시달리고 있으니!
놀란 아이들
A. 랭보
눈 안개 속, 커다랗게 불밝힌
환기창에 까맣게 달라붙어
동그란 엉덩이 나란히
무릎꿇은 다섯 아니, ----불행이로고!
빵장수가 만드는 묵직한
회색 반죽 휘저어
환한 구멍 속에 집어넣는 억센 흰 팔을
그들은 보고 있다.
맛나는 빵 구워지는 소리 들린다.
빵 장수는 기름진 미소 지으며
옛 노래 한 곡조 뽑고.
쪼그린 채 누구 하나 옴짝 않는다.
바알간 환기창으로 스며 나오는 젖가슴처럼 따스한 훈기.
그 어떤 메디아노슈를 위한 것인지,
먹음직스레 부풀은
빵을 꺼낼때,
연기로 그을린 들보 아래,
향기로운 빵껍질과
귀뚜라미 노래할 때,
----저 따뜻한 구멍에 삶을 부풀리누나----
아이들 넋을 잃고 바라본다.
누더기 걸치고서.
아이들은 부자가 된 듯한 느낌에 빠진다.
그러나 눈꽃으로 뒤덮힌 가련한 귀염둥이들,
모두 그대로 거기 있을 뿐.
자그맣고 발그레한 낯을 철망에
꼭 붙이고, 그 틈 사이로 무언가
잔뜩 종알거리며,
다시 열린 하늘의 빛을 향하여
게걸스레 기도하다가는,
다시 움츠러든다.
바지를 도려낼듯
셔츠를 짓찢을 뜻
모진 겨울 바람에.
가난한 자의 몽상
아마, 그런 밤이 나를 기다려 주리라.
어느 고도(古都)의 한구석에서 조용히 술잔을 들고,
더욱 즐겁게 죽어갈:
그러니까 난 끈기있게 살아야지!
내 불행이 좀 가셔지고
언젠가 돈이 좀 생기면
북쪽 나라에 가볼까
아니면 포도열매가 풍성한 나라에?
-아아! 몽상하는 건 덧없는 것이지.
그러니까 그것은 순수한 상실이지.
비록 내가 다시 한번
옛날의 여행자가 될지라도
풀빛 여관이 내 앞에 나타나 활짝
맞이해 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수치
A.랭보
느닷없이 그 골통속을
칼로 도려내지 않는 한,
기름지고 희멀건 그 짐짝같은 녀석은
언제나 기분이 새로어지지 않는다.
(아아! 그 녀석의 코. 그 녀석의 입술. 쉬
그리고 배도! 베어버려야 한다.
양쪽 다리도 잘라내버리는 거야!
오오, 굉장하군!)
그러나 말이다. 솔직히 거짓없이 말해서 나는
그 녀석의 목을 잘라내고
그 녀석의 뱃속에 작은 돌을 채워넣어,
오장육부를 불길로 그을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단행하지 않는 한 그 귀찮은 개구쟁이들
어리석은 짐승은
술책과 모반하려는 순간도
멈추지는 않아야 한다.
그리고 몽 로셰의 고양이처럼
여기저기 냄새를 뿌린다!
-하느님! 그 녀석이 죽을 적엔
어떤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 할까요!
그녀는 이집트의 무희인가
A.랭보
그녀는 이집트의 무희인가? 새벽녘에
불꽃처럼 타서 꺼져가버리는 것이 아닐까.
거대한 꽃과 무너지는 도시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 찬란한 공간 앞에서
너무나 아름답구나! 너무나 아름답구나!
-'어부'들과 해적의 노래를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그리고 또한 최후의 가면이
순수한 바다 위에서 밤의 축제를 아직 하고 생각하고 있는 이상!
사슴의 울음소리처럼 들으라
A.랭보
4월 아카시아 나무 곁에서
사슴의 울음소리처럼
완두콩 녹색띈 노젓는
소리를 들으라.
깨끗한 그 향기 속에서
달(phoebe)을 향해!
그대는 옛 성자 머리가
흔들리는 것을 보는구나.
맑은 짚더미에서, 갑에서
아름다운 지붕에서부터 멀리
이 사랑하는 옛 성자는
음험한 미약을 원하는데......
그런데 평일도,
천체도 아닌
이 밤의 작용이 발산하는
애수만이 있구나.
그럼에도 그들은 그대로 머문다.
-시실리 섬, 독일에
바로 창백하고
슬픈 이 안개 속에 있는
새 살림
A.랭보
방은 짙은 풀빛 하늘에 활짝 열려 있었다.
발을 들여놓을 자리도 없을 만큼 긴 함과 상자들!
벽 저편에 유령들의 잇몸을 떨게 하는
클로버가 가득히 펼쳐 있다.
낭비와 황폐한 듯한 무질서는
천재들의 간계이던가!
오디열매 가져다주는 아프리카의 요정이다.
그리고 어느 구석에도 그물을.
불만족스런 대모들이 벽면에 여린 빛이 비치는 부엌에,
여럿이 들어와서
거기에 머무는구나! 집은 약간 이상하게
비어 있고, 엉망이다.
돌아온 남편은 자신이 없는 동안
내내 속고 있는 기분을 느낀다.
엉큼한 물의 정령조차
잠자리 언저리까지 바오항한다.
밤이 되면 오오! 밀월이
그들의 미소를 띠고
구리로 만들어진 가는 띠로 하늘을 눈가림한다.
-밤 미사를 드린 뒤에 총 한 방처럼
창백하고 미친 듯한 불이 비치지 않았더라면
-오오, 베들레헴의 거룩한 희뿌연 환영이여,
그들 창문의 푸르름은 차라리
매혹하였을 텐데!
1872.6.27.
금의 시대
A.랭보
언제나 천사같은
어떤 자의 목소리가
-나를 보살펴주며,-
엄숙하게 선언하는 것이다.
나뭇가지 잎 속을 헤집고 들어간
무수한 질문의
도취와 광증의
깊이에 잘못 들어가게 한다.
그토록 즐겁고 이토록 손쉬운
기교(곡예)를 배웠다.
그것도 파도이며 꽃들이다.
그리고 친근한 가족들이다!
그러고 나서 어떤 목소리가
-천사같은 목소리인!-
나를 보살피며
엄숙하게 선언하는 것이다.
한숨을 곁들이며
그때 노래한다.
불타고 격렬한
독일식 가락으로.
이 세상은 결점투성이다.
뭐라고. 놀랐다구.
아무렴 좋다. 살아야 한다.
불확실한 불운 따위는 불에 던져넣는 거야.
오오! 아름다운 성(城)
그대 인생은 투명하구나!
우리들의 위대한 형제인
귀족적인 '대자연'이여.
언제부터 그대는 있었는가!
나도 또한 노래한다.
무수한 자매들이여!
아주 공개적인 목소리는 아니지만
얌전한 영광으로
내 곁으로 다가와주어요......
1872.6.
5월의 군기
A. 랭보
흔들려 바스락거리는 보리수 나뭇잎 그늘에,
사슴을 쫓는 각적소리는 아득히 멀어진다.
그러나 까치밥나무 숲속에서 영혼의 노랫소리가
바람에 흩나린다.
내 피도 혈관 속을 줄달음친다.
여기에는 또 뒤얽히는 포도덩쿨.
하늘은 천사처럼 이쁘고
창공과 파도는 서로 공감한다.
나가자꾸나. 비록 빛이 나를 축복한다 해도
나는 이끼 위에서 죽으리라.
인내하는 일, 지긋지긋한 일.
그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다. 쳇! 얼마나 부질없는 걱정인가!
그 드라마틱한 여름이 행운의 수레에
나를 비끌어 매어주기를 바란다.
오오, '자연'이여, 그대 손에 되도록 많이 안겨서
-아아! 덜 외롭고, 덜 가치없이! -죽으리라.
웃기는 일이지만 목동들까지도
세상 사람들에 의해 거의 죽어가다니!
계절이 진정 나를 마멸시키기를 바라노라.
오오, 그대, '자연'이여, 나는 나를 그대에게 되돌려준다.
내 배고픔도, 갈증도 모두 함께
그런데 그대 원한다면 먹고 마시게 해주리라.
착각을 일으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태양에게도 어버이들에게도 그것은 웃음거리지만
그러나 나에겐 진지한 말이다.
이 몸의 불운이여 자유스럽게 되거라.
1872.5.
카시의 강
A.랭보
카시 강은 남모르게 흐른다.
기묘한 음악과 함께
진실로 수많은 까마귀 소리가 강을 따르고,
천사같은 다정한 목소리로
전나무의 큰 동요와 더불어
끊임없는 바람에 흔들리면서
모든 것은 흐른다. 옛 시골 사람의
차마 볼 수 없는 신비와 더불어
사람이 찾아가는 망루의 유명한 공원
강안에 서서 우리는 듣는다.
방랑하는 기사들의 식은 정열
그러나 바람은 얼마나 상쾌한가!
걷는 자는 이 조망을 보며
마음이 단련되어가는 것이다.
성주님이 보내준 숲의 군인,
살랑하고 상냥한 까마귀들
오래도니 나무토막으로 건배하는
교활한 농부들을 여기서 멀리하시오.
1872.5.
눈물
A.랭보
새들과 양떼, 마을 처녀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정다운 개암나무 숲에 쌓인 히드 황야에서 무릎 꿇고
훈훈한 초록색 오후의 안개 속에서
나는 술을 마셨다.
이 어린 와즈강에서 내 무엇을 마실 수 있었으리?
소리 없는 느릅나무, 꽃 없는 잔디, 흐린 하늘이여!
토란색 호리병에 따라 마시는 술은
맛도 없는 이 노란색 술은 땀이 될 뿐.
이처럼 나는 주막의 역겨운 선전간판이 되었네.
이윽고 저녁에 폭풍우가 하늘을 바꾸었고
그리고 사방은 호수와 말뚝과 창백한 밤하늘에 늘어선 주랑
강나루가 어두운 나라가 된다.
숲의 물은 순수한 모래에 스며들고
하늘에서, 바람은 늪에 유빙을 던졌다.
그런데 나는 황금과 진주의 채취자처럼
마시는 고뇌는 없었노라고 큰소리쳤던 것이다.
1872.5.
목신의 머리/Tete de faune
A.랭보
녹색바탕에 금으로 얼룩지게 한 보석함, 수풀의 잎그늘로부터
입맞추고 나서 좋은 장소, 꽃들을 잔뜩 달고,
줄곧 흔들리기만 하는 수풀의 잎그늘로부터
정교한 자수물을 기운차게 찢고,
망설이는듯한 목신의 머리가 불쑥 나타나면서, 두 개의 눈을 굴리면서,
진홍빛 꽃을 닥치는 대로 하얀 이빨 밑에서 물어뜯었다.
해묵은 술인양 다갈색으로 빛나는 그 입술이
숱한 나뭇가지 밑에서 크게 웃어댔다.
이윽고 다람쥐의 재빠름으로 몸을 감추어 버렸으나,
그 웃음드은 나뭇잎마다 남아서 떨고 있었다.
피리새가 날아간 다음 놀라버린,
황금의 입맞춤의 숲은 이따금씩 깊은 생각에 잠기곤 했다.
먼 옛날 동물들은../Les anciens animaux..
A.랭보
먼 옛날의 동물들은, 질주하고 있을 때조차도 힘차게 내밀고 있었던 것이다.
피가 묻고 오믈에 뒤범벅이 된 그 귀두 부분을.
우리들의 조상도 칼집 모양의 봉투에 넣고 자루 모야의 꼬리를 끼워 장식하여,
자기들의 육체의 그 부분을 자뭇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중세에서는 천사건 창녀건 무릇 여자에겐,
고형물처럼 빈틈없이 차림새를 갖춘 건장한 남자가 없어서는 안되었던 것이다.
크레베르 같은 남자조차도 미상불 거짓말을 하고 있을 테지만,
그 퀴로트의 모양을 보면 쓸모가 없었을 리는 없엇던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랍시고 뽐내 봐야 결국은 포유동물임에 변함은 없다.
동물들의 그쪽 부분이 거대한데 대해서는 놀라는 쪽이 우스운 것이다.
그러나 불모의 시각을 알리는 종이 울려 퍼지자 말도,
황소도 자기 자신의 정욕의 불길을 짓눌려 버렸다. 이젠 누구 하나 우스꽝스러움을 좋아하는 소년소녀들이 어슬렁거리는 이곳 저곳의 나무숲에,
자기 자신의 생식력의 오만을 자랑스레 내세우려 하려고는 하지 않을리라.
겨울을 위한 꿈/Reve pour l'hiver
A.랭보
겨울이 되면, 둘이 함께, 장미빛 열차의
좌석이 푸른색 쿠션에 파묻혀서 떠나갑시다.
참으로 상쾌한 기분이 될 것입니다. 푹신하기 그지없는 어느 구석
광적인 입맞춤의 보금자리로 변해버리리라.
스쳐지나가는 창밖, 서글픈 저녁 경치의 찡그린 얼굴을 보지않기 위하여,
그대는 살며시 눈을 감아버리는 것이 좋으리라.
잔인무도한 인간과 늑대들의 불쾌한 모임.
밖에는 검은 악마와 검은 야수들이 있을 뿐이로다.
이윽고 그대는 알아차리게 되리라. 뺨이 쑤셔옴을.
미쳐버린 거미처럼, 입맞춤이
그대의 목덜미를 줄달음치고 있으리라...
그리하여, 그대는 약간 고개를 갸우뚱한 채로 나에게 말한 것이다.
찾아보세요! 하고.
- 이윽고 두 사람은 아주 침악하게, 이 동물을 찾게 되리라.
- 아무 곳이나 출몰하는 이 작은 동물, 입맞춤을.
기차속에서, 1870년 10월 7일
영원
A.랭보
그것을 되찾았도다!
무엇을? -영원을.
그것은 태양과 섞인
바다.
파수의 영혼(靈魂)
그토록 무가치한 밤과
불길 속 낮의
기원을 드리기로 하자.
인간다운 기도와
평범한 충동으로
거기서 그대는 벗어나
어디론가 날아가버린다......
사틴의 불잉걸이여,
그대의 유일한 열정으로부터
'마침내'라고 말하지도 않고
의무는 다 타버리는구나.
거기엔 희망도
영광도 없는데
인내력이 강한 면학
그러나 형벌은 틀림없다.
그것을 되찾았네.
무엇을 말인가? 영원이라는 것
그것은 태양과 함께 가는
바다.
1872년 5월
사랑의 사막
a.랭보
그 집은 물론 같은 농촌의, 내 부모님의 동일한 전원의 집이다. 그 방문의 위쪽에 무기와 사자들과 더불어 다갈색의 양들로 장식되어 있다.
저녁식사 때는 양초와 포도주 그리고 전원의 나무판자들이 있는 접실이 하나 있다. 식탁은 아주 크고, 하녀들도있구나! 내 기억에 떠오를 저도로 그녀들은 여러 명이다. 거기에는 그들중에 내 옛 친구들 중의 한사람도 있었는데,그는 목사였으며, 지금은 사제복을 걸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것은 좀더 자유스럽기 위함이었다. 노란 종이가 붙여진 창유리가 있는 자줏빛 그의 방이 기억난다. 그리고 대양에서 적셔진 숨겨놓은 그의 책들도!
나, 나는 이 시골의 방구석에 한없이 버려졌었다. 응접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손님들 앞에서 내 흙투성이 옷을 말리며, 부엌에서 책을 읽으면서, 아침 우유와 지난 암흑의 시대에 대해 말하며 극도로 감동하였다. 나는 굉장히 어두운 방이 있었다. 나는 그녀가 강아지였다고 말해도 좋을 성 싶다. 하긴 그녀가 아름답다고 나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모성적 고귀함을 갖추고있다 할지라도, 즉 순결하고 따뜻한 마음씨도 알 수 있었고, 굉장히 매력적이었었다.
그녀는 내 팔을 꼬집었다. 그녀의 팔을 상기해낸 까닭은 아니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파고들어 가면서 필사적으로 다가가는 조그마한 물결처럼, 내 입에 붙잡았던 그녀의 입도 아니다. 나는 어두운 구석에 있는 돛무늬가 있는 쿠션이랑 돛천이 들어있는 바구니 속에서 그녀를 넘어뜨렸다. 나는 흰 레이스가 있는 그녀의 바지 외에는 기억나는 것이 없다. -그 후로는, 오 오! 절망의 극치다. 칸막이 벽은 윙윙소리가 나고 나무밑이 어둠이 되었다. 나는 그 밤이라고 하는 애욕에 가득 찬 깊은 슬픔속에 빠져버렸었다.
◇
이번에 내가 그 도시에서 만난 그여자이다. 나는 그녀에게 이야기를 걸고 그녀도 내게 야기한다.
나는 불빛도 없는 방에 있었다. 그녀가 내 집에 있다고 누군가 말하러 왔었다. 그래서 돌아가보니 그녀는 맘대로 해주오, 하는 표저으로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난 굉장히 당황했었다. 그 집은 하숙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으로 나는 궁지에 빠져버렸다. 나는 누더기를 걸치고있었고 그런데 그녀는 몸을 맡기러온 사교계의 부인이었다. 아무래도 그녀에게는 나가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녀를 붙잡았고 그리고 완전히 벗은 그녀를 침대바깥으로 밀어버렸다. 그리고 형언할 수없는 나의 나약함 속에서 나는 그녀를 덮쳤고 빛살도 없는 양탄자 사이를 그녀와 기어다녔다. 그 집의 램프는 옆방들을 하나하나 붉게 물들였다. 바로 그때 그녀가 사라졌다. 나는 신(神)조차도 결코 요구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눈물을 쏟아부었다.
나는 끝없이 그도시 속으로 들어갔따. 청각을 잃은 밤 행복의 도피 속에 빠져버린, 오오 피곤함이여! 그것은 마치 분명코 세계를 질식시켜버릴 눈 내리는 겨울밤과 같은 것이었따. 나는 친구에게 그녀가 어디 있느냐고, 소리질렀다. 그들은 거짓말로 대답했다. 나는 그녀가 매일 저녁 가는 창문 앞에 있었다. 나는 슬픔에 잠겨 정원속을 달리고 있었다. 누군가 나를 떼밀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소리내어 울고 있었다. 결국 나는 먼지가 가득 찬 어떤 장소로 내려왔고 건축물의 난간 위에 앉았다. 나는 오늘 저녁과 함께 내 몸의 모든 눈물들을 다 쏟아붓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러나 언제나 기진맥진해져 버렸다.
그녀는 매일매일의 삶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호의적 표현인 거동이 또 한 번 생기려면, 별을 하나 만드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이번만은 정말로 내게 와주리라고 예상 못한 이 '멋있는 여자 l'adorable'는 -나는 모든 세계의 어린이들보다 훨씬 더 많이 울었다.
천사와 아이들/L'ange et l'infant
A.랭보
어느새 이미 새해도 그 최초의 하루가 끝나 버렸네.
아이들에겐 정말 즐거운 날. 오래 기다리고 기다려지는 날.
그러나 이내 잊어버리게 되는 날.
흐뭇한 숙면의 잠자리에 묻혀,
졸고 잇는 어린이는 말도 안하네. 그가 자는 곳은
깃털로 만든 요람 속. 손가락을 빠는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는 바로 옆의 잠자리 위. 어린이는 이미 그걸 되새겨 보고서는 즐거운 꿈에 잠기는 구나.
어머니로부터 세배돈을 받은 뒤에 천국에 사는 자에게서 선물이 온다.
어린이의 입은 미소를 지으며 반쯤 벌어졌네. 반쯤 열린 그 입술도 하느님을 향해 호소하는 듯. 이젠 그 머리맡 가까이에 천사 한 사람이 서 있어, 어린이 위에 몸을 굽혔노라. 천사도 순결한 마음의 은밀한 중얼거림에 귀를 기울이는 구나. 천사도 그 자신을 닮은 모습에 마음이 끌려,
어린이의 깨끗한 얼굴을 살펴보는구나. 천사가 찬탄하며 반한 듯이 보고 잇는 것은,
이 해맑은 이마의 기쁨. 이 영혼에 떠올라 있는 기쁨.
남쪽 바람에 여태 접해 보지 못한 이 꽃이어라.
"나를 많이 닮은 아이여, 어서 오라. 나와 함께 천상에 올라가, 하느님이 계신 집에 들어가라.
잠 속에 그대가 본 그 궁전 안에서 살라.
그대야말로 그 궁전에 어울리는 자구나. 대지여, 이 하늘의 아이를 어찌하여 붙들어 두려 하는가!
지상에서는 누구 하나 믿을 만한 자는 없도다. 인간들은 진정으로
행복을 사랑하는 일을 하지 않노라. 저 꽃의 향기에서도,
어쩐지 쓴 것이 풍겨오를 뿐. 설레는 사람의 마음이 아는 것도,
구슬픈 기쁨일 뿐. 그늘이 없는 기쁨을
즐기는 일도 또한 없고, 모호한 웃음 속에 눈물만 반짝인다.
무엇 때문일까? 그대의 그 순결한 이마도 쓰디쓴 인생 탓으로 퇴색하는 것일까.
고달픈 괴로움은 그대의 그 푸른 눈을 눈물로써 더럽히는가.
사이프러스의 어두운 그림자가 그대 얼굴의 그 장미빛을 몰아내는가?
아냐, 아니지. 그대는 나와 함께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지어다.
그대는 하늘에 사는 자들의 합창에 맞춰 노래할지어다.
그대는 지상에 남은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불안에 마음을 쓸지어다.
어서 오라. 그대는 이 이승에 매어 둔 끈을 이제야말로 하느님은 끊어 버리셨노라.
다만 바라건대 그대의 어머니가 상복을 입은 베일로 얼굴을 가리우지 말기를,
다만 바라건대 그 요람을 볼 때와 다른 눈으로 그대의 관을 보는 일이 없기를.
구슬프게 눈살을 찌푸리지 말지어다. 그대의 장례 때에도 그 얼굴이 어두어지지 말지어다. 그보다도 한아름 넘치게 안은 백합꽃을 바칠지어다.
순결한 자의 그 마지막 날이야말로 항상 가장 아름답게 장식되어야 하겠기 때문이노라."
말을 끝내자 천사는 그 날개를 살며시 붉은 입에 가까이 대었노라.
걱정하지도 않은 채 어린이를 배어 내었도다. 배어내어진
어린이의 영혼을 날개에 싣고 자뭇 조용히 날개를 퍼덕이면서,
신의 나라로 실어가 버렸노라... 이제 요람에 남은 것은,
창백해져 버린 오체일뿐, 지금도 여전히 그 아름다움이 남아 있으되,
삶의 숨결은 이미 그것들을 기르지 못하게 되었노라. 생명을 주는 일도 없어졌노라.
이 아이는 숨져 버렸도다... 그렇기는 하나 아직껏 입맞춤의 향그런 입 위에는,
숨져가는 웃음이 보이는구나. 그 어머니의 이름이 떠오르는구나.
임종 때 어린이도 설날의 세배돈이 되새겨졌노라.
무겁게 드리워진 어린이의 눈은 마음 편한 잠으로서 감겨졌을까.
그렇기는 하나 이 잠이야말로 새로운 죽음의 자랑스러움이라 말하기보다는,
어째서인지는 모르는 천상의 빛, 이 아이의 얼굴을 둘러싸면서, 이미 지상의 아이가 아니라 천상의 아들임을 입증하는 것과도 흡사하도다.
아아! 어머니는 얼마나 빼앗겨 버린 아이를 한탄하며 눈물을 흘렸을까.
얼마나 귀여운 아이 무덤 위에 뜨거운 눈물을 쏟았던가!
그러나 어머니가 눈을 감고 조용한 잠에 잠길 적마다,
자그마한 천사가 하늘 나라의 장미빛 입구에서 모습을 나탄내어,
사뭇 정겹게 엄마하고 부르며 기쁜 기색을 보는도다.
그제서야 어머니가 미소지어 보이면 자그마한 천사는 하늘로 이끌어져 나와,
눈처럼 하얀 날개를 퍼덕이며 노라고 있는 엄마 주위를 날아 돌다가,
엄마의 입술에 그 신성한 입술을 맞추는구나.
1869년 제 1학기
아르뛰르 랭보
음악을 따라서/A la musique
-샤를르빌 역전 광장
A.랭보
초라한 잔디밭으로 구획된 광장의 주변,
정원수도 화단도, 모든것이 틀에 박혀있는 듯한 가두공원에,
시민들은 모두 무더위로 괴로운 듯 헉헉거리면서, 목요일 저녁이 되면, 각각 질투심 많은 우둔함을 안고 모여든다.
- 공원 한가운데서 군악대는,
피리왈츠를 연주하면서, 화려한 군모를 흔들어댄다.
- 이것을 둘러싼 제일렬 근처는 잘난 체하는 자들의 지정석,
공증인은 성명의 머리 글자가 들어있는 싸구려 장신구가 자랑이다.
코안경을 쓴 금리생활자들은 악대가 변조를 일으킬 때마다 방선을 치는 데 여념이 없고,
뚱뚱한 관청 근무자는 한층 더 비만한 아내를 동반하고 있구나.
그 곁에는 친절한 코끼리 사용인들,
옷단 장식들이 광고 포스터와도 같은 여인들.
은퇴한 향료상인의 클럽인양, 녹색의 베치에서,
손잡이가 달린 스틱으로, 모래를 쑤셔대기도 하고,
정색한 얼굴로 토론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금전 문제에 이르자, "요컨대 말씀이야......"로 낙착되어
디룩디룩 살찐 몸통을 벤치 위에 반듯하게 차지하고 있는
단추가 빛나는 부르조아들, 배가 나온 푸라만인은
여송연 담배를 태우면서 맛본다. 그리고 파이프 담배를 음미하면서 말한다.
- 아시겠소. 이것은 밀수한 극상품입니다.
녹색의 잔디밭 너머에서는 거리의 건달들의 드높은 웃음소리가 들리고,
트럼본의 노래소리에 이끌려서,
점잖은 얼굴로, 장미꽃을 찾아 헤매는 보병들은,
아이를 보는 처녀를 농락해 보려고, 갓난아이를 얼르기 시작한다...
- 그런데, 나로 말하자면, 칠칠치 못한 학생이어서,
푸른 마로니에의 가로수 그늘에서 말괄량이 아가씨들을 찾는다.
상대방도 눈치를 채고, 미소를 지으며 의미심장하게 내게로 눈길을 보낸다.
나는 아무말없이 그저 늘상 바라보기만 한다.
헝클어진 머리 타래로 하여, 한층 더 선명하게 하얗게 드러난 목덜미.
그녀들의 속옷과, 엷은 의상밑으로 나의 시선은 달려가서,
둥근 어깨의 선으로부터, 등 아래로 미끄러져 내린다.
그리고 나의 시선은 또다시 신발에 머물고 양말에까지 다다른다......
- 그리고 나는, 열병처럼 타오르는 아름다운 아가씨들의 알몸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그녀들은 나를 이상한 녀석이라 여겼음인지,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 서로 소근거린다.
- 나는 입술 위에서, 그 아가씨들의 입맞춤의 입술맛을 느낀다.
-1870년 11월 드므니 집(集)에 있는 원고
기억
A. 랭보
1
청명한 물, 그것은 어릴 적 눈물 속 소금 같은 것,
여인네들 희뿌연 몸뚱아리들의 태양으로 치솟는 듯:
떼거리로 뭉친 비단과 순결한 백합, 어떤 때묻지 않은 건
출입 금지 표시가 붙은 벽들 그 아래의 근엄한 깃발들:
깡총거리며 노니는 천사들이: 아니...내닫는 금물결이
풀에 감긴 검고 묵진한, 그리고 특히 신선한 두 팔을 찰랑이네
푸른 하늘을 침대 덮개 삼은 어스름한 물이
언던과 아치더러 커튼 삼아 그늘을 드리워 달라 하네.
2
저런! 축축한 네모꼴은 해맑은 거품들을 튕기네!
물은 희뿌연 황금색으로 찰랑이고 무한한 심연에 펼친 충돌.
녹음이 펼치는 빛바랜 초록 드레스들이
수양버들처럼 하늘거리고, 거기에서 굴레없는 새들이 솟구쳐 오른다.
금화보다도 더 노랗고 다사로운 눈까풀
물의 근심 -그대의 부부의 서약, 오 부인이여!-
덧없는 정오에, 그 흐릿한 거울을 시기하는,
무더운 회색 하늘에 장미빛의 고귀한 친구
3
부인은 일하는 사내들 수영하는 곳 가까이
들판에 너무도 꼿꼿이 서 있네, 작은 양산을
손가락에 움켜쥐고, 산형화를 밟으며, 그녀로서는 너무도 독하게,
만개한 녹음 안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
모로코 붉은 가죽으로된 그드의 책! 애석하도다, 그는 길 위해서
작별하는 수천의 하얀 천사들처럼,
산 저 모퉁이로 멀어져가네! 그녀는, 아주 냉담하고
우울하게 서 있다. 달음박질하네! 사내가 떠나자마자!
4
두텁고 깨끗한 어린 솜털을 지닌 팔의 회한이여!
성자의 마음속에서 4월의 달빛이 읽혀지도다.
이 추악함을 싹트게 하는 8월의 저녁에 휩싸여
늘어나는 강가 작업장의 유희여!
지금 성벽 아래서 그녀가 울고 있도다
숱 많은 눈썹은 미풍에만 깜박이고
후회도 근심도 없는 회색의 상보
움직이지 않는 배 안에서 고통스럽게 일하는 늙은 어부여.
5
오! 이 움직이지 않는 배에서
음울한 물의 이 눈장난을 나는 잡을 수 없도다.
오! 너무도 짧은 팔이여! 어떠한 꽃도, 거기서 나를 괴롭히는
노랑꽃도, 잿빛 물에 떠 있는 연인, 파란 꽃도 나는 잡을 수 없도다.
아! 가지를 흔들고 있는 버드나무 꽃문이여!
이미 오래 전에 꺾여 있는 분홍빛 갈대들이여!
오, 움직이지 않는 내 배여:
그리고 가없는 이 물의 눈 속에
팽팽하게 당겨진 그의 쇠사슬이 무슨 비참한 처지에 있는가?
태양과 육체
A. 랭보
오! 인간은 자유롭고 자랑스런 그의 머리를 쳐들었다!
그리고 그 태초의 아름다움의 갑작스런 광채는,
육체의 제단에 신의 심장을 고동시키는 구나!
현재의 행복에 즐거워하며, 겪어 온 불행에 창백해져서
인간은 모든 것을 살펴보고 알려고 한다. 사고는,
오랫동안 너무나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이 준마는 그의 이마에서 튀어나와 약진한다.
이 사고는 해답을 알게 되리라!
사고가 자유로이 약동할 때에, 인간은 신앙을 가지리라!
-왜 하늘은 말이 없고 우주는 불가사의한가?
-왜 황금빛의 별들이 모래마냥 흩어져 있는가?
만일 인간이 계속 올라가보면 그는 그 위에서 무엇을 보게 될 것인가?
어떤 목자가 이 우주의 공포 속에서
방황하는 인간들의 무리를 인도하는가?
이 모든 벌들, 광막한 에떼르가 포옹하는 이 세계들은
영원한 목소리의 억양따라 진동하는가?
-그리고 인간은 볼 수 있는가?
나는 믿는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사고의 목소리는 이미 한 꿈에 지나지 않는가?
인간이 그토록 일찍 태어난다면, 삶이 그토록 짧은 것이라면,
그는 어디에서 오는가? 씨앗의, 태아의, 애벌레의,
그 깊은 대양 속에 모성적 대자연의 무한대한 도가니 속에 빠져들면
어머니 대자연은 거기에서 그를 생명있는 창조물로 소생시켜서
장미 속에서 사랑을 하고 밀밭 속에서 성장하게 할 것인가?
우리는 알 수 없지!- 다만 무지의 망또와 편협한 공상에 짓눌려 있지!
여인들의 음부에서 떨어져 나온 인간 원숭이들
우리의 창백한 이성은 우리들에게 무한을 숨기는구나!
보고싶다!- 그러면 회의는 우리를 벌주겠지!
회의, 그 음울한 새는 그의 날개로 우리를 후려친다.
그리고 지평선은 영원한 도주로 사라져 버린다.
광대한 하늘은 열려 있다! 신비는 우뚝 선 인간 앞에 죽어 버렸다.
이 인간은 자연의 광대한 광휘 속에 그 억센 팔짱을 끼고 선다!
그는 노래한다.-그리고 숲도 노래하고 강도 중얼거린다.
태양으로 향해 오르는 행복 가득한 노래
이것이 구원이다! 사랑이다! 사랑이다!
파란 집
무슨 일인지, 오늘따라 수많은 결들이 침잠하며, 날 짓누르는군요.
괜한 장난일까요. 몰아침에 놀란 맘을 진정 시키고 뒤를 돌아보니
또 다른 언행으로 나를 혼란시키고는 이내 다시 비웃고 마는...
스스럼없이 지내오던 이도, 당신을 안 다고 말해오던 또 다른 이도,
상처받은 그대! 강탈당한 그대! 오로지 꼬냑에 찌들어 애써 여유 있어 보이려는
의식된 행동을 낙으로 삼으며 그대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쉼 없이 반복하겠지요.
아마도 당신으로 하여금 그러한 일상들은 순간을 만족케 하는,
일종의 이질화된 환상으로 인해 붉어진 생경한 조화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눈을 뜨고 바라봐도 그대는 볼 수 없을 테지요. 참혹하며 그리고 냉정할 테니...
이제 당신이 가진 낡은 증표를 버리세요. 퇴폐적인 흔적들은,
묻어나는 쓰디쓴 표현 따위를 더욱더 깊어지게 할뿐이니까요.
물론 당신이나 나나 구차한 변명거리에 불과하겠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타인으로 하여금 선택 당한 길을 가버리는 그대여..
제발 오늘만큼은.....제발...
거세 보이는 나무들 사이에 있지만...
그래도 작은 낭만을 알게 해주는 그 곳, 내가 항상 머물던 바로 그 곳,
파란 집으로 가시길...
니나의 재치있는 대꾸
그에게,
...................................................................................
- 너의 가슴을 내 가슴에 기댄 채
자, 어서 둘이서 가지 않겠는가?
비공 가득히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상쾌한 햇볕을 맞으면서,
푸른 새벽이 흩뿌리는
포도주 같은 햇살을 맞으면서,
이때 숲은 온통 피로 물들고,
그리움에 말도 하지 못하고, 몸만 떨고 있을 뿐이로다.
가지마다 밝은 봉오리가
흡사 에메랄드의 물방울과 같구나.
노출된 모든 것이
그 육체의 덜림을 느끼게 하는구나.
클로버가 우거진 속을
그대는 옷자락을 끌고간다.
그대의 커다란 검은 눈 가장자리에는
검푸른 빛깔이 감돌고,
시골 아가씨의 사랑이기에
샴페인의 거품마냥
그대의 태평스런 웃음을
사방에 흩뿌리고 있구나.
취하여 거칠어진 나에게까지
그대는 웃으며 장난치는구나.
나는 그때 사로잡을까나
그 아름다운 땋아늘인 머리를, 이렇게,
딸기랑, 나무딸기와 같은 그대의 맛을 즐기게 될 때도,
오, 꽃의 육체여!
도둑처럼 몰래 바람이
그대의 입술을 훔쳐갈 때도 역시 그대는 장난기 넘치며 웃어대리라.
사랑스럽게 엉켜오면서 그대를 당혹케 하는
들장미의 가지에
특별히 소리내어 웃음녀서 재롱을 부리리라.
그대는 그대의 연인에게 몸도 마음도 다 바쳤도다!
..................................................................................................
십칠 세! 그대는 반드시 행복해지리라!
오! 광활한 목장이여.
- 자, 어서 이쪽으로 바짝 다가오시오......
너의 가슴을 내 가슴에 기댄 채
두 사람의 목소리에 뒤섞이면서,
천천히 내려가리라. 저기 물 흐르는 골짜기로
그곳으로부터 다시 깊은 숲으로.
그리하여, 죽어가는 소녀처럼
멍하니 기절한 상태인 양
그대는 눈을 반쯤 뜨고, 나에게 말하리라.
꼭 껴안아 달라고.
숲속의 작은 오솔길 위에서 나는,
가슴 울렁이며 그대를 포옹하리.
개암나무 가지 위에서는 작은 새들이
천천히 느린 가락으로 노래하기 시작하는구나.
그대의 입술에 내 입술이 맞닿을 듯 가까이서
나는 그대에게 말하리라.
어린아이를 잠재울 때처럼, 그대의 몸을 꼭 껴안은 채
그대의 피에 취하여 걸어가리라.
장밋빛으로 물든
그대의 설백의 피부 밑을 흐르는 푸른 혈맥
이윽고 나는 솔직하게 말하리라.
- 아무렴, 그대도 알고 잇는 뻔한 일을
우리들의 숲은 수액으로 숨막힐듯 찌는 듯하게 되리라.
그리하여 태양은,
적갈색으로 흐려진 숲의 꿈을,
금박으로 뒤덮어버리게 되리라.
해가 저물면? ...... 끝없이 이어진 하얀 길 위를
집으로 향해 돌아가리라.
도중에 새싹을 뜯어먹는 가축처럼,
서두르지도 않고 천천히 거닐리라.
풀들이 푸릇푸릇 우거진 과수원에는
휘어진 가지의 능금들이 즐비하게 서 있고,
십 리도 떨어진 곳에서 이미 이렇게도 좋은 향기가
콧전에 진동하고 있구나.
저녁 하늘에 아직 미광이 남아 있을 무렵,
우리들 두 사람은 겨우 마을에 다다르고,
황혼 무렵의 공기 속으로 뒤섞인
우유 향기가 떠돌아다닌다.
뜨거운 깔짚이 가득하고,
완만한 호흡의 리듬으로 가득한 외양간에는
외양간 냄새가 그득하고,
그리고 커다란 등도 보이리라.
어렴풋한 빛에 비추어서,
희끄무레하게 떠오르는 곳에는
그쪽 너머로
황소가 똥을 떨어뜨리고 이다. 한 발자국 옮길 적마다 한 덩어리씩.
- 할머니 안경은
미사의 책에 달라붙을 듯이
긴 코끝에서 멈춘다. 납으로 된 테를 두른,
맥주의 컵을,
커다란 파이프 사이에서 거품이 인다.
뻐끔뻐끔 연기를 토해내는
보기 흉한 두터운 입술에서
거의 동시에,
포크 끝으로, 커다란 햄을
나꿔채가는 듯 꿀꺽 받아삼킨다.
작은 침대를 비추는 난로와
크고 작은 찬장들.
큼직한 어린이의
기름지고 살찐 엉덩이.
그 어린이는 웅크린 채, 사발 속으로
하얀 코끝을 틀어박는다.
곁에서는 다른 콧등이, 맞붙을 듯 다가와서,
관대한 어조로 투덜거리면서,
마침내는 귀여운 어린아이의
둥그런 얼굴을 혓바닥으로 핥아대는 것이다.
의자 끝쪽에는, 붉고도 검은
불쾌한 얼굴,
한 사람의 노파가 빨갛게 핀 숯불 앞에서
실타래를 감고 있다.
회색의 유리창을
밝은 불빛으로 비출 때,
사랑하는 사람이여, 이토록 황폐한 오두막집에도
얼마나 많은 것들이 눈에 비쳐오는 것이리오!
- 그리고, 백합꽃나무 그늘 아래는
그렇게도 아담하고 살기 좋은 집이,
숨겨진 듯한 창이,
저 너머에서 웃고 있구나.
그대 오려무나, 그대 오려무나, 나는 그대를 사랑하노라.
틀림없이, 멋진 일이 되리라.
그대 오려무나, 오지 않겠는가. 그러고 나서......
그녀
- 그러고 나서, 나의 일은요?
A.R.
- 이장바르에게 준 자필 원고와 1870년 <드므니 集>에 수록되어 있는 자필원고임 -
까마귀
Les Corbeaux
A.R
신이여, 목장에 겨울이 찾아들고,
납작하게 엎드린 촌락에,
황량한 들녘 위에
일몰의 만경소리가 줄어들어가면,
높은 하늘로부터 내려오렴.
내 옛날의 다정했던 벗이여, 까마귀들이여.
쉰 목소리를 한 이상한 무리여.
한풍이 너희들의 보금자리를 엄습하였구나!
아직 황색으로 물든 강가에,
옛 고난의 언덕 위에, 해자와 움푹 팬 땅 위에,
흩어져라, 집결하라!
지난날의 싸움의 날, 사자들이 잠든
프랑스 국토 위에, 수천마리 무리지어,
선회하라, 겨울의 이날에,
길가는 나그네에게 뼈저리게 느끼게 하라!
잊혀진 의무를 생각나게 하라.
오, 불길한 검은 새여!
그러나, 하늘의 성자들이여, 드높은 떡갈나무가지 끝에는,
저녁 하늘 멀리 사라져가는 그 작은 가지 위에, 에오라지 오월의 멧새를 남겨주렴.
피할 수도 없이 풀숲 속
삼림의 가장 깊은 한 곳에
미래가 없이 패배의 몸을 길게 눕히고 있는 것을 위하여.
초기시 / 지옥에서 보낸 한철 / 민족문화사
깜찍한 아가씨
La Maline
A.R
니스와 과일 향기가 진동하는, 어느 갈색의 식당에서
나는 커다란 의자에 아주 편안하게 걸터 앉아,
이름도 모르는 벨기에 요리의 접시를 앞에 높고.
유유히 자세를 취하고 있었노라.
음식을 먹으면서, 나는 시계 소리를 듣는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김이 잔뜩 서려잇는 요리실의 문이 열린다.
그리고 하녀의 모습이 나타난다. 나는 무슨 까닭인지 알지 못한다.
입은 옷이 한쪽 어깨에서, 반쯤 흘러내리고,
깜찍하게도 머리를 땋아올린 까닭을.
엷은 흰 빛이 감도는 복사꽃 빛깔의 벨벳과도 같은 뺨 주변을 떨리는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어린아이처럼 그 입술을 뾰죽 오무린다.
그녀는 내곁으로 다가와서, 내 손이 잘 닿도록 접시를 가즈런히 배열한다.
- 그리고나서는, 이렇게 - 아마도 틀림없이 입맞춤을 받고 싶어할 테지-
그리고 아주 나직한 목소리로, <어서 만져보세요. 저의 뺨이 이렇게 차가워졌어요>라고.
초기시 / 지옥에서 보낸 한철 / 민족문화사
카바레 「녹색」 에서
Au Cabaret-Vert
A.R
-저녁 다섯시에-
팔일 전부터, 자갈길 위를 걸어왔던 나의 짧은 발목부츠는
너덜너덜 찢어지고 말았다. 나는
간신히 샤를르로와에 당도하였다.
-캬바레 「녹색」에서 나는 반쯤 식어버린 햄과 버터를 끼워넣은 빵을 주문하였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두 다리를 녹색 테이블 아래로 쑥 뻗기도 하고,
녹색: 벽지의 아주 단순하기 그지없는 소재를 보고 있노라니,
-그곳엔 놀랍게도, 풍만한 젖가슴과
시원한 눈매를 가진 아가씨가 나타났다.
-입맞춤 따위로는 조금도 겁낼 것 같지 않은 아가씨였따!
미소지으면서, 그녀는 그림이 새겨진 접시 위에
버터와 햄이 든 빵을 날라왔다.
강렬한 마늘 냄새가 나는 연분홍빛과 흰 빛의 햄,
그리고 그녀가 맥주를 맥주 컵에 가득이 따라주면,
석양을 받아 금빛으로 거품이 일고있다.
초기시 <지옥에서 보낸 한철> / 민족문화사
소설
Roman
A.R
1
열 일곱살이 되면, 착실할 수만은 없다.
-어느 상쾌한 저녁, 맥주와 레모네이드,
샨데리어가 눈부신 떠들썩한 까페가 구역질나서,
-산책로의 푸르른 보리수 나무 그늘을 걷는다.
보리수는 향긋한 냄새를 풍기고, 유월의 이 싱그러운 밤이면.
너무나 감밀운 대기 속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눈까풀을 덮는다
저자거리는 그리 멀지 않아서, 바람결을 따라 실려오는-
포도의 냄새와 맥주의 냄새...
2
-잔가지 사이에 막혀있는 검푸른 하늘을
은연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문득,
흉조인 별 하나 하늘에 떠올라, 희고 작게,
감미롭게 떨다가 사라진다...
유월의 밤! 열일곱살! 술에 취해본다.
혈액은 샴페인*이어라. 머리까지 뜨겁게 달아오르고...
비틀거리며 헤매이노라면 입술 위에서는,
새끼짐승처럼, 꿈틀거리는 입맞춤을 선명하게 느낀다.
3
광적인 정열은, 모든 소설을 독파하며 표류한다.
-그때 마침, 까스등의 푸른 불빛에 비치어,
매력적인 자태의 처녀가 지나간다.
그녀의 아버지가 입은 드높은 옷깃의 그늘에 가리운 채...
-그녀는 그대를 무척 순진한 사람이라 알아차렸음인지,
작은 발목부츠의 재빠른 걸음거리로
지나쳐가면서 잽싸게 되돌아본다...
-노래하고 있었던 그대의 짧은 영창곡이 멈춰버린다...
4
그대는 연모의 나날을 보내게 되리라. 팔월달까지는.
정녕 그대는 사랑하는 몸이 되리니,
-그대가 써보낸 소네트를 보고, 그녀는 웃으리라.
친구들은 그대로부터 떠나가 버리고, 그대를 악취미를 가진 놈이라 할 것이다.
-이윽고, 어느날 저녁, 놀라운 일이 아닌가,
그녀로부터 편지고 그대에게 당도하게 되었으니...
-그날밤... - 그대는 눈부신 까페로 다시 되돌아 간다.
레모네이드랑 맥주를 청한다...
열일곱살이 되면, 착실할 수 만은 없다.
산책로의 푸르른 보리수 나무 그늘로 가게 될 무렵이면.
초기시.. <지옥에서 보낸 한철>, 민족문화사
타르튀프의 벌
Le Chatiment de Tartufe
A.R
검은 승복 안에서 연심을 북돋우면서,
장갑을 끼는 동안에도 가슴 두근거리면서,
무섭게도 침착한 마음으로, 어느 날 그는 떠나가버렸다.
이빨이 빠져버린 입으로부터 기쁨의 누런 군침을 흘리면서,
그놈은 어느날 떠나가 버렸도다. 어느날. -「오레뮈스」-그런데 한 망나니가 나타나
갑자기 그놈의 축복받은 귀를 사납게 움켜잡더니,
땀에 찌들은 살결을 감싸고 있었던 검은 승복을 홱 벗겨버렸다.
그리고 온갖 끔찍한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바로 천벌이로다!...그놈의 승복 단추는 뜯기우고,
저질렀던 죄악만큼이나 긴 염주 구슬을 한알 한알 몸에 사무치듯 굴리면서
성(聖) 타르튀프는 풀이 죽었도다.
그리하여, 놈은 모조리 고백하였노라. 숨가쁘게 기도하였노라.
그 녀석은 승복의 가슴 장식들을 떼어버리고, 지극히 흡족해 하였노라.
헛헛! 타르튀프 녀석,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벌거벗게 되었구나!
*타르튀프 - 위선적인 종교가
일곱살의 시인들
그리하여 어머니는, 숙제장을 덮고 나서,
만족한 듯이, 아주 자랑스럽게 나가 버렸다. 그녀의 귀여운 아들의
푸른 눈 속에서, 그리고 영리한 이마에 감추어져 있었던
공부가 싫은 본심을 알아차릴 도리는 없었다.
온종일 그는 해야할, 공부 때문에 땀을 뻘뻘 흘렸다.
총명한 아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쁜 습관들과 어두운 안면 경련을 앓고 있었기에,
내부에 숨겨진 쓰라린 위선을 속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습기찬 벽지가 발라진 어두 컴컴한 복도로 나와, 걸어갈 때면,
두 주먹을 사타구니에 찔러 넣고서, 혓바닥을 낼름 내밀곤 했다.
눈을 감고, 어머니가 주신 좋은 점수를 생각해 보는 것이였다. 저녁의 어둠을 향해서 문이 하나 열려 있었다. 등불에 비친 그를 보노라니, 그는 난간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다. 지붕에서 덜어지는 천창의 밝은 불빛 아래서.
여름이면 특히, 그는 기진맥진하여, 머리는 멍해지고,
현기증을 억누르며 시원한 변소에 틀어박혀서,
혼자 조용히, 콧김을 불어대면서 사념에 잠기는 것이었다.
겨울이 되면, 대낮의 냄새를 씻어버리고 차디찬 달빛이,
뒷마당 가득히 교교히 빛날 무렵이면,
벽 옆에 쓰러진 채, 비료의 이회투성이가 되어,
환영을 쫓는 일념으로 한쪽 눈을 꼭 감고,
그는 지저분한 생울타리의 수런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가엽기도 하여라! 이 어린이가 함께 노는 친구들은,
영양실조에, 모자도 없이, 뺨은 깡마르고, 생기 잃은 눈매,
고물시장의 먼지 냄새가 밴, 아주 퇴색해버린 낡은 옷 소매 밑으로,
흙투성이가 되어 더러워진, 말라빠진 검고 누런 손가락들을 감추면서,
백치들처럼 착하디 착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패거리들이었다.
만일 이렇게도 불결한 패거리들이 친구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의 어머니는 소스라치게 놀랐을 것이지만,
이 어린이의 우애의 깊음이, 그 놀라움을 월등했었다.
아무튼 이것은 좋은 일임에 틀림없었다.
어머니는 이 어린이의 밝고 푸른 눈의 시선을 받는다. 거짓이 깃든 눈을!
일곱살에, 이 어린이는, 대사막을 주제로 한 소설을 쓴 적이 있었다.
그곳은 빛나는 자유의 천지였다.
대삼림과 태양, 큰 강기륵과 대초원이 있었다.
그는 그림 화보가 들어있는 신문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는 그림책을 열심히 들여다 보았다.
그곳에서는 스페인 사람이랑, 이탈리아 여인이 생긋이 웃고 있는 것을 보고 얼굴을 붉히기도 하였다.
-근처에 있는 직공의 딸로서, -여덟살 먹은
갈색 눈의 야성적이며, 인도사라사 옷을 입은 꼬마 말괄량이 아가씨는,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땋아느린 머리꼬리를 흔들면서, 갑자기 그의 등에 올라탔다.
밀에 깔린 그는 상대방 엉덩이를 깨물어 주었다.
말괄량이 아가씨는 속옷 따위는 입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주먹질과 발길질로 멍이 든채,
그녀의 살결의 맛을 그대로 자신의 거실까지 가져갈 수 있기는 하였다.
그는 침울한 십이월의 일요일을 참으로 싫어했다.
그런 날엔, 머리에 포마드를 바르고 마호가니 목재의 원탁에 앉아서,
책장 가장자리가 캬제츠 색깔로 된 성경책을 읽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밤마다 그는 잠자리에 들면 여러가지 꿈으로 가위에 눌리곤 했다.
그는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러나 적갈색으로 타오른 일몰이 오면,
타운크라이어가 삼박자로 큰 북을 울리면서, 포고의 주면에 사람을 끌어모아, 군중을 웃기기도 하고, 고함치게 하는 도시의 변두리로 시커멓게 되어 되돌아오는 작업복의 사람들을 바라다보는 것을 그는 무척 사랑했다.
그는 꿈꾸었다. 빛의 물결과 건강한 향기,
황금빛 솜털이 천천히 흔들리면서, 그를 싣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처럼
-사랑스럽고 상쾌한 목장에 와 있는 꿈을
그는 무엇보다도 특히 어두컴컴한 것을 좋아했다.
쇠살문을 꼭 닫아 잠그고,
천정은 높고, 습기가 가득한 텅빈 방안에서
그 나른하고 무겁게 드리운 황토색 하늘과 그리고 습기에 찬 숲,
별들이 총총한 숲속에서 개화하는 육체의 꽃들로,
항상 마음에 걸려 떠나지 않는 그 소설을 읽었을 때면,
현기증과, 붕괴와, 패배, 그리고 연민을!
-멀리 아래쪽에서는, 저자거리의 소음이 끊이지 않고 들려오고,
홀로 그는 거친 천으로 된 이불위에 누워,
그 천으로부터 강렬하게 범포를 그리워했다.
A.R
첫날밤
-그녀는 아주 옷을 벗고
그리고 버릇없는 거목들의 나무잎이
아주아주 가까이서 짓궂게
유리창에 기웃거리며 두드린다.
내 큰 의자에 반나체로 앉아서
그녀는 두 손을 팔짱끼고
그토록, 그토록 가느다란 두 발은
기뻐서 마루바닥에서 전율한다.
-밀랍빛이 되어 나는 바라본다.
관목에 작은 빛살이
그녀의 미소 속에서, 가슴 위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것을-마치 장미나무의 파리처럼.
-그녀의 가냘픈 발목에 난 키스를 했다.
그녀는 맑은 트릴음에 잇달아
꾸밈없는 다사로운 미소를 지었따.
예쁜 크리스탈 미소를.
슈미즈 속으로 작은 두 발은
들어갔다 : <안돼 그런 짓은!>
-첫 버릇 없음이 용서되었고
그 상냥스런 미소가 벌 주는데 주저하게 했다.
-내 입술 아래 고동치는 가여운 발
나는 고이 그녀의 두 눈에 입맞춤을 했다.
-그녀 깜찍스런 머리를 뒤로 젖히고
어마, 그 모습이 더더욱 좋구나...
<당신께 몇말씀 드릴께 있어요.>
-나는 거침없이 나머지 키스를 그녀 가슴에 던졌다.
간절히 원하는 만족스런 미소
그녀를 웃게하는 입맞춤 속에서...
-그녀는 아주 옷을 벗었고
그리고 버르없는 거목들의 나무잎이
아주아주 가까이서 짖궂게
유리창에 기웃거리며 두드린다.
A.R
도둑맞은 마음
A.R
싸구려 담배가 배어 버린 내 마음이,
나의 슬픈 마음은 선미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다.
그놈들은 수프를 되돌리고 있는데,
내 마음은 선미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다.
그들의 조롱이 너무나 악착같아
모두들 한바탕 까르르 웃어대는데,
내 마음은 선미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다.
싸구려 담배가 배어버린 내 마음이!
군인 출신의 음경 자랑,
타락한 그놈들은 딱 질색이다.
군인 출신의 음경 자랑,
키 위에도 장난기 서린 그림.
기기묘묘한 파도여, 내 마음을 사로잡아 가라, 그리고 구원하라.
군인 출신의 음경 자랑,
타락한 그놈들은 딱 질색이다!
그놈들의 씹는 담배가 끊어진다면
돋구맞은 내 마음이 정말 문제로구나.
그것이야말로 박카스 신의 말버릇이 되겠구나.
그놈들의 씹는 담배가 끊어지면,
만일 슬픈 내 마음이 꿀꺽 삼켜버려진다면,
내 위장은 그야말로 뒤집히고 말 것이다.
그놈들의 씹는 담배가 끊어진다면,
도둑맞은 내 마음은 정말 문제로구나.
1871년 5월
허기의 축제
A. 랭보
내 허기, 안느, 안느여,
네 당나귀 타고 달아나라.
내 맛이 좋다면,
흙과 돌 뿐이니.
딘! 딘! 딘! 딘! 공기를
바위를, 대지를, 쇳덩이를 먹읍시다.
내 허기여, 돌아라! 허기여, 뜯어먹어라.
소리 가득한 들판을!
메꽃의 즐거운
독을 모으라!
가난한 자가 깨뜨리는 조약돌을,
교회의 낡은 돌을,
홍수의 아들인 자갈을,
잿빛 계곡에 누운 빵을!
내 허기여, 검은 공기의 끝자락,
- 하늘빛 나팔수
그것은 나를 잡아당기는 위장.
- 그것은 불행.
땅 위에 나뭇잎이 나타났다.
나는 농익은 과육에게 간다.
밭이랑 한가운데서 나는
들상치와 제비꽃을 딴다.
내 허기, 안느, 안느여,
네 당나귀를 타고 달아나라.
목메어 죽은 자의 무도회 / Bal des Pendus
A.랭보
다정한 불구의 검은 교수대에서,
기사가 춤추네, 춤을 추네,
악마의 깡마른 기사와
살라딘의 해골도.
벨제브즈 공이 찡그리며
밧줄로 하늘에서 작고 검은 꼭두각시 꺼내서
낡은 신발 밑창으로 그 얼굴 두드리고,
옛 성탄 곡조에 맞춰 춤추게 하네!
깜짝 놀란 꼭두각시 가느다란 팔로 얼싸안네.
우아한 아가씨들 예전 껴안았던
검은 오르간처럼 창살 있는 가슴이
지독한 사랑으로 오래 부딪치네.
어라! 즐거운 무용수는 배가 없구나!
깡충깡충 뛰어다닐 수 있네. 이 무대는 아주 기네!
앗, 싸움인지 춤인지 알 수 없네!
화난 벨제브즈가 바이올린을 엉터리로 켜네!
단단한 뒤축이여! 이제 샌들은 닳지 않으리!
거의 모든 이가 가죽 셔츠를 벗었네.
별로 거슬리는 것도 없고 소란스럽지도 않네.
두개골 위에 눈 내려 흰 모자를 만드네.
까마귀가 금 간 머리 향해 곤두박질하네.
깡마른 턱 아래 살점 한 조각 떨고 있네.
혼란스런 어둠 속을 맴돌며
거친 용사와 허울 좋은 갑옷이 부딪쳤다고 하네.
어라! 북풍이 해골 무도회에서 불어닥치네!
검은 교수대가 철제 오르간처럼 신음하네!
늑대가 붉디붉은 숲에서 대꾸하듯 울어대고,
지평선 하늘은 지옥 불빛이 되네...
이제 그만, 나를 흔들어 다오, 죽음의 장수여,
귿르은 부러진 손가락으로 엉큼하게도,
창백한 등뼈 위에서 사랑의 묵주 돌리고 있으니,
죽은 자여! 이곳은 수도원이 아니니!
죽음의 무도 한가운데 붉은 하늘에
커다란 미친 해골이 튀어오르네.
말이 뒷발로 일어서듯이 힘차게 튀어오르네.
여전히 목에 팽팽한 밧줄을 느끼면서,
비웃듯 소리를 내지르며 무너지는
대퇴골 위에서 작은 손가락 꼭 쥐고,
광대가 오두막으로 돌아가듯이,
해골의 노래에 맞춰 무도회에서 튀어오르네.
다정한 불구의 검은 교수대에서
기사가 춤추네, 춤을 추네,
악마의 깡마른 기사와
살라딘의 해골도.
아르튀르 랭보(1854~1891): 랭보는 그의 광란적 방랑, 몇 편의 파격적 시, 그리고 문학에 대한 그의 돌연한 단절이 너무나 기이하여 하나의 전설적인 인물이 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인물이나 작품에 대하여서도 참으로 구구한 추측과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16세에서 20세 안팍까지 단지 3-4 년 동안에 문학으로 이루고자 했고, 우연히 남게 된 몇 편의 작품은 너무나 새롭고 강렬하고 깊이가 있어서 가히 천재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의 작품 <지옥의 계절>, <일뤼미나시옹>에 접한 폴 클로델은 이를 참다운 계시라 했고 초현실주의의 총수 앙드레 브르통은 그를 자기들의 운동의 가장 선구자로서 추앙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의 실존주의-사회주의에 대하여서도 그의 인간과 작품은 직접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으며 그에 대한 관심은 계속 확산-성장하는 느낌이다. 이르튀르 랭보는 북 프랑스와 벨기에의 국경 소도시 샤를르빌에서 태어났다. 이 곳은 지극히 평범하고 변화 없고 보수적인 소도시로 어린 랭보는 이미 주위에 대한 강한 반항심을 느꼈으며, 그가 자란 가장에서도 카톨릭 교의 엄격한 규율과 질서를 강요하는 어머니 아래 숨막힐 듯한 유년기를 보냈다. 그러나 그는 잘 참았고,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여 그의 선생들은 그를 신동이니 천재니 하고 불렀다. 그러나 성장함에 따라 그의 마음 속에는 자기의 가정과 도시 또한 그가 처한 현실에 대한 혐오와 반항심을 누를 수 없어 여러 번 고향으로부터 탈출을 기도했다. 어떤 때는 책을 팔아서, 어떤 때는 걸어서, 어떤 때는 무임 승차로 벨기에, 프랑스 등지를 방랑하였으나 그 때마다 체포-투옥되어 되돌아왔다. 그의 다른 곳으로의 탈출 기도와 방랑 생활에 대한 동경에는 일종의 숙명적 양상이 있다. 1871년 가을, 네번째의 탈출로 파리로 오게 되었다. 여기서 랭보는 그의 친구의 권고로 베를렌느에게 자기의 시를 담은 편지를 보냈는데 이보다 1 년쯤 전에 결혼한 베를렌느는 당장 파리로 올라오라는 답장을 보냈다. 이리하여 이 소년 시인은 "술취한 배"라는 원고만 들고 파리로 올라오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에는 이후 5년간 열정적이며 폭풍 같은 관계가 벌어진다. 이 비정상적 관계는 결국 1873 년 베를렌느의 랭보에 대한 권총 발사로 끝이 나고 랭보는 다음 해인 1874 년 그의 끝없는 방랑 생활의 길에 오른다. 이 때까지 그는 그의 두 개의 작품 <지옥의 계절>과 <일뤼미나시옹>을 끝냈는데, <지옥의 계절>은 그가 직접 브뤼셀 출판사에서 인쇄하게 하였으나 <일뤼미나시옹>은 원고로 갖고 있다가 배를렌느의 주선으로 인쇄되었다. 1874 년 이후부터 랭보는 문학을 버리고 일대 방랑 생활을 시작한다. "시나 문학이 인생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단정한 그는 이번에는 젤멘느 누보라는 새로운 친구와 함께 영국-독일-이탈리아-북 유럽의 여러 나라, 키프로스 등을 약 6 년 동안 전전하였다. 1880 년에는 완전히 유럽을 떠나 아라비아의 이든을 거쳐 아프리카 대륙으로 넘어가 약 9 년 동안 이디오피아의 하라라에서 상사 대표로 있으면서 탐험과 무기 무역에 종사하였다. 1891 년 오른쪽 다리 정맥에 악성 혹이 생겨 이 해 5 월 프랑스로 돌아와 마르세이유 병원에서 다를 절단하였으나 같은 해 11월에 사망하였다. 그의 나이 37세이었다. 죽기 전 그는 그의 친척에게 병이 나으면 결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청년 아르튀르 랭보는 아름다운 용모의 소유자였다. 고귀한 얼굴과 젊음이 넘치는 육체는 자연 그를 보는 모든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밖으로 나타나는 그의 성격은 거칠고 난폭하고 모든 일에 조소적이며 반항적이었다. 이는 거의 고의적인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므로 베를렌느에 의해 그를 소개받은 많은 사람들은 그를 보고 일종의 공포와 반발심을 느꼈으며 동시에 그의 강력한 개성과 독창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마음 속에는 누를 수 없는 자유에 대한 끝없는 갈망, 새로운 변화에 대한 욕구가 용광로 같이 타고 있었다. 그러므로 어떤 형태의 제약이나 구속을 타파하고, 새로운 것, 미지의 것, 생명적인 것을 찾으려는 격렬한 충동과 욕구가 있었다. 그가 가정을 뛰쳐 나오고, 방랑을 일삼고, 종교를 모독하고, 일시적이나마 사회주의에 경도하고 동성애 빠지고, 스스로 조악한 행동을 한 것은 모두 이 욕망을 채우기 위함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유로운 방랑 생활에서 초기의 청순한 몇 편의 방랑시와 또 전통과 현실에 매달린 인물들과 제도에 대한 경멸과 조소를 던지는 풍자시도 남겼다("음악에 맞추어" "교회의 빈민들" 등)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시인이 되고 문학을 통하여 이루고자 한 것은 그가 말하는 '보는 자'가 되어 미지의 세계, 진정한 생, 절대적인 것을 찾으려고 한 것이다. 젊은 랭보는 스스로 보는 자가 되기 위햐여 진지하고 피나는 노력을 했다. 알콜, 환각제의 사용, 동성애, 무의식 세계의 탐구, 자발적 환상 상태의 조작, 심지어 자기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파괴하면서까지 미지의 세계 현실과 환상이 겹치는 새로운 세계를 붙잡으려 하였다. 그의 말대로 큰 병자, 큰 죄인, 큰 저주받은 자가 됨으로써 최고의 지자(智者)가 되어 우주와 절대 세계를 붙잡으려고 했다. 또한 랭보는 이렇게 자기가 보는 미지의 세계, 환상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모든 감각에 통하는 시적 언어를 만들려고 하였다. "향기, 소리, 빛깔 등 모든 것을 요약하는" 언어이다. 그가 언어의 연금술이라고 부른 이 기도(企圖)는 일찌기 보들레르가 시도한 바 있거니와 빛깔의 소리를 듣고 소리의 향내를 맡을 수 있는 감각적 언어를 창조하는 일이다. 랭보는 보들레르의 시도를 극단까지 추진했다, 그의 후기 작품 <지옥의 계절>과 <일뤼미나시옹>은 이러한 노력과 모험의 기록이다. 그가 이 기도에 성공했는지 못 했는지는 차치하고, 그가 이러한 미지의 새로운 세계에 도달하기 위한 결사적 노력, 그리고 새로운 감각을 나타내는 새로운 시적 언어를 창출하려고 한 정신적 노력은 시에 대한 새로운 사명과 방식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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