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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 시모음
2017년 05월 05일 21시 08분  조회:1848  추천:0  작성자: 강려

①스텔라 

그 밤에 나는 모래 밭에서 자고 있었다.

서늘한 바람결에 꿈에서 깨인 나는
눈을 뜨고 새벽별을 바라보았다.

그 별은 하늘 깊숙한 곳에서
한없이 부드럽고 고운 흰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북풍은 소란을 떨고 달아났다.
빛나는 별빛은 구름을 솜털처럼 엷게 만들었다.

그것은 사객하고 호흡하는 빛이다.
물결이 부딪쳐 흐트러지는 암초 위에 조용함을 가져왔다.

마치 진주를 통해서 영혼을 보는 것 같았다.
밤이었지만 어둠은 힘을 잃어가고
하늘은 거룩한 미소로 밝아졌다.

별빛은 비스듬히 기운 돛대 위를 은색으로 물들였다.
뱃몸은 아직 어둠 속에 있었지만 돛은 희었었다.

가파른 언덕 위에 갈매기 떼들이 앉아,
생각 깊은 모양으로 그 별을 응시하고 있었다.

섬광으로 만든 천국의 새처럼.
백성을 닮은 태양은 별을 향해 움직이고,

나지막이 물결소리를 내며 별이 빛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별이 도망갈까 보아 겁내는 것 같았다.

공간을 메우는 표현할 수 없는 사랑,
파란 풀잎들이 내 발밑에서 그 사랑에 겨워 파들
거리고 있었다.

새들이 둥우리에서 소근대고,
잠을 깬 꽃아가씨가 내게 말했다.
저 별은 내 누이라고.

어둠이 천천히 장막을 여는 동안
별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앞에 서서 오는 별입니다.
사람들이 무덤 속에 누워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살아나는 별입니다.

나는 시내산 위를 밝혔고 타이제트산 위를 밝혔습니다.

돌을 던지듯이 하느님께서 불의의 면전에 던지시는
황금과 불로 빛은 조약돌입니다.

세상이 무너질 때 다시 살아나오는 별입니다.
백성이여! 나는 뜨거운 시입니다.

모세의 앞길을 비춰주었고 단테의 앞길을 비춰주었습니다.
사자같이 사나운 태양도 나를 좋아합니다.

내가 여기 왔습니다,파수꾼들이여, 탑 위에 올라가시오!
눈꺼플이여, 눈을 여시오, 동자여, 빛을 내시오.

대지여, 고랑을 파오, 생명이여, 외침을 들으시오,
잠자는 이여, 일어나시오! 나를 쫓아오는 자는

나를 이렇게 전초로 보낸 자는 바로 자연의 천사요.
빛의 거인이오니!

②오네요! 아련한 피리 소리 

오네요! 아련한 피리 소리
과수원에서 들려와요.

한없이 고요한 노래
목동의 노래.

바람이 지나가요, 떡갈나무 그늘
연못 어두운 거울에.

한없이 즐거운 노래
새들의 노래.

괴로워 말아요, 어떤 근심에도
우리 사랑할지니! 영원히!

가장 매혹적인 노래
사랑의 노래.

③꽃에 덮인 오월

꽃에 덮인 목장의 오월이 우리를 부르니,
이리 오오!

저 전원, 숲, 아양스런 그늘,
잔잔한 물가에 포근히 드리워진 달빛

신작로로 통하는 오솔길,
미풍과 봄과 끝없는 지평선

수줍고 즐거움에 겨운 이 땅덩이가
입술처럼 하늘의 옷자락 끝에 포개지는 지평선을

당신 마음속에 함뿍 끌어넣지 않으려오.
이리 오오!

겹겹의 막을 뚫고 땅 위에 내려진
마알간 별들의 시선이,

향기와 노래에 넘치는 나무가,
정년의 햇빛으로 뜨거워진 들의 입김이,

그리고 그늘과 태양이, 물결과 녹음이,
당신의 이마 위엔 아름다움을

당신의 마음속엔 사랑을
꽃 피게 하여 주리니!

탐스런 꽃송이처럼.

④모래언덕 위에서 하는 말

나의 인생이 햇불처럼 옴츠러 들어간 지금,
나의 임무가 끝난 지금,

애상과 나이를 먹는 동안
어느샌가 무덤 앞에 이르게 된 지금,

그리고 마치 사라진 과거의 소용돌이처럼
꿈의 날개를 펴던 저 하늘 속에서

희망에 부풀었던 과거의 시간들이
어둠을 향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된 지금,

어느 날인가 우리는 승리를 하지만
그 다음날은 모든 것이 거짓이 되고 만다고

말할 수 있게 된 지금,
슬픔을 안고 꿈에 취한 사람모양 몸을 구부린 체,

나는 바라본다.
뭉게구름이 산과 계곡,

그리고 끝없이 물결짓는 바다 저 위에서
욕심장이 북풍의 부리에 휩쓸려 들어가는 것을.

하늘의 바람소리가 ,암초에 부딪치는 물결소리가,
익은 곡식단을 묶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귀 기울인다. 그리고는
속삭이는 것과 말하는 것을 내 생각 깊은 마음속
에서 비교해 본다.

나는 때때로 모래언덕 위 듬성듬성 난 풀 위에
몸을 던진체, 꼼짝 않고 시간을 보낸다.

그러노라면 흉조를 띤 달이 떠올라와
꿈을 펴는 것이 보인다.

달은 높이 떠올라 가만스런 긴 빛을 던진다.
공간과 신비와 심연 위에,

광채를 발하는 달과 괴로움에 떠는 나,
우린 서로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사라진 내 날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를 알아주는 이, 하나라도 있을까?

이 노곤한 눈동자 속에
젊은 날의 빛 한 오라기라도 남아 있는가?

모든 것이 달아난 걸까? 나는 외롭고 이젠 지쳤다.
대답없는 부름만을 하고 있구나.

바람아! 물결아! 그래 난 한가닥 입김과 같은
존재였단 말이냐?

아 슬프게도! 그래 난 한줄기 물결에 지나지 않았단 말이냐?

사랑했던 그 어느 것도 다시 볼 수 없단 말이냐?
나의 마음속 깊숙이 저녁이 내린다.

대지야, 네 안개가 산봉우리를 가리웠구나,
그래 난 유령이고 넌 무덤이란 말인가?

인생과 사랑과 환희와 희망을 모두 살라 먹었을까?
막연히 기대를 건다. 그러다간 애원하는 마음이 되어

한줌이라도 혹 남아 있을지 모른다고
단지마다 기울여 본다.

추억이란 회한과 같은 것인가,
모든 것은 우리에게 울음만을 밀어다 주는구나!

죽음, 너 인간의 문의 검은 빗장아,
너의 감촉이 이리도 차냐!

나는 생각에 잠긴다. 씁쓰레한 바람이 일어오는걸,
물결이 붉게 주름지어 밀려오는 걸 느끼면서,

여름은 웃고, 바닷가 모래밭에는
파아란 엉겅퀴꽃이 피어나는구나.

◈위고(Hugo, Victor 프랑스 시인 1802-1885)

낭만주의의 대가.

1822년에 처녀 시집을 발표한 뒤 한평생 시를 쓴 국민적 대시인.
희곡 '에르나니'를 공연하여 낭만주의의 승리를 가져왔고, 소설 <노트르담의 곱추>, <레 미제라블>등으로 시뿐 아니라 소설,

희곡등에서도 성공을 거둔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문학조류의 거장.
풍부한 상상력과 완벽한 문체의 기교, 무궁한 정력, 끊임없는 창작열속에서 눈부신 많은 작품을 쏟아놓았습니다.
정치적인 문제에 기인된 유형지 Jersey에서 고독과 번민, 사랑하는 아들의 뜻아닌 죽음은 그의 천재성을 더 깊고 넓게 열어

주었습니다.

시집: Odes et Ballades (1826-1828),
Les Orientales (1829),
Les Feuilles d'automne(1831),
Les Rayons et les ombres (1840),
Les Chatiments (1853),
La Legende des Siecles (1859-1883)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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