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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르메 / 작품
2017년 05월 25일 15시 59분  조회:2274  추천:0  작성자: 강려
마라르메 / 작품
 
스테판 말라르메(Stephane Mallarmé ; 1842 ~ 1898)는 프랑스시인이다.
베를렌, 아르튀르 랭보와 더불어 19세기 후반 프랑스 시단을 주도했다.
시인의 인상과 시적 언어 고유의 상징에 주목한 상징주의의 창시자로 간주된다.
고등학교 영어 교사 출신으로 에드거 앨런 의 《갈가마귀》를 불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당대 파리의 문인들을 비롯 인상주의 화가들과 활발히 교류했으며, 발레리, 앙드레 지드, 클로델 등 20세기 전반 프랑스 문학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대표 시집으로는 《목신의 오후 (L'après-midi d'un faune)》(1877), 《주사위 던지기 (Un coup de dès)》(1897) 등이 있다.
 
<출처: 위키백과>
 
 
 
 
종치는 수사

순수하고 청명하고 그윽한 새벽 하늘에
종은 그 맑은 목소리를 깨워 일으켜,
라벤더와 백리향 풀숲에 안젤루스를 던지는
저 아이를 밝고 가며 기쁨은 안겨주건만,

종치는 수사는 제가 눈뜨게 하는 새의 깃털에 스치며,
백년 묵은 밧줄 팽팽하게 당기는 돌덩이를
올라타고 구르며 처량하게 라틴어를 웅얼거려도
들리는 것은 그에게 아련히 떨어져내리는 땡그랑 소리뿐.

내가 바로 그 사람. 슬프구나! 갈망의 밤으로부터,
내 아무리 동아줄을 잡아당겨 이상의 종소릴 울려본들,
차가운 죄의 충실한 깃털 하나가 장난을 치고,

소리는 부스러기로만 내게 떨어져 허망하게 울리는구나!
그러나, 어느 날, 헛된 줄다리기에도 끝내 지쳐빠지면,
오 사탄이여, 나는 돌덩이를 풀어내고 내 목을 매리라.



여름날의 슬픔

태양이, 모래 위에서, 오 잠든 女戰士여,
네 머리칼의 황금 속에 나른한 목욕물을 덥히고,
적의에 찬 그대의 뺨 위에 향불을 사르며,
사랑의 음료에 눈물을 섞는다.

이 백열의 타오름이 잠시 요지부동으로 멈추는 틈에
너는 말하였지, 구슬프게, 오 내 겁먹은 입맞춤들,
“우리는 결코 단 하나의 미라로 되진 않으리라
이 고대의 사막과 행복한 종려수 아래!“

그러나 너의 머리칼은 따뜻한 강,
우리에게 들린 혼이 떨림도 없기 어기 잠겨들어
그대가 알지 못하는 저 허무를 만나리.

나는 네 눈꺼풀에서 눈물 젖은 분을 맛보며,
너에게 상처 입은 이 심장이 얻을 수 있을지 알아보련다,
저 창공과 돌의 무감각함을.



창공

영원한 창공의 초연한 빈정거림은
꽃들처럼 무심하게 아름다워서,
고통의 메마른 사막을 헤매며 제 재능을
저주하는 무기력한 시인을 짓누르네.

도망가며, 두 눈을 감아도, 나는 내 비어 있는 영혼을
응시하는 그 눈길이 따가워 강렬한 회한에
억장이 무너지네. 어디로 달아나랴? 어느 흉물스런 밤을
갈가리 찢어 집어던져, 저 가슴 아픈 멸시를 가리랴?

농무들아, 피어올라라! 너희 단조로운 재들을
안개의 긴 넝마들에 실어날라,
가을의 납빛 늪에 익사할 하늘에 쏟아부어
거대하고 적막한 천장을 지어라.

그리고 나, 망각의 못에서 기어나오라,
친애하는 권태야, 진흙과 창백한 갈대를 주워와서,
새들이 방정맞게 뚫어놓는 저 거대한 푸른 구멍들을
결코 지치지 않는 손으로 틀어막아라.

아직도 남았다! 처량한 굴뚝들아 쉬지 말고
연기를 뿜어내라, 떠다니는 그을음의 감옥들아
지평선에 노랗게 죽어가는 태양을
그 시커먼 옷자락의 공포로 덮어 꺼버려라!

-하늘은 죽었다.-너를 향해 달려가노니, 오 물질이여,
잔인한 이상도 죄도 잊어버릴 망각을 달라,
행복한 人間畜生들이 누워 있는
그 잠자리를 함께 나누려는 이 순교자들에게.

담장 밑에 뒹구는 연지분 단지처럼,
내 뇌수 마침내 텅텅 비어,
흐느껴 우는 생각을 울긋불긋 치장할 기술 이제 더는 없는지라,
비천한 죽음을 향해 내 침울하게 하품하고만 싶기에······

헛일이로다! 창공이 승리한다, 종소리 타고 울리는
그의 노래 들린다. 내 마음이여, 그는 목소리 되어
그 심술궂은 승리로 우리를 더욱 으르대며,
살아 있는 금속에서 푸른 안젤루스로 솟아나는구나!

그는 안개를 타고 구르며, 노회하도록, 너의 타고난
고뇌를 꿰뚫으니, 실수를 모르는 칼날 같구나,
소용도 없이 악랄한 반항을 둘러쓰고 어디로 도망갈거나?
나는 들려 있다. 창공! 창공! 창공! 창공!



바다의 미풍

육체는 슬프다, 아아! 그리고 나는 모든 책을 다 읽었구나.
달아나리! 저곳으로 달아나리! 미지의 거품과 하늘 가운데서
새들 도취하여 있음을 내 느끼겠구나!
어느 것도, 눈에 비치는 낡은 정원도,
바다에 젖어드는 이 마음 붙잡을 수 없으리,
오 밤이여! 백색이 지키는 빈 종이 위
내 등잔의 황량한 불빛도,
제 아이를 젖먹이는 젊은 아내도.
나는 떠나리라! 그대 돛대를 흔드는 기선이여
이국의 자연을 향해 닻을 올려라!
한 권태 있어, 잔인한 희망에 시달리고도,
손수건들의 마지막 이별을 아직 믿는구나!
그리고, 필경, 돛대들은, 폭풍우를 불어들이니,
바람이 난파에 넘어뜨리는 그런 돛대들인가
종적을 잃고, 돛대도 없이, 돛대도 없이, 풍요로운 섬도 없이······
그러나, 오 내 마음이여, 저 수부들의 노래를 들어라!



탄식

내 마음은, 오 조용한 누이여, 어느 가을이
주근깨를 둘러쓰고 꿈꾸는 그대의 이마를 향하여,
그대의 천사 같은 눈에 떠도는 하늘을 향하여,
어느 우수 어린 정원에서 하얀 분수 하나,
열심히, 창공을 향하여 탄식하듯, 솟아오른다오!
-넓은 연못에 그 끝없는 우울을 비추고,
잎새들의 황갈색 단말마가 바람 따라 떠돌며
차가운 물이랑을 내는 죽은 물 위에
노란 태양이 한 가닥 긴 빛살에 끌려가게 놓아두는,
창백하고 청순한 시월 그 온화한 창공을 향하여.



적선

이 돈자루를 집어들게, 걸인이여! 인색한 유방의
늙다리 젖먹이라도 되는 양, 한 푼 한 푼 방울져
그대의 弔鐘이나 울리게 하자고 이 자루에 알랑댄 건 아니겠지.

이 귀중한 금속에서 어디 야릇한 죄를 짜내보게,
그리곤, 마치 우리들이 두 주먹 가득 쥐고 거기 입을 맞추듯 듬뿍
그게 비틀어져라 불어제치게나! 뜨거움 팡파르를.

이 집들이 모두 향 연기 피어오르는 교회가 아니겠나,
담벼락에, 잠시 푸르게 갠 하늘을 흔들어 재우는
담배가 말도 없이 기도를 굴릴 때

또한 강한 아편이 약상자를 깨뜨리고 나올 때 말씀이야!
그대는, 드레스이자 피부인, 그 비단을 찢고프며,
행복한 무기력을 침 흘리며 마시려는가,

왕후의 카페에 앉아 아침을 기다리고 싶은가?
천장에는 님프와 베일이 푸짐하기도 한데,
창문의 거지에게도 饗宴을 던지지.

그래서 늙다리 하느님아, 그대가 외출할 때는, 부대자루를
둘러쓰고 덜덜 떨면서도, 새벽 하늘이 금빛 술의 호수인지라
그대는 목구멍으로 별들을 마신다 큰소리치지!

그대 보물의 광채를 헤아릴 순 없더라도,
적으나마 그대는 깃털 하나로 멋을 낼 순 있지, 저녁기도를 드릴 때
그대 아직 믿고 있는 성자에게 촛불 하나를 바칠 순 있지.

내 터무니없는 말을 한다 생각지 말게.
大地는 굶어죽는 자에게 늙어빠져서야 열리는 법.
나는 또 하나의 적선을 증오하며 그대가 날 잊길 바란다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형제여, 빵을 사러 가진 말게.



獻詩

당신에게 이 아기를 이뒤메의 밤으로부터 데려왔구려!
깜깜하게, 핏빛 어린 희미한 날개를 달고, 깃털을 벗고,
香油와 황금으로 태운 유리를 통하여,
얼어붙은, 오호라! 또다시 음울한 窓을 통하여,
저 새벽빛이 천사 같은 램프에게 덤벼들었소.
종려나무들이여! 敵意에 찬 미소를 시험하는 이 아버지에게
새벽빛이 이 유물을 보여주었을 때,
푸르고 삭막한 고독이 전율하였다오.
오 아기를 어르는 여자는, 당신의 딸과 함께, 당신들의 차가운 발의
그 천진함으로, 이 끔찍한 탄생을 맞아들이시라.
당신의 목소리가 비올라와 클라브생을 생각나게 하는 동안,
순결한 창공의 大氣에 배고픈 입술을 위해
여인이 巫女의 백색으로 흘러내리는
그 젖가슴을 당신은 시든 손가락으로 누르련가?



에로디아드
장경

유모-에로디아드


살아 있구나! 아니면 내 여기서 한 王女의 망령을 보는 것인가?
그 손가락과 반지에 이 입술로 입맞추게 하고, 이제 그만
미지의 시대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일랑은······


물러서시오.
무결한 내 머리칼의 금빛 격류가,
내 고독한 몸을 멱 감기며 공폴
얼어붙게 하니, 빛이 감아도는 내 머리칼은
不威하다. 오 여인아, 한 번의 입맞춤으로도 나는 죽으리라,
美가 곧 죽음이 아니라면······
어떠한 매혹에
내 이끌렸는지, 선지자들도 잊어버린 어떠한 아침이
죽어가는 저 먼 땅에 그 슬픈 축제를 퍼붓는지
낸들 알겠는가? 오 겨울의 유모여, 그대는 내가
늙은 내 사자들 그 야수의 世紀가 어슬렁거리는
돌담과 쇠창살의 육중한 감옥 속에
들었음을 보았으니, 숙명의 여자, 나는 무사한 손으로
저 옛날 왕들의 황량한 냄새 속으로 걸어갔지.
그러나 또한 그대는 보았는가 내 공포가 무엇이었는지를?
나는 망명지에 꿈꾸며 멈춰 서서, 분수를 뿜어
나를 맞이하는 못가에라도 서 있는 양,
내 안에 피어 있는 창백한 백합의 꽃잎을 따는데,
내 몽상을 가로질러, 적막 속으로 내려가는
그 가녀린 꽃 이파리들을 시선으로 뒤쫓느라 얼이 빠진
사자들은 내 옷자락의 나른함을 헤치고,
바다라도 가랑힐 내 발을 바라보았지.
그대는 그 늙은 육체의 전율을 가라앉히고,
이리 와서, 내 머리칼이 너희들을 두렵게 하는
저 사자 갈기의 너무나 사나운 꼴을 닮았으니,
나를 도와라, 이대로는 거울 속에서 하염없이 빗질하는
내 모습을 그대는 감히 쳐다볼 수도 없을 것인즉.


마개 덮인 병 속의 상쾌한 몰약은 아니라도,
장미의 노쇠에서 뽑아낸 향유의
불길한 효험을, 아기씨여, 시험해보심이
어떨지?


그런 향수 따윈 치워라! 그게 내가 혐오하는
것임을 모르는가, 그래 내 머리에 나른하게
적셔드는 그 도취의 냄새를 맡으라는 말인가?
내가 바라는 바는, 인간적인 고뇌의
망각을 퍼뜨리는 꽃이 아니라, 향료로부터
영원히 순결한 황금인 내 머리칼이,
잔혹한 광채를 띨 때도, 윤기 없이 하얗게 바랠 때도,
금속의 그 삭막한 차가움을 끝내 간직하는 것이니,
내 고독한 어린 날부터, 고향 성벽의 보석들아,
무기들아, 화병들아, 너희들을 그렇게 비추어왔듯이.


용서하소서! 여왕 마마, 나이가 드닌 낡은 책처럼 희미해진
아니 까매진 쇤네의 정신에게 아기씨의 금지령이 지워져서······


그만 됐다! 내 앞에 이 거울을 들고 있어라.
오 거울이여!
네 틀 속에 권태로 얼어붙은 차가운 물이여
얼마나 여러 번을, 그것도 몇 시간씩, 꿈에
시달리며, 네 얼음 밑 그 깊은 구멍 속에서
나뭇잎과도 같은 내 추억을 찾으며
나는 네 안에 먼 그림자처럼 나타났던가.
그러나, 무서워라! 저녁이면, 네 엄혹한 우물 속에서,
나는 내 흩어진 꿈의 裸身을 알아버렸다!
유모, 내가 아름다운가?


한 개 별이지요, 진실로
그런데 이 머리타래가 흘러내려서······


멈춰라, 내 피를
그 근원에서 다시 얼어붙게 하는 그대의 범죄를, 그리고 그 거동,
그 지독한 不敬을 응징하라 : 아! 이야기해보라
어느 든든한 마귀가 그대를 그 을씨년스런 흥분 속에 빠뜨리는지,
내게 제안한 그 입맞춤, 그 향수, 그리고, 내가 그 말을 할까?
오 내 가슴이여, 그대가 필경 날 만지려 하였으니
또한 불경한 그 손, 그것들은 망루 위에서
불행 없이는 끝나지 않을 어느 날······
오 에로디아드가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는 날이여!


괴이한 시간으로부터, 진정, 하늘이 그대를 보호하시옵길!
그대는 고독한 그림자가 되고 새로운 분노가 되어 배회하며,
그 마음속을 때 이르게 공포에 떨며 바라보시지만,
하오나 불사의 여신에 버금하리만큼 경애로우시며,
오 나의 아기씨, 끔찍하도록 그렇게도
아름다우셔서······


그러나 나를 만지려 하지 않았더냐?


저는 운명의 신이
아가씨의 비밀을 맡기는 그 사람이고 싶습니다.


오! 닥치거라!


때로는 그분이 오실까요?


순결한 별들이요,
듣지 말아다오!


음침한 공포들 속에 빠져든 것이
아니라면 어찌 갈수록 더 요지부동으로 꿈꿀 수 있으랴
저 어여쁨의 보석더미가 기다리는 그 神에게
간청이라도 하시는가! 그런데 누구를 위해 고뇌로
애를 태우며 지키시는가요, 그대 존재의
남모르는 광채와 헛된 신비를?


나를 위함이다.


슬픈 꽃이여, 홀로 자라며 마음 설레게 하는 상대라곤
오직 물속에 무력하게 보이는 제 그림자뿐.


가거라, 그대의 연민과 빈정거림을 흘리지 말라.


하오나 가르쳐주소서 : 오! 아닙니다, 순긴한 아기씨여,
어느 날엔가는, 그 기고만장한 멸시도 수그러들겠지요······


그러나 누가 날 건드릴 것이냐, 사자들도 범접하지 못하는 나를?
그뿐이랴, 난 인간적인 것은 아무것도 원치 않으며, 조각상이 되어,
낙원에 시선을 파묻고 있는 내 모습이 그대 눈에 비친다면,
그것은 내가 옛날에 빨았던 그대의 젖을 회상하는 때.


제 자신의 운명에 바쳐진 애절한 희생이여!


그렇다, 나를, 나를 위함이다, 내가 꽃피는 것은, 고독하게!
너희들은 알겠지, 난해하게 지은 눈부신 심연 속에
끝없이 파묻히는 자수정의 정원들이여,
태고의 빛을 간직한 채, 알려지지 않은 황금들이여,
始原의 대지 그 어두운 잠 아래 묻힌
너희들, 맑은 보석 같은 내 눈에 그 선율도 아름다운
광택을 빌려주는 돌들이여, 그리고 너희들,
내 젊은 머리칼에 숙명의 광채와
순일한 자태를 가져오는 금속들이여!
그대를 말한다면, 巫女들의 소굴에서 벌어지는 악행에나 어울리게
못된 世紀에 태어난 여인이여,
죽게 마련인 한 인간을 이야기하다니! 그자를 위해 내 옷자락의
꽃시울에서, 사나운 환락에 젖은 향기처럼,
내 裸身의 하얀 떨림이 솟아나와야 한다는 말인가,
예언하라, 여름날의 따뜻한 창공이,
여자는 천성적으로 하늘을 향해 저를 드러내지,
별처럼 벌벌 떨며 부끄러워하는 나를 본다면,
나는 죽으리라고!

나는 사랑한다 처녀로 삶의 끔찍함을, 나는 바란다
내 머리칼이 내게 안겨주는 공포 속에 살기를,
밤이면, 내 잠자리로 물러나, 아무도 범하지 않는
파충류, 쓸모없는 내 육체 속에서,
네 창백한 빛의 그 차가운 반짝거림을 느끼기 위해,
스러지는 너, 정결함으로 타오르는 너,
얼음과 잔인한 눈의 하얀 밤이여!

그리고 네 고독한 누이는, 오 내 영원한 누이여,
내 꿈은 너를 향해 솟아오르리라 : 벌써 그렇노라고,
그것을 꿈꾸는 한 마음의 희귀한 맑음인
나는 내 단조로운 조국에 나 홀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두가, 내 주위에서, 우러러 받들며 산다,
다이아몬드 맑은 시선의 에로디아드가
그 잠든 정적 속에 비쳐 있는 거울 하나를······오 마지막 매혹이여, 그렇다! 나는 그것을 느낀다, 나는 고독하다.


마님, 그렇다면 죽으려 하십니까?


아니다, 가련한 할머니여
조용하라, 그리고 물러가며, 이 냉혹한 마음을 용서하라,
그러나 먼저, 괜찮다면, 덧문을 닫아라 : 세라핀 같은
창공이 그윽한 유리창에서 미소짓는데,
나는 증오한다, 나는, 저, 아름다운 창공을!
물결들은
흔들리고, 저기, 한 나라를 그대는 알지 못하는가,
저녁마다 우거진 나뭇가지에서 타오르는 비너스의
미움을 받는 시선들이 불길한 하늘에 박혀 있는 나라를 :
나는 그리 떠나리라.
다시 불을 켜라, 어린애 같다고
그대는 말하는가, 불꽃 가볍게 타오르는 밀랍이
빈 황금 속에서 무언가 낯선 눈물을 흘리는
저 촛대에······


지금?


안녕히
그대는 거짓말을 하는구나, 내 입술의
벌거벗은 꽃이여!
나는 알지 못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아니 어쩌면, 신비와 그대의 외침을 알지 못한 채,
그대는 터뜨리는가 드높고 상처 입은 오열을,
몽상에 잠겨 있다가 제 차가운 보석들이
마침내 흩어지는 것을 느끼는 한 아이처럼.



목신의 오후
-전원시

목신
이 님프들, 나는 그네들을 길이길이 살리고 싶구나.
이리도 선연하니,
그네들의 아련한 살빛, 무성한 잠으로 졸고 있는
대기 속에 하늘거린다.

내가 꿈을 사랑하였던가?

두텁게 쌓인 태고의 밤, 내 의혹은 무수한 실가지로
완성되어, 생시의 숲 그대로 남았으니,
아아! 나 홀로 의기양양 생각으로만
장미 밭의 유린을 즐겼더란 증거로구나-

어듬어 생각해보자······

혹여, 그대가 떠벌리는 여자들은
그대의 전설적인 육욕의 소망을 그림 그리는가!
목신이여, 환각은 더 정숙한 여자의, 눈물 젖은 샘처럼,
푸르고 차가운 눈에서 솟아나온다.
그러나, 온통 숨결 가쁜 다른 여자는 그대 털 속의
뜨거운 대낮 바람처럼 대조적이라 말할 것인가?
아니다! 요지부동의 지친 失神으로
더위에 목이 졸려, 서늘한 아침은 발버둥치면서도,
화음으로 축여지는 숲에 내 피리가 퍼붓는
물이 아니면 어느 물로도 속삭이지 않고, 메마른 빗속에
소리를 흩날리기 전에 두 대롱 밖으로
서둘러 빠져나가려는 유일한 바람은,
주름 한 자락 움직이지 않는 지평선에서,
하늘로 되돌아가는 저 영감의
가시적이고 진정되고 인위적인 숨결이로다.

태양들에게 질세라 내 허영이 분탕질하는,
오 조용한 늪의 시칠리아 기슭,
명멸하는 불티들의 꽃 아래 말없는 沿岸이여, 이야기하라.
“재능으로 길들이는 속빈 갈대를 내 여기서
꺾었을 때, 샘에 포도넝쿨을 바치는
먼 초원의 청록색 황금 위로,
휴식하는 짐승들의 하얀 빛이 물결을 이룬다고,
피리 소리 태어나는 느린 전주에
저 날아가는 백조의 떼들, 아니다! 水精의 떼들 도망친다고,
또는 물에 잠긴다고······”

나른하게, 황갈색 시간에 만상이 타오르고
라音을 찾는 자가 소망하는 너무 많은 혼례가
무슨 재주로 한꺼번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까.
그때 나는 첫 열기에 깨어 일어나,
太古적 빛의 물결 아래, 우뚝 홀로 서며,
백합꽃들이여! 이 순진함으로 그대들 가운데 하나가 되련가.

아주 나직하게 믿을 수 없는 여자들을 믿게 하는 입맞춤,
그네들의 입술이 누설한 그 부드러운 공허와는 달리,
증거의 허물이 없는 내 순결한 가슴은
어느 고귀한 이빨에 말미암은 신비로운 상처를 증언한다.
그러나, 아서라! 이런 秘義는 은밀한 이야기 상대로
속 너른 쌍둥이 갈대를 골랐으니 푸른 하늘 아래서 부는
갈대 피리는 뺨의 혼란을 저 자신에게 돌려,
한 자락 긴 독주 속에 꿈을 꾼다, 우리가
주변의 아름다움을, 바로 그것과 우리의 순박한 노래 사이
감쪽같은 혼동으로, 기쁘게 하는 꿈을,
내 감은 눈길로 따라가던 그 순결한 등이나
허리의 흔해빠진 몽상으로부터,
한 줄기 낭랑하고 헛되고 단조로운 선을
사랑이 변조되는 것만큼 높이 사라지게 하는 꿈을.

그러하니, 도피의 악기여, 오 얄궂은 피리
시링크스여, 부디 호수에 다시 꽃피어나, 날 기다려라!
나는, 내 소문을 뽐내며, 오랫동안 여신들을
말하련다, 우상 숭배의 그림을 그려,
그네들의 그림자에서 다시 허리띠를 벗기련다.
이렇게, 포도 알알에서 그 빛을 빨고 나서,
내 거짓 시늉으로 회한을 흩뜨려 쫓아버리려고,
웃으며, 나는 빈 열매를 여름 하늘에 들어올리고,
그 빛 밝은 껍질에 숨결 불어넣으며, 도취를
갈망하여, 저녁이 올 때까지 비쳐보노라.

오 님프들이여, 가지가지 추억으로 부풀어오르자.
“내 눈이, 골풀들을 뚫고 나가, 불후의 목덜미를 하나하나
쏘았더니, 제각기 숲의 하늘에 광란의 비명을 울리며,
그 타오르는 상처를 물결 속에 잠그는구나,
머리칼의 눈부신 목욕이 빛과 잔물결 속에
사라지는구나, 오 보석들이여!
나는 내닫는다, 내 발치에 잠자는 여자들이(둘이라는 그 고통에서 맛본 나른함으로 기진하여)
나는 그네들을 덮쳐, 떼놓지도 않은 채, 후려안고,
변덕스런 그늘도 머물기를 마다하여 태양에
향기 모두 날려버리는 저 장미 덤불로 날아드니,
거기 우리의 장난은 불타버리는 대낮과 같을시고.”
내 너를 찬미하노라, 오 처녀들의 분노여,
내 불의 입술을 피하여 미끄러지는 裸身 그 성스런 짐의
오 사나운 환락이여, 한 줄기 번개가 전율하는가!
육체의 은밀한 공포를 내 입술은 마시니,
무정한 여자의 발끝부터 수줍은 여자의 가슴까지,
순결이 단 한 번에 단념하여, 미친 눈물에,
아니 덜 처량한 입김에 젖어드는구나.
“내 죄는 그 믿지 못할 공포를 깨뜨리는 것이 즐거워,
신들이 그리 잘 얽어놓은 포옹의
저 헝클어진 숲을 갈랐다는 것.
그건 내가 단 한 여자의 행복한 굴곡 아래
타오르는 웃음을 감추려 하자마자 (단순한
손가락 하나로는, 얼굴도 붉히지 않는
순지한 동생을 붙들어 그 깃털 같은 순백이
불붙는 제 언니의 흥분에 물들게 하고,)
어렴풋한 죽음으로 헐거워지는 내 팔에서,
여전히 나를 취하게 하던 울음도 아랑곳없이,
이 포로는 영영 보람도 없이 풀려나갔기 때문.”

어쩔 것인가! 다른 여자들이 내 이마의 뿔에
그네들의 머리타래를 묶어 나를 행복으로 이끌리라.
너는 알리라, 내 정념이여, 진홍빛으로 벌써 무르익은,
석류는 알알이 터져 꿀벌들로 윙윙거리고,
그리고 우리의 피는, 저를 붙잡으려는 것에 반해,
욕망의 영원한 벌떼를 향해 흐른다.
이 숲이 황금빛으로 잿빛으로 물드는 시간에
불 꺼지는 나뭇잎들 속에서는 축제가 열광한다.
에트나 火山이여! 그대 안에 비너스가 찾아와
그대의 용암 위에 순박한 발꿈치를 옮겨놓을 때,
슬픈 잠이 벼락 치거나 불꽃이 사위어간다.
여왕을 내 끌어안노라!

오 피할 수 없는 징벌······
아니다, 그러나 말이

비어 있는 마음과 무거워지는 이 육체는
대낮의 오만한 침묵에 뒤늦게 굴복한다.
단지 그것뿐, 독성의 말을 잊고 모래밭에 목말라 누워
잠들어야 할 것이며, 포도주의 효험을 지닌
태양을 향해 나는 얼마나 입 벌리고 싶은가!

한 쌍이여, 잘 있어라, 그림자 된 너의 그림자를 내 보러 가리라.



[머리칼 極에 이른 한 불꽃의 비상······]

머리칼 極에 이른 한 불꽃의 비상
그 타래 활짝 펼치려는 욕망의 서쪽이
관을 썼던 이마 제 옛 아궁이를 향해
(왕관이 스러지듯) 내려앉네

그러나 이 생기에 찬 구름밖에 다른 황금 불어넣지 않아도
항상 내부적인 불의 연소
애초부터 하나뿐인 그것은 지속되네
진정하거나 웃음짓는 눈의 보석 속에

손가락에 별도 불꽃도 놀리지 않고
영예로운 광채로 여자를 단순화하는 것밖에 없이
눈부신 그 머리로 공훈을 완수하여
즐겁고 수호하는 횃불처럼

루비의 의혹을 채집하여 뿌리는 그녀를
다정한 한 주인공의 裸身은 더럽히네



성녀

플루트나 만돌린과 더불어 옛날
반짝이던 그녀의 비올라의
금박이 벗겨지는 낡은 백단목을
감추고 있는 유리창에,

저녁 성무와 밤 기도에 맞추어 옛날
넘쳐흐르던 성모 찬가의
책장이 풀려나가는 낡은 책을
열어놓고, 창백한 성녀가 있다.

섬세한 손가락뼈를 위해
천사가 제 저녁 비상으로
만드는 하프에 스쳐
星光처럼 빛나는 그 창유리에,

낡은 백단목도 없이, 낡은 책도 없이,
악기의 날개 위로,
그녀가 손가락을 넘놀린다
침묵의 악사.



葬送의 건배

오 우리네 행복의, 그대, 치명적 표상이여!

착란의 인사이자 창백한 헌주련가,
황금빛 괴수가 몸부림하는 이 내 빈 술잔을
회랑의 마술 같은 희망에 바친다고는 생각지 마시라!
그대가 나타난다 한들 나를 흡족하게 하지는 않으리.
내 그대를 손수 반암의 자리에 모시지 않았던가.
儀式이란 무덤의 문들 그 육중한 무쇠에
두 손으로 횃불을 비벼 끄는 것.
그렇거니 시인의 부재를 노래하는 너무나 단순한
우리네 축제를 위해 선택한 이 아름다운 기념물에
그대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모르기는 어렵도다.
다만 남는 것, 누구나 맞이할 그 저열한 재의 시간까지,
어느 저녁이 우쭐거리며 내려와 불태우는 그 창문으로,
죽음의 순결한 태양 그 불꽃을 향해,
직분의 타오르는 영광이야 되솟아오름이 없으랴만!

장엄하게, 총체적이고도 고독하게, 그렇게
산화될 것이 두려워 인간들의 거짓 긍지는 떠는도다.
저 험상궂은 군중! 그들은 고하노니 : 우리는
우리 미래 망령들의 슬픈 암흑이로다.
그러나 헛된 담벼락에 애도의 紋章들 흩어져 있어도
나는 눈물의 냉철한 공포를 무시하였으니,
내 성스런 시에조차 귀먹어 소스라치지 않는,
뽐내는, 눈멀고 벙어리인, 저 행인들 가운데 어느 한 사람,
제 아련한 壽衣의 손님된 자가
死後 기다리기의 순결한 영웅으로 변하고 있을 때였더라.
그가 말하지 않은 말들의 성마른 바람을 타고
안개 더미에 싸여 실려오는 막막한 나락,
無가 옛날의 폐기된 그 인간에게 :
“지평선의 기억들이란, 오 그대여, 대지란 무엇이냐?”
이 꿈을 울부짖는데, 청아함이 변질되는 목소리로,
허공은 이 외침을 장난감 삼는도다 : “나는 알지 못하노라!”

스승은, 그윽한 눈으로, 걸음걸음,
에덴의 불안한 경이를 진압하였으니,
그 마지막 떨림은, 당신의 목소리만으로도,
장미와 백합을 위해 한 이름의 신비를 깨우도다.
그래 이 운명에서 아무것도 남는 것은 없는가, 그런가?
오 그대들 모두여, 어두운 믿음을 잊어버리시라.
찬란하고 영원한 재능은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 법.
내, 그대들의 욕망을 염려하여, 내 보고자 하는바,
어제, 당신이 사라진 뒤에도,
이 별의 정원들이 우리에게 지정하는 이상의 숙제 속엔,
평온한 재난의 영예를 위해,
도취한 주홍이자 크고 선연한 꽃송이, 말들의
그 장엄한 공기 진동은 살아남으리라,
빗방울이며 금강석, 그 어른거리는 시선이
거기 어느 것 하나 시들지 않는 그 꽃들 위에 남아
시간과 햇살 가운데 꽃송이 따로 떼어놓는지라!

이곳이 진즉에 우리네 진정한 숲들의 모든 거처일진대,
순수 시인은 여기서 겸허하고도 너그러운 행적으로,
당신의 직분의 적, 꿈에게 이 거처를 금지하는 바이니,
이는 그 당당한 휴식의 아침에,
저 오래된 죽음이란 것이 고티에에게도 다름없이
신성한 두 눈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며 입을 다문다는 것일 때에,
해를 입히는 모든 것이랑 인색한 침묵이랑
오솔길에 딸린 장식으로 솟아오르게 하기 위함이라.
 
 
<출처: 고독한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의바다의 미풍 배달하며

살갗을 말갛게 씻어주는 바람이 열린 창마다 불어오고 불어온다. 기분 좋은 바람이다만 가뭄이 극심하다니 마냥 반길 수 없는 노릇이다. 비 기운을 한 점 남김없이, 멀리 멀리 쓸어가 버릴 바람 속에서 「바다의 미풍」을 읽는다.

말라르메가 23세 된 해 5월에 썼다는 시다. “나는 모든 책을 다 읽었구나.”! 젊으나 젊은 나이에 미리 모든 생을 포식한 듯한 이 권태! 지긋지긋한 권태를 앓으며, “바다에 젖어드는 이 마음”이라느니, “이국의 자연을 향해 돛을 올려라!”느니, 마음을 부추기지만 “손수건들의 마지막 이별을 아직 믿는구나!”, 다 부질없는 짓이라고 넌더리낸다. 여긴들 저긴들……. “그러나, 오 내 마음이여/저 수부들의 노래를 들어라!” 이 사이키델릭한 비명!

「바다의 미풍」은 나른하고 우아한 시인으로 알고 있던 말라르메의 신경증적인 청년기 모습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여기까지 썼는데, 명랑이(우리 집 막내 고양이)가 옆 의자에서 징징거린다. “어……” 나는 명랑이를 흘깃 보면서 멍하니 일어나 “어, 그래, 우리 말라르메야” 중얼거리다 킬킬 웃었다. 우리 말라르메~ 명랑이 이름을 말라르메라 지어도 좋았겠다. 의자에서 뛰어내린 말라르메, 아니 명랑이가 간식 캔을 가지러 가는 내 뒤를 좋아라 쫓아온다.

이국에의 향수, 바다, 청춘, 말라르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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