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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관한 동시 모음> 이혜영의 '바람의 고민' 외
2017년 05월 27일 16시 18분  조회:1892  추천:0  작성자: 강려
<바람에 관한 동시 모음> 이혜영의 '바람의 고민' 외 

+ 바람의 고민 

어떡하지? 

바람이 풀숲에 주저앉아 
고민합니다. 

아무리 
살금살금 걸어도 
꽃잎이 흔들립니다. 

어떡하지? 
(이혜영·아동문학가) 


+ 바람이 길을 묻나 봐요 

꽃들이 살래살래 
고개를 흔듭니다. 

바람이 길을 묻나 봅니다. 

나뭇잎이 살랑살랑 
손을 휘젓습니다. 

나뭇잎도 모르나 봅니다. 

해는 지고 어둠은 몰려오는데 
넓은 들녘 저 끝에서 

바람이 길을 잃어 걱정인가 봅니다. 
(공재동·아동문학가) 


+ 같은 바람 중에도 

풍력발전소에 가면 
땀 흘려 일하는 
바람이 있다. 

풍차 날개를 돌려 
열심히 전기를 만드는 
기특한 바람이 있다. 

같은 바람 중에도 
어떤 바람은 
넘쳐나는 힘 다스리지 못해 
무서운 태풍이 되고 

어떤 바람은 
작은 힘 서로 모아 
방아를 찧고 
풍력발전소를 돌린다. 
(민현숙·아동문학가) 


+ 양달과 응달 

겨울에는 
양달에서 응달로 
따뜻한 바람을 보내준다. 

여름에는 
응달에서 양달로 
시원한 바람을 보내준다. 

제가 받은 것이라고 
저 혼자만 갖지는 않는다. 
제가 만든 것이라고 
저 혼자만 갖지는 않는다. 

바람은 
핏줄이다. 
가진 것을 함께 나누는 
이 세상의 핏줄이다. 

단지 며칠 늦어서 그렇지 
응달에도 꽃이 핀다. 
양달에도 
낙엽이 진다. 
(이무일·아동문학가) 


+ 보이지 않아도 

바람 
보이지 않아도 
풀잎을 흔들고 

태풍 
보이지 않아도 
나무를 흔들고 

너 
보이지 않아도 
나를 흔들고 

보이지 않은 게 
보이는 것보다 
힘이 더 세다. 
(정갑숙·아동문학가) 


+ 바람 - 2 

실바람으로 
나무둥치 간질일 순 있어도 

구름자락 불러다 
해와 달과 별들 가릴 순 있어도 

땅덩이 뒤덮는 
태풍이 될 순 있어도 

들어가 잠잘 
제 집은 없다. 
(신새별·아동문학가, 1969-) 


+ 바람 떠안기 

거센 바람이 
강을 건너 달려옵니다. 
나무들이 제일 먼저 
그 바람의 무게를 
온 몸으로 떠안습니다. 
다음으로 
키 큰 수수밭의 수수들이, 
그 다음으론 수수이랑 곁의 
푸른 쑥대들이 
바람의 무게를 조금씩 조금씩 
떠안습니다. 
그리곤 메밀밭을 돌아 
담장 밑의 작은 풀꽃, 
그 위에 앉았을 땐 
바람은 멧새 깃털처럼 작아졌습니다. 
(권영상·아동문학가) 


+ 꽃과 바람 

바람은 
꽃을 몹시 부러워한다. 

꽃은, 
파랑 
노랑 
빨강 
어느 빛깔 부러울 것 없을 만큼 
온갖 빛깔 다 있는데 

바람은 
그 고운 빛깔이 없다. 

그래서 
바람은 심술을 낸다. 

꽃필 무렵이면 
꽃샘을 하고, 

잎 필 무렵이면 
잎샘을 해도 

착한 꽃들은 
바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얼마나 부럽기에 
저렇게 심술이 났나 하고… 

언제나 
웃는 얼굴로 

꽃은 
바람을 맞이하고 
바람을 배웅하고. 
(김월준·아동문학가)  


+ 여름 

숲에 가면 
바람이 많이 이는 건 

햇볕이 뜨거워 
바람도 
몸을 식히러 온 때문이다. 

때론 
소풍 가듯 
바람도 쉬고 싶은 것이다. 

계곡 물에 
찰방찰방 발 담그고 있다가 

마냥 놀아선 안 되지 
바람은 
마을로 내려간다. 
(정세기·아동문학가, 1961-2006) 


+ 게으름뱅이 

부지런한 햇살이 
젖은 빨래 찾아다니며 
단물을 쪼옥 
빨아먹고 간 뒤 
뒤늦게 달려온 
목마른 바람이 
물기 없는 
빨래를 만져보고 
이마를 탁탁 치며 돌아갑니다 
(신천희·승려이며 아동문학가) 


+ 친해지고 싶어 

바람은 
친해지고 싶은지 
나에게 자꾸 
말을 건네요. 

슬며시 머리카락도 
쓰다듬어 보고 
볼도 사알짝 어루만지고 
옷깃도 자꾸 잡아당기고 

내가 모른 척하면 
몸을 세게 흔들기도 하지요. 

나도 바람을 느끼고 싶어 
깊게 숨을 들이마셨습니다 

친해지고 싶어서 
양팔을 활짝 벌렸습니다. 

바람이 내 가슴속으로 쑤욱 들어왔습니다. 
(오지연·아동문학가, 제주도 출생) 


+ 우리 동네 문제아 

골목대장이 된 바람을 따라 
온 동네를 휩쓸고 다니는 
우리 동네 문제아 

비닐봉지 
신문지 
음료수 캔 
(김혜경·아동문학가) 


+ 바람이 자라나 봐 

잔디밭에서 
앙금앙금 
기어다니던 
봄바람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푸름푸름 
그네를 타던 
여름 바람이. 

낙엽을 몰고 
골목골목 
쏘다니던 
가을 바람이 

어느새 
매끄러운 얼음판을 
씽씽 내닫는 걸 보면 
바람도 우리들처럼 
무럭무럭 자라나 봐. 
(김지도·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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