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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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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해외 동시산책

2014년 한국 우수동시 30편
2017년 06월 02일 21시 15분  조회:2452  추천:0  작성자: 강려
2014년 대한민국 우수동시 30편◎
 
노루
 
김종상
 
노루가 벼이삭을
뜯어 먹고 갔어요
 
뱃속에서 싹이 트면
몸뚱이가 벼싹으로
파랗게 덮이겠네요
 
파란 숲에 파란 노루
사냥꾼도 못 찾겠어요.
-김종상 동시집 『강아지 호랑이』에서
 
새들도 번지점프 한다
 
추필숙
 


액!
 
참새들
번지점프 한다.
 
날개는 작아도
겁쟁이는 아냐,
외치면서.
-추필숙 동시집 『새들도 번지점프 한다』에서
 
철이네 우편함
 
김영두
 
철이네 우편함은 강 이편에 있습니다.
집배원 아저씨가 강 건너 오시는 게 미안해
이 편 강가 숲속 소나무에 우편함을
달아 놓았습니다
며칠에 한번씩 배를 타고 건어 와
편지를 찾아 가는 철이 아빠
 
그런데 우편함 속에
할미새 부부가 보금자리를
만들기 시작하더니
알록달록 귀여운 새알을
낳았답니다
 
철이 아빠는
옆 소나무에 바구니를 하나 달아 놓고
다음과 같은 글을 써 달았습니다
“집배원 아저씨, 편지는 여기에 넣어주셔요.”
“우편함에는 산새가 새끼를 치고 있어요.”
 
호기심에 살금살금 다가가
우편함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솜털 보송한 새 새끼들이 어미가 온 줄 알고
노란 입을 짝짝 벌립니다
나는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가슴이 콩닥콩닥
얼른 뒷걸음쳐 도망쳤습니다
 
새끼들이 다 자라 날개가 돋치면
철이 아빠의 고마움을 부리에 물고
저 파란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습니다.
-김영두 동시집『철이네 우편함』에서
 
받아쓰기
 
이재순
 
하얀 공책
네모 칸 속에
삐뚤삐뚤
글자가 들어앉는다.
 
선생님이
불러 주는 대로
 
새가
들어앉는다.
나무가
들어앉는다.
  
모르는 글자가 나오자
끙, 끙,
아이가 들어가 앉는다.
-이재순 동시집『큰일 날 뻔했다』에서
 
울타리 없는 집
 
서상만
 
언덕 위 너와집*은
하늘이 지붕이고
산이 울타리, 들은 마당이다.
 
산새 들새 노래에
할배 잔기침 소리는
흥겨운 장단이다.
 
구름도 스르르르 그냥 지나고
깊은 밤, 고라니도, 너구리도
제 맘대로 드나든다.
 
자물쇠 없는 방문, 삐걱-열면
푸른 들판이 한눈에 들어오고
저녁노을이 바알갛게 문풍지에 번진다.
-서상만 동시집 『꼬마 파도의 외출』에서
 
이팝나무
 
김갑제
 
쏟아지는 햇살이
너무 뜨거워
 
이팝나무 꽃 이삭도
참을 수 없나 봐요.
 
-팝!
-팝!
-팝!
 
가지마다
팝콘을 튀겨요.
-김갑제 동시집 『날고 싶은 꽃』에서
 
졸음의 무게
 
박방희
 
뭐라 뭐라 해 쌓아도 세상에 무거운 건
 
눈 위로 쏟아지는 졸음의 무게지요.
 
스르르
눈꺼풀을 닫치며
 
목까지
툭!
툭!
-박방희 동시집 『바다를 끌고 온 정어리』에서
 
죽순
 
이오자
 
 쉿∼
도깨비 소탕작전
준비완료
 
뽀족뽀족한
뿔 때문에
 
대나무 숲에서
모두 발각
-이오자 동시집 『도깨비 소탕작전 준비완료』에서
 
사람 우산
 
박두순
 
집에 오는 길
소낙비가
와르르 쏟아졌다
 
형이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때 형이
우산이었다.
 
들에서 일하는데
소낙비가
두두두 쏟아졌다
 
할머니가 나를
얼른 감싸 안았다
그때 할머니가
우산이었다.
 
따뜻한 사람 우산이었다.
-박두순 동시집『사람 우산』에서
 
ㄱ(기역)
 
서향숙
 
친구 집 담장에
팔 걸치고
마당에서 놀고 있는
친구를 훔쳐보고 있다
 
담에 붙은 몸
낑낑대지만
떨어지지 않는다
 
쪼올깃 쪼올깃
찰떡같은 몸
 
쿵닥쿵 쿵다쿵
좋아하는 맘.
-서향숙의 동시집 『자음 모음 놀이』에서
 
뚝심
 
김종헌
 
꽃샘바람엔
입 꼭 다물고
 
황사바람엔
눈 꼭 감고
 
다부진
뚝심 하나로
 
잎으로 자란
연둣빛 새순
 
땡볕엔
온몸을 뒤척인다
 
초록바람 일렁이며.
  -김종헌 동시조집 『뚝심』에서
 
다리
 
우남희
 
쩌-억
갈라진 논바닥
단비가 아물게 하고
 
쭈-욱
터진 솔기
바늘이 기워 주고
 
금이 간
너와 나 사인
웃음이면 되겠지?
-우남희 동시집『너라면 가만있겠니?』에서
 
생각하는 감자1
 
박승우
 
감자가 무슨 생각이 있냐고?
 
그럼 생각도 없이
때가 되면 싹 틔우고
때가 되면 꽃 피우나
 
생각도 없이
씨감자는 썩으면서
아기 감자 키우나
 
생각도 없이
다시 싹 틔우라고
씨눈을 만들어 놓나
 
감자도 생각이 많답니다
-박승우 동시집 『생각하는 감자』에서
 
콩 총알
 
김현숙
 
꼬투리 속에
장전된 콩알
 
가을 햇살이
방아쇠를 당긴다
 
타당!
타당!
탕!
-김현숙 동시집 『특별한 숙제』에서
 
햇살을 인터뷰하다
 
추필숙
 
수국이
마이크처럼 피면
누구라도 붙잡고 인터뷰하고 싶다
 
아아아,
지금부터 햇살과 인터뷰를 해 보겠습니다
좋아하는 게 뭐죠?
 
음, 밖을 아주 좋아해요
낮고 높고 좁고 넓고 가깝고 멀고
가리지 않고 쏘다니는 걸 좋아해요
 
아주 분주하시군요,
해야 하는데
아, 나는 실컷 쏘다녀 본 적이 있었느냐?
집 안, 차 안, 교실 안
그늘만 기웃거리기도 바쁜 나
 
그래도 오늘처럼 수국이 핀 날
꽃 뭉치만 한 햇살과 인터뷰하다
문득 깨닫는다
 
우리 집 햇살은 나!
-추필숙 청소년 시집 『햇살을 인터뷰하다』에서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다
 
오순택
 
바퀴에 감긴 실을
동그란 실뭉치 풀 듯
풀어보고 싶다.
 
추운 겨울 누나 목에 두른
목도리 같은
고속도로도 감겨 있고
고운 햇살 머금고
발그레 웃고 있는
코스모스 길도 감겨 있겠지.
 
바퀴를 뒤로 굴리면
동글동글한 실뭉치가
둘둘둘둘 풀리듯
고속도로 옆
그림처럼 펼쳐진 산과 들도
손잡고 따라 나오고
코스모스 발그레한 웃음도
향내 머금고 따라 나오겠지.
 
동그란 실뭉치 풀듯
바퀴에 감긴 길을
둘둘둘둘 풀어보고 싶다.
-오순택 동시집『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다』에서
 
고등어야, 미안해
 
신복순
 
식탁에 오른
등 푸른 고등어
 
불쌍하다.
 
고등어는 바다에서
나오고 싶었을까?
 
친구들과 놀다가
붙들린 건 아닐까?
 
왠지 미안해,
고등어에게 사과했다.
-신복순 동시집 『고등어야, 미안해』에서
 
수박냄새
 
유은경
 
은어 몸에선
향긋한 수박냄새가 난다.
 
바다에서 겨울 난 새끼 은어
봄에 떼 지어 강으로 갈 때
편식해서 그렇단다.
물풀만 먹어서 그렇단다.
 
이것저것 잘 먹던 내가
채소만 먹는다면
내게서도 상큼한
수박냄새 날까?
-유은경 동시집 『물고기 병정』』에서
 
꽃집에 가면
 
윤이현
 
장미, 백합, 프리지어
꽃마다 예쁜 이름
 
꽃들은 다들 웃고 있다
나도 꽃처럼 웃고 싶다
 
꽃들은 상큼한 향이 난다
나도 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향
상냥스러움의 향
그런 향이 났으면 좋겠다
 
꽃집에 가면
나도 꽃처럼 되고 싶다.
-윤이현 동시집『꽃집에 가면』에서
 
바람의 맛
 
장승련
 
만나는 것들마다
가장 먼저 맛보는 바람.
 
과일을 만나
먼저 맛보더니
“맛있다, 맛있다!”
여기저기 과일 향기 내뿜고
 
꽃을 만나
꽃잎 하나 따 먹고는
“향긋해, 향긋해!”
꽃 향기 솔솔 피워 내지.
 
세상 모든 향기와 맛을
품고 품었다가
온 세상 푸짐하게 뿌려 놓은
바람의 맛.
-장승련 동시집『바람의 맛』에서
 
나는 왜 이럴까?
 
박예자
 
동화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영민아
밥 먹어라, 그만 읽고.”
엄마가 부르지만

동화책 한 줄,
꼭 한 줄 더 읽다 혼나지.
 
고기가 맛있어
자꾸 먹는데
“영민아,
채소도 먹어라.”
난 들은 척 않고
고기 한 젓가락,
꼭 한 젓가락 더 집다 혼나지.
 
난 늘 왜 이럴까?
엄마 말씀 그때,
멈췄으면 좋았을 걸.
-박예자 동시집『나는 왜 이럴까?』에서
 
옹달샘
 
조명제
 
꼬부랑 산기슭
홀로 솟는 옹달샘
 
방울방울



음표 찍어내고 있다.
 
마침표 없는
되돌림 노래 부르고 있다.
 
휘영청 보름달
산노루 한 마리
 
온쉼표 하나
그리고 갔다.
-조명제 동시집『해맑은 동심세계에서』에서
 
궁둥잇바람
-우리나라 지도의 경고
 
김미영
 
가시철사 허리띠
 
확 풀리는 날
 
내 궁둥잇바람 조심해라.
 
일본 너희 나라 지도
 
우주로 날아갈라.
-김미영 동시집 『궁둥잇바람』에서
 
가을 하늘
 
윤희순
 
메뚜기가 뛰고
잠자리가 날고
바람도 높이 분다고
하늘도 뛰었다
 
높아진
가을 하늘
-2014년 『대구아동문학』 56집에서
 
이슬비
 
남석우
 
소리 없이 내려온다고
누가
모를 줄 아나 봐
 
발자국이
연못에
 
동그랗게 동그랗게
찍히는 줄도
모르고
-2014년 『대구아동문학』 56집에서
 
빗방울의 난타공연
 
최신영
 
-푱푱! 찰방찰방!
-또드락! 또드락!
 
물웅덩이
두드리고
마른 나뭇잎
두드리고
 
내 우산
두드리는
빗방울들의
신나는 난타.
 
혼자 집으로 가는 길
심심하지 않아요.
-최신영 동시집『빗방울의 난타공연』에서
 
울고 있는 가마솥
 
김동억
 
할머니 돌아가시고
비어 있는 시골집
 
부뚜막에 걸터앉아
집을 보던 가마솥
 
얼마나 외로웠으면
피눈물을 흘렀을까
 
솥뚜껑 열어 보니
붉게 번진 눈물자국
-2014년 『열린아동문학』』63집에서
 
밥 속의 까만 콩
 
이옥근
 
살짝 빼낼까?
그냥 먹을까?
 
까만 머릿결
예쁜 살결 된다며
엄마는 눈 딱 감고 먹으라지만,
 
비릿하게 씹히는 게 싫어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린다
 
밥그릇 한쪽에
오종종 모아놓은
까만 콩.
 
띠룩띠룩 째려보는
까만 눈알들.
-별밭동인 제28집 『난 네가 좋다』에서
 
민들레꽃
 
김관식
 
차도와 인도 사이
빨간 소화전
그 옆
 
보도불럭 길섶
노란 민들레꽃
활짝 피었다.
 
지나가는 행인이
발로 밟고 지나갔다.
 
노노노
노랑 벨소리
울렸다.
 
랑랑랑
다시 일어나
활짝 웃었다.
-별밭동인 제28집 『난 네가 좋다』에서
 
저녁 식사 시간
 
고영미
 
꽁치구이 냄새가
온 집안을 돌아다닌다
 
푸른 바다 헤엄치던 몸짓으로
날렵하게
 
이 방 저 방 들어가
냄새를 풀어 놓고
 
문 탁 닫고 들어간
사춘기 언니도 물러낸다
 
저녁식사 시간
우리 가족 다 꾀어낸
꽁치 한 접시
-『참여문학』 60호 2014년 겨울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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