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날, 나지막한 언덕에서 저무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나 둘 저녁별이 늘어나고 있었다.
“얘, 혼자인 언덕을 동무해주려고 나왔니?” 먼저 나온 저녁별 하나가 나한테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다.
(그럼 언덕의 친구도 전학을 갔는감?)
찰나 소학교 고급학년을 올라갈 무렵에 전학 간 친구의 사과알 같은 이쁘장한 얼굴이 스크랩되여 눈앞에 펼쳐진다.
한동네에서 함께 자랐고 한학급에서 같이 공부를 해서일가? 한학급에서 개구쟁이 남자애들의 놀림은 둘째치고 얌전한 녀자애들마저 “저리 가!” 혹은 “비켜 !” 하며 어느 별에서 온 외계인 만난 듯 나와 거리를 두었건만 유독 그 친구만이 유일하게 나를 싫어하지 않았던 같다.
어쩌면 뇌성마비인 나와 결코 거리를 두지 않았던 까닭에 그 친구가 편했는지도 모른다.
학교로 가는 날의 아침이다. 아파트의 2층에서 조금 일찌기 밖에 나와 친구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5층을 올려다보며 ‘용기를 내서 이름을 한번 불러볼가 어쩔가?’ 하고 망설임을 요리조리 굴려본다.
종당엔 괜히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가 어눌한 나의 말소리가 5층까지 올라같 것만 같아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홍당무가 되여가는데 어느결에 쫑드르 층계를 내려왔는지 친구가 내 어깨를 톡 치며 방그레 웃어준다. 한편 내 손목을 잡아준 친구의 손은 따뜻했다.
문득 거꾸로 나라면 뇌성마비인 친구와 같은 동네에서 지내는 것이 무척 신경이 쓰일 것만 같다는 생각이 고개를 쳐든다. 그 리유로 많은 친구들을 잃을가봐 너무도 화가 치밀어 그 친구를 못살게 굴 것 같고 같이 놀림의 대상이 된다면 속상해서 눈물샘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그렇게 잠간 어리석은 상상을 하곤 피식 웃었다.
둘이서 학교로 발걸음을 옮겨가면서 나는 어눌한 말투로 친구한테 물었다.
“넌 왜 나를 싫어하지 않니?”
“친구잖아!”
친구가 미소 꽃망울을 톡 터뜨리며 내 물음에 대답해주었다.
그때 친구가 나한테 했던 그 한마디가 지금 나의 귀전을 맴도는 건 언덕을 동무해주라는 친구의 속삭임소리인지도 모른다.
(그래, 하나의 별이 되여 언덕을 동무해줘야지. 언덕도 친구가 전학을 가버려서 참 외로울 거야.)
한발자국도 걸을 수 없고 찍 소리도 낼 수 없는 언덕이지만 나의 이런 속심을 읽는다면 꽤 신나할 것만 같다.
“히히, 별 하나에 친구하나…” 하고 언덕은 초록 눈빛으로 나한테 말을 걸어올 것만 같다.
우린 새로운 어깨동무이니깐.
2017년 6월 9일 연변일보 해란강문학면 연변작가협회 아동분과 6.1 아동절 특집 (2)에 나간 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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