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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러 시모음
2017년 08월 20일 16시 50분  조회:2565  추천:0  작성자: 강려
쉴러
1869. 2. 11 독일 엘버펠트~1945. 1. 22 팔레스타인 예루살렘.
 
20세기초 독일의 시인·단편작가·극작가·소설가.
 
유대계로서 1894년 내과의사 베르톨트 라스커와 결혼(1903 이혼)한 후 베를린에 정착했다. 베를린에서 아방가르드 문학 서클에 자주 다녔으며 서정시와 단편소설들을 정기간행물에 발표하기 시작했다. 당시 주도적인 표현주의 잡지의 편집인이었던 헤르바르트 발텐과 2번째 결혼(1901~11)을 했다.
 
〈슈튁스 Styx〉(1902)라는 제목의 첫번째 시집에 이어 〈나의 기적 Meine Wunder〉(1911)·〈히브리 민요 Hebraische Balladen〉(1913)를 비롯한 여러 권의 서정시집을 발표했다. 그밖에 주요작품으로는 희곡 〈부퍼 Die Wupper〉(1909)와 자전적 소설 〈나의 마음 Mein Herz〉(1912), 단편소설집 〈테베의 왕자 Der Prinz von Theben〉(1914)와 〈바르셀로나의 놀라운 랍비 Der Wunderrabbiner von Barcelona〉(1921)가 있다.
 
독일에서 나치가 집권한 후인 1933년 스위스로 이주하였고, 1940년에는 팔레스타인의 예루살렘에 다시 정착하였다. 언제나 상도를 벗어난 예측할 수 없는 생을 영위하였고 말년을 가난하게 지냈다. 그녀의 시들은 풍부한 환상의 특질과 상징성을 활용하였으며 부모, 낭만적 열정, 예술, 종교, 다른 주제 등과 어린시절의 개인적인 환기를 비애감과 황홀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열정적으로 써내려갔다. 많은 단편소설들은 아라비안나이트를 재해석한 것으로 시각적 이미지가 풍부한 현대적 감각의 상상력을 보여준다. 그녀의 소설들은 분위기와 상징성은 풍부하지만 서사적 초점이 약하고 플롯이 거의 짜여져 있지 않은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스커 쉴러는 20세기초 중요한 독일 서정시인으로서 확고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환희의 송가
 
 
 
환희여, 신들의 아름다운 광채여,
낙원의 처녀들이여,
 
우리 모두 감동에 취하고
빛이 가득한 신전으로 들어가자.
 
잔악한 현실이 갈라놓았던 자들을
신비로운 그대의 힘은 다시 결합시킨다.
 
그대의 다정한 날개가 깃들이는 곳,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된다.
 
 
위대한 하늘의 선물을 받은 자여,
진실된 우정을 얻은 자여,
 
여성의 따뜻한 사랑을 얻은 자여,
환희의 노래를 함께 부르자.
 
그렇다. 비록 한 사람의 벗이라도
땅 위에 그를 가진 사람은 모두...
 
그러나 그것조차 가지지 못한 자는
눈물 흘리며 발소리 죽여 떠나가라.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자연의 가슴에서 환희를 마시고
 
모든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나
환희의 장미 핀 오솔길을 간다.
 
환희는 우리에게 입맞춤과 포도주,
죽음조차 빼앗아 갈 수 없는 친구를 주고
 
벌레조차도 쾌락은 있어
천사 케르빔은 신 앞에 선다.
 
 
장대한 하늘의 궤도를
수많은 태양들이 즐겁게 날 듯이 형제여
 
그대들의 길을 달려라,
영웅이 승리의 길을 달리듯.
 
서로 서로 손을 마주잡자,
억만의 사람들이여,
 
이 포옹을 전 세계에 퍼뜨리자.
형제여, 성좌의 저편에는
 
사랑하는 신이 계시는 곳이다. 엎드려 빌겠느냐,
억만의 사람들이여, 조물주를 믿겠느냐
 
세계의 만민이여, 성좌의 저편에 신을 찾아라,
별들이 지는 곳에 신이 계신다."
 
 
 
 
장갑
 
사자 우리 앞에서
격투 경기를 기다리며
프란츠 왕이 앉아 있다.
 
주위에는 귀족들이 둘러 앉아 있고
높은 발코니에는 귀부인들이
아름다움을 뽐내며 둘러 앉아있다.
 
 
왕이 손가락으로 신호하자,
사자우리의 문이 열리고
 
육중한 발걸음으로
사자 한 마리가 밖으로 나와,
 
주위를
천천히 둘러 보더니,
 
입을 크게 한 번 벌리고,
갈기 털을 부르르 떨더니만,
 
그 자리에 몸을 �혔다.
 
 
다시 왕이 신호를 하자
두 번째 우리의 문이 열리고
 
거기서 호랑이 한 마리가
사납게 뛰쳐 나오더니
 
사자가 앞에 있음을 보고
커다란 소리로 으르렁거리며
 
꼬리를 흔들면서
둥그렇게 한바퀴 돌더니
 
불타는 혀를 드러내고
무시무시한 울음소리를 내면서
 
사자 주위를 빙빙 돌더니만,
으렁거리면서 사자옆에 몸을 �혔다.
 
 
왕이 또 신호를 내리자
우리문이 두 개가 열리고
표범 두 마리가 뛰쳐 나왔다.
 
살기찬 표범들은 호랑이에게 달겨들었다.
호랑이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표범을 붙들자,
 
사자가 위엄있는 모습으로 일어나
울부짖었고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맹수들은 살기를 품은 채
원을 그리더니
모두들 자리에 누웠다.
 
 
그 때 발코니 윗자리에서
장갑 한 짝이 아름다운 손에서 떠나
 
호랑이와 사자가 있는
한 가운데 떨어졌다.
 
쿠니쿤트 공주는 비웃는 듯이
기사 델로게스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기사님, 당신의 사랑이 열렬하고
늘 내게 맹세한 말씀이 참말이라면
 
저 장갑을 주워 올 수 있겠지요?"
 
 
그러자 기사는 즉시 일어나
힘찬 걸음으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맹수들 한가운데에서
겁 없이 장갑을 주워들었다.
 
놀람과 몸서림을 치면서
모든 기사와 귀부인들이 그걸 보았다.
 
태연히 장갑을 가져오는 그에게
모든 사람들은 칭송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참다운 행복을 기대하는
쿠니쿤트 공주는
 
부드러운 사랑의 눈동자로써 그를 맞이하였다.
기사는 공주의 얼굴에 장갑을 던지며,
 
"공주여, 나는 감사의 말을 바라지 않소."
기사는 그 자리에서 공주를 버렸다.
 
 
 
타향에서 온 소녀
 
 
해마다 새 봄이 오고
종달새가 첫노래를 부를 때가 되면
 
골짜기 가난한 목자들 곁에는
예쁘고 신비스런 소녀가 나타났었네,
 
 
그 소녀는 거기 출생이 아니었고
아무도 고향을 아는 이 없었기에
 
한 번 작별하고 가버리면
그의 행방 또한 알 수 없었네.
 
 
소녀가 있는 곳엔 기쁨이 뒤따랐고
사람들 또한 마음 너그러워졌지.
 
하지만, 소녀가 지닌 높은 위엄 때문에
아무도 희롱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네.
 
 
소녀는 아름다운 꽃을 가져왔고
단 맛이든 과일도 가져왔지.
 
그 과일은 이 곳과는 전혀 다른 곳
행복한 자연의 햇볕으로 익은 것이었지.
 
 
소녀는 아름다운 꽃과 익은 과일을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선물했고
 
젊은이나 지팡이 든 노인들이나
모두 선물을 들고 집에 갔네.
 
 
누구 하나 푸대접 받는 이 없었으나
서로 사랑하는 한 쌍이 찾아왔을 때
 
소녀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골라
그들에게 주었으니, 그건 예쁜 꽃이었네.
 
 
이상과 생명
 
 
옛날, 넘치는 정열로 기도하며,
피그말리온이 돌을 끌어안자
 
마침내 그 차갑게 빛나던 대리석이
감정의 빛을 나타낸 것처럼,
 
 
나도 온 정열로
빛나는 자연을 내 시인의 가슴으로 안았다.
 
그러자 마침내 숨결이, 따뜻함이, 생명의 움직임이
그 자연의 현상 속에서 뛰쳐나온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모든 정열을 나누어 주었다.
이 무언의 상은 나타내어야 할 말을 생각하고
 
젊고 대담한 내 키스에도 따라주며,
높이 뛰는 내 가슴의 고동까지도 알아 주었다.
 
 
그때 빛나는 자연도 나를 위해 있었고,
은빛 시내물도 노래로 가득 차 흘렀으며
 
나무도, 장미도 서로가 느낌을 나누어 이야기 했다.
그것은 내 영원한 생명의 메아리였다.
 
 
 
쉴러는 신화 속의 피그말리온을 인용하여
젊은 가슴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것을 표현하였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진정
사랑한다는 것은
 
이별을
눈물로써 대신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곁에 있던 사람이
먼길을 떠나는 순간,
 
사랑의 가능성이
모두 사라져 간다 할지라도
 
그대 가슴속에 남겨진 그 사랑을 간직하면서
사랑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는 것이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순 례 자
 
인생의 봄에 벌써
나는 방랑의 길에 올랐다.
 
청춘의 아름다운 춤들일랑
아버지의 집에 남겨둔 채로
 
 
유산과 소유의 모든 것을
줄겁게 믿으며 버려 버렸다.
 
가벼운 순례자의 지팡이를 들고
어린이의 생각으로 길을 떠났다.
 
 
길은 열려 있다. 방랑하라
언제나 상승을 추구하라는,
 
거대한 희망이 나를 휘몰고,
어두운 믿음의 말이 들린 때문에.
 
 
황금빛 대문에 이를 때까지,
그 문 속으로 들어가라고,
 
그곳에서는 현세적인 것이
거룩하고도 무상하지 않으리라.
 
 
저녁이 되고 또 아침이 와도,
나는 한 번도 멈춘 일이 없다.
 
그러나 내가 찾고 원하던 것은
나타난 일이 도무지 없다.
 
 
산들이 행로를 가로막았고
강들이 발걸음을 얽매었으나,
 
협곡 위에는 작은 길을 내고
거친 물살 위엔 다리을 놓았다.
 
 
그리하여 동쪽으로 흘러가는
어떤 강기슭으로 나는 왔다.
 
강의 길을 즐거이 믿으면서
나는 강의 품속에 몸을 맡겼다.
 
 
그 강의 유희하는 물결은
나를 큰 바다로 이끌어 갔다.
 
내 앞에 드 넓은 허공만 있고,
목적지에 가까이 가지 못했다.
 
 
어떤 길도 그곳으론 가지를 않고,
나의 머리 위의 저 하늘도
 
땅과는 한 번도 닿지 않는다.
그리고 그곳은 결코 이곳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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