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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향의 초현실주 문학의 이론과 기법
김 석(시인, 퇴계학회 회원)
1. 들어가는 말
1959년 고 3의 가을 한 날이었다. 학교 교문을 나서는데 길바닥에 책들을 펼쳐 팔고 있었다. 그때 나는 두 권의 단행본과 『向學』이란 잡지 한 권을 샀다. 집에 돌아와 향학의 책장을 넘기다가 박스 안에 사진과 함께 『초현실주의』의 문학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동아대학 조 향 교수님을 접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그 대학의 국어국문학과에 지원서를 냈다. 어찌 생각하면 이것은 문학적 運命이라 할 수 있겠지만 수직적 질서인 기독교를 신봉하고 있던 나에게는 수평이란 反의 논리를 알게 한 동기면서 攝理였다.
유학에서는 걸어가는 존재로 사람을 보기 때문에 이것을 天命이라 한다. 천명이란 하늘과 땅의 허점을 깁는 사람의 중요성을 말한다.내 대학 졸업 앨범에는 영남 7개 대학 국어국문학과 학술발표회의 광경이 실렸고, 단상에는 『이상론』을 발표했던 내 모습이 보였다. 그 때 경북대학에 계셨던 김춘수 선생님을 처음 뵈었다. 나의 발표에 대한 평을 하셨던 조 향 선생님은 자료 정리에 미숙함은 좀 있지만 대학생으로서 이상의 시에 대한 연구발표는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이란 말씀으로 격려해 주셨다.
50여 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동대신동 조 향 선생님 댁을 찾았을 때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던 일본서적과 일본 화집들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선생님은 혹 사모님과 의견충돌이라도 있을 경우는 월급의 태반을 책을 사는데 써버린다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대학3학년 가을 강의시간이었다. 선생님이 시를 쓸 때의 기교에 대해 말했다. 시에서 언어와 언어의 낯설게 하기, 또 언어의 충돌이 가져오는 시적 효과에 대해 말했다. 그 때였다. 한 학우의 “선생님 버스를 타고 가는데 차가 급정거할 경우 사람과 사람의 충돌도 언어의 단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의였다. 화가 난 선생님은 하던 강의를 그만두고 강의실을 나가버렸다. 질문했던 학생과 나, 그리고 몇 급우들이 당시 문리대학장으로 있었던 선생님을 찾아가 사과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때부터 우리들은 선생님의 문학운동에 가담하게 되었다. 국문학과의 선후배 중심으로『오후문학』동인회를 결성하였고, 창간호에『ohooism(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을 본뜬 시 기법의 논리)』을 선포하기도 했다. 졸업 후 나는 신앙의 문제로 인해 선생님이 주관, 부산 광복동과 남포동 사이의 ‘세븐’다방이었던가『일요문학』의 모임에 옵서버로 가끔 참석했었다. 한 날 三四문학의 창간 멤버의 한 사람이었던 이시우 선생(우리나라 최초의 초현실주의 이론인 ‘絶緣하는 論理’를 1935년 三 四문학 3호에 발표)도 뵌 적이 있다. 이후 우리들은 소한진, 김용태, 송상욱, 김 석, 최휘웅 등이 중심이 되어『시와 의식』을 시작하였고, 선생님의 문하생들 중심으로 부산에서『계간 시 문예』『남부문학』등을 이어 발간했다. 이 문학운동에 참여였던 하현식, 최휘웅 그리고 필자는 시문학사의 도움으로 1975년 합동시집『절대공간』을 상재하기에 이르렀다.
절대공간에 수록된 내 시들은 대략 몽환의 세계를 동시동존으로 병치시킨 기교를 활용했다. 책이 발간되고 상경했던 나는 서대문 한 지하다방에서 문덕수 선생님을 처음 뵙게 되었다. 그러나 부산에서 시집의 발간과 Sur문학운동으로 문단의 현실에 맞섬과 적응하기가 어려움임을 절감하게 되었다. 마침 76년 늦가을, 부산여자대학의 문학 강연 차 오신 조연현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나는 초현실주의 문학을 이해해주셨던 신동집 선생님의 추천으로 77, 7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였다. 그 때 정릉에 사셨던 조연현 선생님을 찾아뵈었는데 조 선생님은 내가 조 향 선생의 제자임을 알았기 때문에 “일단 문단에 들어와서 잡아먹고 나가면 되지 않느냐.”는 말씀이었다. 생각하니 그 때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 시절이 그립고 참으로 고마운 스승들이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70년 초 조향 선생님이 학교재단과 불화사건으로 서울로 상경하였고, 나도 80년 서울사리가 시작되었다. 상경 후 선생님과는 주로 서린호텔 다방에서 몇 차례 만나 뵈었다. 1982년 늦은 봄이었던가, 송상욱 시인과 무교동 한 초밥 집에서 선생님을 모시고 점심식사를 대접한 것이 이승에서 선생님과 마지막 만남이었다. 또 광화문을 함께 걸은 때도 있었는데 선생님이 광화문에 세운 충무공 동상을 보면서 하신 말씀이었다. 장군의 갑옷과 칼이 저렇게 무겁고 커서 싸움이나 하겠느냐는, 이것은 위엄을 드러내기 위한 치장 일변도의 동상에 대한 비판의 말씀처럼 들렸다. 아마 선생님은 동상의 가치를 오브제의 관점에서 보고 하신 말씀하신 것 같았다.
나는 근래 쓴 민족서사시『광화문』에서 충무공의 의상이 그럴 수밖에 없었음 이렇게 썼다. 충무공은 우리민족에게 용장이나 맹장으로만이 아닌 智將으로 또 물때와 물터를 알았던 민족의 神將이라는 입장에서 보았으리라는, 이후 나는 서울사리에 적응하느라 바빴고, 선생님이 한 날 가족과 설악산을 등반하다가 홀연 세상을 뜨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혼자서 찾아갔던 한양대 영안실에는 조봉제 선생님과 아드님, 그리고 선생님의 문학을 깊이 이해했던 젖은 눈으로 따님이 검은 복장으로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영정사진 앞에는 평소 애연가이셨던 선생의 명복을 빌며 누가 놓아둔 것이었을까, 반쯤 타 들어간 담배연기가 내가 올렸던 두서 향불에 섞여 영정사진 앞을 스쳐 올라감을 보았다.
2. 본론- 초현실주의 문학의 주요 기법들
나의 대학시절이었던 1960년대 초반 우리의 문단과 시의 풍토는 전후 민족주의 정서가 중심이 된 다양한 기법의 시들의 發芽와 정착기였다. 또 주요 문학잡지로는 사상계와 현대문학과 자유문학이었다. 正音社, 을유문화사의 문학전집, 그리고 신구문화사에서 발행된 전후세계문학이었다. 나는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正音, 乙酉문학전집과 신구문화사에서 갓 나온 전후세계문학을 중심으로 책을 사 모아 읽는 일이 나의 하루하루였다.
또 조 향 선생님의 시 창작, 소설 창작 이론 등 나는 당시 리얼리즘의 우리 문학풍토에서 새로운 시의 기법과 창작이론에 호기심으로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선생님은 강의 때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super_ego, ego, id), 특히 합리적 이론이나 이성에 눌려 있는 용광로처럼 본능에서 유발된 에너지로 libido라는 미개척 지평에 대한 트리스탄 짜라, 앙드레 브르통, 의식의 흐름을 다루었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제임스 조이스, 이 상 등 낯선 문학의 매력과 경이로움이었다. 또 당시의 아방가르드 예술과 문예사조의 소개였다. 특히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와 에른스트, 미로 그리고 뒤샹이 뉴욕의 한『안티팡당』전에서 변기통을 『샘』이라 이름 붙인 레디메이드의 전위예술의 강의들은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다. 필자는 우리 현대문학사에서 초현실주의의 문학론을 도입 정착시기에 매진하셨던 선생님의 공과와 주요 Sur 주요 기법에 대하여, 점서占筮였던 주역을 자연철학으로 정립시킨 공자의 『述而不作』이란 말씀을 인용, 모서리에 선 마음으로 소개하려 한다.
가. 초현실주의 정의
①. 쉬르레알리즘 : 남성명사
마음의 순수한 자연현상으로서, 순수한 자동현상에 의하여 사람이 입으로 말하든지, 필기에 의하든지, 또 다른 어떤 방법에 의하든지,思考의 참된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것은 또 『理性』에 의하여 어떠한 감독도 받지 않고, 심미적인, 또는 윤리적인 관심을 완전히 떠나서 행해지는 사고의 記述이다.
②, 百科辭典 : 철학,
超現實主義는 여태까지 돌보지 않았던 어떤 종류의 *聯想形式의 훌륭한 實在에 대한 신뢰에다 근거를 두며, 또한 꿈의 全能과 *思考의 비타산적인 활동에 대한 信賴에 근거를 두고 있다. 초현실주의는 다른 모든 ‘마음의 mechanism’을 결정적으로 破壞하고 그 대신 인생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함에 목적을 두고 있다. ‘절대적 쉬르레알리즘’을 실천해보인 사람들은 아라공, 보아파르, 브르통, 카리브, 데스노스, 나빌, 엘뤼아르, 제라르, 수포, 페레, 비트락 등이다.
*,연상 작용: 자유연상의 형식을 가르치는 말 *. 사고의 비타산적 활동 : 이성의 간섭에서 벗어난 proust가 말한 순수의식으로 투명한 순간.
초현실주의 제1차 선언 ; 1924년 파리.
1919년 앙드레 브르통이 루이 아라공, 필립 수포와 함께 『문학』지를 창간하고 1921년 『다다』운동에 가담하면서 주위에 모여든 젊은 작가들과 함께 최면상태와 심적 자동현상에 대한 실험을 계속한다. 1924년 파리에서 본문 70면에 달하는 짧은 글로 된 『초현실주의 제1차 선언』을 한다, 특징은 문학선언의 배경에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절대적인 힘을 입고 있다. 또 마음의 순수한 자동현상을 표현하려고 했다. 이 Sur운동은 시를 통한 물질문명의 부르조아적 사고에서 정신의 자유와 해방을 위하여 여러 조건의 폐지를 위한 선행조건이었다. 그 해 브르통은『초현실주의 혁명』을 창간한다.
*. 1차 선언의 주요 立言들
①. 만약 인간이 어떤 명철함을 지니고 있다면 그것은 유년시절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상상력이여, 내가 특히 네게서 사랑하는 것은 네가 용서를 모른다는 바로 그 점이다.
②. 오직 상상력만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내게 가르쳐주고, 상상력을 통하여 그 可恐할 금지사항을 조금씩 취소시킬 수 있다
③. 광인의 비밀, 나는 이 비밀을 캐내는 데 일생을 바치겠다. 광인이야말로 지나치게 양심적이요, 정직한 사람이다. 그들의 순결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단지 내 순결밖에 없다.
④. 우리들은 아직도 논리의 지배하에 살고 있다. 저 절대적 합리주의는 우리들의 경험에 밀접하게 의존하고 있는 사실만을 취급하기를 허락한다.
⑤. 프로이트가 그의 비평을 꿈과 결부시킨 것은 정신활동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 꿈이 오늘날까지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한 시인이 매일 밤 취침 시간에 생 풀 루가 그의 카마레 城 문에 『시인 집필 중』이라는 팻말을 달아놓았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⑥. 인간이 전적으로 자유롭게 되는 것, 날로 可恐해지는 욕망의 줄을 무정부 상태에서 유지하는 것은 오직 인간에게 달린 문제다. 시가 이 사실을 인간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시는 우리가 견디고 있는 비참에 대한 보상을 내포하고 있다.
⑦. 필기에 의한 초현실적 작문의 방법은 되도록 정신을 집중하기에 적합한 장소(조향 선생님은 馬上, 寢牀, 廁上이라 했다.)에 위치를 정한 다음 필기하는 데 필요한 것을 갖고 오도록 하라. 되도록 가장 수동적이며 자극적인 상태에 자신을 위치시켜라. 또 ‘문학은 모든 것에 통하는 가장 서글픈 길’ 중의 하나임을 잘 명심하라.
⑧. 주제를 미리 생각하지 말고 빨리 쓰도록 하라. 기억에 남지 않도록 또는 다시 읽고 싶은 충동이 나지 않도록 빨리 쓰라. 첫 구절은 저절로 씌어 질 것이다. 객관화하려는 우리 의식과 다른 동떨어진 구절들이 시시각각으로 떠오를 것은 明若觀火한 일이다.
⑨. ‘이성적인 길’과는 전혀 다른 길을 통하여 자기가 갈 수 있는 곳에 도달화게 되는 사람들의 순수한 초현실적인 즐거움을 나는 믿고 있다.
⑩. 내가 생각하고 있는 쉬르레알리즘이란 우리들의 절대적인 非順應主義를 요구하고 있다. 또 우리들이 이 지상에서 도달하고자 염원하는 완전한 해방의 상태만을 정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초현실주의 제2차 선언 ; 1929년 파리.
2차 선언서에는 다분히 정치적이고 논쟁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브르통은 1924 ~ 29년 사이 초현실주의 운동을 회고하고, 비판했다. 주로 Sur 운동에 참여했다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제명당한 인물들의 죄상을 열거했다. 今後 Sur의 운동은 문학, 미술, 정치에 있어서 어떠한 타협도 배제하며 ‘그 본래의 엄격성’을 지켜야 된다는 새로운 결의를 다짐했다.
초현실주의의 정치적 태도는 브르통이 긴밀하게 관계를 유지하던 공산당 이론과 1935년에 절연을 선언한다. 이후 브르통은 공산주의 혁명이론(트로츠키 등) 그 자체는 찬성하지만 구체적인 계급투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차 선언의 주요 立言들
①. 꿈과 현실이라는 외면상 지극히 모순된 이 두 가지 상태가 이를테면, 어떤 종류의 절대적인 현실성, 초현실성 안에 있어서 앞으로 해결을 보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이것을 정복하기 위해 나는 정진한다. 삶과 죽음, 현실과 상상, 과거와 미래, 전달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높은 곳과 낮은 곳, 이러한 것들이 서로 모순된 것으로 느껴지지 않게끔 되는 이를테면, 정신의 어떠한 점(至高點, 화엄경의理事無碍法界나 제8 아라야식,Sur와 선과의 만남 가능)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신하는 것이다.
②. ‘가족, 조국, 종교’라는 관념을 없애기 위해 지금 모든 것이 사용되고 또한 모든 방법이 동원되어져야 할 것이다.
③. Sur의 사상은 우리들의 심리적인 힘을 전적으로 회복시키고자 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 방법이란 내부로의 현기증 나는 하강, 감춰진 곳의 조직적인 조명, 그런가 하면 다른 곳에서는 점진적인 어둠, 그 금지된 야외지역에서의 영원한 산보로.
④. 나는 Sur가 그 본질에 있어서 명백한 反共産主義이며 반혁명적인 방향을 취하는 정치운동이라고 말하는 지극히 위험한 비난에 대하여 초현실주의를 변호해야만 되었던 것이다.
⑤. ‘고전적으로’ 생각되어 온 것이 선이라고 인정된다면, 모든 악을 확실히 갈망하고 있는 하나의 ‘존재의 울음소리’로 밖에 선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⑥. Sur는 어떤 특수한 감정의 노예가 된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를 불멸한 것의 속으로 집어던지는 무엇인가, ‘그 자신보다도 더 강한 것’에 붙들리고 마는 그 이상적인 순간을 인공적으로 재현하기를 무엇보다도 원하고 있으며, 또 앞으로 계속 원하게 될 것이다.
⑦. Sur를 살리기 위해서, 그리고 상당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 본래의 목적을 회복시키기 위하여 절대적으로 필요한 Sur, 속에서 구출할 부분과 역할은 앞으로 올 사람들의 순수성과 분노에 달려 있다.
⑧. 인간은 모든 금지사항을 무시하고 사람들과 사물이 갖는 야수성에 대해서 Sur는 사회적으로 마르크시즘의 공식을 단호한 어조로 적용했었지만 프로이트적 사상비판을 소홀히 할 의사는 없다.
초현실주의 제3차 선언 : 1942년 뉴욕
브르통은 1915년 징집된 1차 대전 중 포병연대를 거쳐 신경정신병학부에 배속된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이론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브르통이 미국으로 건너가 다시 임상의학 의사로 복귀한 때이기도 하다. 이 미국에서의 ‘3차 선언’의 발표와 더불어 Sur 운동은 끝이 난다.
3차 선언의 주요 立言들
①. 나의 내면에는 지나친 ‘北部 기질’이 있어서 아무리 해도 나는 전면적으로 동의하는 인간이 될 수 없다. 이러한 ‘北部 기질’은 내 스스로 생각해도 화강암의 자연적인 요새와 또 화강암과 같은 안개를 동시에 갖춘 것으로 보인다.
②. 어떠한 순응주의도 거부한다는 것을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며, 또 이렇게 말하는 것은 Sur가 처한 지나친 순응주의를 겨냥하는 의미도 된다.
③. 진실이란 남몰래 웃을 때만 그 모습을 드러낼 뿐 결코 그 정체를 붙잡을 수 없다는 저 엄연한 역사적 과정을 고려해 넣고서 나는 항시 계속 될 수 있고, 또 그 지렛대 역할을 하는 소수파를 위해서 내 자신의 의견을 진술하는 것이다.
④. 인간은 이 우주의 중심도 아니며 조준점도 아니다.
우리가 집안에서 고양이와 개를 기르고 있듯이, 우리도 이 자연에서 고양이나 개가 차지한 만큼의 좁은 공간을 차지하고 살고 있는데, 우리 자신은 그것을 모르는 것이 아닐까,
나. 초현실주의 주요 기법들
①. 고敲가 아닌 퇴推가 되어야 하는 이유.
선생님이 대학시절 강의 때면 힘써 주장하시던 것 중 하나가 퇴고推敲라는 말이다. 당나라 시인 가도와 한유 사이에 있었던 중국의 문헌 상소잡기의 일화다. 이 일화는 시의 구성에서 단어 하나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표현해주고 있는 말이다. 시인 가도는鳥宿池邊樹 僧(推)敲月下門에서 ‘두드리다 는 敲’와 ‘밀다 는 推’ 중에서 어느 쪽이 좋은지 결정이 어려웠다. 마침 길을 지나가던 韓退之가 가도에게 推보다는 敲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推敲라는 말이 생겼다. 이 일화에 대한 조 향 선생의 말씀은 敲보다 推(僧推月下門)가 더 옳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敲는 상식적인데 반해 推는 동태가 클뿐더러 敲의‘두드리다’와보다는 ‘밀다’는 말이 더 원거리의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상식으로는 늦은 달밤의 절간의 문은 가볍게 두드려야 할 것이다. 또 그렇게 쓴 시라야 공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선생님은 절간의 문을 ‘밀겠다. 밀었다’는 말씀을 했다, ‘왜 밀어야만 하는가.’라는 결론을 강조하면서 우리들에게‘퇴’의 시법으로 이미지를 선택, 시행의 배열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선생님은 Sur가 말하는 시는 관념이나 상식을 제거하고 언어의 폭력적 결합이어야 한다는 중요성을 말하려 했던 것이다.
②. 단절Dēpaysement미학의 논리 선언
하나의 물체나 단어를 본래 있어야 할 위치에서 전혀 다르고 엉뚱한 곳으로 옮겨놓는 것을 데뻬이즈망Dēpaysement이라 한다. 즉 하나의 물체나 단어가 제자리에 있지 않고 엉뚱한 곳에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새롭고 놀라운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이미지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것은 서로 멀리 떨어진 두 實在를 서로 접근시키는 데서 생성된다. 접근된 두 실재의 관계가 서로 관련이 멀어진 것일수록 이미지는 한층 강렬한 것이 되고 감동적인 힘과 시적 현실성을 띄게 될 것이다. Sur에서 잠재의식의 무한지평으로 이미지는 순수한 창조이다.(브르통은 삐에르 로베르디의 이미지는 정신의 순수한 창조란 말에 대하여, 정신은 처음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렇게 초현실주의는 ‘근거리연상과 順聯想’을 배제하고, ‘원거리연상과 逆聯想’을 취하는 시적 기교를 쓴다. Dēpaysement의 대표적인 예로 Lautrēamont의 말도로르의 노래 중“재봉틀과 박쥐우산이 해부대 위에서 갑자기 만나는 것처럼 아름답다”를 든다.
초현실주의자들은 비합리성과 불가사의를 이용해서 의식적인 사고과정을 분리시키고 기존의 절대관념으로 수직적 언어(종교, 이성,사상, 계급 등)와 상식이라는 규칙적인 수평언어에 대해 금기시된 ‘테러와 에로티시즘’의 예술적 가능성을 개척함으로써 잠재의식 활동을 해방시키려고 했다. 여기서 초현실주의는 조형예술의 언어도 시적 언어로 정립시켰다. Sur운동은 ‘시를 모든 것의 중심’에 두었으며, 시를 볼 수 있고 감각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조형예술을 이용하였다. 의식의 방심상태의 기법에 의해 처음으로 시도한 앙드레 브르통과 필립 수포오가 합작으로 쓴 『磁場』(1920)이란 시다.
물방울들의 포로가 된 우리들은 오로지 不滅의 동물일 뿐이다. 우리는 소리 없이 도시를 달리는데 魔法에 걸려 있는 傳單들도 우리에게 닿질 않는다. 유리처럼 깨어지기 쉬운 이 크나큰 정열은 무엇에 쓰는 것이며, 이 말라붙은 죽음의 跳躍은 또 무엇에 쓰는 것이냐,우리는 이제 죽은 天體 이외에는 모른다. 우리의 입은 버림받은 海岸보다 더욱 말라 있고, 우리의 눈은 목적 없이 희망 없이 뒹군다.훌륭한 정거장들도 이제는 우릴 만류하지 못할 것이다. 이 단조로운 分秒를 살기 위해서는, 이 걸레조각처럼 찢어진 世紀를 살기 위해서는......아무래도 숨을 틀어막는 수박에, 옛날에는 歲暮의 태양들을 사랑하였고, 또 어린 시절이ㅡ 그 격렬한 江流처럼 우리들의 시선이 달리던 그 좁은 벌판을 사랑하였다. 어리석은 동물들과 낮 익은 초목으로 代替해 버린 그 옛날의 숲에는 다만 反映의 그림자가 있을 뿐 그 빛깔을 식별할 수 없는 어느 날에 우리들은 고요의 벽을 찾아내었다. 벽은 기념비보다 더 굳센 것이었다. 이제 우릴 존경하는 것은 背恩의 죽음밖에 없었다. 모든 것은 제 자리에 있는데, 아무도 이제는 말문을 열 수 없다. 五官이 모두 마비되었으니 장님들이 우리보다 더욱 나은 자였다. 『雅屍體, 1』(조 향 譯, 아성출판사)
③. 자유연상과 자동기술법
자유연상이란 프로이트가 환자의 발작(환자가 울고 웃으며, 마음속에 있는 것을 두서가 없이 지껄이는 것.)이 멈추는 직후의 안정을 갖게 된 것에서 힌트를 얻어 사용했던 정신병 환자의 심리치료요법이었다. 환자의 마음의 고착상태나 콤플렉스를 풀고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하는 좋은 효과를 가졌다. 자유연상의 방법은 심리의 이동과정에서 한 생각이 다른 생각으로 옮아가는 데는 그 사이에 ‘어떤 관련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명백한 사실을 말하고 있다. 그 사이를 잇는 많은 연상의 사슬이 무의식이라는 것을 프로이트는 알게 되었다. 지금은 자유연상법이 탐구적 영역 전반과정은 물론 정신치료의 과정에서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앙드레 브르통은 프로이트가 말하는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말하는 대신 그것을 자유롭게 ‘문자화시키는 것’이었다.
이성을 괄호 안에 넣어 그 기능(인간은 이성과 종교에 의해서 오랫동안 정신이 사육되어 왔고, 광적인 개념에 빠져 있었다. 이 모든 감각을 착란함으로써 인간성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브르통)을 중지시킨 다음 저절로 용출하는 의식의 흐름에 記述을 맡기는 것이 자동기술법이다. 이성이 잠깐 비켜선 경우의 ‘의식의 흐름’ 속에 전의식과 무의식의 흐름이 섞여서 溶出된다. 의식의 세계는 연속의 논리에 지탱되어 있으나 무의식의 세계는 단절의 논리에 지탱되어 있다. 무의식의 상태는 일종의 magma의 상태요, chaos의 상태이다. 그 운동방법은 물에 뜬 꽃가루처럼 Brown운동(병치와 수평이동, 꿈, 환상, 동심, 영감에 의한 빙산처럼 생의 심층 등)의 법칙에 따른다. 그것은 비논리적, 반의미적 충돌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여기서 논리는 즉 이성의 세계인 의미의 세계를 말한다. 브르통의 다음 작품은 사랑의 원리(욕망은 세계 유일의 원동력, 광적인 사랑)를 언어의 질서로 置換시켜 사랑의 계시적인 힘을 끝없이 탐구한다. 그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자유로운 결합』의 몇 부분이다.
나의 아내에겐 장작불 같은 머리카락이
여름 하늘의 마른번개 같은 생각들이
모래시계의 허리가 있다
나의 아내에겐 범에 물린 수달의 허리가 있다
나의 아내에겐 高光度 행성의 화관과 꽃 리본 같은 입술이
白土 위에 남겨진 흰쥐의 족적 같은 이빨이
불투명 유리와 황갈색 瑚珀의 혀가 있다
나의 아내에겐 비수에 찔린 祭物의 혀가
눈을 깜박이는 인형의 혀가
전무후무한 보석의 혀가 있다
(중략)
나의 아내에겐 오래된 봉봉사탕과 해초 같은 性器가 있다
나의 아내에겐 거울의 性器가 있다
나의 아내에겐 눈물 그렁그렁한 눈이
보라색 갑옷과 磁針 같은 눈이 있다
나의 아내에겐 대초원의 눈이 있다
나의 아내에겐 감옥 속의 마실 것 같은 눈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언제나 도끼에 패인 장작 같은 눈이
물과 같은 공기 대지의 불과 같은 차원의 눈이 있다
『시적 모험, 20세기 프랑스 시선』(언어의 세계출판사)
나는 1983년 동대문에 있었던 이화여대 정신과 병동에서 정신병자를 치료하기 위한 psychology drama를 보기 위해 이대 정신과 의사였던 이근후박사의 초대를 받았다. 관람객은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들과 담당 의사들이었다. 연극이 끝나고 이박사의 말이었다.정신병자들의 공통의 말은 “나는 미치지 않았다”는 말이라 했다. 남자환자가 무대에 오를 때는 상대역은 주로 간호사였고, 여자환자가 무대에 오를 때는 인턴이나 레지던트의 젊은 남자의사들이었다. 그리고 무대 위의 장면은 모니터를 통해서 해당의사들이 그것을 관찰한다고 했다. 다음의 시는 청량리 뇌병원에서 실시한 글에서 한 정신병 아이의 시이다.
누나는 나를 미쳤대요
강유익
.빨간 잉크를/ 음료수로 마셨더니/
누나를 나를 미쳤대요
.파아란 하늘에 떠 있는/ 조각구름을/ 나라고 했더니/
누나를 나를 미쳤대요
면도날로 이슬을 도려내어/ 내 님이라고 했더니/
누나는 나를 미쳤대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내 어머니래서/
누나를 나를 미쳤대요
.아직도 나는/ 황혼 빛에 갇혀서/
비를 뿌리는 비둘기를/ 기다리고 있었더니/
그래서 누나는 나를 미쳤대요
.호수의 썩은 물을/ 빼 버리는 동안/
나는 그림자가 되어서/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 청량리 뇌병원에서 실시한 글에서 한 정신병 아이의 시이다.
『초현실주의 문학』(예술 시리즈 2. 오브제 P84)
*. 우리들이 광인에게 가하는 비판과 또 그들에게 가해지는 여러 가지 교정에 대해서 그들 스스로가 표시하는 깊은 초탈은 유효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망상을 충분히 음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Sur 1차 선언 중에서)
④. 검은 해학black humour
*. 諧謔이란 정신이 외부의 응시(관조)에 耽溺하고, 동시에 해학이 그 주관적이고 내성적 성격을 유지하면서, 대상(객체)과 그 현실의 형태가 객관적으로 그대로 노출되었을 때 매료를 당한다.
*. 유머는 외관과 절연함으로써 새로운 미학을 발견되고, 객관적인 유머는 우연의 지역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유머는 사회적 편견을 따르지 않고 절망의 가면을 보며, 자기의 침몰을 방관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 공포는 어떠한 병리학적인 자기만족을 초래하지 않는다. 그것은 식물의 성장에 있어서의 비료의 역할, 숨이 막힐 듯한 지독한 냄새가 나서 어렵지만 그러나 식물에 아주 유용한 그런 비료의 역할을 할 것이다. 심리적 긴장의 해방이라는 점을 가장 예각적으로 고찰한 사람은 프로이트다. 그는 Libido(심리적 에너지지) 절약이라는 원리에 의하여 골계, 기지, 해학을 설명하고 있다.
*. 해학諧謔은 자기가 현실의 여러 조건에 깔려서 분쇄粉碎될 것을 알면서도 그 분쇄되는 자기를 객관화해 보고 웃을 수 있는 인간의 태도이다.
*. 해학이란 해방적인 것일뿐더러 지고한 것이다.(프로이드)
*. 우연이란 해학의 스승이다.(에른스트)
*. 웃음이란 경직상태에 대한 반동이다.(한스 르샤르‘Dada’에서)
*. 해학이란 기쁨이 없는 모든 것을 신파연극다운 무익한 것이라 느끼는 때의 그 느낌을 말한다. 감춰진 음험한 생명에 항상 완전히 포착되는 일이 없는 것은 유머뿐이다. (바쉐)
어떤 사람이 정신병원 곁을 지나가고 있었다. 갑자기 한 정신병자가 나타나서 그에게로 돌진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심각한 상황)등골이 오싹해진 그 사람은 죽을힘을 다하여 도망쳤다. 그러나 광인의 발걸음은 빠른 편이어서 두 사람의 사이는 점차 좁아졌다. 그는 그만 체념하고 걸음을 멈췄다.(가장 심각한 상황) 그 사람을 따라 잡은 광인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면서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자 이젠 나를 쫓아올 차례야.(위기 곧 심각한 상황의 돌연한 해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심리적인 긴장을 惹起시키는 상황이 갑자기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웃기는 현상엔 작건 크건 간에 비현실적인 장난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유머는 기지와 골계 등과 같은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것을 지니고 있을뿐더러 어떤 숭고하고 고귀한 것, 지적활동에 의한 쾌락의 획득을 가능하게 한다.(검은 해학의 보기)
(초현실주의 문학, 예술 시리즈 3. 오브제 P7〜8)
⑤. 네 가지 수평사고의 光輝
*. 생각놀이 -- 공상놀이-- 自由想像-- 自由聯想
*. 轉換的, 變換的인 여러 각도와 관점을 찾음.
*. 수직적 사고의 강한 통제와 구속에서 벗어남.
*. hunch(육감, 예감)를 소중히 여기고 활용한다, 명석성은 우매성과 인접해 있다.
*. 서로 될 수 있는 대로 멀리 떨어져 있는 두 개의 물체를 병치하는 것, 혹은 난폭함 등 돌연히 놀라게 하는 방법으로, 두 개의 물체를 나타나게 하는 것은 시가 주장할 수 있는 최고의 작업이다. 이것은 시의 행과 행, 연과 연의 독자적이면서 또 동시동존이란 단절의 기교에서 이루어진다.
⑥. 나비의 변증법
장주가 말하는 萬物齊同이란 즉 사물을 수평으로 가지런히 놓고 바라보는 사상이다. 제물론은 人籟, 地籟, 天籟를 알아야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세 소리를 바로 아는 사람이 장주의 표현을 빌면 眞人이다. 진인은 발뒤꿈치로 숨을 쉰다고 했다. 발뒤꿈치로 숨을 쉬는 것이 또한 시인이다. 제물론은 장주가 시인과 진인을 천뢰의 소리를 아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비유하여 쓴 글이다.
莊周 ⟶나비⟶ 物化의 세계(물리적 변화가 아닌 화학적 변화)
현실⟶ 꿈 ⟶ 초현실의 세계
(정)⟶ (반)⟶ (합)(꿈에 장주와 나비가 하나가 됨, 초현실주의)
장주의 물화의 세계인 吾喪我의 경지를 초현실주의자들은 ‘至高點’이라 했다. 지고점이란 생과 사, 현실과 상상, 과거와 미래, 전달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聖과 俗이란 높낮이가 모순으로 지각되는 것을 그만두는(상호대립으로 認知되기를 멈추는) 정신의 한 점이다. 지고점이란 신이 거기에서 세계를 창조한 최초의 점을 말한다. 조향 선생님은 제물론의 吾喪我와 胡蝶夢을 인용하여, 의식과 꿈의 병렬상태에서의 시적공간이 至高點임을 말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브르통은 서구에서는 종교, 국가, 이성이란 이름 아래 사육당하는 인간의 탈출의 방법으로 자유와 해방이란 Sur운동을 전개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주가 보는 정신적 자유로의 호접몽의 세계와 다른 것이다. 사유체계에서 동양은 일원론의 휴머니즘인데 비하여 서구사상은 이원론 아래서의 휴머니즘이었다. 노장사상을 배경으로 시를 쓸 때는 초월의 문제가 대두되지만, Sur의 시 창작방법은 反합리주의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동양에서는 서양의 기독교처럼 인격의 개념으로 신은 없었다. 동양의 신은 무위자연이 곧 신이었다. 禪에서 말하는 心卽是佛, 양명학의 心卽理, 천도교가 말하는 人乃天은 철저한 사람중심의 휴머니즘이다. 예컨대 “사람이 중요하다”고 할 때 동양은 天과 地인 시간과 공간에 버티어 선 人으로 사람이 天地의 허점을 깁는 뜻으로 사람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서구에서 사람의 중요성은 먼저 인격신이란 절대개념으로 정립된 사람의 중요성을 말했다. 서구의 계몽주의나 正反合의 헤겔의 변증철학에서 反은 신이나 이성으로부터 해방과 자유를 말하는 것이다. Sur의 탄생과 전개도 이런 서구적 체재의 억누름으로부터 놓임을 위한 투쟁에서 출발한 정신운동이었다. 여기서 밥그릇을 엎어놓은 것 같은 인도의 불교가 중국으로 전래되면서 노장사상의 세례를 입어 선종이 되었다. 그래서 禪을 추구하는 선시나 偈頌의 형식과 내용(화엄경의 이사무애법계로 眞空妙有, 노장의 無爲自然, 주역의 寂然不動 感而遂通, 유학의 知晝夜之道의 死生觀 우리의 태극기의 원리가 되고 있는 0,1,2의 세계와 3,4,5,6의 세계)이 절연의 논리는 같으면서도 기교의 방법에서Sur의 시적 기법과 다른 점이다.
⑦. 오브제objet론
불어에는 우리말의 ‘물건’에 해당하는 말이 objet와 chose의 두 말이 있다. chose는 사람의 생활에서 필요한 물건을 말한다. 그러나objet는 chose에서 그 물건으로 실용성(쓰임이나 그것이 놓여 있어야 할 곳)을 빼앗거나 또는 chose가 있어야 할 본래의 위치에서 다른 자리로 옮겨진 즉 데빼이즈한 물건을 말한다. 즉 chose를 Dēpayser하거나 실용성을 박탈하면 objet가 된다는 뜻이다.
예컨대 지개의 경우다. ‘짐의 운반’이란 실용성에서 해방되고 백화점에서 장식용으로 전시된 지게는 objet인 것이다. Sur의 시는Dēpayser된 말 즉 오브제로 구성된다. 이처럼 Sur의 시는 의미나 실용성에서 단절(해방)된 오브제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 단절의 논리는 프로이드나 융이 말하는 무의식에 지배되는 논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Sur의 시는 독자에게 어떤 의미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공포나 경이, 그로테스크의 영상, 해학 등의 새로운 시적인 이미지를 전달해주는 것이다. 이런 이미지는 단어가 지닌 일상의 의미를 해방(단절)시킴을 의미한다.
⑧. 오브제의 類別(見者voyant의 미학)
*. 자연의 오브제 : 광물, 식물, 동물계 등에는 그 자체로 놀라운 구조며 모양을 가진 것이 많다. 예컨대 괴이하게 구부러진 水石이나 육상선수들의 질주를 고속으로 촬영하는 장면이나 큰개미핥기, 악어나 하이에나 등 육식동물들의 모습 등
*. 미개인의 오브제 : 에스키모나 오세아니아 사람 등이 주술적 종교에 사용하는 도구나, 색채 등 원시예술이 큐비즘 등 조형예술에 끼친 영향이 크다.
*. 수학적 오브제 : 수학의 원리에 따라서 구성된 입체적 모형을 말한다.
*. 발견된 오브제 : 기이하게 생긴 해안이나 강가에 밀려 온 표류 물건, 고속도로에 버려진 비닐 봉투 등, 때와 장소에 따라 우리는 오브제를 발견할 수 있다.
*. 災害의 오브제 : 분화, 화재, 돌풍 등 재해가 지나간 뒤의 모습들이다. 인공재해로 인한 것일수록 怪奇한 美를 더한다.
*. 움직이는 오브제 : 자동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어진 물체를 말한다. 바람개비, 水車, 풍차, 자동인형, 로봇 등
*. 상징기능의 오브제 : 초현실주의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먼저 브르통에게서 그 자격을 인정받아야 했다. 그는 그에게 접근해오는 사람들에게 행동강령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꿈의 강령까지 부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상징기능의 오브제는 초현실주의자들의 오브제라고 불리는 것의 근간을 이루는 말이다.
특징은 Machine한 일상적 효용성이 액살縊殺되고, 환상과 무의식적 행위에 의하여 야기惹起되는 표현이다. 이것이 형상화되는 경우는 치환이나 은유의 과정과 흡사하여 인간의 숨겨진 욕망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초현실주의 예술가(르네 마그리트의 말이다. “나는 색채의 실질적인 외관이 사라지고 시적 이미지가 나타나도록 색채를 배열하는 과학이 바로 繪畫라 생각한다. 내 그림에는 테마라는 것이 없다. 상상적인 이미지로 가득 차 있는 내 그림에서 나오는 시는 알 수 없는 것, 알려지지 않은 것을 알려진 것으로 회복시키는 것이다.”)들은 이처럼 모두 ‘시 영역의 확장’을 시도했다.
*. 레드메이드의 오브제 ; 뉴욕의 제1회 「안티팡당 전」의 심시위원이었던 뒤샹은 자기의 작품 『샘』(砂器便器)을 출품하면서 위생기구를 만드는 한 상회 이름으로 僞名 출품했다. 이 작품은 심사위원에 의해서 거부당했지만 1950년 말 뉴욕의 유명 화랑인『시드니 제니스』의 Dada 초대전에는 변기통 안에 제라늄을 채워 커다란 회장 입구의 문짝 위에 걸렸다. 누구나 전람회에 드나드는 사람이면 그 밑을 지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마르셀 뒤샹의 말이다. “나는 예술이 예술가 자신에게보다도 관객에게 아편의 병처럼 욕망을 일으키는 수단이라 믿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ready-made를 불순화해서 지키려고 했다.” 가령 석탄 삽을 선택하면 그것은 내버려진 죽음의 세계에서 끄집어내어져 예술작품으로 ‘산 세계’에 놓이게 된다. 이런 시인의 관조가 그것을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효용성을 대표하는 것이 곧 이름(名稱)이다.이름과 효용성에서 해방된 물체는 순수하다. 吾喪我의 세계다.
물건이 사람이 만든 체계 바깥에 놓여 있다는 사실에 대한 경이감이 거꾸로 인간의식의 체계 바깥에 있는 자기의 발견을 재촉한다.여기서 물건과 인간은 동시적인 동질의 존재로서 서로 교류가 가능하게 되며, 인간은 자기 무의식의 카오스 속으로 출발하게 된다. ready-m
ade의 오브제, 그것은 객체의 세계에 대한 제멋대로의 주체화이다. 브르통은 꿈속에서 가진 비합리적인 冊子며 환상 속에서 뜻밖에 떠오르는 부조리(사르트르가 ‘구토’에서 주인공 로깡뗑이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벤치 밑의 마로니에 뿌리의 벌거숭이를 보면서 사물의 실용성이나 효용성이 박탈한 상태를 통해서 본 ‘마로니에 뿌리라는 意味體(말)와 被意味體(말이 의미하는 실체나 존재)와의 乖離現象이다. 여기서 그는 ‘말은 존재에 씌어진 베일’이라 했다.’이 베일이 벗겨지는 순간 우리들은 무섭고 음탕한 벌거숭이 덩어리를 보게 된다. 이것을 사르트르는 嘔吐라 했다.)한 물체 등이 객관적으로 실현될 것을 몽상한 일이 있다고 고백했다.
⑨. 아시체雅屍體 놀이
아시체 놀이는 1925년 파리의 사또오 街 고풍스러운 저택에서 탄생했다. 누구나 협력하여 예비적 노력을 바랄 수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다. 몇 명의 참가자에게 한 문장 또는 한 데쌍을 만들게 하는 종이놀이다. 이 놀이에서『雅屍體』라는 명칭이 생긴 것이다. 이 경우 참여한 각 사람들은 앞의 협력을 염두에 둘 필요가 없다.(보기: 깃이 난 증기가 열쇠로 잠가진 새를 유혹한다. 세네갈의 굴 조개가三色의 빵을 먹을 것이다. ) 아시체 놀이는 1930년까지 지속된다. 그 뒤 약 20년이 지나면서 초현실주의자들이 몰두했던 問答詩(다른 쪽 가운데의 한쪽)의 명칭이 되었다.
마치 눈가림한 사람이 숲 속에서 이 나무에서 저 나무에 부딪히는 것처럼, 指導도 방향도 없이 한 생각에서 다른 생각에로, 의식이 흐르는 대로 생각을 맡겨두고 쓰는 일이다. 동양식으로는 東問西答式 시의 놀이이다. 이런 면에서 선시나 偈頌과 맥이 닿을 수 있다. 그러나 서양의 경우는 억눌림으로부터 해방과 자유를 위한 ‘정신적 사냥’으로 동문서답식 시의 기교인데 반하여 동양은 법통을 잇기 위한 ‘진리파지’의 큰 주제 아래 그 한 방법으로 활용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래 보기의 시는 조향 선생님이 서울의 某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실험했던 단어와 단어 사이, 시행과 시행 사이에 의식의 단층을 만들었던 합작 시로 『아시체』의 한 시 놀이다.
B__태양을 향한 한 마리 山羊의 갈망은?
J__프로이드가 씹어 먹는 날개란 말야,
K__그 사람은 언제 떠났지?
S__철도 연변의 들국화야,
J__여름 얼굴 위에 흐르는 지렁이는?
K__고양이 생일이었어,
B__연못 옆에 있는 것은 뭐지?
J__전등 속에 든 베레모 같은데,(이하 생략)
다. Sur 미학의 立言들
필자는 대학시절 은사였던 조향 선생님의 강의 내용 중에서 내 뇌리에 남아 있는 말씀들을 더듬어서 찾고, 출간된 선생님의『시어론』등 저서에서 초현실주 사상과 시의 기법의 아포리즘, 즉 立言들을 소개하려 한다.
☀. 초현실주의의 창조적 영감은 明晳한 몽유상태에서 번득이는 것이다. 초현실주의자들은 현실과 무의식, 현실과 환상 사이를 언제든지 자유로이 왕래하는 것이다.
☀. 데빼이즈망의 미학은 꿈에 있어서는 電位이고 프로이드가 말한 무의식세계의 논리이다. 이 단절의 미학의 대표적인 예는 “미싱과 박쥐우산이 해부대 위에서 갑자기 만나는 것처럼 아름답다.”는 로트레아몽의 『말도로르의 노래』에 나오는 시구이다.
☀. 시인의 두뇌는 말의 은행이다. 훌륭한 시어란 그것이 명쾌함과 동시에 비속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 시를 보는 것은 곧‘이미지(내부시각)를 보는 것이다. image는 심상, 영상, 형상 등으로 번역된다. 미래파의’無線想像‘ 입체파의 ’同時同存性‘ Dada的 連續性 초현실주의의 『미싱과 박쥐우산의 미학』으로 심미적 자동기술법에 의해 정리 완성되는 현대시는 회화적이고 음향적이다. 혹은 이미지의 線이 가지는 선명한 조형성이다.
☀. 상상이란 內發的 직관성에 의한 심상의 자유롭고 독자적인 결합작용이다.
내발적 직관성의 통로가 id 세계의 발로이다. id의 세계는 잠재의식의 1치적 과정이라 일컬어지는 영역이다. 이 무의식의 영역에 있어서는 관념은 흐트러져 있고, 논리적인 통일이 없다. 어떤 정서는 다른 정서와 바꿔 놔주기 쉬우며, 서로 대립해 있는 것이 배타적으로 되어 있지 않고, 모순되지를 않고 병행되어 있다. 좌우간 전체적으로 혼돈된 상태인 것이다. 이 영역의 지상명령은 쾌락을 얻는 일이다.
☀. 상이성이 원거리이면 원거리일수록 비유표현의 효과는 높아만 가는 것이다. 브르통의 말이다. 한줄기의 특수한 광체가 발휘되는 곳은 어떤 점에 있어서는 우연적인 두 단어가 접근되는 점에서 생긴다. 이것은 두 전도체 사이에서 생긴 電位差의 작용이라 할 수 있다.
*. 하얀 일천오백육십칠, 두꺼운 200,000의 논리(언어도 문장의 요소로 단어(시니피에)보다 언어의 기호로서의 기능(시니피앙)을 높이 평가하면서언어의 사용은 대상을 예상하지 않는 것이다.)
*. “재봉틀과 박쥐우산이 해부대 위에서 갑자기 만나는 것과 같이 아름답다.” 로트레아몽
#, Freud은 박쥐우산은 남성성기의 상징이요, 재봉틀은 복잡한 기계장치라는 점에서나 여성이 언제나 쓰는 기계라는 점에서 여성 성기를 상징한다. 해부대는 침대의 상징이다.
#. Breton은 박쥐우산은 남성명사, 재봉틀은 여성명사다. 라틴어에서 온 불어의 성 구별에 의한 단어들의 분류는 sex와 관련된 것이 많다고 한다. 박쥐우산이 남자를 나타내고 재봉틀은 여자를 나타내며 해부대는 살기 위해서나 죽기 위해서 공통으로 있어야 하는 침대를 상징했다.
#. Max Ernst는 어떤 기성의 실재(박쥐우산)가 이것과는 동떨어져 있고, 그와 못지않게 부조리한 다른 하나의 실재(재봉틀)와 함께 전혀 엉뚱한 장소(해부대)에 돌연히 병치되었을 경우, 이들 실재는 그런 식으로 배치되었다는 사실에 대하여 본체(일상성)를 잃어버리고 새로운 절대성(오브제)을 획득한다. 박쥐우산과 재봉틀이 사랑의 행위를 시작하는 것이다.
☀. 시의 언어는 처음부터 사물과 사물과의 새로운 관계를 인식하는 언어인 것이다. 아이러니는 언제나 고급 시의 특징이다. 여기서 아이러니라고 하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것이며, 서로의 보충을 위한 돌출한 충동을 말하는 것이다.
☀. 무의식의 세계는 현실적 분별지가 통하지 않는 세계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은유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세계이다.
“창문에 의하여 둘로 단절된 한 사내가 있다.”브르통의 말이다. 어느 날 밤 잠들기 전에 그 중 한 마디도 바꿔칠 수 없을 정도로 또박또박 발음된, 그러나 온갖 잡음으로 뒤섞여 멍멍하기도 한 대단히 이상스러운 말을 나는 감지할 수 있었다. 내 의식이 인정하는 바에 따르자면, 이 말은 당시 내가 관계하고 있었던 갖가지 외적 사건과 결된 것이 아니었고,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며, 창에 부딪치듯이 강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런데, 이 구절에는 애매한 것이라곤 없었다.
“창문에 의해서 둘로 단절된 한 남자가 있다.”는 이미지의 뒤를 따라 끊임없이 일련의 문구가 잇달아 태어났다. 이 구절에는 애매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 왜냐하면 이 구절 속에는 몸의 중심선과 수직으로 교차하는 창에 의해서 몸 한가운데가 절단된 체 걷고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이 희미하게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창문이 그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 함께 이동하는 것을 보고 나는 매우 진귀한 타입의 이미지와 관계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방법을 이용하여 필립 수포와 공동으로 『磁場』을 펴냈다.
☀. 인간 정신이 자연 상태인 무의식의 세계는 자연발생적으로 異論理로 가득 차 있다. 이런 無爲自然的인 은유의 세계는 의식의 참여를 거부한 채 자연용출 상태에다 맡겨서 기술하는 것이다. 초현실주의의 자동기술법이라 한다. 『표주박에서 당나귀가 튀어나오는詩語의 發想法,』이나 『대나무 속에서 옥동자가 나오는 詩語의 發想法』이 다 초현실주의 발상법이고, 이런 관점에서 초현실주의의 시작법이 禪詩(불교의 유식철학이 말하는 제8아라야식과 통한다. 이 의식은 진공묘유의 원리 위에 존재하는 마음의 본성이다. 제8아라야식은 그 성질이 본래 無覆無記性이다. 무부는 아라야식 자체는 번뇌가 없다는 것이다. 번뇌는 청정한 마음과 지혜로움을 어둡게 덮어버리고 빛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부장覆藏의 뜻이 있기 때문이다.)와도 그 맥에 닿고 함께 할 수 있다.
라. 작은 제자가 본 큰 스승님의 문학관
인간과 문화의 진보를 두고 볼 때 앞선 사람의 태도와 신념은 참으로 중요한 것을 볼 수 있다. 『봄이 오니 꽃(花)이 피는 것은 사실이지만, 꽃(華)이 피니 봄이 온다는 것 또한 진실이요, 사실이다.』나는 민족의 서사시 광화문을 쓰면서 花(物, 몬)가 華(문화)가 되는化(변화)의 중요성을 장자의 소요유의 곤鯤이 붕鵬이 되는 物化의 비유를 들어 내 나라의 역사와 현실을 썼다. 조 향 선생님은 이 땅의 초현실주의 문학의 활로와 정착을 위해 거름이 된 사람이다. 우리 시문학사에서 꽃방석을 하나 내드려야 한다.『꽃이 피어 봄이 오는』초현실주의 시와 시론에서『花⟷華⟶化』의 역할을 하신 분이기 때문이다.
강의 중 선생님이 자주 쓰셨던 용어들이다. 推敲, 낭만주의가 아닌 魯漫派, Surrealism, Dark_side와 서치라이트, 검은색의 이미지(조향 소설, 구관조 참조), 순수지속, 콜라주, 몽타주, 낯설게 하기, 폭력적 결합, 의식의 흐름(필자가 동인지‘시외 의식’의 이름을 지을 때 참조했음), 아방가르드, 해체, 밤의 산보로, 오브제, Dada, 입체파, 미래파, 모더니즘 등이다.
*.派 : 1960년대 우리나라의 문학풍토에 대한 선생님 나름대로 진단에서 낭만주의를 ‘Roman派’라는 가차문자를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이 ‘ism'을 派라는 말로 협소하게 사용했던 것이 선생님의 문학관이었고, 당시의 우리문단이 극복되어야 했던 ’派‘의 문학풍토와 현실이었다. 이로부터 한 탈출구를 선생님은 초현실주의 문학에 두고 힘을 쏟은 것이다. 이것이 1950년대 부산에 정부가 피난해 있을 때도 선생님이 문단의 중심세력에서 이탈해 있었던 주요 원인이다. 물결이나 물갈래(派)는 강물이나 바다의 한 요소임을 강조하려 했던 것이다. 즉 이런 선생님의 문학관은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문단풍토의 이해와 더불어, 또 선생님의 문학운동의 한계를 드러낸 결과이기도 한 것이다.
*.ism : 선생님은 Sur라는 말과 초현실주의라는 말을 많이 썼다. 『주의』라는 ism을 주역 대성괘大成卦에서는 천수송天水訟이라 한다. 訟은 공공을 위한 생명의 말씀이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또 하늘에서 내리는 비라는 뜻이다. 청명, 곡우에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만물을 살리지만, 겨울에 내리는 비는 만물을 더욱 시들어 죽게 하는 것이다. 즉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좋은 것이지만 그 비에 묶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ism도 마찬가지다. ism이 Dogma라는 이데올로기에 묶이면 옴쭉달싹을 못하고 죽는다는 뜻이다. 문학도 문학운동도 마찬가지다. 초현실주의 2차 선언에 보면 브르통의 초현실주의문학의 옹호를 위하여 동참했던 시인들에 대한 ‘단죄’ 이론이 많이 보인다.
*.searchlight ; 빛을 따라 숨겨진 부분이 밝혀지는 서치라이트는 무의식의 세계를 조명하는데 좋은 기법이라 했다. 무의식이란 집으로 말할 때는 곳간이나 지하실로 비유할 수 있는 삶의 Dark side이다. 나만의 의식을 가지고 id의 세계를 조명하라는 말이었다. 선생님이 오브제와 더불어 자주 사용했던 서치라이트라는 이 용어는 내가 시를 쓸 때나 天이란 우주관, 人이란 인생관, 사물이란 자연관으로 대상을 바라보는데 객관화하는 곡척曲尺이 되고 있다.
*. Collage : ‘풀로 붙이다.’ 그러나 그냥 오리거나 잘라 붙이는 것이 아니다. 그림이나 갖가지 사진 등에서 그 한 부분씩을 잘라내어,한 장의 종이 위에다 그것들을 ‘遠距離聯想的인 배치로써 붙이는 방법’이다. 이것을 Sur에서는 콜라주 수법의 시라고 한다. 시에 있어서 꼴라주 방법은 잡다하고 서로 엉뚱한 관계에 있는 글자의 크기나 형태가 다른 신문 표제나 광고 문안 등에서 떼어온 말들이 데뻬이즈망의 記述에 의해 한 군데 모아 배치하여 된 시작품이다. 세련과 정제된 문학작품에 비해 콜라주 수법의 시는 시 단어들 자체의 의미 외에 또 다른 해학적 의미가 첨가되는 것이다.
*. Montage : 영화에서 주제와 연관된 필름을 모아 하나의 연속물로 결합시키는 방법인 몽타주를 사용,『씨네 포엠』을 시도해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이 기법은 지금도 현대시의 중요 기법의 하나가 되고 있다. 즉 울림으로의 언어를 시 기법에 도입한, 시니피에(의미)보다 시니피앙(울림, 청각영상)의 시를 쓰는데 눈을 뜨게 한 기법이기도 하다.
*. 入眠時 幻覺 ; 幻視, 幻聽, 幻味, 幻臭, 幻觸(運動幻覺, 平行幻覺), 體感幻覺, 半睡眠時 思考에서의 의식이 잠시 피해 있는 상태로 방심상태다. 이것을 브르통은 의식이 ( )에 넣은 상태라고 말했다.
3. 나가는 말
처음 합리주의라는 수직적 사고에 억눌리고 함몰되어 있었던 무의식을 발굴, 해방과 자유를 부여했던 시(문예 전반 운동)를 중심으로 출발했던 Sur의 영향과 사고의 발상법은 지금은 일상생활의 바닥인 의식주에까지 침투되었다. 사르트르가 구토에서 말한 마로니에 뿌리처럼 뻗어 있다. 이런 초현실주의 사유의 지평이 시문학에 끼친 성과와 평가를 요약해 둔다.
①.Sur의 정신
이성을 괄호 (이성은 종교보다도 더 어두운 이념이나 개념이란 감옥을 만들었다.)에 넣는 反合理主義며, 反美學의 문예운동이었다. (진리는 이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적 인식에서 창조된다. 시인들은 사제들과 철학자들에 의해 빗나간 태초의 말씀을 재발견, 재건하는 것이다. Sur 운동은 이런 시인들의 상상력으로부터 나오는 문학예술의 영역을 잠재의식으로 확대했다.) 즉 가장 세련되게 가다듬고 앞뒤가 맞도록 면밀한 구성을 해야 할 시(문학예술)에 광기, 꿈, 불가사의, 무의식이라 감추고 억눌렀던 것을 시의 지평으로 열었다. 인간의 자유와 해방을 주장한 낭만주의와 다른 측면에서 사랑과 여성적인 것을 다루었고, 혹은 架空의 실체에서 찾아내려 했다.
②. 누보로망과 쉬르의 관계
자동기술법이 inspiration(초감각적 지각)을 환기시기에 적합함으로 전후소설의 수법으로 도입되었다. Sur와 누보로망은 일상의 합리적 사고라는 그늘에 가려 있었던 상실된 오브제를 재발견했고, 나아가 오브제의 권리를 회복하고 찾는데 공헌을 했다.
③. Sur와 한국 현대시와 관계
1920~30년대 우리나라의 문학은 일본을 통한 간접 移植으로 출발이었다, 1930년대에 이 상의 Dada, Sur적 발상의 실험 시들이 등장했다. 이 상은『이상한 可逆反應』등을 통하여 시어를 무의식적 본능세계에 두고 그가 전공한 건축과 수학 등의 용어를 활용하여 시의 세계를 나타내려 했다. Sur는 30년대 우리나라 시의 주류였던 주지주의보다 모더니즘에 영향을 입고 영향을 주었다. 30년대 중반 三四문학과 1950년의 『후반기 동인』이었던 박인환, 김경린, 김규동, 이봉래, 조 향 등에 이르러 Sur의 시와 문학론이 정착되기 시작했다. 이 일에 『시와 이론』으로 가장 앞장섰던 사람이 내 대학시절 은사였던 조 향 시인이다.
④. 현대시의 열린 기법으로 Sur의 영향
㈀. 잠재의식(libido)의 지평을 열어주었다
㈁. 합리적이라는 논리적 사고 방식에서 인간의 사고를 해방(꿈에나 볼 수 있는 경이로운 이미지와 메타포의 다양한 측면 기술 개발)시켰다. 인간의 의식을 superego, ego, id의 세 단층으로 구분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도입, 인간의 내면구조를 확대 조명했다.우리의 의식세계(superego, ego)를 프로이트는 氷山一角이라 했다. 또 융이 말한 집단무의식(id)에서 용출되는 창조적 힘을 시를 쓰는데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 一元論的 감성의 세계에서 多元的인 상상의 세계로 시상을 열었다. 즉 언어의 두께랄까, 사상의 단층을 확대(난해성 문제 대두)시켰다.
㈄. 생경한 외래어 사용과 전문용어, 신기한 어휘를 사용한 어두운 면도 나타내었다.
***. 필자가 시인으로 살면서 생각하고 느낀 몇 매듭의 蛇足이다. 언어의 절제로 숭고미를 다루는 시의 최대공약수는 시의 형식과 내용의 균형과 조화로움이다. 따라서 시인은 그가 속한 시대가 평화로운 때는 비싼 문화의 장식품이지만 어려운 때는 예언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시의 진보를 위해서는 내용 위주의 시나 내용을 배제하고 언어미학에 충실하며 새로운 시도의 시 기교도 필요한 것이다. 또 이 일이 일상 언어의 메너리즘이나 통속성을『절제와 울림』으로 보완하고 止揚해서 시가 正과 反 혹은 所以然과所當然으로 존재되어야 할 이유이다.
한 문화인류학자는 시와 신화와 종교는 한 뿌리의 가지들이라 했다. 시의 진보를 위해서는, 종교가 있어야 함으로 핵심인 心卽是佛,無無無(비유컨대 어머니의 마음처럼, 없애려고 하여도 없앨 수 없는 없음으로 있는 것 )니, 十字架卽復活이란 모순형용으로 진리를把持하는 것처럼 止揚(aufheben)의 단계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 지양의 단계가 헤겔이 말한 定立 ⤄ 反定立 ⟺ 綜合이라는 진보를 위한 삶의 변증법이요, 문화에서 작용과 반작용이 있어야 함으로의 효용이다. 미국의 철학자인 화이트헤드는 ‘과정적 존재’로 사람과 사물, 신을 규명하고 인식하려 했다. 그는 止揚을 통한 통섭과 진보의 관점에서 동서양의 문화와 정신지평의 만남을 이해하려고 했다. 이것이 동양의 인본주의인 유학이 말하는 ‘人 ⟶大 ⟶天 ⟶夫’로 사람의 진보 과정이다.
☀. 사람~~~~~~~~물(구절양장 비유)~~~~~~~~~~渡(到)彼岸
(몰두해야 뜨는(乘) 이치) 길(신발의 중요성)
事法界 理法界(色卽空) 理事無碍法界(석가 苦)
人 大→天(天命) 夫(一以貫之)(공자 難)
예수 그리스도(救世主) 그리스도 예수(예수 苦難)
물속에 머리를 넣고, 즉 몰두沒頭한 다음에야 ‘붕’ 떠서 헤엄쳐가는 어려움의 이치를 말한 것이 동양시상의 뿌리인 주역이다. 이 머리를 넣어야 뜨는 삶의 이치를 말한 것이 주역의 64 대성괘大成卦의 셋째 괘인 수뢰준水雷屯이다. 이 괘의 형상(格物, 六爻)은 땅속에서 싹이 나오는데 너무 힘들어 뿌리가 구부러진 형상으로 모습이다. 그래서 수뢰준의 괘를 삶의 탄생과 죽음을 나타낸 괘라 말한다. 공자는 이 삶의 구부러짐과 펴짐으로 과정을 難 ‘三萬歲而一成純’이라 했고, 석가는‘應無所住而生其心’의 苦라 했다. 그리고 예수는 苦難(하나님 형상으로 存在)이라 했으며, 우리 사상의 큰 축인 원효는 화엄경을 요약하여 ‘一道出生死 一切無碍人’의 10자로 말했다. 유학은 한 번뿐인 사람의 삶은 天命을 위한 계획이어야 한다 했다. 천명이란 우리가 철학이나 종교, 과학이나 예술에 집중하는 것이다.이 지식이나 정신의 활로를 위해 正이나 反 등 여러 면으로 우리는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시의 지평 또한 원효가 말하는 死生觀으로 삶과 죽음이 하루와 오늘의 낮과 밤의 관계(문학이나 예술의 경우 Eros와 Thanatos의 보완관계)라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임의로 골라 본 조 향 선생님의 주요 작품이다.
☀. 조 향 선생의 시 소개
EPISODE
열 오른 눈초리, 하잔한 입모습으로 소년은 가만히 총을 겨누었다.
소녀의 손바닥이 나비처럼 총 끝에 와서 사뿐 앉는다.
이윽고 총끝에선 파아란 연기가 물씬 올랐다.
뚫린 손바닥의 구멍으로 소녀는 바다를 내다보았다.
--- 아이! 바다가 이렇게 똥그랗니?
놀란 갈매기들은 황토 산태바기에다 연달아 머리를 처박곤 하얗게 화석이 되어 갔다.
(개정 증보판 現代文學粹, 自由莊(1952)
바다의 層階
낡은 아코오뎡은 대화를 관 뒀습니다.
-------여보세요?
폰폰따리아
마주르카
디이젤--엔진에 피는 들국화.
-------왜 그러십니까?
모래밭에서
受話器
여인의 허벅지
낙지 까아만 그립자
비둘기와 소녀들의 랑데--부우
그 위에
손을 흔드는 파아란 기폭들
나비는
起重機의
허리에 붙어서
푸른 바다의 층계를 헤아린다.
(한국전후문제시집, 신구문화사 1961)
*, 두 개의 단어는 초현실적이라 불리는 활동에서 동시적으로 발생되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모든 사람에게 보급시키려고 한 저 기계적인 기술방법에 의해서 창조된 초현실주의의 분위기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아주 적합한 것이다.(Sur 1차 선언 중에서)
검은 ceremony
將軍의 銅像이 소피보는 달밤에
장미는 하얗게 웃었다.
웃음들이 회오리바람처럼 휘감기면서
가로수 가지에 걸리더니
Giacometti의 『손』을 抽象한다.
너는 히아신드처럼 웃으면서
물방울 같은 노래를 연해 게워낸다.
恐怖는 通路의 에피소우드.
소리개의 하품은 하얀 미학이다.
五色의 에어 쇼우 속에 무성해 가는
原始林.
나나니벌.
구나방들.
『글쎄올시다』
지평선은 너의 허릴 자르면서 지나가고,
내 안엔 불타는 너의 지평선이 있다.
畵室에선 극성스러운 노랑의 퍼레이드.
검은 ceremony는 로우터리에서 그려지는 오늘의 星座.
모가지 없는 立像들이 하얀 태양 아래서
시커먼 會談을 열고 있는데,
地球의 발목엔 무성해가는 라플레시아.
지금,
世代는 악취의 황혼이다.
까마귀가 어둠을 울부짖고,
검은 계절이 한창 펄럭인다.
(1978년 전환 1집)
밤
그
옆구리를
시꺼먼
구멍에서
콸콸콸
검붉은
피가
쏟아진다.
하수도
에서는
문드러진
내장에
파란
불이
켜지고,
(1959년 자유문학)
不毛의 에레지(合作詩)
A------오늘도
무수히 落下하는 에나멜의 꿈과
B------高層建物 위에 구름처럼 나부끼는 旗幟와의 사이를
C------불안을 안고 轉落하는 현대의 행렬이여 아아멘!
A------함부로
歪曲된 이념을 찢어버리며
B------무너진 禮拜堂의 층층대에서서 오후의 바다를 본다
C------아이스크림과 소녀와의 추억은 내 최후의 抛物線을
그리고,
A------오오
샹데리아 밑에서 바라보는 태양은 우리들의 리리크!
B------dome의 하늘에 拍手처럼 흩어지는 무수한 訃告여!
C------강아지를 몰고 나는 오후의 散步路에 선다.
*A : 김경린 B : 이봉래 C : 조 향
(대학국어 현대문학, 자유장 1958)
*. 이 시는 아시체놀이처럼 자기가 쓴 것을 접어서 남에게 뵈지 않게 한 것이 아니고 공개적으로 했기 때문에 행과 행 사이의 단층, 단절이 그다지 심하지 않은 반아시체 문답 시이다.
遺稿 시
나비는 비행기가 장난으로 떨어지는 시늉으로 나뭇잎 새처럼 할랑거리듯이 그렇게 도회의 하늘을 날고 있었다. 좀 앉아서 쉬었으면 싶은 모양인데도 좀체 앉질 않고, 자리만 물색하다가 날아가려 한다. 앉을 곳이 아무래도 마땅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더니 문득 허수룩한 지붕 밑 벽에 가서 사뿐 앉는다. 앉았다간 다시 날아가선 몇 번이고 그 망설이는 시늉을 한 끝에 앉는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비는 다시 훌쩍 날아가더니, 이번엔 높이 높이 치솟더니 서쪽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그런데 괴변이 생긴 것이다. 그 나비가 앉았던 자리엔 동그랗게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그 구멍에서 수없이 끊임없이 개미 같은 것이 자꾸 쏟아져서 도시의 가로에 차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개미 같은 게 아니고, 개미만큼씩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 蟻人들이 물에만 닿으면 무럭무럭 순식간에 커져서 보통의 사람만큼씩 커지는 것이다.
(轉換, 제 5집, 1984)
*. 참고문헌
1. 조향전집 1 詩 (열음사)
2. 조향전집 2 시론. 산문 (열음사)
3. 아시체雅屍體. 1, 2, 3 (부산 아성출판사)
4. 파트라지 迷宮에서 쉬르의 廻廊으로 (조향, 시문학 1982, 1월호)
5. 다다. 쉬르레알리즘 선언 (송재영 譯, 문학과 지성사)
6. 한국 모더니즘 시 연구 (문덕수, 시문학사)
7. 시적 모험, 20세기 프랑스 시 선집 (언어의 세계사)
8. 옥타비오 파스전집 1, 활과 리라 (솔 출판사)
9. 초현실주의 시와 시론 (차영한, 한국문연)
10. 일본 현대시인론(김광림, 국학자료원)
11. 초현실주의 미술 (열화당)
12. 뭉크, 에른스트, 미로, 달리, 마그리트, 칸딘스키 (集英社, 일본 화집)
* 트라미지 : 13세기에 씌어 진 『잡박한 문체』의 글을 말한다. 쉬르의 기법에 그 맥이 닿는다.
*. 글 속에 인용부호가 들어갈 부분이 더러 있지만, 필자가 들어가는 말에서 述而不作이란 말을 썼고, 인용된 문장들의 표현에 더러刪定을 가해야 했기 때문에 생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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