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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의 천개의 고원, 리좀 해설
2018년 10월 19일 20시 33분  조회:727  추천:0  작성자: 강려
천개의 고원(새물결), 리좀, 4,5 문단
 
 
 
 
<정보 이해 방법과 리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어떠한 하나의 현상에 대해서 하나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행동의 이유는 구조화(형식화)된 틀 속에서의 지속적인 노출에 의해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구조화된 관점으로 바라보다가 개인들은 다양한 개인들을 만나고 이러한 접촉을 통해서 다양한 관점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다양한 관점이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관점을 토대로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을 판단하는 기준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면, 그것은 배가 고파서 일 수도 있고, 아니면 배가 아파서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면, 음식을 찾아 먹는다. 어떻게 이러한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배가 고픈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말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남과 동시에 배의 허기짐을 느끼게 되고, 식사를 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상황등의 여러 이유들 때문이다. 여러 전제들을 토대로 우리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꼬르륵 소리를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파악하기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P.16
 
「이번에는 본뿌리의 퇴화가 자연적 실제인 것 같지만 그래도 뿌리의 통일성은 과거나 미래로서, 가능성으로서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 … 버로스의 잘라붙이기 기법을 보자. 한 텍스트를 다른 텍스트에 포개 쓰기. … 그러나 이 작업은 해당되는 텍스트들의 차원을 보완하는 차원을 상정하고 있다. … 아무리 파편적인 작품이라도 <전집>이나 <걸작>으로 제시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다.」
 
 
 
 
 예로 들은 것처럼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가 배고픔을 나타낸다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선 여러가지 조건들이 갖추어 져야만 한다. 만약 이 조건들을 모른다면 꼬르륵 소리는 다양한 이유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친구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고 한다면, 나는 그것이 배가 고파서인지 배가 아파서인지 정확히 파악해낼 수 없다. 친구가 그 소리의 이유를 나에게 말해주지 않는 한.)
 
 
 이러한 전제들을 토대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이 하나의 의미를 지니는 것, 이것을 리좀이라고 부른다. 리좀은 일반적으론 다양체의 형태로 존재를 하지만, 어떠한 조건들과 연결되었을 때, 하나의 의미를 나타낸다.
 
 
-P.17
「니체의 아포리즘이 지식의 선형적 통일성을 부숴버리는 것은, 사유 속에 <미지>로서 현존하는 영원 회귀의 순환적 통일성을 만들어낼 때뿐이다. … 즉 통일성은 객체 안에서 끊임없이 방해받고 훼방당하지만 새로운 유형의 통일성이 또다시 주체 안에서 승리를 거두고 만다. 세계는 중심축을 잃어버렸다. … 하지만 주체는 언제나 대상의 차원을 보완하는 어떤 차원 속에서 양가성 또는 중층결정이라는 보다 높은 통일성에 도달한다.」
 
 
 
 
<우리가 잘 모르는 다양체.>
 
 
 리좀에 대한 들뢰즈의 이해를 말하기 전에 앞의 글, 「책은 하나의 다양체이다. 그러나 다양하다는 것이 어떤 것에 귀속되기를 그친다는 것, 즉 독립적인 실사의 지위로 격상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를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한 단어가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은 하나의 의미만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써 우리는 꼬르륵 소리에 대해서 판단할 수 없게 되지만, 전제가 존재해서 하나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즉 다양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고 해서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고 해도 분명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것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는지 잘 모르고 있다.
 
 
 
 
<리좀의 비유 분석.>
 
 
 들뢰즈는 리좀을 쥐 굴, 감자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표현의 이유를 살펴보자.
 
 
 쥐굴의 경우, 쥐가 굴에 들어가 음식을 먹는다면 쥐 굴은 쥐의 식당으로 의미하며, 쥐가 굴에 들어가 잠을 잔다면 쥐 굴은 침실을 의미하고, 쥐가 천적을 피해 숨는다면 은신처를 의미한다. 즉 굴 하나가 쥐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활용도를 지닌 쥐 굴은 하나의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리좀과 같은 방식이 되는 것이다.
 
 
 
 감자의 경우, 감자는 다양한 뿌리들 중간이나 끝에 감자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어떤 뿌리를 통해서든 말이다. 어떤 뿌리로든 간에 감자가 생겨난다는 점에서 감자는 다양한 뿌리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하나의 감자는 하나의 뿌리에서 발생한다. 이것은 즉 감자는 다양한 뿌리에서 자라날 수 있지만, 반드시 하나의 뿌리에서 감자는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리좀과 같은 형태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자료 . 2
《천개의 고원》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김재인 옮김/새물결)
 
1. 서 론
리좀
 
우리는 둘이서『안티-오이디푸스』를 썼다. 우리들 각자는 여럿이었기 때문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셈이다.
 
책에는 대상도 주체도 없다. 책이 어떤 주체의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이 질료의 구실과 이 질료의 관계들의 외부성을 무시하게 된다. 책에는 도주선, 탈영토화 운동, 지각 변동(=탈지층화) 운동들도 있다. 이 선들을 좇는 흐름이 갖는 서로 다른 속도들 때문에, 책은 상대적으로 느려지고 엉겨 붙거나 아니면 반대로 가속되거나 단절된다. 이 모든 것들, 즉 선들과 측정 가능한 속도들이 하나의 배치물을 구성한다. 책은 이러한 배치물이며, 그렇기에 특정한 누군가의 것이 될 수 없다. 책은 하나의 다양체이다.
기계적 배치물은 지층들을 향하고 있다. 이 지층들은 기계적 배치물을 일종의 유기체로, 또는 기표작용을 하는 하나의 총체성으로, 또는 하나의 주체에 귀속될 수 있는 규정으로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기계적 배치물은 기관 없는 몸체로도 향하고 있다. 기관없는 몸체는 끊임없이 유기체를 해체하고, 탈기표작용적 입자들, 즉 순수한 강렬함들을 끊임없이 통과시켜 순화시키며, 스스로에게 여러 주체들을 끊임없이 귀속시켜 강도의 흔적으로 하나의 이름만을 남긴다.
책에는 대상도 없다. 하나의 배치물로서 책은 다른 배치물들과 연결접속되어 있고 다른 기관 없는 몸체들과 관계 맺고 있을 뿐이다. 기의든 기표든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묻지 말아야 하며, 책 속에서 이해해야 할 그 어떤 것도 찾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이런 것들을 물어봐야 한다. 책이 무엇과 더불어 기능하는지, 책이 무엇과 연결 접속 되었을 때 강렬함을 통과시키거나 가로막는지, 책이 어떤 다양체들 속에 자신의 다양체를 집어넣어 변형시키는지, 책이 자신의 기관 없는 몸체를 어떤 기관 없는 몸체들에 수렴시키는지. 하나의 책은 바깥을 통해서만, 바깥에서만 존재한다.
 
책의 첫 번째 유형은 뿌리-책이다. 이 사유 체계는 결코 다양체를 이해한 적이 없었다. 정신의 방법을 따라 둘에 도달하려면 강력한 근본적 통일성을 가정해야 한다. 그리고 대상의 특면을 보자면, 우리가 자연의 방법을 따라 하나에서 셋, 넷, 다섯으로 직접 갈 수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는 언제나 곁뿌리들을 받쳐 주는 주축 뿌리 같은 강력한 근본적 통일성이 있다는 조건 아래에서만 그러하다.
어린 뿌리 체계 또는 수염뿌리 체계는 책의 두 번째 모습인데, 수염뿌리 체계는 이원론, 주체와 객체의 상보성, 자연적 실재와 정신적 실재의 상보성과 진정으로 결별하지 않는다. 즉 통일성은 객체 안에서 끊임없이 방해받고 훼방 당하지만 새로운 유형의 통일성이 또다시 주체 안에서 승리를 거두고 만다. 주체는 더 이상 이분법을 행할 수 조차 없다. 하지만 주체는 언제나 대상의 차원을 보완하는 어떤 차원 속에서 양가성 또는 중층결정이라는 보다 높은 통일성에 도달한다. 세계는 카오스가 되었지만 책은 여전히 세계의 이미지로 남는다. 뿌리-코스모스 대신 곁뿌리-카오스모스라는 이미지로.
다양체를 만들어야 한다면 유일을 빼고 n-1에서 써라. 그런 체계를 리좀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땅밑 줄기의 다른 말인 리좀은 뿌리나 수염뿌리와 완전히 다르다. 구근이나 덩이줄기는 리좀이다.
 
리좀의 개략적인 몇몇 특징들.
원리 1과 원리2. 연결접속의 원리와 다질성(多質性)의 원리: 리즘의 어떤 지점이건 다른 어떤 지점과도 연결접속될 수 있고 또 연결접속 되어야만 한다.
언표행위라는 집단적 배치물은 기계적 배치물 속에서 곧바로 기능한다. 언어학이 명시적인 것에 머물면서 언어에 관해 아무것도 전제하지 않을 때에도 우리는 여전히 특정한 배치물의 양태들과 특정한 사회 권력 유형들을 함축하는 담론 영역 내부에 머물러 있다. 리좀은 기호계적 사슬, 권력 기구, 예술이나 학문이나 사회투쟁과 관계된 사건들에 끊임없이 연결접속한다.
리즘 유형의 방법은 언어를 다른 차원들과 다른 영역들로 탈중심화시켜야만 그것을 분석해낼 수 있다. 언어는 제 기능이 무기력해진 경우에만 자기 안에 폐쇄된다.
원리 3. 다양체의 원리: 여기에는 대상 안에서 주축 역할을 하는 통일성도 없고 주체 안에서 나뉘는 통일성도 없다. 대상 안에서 유산되거나 주체 안으로 “회귀하는”통일성도 없다. 다양체는 주체도 객체도 없다. 다양체가 가질 수 있는 것은 규정, 크기, 차원들뿐이다.
다양체는 연결접속들을 늘림에 따라 반드시 본성상의 변화를 겪게 되는데, 배치물이란 이러한 다양체 안에서 차원들이 이런 식으로 불어난 것이다. 리좀에는 구조, 나무, 뿌리와 달리 지정된 점이나 위치가 없다. 선들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에겐 측정 단위들은 없다. 다만 측정의 다양체들 또는 측정의 변이체들만 있을 뿐이다.
모든 다양체는 자신의 모든 차원들을 채우고 차지한다는 의미에서 판판하다.
원리 4. 탈기표작용적인 단절의 원리: 이것은 구조들을 분산시키는 절단, 하나의 구조를 가로지르며 너무 많은 의미를 만들어내는 절단에 대항한다. 하나의 리좀은 어떤 곳에서든 끊어지거나 깨질 수 있으며, 자신의 특정한 선들을 따라 혹은 다른 새로운 선들을 따라 복구된다. 모든 리좀은 분할선들을 포함하는데, 이 선들에 따라 리좀은 지층화되고 영토화되고 조직되고 의미화되고 귀속된다. 하지만 모든 리좀은 또한 탈영토화의 선들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선들을 따라 리좀은 끊임없이 도주한다. 분할선들이 하나의 도주선 속에서 폭발할 때마다 리좀 안에는 단절이 있게 된다. 하지만 도주선은 리좀의 일부이다. 분할선과 도주선은 끊임없이 서로를 참조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해서 우리는 이원론이나 이분법을 설정할 수 없는 것이다.
모방이나 유사성은 없다. 다만 기표작용적인 그 어떤 것에도 귀속되거나 종속될 수 없는 공통의 리좀으로 이루어진 도주선이 있고, 그것을 향한 두 이질적인 계열의 폭발이 있을 뿐이다. 리좀은 하나의 반(反)계보이다.
원리 5와 원리 6. 지도 제작과 전사(轉寫)의 원리: 리좀은 발생축이나 심층 구조 같은 관념을 알지 못한다. 발생축은 대상 안에서 일련의 단계들을 조직해가는 통일성으로서의 주축이다. 우리는 발생축이나 심층 구조에 대해 이렇게 말하겠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무한히 복제(=재생산)될 수 있는 본뜨기의 원리라고. 모든 나무의 논리는 본뜨기의 논리이자 복제(=재생산)의 논리이다. 리좀은 그와는 완전히 다른 어떤 것이다. 그것은 사본이 아니라 지도이다.
지도는 장(場)들의 연결접속에 공헌하고, 기관 없는 몸체들의 봉쇄-해제에 공헌하며, 그것들을 고른판 위에 최대한 열어놓는 데 공헌한다. 지도는 그 자체로 리좀에 속한다. 지도는 열려 있다. 지도는 모든 차원들 안에서 연결접속될 수 있다. 지도는 분해될 수 있고, 뒤집을 수 있으며, 끝없이 변형될 수 있다. 언제나 사본을 지도로 바꿔 놓아야 한다.
 
나무나 뿌리, 그것은 우월한 통일성, 즉 중심이나 절편의 통일성에서 출발해 끊임없이〈여럿〉의 흉내를 내는 사유라는 슬픈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가 수염뿌리 유형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것이다. 왜냐하면 위계적이지 않은 척 제시되고 언표될지라도 사실 그것은 전적으로 위계적인 해답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n명의 개인들이 일제히 발포하도록 하기 위해서 꼭 장군이 필요한가? 유한한 수의 상태들과 그에 상응하는 속도의 신호들을 포함하는 중심 없는 다양체에서는 전쟁 리좀이나 게릴라 논리의 관점에서〈장군〉을 갖지 않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n은 언제나 n-1이다.
 
중요한 점은, 뿌리-나무와 수로-리좀이 대립되는 두 모델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건립되고 파산하는 모델, 끊임없이 확장되고 파괴되고 재건되는 과정이다. 이는 또 다른 새로운 이원론이 아니다. 우리가 어떤 이원론을 원용한다면, 그것은 다른 이원론을 거부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모든 이원론을 통과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추구하던〈다원론=일원론〉이라는 마법적인 공식에 도달해야 한다.
 
리좀의 주요한 특성들을 요약해 보자. 나무나 나무뿌리와 달리 리좀은 자신의 어떤 지점에서든 다른 지점과 연결접속한다. 리좀은 단위들로 이루어져 있지 않고, 차원들 또한 차라리 움직이는 방향들로 이루어져 있다. 리좀은 시작도 끝도 갖지 않고 언제나 중간을 가지며, 중간을 통해 자라고 넘쳐난다. 리좀은 n차원에서, 주체도 대상도 없이 고른판 위에서 펼쳐질 수 있는 선형적 다양체들을 구성하는데, 그 다양체들로부터는 언제나〈하나〉가 빼내진다(n-1). 그러한 다양체는 자신의 차원들을 바꿀 때마다 본성이 변하고 변신한다. 리좀은 선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리좀은 일종의 반(反)계보이다. 리좀은 변이, 팽창, 정복, 포획, 꺾꽂이를 통해 나아간다. 리좀은 생산되고 구성되어야 하며, 항상 분해 될 수 있고 연결접속될 수 있고 역전될 수 있고 수정될 수 있는 지도와 관련되어 있으며, 다양한 출입구들과 관련되어 있으며, 나름의 도주선들을 갖고 있다. 모든 종류의 “생성(=되기)”이 중요한 것이다.
 
[출처] 들뢰즈의 천개의 고원, 리좀 해설|작성자 옥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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