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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프루스트와 기호들[1-2장]
2018년 10월 21일 15시 23분  조회:1175  추천:0  작성자: 강려
출처 Rhizoma *^^* | 뿌리줄기
원문 http://blog.naver.com/conscom/100007117280
 『프루스트와 기호들』 읽기

제1장 기호의 유형


1.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통일성을 이루는 요소는 기억이나 추억, 비자발적인 기억이나 추억이 아니다. 여기에서 ‘찾아서(찾기)’는 ‘진리 찾기’의 찾기이다. ‘시간’도 ‘단지 지나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표현(expression)
펼치다: ex-plic-quer: 접힌 것pli을 펼쳐내다 함축하다[접다]: im-pli-quer: 접어들이다
전개하다: develope 감싸다[감아들이다]: envelope
풀다: deroll 감다: enroll
의미 기호


explicate(사물 외재적인 지성의 작용이 아니라 지성 내재적인 사물의 작용)
설명하다 펼치다
지성의 활동인 설명 자연의 활동인 펼침
인식론적 존재론적
마들렌의 맛을 통해 그 안에 들어 있던 의미, 즉 과거의 콩브레가 설명되는 활동 물질적 기호(마들렌) 안에 들어 있는 의미(과거의 콩브레)가 펼쳐지는 활동
스피노자에게 지성이란 외재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의 양태일 뿐이고, 따라서 지성의 소산인 지식 자체도 자연 안에서 이루어지는 표현의 소산이다.
객관적으로 지성 안에 있는 것은 필연적으로 자연 안에도 있어야 한다.(에티카, I, 30; II, 7, 주석)



1.2 이 책은 배움[도제수업]의 이야기, 한 작가의 배움의 과정의 이야기이다. 추억의 원천들이 아니라 배움의 원료들이자 배움의 선들. 실망과 깨달음의 운동. 프루스트의 플라톤주의(상기론). 기억은 배움의 도구일 뿐, 배움은 그 목적과 원리들을 통해 기억을 넘어선다. 이 책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하고 있다.


1.3 모든 것은 기호를 방출한다. 모든 배우는 행위는 그러한 기호나 상형문자의 해석이다. 프루스트의 작품은 추억의 전시장이 아니라 기호들을 배워 나가는 과정 위에 세워져 있다.


1.4 통일성과 다원성. [공통성과 특이성]. 기호들의 세계는 여러 개의 원들로 짜여지고 몇몇 지점들에서 서로 교차한다. 이 기호들은 각각이 특유하고 이런저런 분야를 구성한다. 세계들 모두의 공통점, 즉 각각의 세계를 가로지르는 통일성은 세계들이 인물들, 대상들, 물질들이 방출하는 기호들의 체계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해독과 해석만이 진리를 발견하고 배움을 가능하게 한다. 기호들은 동일한 종류에 속하지도, 동일한 방법으로 출현하지도, 동일한 방식으로 해독되지도 않으며 의미들과 동일한 관계를 지니지 않는다.


1.5 기호들의 종류

사교계 사랑의 그룹 감각적인 세계 예술의 세계
사교계의 기호 사랑의 기호 감각적인 기호 예술의 기호
공허 거짓말 물질적 본질적
우리에게 작위적인 흥분을 주는 텅 빈 기호 우리에게 고통을 주면서 그 진짜 의미는 항상 더 큰 고뇌를 안겨 주는 거짓말의 기호 특별한 기쁨을 직접적으로 전달해 주는 정직한 기호. 충만하고 긍정적이며 즐거운 기호.
원천이 물질적일 뿐만 아니라 기 기호들의 펼쳐짐, 전개 또한 여전히 물질적.
물질성을 벗은 기호. 관념적 본질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는 기호.


1.6 사교계의 기호: 많은 기호들을 방출하고 집결시키는 영역. 비동질적. 변화되고 응결되거나 다른 기호들로 대체되는 기호들. 기호가 어떤 행위나 생각을 대체하여 행위와 생각의 구실을 함. 고로 하나의 기호는 다른 어떤 것, 즉 외재적 의미나 관념적 내용을 가리키지 않는다. 행위의 관점에서 사교계는 기만적이고 잔혹하게 나타나며, 사유의 관점에서는 어리석은 것으로 나타난다. 사교계에서 사람들은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기호를 만들어 낸다. 사교계의 기호는 어떤 것을 지시하지 않고 그것을 대체하며, 자기가 가진 의미들이 효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이 기호는 사유로 행위를 앞지르며 행위로 사유를 무화시키고,이런 것이면 충분하다고 공언한다. 상투적이고 공허한 기호들. 이 기호들을 거치지 않으면 배움은 불완전하고 불가능하다. 이 기호들은 텅 비어 있지만 이 공허함은 이 기호들의 의례적인 완벽성(형식주의)을 갖추도록 해준다.


1.7 사랑의 기호: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어떤 사람을 그 사람이 지니고 있거나 방출하는 기호들을 통해서 개별화시키는 것이다. 즉, 기호들에 민감해지는 것이며 이 기호들로부터 배움을 얻는 것이다. 사랑은 무언의 해석 속에서 태어나고 또 그것으로 양육된다. 해독(해석)해야 할 세계가 사랑받는 사람 속에 함축되어 있고 감싸여져 있으며 수형자처럼 갇혀 있다. 사랑의 다원주의.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 속에 감싸여진 채로 있는 미지의 세계들을 펼쳐 보이고 전개시키고자 하는 노력이다. 사랑의 모순. 주관적인 사랑의 법칙. 질투. 사랑의 기호들은 오로지 자기가 표현하는 것을 감추면서 우리에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거짓말의 기호들이다. 미지의 세계들, 행위들, 사유들의 원천. 사랑의 기호를 해석하는 자는 필연적으로 거짓말의 해석자이다. 이러한 그의 운명 자체는 ‘사랑받지 못하면서 사랑한다’는 모토에 얽매여 있다. 소돔과 고모라의 세계. 동성애. 근원적인 자웅 동체.


1.8 감각적 기호: 기쁨과 명령. 우선 특별한 기쁨이 찾아오고, 그 결과 이 기호들은 그 직접적인 효과로 인해 이전의 상태와 구별된다. 다른 한편 이 기호의 의미를 찾기 위한 사유 작업이 필요하다는 일종의 의무감이 느껴진다. 그러고 나서 우리에게 숨겨진 대상을 건네주면서 기호의 의미가 나타난다. 물질적인 기호들.


1.9 예술적 기호: 물질적 의미는 그것이 구현하는 관념적 본질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예술의 세계는 기호들의 궁극적인 세계이다. 예술의 세계에서의 기호들은 ‘물질성을 벗은’ 기호들이다. 이 기호들은 관념적 본질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는다. 예술을 통해 드러난 세계는 다른 모든 세계들에게 거꾸로 영향을 미친다. 예술을 통해 드러난 세계는 감각적 기호들을 자기의 일부로 편입하여, 거기에 미학적 의미를 채색하고, 그것들에 잔존해 있는 불투명성에 침투한다. 감각적 기호들은 관념적 본질에 의존한다. 관념적 본질은 감각적 기호들의 물질적 의미를 통해서 육화한다. 모든 기호들은 예술로 수렴한다. 모든 배움[도제수업]의 과정은 예술 자체에 대한 무의식적인 배움의 과정이다. 가장 근본적인 층위에서 본질적인 것은 예술의 기호들 속에 있다.




제2장 기호와 진실


2.1 잃어버린 시간 찾기는 곧 진리 찾기이다. 진리란 본질적으로 시간과 관련된다. 자연, 예술, 사랑에서 중요한 것은 진리[진실]이다.


2.2 프루스트에게, 참된 것에 대한 욕망, 진실에 대한 의지는 인간에게 선재하지 않는다. 기호의 폭력에 의해 진리 찾기를 강요당한다. 진리[진실]는 비자발적인 기호로부터 ‘누설된다.’


2.3 고전 철학[인식론]의 잘못된 전제 = “우리는 사유하고자 하는 선 의지와 본성적으로 참된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망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진리는 결코 미리 전제된 선 의지의 산물이 아니라, 사유 안에서 행사된 폭력의 결과이다. 명시적이고 규약적인 의미는 결코 근본적인 것이 아니다. 외현적인 기호가 감싸고 있고 그 기호 속에 함축되어 있는, 그런 의미만이 오로지 근본적이다.


2.4 강요와 우연. 진리는 사물과의 마주침에 의존하는데, 이 마주침은 우리에게 사유하도록 강요하고 참된 것을 찾도록 강요한다. 대상을 우연이 마주친 대상이게끔 하는 것, 우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 - 이것이 바로 기호이다. 사유된 것의 필연성을 보장하는 것은 마주침의 우연성이다. 우연한 것이며 피할 수 없는 것. 기호의 의미를 해석하고, 해독하고, 번역하고, 찾아내는 것 = 진리를 찾고자 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


2.5 진실을 찾는 것은 해석하고 해독하고 설명하는 것인데, 이 설명은 기호 그 자체의 전개와 뒤섞이기 때문에, 찾기는 항상 시간과 관계하며, 진실은 항상 시간의 진실이다. 시간의 네 구조(잃어버린 시간, 잃어버리는 시간, 되찾는 시간, 되찾은 시간). 여러 종류의 기호들 각각은 그에 상응하는 특권적인 시간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간선들의 결합들을 증식시키는 다원적 체계가 존재한다. 기호의 종류들은 각각 불균등하게 여러 가지 시간선에 참여한다. 하나의 선은 불균등하게 여러 가지 종류의 기호들과 섞인다.


2.6 잃어버린 시간, 다시 말해 시간의 흐름, 존재했던 것들의 소멸, 존재들의 변화에 대해 사유하도록 강요하는 기호들이 있다. <잃어버린 시간과 사교계의 기호들> 사교계의 기호들은 일시적이고 덧없는 어떤 측면을 드러낸다. 이 기호들은 자기가 변질되어 가는 것을 숨기기 위해 미리부터 꼼짝 않고 고정되어 버린다. 사교계란 매순간 변질되고 변화한다. 프루스트는 모든 변화를 베르그송적인 지속으로 여기지 않고, 탈퇴나 무덤을 향한 경주로 여긴다.


2.7 <잃어버린 시간과 사랑의 기호들> 사랑의 기호들은 사교계의 기호들보다 훨씬 심하게 변질되고 소멸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가장 순수한 상태로 함축한다. 만약 사랑과 질투의 기호들이 자기만의 변질 과정을 겪는다면 그것은 사랑이 끊임없이 사라질 준비를 하고, 그 파국을 미리부터 계속해서 모사(模寫)한다는 단순한 이유에서이다. 우리가 지나간 사랑을 반복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재의 사랑이 그토록 생생하게 진행되고 있는 순간에 이미 파국의 순간을 반복하며 그 종말을 예기한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미래를 향한 이 반복, 이 파국의 반복.


2.8 <잃어버린 시간과 감각적 기호들> 감각적 기호들은 그 풍요성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변질과 소멸의 기호가 될 수 있다. 왜 비자발적인 추억[기억]은 우리에게 영원의 이미지 대신에 죽음의 격심한 감정을 가져다 주는가? 주인공이 종종, 기쁨을 연장시키는 대신에 번민으로 돌아가는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양면 감정을 우리는 바로 감각적 기호 자체 속에서 발견해야 한다.


2.9 <잃어버린 시간과 감각적 기호들> 비자발적 기억. 옛날의 감각은 현재의 감각과 서로 겹쳐지고 결합되려 하며, 현재의 감각을 여러 시기들 위에 동시에 펼친다. 그러나 현재의 감각이 자신의 ‘물질성’을 옛날의 감각과 대립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두 감각의 겹쳐짐에서 오는 즐거움은 돌이킬 수 없는 손실과 상실의 감정에게 자리를 내주고 쫓겨날 수 있다. 이러한 상실의 감정에 젖게 되면 옛날의 감각은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 깊숙이 밀려나 버린다. 여기에는 기억의 가능성으로만, 즉 그 기억이 발생하는 모든 기호들 속에서 기억의 가능성으로만, 늘 머물러 있는 어떤 양면적인 것이 있다.


2.10 헛되이 낭비하는 시간 속에 진실이 있다는 것을 기호의 길들을 통해 마지막에 깨닫게 되는 것이 배움의 본질적인 성과이다. 이따금 불완전한 재료와 물질들은 간혹 우리를 황홀하게 만든다. 그럴 수 있는 까닭은 이 재료와 물질이 기호로서 풍부하기 때문이다.


2.11 <잃어버리는 시간과 배움의 과정> 항상 자기의 시간을 잃어 가는 가운데 기호의 매개에 의해서 배운다. 기호는 그 자체 관계에 이질성을 함축한다. 배우기 위해서는 우리가 배우는 바와 닮은 점이 없는 어떤 사람과 ‘함께’ 무엇을 해야 한다.


2.12 지성적이기만 한 진리들의 한계 = ‘필연성’의 결핍. 예술이나 문학에서 지성은, 항상 ‘이전’이 아니라 ‘나중’에 돌발적으로 찾아온다. 먼저 어떤 기호의 강렬한 효과를 체험해야 하고 사유는 그 기호의 의미를 찾도록 강요된 것처럼 움직여야 한다. 프루스트의 사유 일반(기억력, 욕망, 지성, 본질들에 관한 능력). 잃어버리는 시간과 잃어버린 시간과 관련해서는 ‘지성’이 사유를 제공하고 기호를 해석한다.


2.13 지성의 관념들은 슬픔의 대용품 구실을 한다. 어떤 경이로운 즐거움이 기억을 움직이게 하듯이, 고통은 지성이 탐구하도록 강요한다. 사교계의 가장 하찮은 기호들이 법칙으로 환원되고, 사랑의 가장 고통스런 기호들이 반복으로 환원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 점을 우리에게 이해시키는 일은 지성의 소관이다. 우리가 시간을 헛되이 잃어버린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우리는 이미 기호들을 배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의 게으른 삶이 바로 우리의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2.14 우리가 잃어버리는 시간, 잃어버린 시간, 되찾는 시간, 되찾은 시간 등의 시간선들이 있다. 각각의 종류의 기호들은 확실히 각각에 있어서 특권적인 어떤 시간선에 상응한다.

사교계의 기호 사랑의 기호 감각적 기호 예술의 기호
잃어버리는 시간 잃어버린 시간 되찾는 시간 되찾은 시간
다른 모든 시간들을 포함하는 절대적인 근원적 시간
기호들 각각은 또한 다른 시간에 겹쳐지고 다른 시간적 차원에도 참여한다. 모든 다른 차원들이 합쳐지고 그 차원들에 해당하는 진리를 발견하는 것은 예술 작품의 절대적 시간 속에서이다.

기호의 세계들은 진정한 ‘배움의 선’인 시간선들을 따라 펼쳐진다. 하지만 그 세계들은 이 선들 위에서 서로 간섭하고 서로 작용한다. 기호들이 시간선을 따라 전개되거나 설명될 때, 기호들은 반드시 이런 식으로 시간선과 대응하고 시간선을 상징하고 서로 교차하며, 진리 체계를 구성하는 복합적인 조합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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