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비오 빠스의 시세계
옥타비오 빠스 (Octavio Paz, 1914 - )가 바라보는 세계는 정형이 없다. 그는 원칙적으로 우리 시대가 르네상스식의 이상적인 질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복합적인 요소들의 변증법적 갈등 구조로 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 시대를 구성하고 있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서로 방향을
잃고 합쳐졌다가 다시 흩어지고 대립했다가 다시 화해하면서, 다양하고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이 이질적인 요소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변화와 생성, 이것이 빠스가 바라보는 세계의 모습이다.
의미의 불확실과 불안정은 그의 시세계에 여실히 나타난다. 고정되지 않은 현실은 말의 단순한 전달 기능을 무시한다. 논리와 일정한 체계에
길들여 있는 말은 이제 비논리적인 불확정 현실을 더 이상 반영할 수 없다. 그래서 말은 자기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자기반영적인 언어의 모습은
외부를 향해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그러므로 그가 그려내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언어 그 자체이다. 빠스에게 시는 서로 모이고 흩어지는 기호
들의 집합체이자 별자리와도 같은 작은 소우주의 세계이다. 시 속에서 기호들은 동일한 기호인 인간들에게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하고, 인간들
역시 기호에게 의문을 제기한다. 본질적 의미는 잃어버리고 <차이>만 존재하는 기호, 이 기호의 <유희>가 바로 그의 시세계이다. 그가 시를
통해 노리는 것은 의미의 전달이 아니라 이러한 언어의 유희를 통한 끊임없이 새로움의 추구이다. <글 - 최낙원/전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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