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오 신문 연재 2
<시가 있는 마을>
거목
김규화
뿌리는 땅속에 묻고 아름드리 기둥을 세워
하늘로 키 늘리고
그 기둥에 굵은 가지를 서너 개 엇갈리게 박고
조금 잔 줄기를 그 배로 늘려서 그 기둥에 박고
또 조금 잔 줄기를 그 배로 늘려서 그 기둥에 박고
또 조금 잔 줄기를 그 배로 늘려서 째고 또 째서
마지막에는 한산 모시올 같은 잔가지들의
집채 만한 온몸에다가 당나귀 귀 백성들을 나폴나폴 달려붙인
그 나라 임금은 통치 천년의 바람나무
그 나라에서는 날마다 뿌리에서 물 끌어올려
고루고루 가지의 맨 끝에 매달린 백성들에게까지 젖줄 대주느라고
힘차게 경 읽는 소리가 뿌리에서부터 나무기둥을 타고
하늘 공중의 나무 끝에까지 도르래로 오르고
임금은 수고롭고
백성들은 얇고 작은 몸을 자주자주 뒤집어 반짝이면서
임금과 함께 트고 둥그렇게 만들어가는 나무나라
평론: 이선 시 읽기
김규화는 ‘하이퍼시 동인’으로 뉴미디어 시대의 하이퍼시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하이퍼시’ 창단 멤버이다. <거목>은 사물성에 기초하여 쓴 시로, 사유와 직관을 입체적으로 구조화한 시다. <거목>은 칼릴 지브란의 철학시와 같은 우화적 기법과 전설적 구조를 가진 이야기시다.
<거목>은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는 속담을 생각나게 한다. 나무를 입체적으로 구조화하여 사물의 시각으로 재구성하여 이야기시를 만들었다. 위의 시의 중심어는 1연의 ‘배수’라는 단어다. ‘나무의 큰 기둥과 작은 줄기, 잔 가지와 잎사귀’의 구성요소를 배수로 나타내어 나무를 냉정하게 관찰하고 있다.
1연은 냉정하게 ‘나무’라는 사물을 관찰하여 사실만 정의하였다. 그러나 2연에서는 나무의 삶의 문제, 나무의 본질을 다루고 있다. ‘임금’과 ‘백성’의 역학관계로 나무의 구조를 직관하여 전설같은 이야기 구조를 만들었다.
1연은 나무의 사실적인 부분만 부각시켰다. 냉정한 관찰자 시점이다. 그러나 2연은 나무의 삶을 부각시켰다. 2연은 나무의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상은 시인의 속내이면서 인간의 삶을 치환은유 구조로 보여주고 있다. 인간군상들을 거시적 안목으로 바라보는 ‘통치 천년 바람나무인 임금’의 마음은 참으로 수고롭다. ‘백성에게 경을 읽어주고, 젖줄을 대주고, 도르래질을 하는‘ 나무의 고단한 삶이 읽힌다. ‘나폴나폴 당나귀 귀’처럼 변덕스러운 인간들과 나무의 삶이 치환은유 구조로 오버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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