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오 신문 시가 있는 마을
5시 28분
이소정
이때 쯤 되면 동이 튼다
하늘의 허벅다리에 어느 한 구석이
터지고야 말아
빛 몇 가락이 새어나오고
부피 늘어난
하늘의 입꼬리가 씰룩인다
괴기스럽던 밤의 홀쭉한 복부가
끊임없이 부풀다
마침 어미별 잃은 아침새가
짧고 뭉툭한 부리로 하늘을 쪼이면
터진 배꼽사이로 아침이 무수하다
<이선의 시 읽기>
이소정 시인은 아시아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명덕외고 3학년 재학생이다. 아직 어린 고등학생이 상상력과 객관화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음을 알고 깜짝 놀랐다. 오래 시를 쓴 기성시인의 시 중에서도 객관화에 실패한 시를 자주 접하기 때문이다. 개관화 되지 않은 상상력은 작품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진정성을 잃는다.
위의 시는 제목부터 객관화 되어 있다. 이소정 학생이 어느 여름날 일찍 등교할 때, 해 뜨는 시각이 5시 28분이었을 것이다. 매일 TV에서 해 뜨는 시각과 해 지는 시각을 예보하니 객관화된 분명한 사실이다.
해가 뜨는 것은 사실이면서, 큰 사건이기도 하다. 사실 우주가 열리는 시각이다. 그러나 그 큰 사건이 매일 일상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주목하지 않았다. 해가 뜨는 것은 분명 찰라적 순간에 일어난 사건이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일상이다. 손에 잡혀서 기억될 물건도 아니다. 그러나 이소정은 예리하게 그 시각에 집중하였다. 그리고 천체의 거대한 움직임을 순식간에 입체적이고 선명한 이미지로 구성하여 구체적으로 그려내었다.
‘허벅다리, 입꼬리, 복부, 배꼽’으로 인체의 부분, 부분으로 비유함으로써 감각적이고 선명하게 그리고 있다. 또한 ‘터지다, 새어나오다, 끊임없이 부풀다, 무수하다’ 라는 생성과 발산, 확장의 이미지의 단어들을 구사하여 해가 뜨는 모습을 확산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어미별 잃은 아침새가/ 짧고 뭉툭한 부리로 하늘을 쪼이면/ 터진 배꼽 사이로 아침이 무수하다’
이 시의 백미는 9-11행이다. ‘어미별 잃은 아침새’는 아침에 홀로있는 ‘외로움’의 이미지와 ‘배고픔’의 이미지가 중첩되어 ‘짧고 뭉툭한 부리로 하늘을 쪼’는 행위에 시적 논리를 부여한다. 또한 10행은 11행 ‘터진 배꼽 사이로 아침이 무수하다’는 구절에 시적 논리성을 부여한다. 또한 11행은 필자가 중국 가는 배 위에서 본 일출광경처럼 무수한 빛기둥이 상상된다.
위의 시는 해가 뜨는 찰라적 장면을 잡아, 아주 감각적이고 입체적으로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시인의 재능이 앞으로 어떤 꽃을 피울지 기대해 본다.
가져온 곳 : 카페 >시와 도자기|글쓴이 : 이미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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