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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祭 -수술실에서 가영심
2018년 12월 20일 15시 52분  조회:653  추천:0  작성자: 강려
목숨祭
-수술실에서
 
가영심
 
고요의 가슴 강물로 흘러간다.
낯선 강물처럼
거울 벽은 순간 흔들리고
헌혈을 위해 눕던
그대의 기도마저
하얗게 목마름으로 누워 있는 방
 
한 모금의
생명을 위하여
또 다른 시간 밖에서
내가 기다림으로 울음 울 때
아픔은 神의 최후의 눈물방울.
 
그대가 만드는
운명의 종이꽃을 만지다가
부수다가
 
한 잎 한 잎
시간을 불꽃으로 태워가고
아, 이름 모를
영혼의 새 한 마리
 
나에게서 
지금 막 눈 떠 날아간다.
 
 
<이선의 시 읽기>
  
  가영심의 시「목숨祭」에는 ‘물, 불, 새’의 심상이 있다. 가장 압축한 인간의 심상에 남은 마지막 이미지가 ‘물, 불, 새’의 이미지일 것이다. ‘흙’의 이미지를 더하면 완벽한 죽음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병자는 자기 자신을 다 버리고, 마지막 남은 심상을 내부로부터 끄집어내서 표출한다.
  절대상황과 절대고독 앞에서 죽음과 대치하여 보라, 누군들 작아지고 가벼워지지 않을까?
안으로 침잠하여 고요한 강물로 흐를까? 거부하며 폭발하여 불꽃으로 타오를까? 그도 아님. 한 마리 새가 되어 절박함에서 가볍게 벗어나서 희락의 나라로 날아가기를 염원할까?
 시인은 병마와 싸우며 작아지는 연습을 많이 했을 것이다. 음식을 줄이면 체중이 작아질 것이다. 욕심을 버리면 영혼도 가벼워질 것이다. 시간도 버리고 방치하여 놓아두면 새처럼 가벼워져 호르르 날아갈 것이다. 
 
  1연의 ‘거울 벽은 순간 흔들리고/…기도마저/ 하얗게 목마름으로 누워있는 방’, 2연의 ‘또다른 시간 밖에서/ 내가 기다림으로 울음 울 때’, 3연의 ‘종이꽃을 만지다가/ 부수다가’ 시인은 모든 갈등을 놓고, 비움의 미학을 터득할 것이다. 드디어 4연의 한 마리 ‘이름 모를/ 영혼의 새’가 되는 경지까지 오르게 되는
  위의 시 1-4연은 5연을 완성하기 위한 조건 연들이다. 5연에서 이 시는 비로소 완성된다. 가벼워져 날아가는 영혼, 지금 막 눈 떠 날아가는 영혼을 화자의 객관적인 눈이 바라보고 있다, 5연에서 시의 객관화가 완성된다. 시가 완성된다.
 이 시는 가벼워짐의 미학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다. 체중을 버리고, 욕심을 버리고, 친구를 버리고, 말도 버리고, 돈도 버리고, 미모와 기호까지 버릴 때 완성되는 가벼움의 미학. 그 순간 영혼이 ‘지금 막 눈 떠 날아’가는 찰라적 순간을, 바라보는 시인의 지혜자의 눈이 객관적이다.
  
  
 
 
가져온 곳 :  카페 >시와 도자기|글쓴이 : 이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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