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나무 한 그루
안차애
마이크로 월드 잡지에 찍어 논 뇌동맥 칼라 사진을 보고서야
누구나 자기의 하늘이 꽉 차도록
가지 많은 나무 한 그루씩 키운다는 걸 알았다
이글이글 타는 용광로 쇳물빛 혈관이
위로위로 불꽃 날름대며 타오르고
타오르다 굽이치며
굽이치다 제 몸을 터뜨려 새 가지를 내면서
불타는 나무 한 그루로 자라고 있었다
사랑이야!
소리치며 힘차게 뻗어가던 가지 하나가
슬픔인걸,
막무가내로 쏟아지는 큰 가지에 눌려 휘청 구부러진다
휘어지며 생긴 작은 매듭 하나, 둘, 셋......
종양처럼 나비처럼 열매처럼 굽이굽이 맺혀있다
신기하기도 하지
엉겨도 끊기지 않고 휘어져도 꺾이지 않은 나무 가지들의
저 먼 끝에선 푸른 노을이 피어오르고.
붉게 독 오른 내 사랑이
더 붉게 무너져오는 네 슬픔을 휘감아
블루마블,
둥그런 천구에 푸른 별빛으로 연신 스며들고 있다
청남빛 둥근 세상 한 귀퉁이로 기어이 타오르고 있다
<이선의 시 읽기>
뇌혈관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뇌관이 목에서 머리꼭대기로 불꽃처럼 마구마구 솟구치고, 양쪽 귀 옆에서도 마구마구 솟구치고, 정수리쪽으로 뻗은 빨간 뇌혈관 사진을 보며 놀란 적이 있다. 위의 시처럼 정말 한 그루 ‘불꽃나무’였다.
안차애의 시는 ‘빠르다, 붉다, 굵다. 달린다’
재해석된 문장들이 급박하게 밀려드는 물살처럼 솔직하다
사랑이야!
소리치며 힘차게 뻗어가던 가지 하나가
슬픔인걸,
막무가내로 쏟아지는 큰 가지에 눌려 휘청 구부러진다
휘어지며 생긴 작은 매듭 하나, 둘, 셋......
종양처럼 나비처럼 열매처럼 굽이굽이 맺혀있다
위의 시 3연 1-6행은 생을 단막극으로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희망이 절망의 전환점이 되는 사랑의 꺾은선 그래프. ‘붉게 독 오른 내 사랑이/ 더 붉게 무너져오는 네 슬픔을 휘감아/ 블루마블,’로 부딪치고 상처입는 사랑의 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안차애의 시는 급박한 삶의 현장을 스케치한다.‘붉게 독 오른 내 사랑이’(4연 1행)에서와 같이‘1인칭 화자’의 시점으로 현재의 ‘나’를 등장시켜 삶의 리얼리티와 진정성을 강조한다.
안차애 시를 만나면 누구나 창자를 모두 꺼집어내어 속내생각을 시인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같다. 이내 잠재된 생각까지 들킬 것 같다. 재해석된 문장들은 화끈하고 솔직하게 다가오고, 시인에게 생의 화두를 화끈하고 솔직하게 풀어놓어야 할 것 같은 ‘충동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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