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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들 / 최서진
2018년 12월 24일 18시 24분  조회:778  추천:0  작성자: 강려
이선의 시 읽기- 최서진


분꽃들


최서진


떨고 있는 새들의 늦은 오후가 풍금소리처럼 모인다
비로소 피어나는 분꽃들
엄마의 독백이 화단으로 흘러가 비를 맞는다


무거운 침묵이 꽃밭을 가득 메울 때 왼쪽으로 꺾이는 얼굴
엄마는 화단으로 실현될 수 있을까


엄마 가지 마세요, 우리는 아직 꽃일 뿐


꿈을 조절할 수 없어 목이 자랐고
비가 내리지 않는 오후에는 벌레처럼 서로를 갉아 먹었다


언니들은 풀처럼 빨리 자란다. 엄마를 닮아가기 위해 짙어지고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별들은 여러 각도에서 몸을 부딪쳐 왔다


나는 어두운 화단을 걸어 나가고 싶은 얼굴로
날마다 분명해진다


꽃잎이 모르는 단어처럼 흩어진다 쓸쓸한 화단 끝에 매달려 잘 발음되지 않던 꿈
풍경을 기억하던 잎들이 하나 둘 떨어져 질문처럼 쌓인다


언니들의 얼굴로 발음해 봐 다섯 시에 피는 배고픈 꽃


분꽃이 지는 쪽으로 여름과 저녁이 태어나고
나는 분꽃으로 중지 된다






<이선의 시 읽기>


최서진은 위의 시에서 새로운 패턴을 제시하며 자신의 <시 창작 기법>의 변화를 시도하였다. 10연으로 구성된「분꽃들」은 ‘낯설게하기’를 실현하며신선한 감각적 자극을 준다. 그러나 연과 연들은 분리되지 않고 <나-어머니- 언니>라는 대상을 ‘분꽃’으로 치환하여 연결시키고 있다.
  위의 시의 중심어를 살펴보자,
  1연- 엄마의 독백, 분꽃
  2연- 엄마, 화단
  3연- 엄마 가지 마세요, 우리는 어린 꽃
  4연- 서로를 갉아 먹었다
  5연- 언니, 풀, 엄마를 닮아 짙어지고
  6연-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7연- 나는 어두운 화단을 걸어나가고 싶다
  8연- 꿈, 질문
  9연- 언니들 얼굴, 배고픈 꽃
  10연- 나는 분꽃으로 중지된다
  <어머니- 언니- 나>로 이어지는 ‘가난’과 ‘분꽃냄새’는 멜로적 요소를 가지며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짐작할 만한 뻔한 가족사가 진부하지 않은 것은 시의 품격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묘사력과 사유, 사실을 바탕으로 한 진정성이 주는 힘이다.
 묘사- ‘떨고 있는 새들의 늦은 오후가 풍금소리처럼 모인다’(1연 1행)
 사유- ‘꿈을 조절할 수 없어 목이 자랐고’(4연 1행) ‘분꽃이 지는 쪽으로 여름과 저녁이 태어나고’(10연 1행)
 진정성-‘비가 내리지 않는 오후에는 벌레처럼 서로를 갉아 먹었다’(4연 2행)
 당위성- ‘나는 분꽃으로 중지 된다’(10연 2행)
 
   객관화된 소설의 묘사기법을 사용한 피동적 고백체 문장도 눈길을 끈다.   ‘떨고 있는 새들의 늦은 오후가 풍금소리처럼 모인다/ 엄마의 독백이 화단으로 흘러가 비를 맞는다’(1연 1, 3행) ‘풍경을 기억하던 잎들이 하나 둘 떨어져 질문처럼 쌓인다’(8연 2행)
   
  위의 시는 애매성과 모호성의 원리를 잘 적용하였다. 그러나 문장들은 산만하지 않고 일맥상통하게 읽힌다. 그 이유는 복합 문장구성을 하고 있지만, 각 문장들이 객관화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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