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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별이 되어 / 허영자
2018년 12월 25일 15시 34분  조회:837  추천:0  작성자: 강려
그대의 별이 되어
 
 
허영자
 
 
사랑은
눈멀고 귀 먹고
그래서 멍멍히 괴어 있는
물이 되는 일이다.
 
물이 되어
그대의 그릇에
정갈히 담기는 일이다.
 
사랑은
눈 뜨이고 귀 열리고
그래서 총총히 빛나는
별이 되는 일이다.
 
별이 되어
그대 밤 하늘을
잠 안 자고 지키는 일이다.
 
사랑은
꿈이다가 생시이다가
그 전부이다가
마침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그대의 한 부름을
고즈넉이 기다리는 일이다.
 
 
 
 
 
 
 
<이선의 시 읽기>
 
 
  서정시의 매력을 몇 가지로 요약하여 보자.
 
  첫째, 제목의 서정성.
  둘째, 압축미- 간결하고 심플하다.
  셋째 진정성- 왜곡, 도치, 미사여구 언어놀이가 적다.
  넷째, 짧은 행과 연, 여백미.
  다섯째, 관념과 재해석 문장- 해석이 쉽다.
  여섯째, 향유층이 넓다.
  일곱째, 운율- 쉽게 외울 수 있다.
  여덟째, 이미지- 선명한 그림이 그려진다.
  아홉째, 단일구성- 시점과 관점이 복합적이지 않고 단일하다.
  열째, 해석- 다양하게 내용이 확장되어 해석된다.
 
 
  위에서 정의한 서정시의 구조에 허영자의「그대의 별이 되어」를 대입하여 보자. 몇 가지 서정시의 조건과 특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제목이 서정적이다. ‘그대’와 ‘별’은 자연친화적인 제목이다.
  둘째, 6연으로 구성된 행과 문장은 짧고 간결하다. 압축미가 있다.
  셋째, 진정성이 있다. 사랑의 속성을 1-6연에서 선명하게 간파하고 있다. 1연- 사랑은 물이다. 눈 멀고 귀 먹는다. 2연- 사랑은 정갈하다. 3연- 사랑은 별이다. 눈 뜨이고 귀 열린다. 4연- 사랑은 그대를 잠 안 자고 지킨다. 5연- 사랑은 전부이면서 무이다. 꿈이며 생시다. 6연- 사랑은 기다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고즈넉이 기다린다.
  넷째, 짧은 행과, 연으로 이루어졌다. 여백미가 있다.
  다섯째, 해석이 쉽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다. 비유는 무리수가 없다. 체험을 통하여 습득된 지식이다.
  여섯째, 허영자의 시는 향유층이 두껍다. 쉽게 이해되어 독자가 많다.
  일곱째, 운율이 있어 쉽게 외울 수 있다. 율격이 노래처럼 입에 착착 감긴다.
  여덟째, 선명한 이미지를 가진다. 사랑이라는 관념이 객관화되고, 구체성을 갖는다. 선명한 그림이 그려진다. 1연- 물. 2연- 정화수 그릇에 담긴 물. 3연- 별. 4연- 잠안 오는 밤에 반짝이는 별. 5연- 번뇌. 6연- 기다림.
  아홉째, 단일구성이다. 시점과 관점이 흩어지지 않는다. 현재-과거-현재. 또는 현재-미래-현재-과거-현재 등 오늘날 현대 영화와 같은 복합적 구성이 아니다.
  열째, 해석이 다양하게 확장된다. 체험과 사유가 깊다.
 
 
   허영자의 시를 읽으면 눈물이 난다. 아름답다. 진정성이 있다. 문장은 짧고 간결하다. 이미지는 선명하다. 그러나 그 내용은 깊다. 사랑의 체험과 상처, 기다림, 상실의 아픔이 전달된다. 독자의 마음에 깊게 뿌리를 내리는 서정시의 힘이다.
 
  서정시는 정물화가 아니다. 이발소에 걸린 그림이 아니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생략된 수채화다. 시의 구조가 변화무쌍한 21세기 시단에서 쉬르리얼리즘, 다다이즘, 미래파, 하이퍼, 초현실주의, 비트가 경쟁하는 21세기에도 서정시는 경쟁력이 있다. 살아서 꿈틀거리며 독자의 마음을 강렬하게 집중시킨다. 눈으로 읽는 지성적인 현대시. 외우고 싶은 간결한 서정시.누가 승리의 선두 주자가 될 것인가? 보편적인 대중이 존재하는 한, 어느 장르와 경쟁하든 서정시는 영원한 맞수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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