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눈
배홍배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룻바닥 터진 틈으로
빠끔히 내다보는 쥐, 쥐눈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아서 어두워져버린,
어두워서 슬픈 눈이 더듬는
내 몸뚱이에
어스름이랄까, 그늘 같은 것이 번졌다
벌써 축축했으므로
허물어졌으므로, 슬픔은
검고 고요해도 무방했겠지만
또랑또랑 고이다 까만
눈물 한 방울로 반짝여 들어간 곳, 그곳
쥐의 눈 안에, 나는
동그란 심장 하나로 앉아 있었다
물렁해진 맥박 안으로
놈의 팔딱거리는 박동이 밀려들어 왔다
* 배홍배 신작시집 『바람의 색깔』중에서
<이선의 시 읽기>
배홍배 신작시집 『바람의 색깔』중에서「쥐눈」을 선택하여 조명하는 이유는 일상성에서 벗어난 제목 때문이다. 상투적이고 비슷비슷한 시를 읽으면 머리가 복잡하고 흐릿해진다. 그러나 다른 시인이 언급하지 않은 독특한 내용과 구조의 시를 접하면 눈이 반짝 뜨인다. 집중하게 된다.
시인은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시적화자를 통하여 작품 속에 ‘나’를 투사한다. 위의 시
1-6연에도 ‘쥐’와 ‘나’가 혼용되어 있다. 혼용 구조는 아래와 같다.
1연: 쥐
2연: 쥐
3연: 나
4연: 쥐, 또는 나
5연: 쥐+나
6연: 나+쥐
쥐와 내가 오버랩되어 한 개체로 해석된다. 1-6연의 중심어를 정리하면 ‘쥐’의 상태와 상황을 통하여 ‘나’의 상태와 상황, 하고 싶은 말을 유추해 낼 수 있다.
1연- 바스락 소리
2연- 작은 틈으로 바깥을 내다보는 쥐눈
3연-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어두운 슬픈 눈, 그늘
4연- 축축하고 허물어진 슬픔, 검고 고요, 눈물
5연- 쥐의 눈 안에 있는, 내 심장
6연- 나의 맥박 안에 들어온, 쥐의 맥박
1-6연을 요약하면 ‘어둡고 습한 곳에 숨어 사는 소외된 쥐, 관심과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잊혀져 아무도 찾지 않는 쥐, 그러나 바스락 소리를 내며 살아있음을 외치고 싶은 쥐’의 모습이다. 그 소외된 쥐의 모습은 시적화자인 ‘나’의 모습이다. ‘작가’의 무의식에 숨어있는 심상일 터.
시는 행복한 자랑질이 아니다. 소외와 절망, 고통과 그늘을 짊어지고 사는 시인의 모습에서 독자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프로이드는 사회화에 실패한 시인에게 독자는 공감한다고 하였다. 행복한 시는 시가 아니다. 행사 시나 동시에 가깝다.
산문과 사진작가로 시의 길에서 멀어졌던 배홍배 시인이, 시간을 되돌려 워밍업하는 소리가 들린다. ‘축축하고, 어둡고, 물렁한 세계’에서 벗어나서, ‘또랑또랑 반짝이는 쥐의 눈’으로 ‘바스락, 소리를 내는’ 시인에게 ‘팔딱거리는 쥐’의 심장박동소리가 접속되어 있다. 빠끔 새로운 시의 문을 열고 나오는 싶어 하는 시인의 모습이 보인다. 배홍배 시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빗대어 이야기한다. 객관적으로 진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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