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이미지 연상기법을 통한 동심적 상상력의 확대
-박방희 동시집 『바다를 끌고 온 정어리』의 시세계-
김관식
1. 들어가는 말
우리나라 현대동시는 그 출발이 동요동시 형식에서부터다. 운율과 리듬이라는 음악적 요소를 바탕으로 노래로 동심에 접근하는 동요로 민족정신을 일깨웠다. 그러다가 어린이의 동심을 노래보다는 현대시의 경향인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회화적인 접근으로 방향이 전환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동시는 언어의 리듬을 중심으로 한 음악적인 요소와 이미지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회화적인 요소, 그리고 시어의 의미를 중심으로 한 의미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적용되는 동심으로 표현되는 게 이상적인 동시라고 보겠다. 동시든 시든 간에 참신한 은유구조로 텍스트화해야 언어의 내포기능을 통해 상상력을 환기시켜 줄 좋은 동시의 틀을 갖추게 된다. 짧은 언어로 정서를 환기시키고 시적 대상의 사물을 기존의 고정관념으로 보기보다는 ‘낯설게 하기’작업으로 상상력을 증폭시켜 주는 동시가 바람직한 동시라고 하겠다. 동시의 표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은 시적 대상의 사물에 대한 의인화 접근법이다. 모든 사물을 물활론적으로 보는 동심의 세계를 시적으로 생동감있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의인화 표현이 참신해야 정서를 환기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동시집을 발간한 박방희 시인의 시가 시적 대상이 되는 사물을 의인화 접근을 시도하여 참신한 은유로 상상력을 촉발시키는 수작의 동시들이다. “바다를 끌고 온 정어리”라는 시집은 제목부터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그의 시집에 수록된 작품을 중심으로 그의 시세계를 살펴보기로 한다.
2. 참신한 이미지 연상기법을 통한 동심적 상상력의 확대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은유란 “낯선 이름의 전의”라고 했다. ‘낯선’이라는 낱말은 ‘또 다른 사실을 나타내거나 하나의 다른 사실에 속함을 뜻하는 말로 일상적인 언어가 아니라 일탈을 의미하기도 하며, 전의란 유(類)에서 종(種)으로 종에서 유로, 종에서 종으로 또는 유추 방식으로 일어나는 유별이라는 닮음의 의미와 다른 낱말로 대체시키는 유비 전의를 포함하는 낱말이다. 은유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수사학은 물론 시 쓰기에 기본적인 방법론으로 자리 잡아왔다. 리콰르와 그 밖의 많은 학자들과 시인들에 의해 은유에 대한 연구와 실험이 이루어졌고 앞으로도 수많은 시인들이 이 작업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누가 얼마나 참신한 은유로 사물을 표현해내느냐의 문제가 바로 시를 잘 쓰느냐 못 쓰냐를 변별하는 척도가 된다. 사물의 새로운 발견은 바로 은유적인 발상을 바탕으로 한다. 은유적인 발상과 사고를 통해 언어로 표현된 참신한 동시가 “바다를 끌고 온 정어리”다. 정어리가 바다를 끌고 왔다는 놀랍게 과장된 발상은 은유적으로 사물을 바라본 데서 파생된 상상의 세계이다. “정어리 통조림”이라는 시적 대상물을 보고 상상해서 언어로 통조림한 시다.
비좁고 꽉 막힌 통 속으로
바다를 끌고 온 정어리
-『정어리 통조림』전문-
19자의 짧은 언어로 『정어리 통조림』속의 정어리가 바다를 끌고 왔다는 생각이 재미있고 과장되었으나 공감을 일으킨다. 이 시가 바로 시집을 여는 시다. 여는 시가 참신하고 호기심을 끌기 때문에 이 시집에 실려 있는 시 또한 여타의 시 또한 참신성이 확실하다. 4부로 짜인 46편의 시 모두가 시적 대상을 의인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각 부의 제목만 보아도 신선하다. 『산의 귀가 닳는다』, 『새의 문자』, 『졸음의 무게』, 『따로따로 섬이다』 제4부의 표제들이다. 은유적인 신선한 시어가 참신성을 증명해준다.
졸졸졸졸
졸졸졸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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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허리를
감아 도는
물소리에
산의 귀가
다 닿는다.
-『산의 귀』』전문-
산을 인체에 비유하여 상상력을 발휘하여 형상화 한 물소리를 듣는 산의 귀, 산의 의인화가 빚어낸 은유다. 참신하고 새롭다. 그의 시의 시적대상은 항상 역동적이다. 움직인다.
조약돌에서
돌돌돌
소리가 난다.
수만 년
닳고 닳으며
스며든 물소리
돌돌돌
돌 속에서
흐르고 있다.
-『조약돌』전문-
조약돌까지 역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무생물인 조약돌에 생명을 불어넣어 조약돌이 소리를 내고 흐르기까지 한다는 발상은 냇가에 흐르는 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물속에 들여다보이는 조약돌까지 흐르고 있는 생명의 역동성까지 표현한 수작이다. 박방희 시인의 눈은 예리하다. 그리고 참신한 것을 볼 줄 아는 시인다운 눈이다. 냇가에 흐르는 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조약돌 속의 물 흐름까지 감지하고 볼 줄 아는 혜안을 가졌기 때문이다. 『징검돌』에서 부처님을 보기도 하고, 『목련나무』에서 구름 방을 보기도 하고, 『봄』에서 개구리가 봄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을 본다. 또한 『별』에서 금단추를 보고, 『섣달』에서 늙은 감나무에서 까치밥을 통해 식은 밥을 보는 눈은 시인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시인의 눈에 보이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이는 세계로 끌어내 보여준다.
찍찍, 찌익, 찍
이 가지 저 가지
이 나무 저 나무에서
문자를 주고받는 새들
저들끼리 눈 맞추며
고갯짓 까닥까닥
시시덕거리다가
놀러 가고
군것질하러 가고
게임하러 간다.
-『새들의 문자』전문-
나무 위에 앉아있는 새들의 모습을 어린이의 세계로 그려낸 역동적인 시로 그 모습을 『새들의 문자』로 시각화해내고 있다.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압축해내는 시의 참신한 제목이 눈길을 끈다. 디지털시대 핸드폰으로 문자를 주고 받는 오늘의 시대 어린이들의 모습을 나무에 앉아 있는 새들을 통해 보고 있다. 그의 시편 전반에 참신한 은유와 의인화 표현이 담겨있는 시적인 표현이 돋보인다. 그의 참신한 은유를 예를 든다면, 『매미 허물』=배냇저고리, 『거미집』= 하늘의 입, 『푸른 자』=하늘을 재는 대나무, 『기린의 밥상』=긴 목, 『기러기』=하늘에 쓴 글씨 등등 모두 참신성이 돋보인다.
뭐라 뭐라 해 쌓아도 세상에 무거운 건
눈 위로 쏟아지는 졸음의 무게지요.
스르르
눈꺼풀을 닫치며
목까지
툭!
툭!
-『 졸음의 무게』전문-
잠이 올 때 눈꺼풀이 감기고 고개를 꾸벅거리며 졸고 있는 상황을 『졸음의 무게』로 압축한 은유적 표현은 참신하다. 그의 시는 시의 제목 자체가 어떠한 사물과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은유 그 자체이다. 따라서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도대체 무슨 시일까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그래서 시를 읽지 않으면 안 될 강한 흡인력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상상력을 유발하는 시제로 인해 시를 스스로 읽어야겠다는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오늘날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어린이들에게 강한 흡인력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줄 좋은 동시가 박방희의 동시다.
『육지에도 섬이 있다 』는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산짐승들이 이리 저리 오가지 못하게 고속도로가 생긴 오늘날의 육지 모습을 섬으로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오늘날 도시문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섬을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편리함을 위해 고속도로를 만들고, 각종 첨단미디어 매체를 만들어냈지만 그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이가 섬으로 전락되고만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앞에
가로놓인
바다도
배를
띄우면
길이 된다.
-『배』전문-
바다가 섬을 만들 듯 섬과 섬을 오고 가려면 배가 필요하다. 사람사이에 단절을 몰고온 바다에 배를 띄우면 길이 되듯이 동시와 어린이와 단절된 상황에서 박방희 시인이 띄운 동시라는 배를 통해 동시와 어린이가 서로 소통하는 길이 될 것이 틀림없다.
3. 나오며
그의 시는 참신하다. 새롭다. 구태의연한 동시들이 주류를 이루는 동시단에 오랫만에 좋은 동시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시적인 테크닉이 넘치는 참신한 박방희 동시는 동시가 재미없다고 식상해하는 오늘날의 어린이들에게 비타민 같은 동시다. 그의 동시는 한마디로 “참신한 이미지 연상기법을 통한 동심적 상상력의 확대”가 넘치는 동시다. 『바다를 끌고 온 정어리』는 통조림 같이 동심과 단절된 어린이들에게 “동심을 끌고 온 동시”이며, "무한한 상상력을 끌고 온 동시”이다. 좋은 동시를 많이 빚어 생각하기 싫어하고 사랑과 우정이 단절된 어린이들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를 깨우쳐줄 박방희 시인의 무한한 상상력 비타민 동시가 많이 창작되어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동시의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는 윤기 나는 삶을 살아가도록 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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