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시 /김기덕
8. ䷇ 수지비(水地比)
수지비는 위에 水(☵:坎)가 있고, 아래에 地(☷:坤)가 있는 모양으로 물과 땅이 친하여 서로 돕는 관계를 이룬다. 比는 두 사람이 나란히 서있는 형상으로 서로 의지하며 돕는다는 뜻이 있다.
比는 하괘가 坤(땅)이니 순하고 어질며, 상괘는 坎(물)이라서 아래로 흐르니, 땅 위에 물이 있는 것 같이 서로 밀접하게 친한 것을 말한다. 덕망 높은 군주를 위해 어진 신하들이 보필하며 친함으로 서로 협력하는 상이다.
64괘는 배치의 관계를 알아보는 방법이다. 시의 소재나 주제의식을 잡고 시를 쓰고자 할 때 무턱대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소재나 주제의식에 대한 유사적, 인접적, 상징적인 사물을 찾은 뒤 적절한 배치관계를 찾고, 정해진 배치관계에 따라 표현하고자 하는 방법이 바로 64가지인 64괘인 것이다. 이 64가지를 다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기존에 쓰던 주제의 통일적인 중천건괘의 방법이나, 중지곤괘의 방법 등을 비롯하여 몇 가지만 익혀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역을 통한 시쓰기는 혼자만의 생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과 방법을 활용하여 쓰는 것이기 때문에 64가지를 다 익혀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본 책을 교재로 삼아서 시를 쓰면 굳이 외울 필요도 없다. 또한 주역적 시쓰기가 공식처럼 경직되어 창작의 자유가 제한되지 않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괘나 호괘, 도전괘, 배합괘, 착종괘 등의 다양한 변화를 추구할 수 있으니, 이러한 변화는 시인의 의지에 따라 무한한 창작의 자유를 추구하고 누릴 수 있는 부분이다.
효로 풀면 첫 번째부터 네 번째까지는 음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주제와 정서의 음적 통일을 이루고 있다. 다섯 번째 배치에서 변화를 꾀한 뒤 여섯 번째 배치에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기승전결식의 방법이다. 다섯 번째는 轉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고의 확장과 변환을 이루었다가 다시 주제의식으로 모아지는 통일된 내용의 시쓰기이다.
사상으로 보면 地(⚏:노음)는 약하고 부드러운 존재이나 슬픔, 아픔 등을 끌어와, 人(⚏:노음)에서 음의 감정을 더욱 발전시켜 가다가 天(⚍:소음)에 와서 내적 아픔이나 설움, 절망 등의 음의 감정을 절제하여 표현하는 방법이다.
팔괘로 표현하면 첫 문장의 배치는 坤(☷)괘로서 땅을 상징한다. 유순하고 후덕하여 모든 것을 품는 어머니와 같은 정서이다. 둘째 문장의 배치는 이러한 여성적인 감정에 상처를 입고 아파하는 마음을 보듬어주고 모아주는, 따뜻함과 갈등의 승화가 있는 정서의 시쓰기 방법이다.
比는 人자가 두 개 나란히 서있는 모양으로 사람들이 서로 모여 정답게 협조하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수지비(水地比)는 땅 위에 물이 있는 형상이다. 대지는 물을 안아주고 물은 땅을 적시며 친애하고 협력하여 생성하고 화육하며 아름다운 자연을 형성하듯 여성적이고 모성적인 감정으로 아름다운 정서를 노래하는 긍정적 표현이다.
수지비의 호괘는 ䷖ 산지박(山地剝)으로 땅 위에 높은 산이 있는 상이다. 배합괘는 ䷍ 화천대유(火天大有)로 인군자리에 올라 천하를 얻는 상이며, 도전괘, 착종괘는 ䷆ 지수사(地水師)로 무리를 모아야 함을 상징한다.
[출처] 8.수지비|작성자 김기덕
9. ䷈ 풍천소축(風天小畜)
풍천소축은 天(☰:乾)이 아래에 있고, 위에 風(☴:巽)이 있는 괘상으로 하늘 위에 바람이 부는 모양이다. 유약한 음이 위에 있어 아래의 강건한 양을 그치게 하여 쌓으니 소축이다. 소축은 작게 쌓아 올라간다는 뜻으로 畜은 밭에 물건을 높이 쌓아 까마득하다는 뜻이다. 양실한 물건을 쌓아올림에 흔들림이 없어야 하는데 바람으로 인해 위가 약간씩 흔들리니 많이 쌓을 수가 없다는 의미이다.
소축은 안으로는 강건한 乾이 있고 밖으로는 부드러운 巽이 있어서 외유내강의 덕을 갖추고 있다. 강함을 상징하는 모든 양효 가운데 오직 하나인 음효가 상승하는 양의 기운을 막아 모두를 축적하지 못하고 일부만 축적하는 상이다.
효를 가지고 시를 만들면 첫 번째에서 세 번째 배치까지 양효로 구성되어 가볍고 메마른 감정 위주로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음의 배치를 해주는 방법이다. 가운데에 음의 감정을 배치함으로써 밝고 명랑한 분위기에 뭉클한 감동이 느껴질 수 있도록 어둡고 탁한 분위기를 설정하는 방법이다.
사상으로 보면 地(⚌:노양)는 한 여름이나 오후와 같이 생기가 있고 기쁨이 있다. 人(⚍:소음)은 봄의 정취와 같다. 또한 해가 뜨는 아침과 같이 상승하는 양의 기운을 퍼지게 하여 天(⚌:노양)에서 한낮과 같은 양의 문장으로 끝맺는 방식이다. 시가 전체적으로 밝으나 무게감을 두어 내면의 아름다운 상처를 한가운데 보석처럼 드러나게 하는 기법이다.
팔괘로 살펴보면 처음의 배치는 天(☰)괘로서 밝고 명랑하고 강건함으로 자칫 공허감을 줄 수 있는 남성적 감정 다음에 巽(☴)을 배치하여 부드럽고, 섬세하여 귀여운 여동생과 같은 감정을 배치함으로 잔잔한 여운이 남도록 쓰는 방법이다.
주역적 시쓰기의 특징은 색깔의 배치이다. 소재에 따라, 또는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에 따라 색깔을 배치함으로 정서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시 창작이다. 양의 색은 밝고 화려하며 따뜻하다. 음의 색깔은 어둡고 탁하며 차갑다. 언어로 그리는 그림에도 이런 다양한 색깔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감정의 깊이 및 의도의 정확성을 분명하게 나타내 줄 수 있을 것이다. 전체를 밝게 칠한다면 중천건(䷀)이 될 것이고, 전체를 어둡게 칠한다면 중지곤(䷁)이 될 것이다. 그 외에 어떤 부분을 어떻게 칠하느냐에 따라 각각 64괘의 모양을 이루게 될 것이다. 전체가 밝은 시만 좋은 시는 아닐 것이다. 전체가 어두운 시가 치열한 시는 아닐 것이다. 다양한 색깔, 다양한 배치가 더욱 낯설고 개성적인 시의 영토를 확장해 나갈 것이다.
풍천소축의 호괘는 대칭적, 대조적 기법의 ䷥ 화택규(火澤睽)이며, 도전괘는 형이상과 형이하의 마주보기적 배치인 ䷉ 천택리(天澤履), 배합괘는 하나의 통일된 시각의 표현인 ䷏ 뇌지예(雷地豫), 착종괘는 여성적 시각의 밝은 표현인 ䷫ 천풍구(天風姤)이다.
[출처] 9. 풍천소축|작성자 김기덕
10. ䷉ 천택리(天澤履)
천택리는 위로 天(☰:乾)이 있고, 아래로는 澤(☱:兌)이 있는 모양으로 하늘이 연못에 비치듯 하늘의 이치를 밟아 행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履는 회복함(復)을 주장하는(尸) 뜻이 있으니 인간의 욕심을 버리고 하늘의 뜻을 따라 예를 회복해야 함을 의미한다.
履는 하괘가 兌(연못)이므로 안으로 함께 기뻐하고, 상괘가 乾(하늘)이므로 밖으로 굳건히 실천하는 모양이니, 기뻐하고 화합함으로 행하는 중정의 도가 있다. 또한 위에 하늘이 있고 밑에 못이 있으니 상하의 나뉨과 귀하고 천함의 구별이 있어 예로 회복을 실행하는 괘상이다.
효로 풀이하면 첫 번째와 두 번째 배치를 양의 문장으로 한 다음, 세 번째 문장은 음의 문장으로 배치하였다가, 그 이후 문장을 양의 문장으로 표현해주는 방법이다. 하늘의 구름과 달과 별들이 음의 물속에서 반사되듯이 표현된 방법이다. 데칼코마니적인 방법이기도한 이 기법은 하늘의 차원과 물속의 차원이 다르며, 정신적 세계와 현실적 세계가 다르듯이 상하의 복합적 배치, 또는 형이상과 형이하의 배치와 같은 마주보기적인 거울 기법이다.
사상으로 접근하면 地(⚌:노양)는 호수에 비친 풍경처럼 맑고 깨끗하며 명랑하다. 人(⚎:소양)은 겉은 기쁘고 생기에 차있지만 속은 슬픔과 아픔으로 가득하고 병들어 있다. 天(⚌:노양)은 청명하며 움직임이 있고 크다. 하늘은 맑고 땅은 생기에 가득 차있어서 양의 색깔로 채워지지만, 인간은 내면의 슬픔을 어쩌지 못한다.
팔괘로 풀면 기쁨이 가득한 兌(☱)괘가 밑에 있고, 강하고 밝은 덕이 위에 있어 서로 비추며 마주보는 유사성이 있다. 처음엔 하늘의 단락이 있고, 다음에 하늘을 비추는 연못의 단락이 있어서 유사성의 이중구조를 이루고 있는 시쓰기 방법이다.
천택리는 하늘은 위에 있고 땅은 아래에 있으며 태양은 하늘에 있고 물은 낮은 데로 흐른다는 원리의 질서를 나타내고 있다. 밤이 새면 낮이 오고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것처럼 혼란이 없고 뒤바뀜이 없다. 시쓰기에서 두 개의 유사성이 결합하여 호수의 하늘과 같이 서로를 조명해 줄 때 하늘엔 하늘의 원리가, 호수에 호수의 원리가 질서를 유지하며 독단적인 내용을 갖고 공존해야 한다. 그래서 두 개의 단락으로 나뉘어 유사하지만 다른 내용을 형성하고, 다른 이야기지만 같은 의미를 갖고 있어야 한다.
천택리의 응용을 위해 천택리의 성격이나 재질의 구분은 호괘인 ䷤ 풍화가인(風火家人)으로, 반대편에서 본 입장인 도전괘는 ䷈ 풍천소축(風天小畜), 반대상황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배합괘인 ䷎ 지산겸(地山謙), 상‧하의 입장변경을 표현하는 착종괘는 ䷪ 택천쾌(澤天夬)이다.
[출처] 10. 천택리|작성자 김기덕
11. ䷊ 지천태(地天泰)
지천태는 위에 땅(☷:坤)이 있고 아래에 하늘(☰:乾)이 있는 모양으로 천지가 사귀어 만물이 열려 나오는 상이다. 하늘의 기운은 아래로 내려가고 땅의 기운은 위로 올라 교합하여 태평한 세상이 된다. 泰는 父, 母, 子의 세 사람을 뜻하며, 부정과 모혈로부터 어린 생명이 탄생함을 의미한다.
안으로는 乾의 굳세고 건장한 덕이 있고 밖으로는 坤의 순한 덕이 있으니 외유내강의 상으로 나아가게 된다. 하늘의 기운은 올라가고 땅의 기운은 내려가서 서로 통하니 형통하는 상으로 정월괘이며 새봄이 되는 때를 이른다. 음효와 양효가 각기 셋으로 음양의 이치가 고르게 배치되고 있어 안정된 모습이다.
효로 살펴보면 양의 문장이 첫째, 둘째, 셋째로 나오고 다음에 음의 문장이 넷, 다섯, 여섯 번째 나오는 형식으로 음과 양이 대조를 이루는 방식이다. 만약에 얼굴을 표현한다면 돌출된 이마나 코, 광대뼈와 같은 곳을 양적으로 밝고 강하게 표현한 후 입이나 귓구멍, 콧구멍 같은 곳을 음적으로 어둡고 연약하게 표현하여 서로 대조를 이루게 하면서도 통합된 의미를 모을 수 있도록 나타내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물에는 음과 양이 공존한다. 이러한 음과 양의 대조를 통해 대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상으로 살펴보면 地(⚌:노양)는 여름이나 한낮의 표현과 같이 강렬하며 극적인 표현을 의미하며, 人(⚍:소음)은 강하고 극적이던 표현이 약하고 부드러워지면서 겉과 속이 표리를 이루는 표현을, 天(⚏:노음)은 겨울이나 한밤중 같은 부정적이며 차가운 대조의 표현을 이루는 방법이다.
팔괘로 풀면 강하고 굳세며 정신적인 의미의 乾(☰)이 밑에 있고, 나약하고 부드러우며 육체적인 의미의 坤(☷)이 위에 있는 형상으로 형이상적이면서도 형이하적인 면이 서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시쓰기이다. 천택리는 유사성을 통해 서로 마주보는 데칼코마니적인 기법이라면 지천태는 대조적인 것이 서로 마주보면서 있는 형상이기도 하며, 인간의 앞모습과 뒷모습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지천태의 표현은 땅의 기운이 하강하고 하늘의 기운이 상승하는 형상으로 하늘과 땅이 화합하여 만물을 기르는 것이며, 상하가 서로 화합하여 하나로 모이는 이치와 같다. 속의 강한 뜻을 부드럽게 표현하는 기법이기도 하며 핵심에는 군자를 변두리에는 소인을 배치한 것과 같은 대조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 또한 동시에 정신과 육체, 이상과 현실, 사물과 그 안의 상징성 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를 인과관계로 끌고 가고자 한다면 지괘를 선택해야 한다. 지괘는 뽑은 괘중에서 노양은 음으로, 노음은 양으로 변하기 때문에 노양과 노음이 변한 괘가 바로 지괘이다. 노양과 노음이 나오지 않았다면 지괘는 없는 것이며 당분간 본괘가 지속될 것임을 나타낸다. 지천태의 호괘는 이질적인 관계의 연결을 만드는 ䷵ 뇌택귀매(雷澤歸妹)이며, 도전괘, 배합괘, 착종괘는 조화와 상생의 ䷋ 천지비(天地否)이다.
[출처] 11. 지천태|작성자 김기덕
12. ䷋ 천지비(天地否)
천지비는 위에 天(☰:乾)이 있고 아래에 地(☷:坤)가 있어 상하로 막혀 머물러 있을 뿐 소통이 되지 않는 상이다. 하늘은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을 띠고 땅은 아래로 내려가려는 성질을 띠기 때문에 둘 사이는 멀어질 뿐 소통하려 하지 않는다. 否를 보면 만물은 호흡과 생명활동을 구멍으로 하는데, 그 구멍(口)이 막혀(不) 곤궁한 모습이다.
위의 乾(☰)은 실하나 아래에 坤(☷)이 허하니 서로 교합하지 못하고 만물이 닫혀 있는 상이다. 하늘과 땅이 통하지 않고 아비와 자식이 갈등하며, 임금과 백성의 뜻이 통하지 않으므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반목, 질시하는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 지천태와 매우 유사하지만 지천태는 조화와 상생의 관계를 말하지만 천지비는 갈등과 반목, 부조화를 내면에 깔고 있다.
효로 살펴보면 첫째, 둘째, 셋째의 문장은 음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치밀하고 꼼꼼하며, 어둡고 탁하며, 비천하고 낮은 의미를 갖지만, 넷째, 다섯째, 여섯째의 내용들은 엉성하고 명랑하며, 움직임이 있고, 밝고 맑으며, 높고 귀한 의미를 가짐으로 내면과의 갈등을 표출하고 상하의 부조화를 나타내는 방법이다. 시는 두 개의 단락으로 나누어지지만 반대적인 입장에서의 접근이나 시각차를 나타내는 시쓰기이다.
사상으로 보면 地는 지극한 슬픔에 빠져 있지만 하늘은 기쁨으로 충만한 상이다. 人은 그 가운데에서 강한 척 하지만 불안과 좌절을 격고 있는 모양이다. 계시가 없는 신앙인과 같으며, 꿈이 없는 사람과 같으며, 주인이 없는 애완동물과 같은 형상이다. 시적인 형식에 있어서도 상하의 상관관계를 갖지 못하고 배반관계, 또는 대치관계를 갖는다.
팔괘로 보면 신적 질서인 天이 인간세상인 땅에 관여하지 않고 동물적 질서인 땅은 인간 영혼의 교감이 있는 하늘에 구하지 않음으로 답답한 정서적 고립을 이루고 있다. 마주 의지하여 일어서는 人자의 형상처럼 사람은 서로 도우며 사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否卦는 이러한 인간의 본성이 거부된 상태이다. 하늘과 땅이 막히고 사람과 사람 사이가 막혀버린 관계이다.
천지비는 내괘가 음이고 외괘가 양인데, 이것은 내심은 유약하면서 외면은 강한 것처럼 꾸미는 것으로 기만과 속임수가 있다. 문장과 문장, 단락과 단락 간에 의미의 연결을 이루지 못하고 정반대의 파국으로 치닫는 부정적 배치관계를 갖고 있다. 주제의 통일을 중시하는 시쓰기에서 단락 간에 의미가 상충한다면 통일성은 깨어질 것이다. 마인드맵에서 서로 반대되는 가지의 방향으로 뻗어감으로 의식이 확장되듯 천지비의 시쓰기는 가지에서 둥치 쪽 방향으로 주제의식이 모아지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확장되고 퍼짐으로 난해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천지비의 호괘는 점점 의식의 확장을 이루는 ䷴ 풍산점(風山漸)이며, 도전괘, 배합괘, 착종괘는 음양의 이치가 고르게 균형을 이룬 ䷊ 지천태(地天泰)이다.
[출처] 12. 천지비|작성자 김기덕
13. ䷌ 천화동인(天火同人)
천화동인은 위에 天(☰:乾)이 있고 아래에는 火(☲:離)가 있는 모양으로 하늘에 해가 떠올라 만물이 생동하며 서로 모이는 형상이다. 同人의 의미는 사람들이 뜻을 하나로 하여 함께하는 것을 말하는데, 유일한 음인 六二(효의 두 번째 음효)를 중심으로 양들이 모이게 된다.
내면은 밝고 외면은 강건한 덕이 있으니 밝은 지혜로써 힘차게 도를 행하는 괘이다. 남과 내가 하나가 되는 형국이며, 세상의 모든 사물과 내가 하나를 이루어 교감을 갖는 관계에 놓여 있다. 두 번째에 놓인 음의 효는 나를 상징하며 나를 중심으로 모든 양들이 집중하고 있는 모양으로 시에서는 서정적 시쓰기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서정적 시쓰기의 특징은 나라는 존재의 주관적 감정을 통해 세상의 모든 사물을 자신의 의도대로 끌어오고 요리하며, 서정적인 주제의 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천화동인의 괘는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쓰기 형식이다.
효를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六二의 나는 여성적이며 부드러운 감성의 소유자이다. 이런 풍부한 감정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시의 분위기를 밝고 아름답게 쓰고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긍정적인 양의 시각이 담겨 있다. 시인의 존재는 약간 우수에 잠길 수 있어도 그의 메시지는 세상을 끌어안고 사랑을 나누는 행복한 세상이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따뜻한 세상을 담고 있다. 그 문장들이 나를 향해, 곧 글 쓰는 시인을 향해 주제의 통일을 이루고 있다.
사상으로 보면 地(⚍:소음)는 땅에서 새싹이 움트는 형상이다. 밝게 확장되어가고 성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人(⚌:노양)은 긍정적이며 행복한 상황을 의미하며, 天(⚌:노양)도 역시 맑고 투명하며 소망으로 가득 차있다. 마인드맵 천 ‧ 인 ‧ 지의 줄기에서 가지를 뻗어갈 때 긍정적이며 건강한 의식으로 확장해야 한다.
팔괘로 살펴보면 하늘에 해가 떠있는 상이다. 그래서 색깔이 밝고 환하다. 천지는 광명으로 가득 차있고 만물은 생기가 넘친다. 시인의 순수한 내면을 통해 밝고 아름답게 세상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항상 높은 곳에 있는 하늘과 높은 곳을 지향하는 불은 서로 같은 성질을 지니고 있다. 同人은 남과 뜻을 같이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뜻이 같은 것들, 즉 유사한 것들을 모아 하나의 주제를 지향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는 곧 주제의 통일을 의미하며 사물의 유사성과 인접성을 통해 접속하는 방법이다.
천화동인의 호괘는 음의 대상을 양적인 표현으로 이끄는 ䷫ 천풍구(天風姤)이고, 배합괘는 남성적 시각의 슬픔이나 고통과 같은 음의 배치인 ䷆ 지수사(地水師)이며, 도전괘, 착종괘는 태양처럼 밝고 환한 ䷍ 화천대유(火天大有)이다.
[출처] 13. 천화동인|작성자 김기덕
14. ䷍ 화천대유(火天大有)
화천대유는 위에 火(☲:離)가 있고 아래에 天(☰:乾)이 있는 괘상으로 해가 중천에 뜬 모양으로 크게 소유함을 이른다. 안으로는 강건하고 밖으로는 밝은 상으로 모든 만물을 밝히는 상이다. 六五(효의 다섯 번째 음효)의 음이 왕위에 올라 상하의 여러 양들과 응하니 크게 형통하는 괘상이다.
태양이 하늘 높이 솟아있는 상으로 대유는 크게 있다는 뜻이다. 하늘 높이 솟은 태양처럼 세상만물을 비추며 모든 것을 포용하고 있는 모양으로 태양이 없이는 세상에 생명이 하나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태양만큼 고마운 것이 없으며 태양만큼 필요한 것도 없을 것이다. 화천대유는 태양처럼 크게 이 세상에 존재함을 의미한다.
효로 풀이하면 왕, 대통령, 사장, 아버지의 위치인 五爻가 음이고 모두 양으로 되어 있는 괘이다. 임금인 五爻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밝고 아름답게 쓰는 시로 경축시나 칭송시로 비쳐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왕 같은 사물, 왕 같은 대상이 음으로 가득 차 있어서 긍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 문장에서 네 번째 문장까지 밝은 분위기로 진행되다가 다섯 번째 여성적이며 우울한 심정을 나타낸 후, 그리고 여섯 번째 문장에서 밝게 끝내는 시쓰기의 기법이다.
사상으로 보면 삼재인 地는 初爻인 양과 二爻인 양이 만나 노양(⚌)이 되었다. 初爻인 地는 흙, 땅, 지구를 상징하는 것이므로 형이하적인 사물이나 물체를 끌어오는 것이 필요하다. 二爻인 地도 지옥이나 어둠과 같은 세계일지라도 양적인 형이상적 실체의 접근이 필요하다. 人은 三爻인 양과 四爻인 양으로 이루어진 노양으로 형이하적인 동물적, 육체적인 접근과 영혼, 정신적인 형이상적 접근을 긍정적이고 밝게 함으로써 양적인 힘을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天은 五爻의 음적인 문장이 오고 六爻엔 양적인 문장이 옴으로써 어둡고 구름이 가득한 하늘이지만 그 속에서 영혼의 세계인 천국과 극락을 바라보는 이상적인 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팔괘로 보면 상괘인 외괘는 火(☲:離)이고 하괘인 내괘는 天(☰:乾)으로 이루어져 하늘 위에 해가 떠있는 형상이다. 외괘는 오후, 외적인 것, 쇠퇴, 해체, 성장, 얼굴, 객체, 대상을 상징하는데, 이러한 외괘가 태양과 같으므로 밝고 긍정적이며 행복한 접근이 필요하다. 내괘는 오전, 내적인 것, 도래, 창조, 탄생, 몸, 주체, 나를 의미하는데, 여기서 내괘는 강건하고 광명하며 건조한 의미인 天이므로 적극적이며 지배적인 힘을 띠어야 한다.
화천대유의 시쓰기는 부드럽고 자애로운 왕과 같은 사물이나 존재에 대한 긍정적인 접근, 칭송이나 찬양과 같은 형식으로 밝고 아름답게 쓰는 방식이다. 지상 최대의 태양과 같은 존재인 시적 대상을 향해 신을 모시듯 격조를 높여 표현하는 기법이다.
화천대유의 변화를 살펴보면 호괘는 양적 묘사에서 마지막 음의 묘사로 뒤집는 ䷪ 택천쾌(澤天快)이며, 배합괘는 정답고 조화로운 표현인 ䷇ 수지비(水地比), 도전괘, 착종괘는 서정적 주제의 통일을 이루는 ䷌ 천화동인(天火同人)이다.
[출처] 14. 화천대유|작성자 김기덕
15. ䷎ 지산겸(地山謙)
지산겸은 地(☷:坤)가 위에 있고 山(☶:艮)이 아래에 있는 괘상으로 높은 산이 땅보다 아래에 있으므로 겸손함을 상징한다. 겸은 산같이 높은 덕을 내면에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보다 못한 땅 같은 자의 아래에 있으니, 자신의 능력을 내세우지 말고 남을 존중함이 필요하다. 겸손은 남을 높이고 자신을 낮추는 마음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상태이므로 시쓰기에서도 자신의 의도대로 쓰지 않고 독자의 의도에 맞추어 쓰는 방법이다. 독자의 의도에 맞추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고, 모든 시가 그렇지만 특히 독자가 상상하며 유추할 수 있도록 설명하지 말아야 한다.
효로 풀이하면 九三만 양이고 모두 음으로 이루어져 있는 괘이므로 첫 번째, 두 번째 문장은 음의 문장을 쓰고, 세 번째 문장은 양의 문장을 쓴 후 나머지는 모두 음의 문장으로 써야 한다. 겸괘에서의 핵심은 九三이다. 九三이 다른 존재에게 겸손해야하지만 다른 존재들도 역시 九三에게 겸손해야 한다. 그것은 곧 시에서 시의 핵심을 세 번째 문장에 오게 하는 것이다. 이 핵심은 음 중에서 양이며, 슬픔 중에서 기쁨이며, 어둠 중에서 빛이며, 절망 중에서 희망인 것이다. 그러나 산은 땅 속에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양이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은근히 내면적으로 존재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사상으로 풀면 天(⚏), 地(⚏)는 음으로 가득 차있다. 그렇게 어둡고 절망적인 상태이지만 시인만은 내면의 강함(⚍:소음)으로 새싹처럼 고개 내밀고 있다. 고개 숙인 새싹들처럼 겸손한 모습으로 드러나지 않게 내면을 감춘 모습엔 희망이 담겨져 있다. 또한 부드럽고 순한 여성적인 정서 속에 남성적 강함이 숨겨져 있는 모습이다. 시인 자신의 의도나 감정도 숨겨져서 객관성을 갖게 해야 한다.
팔괘로 보면 어머니를 의미하며, 유순함과 서남방과 소, 신체 중의 배를 상징하는 땅(곤괘)이 위에 있고, 산을 의미하며, 소남(小男), 정지, 동북쪽, 신체 중의 손, 개를 상징하는 산이 아래에 위치해 있다. 아래는 산으로 이루어진 단락을 의미하며, 위는 땅으로 이루어진 단락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첫째 단락은 막힘과 단절, 심리적 답답함을 표현해야 하며, 둘째 단락은 유순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여성적인 정서로 이러한 단절과 막힘, 삶의 아픔과 절망을 포용하며 순응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고난 속에서 참고 인내하는 어머니와 같은 자세의 시쓰기이다.
보름달은 기울고 초승달은 커가는 것이 세상이치이고, 높은 곳의 흙은 깎이어 낮은 곳으로 퇴적되며, 물은 평면을 유지하려고 아래로 흐르는 것이 세상 원리이듯이 위대한 시인은 가장 낮은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고 겸허한 마음으로 사물을 표현해야 한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았다고 감탄하며 들뜰 것이 아니라 벌레 같은 마음으로 시를 쓸 때 그 시는 산을 품은 땅과 같은 큰 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낮은 자세로 절망하며 흐느끼는 세상을 바라보라. 그리고 그들의 아픔에 대해 내 입장을 숨기고 그들의 입장에서 쓰는 것이 지산겸의 시쓰기이다.
䷎ 지산겸(地山謙)의 호괘는 자연스런 감정표출을 의미하는 ䷧ 뇌수해(雷水解)이며, 도전괘는 다른 하나의 시각으로 전체를 표현하는 ䷏ 뇌지예(雷地豫), 배합괘는 데칼코마니적 기법인 ䷉ 천택리(天澤履), 착종괘는 절해고도의 시인 ䷖ 산지박(山地剝)이다.
[출처] 15. 지산겸|작성자 김기덕
* 단락의 변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
단락의 변화에서 다룬 것이 본괘, 호괘, 도전괘, 배합괘, 착종괘, 지괘이다. 여기에서의 단락 변화는 내용의 새로운 흐름 전개를 말하며, 바라보는 시각의 또 다른 방향이나 새로운 차원을 말한다.
본괘는 쓰고자 하는 시의 본질적 대상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을 말한다. 예를 들어 선풍기에 대해 시를 쓴다면, 선풍기의 모양이나 성격, 기능, 작동법, 디자인, 바람의 세기, 가격 등과 같은 선풍기의 기본적 대상에 초점을 맞추어 묘사하는 방법이다.
호괘는 시적 대상에 대한 내면성이나 내면적인 재질 ‧ 부품이 갖는 정신적인 상징성에 대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위와 같이 선풍기에 대해 예를 들면 더위를 식혀주는 성질이나 시간에 맞게 돌아가고 꺼지는 자기조절, 내부적인 모터의 회전에 대한 상징성 등과 같은 것이 될 것이다. 호괘는 단순히 내부에 있는 부품이라고 해서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내면성을 말하는 것으로, 시적 대상이 의미하는 형이상적인 것, 또는 상징적인 것을 말한다.
도전괘는 반대편에서 본 입장을 말하는 것으로 사물의 감춰진 모습이나 다른 입장에서 바라본 모습, 또는 상대적인 측면에서 본 시각에서 시적 대상을 묘사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선풍기의 감춰진 뒷모습이나 선풍기와 상관없는 책의 입장이나 에어컨의 입장에서 바라본 시각을 가지고 쓰는 방법이다.
배합괘는 반대 상황을 말하는 것으로 시적 대상이 처한 상황과 반대되는 상황에서 바라보고 접근하여 표현하는 기법이다. 예를 들어 선풍기를 시적 대상으로 잡았다면 히터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든지, 겨울의 상황에서 선풍기를 묘사하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착종괘는 상하의 입장을 바꾸는 방법으로 거꾸로 보기의 일종이다. 선풍기에 대해서 본다면 거꾸로 놓고 선풍기의 모양이나 쓰임새를 묘사한다고 볼 수 있다. 역전된 시각, 내려다보기나 올려다보기의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지괘는 흐름의 종료, 결과를 말하는 것으로 하나의 사물이나 사건의 존재 결과나 진행 방향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결과를 말한다. 인과관계라고도 할 수 있고, 결론적인 도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나의 시적 대상을 이러한 여러 각도로 접근하면서 단락을 바꾸고 묘사, 표현한다면 글쓰기의 정해진 룰과 같은 하나하나의 괘들이 다양한 변화와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64괘의 방법이 다섯 가지의 변괘를 만나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글쓰기가 가능해질 것이다.
[출처] 단락의 변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작성자 김기덕
16. ䷏ 뇌지예(雷地豫)
뇌지예는 위에 雷(☳:震)가 있고 아래에 地(☷:坤)가 있는 괘상으로 땅을 뚫고 초목이 밖으로 움터서 즐거워하는 모양이다. 豫는 안으로 유순하고 밖으로 움직여 나아가는 모양이니 순히 움직여 나아가는 것이다.
豫는 오직 한 개인 양효가 모든 음효와 호응하는 형태여서 도리에 순응하여 움직이면 형통하는 괘이다. 하늘과 땅도 자연의 도리에 따라 순응하고 움직이듯 나라도 도리에 순응하면 크게 발전함을 의미한다.
시에서는 하나의 시각으로 사물을 표현함을 의미한다. 돌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듯, 강의 시각으로 세월을 보듯, 바람의 시각에서 낙엽과 인생을 보듯 하나의 주체적인 사물을 통해 활유적, 상징적으로 접근하는 표현 방법이다.
효의 시각에서 살펴보면 뇌지예(雷地豫)는 九四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음효로 이루어져 있다. 九四는 재상, 대신, 간부급 및 교생, 몸통, 몸의 앞부분, 형, 40대의 위치를 의미한다. 또한 九四는 사물의 중심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물의 관점을 중심으로 쓰되 나머지 효가 모두 음이므로 음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시가 되어야 한다.
다시 한 번 부연한다면 음의 문장은 右, 地, 母, 女, 柔, 靜, 下, 偶, 重, 濁, 暗, 後, 末, 逆, 小, 卑, 枝, 老, 哀, 惡, 慾, 病, 死, 緻密, 消極的, 陰凶 등을 나타낼 수 있는 문장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사상으로 보면 하늘(⚏:노음)과 땅(⚏:노음)이 모두 노음인데, 사람만 소양(⚎)이다. 이는 천지만물이 음으로 둘러싸여 있고 세상을 보는 사람 또한 음의 상태지만, 내면의 음을 감추고 양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그 양적인 시각이 자신을 내세우지 못하고 사물의 시각을 빌려 음의 세상을 표현하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팔괘로 풀이하면 위에 온 震은 二陰 속에 一陽이 처하여 문이 열려있는 모양으로 一陽이 밖으로 강건히 움직여 변화를 이루는 상이다. 우레가 진동하는 형상이며, 땅 속의 초목이 움트는 상이다. 오행상 양목에 속하며, 물상으로 발(足), 용, 큰길 등을 상징한다. 아래에 온 地는 모두 음으로 이루어져 지극히 유순하고 광활하며 습하다. 안이 비어 물건을 담을 수 있는 모양으로 만물을 생육, 번성시키는 땅을 의미한다. 어머니, 오장육부를 담은 배, 유순한 소 등이 여기에 속하며, 평탄한 대지를 상징한다. 그러므로 땅 위에 울리는 우레와 같은 모양으로 겨울 동안 움츠렸던 모든 장애를 극복하고 지각을 뚫고 힘차게 땅 위로 오르는 기상을 갖고 있다. 현실의 미성숙을 내면의 강함으로 극복하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힘을 느끼게 해야 한다.
뇌지예(雷地豫)의 변괘에서 인과관계로 가자면 지괘를 살펴보아야 하고, 내면의 변화는 호괘인 ䷦ 수산건(水山蹇)으로, 반대 입장은 도전괘인 ䷎ 지산겸(地山謙)괘로, 반대상황은 배합괘인 ䷈ 풍천소축(風天小畜)괘로, 상하의 입장변경인 착종괘는 ䷗ 지뢰복(地雷復)괘로 확장하여 쓸 수 있을 것이다.
[출처] 16. 뇌지예|작성자 김기덕
17. ䷐ 택뢰수(澤雷隨)
택뢰수는 위에 澤(☱:兌)이 있고 아래에 雷(☳:震)가 있는 형상으로 아래에서 震이 움직임에 따라 위에서 연못물이 즐겁게 일렁이는 모양을 이루고 있다. 隨는 때를 따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해가 동에서 떠서 남을 거쳐 서에서 지듯이 해의 운행에 따라 만물이 좇아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내면에는 움직이는 성질이 있고 밖으로는 기뻐하는 덕이 있으니 실천에 옮겨서 기쁜 결실이 있게 되는 괘이다.
효의 위치를 보면 음과 양이 반반으로 섞여 있는데, 첫 문장은 양의 문장으로 시작하여 두 번째, 세 번째는 음의 문장으로 표현된 후, 네 번째, 다섯 번째는 양의 문장으로 표현하여 음양의 조화를 이룬 다음, 음의 문장으로 마무리를 하는 형식이다. 시의 정서를 통일시키는 데 있어서 슬픔과 기쁨의 감정을 어떻게 한꺼번에 표현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음과 양의 관계는 배치의 관계로 양지와 음지를 동시에 그리는 그림과 같다고 생각해야 한다. 즉 양의 문장과 음의 문장의 관계는 음영을 표현한 미술의 빛과 어둠의 기법과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빛이 살기 위해서는 어둠이 있어야 하고, 어둠이 돋보이기 위해서는 빛이 존재해야 하듯 배치관계에서의 음양의 조화를 통해 언어적 그림의 선명한 감정전달을 표현하는 기법이다.
사상으로 보면 천 ‧ 인 ‧ 지가 모두 음과 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地(⚍:소음)는 내면은 강하고 외면은 부드러운 모습으로 형이상적인 땅의 모습보다는 현실적인 땅의 모습에 치중되어 있는데, 天(⚍:소음)도 마찬가지로 상징적인 하늘보다는 현실적인 하늘이 강조되어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人(⚎:소양)은 현실적인 면보다는 이상적인 면이 강하고, 종교나 제의에 치우쳐 있다. 이는 현실을 표현하면서 정신적인 고뇌와 신적인 아타락시아를 추구하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팔괘로 풀이해 보면 밑에는 우레가 진동하며 초목이 움터 나오는 형상인데, 위에는 연못이 출렁이며 기쁨을 누리는 형상이다. 팔괘의 두 단락으로 보면 첫째 단락은 생동하며 초목이 움트는 것 같은 활동성을 표현하고, 둘째 단락은 연못의 물이 춤추며 기뻐하는 것 같은 이미지의 표현이다.
택뢰수는 강한 자가 유순한 자를 따르는 형태인데, 유순한 자는 이를 기쁘게 받아들임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서로 화합하는 모양을 이루고 있다. 우레가 못 속에 잠겨 있는 상으로 이는 평화와 안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고요함은 애수와 석양의 따사로움을 연상케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물결이 일며 생성과 발전의 분위기가 5월의 풀향기처럼 감도는 싱싱하고 젊음이 가득한 고요함이다. 차분하고 잔잔하지만 희망이 넘치는 시쓰기의 방법이다.
택뢰수의 호괘는 점점 커지는 확장적, 상승적 묘사인 ䷴ 풍산점(風山漸)이며, 도전괘, 배합괘는 순탄한 논리의 배반적 기법인 ䷑ 산풍고(山風蠱), 착종괘는 이질적인 문장이나 단락을 연결하는 ䷵ 뇌택귀매(雷澤歸妹)이다.
[출처] 17. 택뢰수|작성자 김기덕
18. ䷑ 산풍고(山風蠱)
산풍고는 山(☶:艮)이 위에 있고 風(☴:巽)이 아래에 위치해 있는 상으로 산 아래 바람이 불어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는 형상이다. 蠱는 그릇(血) 위에 세 마리 벌레가 있는 모양으로 그릇을 좀먹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巽은 한 음이 생하는 모양이고 艮은 두 음이 자라는 모양이니 음이 성하는 가을의 때와 같다. 안으로는 순하고 밖으로는 그침의 덕이 있으니 산과 같은 덕으로 백성들을 교화하는 형상이다.
효로 살펴보면 백성이나 신입사원, 신입생, 10대와 같은 初爻가 음으로 시작하고, 재상, 간부, 몸통, 40대와 같은 四爻, 왕, 대통령, 사장, 아버지, 50대와 같은 五爻가 음으로 이루어진 산풍고는 병들기 쉬운 인생의 고비를 상징하고 있다. 10대의 사춘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따라 인생의 미래는 달라진다. 또한 40대, 50대는 인생에 대한 회의와 허무로 인해 병들기 시작하는 때이다. 병적 허무와 정신적 공황기의 절망적 감정을 시의 내부에 심음으로써 벌레 먹은 듯 감정적 천공을 만드는 시쓰기이다. 즉 양의 바탕 위에 음의 요소를 구멍 뚫듯 배치하는 것이다.
사상으로 보면 하늘(⚎)과 땅(⚎)은 같은 소양으로 이루어져 있고 사람(⚍)만 소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늘은 형이상적인 천국, 영혼의 세계를 그리고 있고, 땅 또한 지하의 형이상적인 세계인 지옥, 어둠의 세계를 그리고 있으나 人의 세계만 물질적, 육체적인 지향성을 갖고 있다. 이는 건전한 정신세계의 병들음이며, 푸른 잎의 구멍과 같다. 하나의 동질적 바탕 위에 이질적 요소의 구멍 뚫기와 같은 시쓰기이다.
팔괘로 풀이하면 산(☶:艮)인 一陽二陰이 위에 있어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그치는 상인데, 小男, 집지키는 개, 작은 길, 작은 돌 등이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아래에는 一陰이 二陽 아래 엎드려 숨어 있는 모양으로 공손 ‧ 겸양하여 자신을 낮추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長女, 노끈, 닭 등이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산 아래 바람이 부니 낙엽이 떨어지는 형상이다. 첫째 단락은 나무나 풀과 같이 부드럽고 순탄하며, 땅에 뿌리내리기와 같은 시쓰기이다. 하지만 두 번째 단락은 이러한 순탄함이 막히면서 절망과 좌절의 아픔이 짓누르는 듯한 형상을 가지고 있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느낌이 들 수도 있으나 순탄한 논리의 배반이 군데군데 역설적으로 도입됨으로써 아름다운 단풍잎이 아니라 벌레 먹어 구멍이 뚫려 감정을 더욱 자극하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의 젊은 시기를 보내고 노년의 후회와 허무, 삭막함을 표현하는 시쓰기도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산풍고의 변괘 중 호괘는 ‧䷵ 뇌택귀매(雷澤歸妹)이며, 도전괘‧배합괘는 ䷐ 택뢰수(澤雷隨), 착종괘는 ䷴ 풍산점(風山漸)이다.
[출처] 18. 산풍고|작성자 김기덕
19. ䷒ 지택림(地澤臨)
지택림은 위에 地(☷:坤)가 있고 아래에 澤(☱:兌)이 있는 모양으로 땅에 못물이 고여 모든 만물을 기르는 상이다. 臨은 모체 속에서 양이 자라, 나올 때가 임박한 상으로 어머니가 아버지의 기운을 받아 수태한 후 품성을 갖추어 만물이 나오는 상이다. 안의 兌는 기쁨의 상이고, 밖의 坤은 순한 모양이니 기뻐하면서 순하게 나아가는 형상이다. 절기로는 한겨울인 12월이며, 새로운 한 해가 임박하는 때이다. 復괘는 양이 처음 나오는 괘로서 하늘의 문이 열리는 때라면, 양이 하나 더 자라 땅의 문이 열리는 때이고 곧이어 만물이 생겨나는 형상이다. 귀한 양으로 復(䷗)에서 더 발전하여 백성에게 임하니 크게 형통하고 이로운 것이다.
효로 이 상을 풀이하면 初爻와 二爻는 양의 문장으로 구성되고 나머지 효들은 모두 음의 문장으로 이루어지는 구성이다. 이 모양은 여러 개의 음이 꽃받침처럼 받쳐주고 그 속에서 양의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두 개의 양의 문장은 꽃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양의 모양을 띠어야 하고 나머지 음의 문장들은 이 두 문장을 뒷받침하는 꽃받침과 같이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 양의 문장은 꿈이나 이상과 같은 것이며, 음의 문장은 이 꿈과 이상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현실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양의 문장은 형이상적이요, 음의 문장은 형이하적이어서 두 개의 양의 문장에 초점을 두고 나머지 문장은 배경적인 구성을 하는 시쓰기 기법이다.
사상으로 보면 地는 노양(⚌)이고, 人은 노음(⚏)이며, 天도 노음(⚏)이다. 땅에 속한 나무나 짐승, 곤충들은 생기로 가득 차 있지만, 하늘은 아직 흐리고 기온이 풀리지 않았으며, 사람들도 생기를 찾지 못하고 절망과 좌절 속에 있다. 하늘과 인간은 침체되어 있지만 땅만은 새로운 봄을 준비하며 부지런히 얼음 속으로 물이 흐르는 모양이다. 땅의 위대함을 통해 사람과 하늘이 회복되어 가는 희망적 시쓰기 기법이다.
팔괘로 보면 땅(☷) 속에 못(☱)이 있는 모양으로 깊은 연못을 상징한다. 깊은 연못은 인간에게 여러 가지 영감과 교훈을 준다. 깊고 푸른 연못의 맑은 물을 보면 청춘이 즐겁고 인생에 희망이 샘솟는다. 아직 땅은 어둡고 축축하며 무거운 감정이다. 하지만 그 땅 속에서 숨 쉬는 연못은 희망을 비춰준다. 깊고 심오한 영감으로 현실의 어둠을 극복하고 맑고 고요한 심성의 깨달음으로 희망을 찾는 모양이다. 첫 단락은 삶의 기쁨과 깨달음의 고요가 거울 같은 수면처럼 차분하게 나타나야 하고, 둘째 단락은 이러한 깨달음의 세계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암울한 현실과 미완의 세계를 그려야 한다. ䷒ 지택림(地澤臨)은 바닥에 생명처럼 솟아나는 원천이 있다. 고요히 정지하여 있지만 물은 항상 새롭다. 그래서 부패하지도 않고, 시끄럽지도 않고, 격돌하지도 않고, 순조롭고 자연스러우면서 묵은 것과 새것을 교체하면서 변하지 않는다. 음의 문장 속에서 양의 문장이 새로운 꿈과 희망을 제시하며 기쁨을 갖게 하는 시쓰기이다. 지택림의 변괘 중 호괘는 근본을 회복하여 새롭게 나아가는 ䷗ 지뢰복(地雷復)이며, 배합괘는 형이상적인 시를 의미하는 ䷠ 천산둔(天山遯), 도전괘는 군자의 교화가 세상을 감화시키는 ䷓ 풍지관(風地觀), 착종괘는 산문시적인 ䷬ 택지취(澤地萃)이다.
20. ䷓ 풍지관(風地觀)
風地觀은 風(☴:巽)이 위에 있고 地(☷:坤)가 아래에 있는 상으로 땅 위에 바람이 불어 만물이 이를 따라 흔들리는 형상이다. 觀은 높은 곳에서 아래를 두루 살피는 모양이니 시적 대상에 대한 관조적인 접근으로 마치 황새가 창공을 날면서 먹이를 찾는 것과 같다.
안으로 지극히 유순하고 밖으로는 부드러운 덕이 있는 모양이니 군자가 마음을 비우고 극한 경지로 들어가 관찰하고 연구하는 괘이다. 또한 땅 위에 바람이 불어 모든 초목이 흔들리는 모양이니 군자의 교화가 세상에 감화를 일으키는 형상이다.
효로 풀이하면 첫째 문장에서 네 번째 문장까지 음의 문장으로 이루어지고, 다섯 번째 문장과 여섯 번째 문장이 양의 문장으로 구성되는 형태이다. 觀의 살핀다는 의미처럼 음의 시각으로 시적 대상을 자세히 관찰, 세밀하게 묘사하다가 결말 부분에서 양의 문장으로 마무리를 짓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슬픔이나 절망, 고통과 같은 음의 성격으로 진행되다가 희망이나 꿈을 불어 넣는 식의 양의 결말로 끝부분을 마무리하는 시의 형태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사상으로 풀이하면 삼재 중 地는 ⚏(노음)으로 겨울이나 한밤중과 같은 상황을 의미한다. 어두운 현실이나 암담한 미래와 같은, 현실적인 사실이나 사물의 위치, 상태 등이 지극히 쇠퇴해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또한 人도 마찬가지로 ⚏(노음)으로 상황뿐만 아니라 시인이나 시의 주체적 인물이 음의 극적 상황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슬픔이나 절망, 고독의 감정을 가지며 지극히 음의 세계에 빠져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天에서 ⚌(노양)으로 급반전함으로써 세상의 변화와 심리적, 정신적인 변화의 새로운 이상을 꿈꾸는 형식의 시쓰기이다.
팔괘로 보면 땅 위에 바람이 부는 형상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의미를 가진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시쓰기의 형태로 관조적인 시쓰기이다. 몰입이 되어서 사물의 내면과 일치하는 치열함보다는 조금 떨어져서 관찰하고 지켜봄으로써 어둡고 답답한 현실의 음적 상황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꿈을 나누는 관조적 묘사를 의미한다.
풍지관의 바람은 얼핏 폭풍이나 태풍과 같은, 나무를 부러뜨리고 지붕을 날려버리는 사나운 바람을 연상하거나 꽁꽁 얼어붙은 겨울날 매섭게 나무 끝을 불어가는 삭풍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풍지관은 그러한 사납고 어지러운 바람이 아니라 풀잎도 꽃봉오리도 즐겁게 어루만져 주는 봄바람이거나 햇살에 눈부시게 쏟아지는 신록의 바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둡고 차가운 현실을 밝고 따뜻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희망적 꿈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풍지관의 변괘 중 호괘는 ䷖ 산지박(山地剝)이며, 도전괘는 ䷒ 지택림(地澤臨), 배합괘는 ䷡ 뇌천대장(雷天大壯), 착종괘는 ䷭ 지풍승(地風升)이다.
21. ䷔ 화뢰서합(火雷噬嗑)
火雷噬嗑은 火(☲:離)가 위에 있고 雷(☳:震)가 아래에 있는 모양으로 雷電이 합하여 빛나고 두 물건이 서로 함께하여 합하니 火雷噬嗑이다. 噬는 씹는 것이요, 嗑은 다물어 합하는 것이니 입 속의 물건을 씹어 합하는 의미가 있고, 위턱과 아래턱 사이에 물건이 들어 있는 괘의 모양을 하고 있다.
상괘의 離는 번개이고 하괘의 震은 우레로서 번개치고 우레가 따름으로써 서로 모여 합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아침이 지나 한낮이 되는 때이며, 봄철이 지나 여름이 되는 시기이니 만물이 통하는 이치가 있다.
효로 풀이하면 첫 번째 문장은 양의 문장으로 되어 있고, 두 번째, 세 번째 문장은 음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네 번째 문장은 양의 문장으로 이빨 사이에 끼어있는 음식과 같이 핵심적 요소(시적주체)가 오고 다섯 번째는 음의 문장, 여섯 번째는 양의 문장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문장이라고 명명된 부분은 꼭 하나의 문장만을 의미하지 않고 여러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내용적인 의미의 통일체를 말한다. 즉 하나의 시적 대상을 음과 양의 시각으로 씹듯이 밀도 있고 다양하게 표현하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상으로 보면 地는 소음(⚍)으로 이루어져 내면은 강하지만 외면은 부드럽고 약한 모양을 갖고 있다. 人과 天은 소양(⚎)으로 이루어져 속은 부드럽고 약하지만 외면은 강하고 밝은 모습을 갖고 있다. 여기에서 시인의 의식은 외향적인 하늘과 내향적인 땅의 가운데에서 합하여져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상태이다. 번개가 치고 그 뒤를 천둥이 따르듯이 시인의 의식 속에 하늘과 땅이 합하여 통합된 주제의식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는 형이상과 형이하의 조화이며, 정신과 물질의 조화, 음과 양의 조화가 있는 시쓰기이다.
팔괘로 풀이하면 번개가 친 다음에 우레가 있는 모양을 이루기도 하고, 하늘에서 번개가 치자 땅에서 우레가 울리는 형상이다. 하지만 시쓰기에서 첫째 단락이 우레의 의미를, 둘째 단락이 번개의 의미가 있는 의미의 배치를 갖기 때문에 이는 역인과적 관계를 의미하며 결과 후 과정을 쓰는 것과 같은 기법이다. 하지만 이들의 섞임은 음식물을 씹었을 때처럼 잘 섞여야 한다. 윗니 아랫니가 음식을 끊고 씹으며 서로 맞닿아 조화를 이루듯이 剛强을 상징하는 양괘인 震과 유화를 상징하는 음괘인 離가 합력하는 긍정적인 시쓰기이라고 할 수 있다.
火雷噬嗑의 호괘는 슬픔과 우울에 침잠된 ䷦ 수산건(水山蹇)이며, 도전괘는 의식의 절제를 의미하는 ䷕ 산화비(山火賁), 배합괘는 정서와 사상의 우물파기인 ䷯ 수풍정(水風井), 착종괘는 다양한 묘사와 풍성한 의식의 ䷶ 뇌화풍(雷火風)이다.
[출처] 21. 화뢰서합|작성자 김기덕
22. ䷕ 산화비(山火賁)
산화비는 山(☶:艮)이 위에 있고 火(☲:離)가 아래에 놓여 산속에 불이 있는 모양이다. 생장의 과정을 마치고 아름답게 결실을 맺는 의미를 갖고 있어서 山火賁이다. 賁는 종자가 다 여물어 열매 맺는다는 뜻으로 열매(貝)가 많이 매달린(卉) 모양으로 ‘빛나다, 꾸미다, 열매 맺다’라는 뜻이 있다.
안으로 밝고 화려함에도 밖으로 그치는 덕이 있으니 꾸밈의 소박한 절도를 지켜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순리에 따르는 형상을 이루고 있다.
효로 풀이하면 첫 문장은 양의 문장으로 이루어지고, 둘째 문장은 음의 문장, 셋째는 양의 문장, 넷째와 다섯째는 음의 문장, 여섯째는 양의 문장으로 배치되어 있다. 산화비의 여섯 효를 압축하면 ☲(火)의 형태를 갖는데, 이는 내면의 아픔을 감추고 밖으로 아름답게 승화된 시쓰기이다. 그래서 첫 문장과 끝 문장을 양의 문장으로 배치하고 중간에 음의 감정을 내비침으로 전체적으로 내면의 고통은 안으로 숨기고 밖으로는 이러한 진실을 꾸밈으로 더욱 아픔을 절제하는 모습을 갖고 있다. 내면적인 절제의 정한적 요소와 형식적인 절제의 방식과는 차이가 있지만, 이는 배치를 통한 절제된 내면을 나타내고자 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상으로 풀이하면 地는 소음(⚍)으로 강한 내면을 감추고, 유약하고 부드러운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독자에게 감정적 호소가 되어야 한다. 이 감정적 호소는 낭만주의적인 쏟아놓음이 아니라 절제 속의 호소여야 한다. 이의 구체적인 방법은 땅의 사물적 효는 양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지만 땅의 정신적 효는 음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양적 사물 속에서 음의 감정 및 정신을 표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법이 人의 소음(⚍)에서도 계속되다가 마지막 단계인 天의 배치에서 음적인 감정을 뒤엎고 양의 감정으로 승화시켜 희망적인 색채를 띠게 하는 방법이다.
팔괘로 풀이하면 산이 불을 가두고 있는 형국이다. 불은 밝히 드러내고자 하는 감정이며, 여러 가지를 표현하고자 하는 과잉적 의식이다. 이러한 의식을 산이 막고 있다. 산은 그친다는 뜻과 가로막는 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 산화비(山火賁)의 모양을 통해 풀이해 보면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가로막고 있는 상이다. 그래서 의식이 절제되어야 하고 슬픔이나 절망의 음적 감정이 수면에 잠긴 채 고요하고 잔잔한 바다와 같은 모습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내면의 아름다움, 절제된 감정의 열매 맺음을 통해 함축적인 표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산화비의 변효 중 호괘는 감정표출의 시인 ䷧ 뇌수해(雷水解)이며, 도전괘는 음양의 조화를 이룬 ䷔ 화뢰서합(火雷噬嗑), 배합괘는 절망적 현실을 표현한 ䷬ 택수곤(澤水坤), 착종괘는 하이퍼적 기법인 ䷷ 화산여(火山旅)이다.
[출처] 22. 산화비|작성자 김기덕
23. ䷖ 산지박(山地剝)
산지박은 산(☶:艮)이 위에 있고 地(☷:坤)가 아래에 놓여 땅 위에 높이 솟은 산이 아래가 깎여 무너지는 모양이어서 山地剝이라고 한다. 剝은 근본 종자를 의미하는 彔(근본 록)을 刂(선칼 도: 칼, 낫 등)로 베어 열매를 거둠을 이른다.
剝은 안으로 유순히 행하고 밖으로 두터이 드러내지 않으니, 음에 의해 박락(剝落) 되는 때를 알아 밖으로 나아가지 않고 때를 기다려 머무는 덕이 있다. 박괘는 늦가을로서 음이 극성해지는 상강 절기에 해당하니, 낙엽이 지고 열매가 떨어지는 때이며, 대지가 비바람에 침식되어 높이 솟아 깎이는 모습이다.
시에서는 높은 산에 홀로 선 듯한 고독과 절개, 세속에 물들지 않은 고고함의 시이다. 또한 외로움이나 사회적 왕따, 궁지에 몰린 자와 같은 절해고도의 시라고 할 수 있다.
효로 풀이하면 첫 문장에서부터 다섯 번째 문장까지 음의 문장으로 구성되다가 마지막 여섯 번째 문장에서 양의 문장으로 끝맺는 방법이다. 전체 분위기에서 양의 문장은 중심이 되는 의식이지만 사라져야 할 의식, 아쉬움의 표현인 의식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음의 감정은 살고 마지막 남은 양의 감정은 떨어져 나가는 낙엽처럼 아름답지만 허무한 것이다. 이 양의 감정은 아쉬움이며, 허무이며, 또한 다음해를 기약하는 결실이며 씨앗이기도 하다. 지속되는 음의 감정이 종국적인 양의 감정을 밀어내고 있다.
사상으로 풀이하면 地는 노음(⚏)으로 시기로 보면 한겨울이고, 때로 보면 한밤중이며, 정신으로 보면 절망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한 음의 기운이 人(⚏:노음)에서도 지속되다가 天(⚎:소양)에서 언뜻 양의 기운이 나타나지만 한밤의 유성과 같이 사라져버릴 것을 예감함으로 극적인 긴장감을 갖게 하는 시쓰기이다. 이는 강물 위에 살얼음과 같으며 튕겨져 나가기 직전의 샴페인 병마개와 같은 상태이다. 그 속에서 극적 긴장감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일몰 직전의 잔광을 그리는 것과 같거나, 엄동설한 직전의 가냘픈 햇살과 같은 시쓰기이다.
팔괘로 보면 땅 위에 솟아 있는 산의 형상을 갖고 있는데, 柔가 剛을 변질시키려 하고 있다. 소인의 세력이 강대해져 바른 정치를 하려 해도 되지 않는 상황과 같이 음적 정서가 팽배해져 양적인 정서가 사라지고 마지막 남은 양마저 변질시켜버릴 듯한 기세다. 짝수, 땅, 어머니, 여자, 부드러움, 고요함, 아래쪽, 우측, 무거움, 탁함, 어두움, 끊어짐, 들어감, 나중, 끝, 반대, 작음, 천함, 가지 등과 같은 음의 배치를 이룬 후 마지막 연에서 양의 문장을 배치하여 극적인 상황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산지박의 변괘인 호괘는 여성적 감정의 표현인 ䷁ 중지곤(重地坤)이며, 도전괘는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는 ䷗ 지뢰복(地雷復), 배합괘는 양적 시각의 막판 뒤집기인 ䷪ 택천쾌(澤天夬), 착종괘는 독자의 의도에 맞추는 ䷎ 지산겸(地山謙)이다.
[출처] 23. 산지박|작성자 김기덕
24. ䷗ 지뢰복(地雷復)
지뢰복은 地(☷:坤)가 위에 놓이고 雷(☳:震)가 아래에 놓인 괘상으로 땅 속에서 양이 생기기 시작하여 회복하는 모양을 이루니 地雷復이다. 復은 종자인 한 양(日)이 깊은 땅 속에서 서서히 움터 나오는(⼻, 行, 也) 뜻을 가지고 있다.
내면에는 움직임이 있고 외면으로는 유순함의 모습을 갖추었으니 움직여 나아감이 순조로운 모양을 이루고 있다. 復卦는 동짓달(음11월)괘로서 음이 극성한 때이다. 땅 속에서 초목이 발아하는 모습인데, 근본을 회복하여 새롭게 출발하는 의미를 가지며, 서두르지 않고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 사람의 본성을 회복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효로 풀이하면 初爻만 양이고 모두 음효로 이루어진 모양으로 첫 문장만 양의 문장으로 배치하고 나머지는 모두 음의 문장으로 배치하는 방법이다. 음으로 가득한 세상에 작은 양의 새싹이 움트는 형국으로 절망 중에 희망을 묘사하는 시이며, 혼탁함 속에서 근본을 찾고자 하는 시이다. 얼어붙은 강물 속에서 소생하는 봄의 물줄기가 흐르고 있는 정신, 현실, 의지를 표현하는 시쓰기로 새로운 시작의 모양을 뜻하고 있다.
사상으로 표현하면 땅에 속한 물질적인 존재의 미미한 변화만 감지될 뿐, 땅의 형이상적인 형태나 人의 형이상적인 면이나 형이하적인 면들은 모두 음의 상황이다. 또한 하늘도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는 하늘이나 추상적인 하늘이 모두 음의 상황으로 채워져 있다. 그림으로 그린다면 하늘도, 사람도, 땅도 다 어두운데 땅 속에서만 미미한 생명의 움직임이 감지되는 등불을 그리는 것과 같다.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실질적이든 형식적이든 세 개의 단락으로 구성되며, 시의 제목이나 주제의식에 맞는 하늘적인 요소(눈에 보이는 sky든 정신적인 이상세계든)와 사람과 연관된 삶이나 관념, 또한 땅에 속한 모든 사물과의 차원적인 관계에서 땅의 사물적 요소만이 양으로 표현된 상태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양의 사물은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양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소금과 같은 존재의 사물이다.
팔괘로 보면 우레의 에너지가 땅 속에 살아있는 것이 復의 괘상이다. 겹겹이 쌓인 여러 음효 밑에 다만 한 개의 양효가 있는데, 중첩된 음의 기운 속에 양의 기운이 살아나고 있는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일몰 직전의 잔광과 같은 산지박의 시쓰기의 정반대로 극한의 벽을 뚫고 빛이 보이는 새벽과 같은 새로운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한 줄기의 어린 광선이지만 그것은 장차 천지를 지배하며 음기와 암흑을 정복하여 퍼져가는 광명이다.
첫째 단락은 변화하고 생동하는 우레의 형상을 그리고, 두 번째 단락에서는 암흑과 얼음으로 둘러싸인 땅의 형상을 그림으로써 잠에서 깨어나는 천지만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지뢰복의 변괘 중 호괘는 여성적 정한의 감정인 ䷁ 중지곤(重地坤)이며, 도전괘는 세속에 물들지 않은 고고함의 ䷖ 산지박(山地剝), 배합괘는 음적 대상도 아름답게 표현한 ䷫ 천풍구(天風姤), 착종괘는 환유적 표현인 ䷏ 뇌지예(雷地豫)이다.
[출처] 24.지뢰복 |작성자 김기덕
* 문장 및 단락 구성에 대한 다양한 시각
효의 입장에서 시의 형식을 보면 여섯 개의 문장으로 구성된 듯이 보이지만, 하나의 효가 꼭 하나의 문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효가 두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으며 세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것은 내용적 연결 관계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여섯 개의 효가 압축되어 세 개의 효로 구성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重天乾(䷀)은 乾(☰)으로, 重地坤(䷁)은 坤(☷)으로, 山澤節(䷨)은 離(☲)로, 雷風恒(䷟)은 坎☵과 같이 압축될 수 있기 때문에 세 개의 문장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또한 이 세 개의 문장도 乾(☰)은 양(⚊)으로, 坤(☷)은 음(⚋)으로, 離(☲)는 음(⚋)으로, 坎(☵)은 음(⚋)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전체적인 배치의 형태를 참고하여 자유로운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상으로 살펴보면 하나의 시 전체를 천 ‧ 인 ‧ 지의 시각으로 접근한 것이다. 이는 차원의 구분이며, 인간을 중심으로 한 우주만물의 차별적 시각이다. 이 천 ‧ 인 ‧ 지 속에 우리가 쓰고자 하는 모든 시적 대상들이 다 들어 있다. 그 대상을 차원에 따라 구분하여 시의 배치에 적절하게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구분과 재배치의 효율성은 논리마인드맵 기법을 통해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마인드맵 기법은 둥치에서 줄기, 줄기에서 가지, 가지에서 잎이나 열매로 분화되듯이 주역적 시쓰기에서는 태극에서 양의, 양의에서 사상, 사상에서 팔괘, 팔괘에서 육십사괘로 분화되는 과정을 공부했었다. 여기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태극이 양의, 사상, 팔괘, 육십사괘가 되듯이 하나의 문장이 두 문장, 두 문장이 네 문장, 네 문장이 여덟 문장, 여덟 문장이 육십사 개의 문장으로 변화될 수 있으며, 반대로 육십사 개의 문장이 한 문장이 될 수도 있고 두 문장이 될 수도 있으며, 여덟 개의 문장이 두 개의 문장, 네 개의 문장으로 변화될 수가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엄밀한 법칙이 존재하고 그 법칙에 의해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상은 기본적으로 세 개의 단락으로 이루어진다. 사상의 기본적 요소는 태양(⚌), 소음(⚍), 소양(⚎), 태음(⚏)이지만 이 네 가지의 상이 육십사괘에서는 천 ‧ 인 ‧ 지의 여섯 개의 효 구조로 배치되기 때문에 세 개의 단락을 형성한다. 이 단락은 표면적인 단락과 이면적인 단락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기 ‧ 서 ‧ 결이나 서론 ‧ 본론 ‧ 결론의 구조를 가질 수도 있다.
팔괘의 시각으로 살펴보면 육십사괘는 乾 ‧ 兌 ‧ 離 ‧ 震 ‧ 巽 ‧ 坎 ‧ 艮 ‧ 坤의 팔괘가 중첩되어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두 개의 단락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팔괘는 세 개의 효로 이루어져 세 개의 문장으로 만들 수도 있고, 이 세 개의 문장을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육십사괘는 다시 팔괘가 될 수 있고, 팔괘는 사상이 될 수 있고, 사상은 하나의 태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자유로운 확장과 분화, 팽창이 가능하고, 또한 수축과 압축, 절단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육십사괘의 설명과정에서 문장이나 단락으로 표현된 것들은 정확무오한 문법적 해석을 통한 명칭이 아니라 보다 확산되고 재조명된 유연한 명칭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출처] 문장 및 단락 구성에 대한 다양한 시각|작성자 김기덕
25. ䷘ 천뢰무망(天雷无妄)
천뢰무망은 위에 天(☰:乾)이 있고 아래에는 雷(☳:震)가 와서 하늘 아래 우레가 울리는 모양으로, 뇌성벽력이 울리면 누구나 하늘을 두려워하고 스스로를 반성하듯이 천도를 따라 바르게 행하므로 无妄이다.
无妄은 하늘의 마음을 갖고 여색을 멀리하며 본성 그대로 행한다는 뜻이 있다. 본성을 회복하면 망령됨이 없음을 의미하고 있다. 위에 있는 하늘은 강건하고 아래에 있는 우레는 진동하니 강건하게 나아가는 덕을 갖춘 상으로, 하늘과 같이 공정무사하고 강건한 도로써 본연의 마음을 지켜 하늘에 순응하는 상이다.
효로 풀이하면 첫 문장은 양의 문장으로, 두 번째, 세 번째 문장은 음의 문장으로 배치한 후 나머지 네 번째에서 여섯 번째까지 문장은 모두 양으로 배치하는 형식이다. 망령됨이 없이 하늘의 뜻을 따라 쓰는 방법으로 시인의 감정을 최대한 줄이고 하늘의 큰 진리를 쓰고자 하는 방법이다. 자칫 관념적으로 치우치기 쉬우나 절대적으로 시는 언어로 그리는 그림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상으로 보면 地(⚍:소음)와 人(⚎:소양)이 대립적인 관계를 갖고 있어서 서로의 생각이나 표현이 통일을 이루기가 어려우나 天(⚌:노양)이 밝고 강건하므로 하늘의 뜻을 따라 행하면 다툼이나 거침이 없고 통일된 주제 의식을 보여 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시의 전개가 형이상적이고 관념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사물을 끌어와 배치관계를 이미지적으로 만들어 주도록 해야 한다. 사물의 속성이나 시인의 생각에 치우치지 말고 보다 넓은 보편적 진리나 원리를 생각하여 작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팔괘로 살펴보면 첫째 단락은 우레를 의미하는 것으로 변화가 많고 흔들림이 많은 것이지만 생기가 가득한 단락이다. 두 번째 단락은 지적이고 강건하며, 하늘의 큰 이치가 담긴 단락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레는 땅을 의미하고, 안을 의미하며, 물질적인 형이하를 의미하지만 乾은 하늘을 의미하고, 밖을 의미하며, 형이상을 의미한다. 형이상적인 단락과 형이하적인 단락이 대치를 이루나 형이상적인 단락이 시의 주제성을 이끌고 중심역할을 함으로써 하늘의 뜻을 따르는 시쓰기이다.
천뢰무망은 하늘을 의미하는 건괘가 위에 있고 우레를 의미하는 진괘가 아래에 있어 우레가 하늘에서 크게 진동하고 있는 모양을 상징한다. 이는 하늘의 엄한 뜻이며 세상을 호령하는 하늘의 명령인 것이다. 하늘의 시각에서 세상과 인간을 향해 우레 같은 의미의 시를 표현으로 나타내 주어야 하는 시이다.
天雷无妄의 변괘 중 호괘는 점점 의식의 확장을 꾀하는 ䷴ 풍산점(風山漸)이며, 도전괘는 스케일이 크고 웅장한 시 ䷙ 산천대축(山天大畜), 배합괘는 대지를 뚫고 나오는 나무의 기상을 간직한 ䷭ 지풍승(地風升), 착종괘는 강렬한 남성적 정서에 대한 여성적 정서의 조화를 이룬 ䷡ 뇌천대장(雷天大壯)이다.
[출처] 25. 천뢰무망|작성자 김기덕
26. ䷙ 산천대축(山天大畜)
산천대축은 山(☶:艮)이 위에 있고 天(☰:乾)이 아래에 있어 물건이 흔들림 없이 견고하게 높이 쌓이는 모양이다. 대축은 크게 쌓는다는 뜻으로 아래의 하늘은 大 ‧ 玄, 위의 산은 田의 모양이다.
안으로는 강건하고 밖으로는 그침이 있으니 산에 하늘의 도가 밀려와 크게 쌓이는 이치가 있다. 흙이 크게 쌓여야 큰 산을 이루고 사람도 학문과 경험이 쌓여야 큰일을 행할 수 있듯이 글을 씀에도 크게 쌓은 사람과 쌓은 것이 없는 사람과는 근본적으로 같을 수가 없다.
효를 분석해보면 첫째, 둘째, 셋째 효는 양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강하고 튼튼한 받침대를 형성하듯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감정과 정서, 의지의 표현이 긍정적이고 강해야 한다. 넷째, 다섯째 문장은 음의 문장으로 유약한 음이 합하여 모이는 형식이다. 하늘의 양기가 아래로 내려 모이는 것이 대축이다. 또한 밑의 세 양은 흐르는 강물과 같지만 위에 있는 두 개의 음이 가로막음으로 흐르지 못하고 고이게 된다. 마지막 상구는 막혔던 것이 넘침으로 한 순간 세상을 범람하게 되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산천대축의 효를 통한 시쓰기는 初九, 九二, 九三의 격앙된 감정이 六四, 六五에서 절제되고 응축되어 고인 내적 감정이 마지막 문장에서 승화되어 흘러넘치는 시의 맥락을 형성하고 있다.
사상으로 풀이하면 地는 노양(⚌)으로 강하고 건실한 힘이 넘친다. 人은 소음(⚍)으로 내면은 강하지만 외적인 표현은 부드럽고 연약하다. 그래서 유약한 감정이 넘치려 하지만 天이 이러한 감정을 억제하고 누르면서 강하고 희망적인 승화의 과정을 나타낸다. 大畜은 장애요소가 클수록 큰 감정을 싹틔우고 큰 감정이 승화되어 보다 더 큰 감동을 만들어 내는 시쓰기이다.
팔괘로 살펴보면 산 속에 들어 있는 하늘이다. 산 같은 사람의 마음에 들어 있는 하늘의 큰 뜻이다. 이러한 큰 뜻은 인생의 풍상을 견디고 산같이 살아온 사람일수록 많이 쌓여 있다. 깊은 내공을 쌓고 그 내공을 풀어내는 시쓰기이다. 산이 그 속에 하늘의 큰 에너지를 받아 축적하고 있는 상태이다. 산은 현실이나 사물적인 것이지만 하늘은 이것들 속에 존재하는 정신적이며, 형이상적인 상징성을 의미한다. 산 속에 감추어진 하늘의 뜻을 발견하고 드러내는 시적 표현이 요구되는 방법이다. 비행기를 타고 밀림지대를 날아보면 나무의 바다, 풀의 바다가 펼쳐진다. 대해의 물굽이처럼 끝없이 펼쳐져 있는 풀과 나무들을 키우는 산의 힘은 얼마나 크고 위대한가? 산이 기르는 힘, 축적된 에너지의 강한 시심을 풀어내는 상징적인 접근 방법이다.
山天大畜의 變卦 중 호괘는 이질적인 문장이나 단락을 이어주는 ䷵ 뇌택귀매(雷澤歸妹)이며, 도전괘는 하늘에 순응하는 시쓰기인 ䷘ 천뢰무망(天雷无妄), 배합괘는 산문형식의 시인 ䷬ 택지취(澤地萃), 착종괘는 철학적, 종교적 시각인 ䷠ 천산돈(天山遯)이다.
[출처] 26. 산천대축|작성자 김기덕
27. ䷚ 산뢰이(山雷頤)
산뢰이는 山(☶:艮)이 위에 있고 雷(☳:震)가 아래에 있는 모양으로 산 아래 초목이 길러지며, 인체로는 턱의 형상으로 위턱은 그쳐있고 아래턱은 움직임으로써 물건을 씹어 몸을 기르는 상이 山雷頤이다. 頤의 의미를 풀이하면 臣(신하신)은 六二부터 六五까지의 음효를 의미하며, 頁(머리혈)은 上九 양효가 머리가 되어 뭇 효를 기른다는 뜻이다. 上九 양효가 위턱이 되고 初九 양효가 아래턱이 되며, 중간의 음효들이 이빨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頤는 음식을 씹어서 몸을 기를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수양하여 자신을 기르고 남을 기르는 修己治人의 의미를 가진다.
효로 풀이하면 아래턱과 위턱을 의미하는 처음 문장과 마지막 문장만 양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빨을 상징하는 두 번째에서 다섯 번째까지 문장은 음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형식이다. 이는 언어를 삼가고 음식을 절도 있게 먹듯 艮으로 그치고 아래의 震으로 동하며, 가운데는 비어있는 입의 모양이다. 마음을 비우고 언어를 절제함으로 시를 써야 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산뢰이는 대나무와 같은 모양을 이루고 있다. 강하고 단단함이 표면을 감싸고 있지만 내부는 텅 비어서 가볍고 휘어질 수 있는 덕이 있다. 강직함과 절개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욕심을 비우고 푸른 정신으로 꼿꼿한 선비정신과 같은 기질의 시쓰기이다.
또한 속이 빈 피리의 소리와 같이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은 인내와 의지가 담긴 양의 문장이지만 두 번째에서 다섯 번째까지의 문장은 음의 문장으로서 피리는 강하지만 그 소리는 구슬프고 가냘프듯 시의 형식도 그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사상으로 살펴보면 ䷚ 산뢰이는 ☲의 상으로 땅과 하늘은 양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람만 음으로 가득 차 있다. 이는 형이상적인 정신세계와 형이하적인 물질세계가 양적요소로 생기가 가득하지만 시인 자신만 음의 감정에 충일해 있음을 의미한다. 이 음의 감정은 슬픔과 절망에 찬 것이 아니라 자신을 비우고 자신을 죽임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空의 세계와 같은 것이다. 비어 있음으로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듯, 물질과 정신 속에서의 새로운 깨달음을 통해 내면 비우기와 같은 시이다.
팔괘로 보면 산뢰이는 턱의 모양을 가지고 있다. 맨 아래와 맨 위의 양효는 잇몸과 같고 그 안에 있는 네 개의 음효는 이빨처럼 보인다. ☶(산)은 위턱, ☳(우레)는 아래턱과 같은데, 산은 그친다는 뜻으로 움직이지 않는 위턱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우레는 움직인다는 뜻으로 씹을 때 움직이는 아래턱과 같은 이치를 담고 있다. 이렇게 씹음으로써 생명이 유지되고 성장이 가능할 수 있다. 기른다는 의미의 산뢰이는 물고기를 기르는 바다와 같고, 나무를 기르는 숲과 같으며 새를 기르는 하늘과 같은 것이다. 기르기 위해서는 자신을 비우고 남에게 양분을 공급해야 한다. 이렇게 기르는 마음으로 마음을 비워 쓰는 시가 山雷頤의 방법이다.
산뢰이의 호괘는 ䷁ 중지곤(重地坤)이며, 배합괘는 처음의 의도가 새롭게 변함으로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 택풍대과(澤風大過), 착종괘는 음적 요소들이 주변을 이루고 있지만 정작 시인은 양에 가득찬 시쓰기의 ䷽ 뇌산소과(雷山小過)이다.
[출처] 27. 산뢰이|작성자 김기덕
28. ䷛ 택풍대과(澤風大過)
택풍대과는 澤(☱:兌)이 위에 있고 風(☴:巽)이 아래에 있는 상으로 兌(西方金)에 의해 아래의 巽(東方木)이 金克木을 당하여 멸실되며, 本과 末이 虛하여 전도되는 모양을 이루고 있다. 大過의 大는 큰 하늘을 의미하며, 過는 지나감을 뜻하니 天道가 변하는 중천과도기를 의미한다. 대과는 두 가지의 뜻을 가지는데, 하나는 큰 허물이 있음을, 다른 하나는 지나간다는 뜻이다.
대과에는 하늘의 도가 크게 변함을 의미하는 뜻이 담겨 있어서 선천에서 후천으로 넘어가는 때로 정신문명에서 물질문명으로 본말이 전도되는 오늘날과 같은 시기를 말하기도 한다. 대과는 강한 양이 중간에 끼어 있어서 견실함이 있으나 아래와 위가 허한 음으로 이루어져 본말이 전도되는 상으로, 過는 나아가는 과정(辵:쉬엄쉬엄 쉬어갈 착)이 지나쳐 입이 삐뚤어짐(咼:입이 삐뚤어질 괘)을 의미하여 변하는 속도가 빠름을 말한다. 시에서는 처음의 의도가 끝에서 새롭게 변화됨으로써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조금은 엉뚱하고 의외성이 있는 작품을 말한다.
효로 살펴보면 처음과 끝 문장은 음의 문장으로 이루어졌는데, 두 번째에서 다섯 번째까지는 양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음의 문장에 비해 양의 문장이 많음으로 인해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이다. 진리의 비진리, 참에 대한 거짓, 논리에 대한 비논리, 의미에 대한 무의미의 추구와 같은 형식으로 의외성이 있거나 비틀기가 있는 작품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사상으로 살펴보면 地는 소양(⚎)으로 흙, 땅, 지구 등의 형이하적인 요소 중 음의 요소를 취하되 地의 형이상적인 지옥, 어둠의 세계와 같은 것들은 양적인 요소를 취함으로 개인적인 해석에 치중되어 있다. 또한 人은 노양(⚌)으로 동물적, 육체적인 형이하뿐만 아니라 정신이나 영혼의 형이상적인 면까지 양적인 문장, 해석으로 접근되어 있다. 거기에 天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天의 세계를 제외한 우주적인 형이하의 세계를 양의 세계로 표현하고 다가감으로 지나친 개인적 해석과 주관적 감정에 의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는 의미를 갖고 있다. 大過卦는 양이 지나쳐서 균형이 맞지 않는 상태이니 시인의 감정과 상상력을 극대화하여 주관적으로 치우친 시쓰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내용적 무리가 따를 수 있으며 균형적 배치에 부합하지 못하는 불균형의 형식을 가질 수 있다.
팔괘로 접근하면 바람(☴:巽) 위에 놓인 연못(☱:兌)과 같은 모양으로 물 위에 거센 바람이 불어 어지러운 풍파를 일으켜 놓은 듯한 혼란과 불안의 상태이다. 또한 형상이 네 개인 양효와 위아래로 갈라져 있는 두 개의 음효로 되어 있어서 음양의 조화를 잃고 있다. 예를 들면 남녀관계에서 첫효는 사효와 상응하는 관계이므로 늙은 여자가 어린 여자를 사랑하는 격이요, 육효는 삼효와 상응하는 관계이므로 늙은 여자가 젊은 남자를 사랑하는 격이니 음양의 조화가 맞지 않듯 시에서도 균형과 조화보다는 불균형과 부조화, 그리고 지나친 자기감정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택풍대과의 변괘 중 호괘는 ䷀ 중천건(重天乾)이며, 배합괘는 ䷚ 산뢰이(山雷頤), 착종괘는 주변 사물로 인해 힘을 얻는 ䷼ 풍택중부(風澤中孚)이다.
[출처] 28. 택풍대과|작성자 김기덕
29. ䷜ 중수감(重水坎)
중수감은 위와 아래에 모두 물(☵:坎)이 중첩한 상으로 거듭 험난한 데 빠져 있는 모양이다. 坎은 흙이 파여 구덩이를 이룬 모양으로 어렵다는 뜻과 물이 흐름으로써 흙이 쓸려 파이게 되는, 흐르는 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감은 안팎으로 어려운 상태이나 위와 아래의 중에 양이 거하여 중심을 잡아줌으로 양의 강건함이 물 흐르듯 하여 주제의 통일을 이루어 주는 형상이다.
효로 풀이하면 첫 문장과 셋째 문장은 음의 문장이지만 두 번째 문장은 양의 문장으로 중심을 잡아 주고 있다. 또한 넷째, 여섯째 문장도 다섯째 문장이 중간에서 양의 문장으로 기둥 역할을 함으로써 주제에서 어긋나지 않도록 붙잡아 주고 있다. 즉 음의 문장으로 사고의 확장과 변형을 꾀하더라도 중심 문장인 양의 문장에서 시인의 생각과 의식을 잡아 주고, 사고를 한 점으로 모아 줌으로써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집중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사상으로 살펴보면 人은 노음(⚏)으로 자신의 지나친 감정에 빠져 있는 상태이지만, 天(⚍:소음)과 地(⚎:소양)가 중심을 잡아 줌으로써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人(⚏:노음)의 음적 상상력이 天과 地의 양에 의해 제한되어서 주제의식이나 시적 의도에 갇힘으로써 정서적 안정, 내용적 균형을 이루어 주고 있다.
팔괘로 풀이하면 위에도 물(☵:坎)이요, 아래도 물이므로 두 가지 물이 하나로 잘 섞이는 상태이다. 그래서 첫째 단락과 두 번째 단락이 의미상 크게 달라지지 않고 하나로 모아져야 한다. ☵의 모양을 살펴보면 단락 속에 하나의 핵이 들어 있는 모양이다. 이 핵은 주제적 묘사일 수도 있고, 으뜸 되는 철학일 수도 있고, 가장 강렬한 표현일 수도 있다. 이러한 핵을 가진 단락의 중첩을 통해 의미를 강조하고 이미지를 집약할 수 있다.
중수감의 변괘 중 호괘는 ䷚ 산뢰이(山雷頤)이며, 배합괘는 음이 중심을 잡아주는 ䷝ 중화리(重火離), 도전괘와 착종괘는 부도전괘인 ䷜ 중수감(重水坎)이다.
30. ䷝ 중화리(重火離)
중화리는 상과 하에 불(☲:離)이 거듭된 모양으로 해와 달이 하늘에 걸려 있는 형상이다. 離는 짐승의 발자국이 흩어져 있는 모양으로 새(隹)와 산짐승(离) 등이 그물에 걸림을 뜻하며, 해와 달이 하늘에 걸려 돌아감과 같이 ‘떠나다’, ‘환하다’, ‘흩어지다’ 등의 의미로 쓰인다. 안팎으로 밝고 환한 세상을 이뤄 만물을 기르는 모양이다. 시간적으로는 밝은 한낮의 때이며 중천을 의미한다.
괘의 모양을 보면 중수감과 반대의 상황이며, 음과 양의 역전을 이루고 있다. 이를 중수감의 해석과 연관하여 생각해 본다면 중수감은 왕성한 음의 감정을 모아 양의 문장이 기준을 잡고 문장 및 내용의 통일을 이루었다. 반면 重火離는 강한 양의 감정을 음의 문장이 중심을 잡고 음의 감정으로 문장 및 내용의 통일을 이루는 방법이다. 양의 감정은 자칫 들뜨기 쉽고 긍정적이며 순응적이어서 평범할 수 있으나 음의 비판적이고 자기성찰적인 요소가 주제의식이나 철학성을 세워 비범하게 해 주는 시쓰기이다.
효의 시각에서 보면 양의 문장들 가운데 음의 문장을 놓아 차분한 감정의 전개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확장하고 퍼져가고자 하는 양의 성질을 응집시켜 집중시키는 역할을 음이 해 줌으로써 주제의식이나 철학성에 따른 통일성 있는 시쓰기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사상의 시각으로 보아도 人(⚌)의 노양이 天과 地의 음에 막혀 절제되고 함축되는 의미를 갖는다.
팔괘로 보면 離는 불탄다는 뜻으로 해와 달은 하늘에 걸려 있고 온갖 곡식과 초목은 땅에 정착하여 자라고 있다. 그럼으로 천지는 생명과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광명의 세계가 된다. 날마다 새로운 빛, 한결 같은 정열, 젊음과 생명이 약동하는 밝은 세계를 그리되 그 안에서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어둠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불이 타는 불 속에는 재가 생기고 구멍이 생기듯이 눈부시게 빛나기만 하면 가까이 할 수 없다. 밝고 아름답기만 한 사물 속에서 어찌 깊은 철학을 느낄 수 있겠는가? 진정한 생명의 글은 밝은 빛 속의 그늘이나, 어둠 속의 한 줄기 빛과 같은 것이다. 중수감이나 중화리의 글쓰기는 주제의 통일이나 핵이 되는 묘사를 통해 시적 감정을 통일시키는 기법이다.
중화리의 변괘 중 호괘는 ䷛ 택풍대과(澤風大過)이며, 배합괘는 ䷜ 중수감(重水坎), 착종괘, 도전괘는 부도전괘인 ䷝ 중화리(重火離)이다.
[출처] 30. 중화리|작성자 김기덕
31. ䷞ 택산함(澤山咸)
택산함은 산(☶:艮) 위에 못(☱:兌)이 있는 모양으로 산의 양기는 아래로 향하고 못의 음 기운은 증발하여 위로 올라가 서로 통하는 형상이다. 산과 연못의 기운이 상통하고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상이니, 咸은 서로 느껴 함께하는 뜻이다.
咸은 서로의 마음을 다하여 하나로 합하는 ‘다 함’의 뜻을 갖고 있다. 感이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라면 咸은 보다 포괄적인 뜻으로 모든 음양의 기운이 서로 느끼는 것을 말한다. 자연적으로는 하늘의 양기는 산을 거쳐 땅으로 내리고 땅의 음기는 못을 통하여 하늘로 올라가 교통함을 의미한다. 인간적으로는 소남과 소녀가 느끼는 것으로 교합을 의미하며, 수도로는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도통하는 것이 咸이다.
효로 살펴보면 첫 문장, 둘째 문장은 음의 문장으로, 셋째에서 다섯째 문장은 양의 문장으로 이루어졌다가 다시 마지막에 음의 문장으로 배치되어 있다. 이는 음과 양이 교합하여 감정을 주고받듯 서로 상통하는 감상적인 시쓰기이다.
사상으로 보면 地는 노음(⚏), 人은 노양(⚌)으로 이루어지고 天은 소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地는 음적이어서 받아들이고, 人은 양적이어서 발산하고, 天은 강함을 순하고 부드러움으로 조화시켜 서로의 감정을 하나로 만들고 있다.
팔괘로 풀이해 보면 하늘의 성기인 산이 아래에 있고 땅의 성기인 못이 위에 있는 상으로 서로 기운이 통하는 상태이다. 시쓰기에서도 사람과 세상 모든 만물이 통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내용적으로는 감상적이며, 서정적인 것을 의미하며, 기법적으로는 활유적인 기법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독자와의 소통뿐만 아니라 자연과 인간과 세계가 통할 수 있는 시쓰기로 지적인 배치가 아니라 정서적인 배치를 이루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시쓰기가 되어야 한다. 咸은 感과 같다. 즉 느낀다는 의미로 음과 양의 두 에너지가 감응하고 협력하여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택산함의 변괘 중 호괘는 음의 대상에 대한 양적표현을 이룬 ䷫ 천풍구(天風姤)이며, 도전괘는 항구한 이치를 발견하고 쓰는 시인 ䷟ 뇌풍항(雷風恒), 배합괘, 착종괘는 헌시나 찬양시인 ䷨ 산택손(山澤巽)이다.
[출처] 31. 택산함|작성자 김기덕
뇌풍항(雷風恒)
뇌풍항은 雷(☳:震)가 위에 있고 유순한 風(☴:巽)이 아래에 있어서 함께 순응하여 움직인다. 천지의 법칙은 항구하여 그치는 일이 없다. 하나가 마치면 하나가 시작된다. 해와 달은 하늘의 항구불변의 원칙을 얻었고, 춘하추동의 사계절은 항상 변화하며 있기 때문에 영원한 순환을 계속할 수 있다. 성현도 그 도를 지켜 항구해야 비로소 천지교화가 가능할 것이다. 항구한 것을 깊이 관찰함으로 천지만물의 실상을 볼 수 있듯, 천지만물의 이치를 발견하고 그 진리에 맞는 시쓰기가 바로 뇌풍항이다.
恒은 천지간(二)의 日, 月(日)이 서로 짝하되 끝없이 왕래 순환함으로써 영구히 주야를 밝히듯, 서로의 마음을 합하여 부부로서 항구한 도를 갖춤을 의미한다. 안으로 음목이 뿌리박고 밖으로 양목이 뿌리를 뻗어 장구히 생장하는 모양이며, 인사적으로는 장남이 위엄을 보이고 장녀가 공손히 집안일을 주장하는 상으로 부부의 도를 이루고 있다.
효로 살펴보면 처음에 음의 문장이 오고 양의 문장이 두 번째에서 네 번째 문장까지 온 후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음의 문장이 와서 음과 양의 조화와 균형을 통한 항구적 성장을 표현하고 있다.
사상으로 보면 地(⚎)는 뿌리를 박고, 人(⚌)은 성장하고, 天(⚏)은 씨앗을 맺음으로 항구적인 법칙을 말하고 있다. 항구한 법칙의 원리를 통해 변함없는 진리의 표현을 의미한다.
팔괘로 살펴보면 우레와 바람은 만물을 흔들고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잠시도 머무르는 일이 없다. 모든 것은 움직임으로, 곧 살아 있음으로 그 상태를 지속할 수 있고 살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정지되고 고정된 것이 계속되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살아 있는 시, 마음을 움직이는 시가 영원할 수 있다. 그것은 사고의 정지와 고정이 아닌 변화와 새로움이며 형식의 낯설게 하기이다.
뇌풍항의 호괘는 ䷪ 택천쾌(澤天夬)이며, 도전괘는 ䷞ 택산함(澤山咸), 배합괘, 착종괘는 위에 것을 덜어서 아래에 보태주는 ䷩ 풍뇌익(風雷益)이다.
[출처] 32. 뇌풍항|작성자 김기덕
33. ䷠ 천산돈(天山遯)
천산돈은 위에 天(☰:乾)이 있고 아래에 山(☶:艮)이 있는 모양으로 세상을 피해 은둔하며 하늘이 부여한 명을 지키는 상이다. 遯은 돼지(豚: 돼지 돈)와 같이 어리석은 체하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도를 닦는(辵-쉬엄쉬엄 쉬어갈 착: 점차 움직여 나아감) 의미가 있다. 괘상에서도 아래의 두 음(소인)이 자라 점차 네 개의 양(군자)을 핍박하는 형상이다.
遯은 안으로 산과 같이 굳건한 절개와 자제를 행하고 밖으로는 하늘과 같이 강건한 도로써 소인을 교화하고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시에서 보자면 천산돈은 소인배적인 생각, 즉 형이하적인 감정을 억제하고 형이상적인 생각으로 뻗어감을 의미하는 형이상시라고 볼 수 있다. 형이상시는 신이나 절대자의 존재인식과 철학적인 것과 관련이 있는 시로 철학적, 종교적 경향을 지니게 된다.
형이상시의 중요한 특징은 기상(奇想-conceit)을 중심으로 한 구조인데, 기상은 두 가지 사물이나 개념을 교묘하고 대담하게 연결하여 뜻밖의 유사성을 발견하려는 시 수사법이라고 할 수 있다.
효로 풀이해 보면 첫 문장이나 둘째 문장은 형이하적인 사물을 끌어오지만 셋째에서부터 여섯 번째까지는 끌어온 사물과 연결되는 추상적 이미지를 배치시키는 방법이다. 밑에 두 개의 음효는 형이하적인 것이며 사물적인 요소이지만 이 요소들이 억눌리면서 형이상적이고 추상적인 이미지들로 대체되는 모양을 이루고 있다.
사상으로 살펴보면 地는 노음(⚏)으로 현실적인 생각, 범속한 것이나 비천한 것을 의미하는데 人과 天은 노양(⚌)으로 성에 속한 것이나 정신적인 것, 고귀하고 고차원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이는 곧 사물의 평범성을 땅에서 취하여 시인의 고결한 정신을 통해 새로운 정신세계를 창출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물질적이고 비천한 것은 억제되고 정신적이고 고결한 것은 상승하는 시쓰기이다.
팔괘로 보면 산인 첫째 단락과 하늘인 둘째 단락의 배치를 통해 유사성을 발견하려는 방법이다. 천산돈은 선비적 은둔사상의 발로가 되었다. 은둔 속에 세상을 피해 자신만의 도를 닦기 위한 뜻이 담겨 있다. 이는 곧 물질이나 사물 그 자체에서 벗어나 새로운 철학, 새로운 추상적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의도의 시쓰기 방법이다.
천산돈의 변괘 중 호괘는 음의 대상에 대한 양의 표현을 이룬 ䷫ 천풍구(天風姤)이며, 도전괘는 강한 남성적 출발에 여성적 마침을 가짐으로 음양의 균형을 꾀하는 ䷡ 뇌천대장(雷天大壯), 배합괘는 생수처럼 솟는 원천의 시인 ䷒ 지택림(地澤臨), 착종괘는 웅장한 스케일의 ䷙ 산천대축(山天大畜)이다.
[출처] 33. 천산돈|작성자 김기덕
34. ䷡ 뇌천대장(雷天大壯)
뇌천대장은 아래에 天(☰:乾)이 있고 위에 雷(☳:震)가 울리는 모양으로, 안으로는 강건하고 밖으로는 크게 움직여 씩씩한 상을 나타내고 있다. 大壯의 大는 하나(一)가 둘(人)로 늘어나 커지는 것이며, 壯은 문무를 겸비한 장부(士)가 방패(爿: 널빤지, 방패)를 들고 전진함을 뜻한다.
하늘 위에 뇌성이 울리는 괘상으로 양기가 크게 성장하는 모습이다. 시기적으로는 2월(음)로서 양기가 성장하여 초목이 움터 나오려는 때이고 방위로는 동방인 묘에 해당하니 출문하는 의미가 있다.
시에서는 너무 강렬한 의식의 일방적 진행은 시적 정서를 떨어뜨리고 양적 요소에 치우침으로 구호적 성격이 되기 쉽다. 이러한 측면을 보완하기 위해 끝에서 여성적인 정서를 끌어와 남성적 이미지의 상쇄를 꾀하는 방법이다.
효로 풀이하면 첫째 문장에서 네 번째 문장까지는 양의 문장으로 배치하고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엔 음효를 배치함으로써 상승된 격정적 감정을 눌러주고 차분한 이미지로 마무리하고 있다. 또한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에서 마무리를 어둡고 부정적인 색깔로 처리함으로써 밝은 모습으로만 뻗어가려는 흐름을 끊고 있다.
사상으로 살펴보면 地와 人은 노양(⚌)으로 물질이나 심리상태가 모두 양이다. 이런 양적 요소에 노음(⚏)인 天을 배치하여 독자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감정으로 끝을 맺었다. 이는 상반된 감정을 끌어와 불타듯 왕성한 의지적 이미지를 억누름으로 보다 더 양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는 모양을 이루고 있다.
팔괘로 접근하면 하늘 위에서 우레가 울고 있다. 크게 뻗어가는 상이며 번창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렇게 뻗다보면 교만해지고 또 가벼워질 수 있는 상태에서 음적 요소로 끝맺음으로 무게와 깊이를 더해 주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뇌천대장의 변괘 중 호괘는 양의 일관된 진행에 대한 마지막 뒤집기의 ䷪ 택천쾌(澤天夬)이며, 배합괘는 군자의 교화와 같은 ䷓ 풍지관(風地觀), 착종괘는 하늘에 순응하는 시쓰기의 ䷘천뢰무망(天雷无妄)이다.
[출처] 34. 뇌천대장|작성자 김기덕
35. ䷢ 화지진(火地晉)
화지진은 땅(☷:坤) 위로 불(☲:離)이 나온 모양으로 태양이 지평선 위로 떠올라 나아가는 일출과 같다. 晉은 밝은 기운(日)이 地間(二)에 나타나 환히 밝힘을 가리키니 ‘나아가다’, ‘눈동자’의 뜻이 있다.
晉은 안으로 유순하고 밖으로는 밝은 덕이 있으므로 해가 땅 위에 떠올라 세상을 두루 비추는 일출의 모양이니, 본래의 성품을 밝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효로 풀이하면 地의 첫째, 둘째, 셋째 문장은 모두 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地의 세 음은 어두운 땅과 같은 현실을 의미한다. 이 어두운 땅, 이슬 젖은 눈물의 땅을 태양이 떠올라 밝게 비추듯이 地의 세 문장은 음의 문장을 이룬다. 이 음의 문장이 있은 다음 네 번째로 양의 문장이 와서 어둠을 가시게 하고 젖은 눈물을 말려 주게 된다. 다섯째 문장에서는 아직 덜 마른 땅처럼 음이 남아 있고, 여섯 번째 양의 문장으로 마무리를 밝고 희망적으로 배치함으로 힘을 내 정진하는 형식의 시쓰기이다.
사상으로 보면 地는 노음(⚏)으로 어둠과 눈물의 땅이지만 人에서 소양(⚎)은 내적 어둠을 묻고 밝은 빛으로 나타남으로 희망적으로 전진하게 되며, 天도 마찬가지로 소양(⚎)으로 차츰 어둠을 걷고 밝아지는 느낌의 방식이다.
팔괘로 살펴보면 晉은 進과 같다. 밝은 태양이 지평선 위에 나타나 순차적으로 하늘에 올라 大明의 세상을 이뤄가는 기상이다. 하늘로 오르는 태양은 아침의 태양이다. 어둠을 밝히는 세상만물을 따뜻하게 감싸는 꿈과 희망의 시가 바로 火地晉이다.
화지진의 변괘 중 호괘는 꿈과 희망을 밝히는 화지진의 내면은 슬픔과 고통의 극복임을 의미하는 ䷦ 수산건(水山蹇)이며, 배합괘는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염원의 ䷄ 수천수(水天需)이고, 도전괘 및 착종괘는 절명시나 비탄시의 ䷣ 지화명이(地火明夷)이다.
[출처] 35. 화지진|작성자 김기덕
36. ䷣ 지화명이(地火明夷)
지화명이는 위에 땅(☷:坤)이 있고 아래에 불(☲:離)이 있는 상으로 해가 져서 땅 속으로 들어간 모양으로 밝음이 어두움에 묻힌 상태이다. 明夷의 明은 日과 月의 會意字로서 해와 달이 주야로 밝힘을 의미하며, 夷는 大+弓 으로 큰 활로 인해 상처를 입음을 의미한다.
明夷는 안으로는 밝으면서도 밖으로는 유순함으로 행하는 상이다. 시에서는 밝은 감정을 숨기고 우수와 고뇌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효로 살펴보면 첫째와 셋째 문장만 양의 문장으로 배치하고 나머지 문장은 모두 음으로 배치하여 해와 달이 사라진 암흑과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절명시나 비탄적 감정의 시로 꿈과 희망이 없는 세계를 표현하는 기법이다.
사상으로 보면 地와 人은 소음(⚍)으로 안으로는 밝은 모습을 가지고 있으나 밖으로 밝게 표현하지 않고 어둡고 음침하게 표현함으로 음적인 감정표현이 된다. 또한 天은 노음(⚏)으로 음적인 감정이 발전 심화됨으로 어둠은 더욱 어둡게, 슬픔은 더욱 슬프게 표현되어 절망적인 비탄의 감정이 지배하게 된다.
팔괘로 풀이하면 첫째 단락은 해나 달 같은 밝음이 오지만 두 번째 단락에서 지하에 갇히게 됨으로 기쁨이나 행복은 사라지고 슬프고 고통스러운 감정만 남아서 어둠을 표현하고 있다. 밝은 감정도 어둡게 몰아가는 방법으로 감정의 극적인 효과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또한 고난을 참고 견디는 모양으로 인내하고 견디는 고난극복의 상이다. 明夷는 태양이 땅 속에 들어간 상태, 고난에 처한 상태이며, 밝은 것이 패하는 현실을 상징하고 있다. 그러므로 밝고 아름다운 세상보다는 어둡고 험한 세상을 표현하고, 그 속성에 맞는 사물의 배치를 이루어 절망적으로 나아가는 시쓰기이다.
지화명이의 변괘 중 호괘를 살펴보면 ䷧ 뇌수해(雷水解)이며, 배합괘는 ䷅ 천수송(天水訟), 도전괘, 착종괘는 ䷢ 화지진(火地晉)이다. 변괘에 대해 너무 어렵게 생각할 수 있으나 변괘는 본괘에 대한 다른 방향의 시각이라고 생각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본괘라는 하나의 사물이 있다면 옆에서 보고, 위에서 보고, 밑에서 보고, 속에 들어가서 봄으로 그 사물에 대한 다양한 표현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시의 다양성을 표현할 수 있다.
[출처] 36. 지화명이|작성자 김기덕
37. ䷤ 풍화가인(風火家人)
풍화가인은 안으로 불(☲:離)이 있고 밖으로 바람(☴:巽)이 불어 바람을 타고 불이 성하는 모양이며, 밖에서 들어와 안을 밝히는 의미가 있다. 아래의 離(☲)는 밝은 생명력을 뜻하는 人이요, 위의 巽(☴)은 안을 가지런히 정돈함을 의미하니 齊家의 家에 해당한다. 또한 장녀(巽)가 위에서 가사를 이끌고 중녀(離)는 아래에서 밝게 응하니 가인이다.
가인은 집안을 바르게 하는 괘이다. 집안을 다스리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제 몸을 먼저 닦아야 하듯 한 편의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마음의 수양과 깨달음이 필요하다. 가인의 시는 자신을 돌아보는 시이며, 내면의 깨달음과 자성의 시이다.
효로 살펴보면 긍정과 부정, 희망과 절망의 반복 속에서 내일의 희망을 발견하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첫 문장의 배치는 양의 문장, 둘째는 음의 문장, 셋째는 양의 문장, 넷째는 음의 문장으로 이루어지다가 다섯째, 여섯째에서 양의 문장으로 마무리하는 방법이다.
사상으로 살펴보면 地(⚍)와 人(⚍)은 양과 음이 섞여서 갈등과 고민, 번뇌의 모양을 이루다가 天(⚌)에서 긍정과 화합과 깨달음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다. 이는 속과 성이 섞인 세상의 삶에서 성을 깨닫고 성적인 삶을 추구하는, 종교는 아니지만 종교적인 성향의 자기성찰적인 시쓰기이다.
팔괘로 보면 家人은 집안사람이란 뜻으로 가족을 의미한다. 바람과 불을 가정의 심볼로 표현했는데, 불이 타면 바람이 생기고 바람은 다시 그 불을 부채질하여 확대 발전된다. 이는 가정이 잘 다스려지면 바른 길이 시작되고 국가와 사회로 뻗어가 큰 발전을 이룸과 같다. 시에서는 가정의 바른 도는 수신에서 시작되듯이 자신을 돌아보고 깨달음으로써 시의 큰 발전은 시작되는 것이다. 바로 풍화가인의 시쓰기는 내면으로 돌아가 근본을 살펴봄으로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풍화가인의 변효 중 호괘는 비정석적, 비상식적인 부조화의 배치인 ䷿ 화수미제(火水未濟)이며, 도전괘는 어긋남에 의해 강조되는 시인 ䷥ 화택규(火澤睽), 배합괘는 강한 감정표출의 ䷧ 뇌수해(雷水解), 착종괘는 불을 때듯 하는 간절한 시의 ䷱ 화풍정(火風鼎)이다.
[출처] 37. 풍화가인|작성자 김기덕
38. ䷥ 화택규(火澤睽)
화택규는 연못(☱:兌)이 아래에 있고 불(☲:離)이 위에 있는 모양으로 밖의 불은 위로 타오르고 안의 연못물은 아래로 고여서 서로 어긋나게 나아가는 상이다. 괘상으로 볼 때 離는 日行을 뜻하고 兌는 月行을 가리키는데, 일행도수에 비해 월행도수가 어긋나는 것이 규이다. 나무를 구부리고 깎아 활과 화살을 만들어 세상에 보임은 睽卦에서 取하였다고 한다. 활을 쏠 때 활줄은 뒤로 당기고 활대는 앞으로 밀면서 생기는 힘이 화살을 격발하게 하니 비록 처음은 어긋나나 그 어긋남에 의해 힘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시에서 어긋남에 의해 시가 강조되고 강렬해져 깊은 감동을 주는 경우를 의미한다. 대칭적, 또는 대조적인 표현 기법을 통해 감동을 더해 주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효로 풀이하면 도입부인 첫 번째와 두 번째의 문장만 양의 문장이 오고 셋째는 음의 문장, 넷째는 양의 문장, 다섯째는 음의 문장, 여섯째는 양의 문장이 와서 양의 문장과 음의 문장이 교차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이는 서로 어긋나는 반대 방향의 시각, 표현을 통해 도입부에 제시한 표현을 강조하고 의미를 확장시키는 시쓰기이다.
사상으로 살펴보면 地는 노양(⚌)으로 확실한 주제적인 표현을 내걸고 그 표현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표현을 人(⚎)이나 天(⚎)에서 대조적, 대칭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의미의 확장을 꾀하고 표현의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처음의 주제적 표현을 강조해 주는 시쓰기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불(☲)과 연못(☱)은 불과 물의 관계처럼 서로 상극이라고 할 수 있다. 연못은 아래로 흐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불은 위로 솟아오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서로의 향하는 방향이 반대 방향이다. 이는 강한 반발심을 의미하며 반항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 睽라는 한자의 뜻이 ‘사팔눈’, ‘노려보다’, ‘등지다’의 의미이듯 삐딱한 시각, 거꾸로 보기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론 창작자의 의도가 ‘삐딱하게 보기’이며, ‘거꾸로 보기’라고도 할 수 있다. 많은 시인들이 ‘삐딱하게 보기’나 ‘거꾸로 보기’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그 구체적인 방법을 아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음과 양의 시각으로 사물을 보고 끌어오거나, 오행의 상극의 관계를 알고 사물을 끌어온다면 ‘삐딱하게 보기’나 ‘거꾸로 보기’, 또는 ‘반대적인 접근’, ‘대칭적인 관계’ 설정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시의 정서나 의미를 강조하여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화택규의 변괘 중 호괘는 윤리적이며 정석적인 ䷾ 수화기제(水火旣濟)이며, 도전괘는 내면의 깨달음과 자성의 시인 ䷤ 풍화가인(風火家人), 배합괘는 슬픔과 우울에 침잠된 정서의 ䷦ 수산건(水山蹇), 착종괘는 대결구도적 배치의 ䷰ 택화혁(澤火革)이다.
[출처] 38. 화택규|작성자 김기덕
39. ䷦ 수산건(水山蹇)
水山蹇은 水(☵:坎)가 위에 있고 山(☶:艮)이 아래에 처한 모양인데, 험한 것을 보고 안에서 그쳐 나아가지 않는 것이다. 만일 이를 어기고 전진한다면 큰 난관에 빠지므로 경계하여 蹇이라 하였다.
蹇의 의미를 살펴보면 외괘인 坎은 北方水로서 추운 겨울철에 해당하여 寒이고, 내괘인 간은 그치는 것이므로 발(足)이 얼어붙어 나아가기 힘든 상태를 말한다.
시에서 蹇의 상황은 큰 난관에 부딪혀 절망에 빠져있는 감정을 의미하며 슬픔과 우울함에 침잠된 감정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효로 살펴보면 첫째와 둘째 문장엔 음의 문장이 오고, 셋째는 양의 문장, 넷째는 음의 문장, 그리고 다섯째는 양의 문장이 온 후 여섯째는 음의 문장이 오는 형식이다. ‘첫째 문장’이나 ‘둘째 문장’과 같이 표현하고 있는 문장의 개념은 표면상의 한 문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상, 내용상의 문장을 의미하기 때문에 ‘첫 번째’라고 표현했더라도 두 개, 또는 세 개의 문장으로 구성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야 한다. 蹇의 여섯 효는 山戰水戰의 험난한 역경을 겪은 괘상이며, 산 위에서 비를 만나는 상황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삼효와 오효가 양효로 이루어져 있는데, 삼효는 산의 꼭대기, 곧 높은 이상과 같은 것이고, 오효는 자아를 상징하므로 높은 이상의 자아를 가지고 있으나 현실은 절망적이기 때문에 그 절망감은 더욱 큰 느낌을 가지게 된다.
사상으로 풀이하면 地는 노음(⚏)으로 한겨울과 같으며, 人과 天은 소음(⚍)으로 새싹을 기다리는 봄과 같다. 이는 한겨울의 땅 속에 뿌리를 박고 봄을 열망하지만 현실은 아직 얼어붙은 동토의 극심한 어려움을 표현하고 있다. 시에서도 새벽이 오기 전에 가장 어둠이 짙듯이 봄을 기다리는 한겨울의 삭막한 감정이 더욱 절박한 것과 같은 절망적 표현을 의미한다.
팔괘로 보면 산과 물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험난한 형국으로 첫째 단락은 山(☶:艮)으로 막힘이 있는 정서의 답답함을, 둘째 단락은 水(☵:坎)로 구덩이에 빠져 오도 가도 못하는 것과 같은 심정을 표현하는 절망적 표현기법이다.
수산건의 변괘 중 호괘는 ䷿ 화수미제(火水未濟)이며, 도전괘는 ䷧ 뇌수해(雷水解), 배합괘는 ䷥ 화택규(火澤睽), 착종괘는 ䷃ 산수몽(山水蒙)이다.
[출처] 39. 수산건|작성자 김기덕
40. ䷧ 뇌수해(雷水解)
뇌수해는 위로 움직임이 있는 우레(☳:震)가 動하고, 아래에는 험한 물(☵:坎)이 있어 움직임으로써 험난함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 외괘인 震은 밖으로 움직여 나오는 것이니 童牛의 뿔(角) 형상이다. 내호괘인 離는 伐兵의 상으로 刀가 나오며, 中虛하여 심성이 유순한 牛로 나타나기도 한다.
解는 험한 내적 과정을 지난 후 밖으로 순순히 풀려나오는 것을 상징하는 괘인데, 시에서는 가슴에 맺혔던 감정을 밖으로 술술 풀어내는 감정표출의 시를 의미한다. 일부는 측상의 시, 배설의 시라고도 하지만, 여기에는 감정의 절제와 언어의 조탁이 기본적으로 밑바탕이 되어야 하며, 자신의 감정표현에 대한 적절한 묘사가 필요하다.
효로 풀이해 보면 첫째는 음의 문장, 둘째는 양의 문장, 셋째는 음의 문장, 넷째는 양의 문장으로 구성되며 다섯째와 여섯째는 음의 문장으로 배치되어 있다. 이 뇌수해의 모양을 보면 이효와 사효의 양이 열린 입과 같고, 삼효는 입안의 여자 혀와 같은 형상으로 쏟아내는 감정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사상으로 보면 地와 人은 소양(⚎)으로 이루어져 안에 맺힌 것들이 풀려 나오는 형상이지만, 아직 天은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이는 天(마음)에 맺힌 감정들이 人(언어)과 地(행동)로 표출되고 있는 과정을 나타내 주고 있다.
팔괘롤 풀이하면 뇌수해의 우레는 움직이는 것이고 물은 험난한 것이므로 험난함에서 벗어남을 상징한다. 봄 우레에 봄비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우레가 울고 봄비가 내리면 얼었던 세상이 풀리며 온 세상에 초목이 피어나듯이 해는 풀리는 감정을 의미한다. 첫째 단락은 坎으로 고난이나 심적 갈등에 대한 표현을 의미하며, 두 번째 단락에서는 변화에 대한 도약적 감정의 표현을 통한 감정표출의 시이다.
뇌수해의 변괘 중 호괘는 정서적 안정을 이룬 높은 성취도의 ䷾ 수화기제(水火旣濟)이며, 도전괘는 큰 난관의 ䷦ 수산건(水山蹇), 배합괘는 내면의 깨달음과 자성의 시 ䷤ 풍화가인(風火家人), 착종괘는 험한 가운데 새로움이 움트는 ䷂ 수뢰둔(水雷屯)이다.
[출처] 40. 뇌수해|작성자 김기덕
41. ䷨ 산택손(山澤損)
산택손은 산(☶:艮) 아래 연못(☱:兌)이 놓인 상황으로 아래에 있는 연못의 기운이 발하여 산에 덜어주는 상이다. 윤택한 못의 기운이 산속의 풀과 나무와 짐승들에게 생기를 공급하고 활력을 주듯 안을 덜어서 밖에 도움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損은 물건의 수효(員:수효원)를 손으로 헤아려 덜어주는 뜻과, 어린 생명(具)이 모태(口) 밖으로 나오는 것을 손(手)으로 받아내는 뜻이 있다.
시에서는 힘과 용기를 주거나 위로를 줄 수 있는 찬양시, 헌시, 칭송시 등과 같은 것을 말한다. 損은 아래 백성의 것을 덜어 위(政府)를 더해 주어 백성의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는 것과 같다. 이는 위를 의미하는 부모나 선배, 선생님이나 상사, 떠받드는 애인 등으로 덜어 주는 정신적 감정의 표현이 바로 산택손의 시쓰기이다.
효로 살펴보면 첫째와 둘째 문장엔 양효가 오고 셋째, 넷째, 다섯째 문장엔 음효가 왔다가 마지막 여섯째 문장엔 양의 문장 배치로 끝맺는 형식이다. 첫째, 둘째 문장에서 희망적이고 긍정적이며 의지적인 장점이나 강점을 배치하고, 삼, 사, 오효에서 열악한 현실이나 부정적 현실을 끌어와 대치시킨 후 마지막에서 찬양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아 기쁨과 힘을 줄 수 있는 시쓰기의 방법이다.
사상으로 보면 地는 노양(⚌)인데, 이는 넉넉함이고 풍요함을 의미한다. 한낮의 태양과 같은 뜨거운 열기이며, 한여름과 같은 왕성함이다. 地의 이 왕성함이 노음(⚏)인 人이나 소양(⚎)인 天에게 덜어 줌으로써 삶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팔괘로 풀이하면 損의 형상은 澤(☱:兌)의 삼효가 음효로서 그 모습이 마치 아래에서 삼효를 떼어내어 위의 山(☶:艮)에 있는 사효, 오효의 음에 보태어 주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이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봉사하는 의미와 같은 것이다. 산택손의 반대인 풍뢰익(䷩)은 위의 것을 덜어서 아래에 보태 주는 의미로 사용된다. 첫째 단락은 기쁨과 풍요함이며, 둘째 단락은 막힘과 부족함이 있어 채워지는 느낌의 시쓰기 방법이다.
산택손의 변괘 중 호괘는 중첩된 음의 기운 속에 양의 기운이 살아나는 ䷗ 지뢰복(地雷復)이며, 도전괘는 꿈과 희망의 시인 ䷩ 풍뢰익(風雷益), 배합괘, 착종괘는 감상적이며 정서적인 교통을 이루는 ䷞ 택산함(澤山咸)이다.
[출처] 41. 산택손|작성자 김기덕
42. ䷩ 풍뢰익(風雷益)
풍뢰익은 바람(☴:巽) 아래 우레(☳:震)가 일어나는 모양으로 바람은 아래로 내려오고 우레는 위로 올라가 서로 부딪히며 만물이 크게 동요, 진작하여 유익함이 생기는 상이다. 益은 초목을 고무 진작시켜 가지가 무성히 성장하는 상인데, 震은 양목으로 뿌리부터 줄기를 뻗어나가는 것이요, 巽은 음목으로 가지에 꽃과 열매가 열리는 모양이다. 益은 위의 것을 덜어서 아래에 보태는 것을 상징한다. 또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위하여 성의와 노력을 다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태양이 땅 위의 모든 생명들이 원하는 열과 빛을 보내어 생성 발전시키듯이 고난에 처한 사람이나 아랫사람, 아니면 서민이나 죄인, 불우한 현실의 사람들을 위해 희망이나 빛이 될 수 있는 시를 풍뢰익의 시라고 할 수 있다.
효로 살펴보면 첫 문장은 양의 문장이지만 둘째, 셋째, 넷째 문장이 음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아래쪽이 부족함을 상징하지만, 다섯째, 여섯째 문장에서 양의 문장이 옴으로 넉넉함을 덜어주며 희망적인 결말을 가져오고 있다.
사상으로 풀이하면 地는 소음(⚍)으로 쇠퇴해 가고 있는 상황이며, 人은 노음(⚏)으로 지극히 어렵고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 여기에 天이 노양(⚌)으로 강하고 왕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 아래쪽에 힘을 더해 줌으로 유익함이 있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팔괘로 보면 위의 바람은 동남방을 의미하며 순조로움을 상징한다. 동남방에서 불어온 봄바람은 만물을 싹틔우며 이롭게 하는 것이다. 아래에 있는 우레는 움직임이고 변화여서 쉽게 받아들이고 유익해짐을 상징한다. 첫 단락은 震괘로 아랫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의미하며, 즐겁게 하고 감동받게 할 수 있는 표현이나 메시지라면, 둘째 단락의 風은 그들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부드러운 바람으로 결실을 이루게 하는 손길이며 유익과 행복을 줄 수 있는 표현이 되어야 한다.
풍뢰익의 변괘 중 호괘는 세속에 물들지 않는 시인 ䷖ 산지박(山地剝)이며, 도전괘는 아래를 덜어 위를 보태주는 헌시나 찬양시인 ䷨ 산택손(山澤損), 배합괘와 착종괘는 천지만물의 이치를 발견한 ䷟ 뇌풍항(雷風恒)의 시쓰기이다.
[출처] 42. 풍뢰익|작성자 김기덕
43. ䷪ 택천쾌(澤天夬)
택천쾌는 연못(☱:兌)의 기운이 증발하여 하늘(☰:乾) 위에 있는 모양으로 여섯 번째 효인 음이 아래 다섯 양에 의해 처단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夬는 아래로 하늘의 강건한 덕이 있고 위로는 연못의 기쁨이 있어서 마지막 남은 문제를 척결함으로써 완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는 시적으로 하나의 소재나 주제의식에 대한 양적인 일관된 묘사를 하다가 끝에서 뒤집어 버림으로 강렬한 마무리를 갖는 시쓰기이다.
효로 풀이하면 첫 문장에서 다섯 번째 문장까지는 한 시각의 일방적인 묘사나 철학적 접근이 마지막 문장에서 뒤집어지거나 새로운 결론, 또는 생경한 표현으로 마무리하는 방법이다.
사상으로 살펴보면 地와 人은 모두 노양(⚌)으로 강한 이미지의 표현, 또한 긍정적 접근이 이루어지지만 天에서 소음(⚍)이 옴으로 지속되던 긍정적 감정을 감추고 부정적이거나 아니면 낯설게 하기, 또는 전체를 아우르는 확실한 강조의 표현으로 마무리함을 의미한다.
팔괘로 보면 澤天夬(䷪)는 모든 양효 위에 한 개의 음효가 위치하고 있어 모든 선을 누르면서 악의 세력이 높은 지위에 군림하고 있는 상태이다. 夬는 ‘결단한다’, ‘결행한다’는 뜻인데, 악의 발효를 배려하기 위해 궐기하고 준비하는 상태와 같다. 이는 하괘인 天(☰)과 상괘인 못(☱)으로 나뉘어 두 개의 단락으로 구분되는 것 같지만, 실은 다섯 개의 양과 한 개의 음으로 나뉘어 형식적, 또는 실질적 두 단락으로 구분되는 형식의 시쓰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첫째 단락은 긍정적 진행의 묘사가 이루어지고 두 번째 단락에서 이를 뒤집는 간략한 문장, 또는 한 문장의 핵심을 찌르는 반어적 결론의 시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택천쾌의 변괘 중 호괘는 힘 있고 밝은 시인 ䷀ 중천건(重天乾)이며, 도전괘는 음적인 대상을 밝고 강한 남성적으로 표현한 ䷫ 천풍구(天風姤), 배합괘는 고고함의 경지인 ䷖ 산지박(山地剝), 착종괘는 욕심을 버리고 하늘의 도리를 따르는 ䷉ 천택리(天澤履)이다.
[출처] 43. 택천쾌|작성자 김기덕
44. ䷫ 천풍구(天風姤)
천풍구는 하늘(☰:乾) 아래 바람(☴:巽)이 부는 모양으로, 가장 아래에 처한 一陰이 다섯 양을 쫓고 있는 형태이고, 또한 음이 처음 상태로 음을 거느리는 后가 되는 상을 의미한다. 姤는 안으로는 유순한 가운데 밖으로 강건함이 있으니 위의 강건한 乾父의 명을 좇아 아래에 巽長女가 그 도를 따르는 괘로서 하늘로부터 바람이 불어와 만물에 두루 파고드는 상태이다. 절기로 보면 夏至인 한여름으로 음력 5월경이며, 하루는 가장 환한 정오 무렵이라고 할 수 있다.
시에서는 여성적인 음의 시작으로 어두운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효가 음인 여성적 시작을 의미하는데, 둘째 효부터 여섯째 효까지 양의 효로 이루어졌으므로 여성적인 음의 시작이지만 절망이나 고통, 분노와 같은 것이 아닌 밝고 희망적이며, 아름다운 시각의 모성적 따뜻한 시라고 할 수 있다. 즉 음의 대상을 양적으로 표현하는 시쓰기이다.
그렇다면 음의 문장과 양의 문장은 어떻게 만들고 구분할 수 있을까? 첫째는 음적인 사물들의 결합이며, 둘째는 음적인 상태나 감정, 분위기의 형성이다. 사람의 얼굴에서 보면 이마, 콧날, 치아, 광대뼈와 같은 것들은 양적인 요소이지만, 콧구멍, 귓구멍, 입과 같은 부분은 음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양적 ‧ 음적 요소와의 결합을 통한 양의 문장, 음의 문장이 있다. 또한 여기에 양적 ‧ 음적 감정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문장도 양의 문장, 음의 문장으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든다면 ‘이’는 양적 요소이지만 어떤 감정이나 상태와 결합하느냐에 따라 음이 될 수 도 있고 양이 될 수도 있다. “이가 반짝였다.”라는 문장은 양적 요소에 양적 상태가 결합되어 양의 문장을 만들어 주지만, “이가 부러졌다.”라는 표현은 양적 요소와 결합했지만 상태가 음적 요소이므로 음의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물에는 음과 양이 공존하기 때문에 양적인 요소라 해도 그 안에는 음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장의 음과 양의 구분은 사물적 요소보다는 상태나 감정적 요소에 의해 좌우됨을 알 수 있다.
사상에서 天, 人, 地는 세 개의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형식적 의미의 단락일 수도 있으나 天(성) - 人(성과 속의 공존) - 地(속)의 차원이나, 천(형이상) - 인(공존) - 지(형이하)의 구분과 같은 내용적인 단락이 될 수도 있다. 姤의 地는 소양(⚎)으로 밝음을 지향하고 있으며, 人과 天은 모두 태양(⚌)으로 한낮과 같은 밝은 정서를 나타내고 있다. 하늘에서 부는 바람은 음산하고 무서운 바람이 아니라 밝고 환하며, 초목을 생장시키는 유익한 바람이다.
그러므로 천풍구의 시는 밝고 아름다운 감정의 유익하고 정감 있는 접속이라고 할 수 있다.
팔괘로 보면 姤는 만난다는 뜻이다. 한 柔가 다섯의 剛을 만난 형태로 많은 남자들 사이에 한 여자가 있어서 조종하는 형상이다. 그러므로 여자의 주도하에 매사가 진행되며, 남성 못지않게 강한 여자의 입김에 세상이 휘둘리게 되는 상이다. 이는 시에서 여성적인 시각의 주도적 진행을 의미하며 남성적인 강하고 밝은 분위기의 연출이라고 할 수 있다.
천풍구의 변효를 살펴보면 호괘는 밝고 강한 ䷀ 중천건(重天乾)이며, 도전괘는 양의 진행을 뒤집어 의외의 음적 결말을 맺는 ䷪ 택천쾌(澤天夬), 배합괘는 본성을 회복하고, 근본을 회복하는 ䷗ 지뢰복(地雷復), 착종괘는 양 가운데에 음을 배치하여 부드러움을 더해주는 ䷈ 풍천소축(風天小畜)이다.
[출처] 44. 천풍구|작성자 김기덕
45. ䷬ 택지취(澤地萃)
택지취는 땅(☷:坤 ) 위에 물이 고여 연못(☱:兌)이 된 모양으로 사방의 물이 두루 합하여 모이는 것을 말한다. 萃의 뜻을 보면 병졸들이 모이듯 초목(艹)이 무성하게 우거져 어우러진 의미가 있고, 읽을 때에는 췌가 아닌 취로 발음한다.
萃는 안으로 지극히 유순하고 밖으로는 기쁨의 덕이 있어 물이 대지를 흐르며 합쳐져 마침내는 큰 바다를 이루어 출렁이는 모양을 나타낸다.
이는 시쓰기에서 대하를 이루는 듯한 흐름의 산문시를 의미하며, 형식이나 틀이 없이 이미지의 숲을 이루는 방법이다. 물은 물끼리 모여 흘러가듯 주제의 통일을 이루어야 하며, 정서의 동질적인 결합이 필요하다. 이야기의 서사적 구성도 택지취의 시라고 할 수 있다.
택지취의 효를 살펴보면 초효에서 삼효까지는 음의 문장으로 구성되고, 실질적인 리더인 사효와 오효가 양으로 구성되어 강력한 힘의 구심점을 이루어 나아가는 상이다. 그러므로 이 시의 핵심은 사효, 오효이며, 강한 주제의식으로 집중된 시이다.
사상으로 보면 地는 노음(⚏)으로 다양한 사물적 요소일 수도 있고, 흩어진 생각의 단편들일 수도 있다. 人(⚎)에서 모아져 표출되었다가 天(⚍)에서 강하게 마무리 짓지 않고 여운을 남기듯 끝맺음을 하였다. 천 ‧ 인 ‧ 지의 의미는 넓게 보면 세상만물을 상징한다. 하늘과 인간과 세상의 관계를 모두 아우른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물도 다 끌어올 수 있고 결합, 배치가 가능하다. 또한 작게 보면 사람의 얼굴과 같은 것이다. 눈썹 위로부터 이마는 天이요, 눈썹부터 코끝까지는 人이요, 인중부터 턱까지는 地로 구분하여 초년, 중년, 말년으로 관상을 보듯 그 응용의 세계는 무한하다.
팔괘로 풀이하면 취는 모이는 것의 상징이다. 아래에선 유순하고 위에서는 즐거워한다. 강건한 군주와 유순한 신하가 도리를 지키고 서로 호응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므로 천하의 모든 인재가 모이고 복된 것이 모여온다. 시에서도 다양한 사물과 다양한 사고들이 하나의 핵심 주제로 모여 장구한 흐름을 만드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긍정적 사고의 흐름을 이루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시이다. 모이는 데는 특별한 형식이 없다. 자석에 쇳가루가 모이듯 시인의 강한 정서의 힘에 이끌린 사물과 의식들의 일관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택지취의 변괘를 보면 호괘는 점차적으로 사고의 확장과 차원의 상승을 추구하는 ䷴ 풍산점(風山漸)이며, 도전괘는 땅 속에서 싹이 움트는 형상인 ䷭ 지풍승(地風升), 배합괘는 축적된 에너지의 강한 시심을 풀어내는 ䷙ 산천대축(山天大畜), 착종괘는 기뻐하며 순하게 나아가는 모양인 ䷒ 지택림(地澤臨)이다.
[출처] 45. 택지취|작성자 김기덕
46. ䷭ 지풍승(地風升)
지풍승은 땅(☷:坤) 속에 초목(☴:巽)이 뿌리를 박고 움터오는 모양을 이루고 있다. 升은 안으로 순하고 밖으로는 유순함이 있어 음도가 성숙해가는 과정이며, 음물이 점차 쌓여 오르는 상이다. 아래의 巽은 나무를 의미하는데, 바람이 안으로 파고들 듯 땅 속에 뿌리를 내리는 모양이다. 위의 곤은 초목을 생육시키는 땅이니 땅 속에서 싹이 움터서 나오는 형상이다.
시에서의 기법은 희망적 감정이나 현실의 꿈을 상징하는 씨앗을 내면에 싹틔우고 암담한 현실, 또는 절망적 상황의 대지를 뚫고 나오는 기상이 있는 배치의 시쓰기이다. 첫 문장은 음의 문장인데, 둘째, 셋째 문장은 양의 문장으로 땅 속에 묻혀 있는 씨앗과 같은 존재이다. 이 씨앗들이 땅(☷)에 숨겨져 아직은 밖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고 살짝 모습만 비추고 있는 형상이다. 핵심적인 의식이 모여 있는 문장으로 화분(음의 문장들) 속에서 살짝 고개 내밀기 시작한 새싹의 모습과 같다고 할 수 있다. 地(☷)는 화분의 흙과 같은 존재로 덮어주고 감추어주는 역할을 하며, 핵심 내용을 드러내기 위한 토대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의 화분은 크게 보면 전 지구적인 땅이며, 소우주적인 몸이며, 영원한 세계로 향한 우리의 정신적 토대를 의미한다. 地風升의 시적 분위기는 땅 속에 나무가 있어 싹이 트고 마침내는 큰 재목이 되는 상으로 구이, 구삼의 두 효가 바르고 깊은 뜻을 담고 있어 전체적인 시의 성장을 이루게 하는 형식이다.
사상의 시각으로 보면 地는 소양(⚎)으로 땅 위로 솟아오르는 강한 힘이고, 人의 소음(⚍)은 솟아오르고자하는 힘을 억누르고 있는 상이다. 天은 노음(⚏)으로 이러한 의식이나 상황을 덮고 있는 존재로 아직은 뚜렷이 드러나지 않게 하고 있다. 웅비하는 시의식의 감춰짐이나 내면의 배태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팔괘로 살펴보면 升은 땅을 의미하는 坤卦가 위에 있고 바람(나무)을 의미하는 巽卦가 놓여서 크게 발전하는 것을 상징한다. 부드러운 새싹이 때를 맞춰 성장하는 상태로 종순한 태도로 순리에 따르는 상이다. 아직은 어리고 약한 새싹이라서 사나운 비바람을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새싹은 무럭무럭 자라 머잖아 의젓한 나무가 될 것이다. 이러한 발전적인 감정을 담고 있는 시가 바로 지풍승의 시이다.
지풍승이 변화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모양을 살펴보면 호괘는 이질적인 것들의 결합을 추구하는 ䷵ 뇌택귀매(雷澤歸妹)이며, 도전괘는 대하를 이루듯 흐르는 산문시인 ䷬ 택지취(澤地萃), 배합괘는 강건한 도로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 천뢰무망(天雷无妄), 착종괘는 어두운 현실을 따뜻하게 녹여줄 수 있는 시쓰기의 ䷓ 풍지관(風地觀)이다.
[출처] 46. 지풍승|작성자 김기덕
47. ䷮ 택수곤(澤水坤)
택수곤은 위에 연못(☱:兌)이 있고 아래에 물(☵:坎)이 놓여 연못의 물이 마른 모양으로 곤궁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困卦는 剛爻가 柔爻에 의해 가려져 험난함을 나타내는데, 못에 물이 없어 곤궁한 상황으로 고난을 상징하고 있다.
시에서도 곤궁한 상황, 절망적 현실 묘사의 방법으로 희망적인 것을 과거나 미실현의 단계에 놓고 절망적인 요소를 현재나 현실 진행단계로 놓아 음적인 요소가 양적인 요소를 지배, 또는 덮어버림으로써 현실의 절망을 강조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채송화, 맨드라미 웃음 짓던 토담은 허물어지고, 꿈에 부풀던 항아리들은 깨어져”와 같은 구절에서 양의 요소들이 음의 요소에 의해 허물어지고 깨어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음효와 양효의 대조적인 상황에서 음이 양을 덮어버림으로 음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시쓰기이다.
효로 풀이하면 첫 문장은 음의 문장이고 둘째는 양의 문장, 셋째는 음의 문장, 넷째, 다섯째는 양의 문장, 여섯 번째는 음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양의 문장을 포위, 덮어버림으로 음적인 상황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사상으로 살펴보면 첫째 단락인 地는 소양(⚎)으로 음을 기반으로 해서 양이 뻗어 나오고 있는 상이다. 둘째 단락인 人 또한 소양(⚎)으로 음의 토양에서 양이 자라고 있는 모양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단락인 天에서 소음(⚍)이 되어 지금까지 기반이 되었던 양적인 요소들이 부정되고 음적인 요소로 변함으로써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감정이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감정으로 변화되게 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팔괘로 보면 곤괘는 연못 아래에 있는 물로 물이 마른 연못을 상징한다. 困은 곤란, 곤궁, 곤고한 상태이니 口(상자) 속에 木(나무)이 들어 있는 상이다. 나무는 두텁고 넓은 땅에 뿌리 내리고, 높고 시원스런 공간으로 줄기를 펴고 가지를 뻗으면서 막힘도 거리낌도 없이 자라는 것인데, 형틀에 갇힌 형상을 이루어 곤고한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시적 감정을 통해 물이 마른 연못의 곤고함 같은 마음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택수곤의 變卦들을 살펴보면 호괘는 마음의 수양과 깨달음이 있는 ䷤ 풍화가인(風火家人), 도전괘는 음양이 교차한 맑은 샘물 같은 시의 ䷯ 수풍정(水風井), 배합괘는 내면의 아름다움, 절제된 감정의 열매 맺음을 의미하는 ䷕ 산화비(山火賁), 착종괘는 절제된 시어, 함축적 운율의 시쓰기인 ䷻ 수택절(水澤節)이다.
[출처] 47. 택수곤|작성자 김기덕
48. ䷯ 수풍정(水風井)
수풍정은 나무(☴:巽) 위에 물(☵:坎)이 있는 모양으로 아래로 井자의 나무를 놓아 샘물이 위로 솟아오르는 우물의 형상이다. 井은 안으로 겸손하고 밖으로 과감히 행하는 덕이 있으며, 땅 속의 물을 끌어올려 두루 우물물의 혜택을 베푸는 괘이다. 땅을 깊이 파야 맑은 샘물이 나오듯 마음을 가라앉히고 맑게 하여 정신과 육신이 청정함으로 만사를 통하니, 시에서도 마음을 맑게 하여 깊은 샘을 파듯 심오한 정신의 깨달음을 표현하는 우물과 같은 시쓰기이다.
효로 살펴보면 첫째 문장은 음의 문장, 둘째, 셋째는 양의 문장, 넷째는 음의 문장이며, 다섯째는 양의 문장, 여섯째는 음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형식이다. 이 형식은 첫째 음의 문장, 둘째 양의 문장, 셋째 음의 문장인 ☵의 형태로 압축될 수도 있다. 시는 정서와 사상의 우물파기이다. 음과 양이 교차한 감정의 직조를 통해 맑은 샘물 같은 시를 쓰고자 하는 방식이 바로 수풍정의 시쓰기라고 할 수 있다.
사상으로 살펴보면 地는 소양(⚎), 人과 天은 소음(⚍)으로 음과 양이 하나씩 교차하고 있다. 이는 섞어 짜기와 같은 직조의 모양이다. 나무로 우물 정자의 침목을 만들 듯 음과 양의 문장이 교차를 이루어 샘물과 같은 진리를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생 ‧ 로 ‧ 병 ‧ 사 ‧ 애 ‧ 오 ‧ 욕, 이 모두가 기쁨과 슬픔으로 섞어 짠 삶이듯 세 개의 단락이 감정의 교차, 표현의 교차, 욕망의 교차를 이루며 심오한 인생의 철학이 있는 시를 쓰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팔괘로 살펴보면 井은 우물이다. 한 고을은 옮길지라도 우물은 옮길 수가 없다. 줄기차게 샘솟는 근원이 땅 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우물은 항상 맑은 물을 담고 줄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는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갈증을 해소하게 하고 생명을 키워 준다. 이러한 우물처럼 시는 누구나 읽고 깨달음을 얻으며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우물의 생명력처럼 시 속엔 영혼을 살리는 생명력이 있어야 한다. 수풍정의 시쓰기는 영혼의 우물파기이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두레박을 통해 맑은 물을 퍼 올리듯, 또한 나무(☴)들이 땅에 뿌리를 박고 줄기를 통해 물을 끌어올려 잎을 피우고 꽃을 피우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듯 결실하는 시이다.
수풍정의 특색은 진리의 샘물과 같은 깊은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음과 양의 섞어 짜기가 있어야 한다. 또한 꽃이나 열매와 같은 긍정적 향기나 삶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 줄 수 있는 후련함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수풍정의 변괘 중 호괘는 어긋남의 대칭적, 대조적 기법인 ䷥ 화택규(火澤睽)이며, 도전괘는 음의 요소가 양을 지배하는 절망적 상황의 ䷮ 택수곤(澤水困), 배합괘는 형이상과 형이하의 조화, 신 ‧ 구의 조화, 남녀의 조화와 같은 상반된 관계의 조화를 의미하는 ䷔ 화뢰서합(火雷噬嗑), 착종괘는 흩어놓기 기법인 ䷺ 풍수환(風水渙)이다.
[출처] 48. 수풍정|작성자 김기덕
49. ䷰ 택화혁(澤火革)
택화혁은 연못(☱:兌)이 위에 있고 불(☲:離)이 아래에 놓여 연못 속에 불이 들어있는 상이다. 위의 물은 아래로 흐르고 아래의 불은 위로 타올라 水 ‧ 火가 서로 대결하는 상태이다. 물은 불을 끄려하고 불은 물을 말리려 하는 가운데 상대를 고쳐 변하게 하니 革이다. 革은 안으로 밝고 밖으로 기쁨이 있으며, 여름(☲)을 지나 가을(☱)에 이른 괘로 곡식이 익어 결실하는 때를 의미한다.
시에서는 대결구도적인 배치를 통해 새로운 변화와 상승을 꾀하는 방법으로 더 넓은 사고의 확장과 이미지의 다양성 추구를 위한 것이다. 하늘을 선명하게 그리기 위해 어두운 땅을 배치한다든지, 아름다운 여인을 그리기 위해 야수를 배치하는 기법과 같은 것인데, 언어로 그림을 그리는 시의 전체적인 조화와 새로움을 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택화혁을 효로 접근해 보면 첫 문장은 강한 양의 문장으로 위로 올라가 革하려는 강한 이미지이나 뒤에 음의 문장이 옴으로 상비관계를 이룬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문장에서 양의 문장이 와서 革하려는 시적의식이나 이미지의 창출에 강한 힘을 보탠다. 마지막 여섯 번째 문장에서 배치되는 음의 국면을 전개시킴으로 강렬한 시심을 표출하고자 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의 革은 기존의 보편적인 이미지나 정서, 보편적 의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상으로 풀이하면 地와 天은 소음(⚍)으로 내적인 양이 밖으로 표출되지 않고 숨어 있는 象이다. 地와 天은 시적 대상이 되는 세상만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적 소용돌이가 밖으로 표출되지 않고 정체되어 있는 모양은 바로 보편적인 사물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地와 天에 비해 세 번째, 네 번째 효인 人은 강한 양이 두 개인 노양(⚌)이다. 여기에서의 노양은 강한 변화의 욕구이며 새로운 시각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시적 대상에 대한 보편적 인식에 새로운 변화의 강한 양적 의식을 부여하는 상이 택화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평범한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끌어와 혁명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방식이다. 모든 시쓰기가 혁명적인 인식의 변화를 추구하지만, 대조적인 기법을 통한 혁명적 배치라고 할 수 있다.
[출처] 49. 택화혁|작성자 김기덕
50. ䷱ 화풍정(火風鼎)
화풍정은 아래에 나무와 바람(☴:巽)이 놓여 위로 불(☲:離)을 피우는 모양이다. 괘체로 보면 巽下絶(첫째 효의 끊어진 음효)은 아래의 갈라진 솥발과 같고, 離虛中(다섯 번째 효의 음효)은 빈 솥의 형상이니 화풍정이다. 火風鼎은 안으로는 순순히 따르며 받아들이는 덕을 이루고 밖으로는 환히 밝히니, 스스로를 가다듬어 밖을 밝히며 솥 안에 음식물을 넣고 삶는 형상이다.
시에서는 음적인 소재를 선택하더라도 그 소재를 푹푹 삶고 고아서 맑고, 영양가 있게 우려내는 솥과 같은 시쓰기이다. 화풍정은 치열한 시의 불때기를 의미하며, 사골을 고듯이 깊은 뜻을 우려내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불로 귀하게 삶은 음식은 제일 먼저 신께 드렸듯이 그 안엔 기도와 같은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
효로 풀이하면 첫째 문장은 음의 문장으로 어려운 현실이나 부정적 요소라고 할 수 있으나 두 번째 문장에서부터 네 번째 문장까지 양의 문장을 놓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감사의 마음으로 재해석해 초월적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다섯 번째 문장에서 다시 한 번 음의 문장을 통해 현실을 재인식하지만, 여섯 번째 문장을 통해 음의 세계를 극복하고 양의 세계를 구축함으로 강렬한 희망적 메시지를 남기는 방법이다. 화풍정의 문장 하나하나에는 펄펄 끓는 절규와 간절함이 필요하다. 그 절규와 간절함이 관념적이어서는 안 되지만, 무의미의 이미지 나열 또한 피해야할 부분이다.
사상으로 살펴보면 天과 地가 모두 소양(⚎)으로 이루어져서 내면의 소극적인 의미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출하여, 人(노양:⚌)의 강렬함이 삶아지고 드러날 수 있도록 솥과 같은 배치를 이루어야 한다. 天과 地의 초점은 人에게 맞추어져 있다. 그 초점은 태풍의 눈과 같은 것이며 블랙홀과 같은 흡입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모양은 시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사물들이 시인의 긍정적 의식에 집중되어 있다.
팔괘로 풀이하면 鼎은 솥을 상징하는 모양으로 나무로 불을 때서 삶고 익힌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 단락인 巽(☴)은 바람과 나무를 상징한다. 불을 때기 위한 준비단계이며, 본격적인 주제의식을 삶기 위한 도입적 요소이고, 중심에 대한 진입과정이다. 두 번째 단락은 첫 번째 단락에서 진일보한 내용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본격적인 불때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불때기는 고기를 삶는 것이며, 쇠를 녹이는 것이며, 감정을 들볶는 것이다. 이렇듯 두 개의 단락이 계층을 이루어야 하고, 감정의 진일보가 있어야 한다. 즉 두 개의 단락이 수평적 관계가 아니라 수직적인 관계를 이루어야 한다. 불과 나무와 바람은 서로 호흡이 맞는 팀 멤버와 같아서 서로가 필요한 관계요 상보적인 존재들로 하나의 시적 감정을 나타내기 위한 팀워크가 필요한 협력체이다.
화풍정의 변괘를 살펴보면 호괘는 일관된 묘사를 하다가 끝에서 뒤집어버리는 ䷪ 택천쾌(澤天夬)이며, 도전괘는 대결구도적인 배치를 통해 새로운 변화와 상승을 꾀하는 방법인 ䷰ 택화혁(澤火革), 배합괘는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깝다는 의미처럼 험한 가운데 새로움이 움트는 ䷂ 수뢰둔(水雷屯), 착종괘는 자신을 돌아보는 시이며, 내면의 깨달음과 자성의 시인 ䷤ 풍화가인(風火家人)이다.
[출처] 50. 화풍정|작성자 김기덕
51. ䷲ 중뢰진(重雷震)
중뢰진은 아래 위가 모두 우레(☳:震)로 이어진 괘로 우레가 거듭 쳐서 만물을 크게 요동시키며 발전시키는 象으로 땅 속에 숨어 있던 초목의 싹이 밖으로 움터 나오는 모양이다. 진은 해 뜨는 동방을 의미하며 동방의 기운으로 만물이 움터 나옴을 의미하는 괘이다. 시에서는 새싹이 나듯 중첩된 우레의 모양(☳ ☳)은 양의 중심 이미지에 음의 부분적인 이미지들이 움터 나오듯 배치되는 방법이다. 또한 중심 사물이나 개체가 제시되고 그 아래 의성어나 의태어, 세부적인 표현이 전개되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개구리가 개굴개굴”에서 ‘개구리’는 시의 중심 이미지인 첫 효인 양이고, ‘개굴개굴’은 두 번째, 세 번째 효인 음과 같다. 하나 더 예를 든다면 “거인 나무가 쓰러져 잠들어 있다. 코를 골 때마다 귀를 닮은 잎들만 들썩거릴 뿐, 바람이 가지를 흔들어 깨워도 꿈쩍하지 않는다.”와 같은 표현이 있다면 중심사물인 ‘거인나무’는 첫 효인 양과 같으며, 중심사물인 거인을 세부적으로 묘사해 나가는 귀를 닮은 ‘잎’이나, 바람이 흔들어 깨우는 ‘가지’의 묘사는 六二, 六三 효인 음과 같은 것이다.
효로 분석해 보면 첫 효는 새싹이 움트는 나무의 몸체일 수도 있고 새싹이 나오는 땅일 수도 있다. 둘째, 셋째 음의 효는 새싹과 같은 것으로 몸체에서 파생되는 세부적 이미지나 중심 사상에서 파생된 보조적인 의미나 개념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레(☳:震)는 움직임이고 변화이고 잘게 쪼개짐이다. 중심 이미지나 중심 사상에 대한 변화, 새로운 뻗어감이나 분화라고 할 수 있다.
사상으로 살펴보면 地는 소음(⚍)으로 양의 기운이 땅 속으로 뻗어가는 뿌리의 모양을 이루고 있다. 人은 소양(⚎)으로 내면의 의식이 양의 기운을 따라 밖으로 표출되고 있는 象이다. 天은 물방울과 같은 개체들이 가득 흩어져 있는 모양을 이루고 있다. 이는 중심 이미지의 분화, 확산을 의미하며, 중심사물이나 개체에 대한 구체적 표현이나 지엽적인 접근을 의미한다고 말 할 수 있다.
팔괘로 보면 우레가 거듭거듭 겹쳐오는 것이 중뢰진의 괘상이다. 두 개의 단락이 반복적일 수도 있고, 별개의 묘사일 수도 있지만, 대지를 뚫고 나오는 새싹들처럼 주된 대지의 이미지에 종된 새싹들이 피어나는 관계를 이루어야 한다. 천둥은 고대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현대전쟁의 어마어마한 포탄소리를 듣지 못한 그들에게는 천둥이야말로 최고의 공포였을 것이다. 우레는 오늘날의 포탄과 같은 것이다. 수류탄이 터지듯 하나의 양의 효에서 분화되는 음의 파편들을 연상케 한다. 이는 하나의 상징적 사물에서 분화, 확산되는 상징성이기도 하다. 상징성으로 폭탄이 터지듯 확산하는 의미나 이미지를 표현하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중뢰진과 관련된 변괘를 살펴보면 호괘는 슬픔과 우울함에 침잠된 감정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 ䷦ 수산건(水山蹇)이며, 도전괘는 重雷震의 반대적인 글쓰기로 지엽적인 문장이나 표현을 앞에 두고 뒤에 전체적이고 결론적인 내용이나 핵심 표현을 놓는 방법인 ䷳ 중산간(重山艮), 배합괘는 여성적 어조의 글쓰기인 ䷸ 중풍손(重風巽), 착종괘는 ䷲ 중뢰진(重雷震)이다.
[출처] 51. 중뢰진|작성자 김기덕
52. ䷳ 중산간(重山艮)
중산간은 아래 위가 모두 山(☶:艮)인 괘로 산이 거듭 중첩된 상이다. 艮은 안팎으로 거듭 그치는 덕이 있어 첩첩산중과 같이 어려운 모양을 이른다. 그러나 제 위치에서 본분을 지키고 때를 알아 처사하면 허물이 없다. 艮은 동북 방향에 속하니 아침 해가 솟는 뿌리에 해당하므로 만물의 종시가 艮方에서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시에서 重山艮은 重雷震의 반대적인 글쓰기로 지엽적인 문장이나 표현을 앞에 두고 뒤에 전체적이고 결론적인 내용이나 핵심 표현을 놓는 방법이다. 논술과 같은 비문학에서는 결론이 뒤에 있는 미괄식 글쓰기와 같고, 시에서는 핵심표현이나 주제의식이 담긴 문장, 또는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 표현을 뒤에 쓰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효로 살펴보면 첫 문장과 둘째 문장은 음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셋째 문장은 양의 문장으로 형성되어 뒤쪽으로 갈수록 의미나 표현이 강하고 확장적이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음의 문장과 여섯 번째 양의 문장으로 반복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논증적인 관계로 본다면 귀납법적인 형식의 전개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사상으로 살펴보면 地는 노음(⚏)으로 음적인 요소로만 이루어져 있다. 이 음적인 요소는 감정이나 사물의 관계뿐만 아니라 궤의 모양으로 볼 때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여러 예시와 같으며 뒷받침 문장과 같다. 人의 소음(⚍)은 강한 핵심이 드러나지 않고 감추어졌다가 天의 소양(⚎)에 와서 내적인 것들이 밖으로 드러나며 강한 핵심을 표현해 주고 있다.
팔괘로 본다면 산이 겹쳐져서 서로 교통하지 못하고 그치는 상을 이루고 있다. 두 개의 단락을 같은 의미의 다른 표현으로 나타낼 수도 있으며, 작은 봉우리와 같은 중간 점검 후 더 큰 봉우리 같은 최종 결론적인 형식을 취할 수도 있다. 그침이라는 것은 결론이며, 핵심이며, 최종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그침이 여러 겹을 이룰 수도 있고, 여러 계단처럼 계층을 이룰 수도 있다. 중산간의 변괘 중 내부적 정황이나 성격, 심리, 사건의 내막을 말해주는 내부적 시각의 호괘는 ䷧ 뇌수해(雷水解)이며, 본괘의 단락에 대해 정반대적인 내용이나 묘사를 의미하는 도전괘는 ䷲ 중뢰진(重雷震), 아이러니나 역설적인 표현을 의미하는 배합괘는 ䷹ 중택태(重澤兌), 잘라서 새로운 조합을 통해 바라보는 착종괘적 표현은 ䷳ 중산간(重山艮)이다.
[출처] 52. 중산간|작성자 김기덕
53. ䷴ 풍산점(風山漸)
풍산점은 바람(☴:巽)이 위에 있고 산(☶:艮)이 아래에 놓여 산 위에 나무가 점점 자라는 象이다. 漸은 산 위에 바람이 불어 초목과 금수가 미동하며 점진하는 괘상이며, 人事로는 여자가 집안(☶:친정)에서 부덕을 쌓은 후 혼기(☴)가 이르러 시집가는 모습이다. 또한 입춘 절기로부터 입하 절기로 나아가는 봄의 과정이니 만물이 땅 속으로부터 나와 점차 자라는 때를 이른다.
漸은 시에서 정신에 뿌리박은 하나의 시상이 점점 자라는 과정을 거쳐 의식이 확장되거나, 사고가 깊어지거나, 이미지의 농도가 짙어지거나, 형이상적 차원이 상승하여 점점 표현의 무게와 밀도, 깊이, 높이가 커지는 방향적 진행의 묘사를 의미한다.
효로 풀이하면 첫째, 둘째 문장은 음의 문장으로 이루어지고, 셋째 문장은 양의 문장이 와서 하나의 계단을 이루고, 다시 음의 문장이 와서 수평을 유지했다가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양의 문장이 와서 비약적 상승을 꾀하고 있다.
사상으로 풀이하면 더욱 정확한 발전형태를 볼 수 있는데, 地의 노음(⚏)에서 人의 소음(⚍), 天의 태양(⚌)으로 그 기운이 상승하면서 점차적으로 강해지고 있다. 단계별로 상승하는 점층적인 표현과 같은 것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점차 소멸해가는 점강적인 기법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든다면 ‘방황’을 “나무들의 가지가 흔들린다./ 사람들이 어깨가 떨린다./ 하늘의 구름이 소용돌이친다.”라고 표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표현은 단계별로 차원과 강도가 달라지고 있다. 이렇듯 漸은 점점 더 발전하고 강해지는 시적 표현의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팔괘로 살펴보면 풍산점(䷴)은 산 위에 심겨진 나무와 같다. 산에 심겨진 나무는 눈, 비, 바람을 맞으며 서서히 자라게 된다. 급하게 자란 나무는 태풍에 쓰러질 수밖에 없다. 급격한 비약, 과장적인 건너뛰기를 지양하고 한 단계, 한 단계 철학적 시상을 키우거나 표현의 밀도감을 더해 가는 언어의 드로잉이다.
풍산점의 변괘를 살펴보면 호괘는 정석적이지 못하고 비상식적이며, 비정서적, 부조화의 관계적 배치를 의미하는 ䷿ 화수미제(火水未濟)이고, 도전괘, 배합괘는 이질적인 문장이나 이질적인 단락 간의 연결 관계를 만들어 주는 형식의 ䷵ 뇌택귀매(雷澤歸妹), 착종괘는 산과 같은 덕으로 백성들을 교화하는 형상인 ䷑ 산풍고(山風蠱)이다.
[출처] 53. 풍산점|작성자 김기덕
54. ䷵ 뇌택귀매(雷澤歸妹)
뇌택귀매는 위에 우레(☳:震)가 있고 아래에 연못(☱:兌)이 놓인 상으로 兌의 少女가 위 震의 장남을 좇아 시집오는 궤이다. 귀매는 안으로 기뻐하며 밖으로 움직임이 있는 모양으로 어린 소녀가 위의 장남을 좇아 시집오는 형상으로 서방에 속한 兌가 동방에 속한 震에게 시집오는 과정이다. 시간상으로는 저녁을 지나 아침에 이르는 과정을 의미한다. 결혼은 이질적인 가정의 풍속이나 가문 간의 문화적, 혈연적인 연결 관계를 맺어주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시에서는 이질적인 문장이나 이질적인 단락 간의 연결 관계를 만들어 주는 형식의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효의 관계를 통해 살펴보면 첫째와 둘째 문장은 양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다섯째와 여섯째 문장은 음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이질적인 관계에서 셋째와 넷째 문장이 서로 자석처럼 끌어당김으로 이질적인 전체의 관계를 연결시켜 주고 있다. 세 번째 효와 네 번째 효는 이질적인 관계를 묶어 주는 끈이나, 붙여 주는 접착제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성분이나 다른 차원의 사물을 이어 주기 위해서는 접촉점을 찾아야 한다. 암수의 코드와 같은 연결점을 통해 이질적인 요소들이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나 이미지를 창출하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상으로 살펴보면 地는 노양(⚌)이고 天은 노음(⚏)이라서 상대적으로 대립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나 人이 소양(⚎) 이어서 地의 노양은 인의 음이 끌어당기고, 天의 노음은 人의 양이 끌어당김으로 서로를 완충시키고 새로운 의식과 이미지를 창출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유사관계 간의 접속이 아닌 상이한 관계 간의 접속이며 반대적, 대립적인 관계 간의 연결, 그리고 아주 먼 유사성의 사물이나 사건들 간의 연결을 꾀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이한 것들 간의 연결을 꾀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미세한 연결고리를 찾아야 하며, 연결의 끈을 찾아야 한다.
팔괘로 본다면 아래의 연못과 위의 우레는 서로의 유사관계를 찾아볼 수 없지만 연못의 셋째 효인 소녀와 우레의 첫째 효인 장남이 만나 관계를 이루고 결혼을 하는 상이다. 하나의 단락과 또 하나의 단락이 크게 유사한 내용이 없지만 그 단락 속의 한두 줄의 문장을 통해 서로 연결하고 이어질 수 있도록 접속, 긴밀한 관계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뇌택귀매의 관계는 병치의 관계와는 다르다. 병치는 유사한 사물이나 상황의 단어나 문장을 병치시킴으로 건너뛰기를 하는 방법이지만, 뇌택귀매의 방법은 이질적이고 비전도적인 관계의 사물이나 상황을 풀칠하여 붙이듯 접속시키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풀 역할을 하는 것은 주제나 제목, 또는 이미지들이라고 할 수 있다. 뇌택귀매의 변괘 중 호괘는 정석적이지 못하고 비상식적이며, 비정서적, 부조화의 관계적 배치를 의미하는 ䷾ 수화미제(水火未濟)이며, 도전괘, 배합괘는 의식이 확장되거나, 사고가 깊어지거나, 이미지의 농도가 짙어지거나, 형이상적 차원이 상승하여 점점 표현의 무게와 밀도, 깊이, 높이가 커지는 방향적 진행의 묘사를 의미하는 ䷴ 풍산점(風山漸), 착종괘는 차분하고 잔잔하지만 희망이 넘치는 ䷐ 택뢰수(澤雷隨)이다.
[출처] 54. 뇌택귀매|작성자 김기덕
55. ䷶ 뇌화풍(雷火豊)
뇌화풍은 아래에 火(☲:離)가 있고 위에 雷(☳:震)가 있어 번개가 친 후 우레가 울리는 상으로 밝음으로써 움직여 나아가 행하는 까닭에 風大하여진다. 괘상으로는 번개(☲)가 친 후 뇌성(☳)이 상응하는 상으로 同聲相應의 이치를 이른다. 이는 마치 수탉이 홰를 치면 모든 닭들이 따라서 함께 우는 이치니 서로 응하여 합하다 보면 풍성해지는 법이다.
시에서 뇌화풍은 하나의 주제나 제목을 향한 다양한 시각의 묘사적 접근을 통해 풍성한 의식이나 이미지를 창출하는 데 있다. 다양하지만 통일성이 있어야 하고, 통일성이 있지만 하늘과 땅, 인간 사이의 여러 이야기나 묘사들이 접목되어 풍요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효로 살펴보면 첫째와, 셋째, 넷째는 양의 문장으로 이루어지고, 둘째와 다섯째, 여섯째 문장은 음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서로 상응하는 관계를 만들고 있다. 첫째의 양과 둘째의 음이 상응하고, 셋째, 넷째의 양이 다섯째, 여섯째의 음과 상응관계를 이루어 다양한 관계를 만들고 있다.
사상으로 풀이하면 하늘과 사람, 땅이 모두 제각각으로 다양하지만 하나의 통일성을 이루어 풍요함을 나타내 주어야 한다. 地는 소음(⚍), 人은 노양(⚌), 天은 노음(⚏)으로 천 ‧ 인 ‧ 지가 제각각의 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다양함이 하나로 묶여 풍요함을 나타낼 수 있는 글쓰기이다. 자칫 여러 종류의 나열만 나타낼 수도 있지만 부챗살처럼 여러 조각이 하나의 주제나 큰 틀의 이미지로 모아져 다양성을 갖게 해야 한다.
팔괘로 보면 아래에 번개가 먼저 있은 후 위에 우레가 놓여 나중에 천둥이 뒤쫓는 형상을 이루고 있다. 하늘에 번개만 친다면 그 무서움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번개 후에 우렁찬 천둥이 울릴 때 그 무서움은 배가되듯이, 번개 같은 하나의 단락에서 상응하는 천둥 같은 두 번째의 단락을 통해 풍대함을 갖게 해 주는 방식이다. 그 풍대함의 표현이 빛과 소리로 나타나고 있다. 빛만 밝은들 이 둘의 조합보다는 그 풍대함은 적을 것이다. 뇌화풍의 글은 바로 이런 상승효과를 노린 다양함의 조합이며 효율적인 표현의 협공이라고 할 수 있다.
뇌화풍과 관련된 변괘를 살펴보면 호괘는 시에서는 처음의 의도가 끝에서 새롭게 변화됨으로써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조금은 엉뚱하고 의외성이 있는 ䷛ 택풍대과(澤風大過)이며, 도전괘는 일정한 원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리저리 떠돌 듯 연결되는 건너뛰기가 있는 하이퍼적인 글쓰기의 ䷦ 화산여(火山旅), 배합괘는 주제의 통일이나 의미의 연결, 이미지의 조합에 신경 쓰지 않고 따로따로 흩어놓는 기법인 ䷺ 풍수환(風水渙), 착종괘는 형이상과 형이하의 조화이며, 정신과 물질의 조화, 음과 양의 조화가 있는 시쓰기인 ䷔ 화뢰서합(火雷噬嗑)이다.
[출처] 55. 뇌화풍|작성자 김기덕
56. ䷷ 화산여(火山旅)
화산여는 山(☶:艮)이 아래에 놓이고 火(☲:離)가 위에 위치하여 산 위에 불이 붙은 象으로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와 같이 산등성이의 불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모양을 이루고 있다. 旅는 안으로 그치는 절제가 있으며 밖으로는 밝은 덕이 있으니, 해와 달이 일정하게 주야왕래하며 사시를 운행하는 현상이다. 시에서 旅는 일정한 원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리저리 떠돌 듯 연결되는 건너뛰기가 있는 하이퍼적인 글쓰기이다. 태양의 뜨고 짐은 일정하지만 굿은 날도 있고 맑은 날도 있고 바람 부는 날도 있듯이 일정한 원칙이 있지만 그 원칙 속에서의 많은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시쓰기이다. 산 위에 부는 바람에 따라 산에서 산으로 건너뛰듯이 정서적, 상징적 표현의 이동을 꾀할 수 있다. 만물의 도나 인생의 삶 역시 정처 없는 나그네의 길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떠날 수 없는 불역의 방도가 있듯 변화무쌍하지만 하나의 원칙을 가지고 있는 형식이다.
효로 살펴보면 첫째, 둘째 문장은 음의 문장이고 셋째와 넷째는 양의 문장, 다섯째는 음의 문장, 여섯째는 양의 문장으로 음, 음, 양, 양, 음, 양으로 원칙이 있지만 음양의 변화를 이루고 있는 형태이다.
사상으로 살펴보면 地의 노음(⚏)과 人의 노양(⚌)이 큰 변화를 이루는데, 여기에 天의 소양(⚎)이 둘에 상응한 원칙을 가지고 중심을 잡고 있는 象이다. 人은 인간적이며 정서적이지만 地는 사물적인 것을 의미한다. 사물에 따른 인간적인 정서의 큰 변화를 天의 원리, 즉 형이상적인 원리가 지주가 되어 人과 地를 포괄하고 있는 모양이다. 天의 형이상적인 원칙 아래 인간의 정서나 육체, 삶은 地의 사물적인 것과의 많은 거리, 상이성 등을 좁혀 人에서 地로, 地에서 人으로의 변화와 건너 뜀, 오고감의 관계를 이루어 쓰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팔괘로 풀이하면 旅는 산(☶:艮) 위의 밝은 불(☲:離)을 의미한다. 불도 밝게 널리 비추는 것인데 산 위에만 있지 않고 확산되고 옮기는 것이기 때문이 旅다. 첫째 단락은 그침이 있는 산이다. 그침은 원칙이며, 대전제이며, 결론적인 마침이다. 둘째 단락은 확산적인 불이다. 이 불은 사방으로 퍼져가는 욕망이고, 열정이고, 진리이다. 불의 변화된 몸짓은 이리저리 옮겨 붙는 상징적 접속이고 배치이다. 하나의 원칙을 세운 보리 줄기에서 많은 뿌리들의 표현과 이미지가 뻗어나가듯이 旅의 글쓰기는 옮겨 붙는 불의 배치적 시쓰기라고 할 수 있다. 화산여의 변괘를 살펴보면 호괘는 처음의 의도가 끝에서 새롭게 변화됨으로써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조금은 엉뚱하고 의외성이 있는 ䷛ 택풍대과(澤風大過)이며, 도전괘는 하나의 주제나 제목을 향한 다양한 시각의 묘사적 접근을 통해 풍성한 의식이나 이미지를 창출하는 ䷶ 뇌화풍(雷火豊), 배합괘는 연못에 담겨진 물처럼 물은 담기는 그릇에 따라 모양을 갖추고 절제를 하듯 시쓰기에서도 절제된 언어의 선택, 정해진 운율, 함축적 표현이 있는 형식을 의미하는 ䷻ 수택절(水澤節), 착종괘는 내면의 아름다움, 절제된 감정의 열매 맺음을 통해 함축적인 표현을 이루고자하는 ䷕ 산화비(山火賁)이다.
[출처] 56. 화산여|작성자 김기덕
57. ䷸ 중풍손(重風巽)
중풍손은 상하로 거듭 바람(☴:巽)이 부는 象으로 바람이 서로를 따라 합하듯 공손한 덕으로 한 몸을 이루는 모양이다. 巽은 안팎으로 순하고 부드러운 겸손의 마음이 바람과 같이 안으로 파고드는 형상으로 시에서는 여성적 어조의 글쓰기이다. 바람(☴)은 장녀를 뜻하는데, 장녀가 겹쳐짐으로 강조된 여성성을 상징하고 있다.
효로 풀이하면 첫 문장은 음의 문장이고 둘째, 셋째 문장은 양의 문장으로 이루어졌으며 넷째 문장은 음의 문장, 다섯째, 여섯째 문장은 양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음의 문장은 두 양의 문장을 리드하는 여성적 감성이며, 시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지침이 되고 있다. 두 양의 문장 또한 음의 문장을 따르며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극히 부드럽고 순화된 언어의 문장을 이루어야 한다.
사상으로 살펴보면 地는 소양(⚎)으로 사물의 밝은 부분을 선택하여 人을 소음(⚍)의 마음으로 여성화함으로써 하늘의 밝은 뜻을 드러내는 형상을 갖게 하고 있다. 天은 양의 강한 추상성, 또는 형이상의 차원을 이루고 人과 地는 서로 받아들임으로 순화되고 하나 되어 己+己+共의 뜻을 이룬다.
팔괘로 풀이하면 바람(☴)이 겹쳐있다. 巽은 장녀를 의미하며, 나무나 풀을 상징하고 들어감을 뜻한다. 장녀는 여성성을 의미하며, 나무나 풀은 바람에 흔들리는 여심과 같으며, 들어감은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며, 외적인 사회성보다는 집안에서 이루어지는 규방적인 정서를 의미한다. 첫째 단락과 둘째 단락이 똑같은 여성적 정서를 통해 이루어지며 서로의 관계가 하나의 시적 대상에 대한 유사적 접근을 형성하고 있다.
중풍손에 대한 변괘를 살펴보면 호괘는 활을 쏠 때 활줄은 뒤로 당기고 활대는 앞으로 밀면서 생기는 힘이 화살을 격발하게 하니 비록 처음은 어긋나나 그 어긋남에 의해 힘을 얻는 것을 의미하는 ䷥ 화택규(火澤睽)이며, 도전괘는 기쁨이 충만한 시를 의미하기도 하고, ☱☱가 물결이 치는 큰 바다 같은 상을 이루고 있어 음률이 있는 시도 여기에 속하며, 물 흐르듯 청산유수격의 시도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 중택태(重澤兌), 배합괘는 새싹이 나듯 ☳☳가 양의 중심 이미지에 음의 부분적인 이미지들이 움터 나오듯 배치되는 ䷲ 중뢰진(重雷震), 착종괘는 ䷸ 중풍손(重風巽)이다.
[출처] 57. 중풍손|작성자 김기덕
58. ䷹ 중택태(重澤兌)
중택태는 위와 아래가 거듭 연못(☱:兌)을 이루어 큰 연못을 이룬 괘로서, 물이 고여 일렁이듯 밖으로 기쁨을 표출하는 象이다. 兌는 방위상으로 서방이고 계절상으로는 결실기인 가을철을 의미하니 풍요와 기쁨이 가득한 것을 상징한다. 상하로 기쁨이 가득하니 안팎으로 기쁨을 함께 누리는 모양으로 아직 시집가지 않은 어린 소녀를 의미하여 동심의 세계에서 즐거이 노니는 때를 상징한다. 또한 ☱는 구멍이 열린 象으로 口舌, 무당 등을 뜻하기도 한다.
시에서는 기쁨이 충만한 시를 의미하기도 하고, ☱☱가 물결이 치는 큰 바다 같은 상을 이루고 있어 음률이 있는 시도 여기에 속하며, 물 흐르듯 청산유수격의 시도 바로 중택태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효로 풀이하면 첫째와 둘째의 양(⚌)은 충만한 물의 형상이며, 셋 번째 효인 음(⚋)은 물결이 출렁이는 파도의 형상을 이루고 있다. 이 음은 음의 문장으로 해석되기보다는 춤추는 파도와 같은 문장으로 풀이되어야 할 것이다. 흥을 돋우는 추임새나 후렴구, 또는 문장과 같은 것으로 덩실덩실 춤추는 동작의 글쓰기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사상으로 살펴보면 地는 노양(⚌)으로 이루어졌고, 人은 소양(⚎), 天은 소음(⚍)으로 구성되어 물속에 가라앉은 물체의 모양을 이루고 있다. 가장 강한 것은 맨 아래에 놓이고 그 다음 강한 것이 그 위에 오르고, 더 가벼운 것이 맨 위로 올라와 물속에 가라앉은 물체의 비중을 보는 것 같다. 마음의 연못 속에도 앙금은 가라앉고 기쁨은 밖으로 표출되듯, 삶의 앙금은 가라앉히고 기쁜 감정, 즐거운 시상을 밖으로 표현하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팔괘로 살펴보면 첫째 단락도 기쁨이며, 둘째 단락도 기쁨이 가득한 글쓰기이다. 그렇다고 기쁨의 감정이라고 해서 배치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설명적 언어의 나열을 이룬 기쁨과 환희의 들뜬 마음을 쓰는 것이 아닌 장구하면서도 도도히 흐르는 강물과 같은 내적 희열의 몸짓을 표현해야 할 것이다.
중택태의 변효를 살펴보면 호괘는 자신을 돌아보는 시이며, 내면의 깨달음과 자성의 시인 ䷤ 풍화가인(風火家人)이며, 도전괘는 여성적 어조의 글쓰기인 ䷸ 중풍손(重風巽), 배합괘는 지엽적인 문장이나 표현을 앞에 두고 뒤에 전체적이고 결론적인 내용이나 핵심 표현을 놓는 방법인 ䷳ 중산간(重山艮), 착종괘는 ䷹ 중택태(重澤兌)이다.
[출처] 58. 중택태|작성자 김기덕
59. ䷺ 풍수환(風水渙)
풍수환은 위에 바람(☴:巽)이 오고 아래에 물(☵:坎)이 놓여 물 위에 바람이 부는 상으로 잔잔한 수면에 파문이 흩어지는 괘이다. 손순한 덕으로 안의 중심을 지키면서 밖으로 그릇된 것을 흩어내는 이치가 있고, 배를 띄움에 있어 조류와 바람의 이치를 이용하는 의미도 있으나 詩에서는 각각을 주제의 통일이나 의미의 연결, 이미지의 조합에 신경 쓰지 않고 따로따로 흩어놓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효로 살펴보면 첫 문장은 음의 문장, 둘째는 양의 문장, 셋째, 넷째는 음의 문장, 다섯째, 여섯째는 양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셋째, 넷째에서 음이 겹치고, 다섯째, 여섯째에서 양이 겹치고 있으나 배치만 음적이고 양적인 요소의 중복일 뿐 반드시 내용상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용에 상관없이 이미지를 배치하여 이미지의 확산, 사고의 확장, 통일된 주제의식 등을 흩어놓고 분산시키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상으로 접근해 보면 地는 소양(⚎)이고, 人은 노음(⚏), 天은 노양(⚌)으로 천 ․ 인 ․ 지가 각각 다른 모양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天과 人과 地가 각각 다른 이미지, 다른 사고, 다른 표현의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 반드시 주제를 일치시킬 필요가 없지만, 제목에 따라 확장의 폭을 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세 개의 단락으로 형성된 표현이 각각 다를 뿐만 아니라 이질적인 내용을 갖게 됨으로 아주 낯설고 어리둥절한 표현을 만드는 방법이다.
팔괘로 살펴보면 물 위에 부는 바람의 상으로 바람이 물결을 흩어놓는 상태를 의미한다. 하나로 모아지고 뭉쳐지게 하는 주제의식이나 통일된 이미지에 대한 의도적인 분해, 흩어놓음, 산만하게 하기와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 연관관계가 없는 것들을 배치시킨다면 시로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질 수가 있다. 하지만 이는 분열된 현대인의 의식구조에 대한 반영이며, 자칫 광인의 중얼거림이나 몸짓 같은 것을 의미하여 비정상의 정상화를 꾀하는 시쓰기라고 할 수 있다.
풍수환의 변괘 중 호괘는 ䷚ 산뢰이(山雷頤)인데, 頤는 기르는 것을 의미한다. 재물이나 덕을 두루 베풀어 흩어야 하니 이것이 기르는 道라고 할 수 있다. 도전괘는 ䷻ 수택절(水澤節)이다 渙은 흩어지는 것이니 흩어지다 보면 어딘가에 걸려 멈추기 때문에 節이 되는 것이다. 배합괘는 渙의 반대인 ䷶ 뇌화풍(雷火豊)이고, 착종괘는 ䷯ 수풍정(水風井)으로, 渙은 흩어지는 것이지만 井은 두레박으로 샘물을 끌어올리는 象이라서 시의 다양한 변화를 꾀할 수 있다.
[출처] 59. 풍수환|작성자 김기덕
60. ䷻ 수택절(水澤節)
수택절은 물(☵:坎)이 위에 있고 연못(☱:兌)이 아래에 놓인 象으로 차면 넘쳐흐르게 하고 비면 고여 모이게 하는 것과 같다. 또한 연못에 담겨진 물처럼 물은 담기는 그릇에 따라 모양을 갖추고 절제를 하듯 시쓰기에서도 절제된 언어의 선택, 정해진 운율, 함축적 표현이 있는 형식을 의미한다. 節은 서방을 거쳐 북방에 이르는 괘상으로 저녁을 지나 밤이 오고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는 때라서 일을 마치는 마디를 의미한다. 신체의 관절, 초목의 마디, 24절기 등이 모두 節의 이치이며, 절도, 절제 등을 뜻한다.
효로 살펴보면 첫째, 둘째 문장은 양의 문장으로 이루어지고, 셋째, 넷째 문장은 음의 문장으로, 다섯째는 양의 문장, 여섯째는 음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양, 양, 음, 음, 양, 음으로 통일된 절제를 가지고 있다. 내호괘 震(☳)은 대나무가 뻗는 象이요, 외호괘 艮(☶)은 마디를 맺는 象이다. 시의 전체적 형식에 절도가 있고 대나무의 마디와 같은 함축적 끊음이 있어야 한다.
사상으로 살펴보면 地는 노양(⚌)이고 人은 노음(⚏) 며, 天은 소음(⚍)인데, 天 ․ 人 ․ 地가 각각 다른 모습을 이루어 확연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대나무가 마디를 이루어 뻗어가듯 한 단락마다 함축적 절도를 이루고 있어서 압축된 표현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팔괘로 보면 연못에 가두어진 물을 의미하는데, 흐르는 성질의 물을 가두어 하나의 형태를 만들듯 유려한 언어의 흐름을 막고 꼭 필요한 형태의 이미지를 절도 있게 그리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연못의 형태는 여러 가지이다. 네모질 수도 있고, 동그랄 수도 있고, 길쭉한 타원형일 수도 있다. 이러한 연못의 모양이 시인이 그리고자 하는 이미지이다. 연못의 물은 언어다. 언어를 통해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연못을 그리는 방법이다. 언어의 절제와 함축적 표현이 필요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수택절의 변괘를 살펴보면 호괘는 ䷚ 산뢰이(山雷頤)인데, 시작하고 마치는 주기를 뜻하니 이로 말미암아 節의 度數가 있게 된다. 도전괘는 분열된 현대인의 의식구조에 대한 반영이며, 자칫 광인의 중얼거림이나 몸짓 같은 것을 의미하여 비정상의 정상화를 꾀하는 시쓰기라고 할 수도 있는 ䷺ 풍수환(風水渙)이며, 배합괘는 건너뛰기가 있는 하이퍼적인 글쓰기인 ䷷ 화산여(火山旅), 착종괘는 ䷮ 택수곤(澤水困)으로 못 속의 물이 아래로 스미어 땅이 마르니 곤궁한 象이다.
[출처] 60. 수택절|작성자 김기덕
61. ䷼ 풍택중부(風澤中孚)
풍택중부는 위에 바람(☴:巽)이 놓이고 아래에 연못(☱:兌)이 있는 象으로서 안으로 기뻐하고 밖으로 부드럽게 행하니 중심이 미더운 모습이다. 孚는 마치 어미닭이 알 속에 들어있는 어린 새끼(子)를 부화시키기 위해 발톱(爪)으로 이리저리 굴리며 품고 있는 뜻이 들어 있는데, 中孚의 象은 강한 양에 의해 유약한 음이 안으로 길러지는 모양으로 부모의 품에서 어린 생명이 자라나는 현상을 상징한다.
시에서 풍택중부는 자연이나 주변 사물, 또는 상황에 의해 시인 자신이나 인간의 유약한 마음에 대한 에너지 공급과 같은 시쓰기이다. 그런 만큼 자연이나 주변 사물은 강하게 그려지고 시인 자신이나 인간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로 표현된다.
효로 살펴보면 첫 문장과 둘째 문장, 다섯째와 여섯째 문장은 양의 문장으로 구성되고 중간에 있는 셋째, 넷째 문장만 음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외부적인 자연이나 사물은 강하고 크지만 시인이나 다른 인간의 존재는 나약하고 작은 존재로 표현되어 자연이나 외부적 사물에 의해 힘을 얻고, 꿈과 희망이 키워지는 형태의 시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사상으로 접근하면 地는 노양(⚌)이고 天도 노양(⚌)인데, 人만 노음(⚏)으로 人은 절망과 어둠에 처한 상황이지만 주변의 地와 天은 광명한 태양과 같아서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또한 풍택중부는 가운데가 빈 배와 같은데, 가운데가 비었기 때문에 바다를 건너고 강을 건널 수 있다. 이는 마음을 비운 사람과 같아서 세상의 바다를 건너는 데, 어려움이 없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마음을 비운 시쓰기도 중부에 속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팔괘로 보면 연못 위에 부는 바람이다. 기쁨이 가득한 연못 위에 부는 부드러운 바람은 기쁨을 배가시키며 삶에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에 충분하다. 주변 환경이나 사물에 의해 힘을 얻는 배치가 중부이며, 힘과 위로를 얻는 시쓰기이다.
풍택중부의 변괘를 보면 호괘는 ䷚ 산뢰이(山雷頤)인데, 기르는 양육의 공이 있는 상이다. 頤는 上下의 두 양이 안의 음들을 기르는 것이요, 중부는 안의 두 음이 허한 상태로 양들을 미덥게 좇는 것이다. 배합괘는 ䷽ 뇌산소과(雷山小過)로 소과는 산 위에 나무가 자라는 象으로 일단 그쳤다가 조금씩 밖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착종괘는 ䷛ 택풍대과(澤風大過)로 本未가 허약해 엎어지는 象을 이루고 있다.
[출처] 61. 풍택중부|작성자 김기덕
62. ䷽ 뇌산소과(雷山小過)
뇌산소과는 위에 雷(☳:震)가 있고 아래에 山(☶:艮)이 놓여 있는 상이다. 안으로 그치고 밖으로 움직이는 힘이 있으므로 일단 멈추었다가 나아가게 되니 소과이며, 二陽四陰의 괘로서 陰(小)이 과도하니 小過가 된다. 小過의 互卦가 大過임을 미루어 볼 때 모든 것이 소과하는 가운데 대과를 이루니 하루가 30번 거듭하여 한 달이 되고(小過), 한 달이 12회 거듭하여 한 해를 이룸(大過)과 같다. 소과는 작은 일은 가능하고 큰일은 가능하지 못하여 나는 새가 소리를 남김에 올라가는 것은 마땅하지 않고 내려오는 것은 마땅한 듯하면 좋은 상황이다. 시에서는 시인 주변에 음의 배치가 많지만, 주변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정작 시인은 희망이 가득한 상태의 글쓰기이다. 절망적 상황,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어머니와 같은, 슬픔과 고통의 현실을 덮는 눈의 부드러운 빛깔이 색칠하는 것 같은 표현을 의미한다.
효로 풀이하면 첫째와 둘째 문장은 음의 문장이며, 셋째와 넷째는 양의 문장, 다섯째와 여섯째는 음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음적 요소가 강한 배치를 이루고 있다. 또한 소과는 六二와 六五의 柔가 중을 얻고, 강은 中正을 얻지 못했으니, 큰일은 할 수 없고 작은 일은 가능하듯 시의 흐름이 부드럽고 여성적이며 작고 소심한 감정의 전개를 이룸이 특징이다.
사상으로 살펴보면 地와 天은 노음(⚏)이며, 人만 노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천지만물은 음으로 가득 차 있지만 사람만 양으로 이루어져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는 네 음이 두 양보다 많은데다 음이 중을 얻고 양은 중을 잃었으니 음이 형통하는 상황이다. 사람이 양을 추구하려 하나 세상과 하늘의 이치는 음 쪽으로 기울어 있어서 큰 뜻을 이루기가 어렵고 막힘이 있는 모양이다. 첫째와 셋째 단락은 음의 단락을 이루고, 둘째 단락만 양의 단락을 이루어 전체적으로 음적 배치의 강세를 이루고 있다.
팔괘로 풀이하면 뇌산소과는 상괘와 하괘가 서로 등을 지고 있는 모습이다. 서로 지향하는 것이 다르고 서로의 마음이 괴리하고 있다. 훌륭하고 능력 있는 지도자는 지위를 얻지 못하고 소인배들만 기를 펴고 있어서 악이 선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과잉의욕을 버려야 하고 확대 전진을 시도하지 말아야 하므로 소극적, 여성적 내용의 시쓰기이다. 또한 이 괘는 나는 새의 모습을 하고 있다. 양효인 삼, 사효는 새의 몸을 의미하며, 나머지 음효는 각각의 좌우 날개를 상징한다. 여기에서 나는 새는 위로 오를 수 없다. 그것은 대기의 압력을 거슬러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래로 내려오는 것은 순조로워서 땅의 인력에 편승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연에 역리하여 거스르지 말고 순순히 세상을 받아들이는 자세의 글쓰기이다.
뇌산소과의 호괘는 ䷛ 택풍대과(澤風大過)인데, 대과는 크게 나아가는 뜻이 있는 양의 지나침이요, 일월의 운행을 의미하기도 한다. 배합괘는 ䷼ 풍택중부이며, 착종괘는 ䷚ 산뢰이(山雷頤)이다. 산뢰이는 一陽이 始發하여 一陽이 終止하기까지의 과정으로 산 아래 초목이 길러지는 상이다
[출처] 62. 뇌산소과|작성자 김기덕
63. ䷾ 수화기제(水火旣濟)
수화기제는 물(☵:坎)이 위에 있고 불(☲:離)이 아래에 놓여 있는 象으로 물은 달을 상징하며 불은 해를 상징하여 日月이 서로 만나 밝게 비추는 水昇火降을 이루고 있다. 또한 卦體의 모든 효들이 제 위치에 바르게 처하고 서로 응하니 旣濟이다. 효의 正位를 따진다면 초효는 양, 이효는 음, 삼효는 양, 사효는 음, 오효는 양, 상효는 음으로 이루어지는데, 수화기제는 모든 효들이 제 位를 바르게 얻어 음양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시에서는 감정과 지성의 조화, 격정과 인내의 조화, 어둠과 밝음의 조화, 남과 여의 조화와 같은 윤리적이며 정석적인 시쓰기를 의미한다.
효로 살펴보면 첫 문장은 양의 문장, 둘째는 음의 문장, 셋째는 양의 문장, 넷째는 음의 문장, 다섯째는 양의 문장, 여섯째는 음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형식으로 정 위치에서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정 위치라 함은 상식적이며, 윤리적이며, 원칙적인 관계를 말하며, 합리적인 배치 및 조화로운 색채의 조합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계에서는 마음의 정서적 안정과 편안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형식으로 완성도가 높은 시쓰기이다.
사상으로 살펴보면 地와 人과 天이 똑같은 소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음은 內剛外柔의 성질로 시에서는 강한 감정의 절제적 표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첫째 단락, 둘째 단락, 셋째 단락의 흐름에 차이가 없으며, 안정적이고 심도 있는 감정의 표현을 이룰 수 있다.
팔괘로 보면 수화기제는 물을 의미하는 坎卦가 상괘로 놓이고, 불을 의미하는 離卦가 하괘로 되어 있다. 물은 아래로 흐르는 성질이 있고 불은 위로 타오르는 성질이 있다. 물은 위에 있으므로 그 마음은 아래로 향해 있고 불이 밑에 있으므로 그 마음은 위로 향하고 있어서 서로 만나 교합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솥에 물을 붓고 불을 때면 물과 불의 기운이 합쳐져 물건을 삶고 익히듯이 기제는 각기 정당한 위치를 얻고 서로 협력하는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시쓰기에서도 정석적인 배치를 통해 타당한 관계를 만들고 정서적, 지적 관계를 충실히 엮어 감동을 배가시키는 시쓰기의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수화기제의 변괘를 살펴보면 호괘, 도전괘, 배합괘, 착종괘 등 모든 괘가 ䷿ 화수미제(火水未濟)를 이루고 있다. 기제는 모든 효가 제 位를 바르게 얻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으나, 내괘는 불이고 외괘는 물로 이루어져 먼저는 밝으나 나중은 험난한 일이 생김을 의미하듯 수화기제의 변괘는 모두 서로 화합치 못하는 화수미제로 이루어져 있다. 정석적 시쓰기에서 변형된 것은 다 변칙적인 시가 됨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출처] 63. 수화기제|작성자 김기덕
64. ䷿ 화수미제(火水未濟)
화수미제는 위에 불(☲:離)이 놓이고 아래에 물(☵:坎)이 놓인 象으로 불은 위로 타오르고 물은 아래로 흘러 서로 사귀지 못하는 모양을 이루고 있다. 또한 모든 효가 정상적인 제 위치를 얻지 못하고 부정한 상태에 있으므로 未濟(일이 아직 끝나지 않음)이다. 효의 정 위치는 초양, 이음, 삼양, 사음, 오양, 상음의 관계를 이루어야 하는데, 그 반대로 초음, 이양, 삼음, 사양, 오음, 상양의 관계를 이루어 완전히 상반된 모양을 갖고 있다. 이는 시에서 정석적이지 못하고 비상식적이며, 비정서적, 부조화의 관계적 배치를 의미한다.
효로 살펴보면 첫 문장은 음의 문장, 둘째는 양의 문장, 셋째는 음의 문장, 넷째는 양의 문장, 다섯째는 음의 문장, 여섯째는 양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三陰三陽이 모두 바른 위에 처하지 못하고 있다. 내괘가 坎水이므로 험난한 데 빠져 건너지 못하는 형국이며, 외호괘도 坎水이므로 橫流하는 상이다. 불은 불대로 물은 물대로 향하는 성질로 상극을 이루고 있지만 물이 불을 끄고 불이 물을 하늘로 오르게 하듯 그 속에 또 다른 상생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시쓰기에서도 반역적인 관계, 뒤집는 관계, 도전적, 역전의 배치를 통해 의미를 강화시키고 표현을 도발적, 충격적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상으로 보면 天과 人과 地가 모두 소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양은 內柔外剛, 內貧外富적인 모양으로 심리와 표현의 격차, 의지와 도전의 격차를 만들며, 배치의 관계가 상이하고 비범하며 생경한 상태를 말한다. 첫째 단락과 둘째 단락, 셋째 단락이 같은 형태를 이루며, 의식적인 불편한 관계를 만들고, 무언가 새로운 조합과 새로운 정비 및 시작이 필요한 관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팔괘로 살펴보면 불이 물 위에 있는 상태로 위치가 적당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이 괘의 형태는 주역의 논리에 한 개도 적당한 위치에 있지 않다. 천지와 일월에 이르기까지 제 위치를 얻는 것처럼 중요한 일은 없다. 뒤죽박죽된 관계를 의미하며 아직 미완성을 상징한다. 주역의 법칙은 영원히 미완성이며 인생도 영원히 미완성이다. 또한 시도 영원한 미완성이며, 영원한 미스테리인 것이다. 시의 정석은 없다. 사고의 원칙은 없다. 완벽한 시를 쓴 것 같지만 실은 거기서부터 시는 걸음마 단계의 새로운 시작이 이루어진다. 사물의 배치에 정석은 없다. 불완전한 배치, 비뚤어진 배치가 곧 시의 시작이며 사고의 중심인 것이다.
화수미제의 변괘는 호괘, 도전괘, 배합괘, 착종괘 모두 수화기제이다. 기제는 미제를 낳고 미제는 기제를 낳아 끝없이 운행한다. 주역 上經의 머릿괘인 乾 ․〮 坤은 도전괘, 호괘, 착종괘가 모두 불변이고 다만 서로 배합관계만 이루므로 乾坤이 부동의 본체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기제, 미제는 상호 끝없이 변동하여 오가니 건곤은 不易의 몸이요, 기제 ․ 미제는 交易의 本이라 할 수 있다.
[출처] 64. 화수미제|작성자 김기덕
* 주역적 시쓰기에 대한 기대
이상으로 64괘의 시쓰기 방법을 제시했다. 64가지의 시쓰기 방법에서 변효의 방법까지 더하면 실상 시쓰기의 방법은 320가지의 방법으로 나뉠 수 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좋은 시를 쓰는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한 가지의 방법으로라도 제대로 시를 쓸 수 있다면 그 또한 훌륭한 시인일 것이다. 현 시대의 시인들은 저마다 자신에 맞는 방법으로 시를 쓰면서 형식보다는 내용에 치중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여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둔 시에서는 다양한 방법들이 무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의도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일방적인 설득의 시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일방적이던 TV나 라디오 등의 매체들이 이제는 쌍방의 소통을 중시하고 있다. 시도 일방적인 자기감정의 전달에서 벗어나 쌍방소통을 이루기 위해선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게 되었다. 일방적인 전달의 시는 주제의 통일이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독자가 먼저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시는 주제성보다는 회화성이 중요하다.
언어로 그린 그림을 보고 독자들은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그림은 색의 배치이며, 사물의 구도인 것이다. 이러한 구도를 만들고 색을 다양하게 배치하기 위해선 다양한 시쓰기의 방법이 필요하고, 배치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 위에서 열거한 주역적 방법은 배치의 변화이다. 주역적 시쓰기는 배치의 다양한 변화를 통해 새로운 구도를 잡고 천변만화의 그림을 그리기 위한 것이다. 기의 흐름에 따라 천지만물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이치를 밝힌 주역을 해석하고 괘의 모양에 따라 언어를 배치함으로써 시인이 의도하는 무궁무진한 세계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하나의 방법에 대해 예가 될 수 있는 시를 제시할 수 있었다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기존의 시에선 이 방법들을 뒷받침할 만한 적합한 시를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일일이 예시를 쓰면서 이론을 정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증명되지 않은 시창작법처럼 치부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론을 먼저 정리하기로 하였다. 앞으로 남은 나의 시간들은 이 이론을 증명하기 위한 시를 쓰는데 채워질 것이다. 또한 이 이론에 공감하는 많은 시인들이 나타나서 더 많은 연구를 하고 미비한 점들을 채워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출처] 주역적 시쓰기에 대한 기대|작성자 김기덕
[출처] [스크랩] 주역과 시 / 김기덕|작성자 옥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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