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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소쉬르와 퍼스

[공유] 소쉬르와 퍼스 다시 읽기(2)-강인규
2019년 02월 03일 21시 11분  조회:1090  추천:0  작성자: 강려
소쉬르와 퍼스 다시 읽기 (2)                 2003. 1. 2.
- 소쉬르와 구조주의                                 강인규
                                                                                       
리뷰
 
1.              소쉬르와 퍼스 기호학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기호(sign)와 지시대상(referent/   object)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있다. 소쉬르에게 있어 기호는 지시대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독립적인 체계인 반면, 퍼스는 지시대상과 맺고 있는 긴밀성(동기화: motivation)에 다라 기호를 지표(index), 도상(icon), 상징(symbol)으로 구분하였다.
 
<분석1-1>
 
발자국
                                         脚印
Footprint
Abdruck
                                                         
 
<분석1-2>
 
 
 
 
 
 
                                                     
 
위의 사진들을 퍼스의 세 가지 기호 개념을 통해 분석 해 보자. 위의 광고가 설득효과를 발휘하는 지점은 지표, 도상, 상징 가운데 어디인가?  <분석 1-2>의 세 번째 사진은 앞의 말보로 담배의 패러디 광고다. 이 광고는 기호의 어떤 측면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는가? 지표, 도상, 상징의 세 가지 관점에서 설명해 보라.
 
 
 
 
<분석2-1> 아래의 보도 사진을 위와 동일한 방식으로 분석해 보라. 보도사진이 글로 작성된 기사보다 강력한 효과를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래의 사진이 <분석1-1>의 발자국 사진과 갖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지표”의 관점에서 설명하라.
 
 
 
 
 
     
 
 
 
 
 
 
 
<분석2-2> 위의 두 사진은 같은 대상을 지시하고 있지만, 분명히 서로 다른 기호이다. 만일 대중일간지의 대학생 시위용으로 두 번째 사진이 채택되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 경우 사진의 의미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텔레비전 뉴스의 경우, 뉴스진행자들의 카메라 샷(shot)은 머리부터 가슴까지를 잡는 미드샷(mid-shot)이 주로 사용된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이 경우 프레임의 이데올로기적 효과는 무엇인가? 위의 보도사진 및 옆의 사진과 비교해서 분석해 보라.
 
 
 
 
 
   
 
 
 
 
 
 
 
2.              소쉬르는 기호(sign)를 기표(signifier)와 기의(signified)의 결합체로 보았다. “기표”가 기호의 물리성에 가까운 “청각이미지(sound-image)”라면, 기의는 이 청각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불러 일으키는 정신적 “개념(concept)”이다. 기표가 표현의 차원이라면, 기의는 내용의 차원이다.
 
 
3.              소쉬르의 기호 개념은 “자의성(arbitrariness)”과 “부정성(negativity)”으로 대표된다. 자의성은 기표와 기의가 아무런 외적 유사성이나 자연적 인과관계 없이 관습(convention)적으로 결부된 관계라는 의미다. 부정성이란 기호가 지시대상을 지시함으로써가 아니라, 기호가 다른 기호들과 연관됨으로써 의미가 산출된다는 것이다. 즉 하나의 기호는 “~이 아님”의 끊임없는 부정의 연속관계에서 그 의미를 드러낸다.
 
 
 
             
               기호
 
 
     기표          기의              [지시대상]
      (소쉬르의 기호모형)
 
             기호
 
   해석체          지시대상
      (퍼스의 기호모형)
 
 
4.              계열체(paradigm)는 특정 맥락에서 선택될 수 있는 기호의 목록이며, 통합체(syntagm)는 각 계열별로 선택된 기호들이 체계적으로 배치되어 이루어진 메시지를 뜻한다.
 
 
<분석2-1>
최근 불거진 반미(反美)로 인해 한미동맹 관계에 예전에 보지 못한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전환점에 선 한미관계: 韓-美 현주소,” <동아일보>, 2002. 12. 31.)
 
 
최근     불거진  반미로 인해  한미동맹 관계에 예전에 보지 못한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계열체) 
과거에   드러난  극미         한미혈맹        흔히 보아왔던     정상      
오래전   대두된  항미         한미종속        드물게 보아왔던   바람직한                
……      ……    …           ………          …………………    ……
(통합체)         
 
 
<분석 2-2> 다음은 우리가 신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기사다. 아래의 기사를 소쉬르의 “계열체” 개념을 이용해서 분석해 보자. 언어를 이해하는 두 가지 관점—“반영론”과 “구성론”—에서 아래의 기사는 어떻게 다르게 이해될 수 있는가? 현실은 “아날로그적”이지만, 언어는 “디지털적” 이라는 주장을 아래의 기사 분석을 통해 증명해 보라.  
 
 
 
“12일부터 지하철 파업 예고” <조선일보> 2002. 10. 3.
 
“부산지하철과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을 예고, 교통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지하철의 경우 부산아시아게임 기간 중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히고 있어 큰 혼란이 예상된다. 부산지하철 노조는 ‘사측인 부산교통공단과의 5차례에 걸친 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2~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 중’이라고 3일 밝혔다. 노조측은 찬반투표가 끝나는 4일 파업결의 대회를 갖고 오는 12일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노조는 임금 18.6% 인상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임금 6% 인상, 해고자 복직 수용 불가방침을 밝히고 있어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내버스 노조도 시내버스 요금 인상시기 지연 등을 이유로 부산아시아게임 폐막 이후 파업에 돌입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朴柱榮기자 park21@chosun.com)
 
 
 
1.      소쉬르와 구조주의
 
구조주의에서 “구조(structure)”는 관계의 체계이며, 통시적(diachronic)이기보다는 공시적(synchronic) 특성을 지닌다. 구조주의의 이러한 특성은 소쉬르의 언어학에서 유래한다. 소쉬르는 의미를 기호간의 관계의 체계(“가치”; value) 파악했을 뿐 아니라, 당시 지배적이었던 (언어의 역사적 변천과정을 연구하는) 통시적 접근 대신 공시언어학을 채택하였다. 그의 강의 명칭이자 자신의 유고집의 제목이 되기도 한 <일반 언어학 강의>라는 이름 자체가 소쉬르의 공시 언어학의 특성을 잘 말해준다. 특히 언어의 일반적 구조인 “파롤(parole)”에 초점을 맞춘 소쉬르의 기호학은 이후 구조주의 분석과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1. 이항대립(binary opposites)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는 소쉬르의 언어학을 문화분석에 접목시켰다. 그가 친족체계와 신화분석 등에 사용한 방법론은 구조주의적 접근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그는 ‘구조’의 구체적인 분석 틀로써 “이항대립”과 “신화소(mytheme)”의 개념을 사용했다.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두 가지의 상반된 개념범주화에 근거한다. 사람들은 세계를 밤과 낮, 하늘과 땅, 안과 밖의 범주화로써 구분하며 대상을 신과 사람, 영웅과 악당 등으로 구분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자신의 저서 <날 것과 익힌 것>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대상을 이항대립적으로 파악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레비-스트로스가 밝히는 바에 따르면, 모든 문화가 공유하고 있는 가장 근원적인 구조는 대상을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날 것”과 “익힌 것”으로 구분하고, 익힌 것을 다시 “물이나 기름에 삶거나 튀기는 것,” “불에 직접 구운 것,” 그리고 “부패시킨 것”으로 구분함으로써 문화를 분류한다. 그에 따르면 음식은 결혼과 더불어 문화를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한 집안에서 자신의 여자를 내어주고 다른 여자를 데려오는 소위 “여자의 교환”이 인류의 모든 문화를 가로지르는 공통적인 요소이듯, 세계의 대상을 ‘먹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으로 구분하는 것 역시 모든 문화가 공유하고 있는 근본구조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사실상 인간의 위장이 모든 음식을 소화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문화권에는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특정 문화권에서 ‘먹을 수 없는 것’으로 범주화되는 것은 사람이 소화시킬 수 없다거나 먹은 후 물리적 위험이 따르는 등의 생물학적인 이유보다는 문화적인 금기(taboo)와 연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예컨대 호주사람들에게 개고기는 “먹을 수 없는 것”이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캥거루와 악어가 “먹을 수 없는 것”으로 구분된다. 결국 “먹을 수 있음/없음”의 구분은 자연적 기원이 아닌 문화적 기원을 갖는 것이고, 우리는 이런 이항대립적 범주 간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비교함으로써 한 사회의 문화적 특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항대립은 신화소와 더불어 문화의 일반적 양식을 드러내는 구조적 환원(structural reduction)의 한 방식이다.
 
안 : 밖
                           인간 : 신
                           여자 : 남자
                           문명 : 자연
                           어둠 : 빛
밤 : 낮
                             땅 : 하늘
                           약자 : 강자
                           악당 : 영웅
               
                 <이항대립의 예>
 
이항 대립의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대상은 “특이범주(anomalous category)”가 되어 한 사회에서 금기의 대상이 되거나 신성화되는 극단적인 의미화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예를 들어 쥐는 완전한 야생동물도 아니고 개처럼 완전히 길들여지지도 않은 안/밖의 경계에 속하는 동물로서 금기시된다. 뱀 역시 육상동물과 물고기의 특성을 공유하고 있는 특이범주에 속하기에 혐오의 대상이 된다. 반면에 신성과 인성을 모두 겸비한 예수 그리스도는 신과 인간의 매개자로서 신성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분석3-1> 아래의 이야기에서 발견되는 이항대립에 의한 반복적 패턴, 즉 “구조적 반복(structured repetition)”을 찾아서 도식화하라.
 
외딴 숲 속에 사는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보호 하에서 훌륭하게 자랐으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는 일이 잦아졌다. 햇살이 화창한 어느 날 오후 아들은 산책을 나왔다가 호기심에 아버지가 들어가지 말라고 했던 깊은 숲 속에 들어갔다. 이곳 저곳을 두리번거리며 다니던 아들은 사냥꾼이 파 놓은 깊은 굴 속에 빠져버렸다. 그는 울부짖으며 도움을 요청했으나, 그의 목소리는 굴 속을 맴돌 뿐이었다. 한 편 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염려한 아버지는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온 숲을 헤매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빠진 굴에 도착해 안을 들여다 보았으나 굴의 그림자가 너무 깊어 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들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울부짖었으나 아버지는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 때 해가 높이 떠서 굴의 바닥을 비추었고, 이로써 아들은 아버지의 손에 의해 구조될 수 있었다. 그들은 다시 이전의 행복한 생활로 돌아갔다.
 
<분석3-2>
 
1 아들이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다.  ↑
1” 어둠이 햇빛을 차단하다.        ↑
 
2 아들이 산책을 하다.             ↔
2” 아버지가 찾아 나서다.          ↔
 
3 해가 굴의 깊은 곳을 비추다.     ↓
3” 아버지가 아들을 구조하다.      ↓
 
 
2.      신화(Myth): “구체성의 논리(logic of the concrete)”
 
우리에게 ‘남자다운 남자,’ ‘주부다운 주부,’ ‘학생다운 학생’과 같이 ‘진리’와 ‘자연’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모든 사회현상들은 모두 특정 시점에 특정한 방식으로 규정됨으로써만 존재하는 신화다. 현재에는 허무맹랑하고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고대의 신화들도 그 당시에는 엄연한 ‘현실’로서 문화성원들의 역할과 관계를 설정하는 기능을 수행했을 것이다. 현대의 신화 역시 미래에는 고대의 신화만큼이나 터무니 없는 이야기로 인지될 것이다.
                  비코(Giambattista Vico)에 따르면, 인간들은 태어나면서 ‘시적 지혜’를 지니고 있어서, 이를 통해 외부 환경에 대한 자신들의 반응을 실체화한다는 것이다. 고대의 신화가 유치하고 허무맹랑하게 보이는 것은 그들이 현실에서 한 걸음 떨어진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매개수단을 통해 세계를 묘사했기 때문이다. 모든 신화는 고대 민족들이 현실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일반적인 경험에 기초하고 있다. 신화란 그러한 경험을 납득 가능한 인식의 틀, 즉 특정 문화의 ‘구조’ 속에 맞추어 넣으려는 시도이다. 신화는 인간으로부터 유래하는 것이지만, 일단 만들어지고 나면 인간은 도리어 신화에 의해 반영된 세계를 ‘자연적인 것’ 이나 ‘주어진 것,’ 또는 ‘진리’로서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면 진리는 만들어진 것(verum factum)일 뿐이다. 인간이 세계를 지각할 때에는 그것이 자신의 경험이 그려내는 틀임을 인지할 수 없으며, 사물은 그 틀 안에서 자리를 차지함으로써만 ‘의미 있는 것,’ 즉 진리로서 인식된다. 사회나 제도를 만드는 것은 인간들이지만, 일단 만들어지고 나면 그것들이 인간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처럼 인간에 의해 창조된 신화는 다시 인간의 세계를 구조화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 역시 인간들이 ‘시적 지혜’에 따라 신화를구성하고, 이로써 환경에 대응한다고 봄으로써 비코의 신화론을 계승하고 있다. 그는 <구조인류학>에서 마르크스의 말을 인용함으로써 자신의 견해를 대신하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역사를 만든다. 그러나 인간은 그 사실을 알지 못 한다.”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근대과학은 우리에게 병과 병균 사이의 인과관계를 알 수 있게 하려고 하는 데 반해, 원시공동체의 샤만(shaman)은 병을 환자가 진심으로 믿고 있는 신화와 괴물의 세계에 결부시킨다. 결국 구조화의 양식만 다를 뿐, 고대의 샤만치료와 현대의학은 근본적으로 동일한 것이다.
샤만의 신화체계가 ‘객관적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환자는 스스로 신화를 믿고 있으며, 또한 그 신화를 진리로 인식하는 사회에 속해 있다. 수호신이나 악신, 초자연적인 괴물이나 주술적 동물 등은 모두 원주민의 인식을 구성하는 신화체계의 일부이다. 그러나 병으로 인한 고통 등은 환자가 믿는 세계의 일부에 속하지 않는 ‘현실적인 요소’가 됨으로써 환자를 괴롭힌다. 샤만은 이 환자의 고통을 그가 믿는 세계 속에 재통합하는 임무를 맡는다. 샤만의 도움으로 환자가 그 고통을 이해하게 되면—다시 말해 자신의 문화적 구조, 즉 신화 속으로 편입시키게 되면—그의 병은 낫게 된다.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샤만은 환자에게 언어를 준다. 이로써 환자는 이해하지 못하고 따라서 표현할 수도 없었던 자신의 심적 상태를 자신의 문화구조와 일치되는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토템신화도 마찬가지다. ‘나는 곰이다’라는 신화는 결코 비논리적인 것이 아니다. 이러한 신화적 동일시는 세계와 그 세계에서의 개인의 지위를 다른 사물이나 개인에 연관시켜 진술하는 것 뿐이다. 예컨대 ㄱ부족이 곰의 후손이고 ㄴ부족이 독수리의 후손이라고 말하는 것은 ㄱ과 ㄴ사이의 관계를 생물의 종들 사이의 관계에 빗대어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추상적인 문화적 관계를 구체적인 은유로 치환하는 과정을 레비-스트로스는 “구체성의 논리(logic of the concrete)”라고 불렀다. 이러한 인간 정신의 기본 형식은 현대적인 과학기술 정신의 경우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즉 고대의 신화는 현대사회의 신화—여기에는 첨단과학도 포함된다—와 기능상 동일하다.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신화적 사고에서 나타나는 논리는 근대과학의 논리만큼 엄밀”하며, “인간은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변함없이 잘 생각해 오고 있다.”[1]
 
3.      외연, 내포, 신화
                                             
소쉬르의 언어학은 기호 일반이 어떻게 의미를 산출하는가를 말해주지만, 동일한 기호가 다른 문화권의 다른 사용자들에 의해서 다른 의미와 정서적 느낌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프랑스의 기호학자인 바르트(Roland Barthes)는 “외연”과 “내포”의 개념을 빌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외연(denotation)”은 기호의 1차적 의미작용, 즉 문화의 차이와 관계 없이 누구에게나 동일한 의미를 산출하는 과정을 말한다. 반면에 “내포(connotation)”는 기호가 사용자가 속한 문화적 차이와 개인적 정서에 따라 다른 의미를 산출하는 2차적 의미작용의 과정이다.  
 
                                            외연(denotation)
                                            
                                               내포(connotation)/ 신화(myth)
                                        
 
 
<분석4> 아래의 사진은 바르트가 분석에 사용했던 텍스트이다. 각기 “외연,” “내포,” 그리고 “신화”의 관점에서 아래의 사진을 분석해 보라.
 
 
 
 
 
 
 
 
 
 
 
 
 
 
4.      기호학 분석의 사례: 텔레비전 드라마[2]
 
4.1. 텍스트: <부부탐정 Hart to Hart>
 
<장면1>
여주인공: 내부소행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아마 이전부터 같은 금고번호를 사용했을 거예요.
 주인공: 그래도 만전을 기해야지.  이것 좀 봐 줄래? (넥타이를 고쳐달라는 제스처를 한다.)
 여주인공: 음, 그러죠. (그가 그녀를 안는다.) 이 부드러운 손. 아, 좋아요. 조나단.
 주인공: 나중을 위해 손 근육을 좀 풀어두려고.
 여주인공: 혹시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아닐까요?
 주인공: 문 열쇠는 코드 번호가 있어서 아무 기계로나 복사할 수 없게 되어있어.
 여주인공: 그럼 창문으로는?
 주인공: 그건 선창(porthole)이라고 하는 거야.
여주인공: 맞아요. 선창. 보기 좋으라고 만들어 놓은 건 알지만, 그걸 볼 때마다 세탁기가 생각나요.
주인공: 방금 전에 살펴봤어. 이제 할 일은 다 한 셈이야. 그곳 창문, 그러니까 선창까지 높이가 십 미터가 넘는데다가, 그 사이로 빠져나가려면 웬만큼 마른 체격으로는 안 돼.
여주인공: (자신의 보석을 보여주며) 어때요? 이 정도 꿀이면 벌들이 달려들겠죠?
주인공: 누가 알아?  꽃에 정신이 팔려서 꿀을 못 알아볼지?
여주인공: 내가 들어본 중 가장 달콤한 말이네요. 우리 갈까요?  (문 쪽을 가리키는 제스처를 한다.)
 
<장면2>
악당: 샴버린의 케익 위에 듬뿍 묻어있는 설탕 봤지?  그 팔찌는 맨눈으로 봐도 오만 불은 족히 나가게 생겼던데?
여자악당: 패트릭. 당신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는데, 포기해요. 같은 배에서는 두 번 일 안 하기로 했잖아요.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거 잘 알면서.
악당: 하지만 여보, 내가 염려하는 건 당신이야. 혼자 슬쩍할 생각은 아니지? 이번에 한 탕 확실하게 하면 다신 이 짓 안 해도 돼.
여자악당: 지난 번에도 똑같은 말 했어요.
 악당: 확실하게 몇 건 하고 손 씻자. 노후연금은 넉넉히 준비해야 하지 않겠어?
 
4.2. 분석
 
“현실”은 이미 부호(코드; code)화되어 있다. 우리는 해당 문화 속에 존재하는 코드를 통해서만 현실을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다. 설사 ‘저 밖에’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세계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인식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요컨대 현실은 언제나 부호화된 상태로 존재하며 결코 “날 것”이 아니다.
                  텔레비전에서 “부호화”란 이미 부호화된 현실의 일부를 선택하여 (1) 기술적으로 전송이 가능한 형태로 만들고 (2) 수용자들이 ‘적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적 텍스트로 만드는 과정이다. 텔레비전의 부호화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차 단계: “현실” (텔레비전 카메라에 담길 사건은 이미 외모, 의상, 화장, 환경, 행동, 대화, 몸짓, 표정, 소리 등의 사회적 코드에 의해 부호화되어 있다.) 
 
2차 단계: 재현 (앞의 사회적 코드는 카메라, 조명, 편집, 음악, 음향 등의 기술적 코드에 의해 다시 부호화된다. 관습적 재현 코드는 내러티브, 갈등, 인물, 연기, 대사, 무대, 캐스팅 등의 재현에 영향을 미친다.)
 
3차 단계: 이데올로기 (재현된 현실은 개인주의, 가부장제, 인종, 계급, 자본주의 등의 이데올로기적 코드에 의해서 일관되고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형태로 조직화된다.)
 
<부부탐정>의 예에서 주인공과 여주인공간의 대화는 ‘사실적’이고 ‘자연스럽게’ 들리는데, 이는 가부장제의 이데올로기적 코드가 작용한 결과다.  이 이데올로기 하에서 (무지한) 여성은 늘 남성에게 질문을 하고, (모든 걸 아는) 남성은 여성에게 정답을 제공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대화가 된다.  기호학의 목적은 이렇게 자연화되고 상식화된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데 있다.
 
 
 
(1)        카메라워크
 
카메라 거리는 시청자로 하여금 악당에 대해서는 반감을, 그리고 주인공에 대해서는 쉽게 동일시할 수 있도록 한다.  텔레비전에서 주로 사용되는 샷은 미드샷과 클로즈업으로, 등장인물들에게 편안하고 친근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러나 악당은 흔히 익스트림 클로즈업 (ECU)의 대상이 된다. (위의 <부부탐정>의 예에서 주인공에게는 여덟 번 밖에 사용되지 않았으나 악당에게는 스물 한 번이나 사용되었다. 웨스트모어랜드가 CBS를 상대로 명예훼손소송을 제기한 것 역시 카메라 샷의 재현적 특성으로 인한 것이었다.)  익스트림 클로즈업의 이런 특성은 두 가지 원인으로 설명될 수 있다. 1) 사회적으로 관습화된 ‘편안한’ 대인 거리 – 이 거리보다 가깝게 접근하는 사람은 연인이거나 악당이다. 2) 피사체를 분명히 보여주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은 수용자로 하여금 “지배적 시청위치(dominant specularity)”를 제공함으로써 피사체에 대한 우월감과 권력의 쾌락을 선사한다.
 
(2)        조명
 
주인공의 방에는 부드러운 오렌지빛 조명이 사용된 반면, 악당의 방에는 강렬한 백색 조명이 사용되었다.
 
(3)        편집
 
악당보다 주인공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되었다. (주인공:72초/ 악당:49초) 그리고 악당보다 주인공에게 더 많은 샷이 사용되었다. (10/7)
 
(4)        음악
 
악당이 출현하는 순간 (편안한 느낌을 주는) 장조 음악에서 (불안한 느낌의 )단조로 바뀌었다.
 
(5)        캐스팅
 
외모는 사회적 코드의 지배를 받는 “현실”로서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캐스팅은 이런 코드를 이용한 것 뿐이다.  수용자는 배우가 연기했던 인물의 이미지 이외에 잡지나 신문 기사 등 다른 차원의 담론과의 “상호텍스트성”을 통해 극중의 등장인물을 이해한다.  외모는 이데올로기적이다. 거브너의 연구에 따르면, 극중 인물이 백인/중산층/남성인 경우 생존 확률이 높으며, 이와 멀어질수록 생존확률은 낮아진다. <부부탐정>의 경우, “비미국적인(non-American) 남자악당과는 달리 “미국적(백인/금발/미인/젊음)”이기에 살아남았고 도덕적(탐욕 비난/사유재산의 존중이라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수호)이기에 결국 “우리편”이 되었다.
 
(6)        무대와 의상
 
주인공의 방이 악당의 방보다 크다.  주인공의 방은 커튼과 꽃 등을 통해 “인간적”으로 꾸며진 반면, 악당의 방은 직선적이고 날카롭다.  악당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데, 이는 그를 하인이나 종업원의 위치에 놓는 것이다.  여자악당의 옷은 여자주인공의 옷보다 경박하고 값싸게 보인다. 이처럼 계급, 선과 악, 도덕, 매력 등의 추상적인 이데올로기적 코드는 물리적인 사회적 코드로 압축된다.   
 
(7)        화장
 
여자악당의 기본적인 매력은 그녀가 선하게 바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여자 주인공보다 매력적이어서는 안 되므로 립스틱을 가늘고 경박하게 칠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8)        행동
 
주인공과 악당이 취하는 행동에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선실에서 여자는 모두 화장을 하고 남자는 무언가를 계획한다.  이것은 남자와 여성의 역할(남자: 지도자/ 여자:남성의 시선의 대상)을 자연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행동의 공통점은 물질적 부가 행위의 동기가 된다는 점이다.  또 다른 차이는 남녀 주인공이 서로 협력하고 물리적으로 가까운 데 반해 악당은 서로 반목하고 물리적으로 거리를 둔다.  이는 남녀는 친밀해야 한다는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재현한다.
 
(9)        대화
 
악당은 사악한 계획을 세우고 서로 다투지만 주인공은 유머를 알고, 풍부한 은유를 사용하며 서로 협력한다.
 
(10)     이데올로기적 코드
 
텍스트의 의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수용자는 익숙하고 편안한 이데올로기적 쾌락을 얻는다. 수용자는 텍스트를 통해 “이데올로기적 주체(subject-in-ideology)”로 호명된다.
 
1) 농담:  “창문-선창-세탁기”의 농담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코드다.  여성은 기술적인 담론(“선창”)에 취약하기에 이 담론은 가정적인 담론(세탁기)과 접합되어야 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농담은 금기의 불안을 드러낸다. 결국 “창문-선창-세탁기” 농담은 남성성의 영역에 침입한 여성성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고 이를 다시 지배적인 체제 속으로 돌려놓기 위한 장치이다.  여자 주인공의 미모와 순종적 성격 역시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다.
 
2) 보석: 주인공과 악당은 모두 보석에 관심을 갖지만, 악당의 보석은 현금의 가치로 환산되는 데 반해, 주인공의 보석은 간직하기 위한 것, 다시 말해 계급, 부, 그리고 미적 취향을 드러내는 기호이다.  여자주인공은 일부러 필요 이상의 보석으로 경박하게 치장하는데, 이는 하위 계층의 악당을 유혹하기 위한 것으로서 계급간의 취향을 자연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취향 taste”이라는 은유 자체가 문화적으로 습득되는 것을 자연적인 감각의 차원으로 자연화한다.) 보석은 또한 성적인 코드를 갖는다.  보석은 여성과 교환되는 화폐로서, 그것을 착용하는 것은 그 보석을 준 남성의 소유물임을 표시하는 동시에 그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것이다.
 
 
[1] Terence Hawkes, Structuralism and Semiotics,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77, pp. 11-18, 32-48.
[2] John Fiske, Television Culture, London: Routledge, 1987.
[출처] [공유] 소쉬르와 퍼스 다시 읽기(2)-강인규|작성자 옥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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