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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뛰르 랭보 <지옥의 계절>지옥의 밤 / 이준오 번역(3)
2019년 02월 25일 14시 45분  조회:1554  추천:0  작성자: 강려
아르뛰르 랭보 <지옥의 계절> 
 
지옥의 밤1) / 이준오 번역(3)
 
  터무니 없이 독(毒) 한 모금을2) 꿀꺽 삼켰다.
  - 나에게 온 충고여 세 번 축복받으라! - 나의 내장이 불탄다.
독액(毒液)이 격렬함이 내 사지를 뒤틀고 이그러뜨리고 나를 넘어
뜨린다. 갈증이 나 죽겠다. 숨이 막힌다. 소리를 지를 수도 없다 이
게 지옥이고, 영원한 고통이다. 보라, 이 불길이 어떻게 다시 일어
나는가를! 나는 멋있게 불탄다. 가라 악마여!
  나는 선(善)과 행복으로 회개를, 구원을 예감했다. 그 환영을 내가 
그릴 수 있을까? 지옥의 공기는 찬송가를 허용치 않는 것을! 수많은
멋진 피조물들! 그윽한 종교 연주회, 힘과 평화, 고귀한 야심, 그런 
것들이었다.
  고귀한 야심!
  하지만 어쩌나, 그것이 인생인데! - 저주란 얼마나 영원한 것이랴!
자기의 팔다리를 자르려는 사람이야말로 천벌을 받은 게 아니랴!
  내가 지옥에 있다고 믿으니, 지옥에 있게 된다.3) 이게 교리문답의 
실천이다. 나는 내 세례의 노예이다. 부모들이여, 당신들은 나를 불행
하게 했고, 당신들 자신도 불행하게 했다. 가엾은 천진무구한 사람이
여!4) - 지옥이라도 이방인들을 공격을 못하는 것을.
  - 하지만 어쩌나! 늦으면 늦을수록 저주의 맛은 더욱 오묘한 것을.
빨리, 인간이 만든 법(法)의 이름으로, 내 허무로 떨어진 죄를!5) 
  조용하라, 정말 조용하라! --- 그것은 수치이고, 비난이다.
  지옥의 불길이 아무것도 아닌 사탄,6) 내 노여움이 정말 어리석구나!
 - 됐어! --- 나에게 불어 넣어준 오류들, 마술, 거짓향기, 하찮은 음
악들 - 그러나 내가 진리를 걸쳤고, 정의를 보고 있다는 거지. 성스럽
고 확고부동하게 판단하고, 완성의 단계에 있다는거지 -- 오만.7) -
내 머리가죽이 마른다. 연민을! 주여, 저는 겁이 납니다. 저는 목마릅
니다. 정말 목마릅니다. 오! 유년시절, 풀, 비. 돌 위의 호수8) 종탑이 열
시를 울릴 때의 청명한 탑, --- 악마는 그 시간에 종탑에 있습니다. 마리
아여! 성처녀여! --- 정말 한심스러운 나의 어리석음.
  저기 저 사람들은 나에게 선행을 베풀려는 정직한 사람들이 아닌가--
이리와줘요 --- 입이 틀어막혔나, 그 영혼들은 내 소리를 못 듣는다. 
그건 환영이다. 누군들 다른 사람 생각을 하랴. 다가오지마라, 누린내가
난다, 정말이다.
  환각은 헤아릴수가 없다. 이건 내가 전부터 알고 있던 것이다. 역사에 
대한 신앙도 없고, 원칙도 망각되었다.9) 조용히 있겠다. 그러면 시인과
환상가들이 질투하리라. 나는 정말 가장 부유한 자이다. 바다처럼 탐욕
스러워지자.10) 
  오 그래! 삶의 시계가 방금 멈췄다.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신학
(神學)은 믿을 만하다, 지옥은 정말 아래에 있구나 - 하늘은 위에 있고
- 불꽃둥지 속에서의 황홀, 악몽, 수면.
  들판에서는 얼마나 관찰이 헷갈리는 것이랴11) -- 페르디앙 사탄은 야
생의 씨앗과 함께 달린다12) --- 예수는 붉은 가시덤불 위로 걷는다. 그
것들은 휘지도 않는다. --- 예수는 성난 물결 위를 걸었지. 램프는 우리
들에게 그가 하얗게 서 있는 것을, 에매럴드빛 물결 곁의 갈색의 머리를
보여 주었다.13) ---
  나는 온갖 신비를 다 파헤칠 작정이다. 종교적인 신비건 자연의 신비건
몽땅. 죽음, 출생, 미래, 과거, 우주발생론, 무(無) 등을, 나는 환상대가(幻
想大家)이다.14)
  잘 들어보시오 ---
  나는 온갖 재능을 갖고 있다! --- 여긴 아무도 없다. 저기엔 누가 있다. 
난 내 보물을 털어놓고 싶지 않아요. -
  흑인의 노래를 부를까요. 선녀의 춤을 출까요? 사라져 버릴까요.
반지를 찾아 철수할까요?15) 해봐요? 나는 금을, 악을 만들겠다.
  그러니 나를 믿으시오. 믿음은 위로하고 인도하고 치유한다. 모두들, 이
리 오시오 - 꼬마들까지도 - 내 당신들을 위로하리니, 당신들을 위해 내
가슴을 털어놓을테니 - 멋진 가슴을,16) 가엾은 자들이여, 노동자들이여! 
나에겐 기도가 필요없다. 당신들이 믿어주기만 해도 나는 행복하겠다.
  - 나에 대해 생각합시다. 그래야 세상 후회가 덜 나니까요. 더 고통스럽
지 아니할 기회이다. 정말 후회스러운 것이지만, 나의 삶은 기분좋은 광태
이었다.
  까짓껏! 할 수 있는 대로 찡그려봅시다.
  정말 우리는 세상 밖에 있다. 소리도 안 들린다. 감촉도 사라졌다. 오! 내 
성체, 나의 색소니 모직(毛織)도, 내 버드나무 숲도, 저녁, 아침, 밤, 낮도 -
-- 지긋지긋하구나.17)
  분노를 위한 지옥, 오만을 위한 지옥을 가져야 할텐데 - 애무의 지옥을, 
여러 지옥의 연주회를.18) 
  지긋지긋해 죽겠다. 이건 묘지다. 나는 구데기에게 간다. 무섭고 무서워
라! 사탄이여,19) 어릿광대여, 너는 너의 매력으로 나를 분해하려는가.20) 
나는 요구하고 요구한다! 쇠스랑으로 때려주기를, 한 방울의 불을.
  아! 나는 생(生)으로 떠오른다! 우리들의 추함에 눈을 던진다. 이 독(毒),
수천 번 저주받은 이 키스! 나의 연약함, 세계의 잔인함! 제발, 긍휼히 여겨 
주세요. 절 숨겨 주세요.
  난 너무 얌전치가 못해요! - 나는 숨겨진다. 나는 숨겨지지 않는다. 불이 
저주받은 자와 함께 다시 살아난다.
 
1) 이 작품에는 초벌 원고가 보존되어 있다. 그것은 <베네스타>(<요한복음에 의한 산문>에 수록된 세번 째
단편시이다)의 초고의 이면에 적힌 것이다. 이로써 짐작하건대 이 <지옥의 밤>이 씌어진 것은 브뤼셀 사건
을 일으키고 샤를르빌에 돌아온 후의 일인 모양이다.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생활을 하고 있는 동안, 랭
보는 몇 번인가 신앙생활에 되돌아가려고 하며, 스스로도 '천사와의 싸움'이라 부르고 떨어지는 수 밖에 없
었다. 이 작품의 주제는 앞의 <나쁜 행동>이 이교도인 자기의 무죄(무구 inncoent)를 주장하고 있는 데 대
해, 일단 세례에 의해 기독교도가 된 자기가 언제가는 지옥에 떨어질 운명에 있음을 노래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그리고 지옥에 떨어진다는 절망을 품고 현세의 생활을 금해가는 자존심과의 사이에 이 작품이
이상할 정도로의 긴장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2) 이 '독(毒)'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해 여러 설이 나오고 있다. 드라에에 따르면 이것은 부뤼셀의 비극
후에 랭보가 마신 '알코올의 큰 잔'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스타르키에 따르면 이 한 절은 1873년 6월이나
혹은 7월에 영국에서 씌어진 것을, 한 번 벗어났다고 믿은 베를렌과의 오탁(汚濁)의 생활에 또 다시 빠졌음
음을 암시하고 있다고 한다. 아투치는 회의(懷疑)의 독을 의미하며, 이 독이 모든 개종의 가능성을 방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르나에판의 주석자 스잔느 베르나르는 "랭보가 반드시 기독교신앙의 독을 암시했다
고 생각하는 것은 반드시 불가능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베르나르의 견해가 가장 타탕
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이 <지옥의 밤> 저편이 기독교 신앙을 노래하고 있는 점과, 초기 운
문시 속에 있는 <최초의 성체배령(聖體拜領)>에 "나는 철부지 어린이였다. 그런데 기독교에 숨어 더럽혀졌
다. 덕분에 나는 목구멍까지 욕지기가 솟구쳐 있다" 등에서 보이는 것처럼 기독교가 독액(毒液)을 마시는 것
과 같은 고뇌의 씨를 심는 데 반발을 하고 있는 랭보의 사고 방식의 일관성과 이 두 가지 중요한 단서가 얻어
지기 때문이다.
 
3)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모방한 것일까
 
4) '죄 없는'은 이 대목에서는 아이러니로 사용된 데 지나지 않지만, 그러나 랭보가 무죄(무구)와 이교도의 사
이에서 하나의 상관관계를 발견하고 있었음을 알 필요는 없다. 랭보는 죄와 지옥과의 관념, 선과 악의 개념의,
그 바깥으로 나가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초고 <거짓의 개종>에 "세상에는 지난 날 악에 살았고 지금도 악과
살며 더구나 어떻게도 느끼고 있지 않은 자들도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씌어져 있다.
 
5) 이 언저리의 서술은 로마서에 전개되는 논리와 지극히 흡사하다고 한다. 7장 9절 "나는 지난 날 율법이 없
이 살았지만, 회개했을 때 죄는 살고 나는 죽었도다"라는 부분과, 하나의 탁월한 해석으로 보아도 좋다고 여겨
진다.
 
6) 이 '악마'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명확하지 않으나 <서시>의 각주 10)11)에서 언급했듯이 베를렌으로 보는 
것은 극히 개연성(蓋然性)이 많다고 보아야 한다. 초고 <거짓의 개종>의 해당 부분과 비교-대조해 보면 "잠
자코 있으라, 잠자코 있으라고 말하는 거야"로 시작되는 한 연이 "그렇다면 시인들은 지옥에 떨어진다"로 끝
나고 있으며, 적어도 악마라는 것의 책임의 일부를 베를렌이 지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7) 베를렌의 시법(詩法)에 대한 빈정거림일까
 
8) '돌 위에 담겨진 호수'에 관해 <일뤼미나씨옹>의 <노동자> 속의 영상(影像)에 유사성을 발견하고 있다.
 
9) 드라에는 랭보의 상실된 시의 일부가 아닐까 하고 추정하고 있다. 플레이야판의 <단상>XIX에 보인다.
 
10) 우리는 이 '풍요'에 관해 랭보의 '견자'적 환술(幻術)의 방법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당장의 랭보는 견자
사상의 올바름을 현실 생활면에서는 자연적으로 긍정할 수 없는 상태에 있으나 그러나 예술상의 문제로서
는 자연적으로 긍정할 수 없는 상태에 있으나 그러나 예술상의 문체로서는 아직 충분한 자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11) 원문을 보면 랭보가 글 쓸 때의 버릇으로 어느 쪽인가를 지우기 위해서라고 씌어있는 것이 둘 다 잘못
인쇄되었을 것이라는 설이 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쪽이 알기 쉽다. 그러나 이대로라도 풀이 못할 것은 
없다.
 
12) 드라에에 따르면 '악마의 페르디앙'이란 랭보의 고향 아르덴 주의 시골 거리인 보제 지방의 농민들이
악마를 부를 때의 호칭이라고 한다. 랭보의 시에는 간혹 이 같은 민간신앙적 요소가 나타나서 말할 수 없
는 표현 효과를 빚어내고 있다.
 
13) 요한복음 제 6장 제16절에서 21절까지의 내용을 바탕에 둔 것이다.
 
14) 몽환술(fantasmagorie)이라는 초자연 과학은 가짜 과학일 뿐이요, 요컨대 그것은 주술(마법)과 사기적
환술(幻術)이라고 볼 뿐이다. 랭보는 그 같은 마술적 유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15) 스잔느 베르날의 지적에 따르면 니벨룽겐의 반지를 전제한 것이 아닐까라고 한다. 바그너의 4부작 악극
의 종말에 하겐이 라인강의 물결에 몸을 던져 이 반지를 찾는 대목이 나온다. 니벨룽겐의 반지에 한정하지 
않고 널리 고대 신앙에 나타난 신통력 있는 반지를 노래한 것을 풀이할 수도 있다.
 
16) '멋진 가슴을'에서 반역천사(마왕)의 향기의 정점을 볼 수 있다. 이 언저리의 서술에는 <일뤼미나씨옹>의
<영마(靈魔)>를 방불케 하는 것이 있다. "그는 우리들 모두를 알고 있어 우리들 모두를 알고 있어 우리들 모두
를 사랑해 주었다"로 되어 있는, 그 영마의 매력을.
 
17) 이 1행에는 어쩌면 보를레이 "어디든지 좋다. 이 세상 바깥으로"하고 노래한 것과의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
지만 사실은 더 절박한 심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랭보는 <착란 1>에도 보이는 것처럼 항상 '진실한 생활이 없
는 ' 우리들은 이 세상에는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으나, 이 부분의 표현은 보다 정확한 의미를 가지고 있
다. 즉 지옥에 떨어진 사내란 인생에 죽은 사내인 것이라고 기독교에 의해 지옥에 떨어지는 낙인이 찍힌, 현세
의 사자(使者)인 자기 자신에 초조해져 있는 것이다.
 
18) '분노 때문에'는 랭보가 항상 '화를 잘 내는 어린애'(베를렌은 1875년의 <서한> 속에서 '만사에 대해 쉴새
없이 분노를 터뜨렸다'고 정의하고 있을 정도다)였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지나친 자부심 때문에'에 관해서는 
베를렌의 증언이 있다.
'애무의 지옥'이라는 것은 베를렌과 랭보를 나락으로 끌고 갔던 음탕을 가리키는 것일까.
 
19) '사탄'은 초고에 따르면 베를렌을 가리키고 있는 것 같게도 생각되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좁게 풀이하지 않
는 편이 오히려 다음 연과의 대응이 강해진다.
 
20) 마지막으로 마음을 덮쳐일으킬 때 지옥에 떨어지는 것은 '녹아버리는' 상태 따위는 단순하게 거부하는 것이
다. 고뇌야말로 생활인 것이라고 노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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