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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1)
2019년 02월 27일 14시 21분  조회:1064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1)
 
첫번째 노래(1)
 
(1) 하늘1)의 뜻이 다르지 않아, 독자는 부디 제가 읽는 글처럼 대담해지고 별안간 사나워져서, 방향을 잃지 말고, 이 음울하고 독이 가득한 페이지들의 황량한 늪을 가로질러, 가파르고 황무한 제 길을 찾아내야 할지니, 이는 그가 제 독서에 엄혹한 논리와 적어도 제 의혹에 비견할 정신의 긴장을 바치지 않는 한, 마치 물이 설탕에 젖어들듯이 책이 뿜어내는 치명적인 독기가 그 영혼에 젖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뒤이어지는 페이지들을 모든 사람이 다 읽는 것은 좋지 않다. 오직 몇몇 사람만이 이 쓰디쓴 열매를 위험 없이 맛볼 수 있으리라. 그런고로, 소심한 영혼이여, 이와 같은 미개척의 황야로 더 깊이 파고들기 전에, 그대의 발꿈치를 앞이 아니라 뒤로 돌리라.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을 잘 들으라, 그대의 발꿈치를 앞이 아니라 뒤로 돌리라, 마치 어머니 얼굴이 쏘는 근엄한 응시를 공손하게 피하는 아이의 눈처럼, 아니, 그보다는, 명상을 많이 하는 저 추위 타는 두루미들, 겨울 동안, 돛폭을 할짝 펼치고, 수평선의 고정된 한 점을 향하여, 침묵을 가로질러 힘차게 날아가는 저 두루미들의 까마득한 각처럼, 발걸음을 돌려야 할진대,저 수평선에서는 태풍의 건조한 낯설고 거센 바람이 한줄기 느닷없이 불어온다2). 가장 늙은 두루미, 제 몸 하나로 전위부대를 이르는 그가, 낌새를 채고 이성을 지닌 사람처럼 고개를 흔들면서, 결과적으로 맞부딛쳐 딸그럭거리는 그 부리도 흔들면서, 마음을 놓지 못하는 터에(나도 역시 그의 입장이라면 그럴 것이다) 그의 늙은 목은 두루미들의 삼대들과 같이 살아오며 깃털이 다 빠졌으나, 격앙된 파동으로 구불거리며, 점점 더 가까워지는 뇌우를 예고한다. 경험을 두루 갖춘 눈으로 사방팔방을 냉정하게 여러 번 살핀 다음, 신중하게 그 우두머리 (지능이 열등한 다른 두루미들에게 제 꽁지깃을 보여줄 특권을 지닌 것이 바로 그인지라) 두루미는 우울한 파수병의 기민한 외침을 내지르며, 공동의 적을 물리치려고, 기하학적 도형의 (그것은 필경 삼각형지만, 이 신기한 철새들이 허공에 그리는 세번째 변은 보이지 않는다) 꼭짓점을, 때로는 좌현으로, 때로는 우현으로, 노련한 선장처럼 유연하게 틀며,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참새의 날개보다 더 커 보이지 않는 날개를 조종하여, 철학적이며 더욱 확실한 또하나의 길로 이렇게 들어선다.
 
1) '하늘'은 원문에서 두무자를 대문자로 쓰지 않았다. 그리서 러마 고전 서사시를 모방했을 이 표현에서 '하늘'은 신이 아니라 삼라만상을 관통하는 자연의 이치 정도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2) 동물의 비유는 에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이 두루미의 비유는 호메로스의 제3장에서도 발견된다. "이렇듯 하늘의 전면에 두루미들의 외침소리가 올라올 제, 겨울과 점점 거세지는 비를 피하기 위해 이 새들은 대양의 물을 향해 방향을 튼다." 
 
로트레아몽(Le comte de Lautreament 1846~1870)
 
본명은 이지도르 뒤카스(Isidore Ducasse).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태어나 1859년 프랑스 파리로 넘어와 타르브와 포의 기숙생으로 수학했다. (1869)와 (1870)이란 글 이외에 전기에 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이 시인은 무명으로 살다가 스물넷에 요절했다. 1868년 가 이름 대신 별 세개로 표시되어 발표되었고, 이듬해 1869년에 총 여섯 편의 노래가 담긴 가 '로트레아몽 백작'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작가는 당시 바이런, 미츠카에비치, 보들레르 등의 시인들을 비롯해 로망 누아르 작가들한테 영향을 받았으며, '로트레아몽'이라는 필명은 외젠 쉬의 이라는 소설에서 가져왔다. 파우스트, 맨프레드, 카인 같은 낭만주의적 반항아들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로트레아몽은 현대 시문학사에서 기념비적인 이름이 되었다.
 
'말도로르 노래'는 작가 사후에 초현실주의자들에 의해 저주받은 천재의 광기와 독창성이 빚어낸 걸작으로 재평가되면서 유명해졌다. 185가지 동물로 역동적으로 변신하면서 손발톱, 흡반, 부리, 턱으로 이 세상의 창조주와 인간을 공격하는 이 잔악무도한 반항아의 전무후무한 노래는, 여러 문인과 예술가를 경악과 충격에 빠뜨렸다. 바슐라르, 블랑쇼, 브르통, 엘뤼아르, 발레리, 아르코, 카뮈, 솔레르스, 크리스테바 등 작가들은 물론 달리, 마그리트, 모딜리아니, 미로 등 미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오늘날 현대 무용가들과 음악가들에게까지 독창적인 영감의 샘이 되고 있다.
 
옮긴이 황현산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기용 아폴리네르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불문과 교수, 명예교수를 역임했고 2018년 봄 타계했다. 프랑스 현대사에서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를 연구하며 문학비평가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 , ,, ,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앙드레 브르통의 , 생텢쥐페리의 , 아폴리네르의 , , 말라르메의 , 보들레르의 , , 디드로의 등이 있다.
 
필봉비평문학상, 대산문학상, 아르다운 작가상 등을 수상하였다. 한국번역비평학회를 창립, 초대 회장을 맡았다.
 
황현산 교수는 1945년 목포에서 출생했으며 2018년 8월 8일 소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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