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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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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세계문제시집(戰後 世界問題詩集) /신구문화사(8)
2019년 03월 06일 14시 39분  조회:1158  추천:0  작성자: 강려
미국편 / 공동번역: 이태주 성찬경 민재식 김수영 (1965년) 
 
렌덜 자렐(Raldall Jarell) 
 
북위(北緯) 90도(度)
 
집에선, 후란넬 가운을 걸치고, 빙판에
   매달린 공처럼
나는 침대로 기어올랐다.
온밤 내내 지구의 불가능한 쪽으로 오르
   며
항해하는 것이다 - 이윽고 검은 턱수염
   과 털가죽 옷과 개들과 함께
나는 북극에 와 닿는다.
 
거기 아기같은 밤 속에 벗들은 얼어 누웠
   고
빽빽한 털가죽 목도리가 굶주린 목을 졸
   라
긴 한숨을 내쉬면 펑펑 쏟아지는 눈송이
   들
정녕 이것들이 나의 종말이련가?
나는 어둠 속에서 휴식에 몸을 기댄다
깃발은 눈부신 얼음의 연속과 침묵 속에
   서 펄렁거려.
개들은 울고, 턱수염은 깜해진 채
여기 나는 서 있고나.
나는 북극을 응시한다. 헌데, 지금 어쨌
   단 말이냐? 글쎄, 돌아가려무나.
 
좋을 대로 돌아서면 내 걸음은 남(南)으로 향
   해
세계는 - 오 나의 세계는 암담하고 싸
   늘한
이 마지막 지점에서 돌고 돈다
모든 길들과 방향들은
마침내 발견한 이 소용돌이 속에서
끝난다
 
그런데 그것은 의미가 없다
어린애의 침대 속에서, 밤의 항해가 끝난
   후,
그 포근한 세계 속의 인간은
죽을 마지막 고비까지 일하며 괴로운 것
   이다
그 이상향에선 죽음 고뇌를 완성시키는
   것이다
 
나는 나의 북극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것
   은 의미를 갖고 있다
여기 내 존재의 실재적인 극지에선
이룩된 모든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그 곳에서 나는 다만 우연히 죽거나 살거
   나 한다.
 
살든 죽든 나는 그곳에서 외로운 것.
북극이, 밤이, 죽음의 빙산이
깨달음 없는 어둠으로부터 짜내는 모든 지식이
무지(無知)처럼 가치 없는 것임을 깨닫는다.
없는 것으로부터 없는 것만이 남는 것.
어둠으로부터 어둠만이 남는 것.
아픔은 어둠으로부터 비롯하여,
그것을 우리는 지혜라고 부른다
그것은 아픔인 것이다.
 
(이태주 번역) 
 
 
피난민들
 
너저분하고 숨막히는 열차 속에 빈 좌석
   이 없다
찢어진 마스크를 한 어린이가
부서진 객실의 폐허 속에서 고요히 앉아
   있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도피하랴?
나처럼 이들도 목숨을 갖고 있다
이것과 그들이 바꾸기를 원하는 것이 있
   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피가 가장자리에 맺혀 메말라 있는 어린
   이의 마스크
어제만 해도 그에게는 이보다 한결 포근
   한 조국이 있었지.
정말 조국이 있었을까? 온밤을 열차는
고요히 황량한 벌판으로 미끄러져 가고,
공허한 숨결이 솟았다 꺼져 가는 속에서
   - 탈출이다 탈출이다!
 
이 자유를 위해 인간은 그가 소유하고 있
   는 모든 것을 지불한다,
이곳에는 온갖 주머니들이 텅 비어 있지
   만
자거라, 공허한 마음이 그들의 소원마저
   도피시키고 있으니.
잠잠히 지워 버리는 마스크로 무(無)로 돌아가
   라
나날들과 얼굴들을 감춰 버리면서 그들은
   세계를 헛되게 한다
 
인생은 죽음이라는 허황스러운 만족에의 여
   로(旅路)가 아니겠는가?
오늘밤 이 황폐 속에서 그들이 쓰고 있는
   마스크는 죽음의 연출이다
<나도 또한 도피하리>, 이렇게 씌어진
   그들의 얼굴,
우리가 이것과 바꾸기를 원하지 않고 있
   는 것이 있다면,
그건 무어란 말인가?
 
(이태주 번역) 
 
 
편지들을 태운다
 
<태평양에서 전사한 한 조종사의 아내가,
  그가 죽은 후 몇해만에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여인은 한 때 기독교 기독교 신자였다.
  프로테스탄트의.>
 
여기, 당신을 위해 남아 있는 집,
그리고 내 머리 속에서,
당신은 변하지 않고 남아 있다
화재는 바다로부터 타올라, 바다는 변하
   고.
두 동강이 난 항공모함이 비행기들을 안고
   꺼진다.
별이 반짝이는 바다 위로 재(灰)처럼
뿌려지는 모함의 시체들.
모이고, 한데 얼려 그 무게로 가라앉는다.
모으는 사람들도 흩어져 가고.
 
깊이 잴 수 없는 검은 바다의 고요로부터
변함 없는 우주의 둥근 원으로부터
여기 내 손으로 편지들이 흘러온다
가슴을 찌르는 노오란 굳은 얼굴.
마침내 어린이의 얼굴로.
핥아진 입술이
마지막 의문의 미소를 먹음고.
어설프게 응답을 힘써 보았지만, 여전히 대
   답할 수 없이.
시들은 의문들 - 너무 벅찬 의문이라 그
   땐 생각도 해 보았지만 -
실은 너무나 작은 의문이었던 것을.
내 눈이 늙어 갈수록 보다 젊어지는, 그
   리고 젊어지는.
꿈이 다한, 그리고 눈물이 다한 당신의
   아내와 ㅡ
당신의 변함 없는 마지막 조국은
당신 자신의 생(生)의 거부로부터
- 비난과 상실의 일부는 여전히 어린
   이의 것이지만 -
나의 떨어져 나간 불안스런 존재로 화(化)했
   다.
 
어린이는 그 자신의 신념을 지니고 있다
   어린아이의.
땅으로부터도 아닌, 마지막으로 용해된
   바다로부터도 아닌
다만 죽음으로부터 인간의 한 목숨이 -
지금은 닳아 죽음으로 사라졌지만 -
참혹한 모양으로 되어 남는다. 죽음이 인간
   을 따라오고
그의 생명은 죽음으로부터 샘솟는다. 인
   간의 죽음으로부터.
육체에의 추구와 무서진 활력이
땅덩이 무덤들 속에서 가물거린다
생(生)의 자양(滋養)이 빛과 어둠의
쫓아대는 날개 아래로 묻히고
나불거리며, 나불거리며, 불꽃이 마지막
   뻗치는 우아로움으로 살을 움켜잡는다
목숨이 움켜잡듯이 움켜잡는다
쫓는 사람은, 덮어둔 인생을 쫓는 사람을
   힘없이 만든다
모든 은혜가 다한 후에야 뒤늦게
피와 검은 핏줄이 슨 빵으로 갈라진다
어린이는 나이 들면서부터 몸을 떤다
응시하던 구제자(救濟者)도 그의 손에 몸을 굽혀
그의 발톱은 그 자신의 교환된 육체에 억
   눌려
핏기를 잃고, 나불거리다가, 너울너울 타
   오른다
꺼지지 않은 빛의 잔상으로 하여 더욱 어
   두워진
이 어둠 속에서, 죽어가는 신(神),  먹혀 버린
   삶.
이건 악몽이다. 그것으로부터. 이 밤에.
   내가 깨어난.
 
(불꽃은 인생 위에서 춤을 춘다. 슬퍼하
   는 노예는
캄캄한 비밀 속에서, 또 다른 육체에
속박된 노예를 묻으러 온다
한때, 영원히, 다른 육체로부터 벗어난
   노예를.
영원한 인생으로서
불꽃이 유순한 얼굴을 불그레 비추면서.
 
목숨들은
승리의 어둠 속으로 먹혀지고
함선들은 침몰되고, 잊혀져, 바다는
어둠에 빛을 낸다
찾을 길 없는 목숨들의 죽음이
묵묵히 어둠이 갈아앉는 서쪽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죽음에 팔린, 사랑에 겹
   던, 그리고 괴로워하던
인생들 위로 어둡게 고요히 내려앉는다.
전사자들의 명단에, 펼쳐본 적이 없는 연감(年鑑)
   속에
까맣게 탄 머리와, 뭉크러진 행방불명이
불꽃인양 바다로부터 불쑥 떠올라
순수한 고민으로서의 짐승같은 울음으로
그 마지막 존재로부터 찢어져 나가.
오, 나의 온 인생의 죽음이여
당신으로 하여, 당신으로 하여
나는 죽지 않았고
당신의 죽음으로 나는 살아 왔나니.
 
바다는 텅 비어.
텅 빈 나는, 숯검정이 된 당신을 들끓게
   하며
집에 함께 있는 당신의 고양이와,
그리고 당신의 집, 당신의 아내에 관한
의문에 대답했으나.
집에서 죽은 고양이
아직도 젊은 그대로, 아무런 환영도 없이
고요히 누운 그 엄청나게 푸른 무덤 위로
빛나는 세월과 더불어 잿빛이 된,
고양이.
당신의 죽음에 얽매어
나는 내 자신과 당신 사이에서
당신과 내 목숨 사이에서
선택을 한다. 그것은 끝난 것이다.
 
여기 네 머리 속엔
수의(壽衣)에 가린 당신의 검은 몸을 위한
자리가 있다
인식표가 해골에 밀착되어 있구나.
그리고 불꽃은 당신의 죽음 위로, 그리고
내 자신의 목숨 위로, 그리고
내 생(生)의 세계 위로 감돌아 오른다
편지들과 얼굴은 때때로
당신의 뜨거운 입김으로 고요하다
오 무덤이여! 이것들을 가져라.
나의 모든 세월의 엄청난 무덤은
온 인생이 그 속에서 상실되는 폐기된 우
   주(宇宙)는
받고, 주어진 이생의 추억들을
당신의 것으로 만든다
그 조각 조각들을 여기다 나는 뿌리고 있
    다.
 
(이태주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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