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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광란 / 프랑시스 퐁주
2019년 03월 07일 14시 13분  조회:1495  추천:0  작성자: 강려
루아르 강둑 
 
1941년 5월 24일, 로안느
 
 이젠 그 어떠한 것도 나의 결정을 번복시킬 수 없다. 다시 말해 나의 연구 대상을, 그 대상에 관한 구술적 표현의 가치 창조를 위해서나, 아니면 이런 표현들을 시로 정리하기 위해서나 결코 희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다른 것 으로서의 대상 그 자체로 되돌아가야 한다. 특히 내가 이미(이 순간까지) 그것에 관하여 써놓은 것과도 다른 것으로.
 
 나의 작업은,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위해 내 표현의 끊임없는 수정작업이어야 한다(그렇다고 이러한 표현 형태를 미리 걱정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내가 이 강둑의 한 지점에서 루아르 강에 대한  글을 쓸 때면, 나의 시선과 나의 정신을 끊임없이 그곳에 담가야 하리라. 또한 그것이 표현 위에서 마를  적마다, 다시 강물에 담가야 할 것이다. 
 
 대상의 가장 큰 권리, 즉 모든 시에 대항할 수 있는, 절대 불가침의 원리를 인정해줄 것…… 그 어떠한 시도, 시의 대상 쪽의 최소한의 호소 내지는 대상 자신의 권리 침해에 대한 불평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언제나 대상이 훨씬 더 중요하고 흥미로우며, 더 많은 능력을(많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나에 대해 그 어떠한 의무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것에 대해 모든 의무를 지고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앞서 말한 것들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그러니까 , 결코 시적  형태에 머무르지 말 것―그렇다고는 해도 이 시적 형태는 나의 연구에 이용되기는 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대상의 어떤 어두운 면들을 나타나게 할 수 있는 거울의 유희와도 같은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낱말들을 상호 충돌시키고, 구술적으로 유추하는 것이 대상을 탐색하는 방법들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절대로 사물들을 조정하려 들지 말 것, 사물과 시는 양립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시를 짓고 싶어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신이 승리하여, 새로이 몇 보 진보할 수 있다는 희망 속에서) 사물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인지를 아는 것이다. 
 
 이 양자택일 중 나의 취향(사물들과 정신의 진보에 대한 강렬한 취향)이 주저없이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후자이다.
 
 그러므로 나의 결정은 내려졌다……
 
 결국 앞으로 다가올 것에 대하여 시라고 부르기를 원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만일 조금이라도 *시의 가르랑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으면. 나는 그것이 곧 꼬임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는 힘을 다해 거기서 빠져 나오고 싶어질 뿐이니까. 
 
*ronnon poetiqe. 감상적 서정주의 시를 일컫는다. 11
 
출처, 네블,인드라의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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