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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세계문제시집(戰後 世界問題詩集) /신구문화사(9)
2019년 03월 08일 12시 36분  조회:1382  추천:0  작성자: 강려
전후 세계문제시집(戰後 世界問題詩集) /신구문화사(9)
 
 
 
미국편 / 공동번역: 이태주 성찬경 민재식 김수영 (1965년) 
 
 
피터 비렉(Peter Vicereck) 
 
험상궂은 감자에게 
 
오. 풍만한 땅 사과여. 기름에 튀겨지길
   기다리며
목숨을 응시하는 온갖 것 중에서 제일 눈
   이 많은 너,
무슨 은밀한 뜻을 품었던가, 오래 전에
인디아나나 아이다호에서?
 
인디아나와 아이다호의
기분좋은 땅 속에서 그 큰 감자는 자란다.
어수룩하게 생긴 전분을 먹고 사는 뭇
   중서부 사람들이 짐작도 못할
은밀한 과대망상으로 부풀어 오른 채.
 
틀어놓은 용수철이나 힘에 대한 의지처럼,
뚱뚱하고 모사꾼은 때가 오
   길 기다린다.
목이 쉰 인간의 구경거리를 말 없이 바라
   만 보는 것들,
인디아나나 아디아호에서.
 
<사람들은 우리를 무디다고 여긴다. 꽃이
   아니라 먹는 거라고.
두고 보자. 우리의 세상이 되면 온 장미
   를 무색하게 하리니.
건전(健全) 아닌 광기(狂氣)가 우릴 이처럼 기승차게
   한다.
인디아나와 아디아호에서.
 
<키와니스(Kiwanis) 클럽에선 번번히 접
   시마다,
우리는 무엇이든 먹기 좋고 몸에 좋은 음식이
   되어 기다리고 있으니,
인다아나는 결코 결코 알 수 없다,
우리가 별들을 시기하고 장미꽃을 미워하
   는 까닭을.>
어떤 운명이 내리닥치리라. (감자들은 모
   두 알고 있다)
그때가 되면 너무 짓이김을 받아서 한 번
땅기운 중에서도 제일 소박한 토박이가
   고치를 뚫고
솟아올라서 별처럼
빛나리라.
얼굴을 마저 찌푸리리니.
 
(성찬경 번역) 
 
 
우리의 둘 중의 어느 쪽이
 
우리 둘이 다 유순(柔順)하고 강(强)하고 너무도 열광적
   으로
하나님을 반기므로 분리(分離)되어 화해(和解)할 수가
   없는 경우,
손가락 끝을 슬쩍 스치는 것만으로도 둘
   은 자극(刺戟)되어
밀착되어 있는 껍질 보다도 나무의 신
   령(神靈)하고 더 긴밀한
나무를 녹여 버릴 지경으로 뜨겁게 마주
   붙어 대립해서
시소처럼 오르내리는 사이가 되는 경우,
혼자서는 우스갯소리로 속을 썩이지도 미
   워하지도 않고
혹은 나머지에서 풀려나오는 일도 없는
   경우,
넋보다도 훈훈한 것과 살보다도 짙은 것
   이
다름 아닌 두개골의 결혼으로 하나인 경
   우 -
그러자 흙이 이 사랑의 반쪽에서 단지 살
   을 벗겨 내어
그것을 안 벗긴 것 위의 반쪽에서 떼어 가
   둘 때,
어느쪽 흙에 그가 서 있는지, 대체 누가
   확신할 수 있을까?
내가 이곳에 몇 초를 이렇게 있는 것일까,
   혹은 몇 해를?
나는 외로움과 어두움 밖엔 아무것도
알지를 못한다. 여기엔 무덤을 채우는 그
   런 암흑 밖엔 없다.
아니면 단지 사람 없는 방에 깃든 삼경(三更).
공포로 숨을 죽여 숨은 넘어가 버리고,
꼼짝 않고 무서워서 움직일 수가 없어,
다만 네가 내 곁을 어떻게 해선가 떠났다
   는 것만 의식하며,
 
난 여기 누워 있다. 우리의 둘 중에 어
   느 것이 죽었는가를 생각하며.
 
(성찬경 번역)  
 
 
설상산책(雪上散策)
 
1
 
소나무 오솔길. 그리고 모든 시간은 희고
   도 길다.
허나 몇 마일을 걸으니 - 갠다. 눈과 둥
   글음.
그런 원(圓)이 양식(樣式)처럼, 환원유전(還元遺傳)처럼,
깊이 묻혀 있는 신화(神話)의 돌의 파문(波紋)처럼 여
   겨졌다.
나는 그 원(圓)을 건넜다. 주문을 외우기 위
   해서가 아니라, 산책하기 위해서.
멜로드라마에서처럼 중심부에 섰다.
생각했다. 만약에 이 중심이 문이라면?
지구에서 지구 아닌 곳으로 가는 문이라
   면?
별들은 그렇게 빛나는 데도 불구하
   고
우리의 역설(力說)에 대해서 눈송이처럼 마이동
   풍(馬耳東風)일까?
그러자 마술에 불이 붙었다.
   문을 통해서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차갑지 않다. 나의 내부는 뜨겁다.>
 
2
 
즉시로 새로운 그리움이 나아가서, 찢어져
   나오는
폭풍우의 떨리는 신음소리처럼 대지에 퍼
   져 갔다.
별의 가락이 해묵은 지구인의 고독을 유
   혹해 냈다.
화현(和絃)1)이 붙은, 온 하늘을 덮는 한 옥타
   브의 소리처럼.
온 천체가 우주의 트레몰로로 화합하였다.
   <별이여 별, 닿을 수 있는 별!
참으로 너의 내부가 뜨겁구나.> 나는 소
   리쳤다.
수줍어하며, 공간 속에 약한 대답이 문(門)을
   지나 들어왔다.
<복된 형제여, 여기까지 그리 먼 것이 아
   닐쎄.>
                                                                            1) 화현(和絃): 화음(和音)
 
3
 
아름답기도 하지만 이치에도 맞지 않아
마술이란 - 예술처럼 - 무서움으로 깨
   어나는 속임수이다.
(목사 아닌 못난이 역, 몸을 떠는 마술
   사가
정신없이 갈채를 보내는 이보다 더욱 놀
   란다.)
<그럼 저 모든 지주(支柱)와 나의 무대의 부활
   제(復活祭)가 정말이 된 것일까?
난 처음부터 장난삼아 한 것인데!>
예술이란 이를테면 술집 감독이어서 결코
   취하질 않는다.
그리고 마술도 스스로를 믿는다면 죽어
   갈 수 밖에 없다.
나의 별은 모든 회의(懷疑)의 갈망의 경우처럼
하늘을 향해서 발사된 로케트였다.
   그것은 스스로의 신념에 취해서,
그것의 목사가 되려고 위를 향해서
다음 처럼 외쳤을 때 폭발해 버렸다.
 
<마지막으로 대답하라. 암시만이라도 하
   려거든 하라.
그 때문에 지구가 앓고 있는 그 해답, 즉
   시(始)와 종(終)을.
우리가 울부짖는 <하고(何故)로1)>를 결정적인
  사실로써 진정시키라.
                                                          1) 하고로: 무슨 까닭으로
 
4
 
즉시로 그의 문이 꽝하고 닫히고, 그 원이
   끊어졌다.
하늘은 어느 때처럼 넓고 고요했다.
사정없이 추운 눈송이가 끝없이 먼 곳에
   서 떨어졌다.
아무리 원(圓)을 만들려고 해도 선(線)이 닿지를
   않는다.
아무리 두드려도 아무도 집엔 없다.
(마술복을 벗기운 마술사들은 온 밤내 언
   다.
신성한 약강격(弱强格)이 눈을 놀릴 수는 없다.
그들은 망상(妄想)의 수정(水晶)이 꽃필 때 걸음을 잇
   는다.)
떨면서 난 거기에 서서 높은 곳에서
불이 달려서 내려보내는, 약한, 혹은 천둥같
   은 말들을 애써 얻으려고 했다.
   난 오래 기다렸거니, 해답이란
일찌기 하늘에서 얻은 유일무이한 지구였
   다.
 
(성찬경 번역) 
 
 
목숨과 8월을 사랑하는 노래
 
1
 
8월의 나뭇잎에 바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
   까?
거친 가지 위에서 잎사귀의 귀를 접어 던
   지곤
제 자리에 돌리곤 또 집어 던진다. 흔들
   리는 풍력계(風力計)
그뿐이다. 그보다 나쁜 것은 하지 않는다.
일곱의 잔 물결을 뛰어넘는 물결이
거품을 부수어 천(千)의 방울로 만들고
뒤에 오는 물결도 썰물 속에 넣는다.
그처럼 나뭇잎을 가지곤 놀지만.
떼어 놓곤 하나가 되게 하고 떼어 놓곤
   하나가 되게 한다.
8월엔단 한 번도, 한 개의 나뭇잎도 안
   떨어지리라.
바람은 풀을 빗질해서 좋은 소리를 낸다.
   ___
바람이 8월의 나뭇잎에 딴 무슨 짓을 할
   수 있을까?
녹색의 발목이여, 마음대로 열중해서 차려
   무나,
8월이 끝나기 전엔 자빠지는 것이라곤
   없으니.
 
2
 
8월엔 가벼운 테니스화가 재빨리 지나간
   다.
 
3
 
철쭉꽃은 목숨에 취하고, 몸부림하고,
기공(氣孔)1)엔 싱싱한 수액이 배어나오게 하고,
활기있게 태양에 덤벼드는 거대한 육식
수(肉食獸)처럼,
나른한 듯, 그리고 가열(苛烈)2)하다.
억누를 수 없을까? 허나 총림(叢林)의 큼을 보
   이면서도
가볍고 흰 무명 양말이나 헝클어진 머리
   냄새,
송이 가시 달린 허드레 옷 앞에서 어리광
   떨고 있다.
한때 평화와 가열함과 음악이 하나가 된
   다.
                                                          1) 기공: 숨구멍  2) 가열: 가혹하고 격렬함
 
4
 
8월은 빨리 지나간다.
 
5
 
다할 줄 모르는 녹색 폭포가 미친 듯
아낄 줄 모르며 어둠 속에 비말(飛沫)을 던진다.
무명 브라우스 밑, 푸른 정맥을 졸졸
   흐르고,
비옥한 땅속, 진흙도 호응해서 소리낸다.
앉아라, 죽음이여. 앉아라, 스패니엘 게
   처럼.
떨어져라, 바람이여, 떨어져라, 하고 그
   녀가 말했다.
꼬박 한 시간이 걸려도  아무도 잎사귀 하
  나 상하게 할 수 없다.
 
6
 
8월엔 재빨리.
 
7
 
바람은 창백한 외면적인 것을 상하게
   할 뿐이다 -
8월의 녹색은 얼마나 어둡게 깊게 빛나
   는 것일까!
바람은 8월의 이파리에 무슨 짓을  할 수
   있을까?
한 시간, 마음대로 정신없이 차려무나.
<허나 만일에, 그대가 멀리 안 보이는 사
   과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그까짓게 뭐지? 우리를 넘길 수는 없다.
이 8월의 존재.
            8월이여 천천히 오래 빛나라.
 
8
 
서둘러서
 
9
 
(상하기 쉬운 8월, 샘 말곤 무엇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녀는 쉬고 있다. 누가 바라고, 닿았나?
그녀는 서두른다. 서늘한, 흰 무명의 부라
   우스로
(들어보라, 그것이 샘인지, 최초로 딴 과
   물(果物)인지?)
테니스화를 신고 있다.
 
10
 
떨어지는 소리를 보거나, 녹색이 바래 가
   는 것을 볼 수가 있는가?
천천히 빛나라. 성스런 잎사귀의 무리여.
점토(粘土)로 양육되어서, 기름진 땅처럼 두터운 이
   시간 속에서)
사과의 빨강을 구할 순 없다.
--- 또 떨어지는 소리. 더 가까이에서.
위협이란 잎 사이로 부는 미풍(微風)의 이름이
   다.
--- 보다 더 가까이에서.
 
 
11
 
분기점.
8월엔 가벼운 테니스화가 서둘러서 지나
   간다.
 
12
 
8월의 녹색은 얼마나 어둡고 깊게 빛나
   는 것일까!
먹어 온 죽음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가 죽음으로 길러온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는다.
한 시간 - 오오, 깊어가는 잎의 무리,
   둘러보는 잔디밭,
8월의 무거운 녹색 - 가기 전에 쉬어라.
목숨의 향기를 띠우며 무릎을 깊이 안고
   안고 있는 겁 많은 풀,
멋진 푸른 빛 소나무, 우거진 풀답과 히
   이스,
조용한 이끼여, 오래 기다려라, 우리들
   위해서 오래 빛나라,
연못에 뜨는 거품의 꽃잎, 물에 빠져 죽
   은 이의 흘러가는 화환(花環)이여
개구리는 에매랄드 꽃의 나비처럼 모여
   든다.
둔한 이끼여, 오래 빛나라, 깊이 숨쉬고,
   볼이 달은 8월이여,
네가 기대고 있는 비옥한 흙 속에
녹색 수액을 천천히 돌려 주어라.
우리는 8월과 같이 했던 시간을 쉰다.
컴컴한 머리 위에 십자로 교차(交叉)해서
뜨거운 혜성은 서로 스쳐 상처를 낸다.
땅 속에선 찬 두더지가 흙을 파낸다.
모든 것이 8월과 같이 했던 시간을 쉰다.
저 모든 녹색이 바래기 전에, 눈과 눈이
   마주친
그 매혹도 한 번 불어오는 미풍한테 빼았
   겼지만 -
8월의 빛나는 것처럼 어둡게, 눈과 눈이
   헤어질 때,
8월의 지나가는 자국이 잠시 보일 것이
   다.
 
(성찬경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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