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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하이퍼시론

이선의 하이퍼시 시창작론[펌글]
2019년 03월 08일 16시 32분  조회:1528  추천:0  작성자: 강려
이선의 하이퍼시 시창작론
ㅡ회화 기법을 중심으로
 
 
이 선(시인, 한국문학비평가협회 부회장)
 
 
 
 1. 하이퍼시의 개념과 정의
 
 ‘하이퍼시’시론은 1965년 테드 넬슨(Ted Nelson)이 주장한 “하이퍼텍스트는 종이 위에서 손쉽게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방법으로 상호 연결된 글이나 그림 자료들의 조직체”라는 말을 문덕수가 하이퍼시에 차용하여 시론으로 정립한 시론이다.
 하이퍼(hyper)는‘과도하거나 지나친’또는‘극’이라는 용어로 해석된다. 필자는 하이퍼시를 <극초현실주의>라는 이름으로 처음으로 명명함을 밝혀둔다. <극초현실주의> 시는 문덕수가 주장한 <하이퍼시>와 같은 개념으로, 지금부터 <하이퍼시>로 명명한다.
  테드 넬슨이 주장한 link(연결)라는 개념은, 현대 컴퓨터 세대들이 상용하는 용어다. 문덕수는 넬슨의 하이퍼텍스트 이론을 1930년대의 이상(李箱)의 초현실주의 시에 대입하여 새로운 하이퍼시 시론을 모색하였다. 문덕수의 하이퍼시 시론은 <탈관념ㅡ무의미시ㅡ링크ㅡ리좀(rhizome)>으로 요약된다.
  링크는 분산된 이미지를 연결하고 집합하는 기능이다. 리좀(rhizome)은 쌍방향, 사방으로의 링크의 기능을 의미한다. 평면상에서 그물망처럼 확산되는 이미지들의 러너 기능을 말한다.  
  심상운은 문덕수와 오남구가 발의한 하이퍼시 시론을 근간으로 『단선구조의 세계에서 다선구조의 세계로』라는 하이퍼시 시론을 정리하여 하이퍼시 시론집을 발간하였다. 심상운은 <링크(link)ㅡ리좀(rhizome)ㅡ모듈(module)> 등 현대 컴퓨터 용어를 재해석하여 시론으로 정립하였다. 모듈은 컴퓨터의 최소 단위(unit)의 결합과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하이퍼시는 <탈관념ㅡ분리ㅡ결합ㅡ자립성과 독립성>으로 요약된다. 자유로운 <삽입ㅡ교환ㅡ연결ㅡ삭제>를 추구하며 자유로운‘편집 기능’을 갖는다.
 
 
   2. 하이퍼시의 성립조건
  
  문덕수는 오남구의 <디지털 시론>을 연구 보강하여, 하이퍼시의 조건을 <탈관념ㅡ무의미시ㅡ링크ㅡ리좀ㅡ분리성ㅡ독립성ㅡ상상력의 무한대>로 정리하였다.
 
  심상운은 오남구의 <디지털 시론>과 문덕수의 <하이퍼 시론>을 결합 보강하여 현재 널리 알려진 <하이퍼시론>을 정립하였다. 심상운은 하이퍼 시론집 『단선구조의 세계에서 다선구조의 세계로』에서 하이퍼시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이미지의 집합적 결합ㅡ다시점 이미지 캐릭터ㅡ가상현실 보여주기(서사성)ㅡ상상과 공상ㅡ동영상 이미지ㅡ탈관념ㅡ의식과 무의식의 2중 구조ㅡ연출자 입장 시 제작>으로 요약하였다.
 
  필자는 하이퍼시 성립조건을 다음 7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언어충돌, 이미지 폭력- 링크, 리좀
    둘째, 무의미시
    셋째, 씨네 포엠cine΄ poe΄ me (영상시)
    넷째, 추상화 기법: 몽타주, 모자이크, 추상화 겹쳐 그리기(색채 이미지)
    다섯째, 환타지
    여섯째,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상상력의 시간이동(동시성)
 
  하이퍼시의 성립조건은 하이퍼시 창작 기법으로 치환되는 개념이다. 하이퍼시는 표현주의 미학인 유미주의를 추구하며, 시에 운동감과 감각적 미의식을 부여한다. 또한 존재론적 상황 시로서 서사적 구조를 갖는다. 내용을 제한하거나 지시하거나 명령하여 한정하지 않는다. 표현주의 미학을 추구하는 하이퍼시는 <자립성, 독립성, 무한대 상상력의 공간, 동시성>을 성립조건으로 한다.
 
 
  3. 하이퍼시의 회화기법 시창작론
 
 
  필자는 위에서 하이퍼시의 6가지 성립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첫째, 언어충돌, 이미지 폭력- 링크, 리좀
  둘째, 무의미시
  셋째, 씨네 포엠cine΄ poe΄ me (영상시)
  넷째, 추상화 기법: 몽타주, 모자이크, 추상화 겹쳐 그리기(색채 이미지)
  다섯째, 환타지
  여섯째,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상상력의 시간이동(동시성)
 
  그러나 본 장에서는 지면관계상 하이퍼시의 성립조건을 모두 논의할 수 없음이 유감이다. 위의 하이퍼시 성립조건들은 다음 연구과제로  남겨둔다.
  
  본 장에서 필자는 하이퍼시의 시창작 기법으로 미술의 회화기법 중 추상화 기법을 새로운 하이퍼시 시창작 기법으로 도입하였다. 아래 7가지 기법은 하이퍼시 시창작론으로 필자가 최초 주장한 내용이다. <정물화 기법ㅡ겹쳐 그리기 기법ㅡ움직이는 그림 기법ㅡ옴니버스 기법ㅡ기호시 기법ㅡ모자이크 기법ㅡ추상화(구성) 기법> 으로 분류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하이퍼시는 거부와 부정을 하면서도 현재 문단의 흥미를 자극하는 관심주제가 되었다. 시인과 평론가는 하이퍼시가 기존의 시와 어떤 변별력을 갖는지 증명해보이라고 한다. 새로운 실험시의 존재증명을 위하여, 필자는 하이퍼시를 쓰면서, 새로운 현대시의 패러다임인 하이퍼시를 연구하고 있다. 필자는 2004년에 「물고기의 레이스 전봇대 위를 날다」를 발표하면서부터 하이퍼시를 10년 이상 써 왔다. 그러나 당시는 문단의 칭찬과 외면, 반격을 받으면서 고군분투하였다. 그 당시에는 하이퍼시라는 말이 없어서,“특이한 시를 쓰는 이선 시인을 소개합니다”라는 멘트를 들었다. 필자는 하이퍼시 시창작론을 경험적으로 체득하며  이론이 있기도 전에 하이퍼시를 쓴 것이다. 문덕수는 필자의 첫 퍼포먼스 시집, 『빨간 손바닥의자』서문 평론에서 “이선은 타고난 하이퍼 시인이다”라고 언급하였다. 
 그러므로 필자의「회화 기법을 중심으로」한 하이퍼시 시창작론은 필자의 실험적 시 쓰기 방법론으로 이미 써 왔던 시창작 기법이다. 미술의 회화기법 중 추상화 기법을 이미 필자의 시에 도입하여 왔던 것이다. 새로운 방법론의 실험은 필자의 시창작의 목표며 과정이다.
  
 ‘어떤 시가 과연 하이퍼시인가?’
  시인, 평론가, 독자는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필자는 아래 예시된 시 작품 을 분석하여 하이퍼시의 시창작 방법론을 역으로 추론하고자 한다. 어떤 요소들이 하이퍼시를 구성하는 조건인지 밝혀내어 새로운 하이퍼시 시창작 기법을 정립하고자 한다. 하이퍼시와 아날로그 시의 차별화된 시창작 기법을 밝혀서 분류의 기점을 세우려는 것이다. 본 연구가 사람들의“도대체 하이퍼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객관성을 가진 구체적인 자료가 되기를 바란다. 
 
  정보화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매일 인터넷에는 새로운 소식이 전개되고 있다. 인터넷 기능은 조합과 결합의 연결기능을 갖고 있다. 하이퍼시는 디지털시계, 디지털 계산기, 디지털 사진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디지털은 컴퓨터 시스템을 적용하여 연속적이며 분절적인 오차가 없는 정확한 시스템이다. 디지털은 무한 반복적이며 합성과 재결합이 가능하다. 자기의 기본적인 본질을 버리지 않으면서 다른 시스템과 만나 새로운 합성구성, 새로운 시스템으로 탄생한다. 반면 아날로그는 연속적이지만 조금씩 오차가 난다. 아날로그가 직선이라면 디지털은 점선이다. 또한 모자이크다.
  디지털 그림은 점묘화 기법으로 여러 스타일로 합성되기도 하고 형태를 아주 바꾸기도 하고, 다른 이질적인 그림이 들어와 덮어버리기도 하면서‘움직이는 그림’을 그린다. 네모 박스 안에서 물고기가 모였다가 흩어지고, 물풀이 돋아나 바람에 흔들린다. 그 물풀 사이로 무수히 많은 고기 떼가 지나간다. 빠르게 화면이 바뀌면서 새로운 그림들이 나타난다. 디지털 그림의 중요한 포인트는 화면이 빠르고 운동감 있게 움직이며, 장면이 계속 전환되며, 사물도 임의로 바꿀 수 있는 편집기능이 있다. 즉 고정적 정물화가 아니다. 움직이며 변화하는 그림을 무한정 반복 감상할 수 있는‘움직이는 그림’이다.
 
   
  아날로그 시를 지향하여 새로운 감각의 젊은 시, 곧 하이퍼시를 쓰는 시인들의 감각도 디지털 그림과 다르지 않다. 그 화면이 빠르게 전개되고 장면 전환이 빠르다. 아날로그 시가 검정과 흰색. 빨강, 파랑색으로 구성된‘보여주기’위주의 정지된 단일구성의 시라면 하이퍼시는‘다초점’과‘다시점’으로 복합적 구조를 갖는다. 여러 방향의 상상력에 움직임을 가미하여‘상상력의 이동’을 한다. 디지털 시는 한 마디로‘움직이는 그림’, 또는‘움직이는 영상’이다.
  젝슨 플록의 페인팅 기법이나 미술의 표현기법처럼 시인의‘상상력의 이동’이 생각지도 않았던 기하학 무늬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무의미한‘단어던지기’나‘언어충돌‘로 우연적 미술기법처럼 하이퍼시가 탄생하는 것이다. 거리가 먼‘단어’의‘결합’과‘분리’가 만든‘모자이크 이미지’가 하이퍼시에‘낯설게하기’를 실현한다. 또한 사물을 각각 다른 연에 임의적으로 배치하여‘병렬배치’된 사물들이 서로 다른 질서와 의미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다른 의미와 세계로 확산된 무의미하고 낯선 사물들은 서로 다른 상황을 보여준다. 각각 분리된 이야기들의 합성과 결합이다. 하나를 빼도 더해도 내용은 연결된다. 의미에 구애받지 않는다. 한 폭의 단절된‘추상화’가 그려진다. 의도성을 가지고 쓴 의미추구의‘아날로그 시’보다 새로운 감각의 하이퍼시 작품이  더 감각적이고 선명하다.
 
  하이퍼시는 전자제품의‘디지털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새로운 감각’이다. 새로운 감각의 시는‘시스템의 혁명’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기법의 실험을 통하여 보다 새로운‘무엇’을 추구한다. 
  아날로그 시가‘보여주기’의 평면적인 그림이라면, 하이퍼시는‘움직이는 그림’으로 입체적이며 운동감이 있는 그림이다.‘움직이는 그림’은 정지된 그림이 아니다. 시간 이동과 공간 이동이 가능하다. 또한‘상상력의 이동’을 하여 새로운 공감각적 하이퍼시로 탄생된다. 하이퍼시를 <상상력의 시간이동과 상상력의 공간이동>으로 정의한 것은 필자가 김규화의 시 평론에서 처음 주장한 하이퍼시 이론이다.
  공간이동은 그림의 내용인 화면이 변화하며 순간이동한다. 합성사진처럼 합성과 분리, 삽입이 가능하다. 즉‘시간ㅡ공간ㅡ상상력의 이동’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시의 새로운 디자인이 만들어진다. 새로운 디자인은 새로운 시스템이다. 시스템의 변화가 새로운 시창작 기법의 주요 이슈다. 새로운 구조, 새로운 의미, 새로운 상상력, 즉 시에서의 새로움은 새로운 기법이다. 하이퍼시는 내용 중심의 시가 아니다. 하이퍼시는 상황 중심의 시다. 
 
  본 장에서는 예시된 하이퍼시 작품에서 하이퍼시의 회화적 요소 중, 추상화 기법을 집중적으로 추출해서 논의하고자 한다. 하이퍼시의 내용과 형식, 구조와 디자인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1) 정물화 기법ㅡ ‘탈관념’ 
 
  하이퍼시의 내용, 즉 의미의 영역을 먼저 살펴보자. 하이퍼시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탈관념이다. 하이퍼시는 아날로그 시가 추구하던 의미영역의 관념을 배제한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진찍기’를 하여 ‘보여주기’하고자 한다. 정물화 같다. 영화의‘컷’의 기능이다. 정지된 화면이다. 시인의 의식이나 명령, 유인, 강요를 배재하고 객관적‘정황’을‘보여주기’한다.‘시적 거리’가 먼 객관화된 사물 시가 탈관념 시에 속한다. 물론 무의미 단어들의 연합된‘언농’도 포함한다. 탈관념 시는 의미를 강요하지 않고 독자에게 관찰하도록 한다. 미술작품을 감상하듯 감상하게 한다. 시는 시로서 현존할 뿐, 그냥 작품으로‘놓아둔다’. 아래 문덕수의 하이퍼시를 읽어보자. 
 
  빨간 저녁놀이 반쯤 담긴
  유리컵 세 개.
  횅하니 열린 문으로는
  바람처럼 들이닥칠 듯이 차들이
  힐끗힐끗 지나간다.
  세 유리컵
  그 세 지점을 이으면 삼각형이 되는
  그 속에 재떨이는 오롯이 앉아 있었다.
  열린 문으로는
  서 있는 한 사나이,
  길 건너 어느 고층으로 뛰어오를 듯이
  서 있는 그 신사의 등이 실은
  유리컵을 노려보고 있었다.
  세 유리컵
  그 세 지점을 그으면 삼각형이 되는
  그 금 밖으로 밀려나
  금박金箔의 청자 담배와 육각형성냥갑이 앉아 있고
  그 틈새에 조그만 라이터가 
  발딱발딱 숨을 쉬고 있었다.
 
     ㅡ문덕수,「탁자를 중심으로 한 풍경」전문
 
  문덕수의「탁자를 중심으로 한 풍경」은 철저히 감정을 배제한‘사물 시’다. 한 공간에 존재하는 사물을 철저히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빨간 저녁놀ㅡ재떨이ㅡ서 있는 사나이ㅡ유리컵ㅡ담배ㅡ육각형성냥갑ㅡ라이터>들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존재하는 것들이다. 작가는 자기의 감정을 담지 않고 냉정하게 ‘정물화’를 그리듯 탁자 주변의 상황을 나열한다. 그림처럼 보여준다. 화면에 관념이 들어갈 공간이 없다.
 
  건조하고 딱딱한 사물들의‘정물화’는 무념무상이다. 집중하지 않으면 이발소 그림처럼 무심히 스쳐 지나칠 장면이다. 위의 정물화가 시적 미의식을 갖는 것은 1연 1행의 ‘빨간 저녁놀이 반쯤 담긴/ 유리컵 세 개.’부분이다. 빨간 유리컵은 사실적 표현이지만 ‘저녁놀이 반쯤 담긴 유리컵’은 시적 이미지다. 1행의 감각적 서정 이미지는, 하이퍼시의 단점인 건조함을 극복하였다. 문덕수는 시의 문제점 극복은 시인의 역량의 문제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위의 시가 시적 긴장감을 가지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사물에 ‘의식’을 넣었기 때문이다. 차들이‘힐끗힐끗’지나가고, 신사의 등이 유리컵을‘노려보고’라이터가‘발딱발딱’숨을 쉰다. 건조한 하이퍼시에‘의미화’영역을 더한 것이다. 시의 백미다. 무념무상의 사물에‘의식을 넣어’, ‘사물의 감정’을‘의인화’하였다. 정지된‘정물화’는 폭풍전야의 고요와 같은 긴장된 정적의 순간이다.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의 긴장감이 시에 감돈다. 
  ‘사나이의 등’이‘노려보고’있는‘세 유리컵’은 세 사람의 상대방에 대한 거부를 나타낸다. 독자는 순간적인 장면에 당혹스럽다. 이혼서류를 찍기 직전의 풍경일까? 친정엄마나 시어머니가 합석했을 수도 있다. 어린 딸아이가 주스를 마시다 엎지를 수도 있다. 아니면?, 마약 흥정과 거래가 이루어지는 배반의 현장일까? 독자는 각자 체험을 바탕으로 각인된 무의식의 세계와 연상작용하여 상황을 파악할 것이다. 이와 같이 사물 하이퍼시는 작가의 지시나 의도성을 배제하였으나 위기상황을 유발시킬 수 있다. 작가의 관념을 집어넣지 않음으로써 독자의 참여공간을 넓힌다. 독자에게 상상력의 확장된 공간을 부여한다. 
  문덕수는 최소한의 사물과 최소한의 동사와 부사만을 사용했다.‘힐끗힐끗’이나 ‘발딱발딱’같은 부사어와‘노려본다’는 최소한의 동사를 사용하여 현장감과 긴장감을 주었다. 의성어와 의태어는 시에 직접적이고 감각적인‘느낌’을 부여한다.「탁자를 중심으로 한 풍경」은 냉정하게 최소한의 요소만 조건적으로‘보여주기’한 하이퍼시의‘정물화’기법의 시다. 
  또한 위의 시는 퍼포먼스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하이퍼시의 서사적 기능이다. 장면 장면의 배경에는 극적인 요소가 있다. 어떤 사건이‘침묵하는 사물’들의 배후에 음모처럼 숨어 있다. 최소한의 상황제시를 하면서도 시적 긴장감을 갖도록 배치한 것은 작가의 역량이다. 작가의 숨은 의도는 한껏, 독자의 호기심을 부추겨놓고는 짐짓‘시침떼기’를 한다. 
  문덕수는 「탁자를 중심으로 한 풍경」에서 자신의 <하이퍼시 시론>을 증명하고자 한다. 탈관념의 무의미 시가 관념의 서정시보다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냉정한 사물의 관점과 시점으로 건조한 시를 쓰고자 한다. 독자의 상상력이 그 모든 상황을 순간 포착하게 하는 하이퍼시 창작 기법이다. 시는 시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독자가 시를 읽으면서‘상상력의 순간이동’을 하여 시를 해석한다. 설명하거나 지시하지 않아도 시에 암묵적 질서가 부여된다는 것을 역설한다. 문덕수의‘하이퍼시’는 새로운 무의미 실험시의 모델이다.
  위의 시는‘디지털 시는 탈관념의 시‘라고 선행 주장한 오남구의 디지털 시론에 당위성을 부여한 시다.
 
 
 
 2) 겹쳐 그리기 기법ㅡ ‘다시점’‘다초점’
 
  오남구는 염사와 접사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디지털 시를 정의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의 수학적 공식과 시론은 많은 사람들이 해독하지 못하고 어려워한다. 필자는 염사나 접사라는 추상적이고 심리적 용어를 피하고자 한다. 심상운의 다선구조와 오남구의 염사와 접사와는 달리 필자는‘겹쳐 그리기’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하이퍼시의‘겹쳐 그리기’기법은‘미술 구성’에 가까운 시창작 기법이다. 여러 개의 선과 면을 겹쳐서 새로운 구성을‘보여주기’하는 방법이다. 여러 선이 될 수도 있고, 여러 면이 될 수도 있는‘겹쳐 그리기’는 심상운의‘다선구조론’과는 다른 개념이다. 심상운의 ‘다선구조론’은 오히려‘옴니버스 형식’에 가깝다.
 '겹쳐 그리기’는‘외면의 겹쳐 그리기’와‘내면의 겹쳐 그리기’가 있다. 외면의‘겹쳐 그리기’는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처럼 앞, 뒤, 옆, 위, 아래, 여러 방향으로 관찰하여 한 화폭 위에 펼쳐 놓은 그림이다. 또한 내면을 여러 방향에서 여러 각도로 관찰하고 직관하여 한 화면 위에 형상화하여 그려내는 것이‘겹쳐 그리기 기법’의 시 창작 기법이다. 투시도를 여러 개 겹쳐 놓은 것과 같은 시창작 방법론이다.
  피카소는‘다초점, 다시점’의 그림을 그렸다.‘다른 방향에서 여러 개의 눈으로 바라보기’이다. 단순히‘사실 대로 보여주기’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하여 재창조한 보여주기 방법이다.‘투시도’라고 보면 된다. 여러 각도에서 투시한 그림이다. 찍는 각도와 방향, 위치에 따라서 피사체가 달라진다. 시에서 비유와, 비유의 비유와 같은 개념이다. 디지털 시는 한 방향에서 본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복잡하고 입체적인 구조의 그림이다.
 
  한 단계 더 심연으로 느낀 직관적‘무엇’이다. 그 개념인‘무엇’은 보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분명하게 방법(기법)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아날로그 시가‘대상’을 바라보고 그렸다면, 하이퍼시는 대상의 DNA와 본질을 직관한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본질은 거짓이 없다. 본성과 본질의 진정성을‘투시’하한다. 필자는 하이퍼시를‘여러 겹의 투시도’라고 명명한다. 
 
  아래 오남구의 시「부드러움의 단상」을 읽어보자.
 
  비, 비, 파란 신호등이 켜지자, 부드러운 산들이 팔딱팔딱 숨을 쉰다. 에워싸  나를 가둔다. 금시 차다, 단단하다, 날카로운 날을 세운다. 수직으로 솟으면서 수평으로 퍼지면서 나무들이 솟아오르고 녹색이 번지고 빗물이 번지고 속도가 날을 세운다. 빨간 신호등이 켜지자, 모두 갇혀 버린 빗길, 팔딱팔딱 선들이 곡선을 그리다가 부서져 떨어진다. 
 
   ㅡ오남구,「부드러움의 단상」전문
 
  오남구의 하이퍼시는‘신호등이 켜진’거리에서 아주 짧은 찰나의 시간 동안 ‘비’를 직관한다. 아날로그 시에서‘비’는‘슬픔’과‘이별’의 이미지와 관념의 동의어와 상징어였다. 그러나 오남구의‘비’는 군더더기 없이, 직관적이다.‘보여지는 것’그 너머 존재하는 비의 속성을 내면의 눈으로 투시한다. 그것도 여러 방향에서 관찰한 비다. 내면의 눈으로 투시한 비다. 피부와 촉각, 감각으로 느껴 접촉한 비다. 비는 여러 겹의‘겹쳐 그리기 기법’으로 그린 그림 처럼 겹쳐져 내린다. 허공에 쌓여 내리는 비다. 
 
  팔딱팔딱 숨을 쉬는 비, 단단한 비, 날카로운 날을 세운 비, 수직으로 솟는 비, 수평으로 퍼지는 비, 팔딱팔딱 곡선을 그리다가 부서지는 비, 시인은 비를 직관적으로 여러 방향에서 본다. 직관의 날카로움은 사물성의 비가 운동감을 가지고 변화하는 모습을 생동감있게 감각적으로 그리고 있다. 
  하이퍼시에서 중요한 것은 감각의 운동성이다. 아날로그 시의 그림이 정지된 ‘정물화’라면 하이퍼시의 그림은‘움직이는 정물화’라고 할 수 있다. 하이퍼시는 지금까지 흔히 보던 정지되고 일상적인 그림이 아니다. 움직임이 있는 특별한 그림이다. 사물의 운동감은 시에 감각적 새로움을 제공한다. 오남구의 「부드러움의 단상」은 사물을 직관하여 투시한다. 또한 사물에 운동감을 주어 감각의 새로움을 창조하여 하이퍼시의 새로움이라는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겹쳐 그리기 기법’의 또 다른 예를 소개한다. 위상진의 시 「사진촬영금지 구역」1연을 읽어보자.
 
  마그리트 그림 속, 눈 하나가 방에 가득 차있다 
  어둠의 속눈썹을 따라 들어가면 
  나방처럼 날아다니는 불빛,  
  흰 가루약처럼 내 얼굴에 쏟아진다
 
  위의 시도‘겹쳐 그리기 기법’의 시다. 빛이 얼굴에 쏟아진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서 여러 단계의 층위적인 묘사를 하고 있다. 속눈썹 위에 여러 개의 성냥개비를 올려놓은 것을 상상해 보라. 몇 겹으로‘겹쳐 그린 그림’이 보일 것이다.'겹쳐서 그리기ㅡ다시점ㅡ다초점'의 하이퍼시다. 
  위의 시는‘그림ㅡ눈ㅡ속눈썹ㅡ나방ㅡ불빛ㅡ흰가루 약ㅡ내 얼굴’까지 여러 개의 층위를 거쳐 도달하도록 한다. 단일구성의 단순함을 극복하고 복합적 구조를 갖는다. 시가 감각적인 구성기법의 하이퍼시 그림이 된다. 
  하이퍼시는 사물성에 기초를 두고 시를 써야 한다. 관념에 층위를 여러 개 두면 개념이 불분명한 넋두리 시가 된다. 객관화가 되지 않은 대부분의 서정시들은 관념의 층위를 여러 개 겹친 시다. 또한‘마그리트 그림ㅡ> 눈ㅡ> 어둠의 속눈썹ㅡ> 나방처럼 날아다니는 불빛ㅡ> 흰 가루약ㅡ> 내 얼굴’까지 ‘화살표’를 따라 층위적으로 공간이동하고 있다.‘내 얼굴에 비치는 불빛'의 한 가지 사실을 점층적으로‘겹쳐 그리기’하고 있다. 단어와 단어에 수식어를 덧대기 하고 있다.
  위의 시가 ‘겹쳐 그리기’를 하며 여러 개의 층위를 거쳤지만 객관화를 획득한 것은 사물성의 힘이다. 사물성은 관념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시키는 힘이 있다. 시를 쓸 때 관념에 옷을 입혀서 사물화하는 것은 객관화를 실현하는 방법이다.
 
  위상진의 시는 하이퍼시의 현대적 감각성을 실현하였다.‘흰 가루약’은 현대인의 아픈 뇌를 연상시키는 단어다. 층위적 복잡성은 현대인의 정신적 고통을 연상시킨다.‘겹쳐 그리기 기법’은 새로운 구성의 하이퍼시 창작 기법이다. 
 
  다음 송시월의「물웅덩이」하이퍼시를 읽어보자.
 
  비 그친 후, 물웅덩이
  붉은 하늘 한 조각
  하늘 속의 물구나무 선 가로수
  거꾸로 처박힌 빌딩의 모서리와
  육교 한 토막,
  그 틈새에 납작이 끼인 나
  한 조각
  언뜻 멧새 한 마리 휙 일렁이며 간다
 
    ― 송시월, 「물웅덩이」전문          
 
  이 시도‘물웅덩이’에 비친 그림자를‘겹쳐 그리기’하고 있다. 물웅덩이 속에는 여러 그림자들이‘겹쳐 그려져’있다.‘붉은 하늘 한 조각ㅡ거꾸로 처박힌 빌딩ㅡ육교 한 토막ㅡ틈새에 끼인 나ㅡ멧새 한 마리’가 ‘겹쳐 그려져’있다. 일상적인 사물의 긍정적인 풍경화가 아니다. 조각나고, 부서지고, 거꾸로 처박힌, 모서리진 삶을 보여주고 있다. 그 부조리한 사물들‘틈새’에 시적 화자인 내가 끼어 힘들게 살고 있다. 극한 현실의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압박 속에 고뇌하는 존재론적인‘나'가 있다. 
  작가가 사물 속에 뛰어들어 함께 만든‘정물화’다. 정지된 부조화의 그림 속에서‘멧새 한 마리 휙 일렁이며 간다’. 날아가는 새를 정물화 속에 집어넣어, 그림에 운동감을 준다. 그림 속에‘새를 날림’으로써 정물화는 생동감과 현장감을 갖는다. 시가 확장된다. 따라서 이 시는 정물적인 그림에 운동감을 줌으로써 새로운 하이퍼시의 생동감을 갖는다.‘겹쳐 그리기’를 하여 여러 정황을 동시에‘보여주기’하고 있다.
   물웅덩이는 아주 작은 공간이다. 그런데 거기 <하늘ㅡ나무ㅡ빌딩ㅡ나ㅡ새>가 끼어 있다.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지만, 웅덩이에 비친 그림자를 확장하여‘상상력을 이동’하고 있다.‘상상력의 이동’을 한‘겹쳐 그리기’하이퍼시 창작 기법이다.  
 
  3) 움직이는 그림 기법ㅡ ‘상상력의 이동’
 
  아날로그 시에서도‘이미지’와‘시적 상상력’은 시의 중요한 필요충분 조건이다. 더구나 하이퍼시의‘상상력’의 부재는 하이퍼시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김규화의「한강을 읽다」는‘공간이동ㅡ시간이동ㅡ상상력의 이동’이라는 복합적 요소를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어머니’라는 보통명사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그림으로 다시 그렸다. 아래 김규화의 「한강을 읽다」을 읽어보자.
 
  
  이젤을 거꾸로
  일요일의 한강이 그림을 그린다
  부우우 몰려와 늘어선 물가의 아파트군
  단숨에 세우고
  짐짓 흔들어본다
  하늘을 제 가슴 깊숙이 클릭하고
  그 위에 구름 몇 송이 흘러내리는
  이내 지워버린다
  아파트를 흑수정으로 꾸며놓고
  올랑촐랑 물살 속의
  창문을 열고 들어가시는 구부정한 어머니
  뒤 따르는 나를 덥석 안는다
  돛단배 하나 지나가면서
  한강은 우리를 지운다
  피사로의「수문」을 물새가 가로 지른다
 
     ― 김규화,「한강을 읽다」전문
 
 「한강을 읽다」는 감정을 배재한 냉정한 관찰자의 시점을 끝까지 흐트러뜨리지 않고, 보여지는 것을 객관적인 눈으로 그린 그림이다. 감정을 통제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시가 힘을 갖는다. ‘그린다ㅡ흔들어본다ㅡ지워버린다ㅡ 지나간다ㅡ지운다ㅡ가로 지른다‘는 최소한의 동사가 장면전환 역할을 한다.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는 것 같다. 지우개처럼‘물살ㅡ돛단배ㅡ새’가 화면을 지운다.‘이젤을 거꾸로 세워’그린 그림은 몇 번이고 장면이 바뀌며 ‘공간이동ㅡ시간이동ㅡ상상력의 이동’이 진행된다. 정지된‘정물화’가 운동감을 가진‘움직이는 그림’이 된다.
  김규화의 시는 사물, 즉 피사체의 관점에서 사물을 관찰한다. 많은 아날로그의 시들이 시인의 관점에서 시에 접근했다면, 이 시는 역발상으로 사물의 관점에서 시를 쓴다. ‘한강’이‘거꾸로 이젤’을 들고 그림을 그린다. 순행적인 시간의 시점을 거꾸로 돌려‘반시계 방향’으로 진입하며 시에 긴장감을 준다. 
 ‘이젤을 거꾸로/ 일요일의 한강이 그림을 그린다’1연 1행은 이 시를 시간, 공간, 지각을 모두 열고 심미적으로 인도하는 구실을 하는 서정적 묘사다.‘시간ㅡ> 공간ㅡ> 지각ㅡ> 다초점ㅡ> 다시점’의 시적 구조를 이동시킨다. 직선, 평면 구조의 시를 입체 하이퍼시가 되게 하는 요건이다. 
  이 시는 정지된 그림이 아니다. 여러 부분에서 운동감을 준다. 한강변에 서 있는 부동성의‘아파트’라는 사물을‘부우우 몰려와 늘어선’이라는 운동성을 부여하여 시는 생동감을 갖게 된다. 움직임을 갖는다.‘무슨 구경거리가 있나?’독자는 궁금하여 몸을 기웃 기울이고 호기심을 갖게 된다. 
 
  ‘한강’은‘단숨에 세우고/ 짐짓 흔들어본다’물살이‘출렁’하고 움직이는 모양이 시각적으로 그려진다. 여러 번 물결이‘출렁거림’으로써 이 시는 딱딱한 획일성과 고정성에서 벗어난다. 정서환기의 장이 열리는 것이다. 
  ‘하늘을 제 가슴 깊숙이 클릭하고/ 그 위에 구름 몇 송이 흘러내리는’부분은 수채화의 여백의 공간처럼 시적 여운을 남긴다.‘하늘’을‘가슴에 클릭’하는 새로움이 감각적이다.‘흘러내리는’이라는 미완의 동사, 어미변화가 수채화를 그릴 때의 붓놀림처럼 여유로 흐른다.
 시인의 무의식 속에서 그렸다가‘지우고, 지우고, 또 지우고, 지워도’ 여러 번 지워도 사라지지 않는‘어머니’가 뿌옇게 아련한 향수 속으로 끌려들게 한다. 
  ‘올랑촐랑 물살 속의/ 창문을 열고 들어가시는 구부정한 어머니’부분에서 사용한‘올랑촐랑’의태어가 큰 역할을 한다.‘올랑촐랑’은 살가운 모녀의 대화처럼 작고 정다운 의태어다.‘창문을 열고 들어가시는 구부정한 어머니’라는 표현은 시적 미의식을 고조시킨다. 늙은 한국의 어머니상이 이미지로 그려진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이‘창문을 열고’독자들의 무의식을 깨운다. 
  이 시는 사실적인 표현과 정서적인 표현이 아우러져 심상에 한 폭의 그림을 그리게 한다.‘돛단배 하나 지나가면서/ 한강은 우리를 지운다’부분은 붓으로 물을 찍어 그림을 그리듯 감각적인 표현이다. 또한 정지된 화면을 바꾸어‘장면전환’을 한다. 
  ‘피사로의 「수문」을 물새가 가로 지른다’는 부분에서‘가로 지른다’는 동사를 눈여겨보자. 만약‘날아간다’로 하면 어떤 시적 이미지가 될까? 모두 떠나버린 공허와 고독한 이미지가 파생될 것이다. 어머니의 부재가 강조되며 냉정한 현실이 부각된다. 그러나‘가로 지른다’는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는 미련과 아쉬움의 이미지다.‘눈가에 어머니가 어른거리는’차마 떠나보내지 못하는 그리움의 정서를 남긴다.  
  ‘물새가 가로 지르며‘ 정지된 그림이 또 한 번 출렁,‘움직이는 그림’이 된다. 감각적 운동감을 갖는다. 
  김규화의「한강을 읽다」는 아날로그 시가 아닌 파스텔톤의‘움직이는 하이퍼시 풍경화’다. 여러 번 출렁거림을 주어‘정물화’에‘움직임’을 주었다. ‘시간 이동ㅡ> 공간 이동ㅡ> 상상력의 이동’이 이루어진다. 사물을 이동시켜 붓으로 지우듯 현대적 하이퍼시 기법으로 장면전환을 하였다.「한강을 읽다」가 현장감과 운동감, 정서환기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은 이 시가 고정된‘정물화’가 아닌‘움직이는 정물화’하이퍼시기 때문이다. 
  
 
  4) 옴니버스 기법
 
 
  심상운의 대부분의 시들은 옴니버스 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다.「맨살에 링크하기」는 아날로그 시와 하이퍼시의 분기점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단어와 제목, 내용에서 신선한 하이퍼시의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맨살에 링크하기」는 제목이 현대적이며 감각적이다. 또한‘맨살’의 선정적 이미지와‘링크하기’의 컴퓨터 용어가 낯설게 맞물려 신선한 현대적 감각을 준다. 심상운의 다음 시를 읽어보자.
 
한 청년이 공원 풀밭에서 통조림 캔을 툭하고 딴다. 그 속에 꽁치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다. 유통기한이 찍힌 주검이 눈부신 5월의 햇살 속에서 검푸른 살을 드러낸다. 눈감고 있던 맨살이 꿈틀거린다.
 
물에 젖은 살에서 하얀 거품을 일으키는 비누의 살을 만진다. 비누는 아무에게나 포동포동한 맨살의 향기를 풍기며 몸뚱일 비틀다가도 가끔 미끄러져나와 세면대 바닥에서 통통거린다.
 
누가 푸른 바다를 유리병 속에 넣고 어항이라고 했을까? 열대어 두 마리 맨살 번득이며 유유히 지느러미를 흔들고 있는 오전 11시 20분 한 쌍의 남녀가  산호초 화려한 바다 속을 보며 어깨를 감싸고 있다.
 
(                                                               )                                                               
 * ( ) 안은 당신의 상상이 들어가는 공간입니다. 링크해서 펼쳐보세요.  그러면 당신의 마음이 반짝이며 나타날 것입니다.
 
     ―심상운,「맨살에 링크하기」전문      
  위의 시는‘통조림ㅡ비누ㅡ어항’세 가지 사물을 각 연에 배치한 옴니버스 형식의 시다. 또한 4연은 긴 ( )를 제시하여 독자에게 시 창작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시인은 새로운 시 형식과 디자인을 실험하고 있다.
  1연의‘통조림 속의 맨살의 꽁치의 검푸른 살’과  2연의‘포동포동한 맨살의 향기를 풍기는 비누’와 3연의‘맨살의 열대어 두 마리’는 감각적이며 선정적인 이미지를 풍긴다.‘맨살’이라는 공통된 이미지 때문이다. 
  4연의 긴 ( )는 새로운 시도로써 독자를 시 쓰기에 초대하고 있다. 어떤 이야기를 여기 넣을까? 상상력을 펼치게 된다. 독자와 시인이 50%씩 시를 쓴다. 필자도 ‘아가씨 입술과 이빨 사이에 끼어서 신음하는 빨간 사과의 하얀 맨살’을 상상력을 동원하여 써 본다. 감각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농염한 문장이 만들어질 것 같다.
 
  심상운은 새로운 구성과 디자인의 시 형식을 차용하여 하이퍼시의 요소를 여러 곳에 적시하고 있다. 각각의 옴니버스적인 다른 이야기는, 한편의 각각 다른 시로 만들어도 좋을 소재다. 
  1연은 사물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한 청년이 공원 풀밭에서 통조림 캔을 툭하고 딴다.’이 부분에서 새로움은 없다. 사실만 적었다. 냉정한 관찰자 시점이다. 그러나 다음 시행 ‘그 속에 꽁치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다.’부분에서‘웅크리고 있는’ 사물에 조건적으로 의식을 집어넣었다.‘통조림 속의 꽁치’에게 시인은 어떤 역할을 부여하려 한다.‘유통기한이 찍힌 주검’은 정확하게 죽은 날짜를 명시하고 있다. 
  ‘눈부신 5월의 햇살 속에서 검푸른 살을 드러낸다.’부분에서‘어떤 주검’이 선명하게 시인의 무의식을 잡고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 그 주검은 생생하고 감각적이다. 마지막 부분 ‘눈감고 있던 맨살이 꿈틀거린다.’에서 시인이 나타내려고 하는 의식이 표출된다.‘눈감고 있던 꽁치 맨살의 꿈틀거림’은 시인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주검’이 의식 표면으로 튀어나온 순간이다.‘꽁치’라는 대상을 통하여 시인의 무의식은‘어떤 주검’을 의식화하고 표출시킨 것이다. 간단한 몇 줄의 시가 시적 긴장감을 가지는 것은‘주검’은 삶과 마찬가지로 생의 주요한 중심 단어이기 때문이다. 종결이면서 시작이다. 누구에게나 아픈‘주검’에 얽힌 상처가 있다.‘꽁치의 주검’은 승화된 육감적이고 관능적인 맨살의 주검이다.
  2연의‘물에 젖은 살에서 하얀 거품을 일으키는 비누의 살을 만진다.’는 부분을 살펴보자. 사물인 비누가 대상이지만, 애인의‘맨살’을 만지는 것 같은 감각적 쾌락을 느낀다. 다음 행의‘비누는 아무에게나 포동포동한 맨살의 향기를 풍기며 몸뚱일 비틀다가도 가끔 미끄러져나와 세면대 바닥에서 통통거린다.’는 부분에서는‘몸을 줄 듯 줄 듯’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 뒤로 빼버리는 여자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시인이 남자이기 때문이다. 또한‘비누의 포동포동한 맨살’과‘미끄러운 여자의 맨살’의 이미지가 겹쳐 연상작용을 한다. 독자에게 관능적 상상의 공간을 제공한다.
  3연의 1행‘누가 푸른 바다를 유리병 속에 넣고 어항이라고 했을까?’화두를선문답처럼 툭, 던진다. 독자에게 ‘어??“ 정서적 환기를 시킨다. 긴장감은 다음 시행에 집중하게 한다. 마지막 행‘열대어 두 마리 맨살 번득이며 유유히 지느러미를 흔들고 있는 오전 11시 20분 한 쌍의 남녀가  산호초 화려한 바다 속을 보며 어깨를 감싸고 있다.’부분은 '맨살의 열대어 두 마리’와‘한 쌍의 남녀’를 병치시켜 묘한 관능적 섹슈얼리즘을 풍긴다.‘맨살의 열대어 두 마리’와‘한 쌍의 남녀’가 간질간질한 욕망을 부추긴다. 
  「맨살에 링크하기」는 시의 내용과 제목, 디자인에서 하이퍼시의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각각 다른 내용을 담은 연들이 연상작용을 부추겨 시적 상상력을 증폭시킨다. 이 시는 하이퍼 사물 시로서 내용과 형식에 하이퍼시의 요소를 모두 담고 있다. 
    
 
  5) 기호 시(詩) 기법
 
  소쉬르는 단어를 기표(記表:signifiant)와 기의(記意:signifié)가 결합하여 의미작용(signification)을 하는 기호라고 정의하였다. 기표는 사물의 본질이 아닌 형식이다. 가상의 무의미한 문자인 기호는 송신자의 메시지와는 상관없이 수신자의 수용 태도에 따라서 다의적 해석이 가능하다. 기표란 단일 의미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다의적이고 상징적 의미작용을 하기도 한다. 자연과 사물에 인간이 이름을 붙이고 감정을 넣었다. 원래의 자연과 사물의 감정과는 다를 것이다. 보는 자의 우격다짐식 강요된 감정이다.
  기호 시는 소쉬르의 기호학을 바탕으로 문자를 원래의 무의미한 원상태로 돌려주자는 것이다. 따라서 기호시론은 무의미 시론과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된다. ‘하이퍼 시론’ 에서 추구하는 ‘무의미 시’를 필자는 기호에서 찾았다. 아래 시는 필자의 졸시 「( )와 ( ) 사이에」하이퍼시 다.
 
  너와 나, 사이, 강물
  ( ) 안에서 
  넘치지도 않고 유유히 흐른다
 
  하늘과 땅의 큰 괄호{ } 사이로
  빌딩이 자란다
  가로수, 긴 괄호[ ] 사이로 자동차가 쌩쌩 달린다
 
  ( )를 치고 ( )를 치고 ( )를 치고
  ( )작은 괄호, ( )큰 괄호 끼리끼리 몰려다니다,
  큰 괄호가 작은 괄호를 (((())))먹어버린다
 
  철길을 홀로 걷던, 그 사내
  누구의 잃어버린 ( )인가?
  쇠파리 몇 마리, 사내 입술에 달라붙어 
  ( ) 속, 갇힌 말을 열려고 버둥댄다
 
  입맞춤과 포옹은 ( )를 열고 닫는 것
  꽃잎 닫혔던 괄호( )가 화르르, 열린다
 
 
  가로수 귀를 막고
  ( )를 치고
  위로만 나뭇가지를 뻗어가는데
      ― 이선, 「( )와 ( ) 사이에」전문
 
  위의 시는 제목에 ( )를 사용함으로써 디지털적 감각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또한 사물과의 관계성을 ( )라는 미지수로 보았다. 만약 말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고, 자동차가 달리는 것을 어떻게 인식할지 의문을 가져 보았다. 사물은 이름이 부여되기 전에는 미지수 ( )의 형태를 가졌을 것이다.
  ‘하늘과 땅의 큰 괄호{ } 사이에 갇혀서’ 무생물인 빌딩과 생물인 동물과 사람과 나무가 공존한다. 대상인 괄호( )를 열려고 집착하는 관계성에 주목하여 쓴 시다. ( )를 사물이나 관계로 인식하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소통에 장애를 갖는 것은 현대인의 ( ) 의식, 즉 의문과 단정적인 의식 때문이다.
  단어와 말을 버리고 세계와 사물을 ( )라고 인식하여 본다. ( )를 의미의 공간으로 해석한 것은 모든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인간이 저지른다는 역설이다. 사물은 그냥 ( )로 존재한다.   
  4연의‘사내의 주검’에 달라붙어 ( )를 열려고‘버둥대’는‘쇠파리’처럼 의미 없는 행동이다. 누구도 사내의 닫힌 ( )를 열고 말을 끄집어내지 못하는 것처럼 사내의 생은 ( )로서 존재한다. 모든 관계와 사물을 ( )로 인식한 것은 ( )로 사물화한 것이다. 소쉬르가 주장한‘말’, 즉 언어는 소통에 여러 장애들을 겪는다. 그것은 곧 인간이 의식화된 괄호( ) 속에서 살기 때문이다. 소통되지 않는 ( )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 ) 기호시를 시도한 것은 무의미 하이퍼시를 기표인 ( )를 시에 도입하여 언어와 사물, 관계의 무의미를 ( )화하여 하이퍼시의 실험을 시도한 작품이다. 그러나 단어와 문장을 의미적으로 한 것은 여러 개의 의미로 분산되어 해석되는 ( )를 역으로 추적해 본 것이다. 본래의 ( )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단절되고 결합되지 못하는 의미(기의)인‘인간ㅡ빌딩ㅡ꽃ㅡ입맞춤ㅡ포옹ㅡ나무’를 간접적으로 ( )로 표현하였다. 
 
  6) 모자이크 기법
 
  하이퍼시는‘단절’과‘결합’이 작게 나누어지는 최소 단위의 조합인‘모자이크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디지털시계는 빨간 불을 반짝이면서 불이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단절’과‘결합’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하이퍼시에서도 단절과 결합을 통한‘추상화 미술기법’과 미술‘구성’과 같은 배열, 즉 몬드리안의 그림이나 샤갈의 그림처럼 시의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이퍼시는 현대적이고 추상적인 이미지들이 불특정하게 결합하고, 분리된 모자이크 시다. 젝슨 플록의 페인팅 기법처럼 언어충돌이 난무한 작품을 찾았으나 완전히 무의미한 단어들의 나열과 투척이 첨예한 감각적 미의식을 가진‘언어 그림’이 시가 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양준호의「비상구」를 골라보았다. 양준호의 시는 의미해석을 하려고 하면 어렵다. 언어가 소통되지 않는다.‘단절’과 ‘단절’의 절대고독의 이미지 시다. 현대인의 위기와 부조리를‘극한상황’으로 느끼기만 하면 된다. 양준호 시인도 단어의 의미를 분석하여 주기를 바라는‘의미 추구의 시’를 쓰려고 시도하지는 않은 것 같다. 양준호의 아래 시를 읽어보자.
 
  바람은 비늘 흔든다 귓속에
  파란 새 날아간다
  꽃은 피어라 말의 콧등에도
  소금은 준비되었을까
  뼈들 파도처럼 춤춘다
  눈알만 남아 귀만 남은
  고무공 뛰어간다
 
     ― 양준호,「비상구」전문
 
  위의 짧은 시를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양준호 시인의 은둔과 고독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단어’를 공기돌을 던지듯 허공중에 흩트려 놓은 것 같다. 그러나‘바람ㅡ비ㅡ파란 새ㅡ꽃ㅡ소금ㅡ뼈ㅡ파도ㅡ눈알만 남은 고무공ㅡ귀만 남은 고무공’은 「비상구」라는 제목과 부조리하게 흩어졌다가도 묘하게 단어들이 결합되어 의미화로 연결된다. 
  꽉 막힌, 비상구도 없는 곳에서 새처럼 날아보려고 시도하는 시인의 몸부림이 감지된다.‘절대 고독’과‘외로움’이라는 의미를 생성하고 있다. 비상구를 잃어버린 현대인. 친구가 없는 현대인. 이기주의 현대인. 단절된 너. 그리고 나. 
  양준호의 시의 단어들은 결합과 분리로 산화한‘모자이크 이미지’하이퍼시다. 단어들의 모자이크 디자인이 반짝반짝 빛난다. 양준호는 하이퍼시 시론이 정립되기 전에도 이미 1980년대부터 하이퍼시를 써 왔다.
 
  7) 추상화(구성) 기법- 시스템 바꾸기(변화)
 
  시스템의 변화를 하이퍼시에서 시도한다는 것은 형식과 디자인, 기법, 표현기법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포괄한다. 필자의 졸시「귓속말하기」는 하이퍼시 기법의 새로운 시의 형식을 고민하며 의도적으로 쓴 시다. 결국 하이퍼시가 무의미 단어들의 조합이나 연과 연의 단절만 추구한다면 똑같은 이미지와 형식의 시들이 양산될 것이다. 개성을 추구하다 비개성적인 작품들이 만연할 수 있다. 하이퍼시가 이름만 가리면 똑같은 몰개성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이퍼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아래 시는 필자의 졸시다. 이 시는 각각의 독립된 다른 이야기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병렬배치하였다. 미술의 구성기법인 추상화기법을 하이퍼시에 적용한 시창작 기법이다. 「귓속말하기」부제로 ‘ㅡ때, 장소, 시간, 그리고?’라는 제목을 붙여서 각각의‘현장 상황’을 연상시키고자 하였다. 반복적인‘귓속말로’라는 똑같은 말을 넣어 언어의 디자인을 하였다. 추상화기법의 구성 기법이다. 내용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친 그림으로 디자인하였다. 
  추상화 기법으로 시의 형식은 ( ) 속에 들어간 ‘귓속말로’가 포인트다. 노랑, 파랑, 빨강, 초록 등 다양한 색깔의 구성 디자인 중,‘귓속말로’는 보라색 포인트와 같은 것이다. 연마다 똑같은‘보라색 포인트’ 말을 넣음으로써, ‘보라색을 주조로 한 그림’을 그렸다. 디자인과 시스템 바꾸기(변화)를 실험적으로 시도한 작품이다.‘추상화 그림’ 기법으로‘몬드리안 무늬’를 기하학적으로 구성한 시다. 
 
  개미가 벌에게 엉덩이를 한방 냅다 쏘였어요
  이를 악 물고, 
  입술이 노랗게 물들도록, 호박꽃잎 물어뜯는데 
  (“꿀맛 좋니?”귓속말로 )
 
  오랫동안 기우뚱한 안방 벽이 
  너덜너덜 갈라지고 금이 간, 건넌방 벽에게 묻는다
  (“나한테 너무 오래 기대고 살지 않았니?” 귓속말로)
 
  숫모기만 보면 간이라도 빼 줄 것처럼 
  애~앵 앵앵, 암모기
  머리카락처럼 가늘고 부드러운 끈질긴 구애
  여자 뒤통수치기 여왕모기, 그녀
  (“질투도 힘이니?” 귓속말로)
 
  초생달이 허공에 밀려
  헛바퀴 돌아, 돌아
  거꾸로 매달려, 그믐달로 서 있네요
  (“하늘이 노랗게 보이니?” 귓속말로)
 
  하이힐 소리 또각또각, 입술 빨간 꽃바람
  피사의 탑에 반해서 리포트를 못 썼다나?
  빨간 하품이 강의실 앞 붉은 장미가시에 걸렸다가,
  억대 소나무에 걸렸다가, 
  초록잔디밭 위를 떼구르르,
 
  대학정문에 대자보가 걸렸다고요?
 
  보석자랑? 차자랑? 구찌핸드백 자랑? 꽃바람
  맨 먼저 대학교단에 선다고?
  (“쯧 공부해서 남 주니?” 귓속말로)
 
  나뭇잎은 하늘을 한 입 베어 물고
  파랗게 멍든 입술로 벙긋거린다
  (“후~우 불어 버릴까?” 귓속말로) 
 
  가랑비, 눈썹에 내려앉아 가볍게 소곤댄다 
  (“슬픔도 키스처럼 부드럽지 않니?” 귓속말로)
 
     ― 이선, 「귓속말하기/ㅡ때, 장소, 시간, 그리고?」전문
 
  프로이드는 시를 사회 부적응자인 시인이 사회와 화합하지 못하고 소외와 고독을 예술작품으로 승화한 작품을, 사회에 부적응자인 독자가 공감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누구나 인생에서‘어느 때ㅡ어느 장소ㅡ어느 시간’뒤통수를 호되게 얻어맞은 당혹스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억울한데, 차마 반박하지도 못했던 경험. 그 비열한 인간이 사회적으로 출세하는 경우를 지켜보는 역겨움. 프로이드는 해결되지 못한 상처를 꺼내서 치유하는 과정을 시 창작 과정으로 보았다.
  필자의 위의 시는 인간 속에 숨어 있는 비밀스런 추한 속성을‘추상화(구성) 기법’으로 고발한 작품이다. 소통을 위하여 내용은 의미추구를, 디자인은 하이퍼시로 시도하였다. 하이퍼시가 무의미만 추구한다면 역으로 천편일률적인 하류작품이 된다. 개성적인 작품은 새로움을 추구한다.
     
  
 
  필자는 위에서 하이퍼시의 개념과 정의, 하이퍼시의 성립조건을 논의하였다. 하이퍼시의 구성 요소를 미술의 회화 기법을 도입하여, 하이퍼시 추상화 시창작 기법으로 재해석하였다. 하이퍼시의 시창작 기법을 7가지 회화 기법으로 분류하여 심도있게 논의하며‘하이퍼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답을 하였다. 
 
 필자는 기존의 문덕수, 심상운, 김규화, 오남구의 하이퍼시 선행 연구 과제를 발전시켜 몇 가지 새로운 하이퍼시 시창작 기법으로 정립해 보았다. 필자가 하이퍼시를 쓰면서 현장에서 체험한 하이퍼시 구조와 시창작론이 후배 시인과 평론가들에게 선행자료로써 하이퍼시 연구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최첨단 시창작 기법인 하이퍼시와 시론은 고착되지 않는다. 필자는 그 기법을 탐구하는 과정에 있으며, 앞으로 실험정신을 가지고 하이퍼시 시창작에 도전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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