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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문심조룡/류협

문심조룡(文心雕龍) 1
2019년 03월 09일 20시 29분  조회:1110  추천:0  작성자: 강려
문심조룡(文心雕龍) 1
 
언어문자의 예술적인 활용
 
 
문예창작에 있어서 언어문자는 작가 내면의 감정이나 사고를 구체화하여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매개체이다. 그러므로 언어문자가 문예언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감상이 가능한 작품의 표현구조를 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문예작품이 창작되어 독자로 하여금 그것을 감상하게 하기 위해서는 언어문자로 작가 내면의 정서 및 사상을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러한 표현과정을 통해 달성되는 미적 효과는 문예 매개체인 언어문자를 예술적으로 활요안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유협은 <서지>편에서 "예로부터 문장이란 아름답게 다듬어 꾸미는 것을 본질로 하고 있다" 라고 말함으로써 문예언어의 본질적인 특성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유협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신사>편에서 작가의 문예구상 및 표현의 과정을 논의할 때 삼(麻)을 베틀에서 공들여 제작하면 뚜렷한 문채를 지니는 삼베가 되는 것을 비유로 들어 언어문자의 예술적인 가공의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문심조룡>에 의하면 유협이 말하는 '조욕'이라는 단어는 <종경>편에서 말하는 "언어문자를 수식하여 글을 완성한다"는 '건언수가(建言修辭)'의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문심조룡>에서 말하는 '조욕'이라는 자체가 본래 지니고 있는 미적인 속성을 예술적으로 활용하여 문예언어의 미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에 대한 일체의 논의를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언어문자의 속성: 형(形) 음(音) 의(義)
 
어떤 방식으로 언어문자를 구성해야 독자의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문예언어를 다듬어낼 수 있을 것인가? 이는 바로 <문심조룡>에서 말하는 '조욕'의 문제- 언어문자의 예술적인 활용론으로 직결된다. 문예의 형식미를 창출해내는 방법과 기교를 탐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언어문자의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 유협음 언어문자의 분질적인 특성에 대해 비교적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물론 유협이 파악하고 있는 언어문자는 중국의 한자를 말한다.
 
<서기>편에서 양웅의 말을 인용하여 언어는 마음의 소리며 문자는 마음의 그림이라고 하였다. <성률>편에서는 언어라는 것은 문장 구성의 관건이며 정서와 사상을 드러내는 핵심적인 기구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연자>편에서는 마음은 음성이 되어 언어로 나타나고 언어는 다시 문자가 되어 형체를 드러낸다. 글을 읊조릴 때는 궁(宮) 상(商)등의 음률(音律)이 이어지고 눈으로 글을 대할 때는 자형(自形)으로 문자표현의 효과 여부가 귀결된다. 그러므로 언어문자의 소리와 형상이 적절하고도 뚜렷하게 드러나면 먹의 문채가 약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유협은 언어와 문자의 다른 점도 인정하고 있다. 즉 문자는 시각에 호소하는 부호이므로 '마음의 그림(心畵)'이라고 하였고, 언어는 청각에 호소하는 소리이므로 '마음의 소리(心聲)'라고 하였다. 유협이 <문심조룡>의 전편을 통해 논의 하고 있는 '문(文: 운문)과 '필(筆: 산문)은 선진시대 이후의 서면(書面) 언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유협이 언어와 문자를 구별하여 논하는 목적은 중국문자가 지니고 있는 형상적인 아름다움과 음성적인 아름다움의 속성을 돌출시키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창작과정에서 언어문자를 예술적으로 활용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작가의 감정과 사고를 담은 마음을 표현하는데 있다. 언어문자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언어문자가 지니고 있는 '의미를 드러내는(表意)' 속성 때문이다. 유협은 언어문자의 형상과 소리의 미적 속성과 더불어 의미를 드러매는 표의의 속성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연자>편에서 중국문자의 변화과정을 논의할 때 문자의 훈고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 "문자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흥성과 소멸을 반복하면서 다르게 쓰인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정채>편에서 말하는 형문(形文), 성문(聲文), 정문(情文)은 중국의 언어문자의 속성인 형, 음, 의를 기본으로 하여 발전된 논의라고 할 수 있다.
유협은 한자의 형, 음, 의의 미적 속성을 최대로 발휘한 변려문이 극성했던 남조의 제나라와 양나라 시기에 살았으므로 중국 언어문자의 미적 속성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예술적으로 활용하는 방법과 기교까지 탐구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유협은 문예창작에 있어서 형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한 네 가지 표준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상한 글자를 피한다, 연이어져 나오는 동일한 변의 글자를 생략한다, 중복을 조절한다, 단순한 글자와 복잡한 글자를 조화롭게 배치한다.
 
독자가 글을 읽을 때 매우 드물게 보는 글자나 이해하기 힘든 글자를 대하게 되면 "스승이 없이는 그 단어를 해석할 수 없고, 박한한 자가 아니면 그 논리를 종합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장구>편에서도 "구절이 청신하고 빼어나려면 문자를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이상한 글자의 사용은 문자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줄 뿐만 아니라 자체의 괴이함으로 작품 전체적인 화면을 망쳐버림으로꺼 시각적인 미감을 일으키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므로 유협은 "글자를 엮어 한 편의 문장을 지을 때는" 반드시 "이상한 것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작품의 구절 속에 동일한 변방의 글자가 계속해서 출현하면 화면을 지루하고 단조롭게 하여 독자로 하여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게 하므로 이 역시 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문예언어에 있어서 '조화로운 리듬'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리듬(운율)형식의 중요성도 설명하고 있다. 즉 "옥이 서로 부딪히는 듯한 낭랑한 소리"와 같은 청각적인 미감을 통해 작품의 '여운의 미'와 '감동' 을 이끌어내는 '조화로운 리듬'의 의의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숲 속의 바람소리가 울려 퍼지면 조화롭기가 거문고의 곡조와 같고, 냇물이 바윗돌에 부딪혀 이루어지는 울림은 옥경쇠와 종고소리와 같은 화음을 이루는 것" 처럼 "소리가 나면 조화로운 음률을 이루는 것" 을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았다.  신사편에서도 "읊조리는 가운데 주옥과 같은 소리가 나온다"고 말하고 있으며,
<연자>편에서도 "글을 읊조릴 때는 궁, 상 등의 음률이 이어진다" 라고 말하고 있다.      
 
 
작품 전체의 구조적인 질서와 예술기교
 
유협은 <부회>편에서 "반드시 나타내려는 사상과 감정으로 정신을 삼고, 글에 인용될 내용들을 골격으로 삼으며, 미적인 언어문자 표현을 피부로 삼고, 성률을 소리로 삼는다. 그런 연후에 채색을 베풀듯 문장의 수사를 다듬고, 조화로운 운율의 아름다움을 도모하여 쓸 것은 쓰고 버릴 것은 버려서 체제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적절한 형식표현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이 분명하게 전달되는 이상적인 문예작품을 이루기 위해서는 작품의 구조적인 질서가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이다. 나무들이 해를 향해 가지를 뻗는 것처럼 명확하게도 하고, 해가 지면 자취를 감추는 것처럼 함축적이기게도 하여, 수미가 긴밀하면서도 표리가 일체화되도록 하는 것, 이것이 문장의 이치를 총괄하고 시작과 끝을 통일시키며, 어떤 것을 쓰고 말 것인지에 대해 확정하고, 문장의 각 부분을 통합시키고 작품 전체를 종합하여 내용이 풍부하면서도 산만하지 않게 하는 '부회' 의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만일 문장을 통괄하는 실마리를 잃어버리면 의미가 혼란스럽게 되고, 내용의 맥락이 통하지 않으면 작품이 반신불수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품구조의 전체적인 미적 효과를 위해 부분적으로 잘된 부분을 희생시킬 줄 아는 것이 바로 창작상의 기본 원리임을 강조하고 있다.  
 
<문심조룡>을 저작한 주관적인 동기와 목적
저작을 통해 정신생명의 불후를 추구(천고에 이름을 드날리고자 한 유협)
 
우주는 매우 넓으며 일반인과 인재가 두루 섞여 있다. 많은 사람중에서 뛰어날 수 있는 길은 지혜와 슬기뿐이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사람의 생명도 오래 계속되지 못한다. 명성과 업적을 남기는 길은 창작뿐이다. 사람의 용모는 천지를 본보기로 했고 천부적인 품성은 오행의 움직임을 따랐으며 눈과 귀는 해와 달을 닮았고 목소리와 호흡은 바람에 비유된다. 사람이 만물 가운데 가장 뛰어나게 된 것은 그 심령 때문이다. 신체는 초목과 같이 약하나 명성은 금석보다 견고하다. 그러므로 군자가 세상을 살아갈 때에 덕을 세우고 말을 남기려는 것이 어찌 변론을 즐겨서겠는가.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일곱 살 때 비단 같은 채색구름을 보고 올라가 그것을 따는 꿈을 꾸었다. 삼십이 넘은 어느 날 밤에는 붉은 칠을 한 예기를 들고 공자를 따라 남쪽으로 가는 꿈을 꾸었다. 아침에 잠을 깨고는 무척 기뻐했다. 위대한 성인을 만나기란 어려운 것인데 이 하찮은 자의 꿈에 나타나신 것이 아닌가. 인류 역사상 공자처럼 위대한 인물은 없는 것이다.
                                                                                                   - <서지>
 
인생은 유한하지만 지혜만은 무한하다. 만물의 현상을 따르기는 어려우나 본성에 의지한다면 용이하다. 홀로 산수에 거하면서 문학의 의의를 곰곰이 생각한다. 문장이 과연 마음을 싣는 것이라면 나의 마음도 기탁할 곳을 얻으리라.
                                                                                                   -<서지>
 
참으로 신묘하다. 타고난 지성을 지닌 성인은 만물의 깊고 밝은 이치를 주관한다. 깊은 이치를 문장으로 표현하고 탁월한 재기는 문장의 아름다운 언어표현을 이룬다. 하늘에 달려 있는 해와 달처럼 밝게 현상을 관찰하니 그 언어표현은 산과 바다만큼이나 풍부하다. 육체는 백 년이 되면 세상에서 사라지지만 그 마음은 천 년이 지나도록 남는다.
                                                                                                    -<징성>
 
대중들은 무리지어 살면서 복잡한 가운데 개성이 드러나지 못할까 걱정하고 군자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이름과 덕망이 드러나지 않는 것을 꺼린다. 오직 재기가 뛰어난 사람만이 빛나는 문장을 남기어 그 이름을 드날리고 해와 달처럼 뚜렷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아아! 그 자신과 그가 처했던 시대와는 위배되었으나 그 뜻은 만물의 이치와 더불어 펼쳐졌으니, 그 마음은 만고에 드러나고 그 품은 뜻은 천년이 넘도록 전해지리라. 금이나 돌이 썩는다 해도 그 명성이 사라지겠는다.
                                                                                                    -<제자>
 
문장의 용도란 경전의 작용을 측면에서 보좌하는 것이며 다섯 종류의 예의법칙은 그 힘으로 완성되고 여섯 부분의 행정기구도 그것에 의해서 운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성인시대로부터 멀어져가면서 문학의 체제가 흐트러지고 작가들은 신기함을 즐기며 실속 없이 들뜬 표현을 귀히 여기게 되었으니, 이는 마치 자연적인 장식을 갖추고 있는 새의 날개에다 물감을 칠하고 가죽 띠나 수건에다 무늬를 수놓은 것과 같은 것으로 본질에서 더욱 벗어나 문자언어의 오용이 심해진 것이다. 상서에서 말을 논할 때는 요점 파악을 귀하게 여겼고 공자가 교훈을 펼 때는 이단의 학설을 미워했다. 상서의 말과 공자의 교훈이 내용은 달라도 그들 내용의 요점은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동기에서 붓을 들고 먹을 갈아서 문장을 논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지>    
 
사람은 본래 일곱 가지 감정을 지니고 있어서 외계의 사물에 감응이 발생하게 되는데 감응이 있게 되면 그 마음의 뜻을 읊조리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명시>
 
인류 문화의 기원은 태극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신비한 이치에 대한 깊은 통찰은 <역경(易經)> 중의 괘상(卦象)을 가지고 최초로 삼는다. 복희가 먼저 팔괘를 그리고 공자가 끝으로 십익을 저술했다. 그 중에 건괘와 곤괘는 공자가 특별히 문언이라 이름 하여 해석했다. 즉 언어에 나타난 아름다운 수식은 천지의 핵심인 사람 마음의 표현인 것이다. 
새의 발자국을 보고 글자를 만든 창힐의 문자가 노끈 매듭에 의한 의사전달을 대신하게 됨으로써 문자이 존재가 마침내 분명해졌다.
                                                                                                     -<원도>  
 
 출처: 문심조룡, 2005 지은이/ 김민나 펴낸이/ 심만수 펴낸곳/ 살림출판사 * 채란타이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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