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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심조룡(文心雕龍) 2
2019년 03월 09일 20시 33분  조회:901  추천:0  작성자: 강려
문심조룡(文心雕龍) 2
 
 
작품의 이상적인 스타일(풍격) 연출을 위한 객관적인 요건
 
 
풍(風)에 관한 서술
시경에는 육의가 있는데 풍이 그 첫머리를 차지한다. 풍이란 사람을 감화시키는 본원적인 힘이며, 작가의 사상과 감정 및 기질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이다. 그러므로 절실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풍에서 시작해야 한다. 풍을 잘 이해하는 작가는 감정을 분명하고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다.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 풍이 요구되는 것은 사람의 형체안에는 기운이 있어야 함과 같다. 작가의 사상과 감정과 기질이 예리하고 명쾌하면 작품의 품도 뚜렷해지는 것이다. 작품에 나타난 사고가 원활하지 못하고 삭막하여 기운이 결려되어 있다면 이는 작품에 풍이 없다는 증거이다.  -<풍골>
 
생명력의 중요성
위문제 조비는 "문장은 작가의 재기를 문장구성의 주된 요인으로 삼아 이루어지는데 재기의 뚜렷함이나 불분명함은 타고난 바탕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므로 억지로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공융에 대해 "타소난 재기가 지극히 훌륭하다" 라고 평론하였고, 서간에 대해서는 "때때로 제(齊)나라의 완만한 기질(개성)이 보인다" 라고 하였으며, 유정에 대해서는 "빼어난 재기를 지니고 있다" 라고 하였다.
 
유정 역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용은 아주 뛰어나다. 그는 비범한 재기를 지니고 있어서 그 문장의 개성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이는 모두 타고만 기질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유정은 "문장 체제의 기세에는 분명히 강약이 있다. 만일 하고자 하는 말을 이미 다했는데도 여전히 기세가 남아 있다면, 이는 천하제일의 작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고 보통사람들은 도달할 수 없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유정이 말한 것은 대부분 문자의 기세의 의미도 포함한다. 그런데 문장이란 기세에 죄우되며 강건과 부드러운 것이 있어서, 반드시 장대한 말이나 의기가 강개한 경우가 아니어도 역시 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세>
 
골(骨)에 관한 서술
신중히 언어문자를 활용하여 배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골을 중시해야 한다.
작품의 골을 이루는 데 숙달된 작가는 언어의 선택을 적절하고 허술함이 없이 할 수 있다. 작품의 언어문자 표현에 골이 있어야 하는 것은 사람의 형체에 그것을 지탱하는 뼈대가 있어야 함과 같다. 작품의 언어문자 표현에 짜임새사 이루어지고 계통이 서면 작품의 골이 완성되는 것이다. 작품의 내용이 빈약하고 수식이 과도하여 번잡하고 체계가 없다면 이는 작품의 골이 결여되어 있다는 증거다.   -<풍골>
 
                                                                                             
화려한 꿩이 갖가지 색들의 깃털을 두루 갖추고 있으나 백보밖에 날지 못하는 것은 살은 쪘으나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매가 아름다운 깃털을 잦추지는 못했으나 하늘 높이 날아 오르는 것은 골격이 강건하고 그 기운이 맹렬하기 때문이다. 문장의 재능과 역량도 이와 유사하다. 만일 풍과 골이 있으나 문채가 없다면 문학의 영역에 야생조류들만 있는 것과 같을 것이고, 문채는 있으나 풍과 골이 없다면 문학의 숲에서 도망 다니는 꿩과 같을 것이다. 오직 빛나는 문패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높이 날아오를 수 있어야 문장에서 봉황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화려한 수사가 풍부하다 해도 작품에 풍과 골이 살아 움직이지 않으면 화려한 수사도 힘을 잃고 운율의 아름다움도 무력해진다.     -<풍골>
 
그러므로 작품을 구상하고 작품의 구조를 정돈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의기를 충실해야 하며 표현이 강건하면서도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작품은 참신한 면모를 지니게 되는 것이니 작품에서의 풍과 골의 작용은 새의 날개에 비유될 수 있다.
 
글의 짜임이 서로 뒤바뀔 수 없을 만큼 적절하고 운율이 확실한 조화를 이루어 막힘이 없는 것은 풍골의 힘이다. 사마상여가 지은 <대인부>는 위기가 구름을 타고 노니는 듯하다고 일컬어지며 문채 또한 풍부하여 문장의 모범이 되었는데 이는 그 작품이 주는 감동의 힘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옛날에 반욱의 <책위공구석문(策魏公九錫文)>은 경전을 모방하여 지은 것이었는데, 무수한 문인들이 그 작품을 보고 붓을 거둔 것은 그 작품의 표현력(骨力)이 지극히 뛰어났기 때문이다.   -<풍골>
 
빛나는 소리는 높이 울리고 그 큰 감화력은 멀리까지 미치게 된다. 높은 뜻과 뚜렷한 언어문자 표현으로 그 장엄한 호령을 울려 퍼지게 한다.  -<조책>
 
내용은 반드시 명백해야 하고 논리는 정확해야 하며, 그 기세는 왕성해야 하고 언어문자 표현은 단호해야 한다. 이것이 격문을 짓는 요점이다.   -<격이>
 
그러므로 직책의 임무는 마치 매가 새들을 공격하는 것과도 같으니 그러한 기세를 연마하여 붓끝에서는 감화의 바람도 일어나고 종이 위에는 서리가 맺힐 정도로 싸늘함이 배어 나오도록 해야 한다. 권력과 신분의 강압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세가 문장 가운데 흐르도록 해야 하며 선을 저버리고 악을 좇는 사람들이 제멋대로 하도록 방임하지 않는 고리가 문장의 밖까지 진동하게 해야 한다. 붓은 칼날보다 예리하고 먹은 진한 독술을 머금은 듯하다.  -<주계>
 
 
이상적인 감상법과 감상의 즐거움
 
독자 감상활동의 과정
문장을 짓는 사람은 감정이 일어나면 그것을 글로써 나타내며 문장을 보는 이는 문장을 통해서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감정의 세계로 돌아간다. 마치 적은 물줄기를 거쳐 물의 근원에 이르듯 비록 감추어진 작가의 의도라도 이런 경로를 통해 반드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시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작가의 얼굴을 보지는 못해도 그의 글을 통해서 그 마음은 알 수가 있는 것이다.
 
독자의 식견과 관조
어찌 이미 이루어진 작품이 이해하기 힘들 만큼 깊은 것이겠는가? 우리의 식견과 관조가 얕은 것이 걱정이다. 뜻이 산이나 물에 있으면 거문고로 그 감정을 표현한다. 하물며 사람의 감정이 붓끝에 실려 형상화되면 어떻게 숨길 수가 있겠는가? 때문에 마음이 이치를 헤아리는 것은 눈으로 형체를 빛추는 것에 비유된다. 밝은 눈으로 보면 형체가 구분되지 않음이 없고 예민한 마음으로 살피면 이해되지 않는 이치가 없다.
 
독자 반응의주관성과 다양성
강개한 사람은 격앙된 소리에 박자를 맞추며, 마음이 넓고 온전한 사람은 세밀하고 함축적인 작품을 보고 기뻐하며, 천박한 화려함을 선호하는 사람은 기려한 글을 대하여 마음이 설레고,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괴이한 것을 듣게 되면 놀라워한다.
                                                                                                        -<지음>
 
작품 이해의 어려움
문장변화의 이치는 다함이 없으니 이러한 변화를 알아 작품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것임을 알게 된다. 빛나는 옥이 때로는 돌과 혼동되기도 하고 푸른빛의 작은 돌이 때로는 옥과 유사하게 보이기도 한다. 정밀한 사람의 글은 요약적이지만 재능이 없는 사람의 글도 역시 간략하다. 박식한 사람의 글은 풍족하지만 번잡한 사람의 글도 잡다하다. 논리적인 사람의 글은 명철하지만 천박한 사람의 글도 노골적이다. 심오한 사람의 글은 은밀한 데가 있지만 괴이한 사람의 글도 역시 왜곡되어 감추어진 듯하다.               -<총술>
 
독자의 편벽된 기호
사람들의 미에 대한 기호는 편벽되어 있어서 전면적인 감상력을 갖추지 못한다. 자기의 기호에 맞으면 감탄하고 읊조리지만 자신의 마음에 맞지 않으면 보기를 멈추고 방치해버린다. 각자 편벽된 이해력을 가지고 만 갈래로 변하는 문학을 헤아리려 한다. 이것은 이른바 동쪽을 향하여 바라보면 서쪽 담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음>
 
지양해야 할 감상태도
문학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고 비평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문학작품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 독자를 만난다는 것도 실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작품을 이해하는 독자를 만난다는 것은 천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힘든 일이다. 예로부터 작품을 감상하고 비평하는 이들은 동시대의 것은 천시하고 옛 것을 생각했다. 이것은 말하는 바 항상 목전의 것은 믿지 않고 먼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마음을 쏟는다는 것이다. 옛날 한비자의 <저설>이 처음 나오고 사마상여의
<자허부>가 처음 지어졌을 때 진시황과 한 무제는 그들과 같은 때에 태어나지 못한 것을 한탄했다. 그러나 같은 시대의 사람임이 드러나자 한비자는 옥에 갇히고 사마상여는 냉대를 받았다. 어찌 동시대인을 천시했다는 분명한 증거가 아니겠는가.
 
반고와 부의는 문장을 짓는 데 있어 실력이 비슷했지만 반고는 부의를 조소하여 이르기를, "붓을 잡으면 스스로 쉴 줄을 모른다"고 했다. 진사왕이 문학적인 재기를 논한 글에서도 공장을 심히 배격하고 경례하는 글의 윤색을 청한 것을 계기로 그의 글이 아름다운 말이라고 감탄했고, 계서는 남의 글을 비판하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괴변가인 전파와 비교되었으니 조식의 평가 의도를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위문제 조비가 문인들 간에 서로 경시한다고 한 것은 헛된 말이 아닌 것이다.
 
군경은 말재주가 있다고 여기고 문장을 잘못 논하여 말하길, "사마천이 저작을 할 때 동방삭에게 의논을 하였다"고 하였다. 때문에 환담 같은 사람들이 서로 돌아보면서 비웃었다. 그는 사실 지식이 없는 미천한 사람으로 경솔히 말하여 비난을 받았다. 하물며 문인이 망령되게 말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놓고 볼 때 영명한 식견을 가지고도 옛것만을 귀히 여기고 동시대의 것을 천시한 대표자로는 진시황과 한무제를 들 수 있고,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를 올리고 남을 경멸한 대표자는 반고와 진사왕 조식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문학에 별로 재간이 없으면서 거짓된 것에 미혹되어 진실을 왜곡시킨 대표자는 노호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저작의 말로가 간장 항아리의 덮개가 되어 버리지 않을까 하고 걱정한 고인의 말이 지나친 탄식만은 아니다.                                                                     -<지음>
 
독자의 예술소양
천개의 곡조를 다룬 후에야 음악을 알게 되고 천개의 칼을 본 후에야 명검을 알게 된다. 때문에 편견 없는 감상법을 위해서는 우선 많은 작품을 보아야 한다. 높은 산을 보고 나면 작은 언덕의 형체를 알게 되고 큰 바다를 보고 나면 도랑의 물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작품을 감상할 때 그 비중을 다루는 면에서 사심을 넣지 말고 애증에 편벽되지 않아야 한다. 그런 연후에야 저울처럼 공평하게 이치를 평가할 수 있고 거울처럼 맑게 작품의 표현을 살필 수 있는 것이다.
 
작품의 가치를 가늠하기 위해 살펴야 할 것들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살피기 위해서는 우선 여섯 가지의 관찰점을 수립해야 한다. 첫째 작품의 주제와 체제의 일치 여부를 살핀다. 둘째 어휘사용의 적절성을 살핀다. 셋째 작품에 나타난 전통의 계승과 변혁의 문제를 살핀다. 넷째 새로움의 추구가 올바른 방향으로 이루어졌는가를 살핀다. 다섯째 전고나 성어의 사용이 적절한가 살핀다. 여섯째 사용된 어휘의 성률이 조화로운지를 살핀다. 이러한 방법이 취해지면 작품의 우열은 드러나게 된다.
 
감상의 즐거움
오직 깊은 식견에 의해서 작품의 심오함을 관조할 수 있는 사람만이 문학작품에서 심적인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봄 누대의 놀이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음악이나 음식이나 나그네의 발을 멈추게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난은 나라 안에서 가장 향기가 좋은 꽃이지만 그 묘한 향기가 사람의 몸에 베어들때 비로소 향기를 떨친다. 문학서적도 또한  나라의 꽃이지만 그 풍성함이 잘 음미될 때만 아름다움이 분명해지는 것이다. 바르게 감상하고 비평하고픈 사람들은 이 점을 분명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음>
 
문학창작의 기교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사용하는 시기를 교묘하게 포착하면 작품의 뜻과 감정의 여운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고 작품 어휘의 기세가 함께 모여든다. 눈으로 보면 비단에 수가 놓여 있는 듯하고 귀로 들으면 관현악을 듣는 듯 하며 이를 음미하면 풍부한 아름다움이 느껴지고 이를 감상하노라면 꽃향기가 나는 듯하다.
 
 
출처: 문심조룡, 2005 지은이/ 김민나 펴낸이/ 심만수 펴낸곳/ 살림출판사 * 채란타이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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