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세계문제시집(戰後 世界問題詩集) /신구문화사(12)
영국편
딜란 토마스(Dylan Thomas)
겨울 이야기
어느 겨울의 이야기다 -
눈빛 눈부신 노을이 호수를 건너
골짜기
바닥 농장에서 나와 들판을 돌다가,
바람도 없이 미끄러지듯 손처럼
거친 눈송이랑
가축(家畜)의 창백한 숨결을 지나, 남몰래 가는
돛배와,
싸늘하게 떨어지는 별들과,
눈 속에 쌓인 건초(乾草) 냄새와, 멀리
언덕들 사이에서
울어대는 부엉이에게로, 그리고 이 이야기
가 있는 곳,
농가의 굴뚝 가에 퍼지는 저 양털처럼 흰
연기에 둘러싸인, 얼어붙은 피난처로 향
했다.
일찌기 세계가, 나리는 마라처럼,
음식처럼, 눈(雪)의 불꽃처럼 순수한
신앙의 별 위에서 늙어갔을 때, 한 사나
이는
그의 가슴과 머리에서 탄 불꽃의 두루마
리를 펴놓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윽
고
찢어진채 벌판의 기복(起伏)에 서 있는 한 농
에 홀로
자신의 불 븥은 섬에서 스스로를 불태웠
는데, 그 둘레에는
날으는 눈과 양처럼 흰 퇴비(堆肥) 무더기와 춥
게 자고 있는
암탉의 보금자리. 마침내 불꽃과도 같이
수탉이 울어
망또를 덮은 듯한 앞뜰에서 볏을 내두르
고, 아침 사나이들은
가래를 들고 비틀거리며 나가고,
가축도 움직이고, 노리고 다니는 고양이
는 수줍은 걸음,
허덕이는 새들은 뛰어다니며 먹을 것을
구하고,
젖 짜는 여자들은 나막신을 신고서 하늘
이 깔린 땅을
얌전히 대해보고, 하얀 일터에 눈을 뜬
농장 일대.
사나이는 무릎을 꿇고, 울고, 기도
했다.
통나무 빛나는 햇빛 속의 불꼬챙이와 검은
단지와
춤추는 그늘 속의 술잔과 빵조각 옆에
서,
폭 싸인 집에서, 밤의 급소(急所)에서,
사랑의 첨단(尖端)에서, 버림받고 두려운 채.
그는 싸늘한 돌 위에 무릎 꿇고,
슬픔의 절정에서 눈물 흘리고, 베일 쓴
하늘 향해 기도했다. -
그의 굶주림이, 드러난 백골(白骨) 위에서 호곡(號哭)
하고는,
마굿간의 목각(木刻)과 하늘을 지붕 삼은 돼지
우리와
오리 노는 못물과 어른거리는 외양간을 지
나, 홀로,
기도하는 이들의 집과 불 속으로,
구름 뭉게뭉게 눈빛에 눈부신 사랑 속을
헤매다가
흰 잠자리가 뛰어들 그러한 곳으로 가게
하라고.
그의 간절한 소원이, 호곡(號哭)하며 머리 숙인
그를 몰아쳐도
손처럼 겹친 공기 속을 소리 하나 흘러 내
리지 않고,
오직 바람만이 물 밖에 먹을 것 없는
들판에다 새들의 굶주림을 늘어놓고, 키
큰 곡식과
새들의 혀끝에 녹는 수확물 속에서 흔들
렸다.
말 못할 소원이 그를 사로잡아 애태우고
넋을 잃은 그때,
그는 눈처럼 싸느랗게, 밤으로 흘러드는
강물들 사이에
구비치는 골짜기를 달려가고,
또한 소원의 흐름에 잠겨서 몸을 비틀며
누워
냉정한 흰 요람의 언제나 욕망에 찬 그 중
심과,
광신자라든지 내던져져서 헤매는 빛이
영원히 추구하는 신부(新婦)의 침대에 사로잡혔
다.
구원을 달라, - 그는 외쳤다.
이 몸의 모든 것을 사랑에 바치고, 내 소
원을
혼자서 벌거벗고 저 몰입해 가는 신부 속
에 던지게 하라.
하얀 씨의 들판이 무성하게 하지 말며,
올라탄 채 시간이 죽어가는 육체 아래 꽃
도 피지 말게 하라.
들으라. 음유시인(吟遊詩人)들은 멀리
마을과 마을에서 노래 부른다. 나이팅게
일은
파묻힌 나무의 티끌, 날개의 미진(微塵)을 타고
날으며
즉은 자의 바람에 불려 그의 겨울 이야기
를 읽는다.
마른 샘물에서 나온 물의 티끌 목소리는
말하고 있다. 시들은 흐름은
종(鐘)이랑 큰 소리를 지르는 물과 함께 튀어간
다, 이슬은
가루가 된 잎들과 벌써 죽은 반짝이는 눈
(雪)의 교구(敎區)에서
소리를 울린다. 바위에 새긴 입(口)은 바
람이 휩쓰는 악기줄.
시간은 얽혀 죽은 꽃을 통해서 노래한다.
들으라.
아득한 옛 땅에서 어두운 문을
활짝 열어젖힌 것은 손이거나 혹은 소리
였다.
그리고 그 바깥 대지(大地)의 빵, 눈 위에서
암새 한 마리가 일어나 불타는 신부처럼
빛났었다.
눈을 뜬 암새 가슴에는 흰눈과 진홍빛 솜
털이 있었다.
보라. 또한 춤추는 이들은
떠나가 버린, 눈 덮인 푸른 숲 위에서 달
빛에
비둘기의 티끌처럼 분방(奔放)하게 움직인다.
기뻐 날뛰며,
무덤으로 진 박은 말들, 죽은 반인반마(伴人半馬)는
새들의 농장의
젖고 하얀 울 안을 돌아다닌다. 죽은 떡
갈나무는 사랑을 찾아 걷는다.
바위에 새긴 사지(四肢)는
나팔소리를 들은 듯이 뛰고 있다. 시들은
잎들의 필적(筆跡)은
춤을 추고, 돌 위에 늘어선 세월의 열(列)은
무리져 얽히고,
티끌된 물의 하프 모양을 한 목소리가
들녘의 기복(起伏)에
들려온다. 예전 암새는 사랑을 찾아 일어
난다. 보라.
그리하여 열띤 날개는 여자의
구부러진 머리 위로 올라가고, 부드러운
깃털 목소리는
온 집안을 날아다녔다. 마치 암새의 찬
미(讚美)에
천천히 걷는 가을의 모든 요소가 환희에
넘치고
사나이 혼자 골짜기 바닥에 무릎을 꿇었
다는 듯 -
망또와 적막 속에서,
통나무 빛나는 햇빛 속의 불꼬챙이와 검은
단지 옆에서,
그리고 날개 달린 목소리로 새들의 하늘
은 그를 매혹해서
그는 바람처럼 달려 불타는 비상(飛翔)을 좇
아
바람 없는 농장의 어두운 헛간과 외양간
을 지나갔다.
한 해의 맨 끝에
검은 새들이 겉옷을 입은 울타리에서
성직자처럼 죽고
전원(田園)의 지면(地面)을 건너 먼 언덕들이 다가왔
을 때,
잎 하나 남은 나무 아래로 흰 눈의 허수아
비가 달려
사슴처럼 뿔이 돋친 숲의 바람결을 재빨
리 지나가고,
누더기와 신부는 무릎까지 묻히는
작은 언덕들을 내려가 얼어붙은 호수 위에
서 소리지르고는,
밤새도록 정신 없이 내내 암새의 뒤를 좇
아 돌아다녔다,
시간과 땅을 지나, 떼지어 천천히 날리는
눈송이를 지나서.
듣고 보라, 여인이 우쭐대며 가는 저 거위
털 뜯어 놓은 바다,
하늘, 새, 신부,
구름, 소원, 움직이지 않는 별들, 씨의
들판이나
올라탄 채 시간이 죽어가는 육체 너머의
기쁨,
천계(天界), 하늘, 무덤, 불타는 샘.
아득한 옛 땅에서 그의 죽음의 문은 활짝
열리고,
또한 새는 내려앉았다.
잔(盞) 모양을 한 농장의 빵빛 허연 언덕과
호수와 떠도는 들과 냇물이 흐르는 골짜
기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해(害)을 입고자 기원하고
기도와 불의 집에 오기를 빈 그곳에서 이
야기는 끝난다.
춤은 흰 들에서 사라지고,
다시는 더 푸르러지지 않으며, 음유시인
은 죽어,
일찌기 새들의 모양을 빵 속 깊이 아로새
긴
눈을 신은 소망의 마을들에 노래는 흘러
들고
유리같은 호수 위를 물고기의 모습들이
훌훌 날으며
미끄럼 탔다. 의식(儀式)은
나이팅게일과 반인반마의 죽은 말을 빼았겼
다. 샘물은 다시 마르고,
나팔 울리는 새벽까지 돌 위에 늘어선 세
월의 열(列)들은 잔다.
환희는 쇠잔해지고, 때는 봄의 기후를 파
묻는다,
화석이란 소생하는 이슬과 힘써 방울 울리
며 작약(雀躍)하던 봄을.
날개 달린 찬양대의 노래 속에
새는 잠자리에 누웠다, 마치 잠든 듯 혹은
죽은 듯.
이어 날개를 훨훨 달고 사나이는 찬미를
들으며 결혼하고는,
몰입해가는 신부의 넙적다리 사이를 통과
했다.
여자의 가슴을 하고 하늘의 머리를 한
새, 사나이는 눕혀져,
사랑의 신부 침대에서, 소용돌이치는 연
못
그 안타까운 중심에서, 낙원의 기복(起伏)에
서,
세계의 누에고치 - 생명의 씨 속에서 활
활 탔다.
그리고 여자는 녹는 눈 속에 껓를 피우며
남자와 함께 일어났다.
내가 쪼개는 이 빵은
내가 쪼개는 이 빵은 일찌기는 연맥(燕麥)이었
다.
이국(異國)의 나무에서 핀 이 포도주는
그 열매 속에 파고들었다.
낮에는 사람이 밤에는 바람이
곡식을 휘어넘기고, 포도의 기쁨을 깨뜨
렸다.
일찌기 이 포도주 속에서 여름의 피(血)
는
포도넝쿨을 장식한 살(肉) 속으로 흘러들
었다.
일찌기 이 빵 속에서
연맥은 즐거이 바람에 흔들렸다.
사람은 태양을 부수고, 바람을 끌어내렸
다.
당신의 떼는 이 살, 당신의 혈관 속에서
황량하게 하는 이 피.
그것은 관능의 뿌리와 수액에서 태어난
연맥과 포도였다.
당신이 마시는 내 포도주, 당신이 씹는
내빵은.
환상(幻像)과 기도(祈禱)
옆
방에서
출생하려는
당신은 누구가
내방까지 요란하게
자궁을 벌리고서 저기
굴뚝새 뼈처럼 얇은 벽너머
암흑의 정령하고 관계한 아들을
낳고 있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시간의 연소와 그 회전과 또한
남자 가슴 자국과는 무관한
탄생의 피 어린 방안에
호올로 어둠 외에는
세례로써 축복을
하는 이 없는
너 거친
아이
(고원 번역)
딜란 토마스(Dylan Thomas) (1914. 10,27~1953.11.9)
1930년대를 대표하는 영국의 시인
<18편의 시> <25편의 시> <사랑의 지도> 등의 시집이 음주, 기행, 웅변, 충격적인 이미지와 겹쳐서 일종의 전설적 인물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언제나 빈궁에 시달리고, 온갖 위선과 대항하며 전쟁을 증오하고, 생명이 넘치는 시를 쓰기를 갈망한 시인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여러 차례 미국으로 강연과 시 낭독의 여행을 떠나 그 인기는 더욱 높아졌지만, 제4차 여행에서 과로와 음주 때문에 뉴욕에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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