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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강 동물-되기
2019년 03월 17일 21시 22분  조회:1192  추천:0  작성자: 강려
▶ 들뢰즈/가타리의 사유는 층화와 공재면/탈기관체가 밀고 당기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생명체는 층화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들뢰즈/가타리는 ‘인간의 비인간적 되기들’이 존재함을 역설한다. 모든 되기는 분자적이다. 이는 곧 생명체를 본질=종을 넘어 개체군으로 보는 것이고, 나아가 개체군으로 통계처리를 할 수 없는 ‘분자’의 차원에서 봄을 뜻한다. 의식적인 동물-되기는 인간에게서만 성립하지만, 자연세계에서도 동물-되기는 성립한다. 말벌의 양란-되기와 양란의 말벌-되기가 그 좋은 예이다.
 
 
양란 (tropical orchid)
 
 
▶ 행동학적 접근에서 신체는 기관들과 기능들, 종과 유로 규정되기보다는 ‘감응(感應)’(스피노자의 ‘affectus’)하는 신체는 해부학이나 분류학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동물들에 감응하고 스스로의 특이성들과 강도들의 장, 즉 ‘氣’를 변화시켜 자신의 존재 여건을 자발적으로 바꾸어가는 존재이다. 감응하는 신체의 감각은 식별 불가능 또는 규정 불가능의 지대(地帶)를 통과한다. 한 개별화된 배치의 부분을 형성하는 동물의 능동적/수동적 감응들에 대한 윅스퀼의 논의는 스피노자와 연결될 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예컨대 진드기의 예에서 중요한 것은 생리학적 특성들이 아니라 관계, 정도, 그리고 속도의 리듬이다.
▶ 동물-되기는 태초의 시원으로 돌아가려는 융적인 시도가 아니라 차라리 층화가 더욱더 무너지고 공재면이 두드러질 미래를 염두에 둔 논의이다.
동물-되기는 인간적 욕망을 오이디푸스 삼각형에 가두어 이해하는 정신분석학과 대립한다. 동물-되기는 표상/재현의 문제가 아니라 감응의 문제이다. 꼬마 한스와 말의 관계는 주관적 몽상의 관계가 아니다. 동물-되기의 감응은 실재적인(real) 것이다. 분자-되기는 종과 유라는 몰적 질서를 일탈한다.
▶ 표상/재현은 인간적 형식과 질서를 절대시하는 문화주의와 도덕주의를 은폐하고 있다. 동물-되기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은 표상의 함정에 빠지는 것, 즉 신체를 기관들과 기능들의 질서로 국한시키는 것이다. 첩화에 있어 동물의 왕국은 강도와 근접성(진동들과 운동들)의 지대들에 의해 정의되는 탈기관체로 화한다. 여기에서 꼬마와 동물은 ‘주체들’이 아니라 복잡한 배치들에서의 ‘사건들’로 화한다. 배치들은 환경과 얽혀 있다. 시공간적 관계들은 사물의 술어들이 아니라 배치들 또는 복수성들의 차원들이다. 동물들은 공생적 복합체들에 들어가 활동한다.(포식 동물의 시공간)
 
▶ 둔스 스코투스는 ‘이것’ 즉 개체화하는 차이 개념을 제시했다.(라이프니츠의 ‘완전 개념’과 비교) ‘이것’은 기존의 분류 방식을 깨는 무수한 ‘entities’들이다. 그것은 분자들/입자들 사이의 운동과 정리라는 경도적 관계들과 감응을 주고받는 위도적 능력들에 관련된다. 그것은 전통적인 실체도 주체도 아닌 어떤 개체이다. 주체들은 이 속도의 경도들과 감응의 위도들의 카르토그라피 내의 개체군들로서 존재한다. 자연은 집단적 배치들로 존재하며 이는 ‘탈주체적 개체화들’로 채워진다. 그리고 속도들과 역능들/감응들을 통해 진화한다. 
중요한 것은 몰적인 것과 분자적인 것을 단순히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다. 모든 몰적 구성체는 분자적 무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또한 되기는 언제나 몰적 외연을 포함한다. 정신분석학은 되기들을 하나의 콤플렉스에, 몰적 규정의 콤플렉스(오이디푸스, 거세)로 환원시킨다. 프로이트가 늑대 인간의 여러 늑대들을 하나 즉 아버지로 환원시킨 것이 그 예이다. 
▶ 분열분석 또는 리좀학의 목적은 인종, 혈족, 종, 유 등과 같은 몰적 구분들의 한계를 비판하고 이 덩어리진 현상들의 선험적 환상을 폭로하는 것이다. 생물학적 맥락에서 이것은 미시물리적 차원과 생물학적 차원이 별개가 아님을 말한다. 이 차원에서는 열역학조차도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배치는 통계학이 무너지는 탈주선들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계의 생성은 분열생성(schizogenesis)이며, 횡단적 소통, 포함적 선언들(inclusive disjunctions), 다성적(多聲的) 연언들(polyvocal conjunctions)을 통한 생성이다. 
▶ 몰적 구성체들은 분자적 힘들의 통합이자 총체화이다. 분자적 무질서의 부분적 대상들이 결핍으로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욕망은 결핍으로 파악된다. 예컨대 정신분석학은 분자적 복수성의 적극적 산포가 아니라 (신경증이나 거세 유형들에서 볼 수 있는) 거시적 규정성들의 주체들만을 다룬다. 욕망을 결핍으로 봄으로써 사람들은 욕망을 개인적인 것이든 집단적인 것이든 특정한 목적, 목표, 의도에 연관시킨다. 이로써 욕망은 생산의 실제 과정에서 유리되어 표상의 구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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