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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상상, 비유 / 신 진(시인, 동아대 명예교수)
2019년 06월 17일 14시 02분  조회:1556  추천:0  작성자: 강려
이미지, 상상, 비유
 
 신 진(시인, 동아대 명예교수)
 
 1. 이미지와 상상
인간의 모든 행위는 이미지 즉, 감각적 인상을 가진다. 행동거지는 물론 말 한 마디, 기호 하나, 이미지를 갖지 않는 것이 없다. 시라고 하는 창의적 언어 텍스트는 이미지들의 향연장이라 할 수 있다. 통용되는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차이 나는 세계는 이미지를 통해서 접근의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시에 있어 이미지란 전달하고자 하는 특정의 관념과 정서를 구체화하고, 정밀하고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한 인간적 속성이라 할 것이다.
넓게 보면,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가 만물의 근원(아르케)으로 든 ‘물’도 이미지이고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 물, 불, 바람, 땅,그리고 동양의 오행,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 등도 원소 이미지들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원소 이미지들은 저마다의 체계, 질서, 관념을 내재하고 있다.
시 쓰기뿐 아니라 읽기 행위도 이미지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미지(image)란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근육감각, 운동감각 등 감각으로 감지된 현상이 마음에 되살아난 것으로, 시에서는 단독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이미지들의 결합 상태 즉, 이미저리(imagery)로 체계화된다. 이미지가 심리적인 지각 작용이라면 이미저리는 이미지들이 연계되어 문맥화한 상태. 우리가 흔히 심상(心象), 이미지라는 말로 대체해 쓰는말은 대개 이를 두고 일컫는 말이다. 이는 상상(imagination)의 산물이고 상상이란 이미지들을 받아들이고 결합하여 생산하는 정신 능력이다.
논리적으로 논증해낼 수는 없는 심층과 표층 이미지들의 연계, 이미지와 이미지의 결합은 상상에 의해 이루어진다. 인간의 상상은 그렇게 무궁무진하다. 시 속의 모든 현상과 사물은 규정 가능한 ‘미규정의 체계’ 내에 있기 때문에 상상은 이 미규정적 존재들을 탐색하고 체계화 하는 능력이 된다. 도덕적 감수성과 함께 인간에게 주어진 풍요로운 감정의 폭과 풍부한 미적 감수성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선순환으로 새로운 미적 전망을 획득하고 미적 지평을 넓혀가는 선순환을 거듭하는 미적 존재(Homo estheticus)로 격상시키는 것이다.
 
물방울이 생겼다 터지며
빗줄기 수대로 꽃이 핀다
호수에 내리면 봉평 메밀꽃
둠벙이면 달래꽃
그러다 골목길 접어들면
저마다 초롱꽃
세상이 온통 꽃으로 변하는 봄이면
내리는 비마저도 개화하네
동그랑 동그랑 서운암 연못에
크고 작은 포물선이 퍼지며
무엇이든 피어 꽃이 되어 보라 하네
스님 옷자락에 난을 치는 비
내 검은 우산에서도 하얗게 핀다
- 조성범, 「개화」 전문
 
‘봄비의 개화’가 시의 전경(前景)이자, 주도 이미지라 할 수 있다. 비는 비에서 나아가 수대로 꽃이 되어 피어나는데, 호수에 닿으면 봉평 메밀꽃이 되고 물 둠벙에서는 달래꽃, 골목길 처마에서는 초롱꽃, 스님 옷자락에서는 난을 치고 검은 우산 위에서 하얗게 핀다. 각별한 이미지의 세계요 각별한 순간의 상상력이다.
이미지들로 하여 시적 주체는 모든 빗줄기, 낱낱의 빗방울에 생명을 불어넣고, 그 새로운 존재들에 명명을 한다. 이렇게 문맥화 하는 상상의 힘, 그 내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세상이 온통 꽃으로 변하는 봄이면/ 내리는 비마저도 개화하네/ 동그랑 동그랑 서운암 연못에/ 크고 작은 포물선이 퍼지며/ 무엇이든 피어 꽃이 되어 보라 하네> 즉, 봄의 개화와 봄비와 서운암으로 표상되는, 만상에 대한 생명의식이요 자비심이요 불교적 상상력이라 할 수 있다.
이미지 자체를 추적하는 심미의 시도 있다.
 
버들강아지에도 강아지풀에도
강아지는 없다. 어차피
강아지도 강아지는 아니다.
한없이 떠도는 시니피앙, 외진
대야미역으로 가는 굽은 길
두 길 높이의 시멘트 담장 어깨에서
이삭을 여럿 단 강아지풀 몇 포기가
실바람에 꼬리를 흔들며 가을볕에
이삭을 말리고 있다. 흙손으로 꼼꼼히
바름질해 놓은 시멘트 담장의 저 높은 데를
어떻게 뚫고 솟아올랐을까. 엉덩이 깔고
담장 밑을 샅샅이 뽑아대는 ‘희망 근로자’들의
매서운 손길을 피해
하늘 곁으로 올라가 싹을 틔운 강아지풀,
시(詩)의 속눈썹이 길어지는
볕 좋은 가을날
강아지는 어디서 꿈꾸는가.
- 조명제, 「하늘 강아지 풀」 전문
 
강아지를 감각적으로 전경화 하고 있긴 하나 정확한 문맥파악은 힘든 시이다. 제 4행의 <한없이 떠도는 기표(시니피앙, signifiant)>란 말을 참조하면 강아지풀이라는 기의(시니피에, signifié)란 필연도 고정 관념도 아닌, 떠돌기만 할 뿐인 것이다. 강아지풀에 강아지가 없는 거와 같다. 시의 긴 속눈썹이란 까끄라기가 긴 강아지풀처럼 감각만 남는 시니피앙, 내용은 떠돌기만 할 뿐인 미학적 차원을 겨냥한 시라 할 수 있다.
시가 수록된 특정 연도의 시선집 해설에 의하면 ‘강아지’의 일상적 의미를 제거하고 강아지풀을 희망 근로자에 비유, 새 의미를 부여한다고 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고통과 꿈이 강아지풀에 이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일반의 개념적 의미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지 않을까? <한없이 떠도는 시니피앙>이나, <어디선가 꿈꾸는 강아지>의 동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매서운 손길>로 일하는 ‘희망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일을 야무지게 해냈을 뿐인, 담장 높은 데 자리 잡고 있는 강아지풀의 후경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 시는 랑그적 의미를 거부하고 가을날 강아지풀의 이미지와 강아지, 외진 대야미역 가는 굽은 길, 높은 담장과 시의 속눈썹 등의 이미지를 연동하여, 무의식적 고독과 추억과 다정(多情)의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개진하고 있다 할 것이다. 희망근로자에 대한 독자 사회의 관심을 고려한다면 시선집의 해설도 가능하다 할 수는 있겠지만.
이미지는 참신하면서도 나름의 질서에 충실할 때 핵심 계기를 정확히 구현할 수 있고, 걸맞는 독자의 반응을 얻게도 된다. 독자는 새로운 시공, 새로운 의미를 체험할 수 있고, 또 다른 미지(未知)의 세계를 연상적으로 꿈꿀 수 있다. 산문적인 현실 분석 언어로는 다다를 수 없는 차이 나는 세계를 체험하게 된다.
우리는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체험을 수용하고 재구성하며 살아간다. 이미지를 통해서 독자는 자신의 체험과 연계하여 반응하게 되고,이러한 반응들은 시의 이미지 체계를 부단하게 새롭게 요구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상상이란 지금 여기와는 다른 시공을 예측하는 인간의 본성적 에너지이며, 인류문명의 원천적인 동력이라 할 수 있다. 시 쓰기는 왕성한 창조적 상상 발산의 행위이다. 언어를 매개로 하다 보니 실제 언행보다 미적으로 사회적으로 더 적극적일 수 있고 리듬과 이미지라는 물리적 자극을 통해 선동의 효과를 높일 수도 있다.
상상에도 여러 형태가 있다.
선행 경험이 재현되는 데 불과한 심리 활동을 흔히 기억이라고 하거니와, 이 기억을 마음에 떠올리는 경우, ‘재생적 상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상상은 이미 경험한 것들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상황에 부합하는 맥락으로 재구성된다. 이를 ‘연합적 상상’이라 한다. 특정의 대상, 관념, 혹은 정서에 이미지들을 연계시켜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다.
연합적 상상에 다른 선험적 경험들이 덧붙여져, 실재하지 않는 새로운 경지에 이른다면 이때는 ‘창조적 상상’, 또는 ‘생산적 상상’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창조’라거나, ‘생산’의 기준이 시시때때 다른 것이고 보면 시는 일단 이미지의 연합에 의한 상상행위라 보아 무방하다 할 것이다.
경험에 의하지 않는 이미지, 예컨대 ‘하늘의 사자(使者)로서의 천마(天馬)’나 ‘코끼리를 이고 가는 나비’ 따위의 이미지들, 이런 가공의 이미지를 이끌어내는 능력을 따로 공상, 환상이라 부르기도 한다. 공상(空想)은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경우이고 환상(幻想)은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난 적도 없는비현실적 이미지들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수많은 타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차이 나는 시공으로 가고자 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상상행위의 하나라 할 것이다.
 
저녁 시간은 넉넉한 거니? 끊임없이 붉은 원숭이처럼 다가오는 사과의 사과. 너에게 말을 거는 존재는 이불을 뒤집어쓰면 보이는 거인의 홍채. 그 속에 빛나는 설국. 고요 속에 빛나는 태양. 누군가의 손이 이불을 벗기고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고 베이비 베이비 나의 베이비 이불 밑은 뜨거웠어. 손길이 닿을 때마다 움츠려드는 꽃잎들. 저녁 식탁의 불빛에 은은히 비치는 백자꽃병은 깨어지기 쉬워. 거인의 입안에 들어간 엄마의 반지처럼 굴러다니는 포도알 한 방울의 눈물로 가득 채워지는 꽃병 속의 물. 옴비사르카다비카 옴비사르카다비카 비의 겨드랑이여! 주문을 외는 마녀는 어김없이 죽음의 비를 부르고 녹물은 흘러내려 녹물은 흘러내려 분홍빛 패랭이 접시의 찢어진 가로의 시간을 항문부터 물들인다.
저 년 시간은 넉넉한 거니?
- 송진, 「분홍 패랭이꽃 접시에 담긴 호박고구마 3분의 2의 알몸, 반쯤 짓이겨진 딸기 그리고 스물 네 개의 포도알」 전문
 
제목부터 남다르다. 「분홍 패랭이꽃 접시에 담긴 호박고구마 3분의 2의 알몸, 반쯤 짓이겨진 딸기 그리고 스물 네 개의 포도알」이라,마치 말 안 되는 이미지들의 유희 같다. 그래도 뭔가 맥락이 집힐 듯한 걸 보면 극히 비밀스런 체험의 전의식적 이미지들이 환상처럼 나열된 것이 아닌가 싶다.
수록된 시집의 해설에 의하면, 이 시에서는 스토리텔링보다 언어적 수사가 빛난다고 하고 <이불을 뒤집어쓰면 보이는 거인의 홍채. 그 속에 빛나는 설국. 고요 속에 빛나는 태양> 같은 이미지들이 성폭행사건이라는 현실의미를 환상으로 인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이미지로써 무의식의 어두운 심연과 의식의 태양 지평 사이에 통로를 뚫으려고 노력한 시라? 그렇게도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시의 중심 계기(Leitmotif)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첫부분 <저녁 시간은 넉넉한 거니?>와 화자가 주목하는 ‘너’라는 2인칭,그리고 끝부분의 <저 년 시간은 넉넉한 거니?>의 언어 구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 사과의 사과, 이불을 뒤집어 쓸 때만 보이는 홍채, 그외 퇴폐적 관능의 이미지들에서 불륜의 성애(性愛)에 대한 화자의 관음적(觀淫的) 폭로라는 독특한 맥락을 볼 수 있지 않은가 한다. 그러니까 짐승 같은 육교(肉交)에 빠진 ‘저 년’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남성에 대한 관망적 폭로가 상상의 동인(動因)이 되고 있는 셈이다.
특정의 경험이 의식 혹은 의식·무의식 속에서 변형되거나 현실의 특정 계기에 의해 재구성될 때, 시 쓰기는 시작된다.
용광로 속에서 헤엄치는 고래를 상상할 수도 있고, 사다리를 놓아 구름 산의 팝콘을 먹는 수도사를 그릴 수도 있다. 말이 안 되더라도 시인은 상상을 따르며 따를 뿐 아니라 가공하기도 한다. 이미지를 이리저리 흩어놓기도 하고 이것저것 중첩시키기도 한다. 현재의 일반 의미나 문법도 고집할 것이 못된다. 새로운 상상의 결과인 시는 새로운 의미, 새로운 문법의 새로운 질서 속에 탄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와중에도 일관되게 겨누는 초점이 없어서는 안 된다.
 
한낮에도 뻘 속 같은 지하방
창문 사이로 간신히 들어오던 햇빛도 꺾여
게 구멍만 한 빛을 방바닥에 떨어뜨린다
그 따스함 속으로 몸을 구겨 넣는데
빛은 내 몸을 밀어내기만 하는데
 
- 목포 뻘 낙지가 왔어요
펄펄 살아 있는 세발낙지요-
 
조용한 골목 안으로 낙지 장수 아저씨
세발낙지 풀어 놓는다
귀가 근질근질하다 빨판의 힘만으로
벽을 당기고, 밀며 경계를 넘어오는 낙지들
몸속 구석구석 꼬물대며 기어 다닌다
캄캄한 마음의 뿌리 헤집으며
줏대 없는 내 뼈들을 먹어치운다
살아남기 위해
천지사방으로 휘어질 수 있는 다리를 얻기 위해
그들은 뼈를 버리고 먹물을 얻었다
척척 들러붙어 느리게 움직이는 빨판 속으로
게 구멍 같던 햇빛마저 빨려들어 가고
바닥으로 가라앉은 나를 지우며
창을 넘어간다
밖은 그들이 게워놓은 먹물로 벌써 어두웠다
- 채수옥, 「낙지」 전문
 
‘지하방, 게 구멍만 한 빛, 몸을 구겨넣다, 밀어내기만 하다, 냉기 피하기, 꼬물대는 낙지, 줏대 없는 삶’ 등등 어두운 이미지들이 연합하는 참담함, 그리고 낙지의 생명력, 빨판의 힘, 먹어치우는 힘, 거역할 수 없는 먹물 등의 이미지들이 참담한 비극을 먹물 같은 구제불능의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모순의 언어들 이면의 맥락은 정연하다. 비극에 비극이 덧쌓이는 먹물 같은 밤 막다른 골목의 이미지는 ‘바닥으로 가라앉는 나를 지우며’ 일어나는, 의외의 의지마저 읽게 한다.
이런 육화된 이미지는 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아무 때나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의식과 무의식, 자아와 타자 사이에 쌓이고 쌓인 이미지들이 시인의 열망과 열린 의식에 의해 두엄과도 같이 쌓이고 삭힌 상상력, 이미지는 잘 삭은 두엄에서 나올 수도 있고, 덜 삭아 거북한 냄새가 나는 퇴비에서 나올 수도 있다. 두엄을 토양으로 채소를 키우는 농부처럼 잘 삭은 잘 삭힌 상상력을 가진 시인은 실한 과일의 결실을 맺게 된다 할 것이다.
덧붙여, 상상이란 삶으로부터 일어나며 상상은 다시 삶으로 돌아가 받아들여진다. 그것은 시인과 독자, 우리네 삶이 언제나 현재보다는 높은 단계에 이르고자 하는, 인간의 영원한 또 하나의 실재를 향한 과정 속에 있기 때문이다.
시의 이미지란 그것이 시 속에서 어떻게 이미지로서 기능하느냐에 따라 방향과 수준이 가늠된다. 시에서의 상상력이란 이미지와 특정 경험의 남다른 조화에 다름 아니라 하겠다.
 
2. 이미지와 비유의 종류
이미지의 종류도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나누어진다.
감각의 종류에 따라,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이미지로 나누는가 하면, 언어적 성질에 따라 고착 이미지와 자유 이미지, 묘사적 이미지와 비유적 이미지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P. 휘일라이트는 신호나 기호와 같이, 누구에게나 동일한 지시성을 갖는 언어를 고정상징이라 하고, 그 의미를 완전하게 규정할 수는 없고 의미의 초점과 문맥에 탄력성이 있는, 변이를 허용하는 언어는 긴장상징이라 구별했는데, 그렇게 보면 ‘고정 이미지’, ‘긴장 이미지’란 말도 성립된다. 개성이 강한 현대시인이라면 응당 긴장 이미지를 즐겨 쓸 것이다.
하지만, 대체로는 상상력의 유형에 따라 지각적 이미지, 비유적 이미지, 상징적 이미지 등 셋으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각적 이미지란 감각기관을 통해서 성립되는 이미지. 그것은 명암, 색채, 동작 등으로 나누어지고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열도심상, 냉각심상, 감촉심상) 그리고 기관감각, 근육감각 이미지로 세분되기도 한다. 기관 감각 이미지란 고동과 맥박, 호흡, 소화 따위의 감각을, 근육감각 이미지란 근육의 긴장과 이완 등에 의한 감각 이미지이다.
비유적 이미지는 유추의 원리에 의해 성립된다. 두 가지의 다른 사물이나 사실의 비교를 통한 유추이다. 리차즈의 용어를 빌리자면 이 둘 중 하나를 주지(主旨, tenor) 또는 원관념, 다른 하나를 매재(媒材, vehicle) 혹은 보조관념이라고 한다. 비유란 주지와 매재, 이 둘의 상호작용에 의해 성립되는 이미지들인 셈이다.
실제로 이미지란 모두가 비유적 기능을 한다. 별 의미 없는 듯한 지각적 이미지도 감각을 앞세워 어떤 특정의 의미나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고 시에서의 특정 분위기란 시적 의미에 다름 아닌 것이어서 모든 이미지는 따로 주지를 갖는 비유라 할 밖에 없는 것이다.
상징적 이미지란 특정 시인의 작품에서, 혹은 문학 전통이나 시대적 경향 속에서 주도적으로 나타나거나 반복해서 나타나는, 함축적 의미를 갖는 이미지 또는 양식(pattern)을 말한다. 이 역시 주지는 잠재되고 매재만 표면에 나서는 비유의 원리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비유에 의하지 않는 이미지가 시 속에 쓰일 수는 없는 셈이다. 시에 쓰인 이미지는 모두가 주지(主旨)를 갖는 비유의 기능을 하게 돼있는 것이다.
일견 별 의미가 없어 보이는 지각적 이미지 위주의 시 한 편을 들어보자.
 
끝물고추 같은 고추잠자리 한 마리
어쩌다 거미줄에 걸려 바둥거린다
아하, 허공에도 그물이 있구나
하느님 부처님 한꺼번에 불러보지만
속수무책, 맨손이었을 것이다.
거미가 몹시 배가 고픈 날에는
새벽달이 먼저 발자국소리를 죽인다
아침 이슬마저 조심조심 풀잎에 앉는다
어쩌다 잘못 앉은 이슬 몇 방울
눈 밝은 산새가 반짝 물고 날아간다
- 한경동, 「풍경·3」 전문
 
짧은 시이지만 시각, 운동감각, 청각, 기관감각 등 지각 이미지로 가득하다. 이들 감각적 이미지는 미적 표현에 그치는 시일까? 그렇지는 않다. 거미줄로 상징되는 예측불가의 삶의 함정들, 새벽달이며 이슬이 며 조심스레 걷고 앉는 불안과 공포, 산새의 먹이활동으로 상징되는 약육강식의 먹이사슬 등 이미지들 모두가 주지를 머금은 비유라 보아야 하는 것이다.
모든 이미지는 이렇게 특정 의미를 거느리거나 특정 문맥을 형성에 기여한다. 특정 맥락은 시의 생명이요, 이미지는 그 맥락을 이루는 필수요소이다. 이미지란 차이 나는 시공을 구체화 하는 물질이며 독자의 감각에 전해지는 1차적 지각 내용이 된다.
불연속적이고 의미 파괴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시도 적지 않으나 그 역시 필연에 대한 우연, 통합에 대한 해체의 의미를 구축하고자 한다. 모든 이미지는 비유적인 언어라는 말로도 대체할 수 있는 말인 것이다. 이미지가 신선감을 주는 이유는 서정의 주관성, 특수성에 있다. 시인의 특수한 주관이 배어 있으므로 새롭고 특수한 것이다.
비유는 특수한 사물, 정황, 사실 등을 표준적 격식에서 벗어나 보다 구체적이고 일반적인 사물, 정황, 사상, 사실 등에 견주어 특수한 의미를 나타낸다. 프라이(N. Frye)가 비유의 동기를 “인간의 마음과 외부 세계를 결합하고 마침내는 동일화하고 싶어 하는 욕구에서 비롯되었다”고 밝힌 데에서도 알 수 있듯 비유는 전달의 불완전성을 해소하고 특수 정황을 보다 적확하게 일반화하고자 하는 언어전략이다. 독자는 개개의 이미지와 상호 연계된 이미지 군(群)을 조명함으로써 그 맥락과 미를 읽게 된다.
두루 알다시피 비유에는 특정 의미 즉, 주지(主旨, tenor)와 그를 바꾸어 표현하는 매재(媒材, vehicle)가 있어야 한다.
관념(주지)을 직접 진술하지 않고 다른 이미지로 대체하는 것은 구체적인 정황, 의미(주지)의 특수성을 적확히 드러내고자 하는 동시에 예술적 효과를 거두는 언어적 노력이라 할 수 있다.
가령, 일반적인 산문에서는 ‘어두운 밤에 홀로 슬퍼했다’는 정도의 진술에 그칠 문장도 여러 특수한 정황들을 가리키는 비유적으로 표현될수 있다.
 
“밤의 장막이 목을 졸랐다.”
“어둠의 어깨가 무너졌다.”
“침몰하는 어둠의 시위(示威)”
“얼음장 같은 밤이 가슴을 찌르고 갔다.”
“밤의 어둠이 모래벽처럼 흘러내려 내 숨길을 막고 있다.”
“아니, 어둠이 너무 눈부셔서 나는 웃고 있었어.”
등등 …
 
수많은 비유 언어가 동원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비유의 기능이자 언어의 새로운 용도이다.
비유도 매우 다양하게 분류된다.
M. H. 에이브럼즈는 비유를 크게 두 종류로 나눈다. 단어의 축자적 (逐字的) 의미에 뚜렷한 의미의 변화를 가져오는 ‘의미의 비유’와 단어를 잘 배열함으로써 특별한 효과를 가져오는 ‘말의 비유’가 그것이다. 의미의 비유로는 직유·은유·상징·환유·제유·활유·풍유·인유·성유 등을 들 수 있고, 말의 비유로는 도치·과장·대조·열거·반복·영탄·반어·역설·모순 어법 등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의미의 비유이든 말의 비유이든 모든 수사적 장치는 특정의 의미를 대신하거나 암시하거나 최소한 왜곡하거나 특수화 하는 비유의 기능을 한다는 사실 또한 알 수 있다.
쉬클로프스키(Victor Sklovskij)는 비유의 기능을 설명하면서 ‘산문적 비유’와 ‘시적 비유’ 둘로 나누었다. 정보 전달이 위주가 되는 산문적 비유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이해하기 쉬운 것으로 바꾸는 반면에, 시적 비유는 독자의 습관적 반응을 차단하고 낯설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시적 비유는 낯설게 하기를 통해 독자의 원활한 독서를 고의적으로 방해하기 위한 장치라 본 것이다.
여러 유형론에도 불구하고 학계에서는 보통 유사성에 입각한 ‘은유’ (의인, 직유 등 포함)와, 인접성에 입각한 ‘환유’(제유 포함), 둘로 나누는 것이 통설이 되고 있다.
야콥슨이 비유를 이루는 주지와 매재의 관계를 근본적인 언어활동과 관련하여 관찰한 결과 대표적 유형으로 은유와 환유 둘을 들고 이 둘은 모든 언어 생성의 두 축이기도 하다고 논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사성을 기준으로 주지와 매재가 선택되는 은유와, 인접성을 기준으로 주지와 매재가 결합되는 환유가 언어의 시적 기능의 대표적인 양식이자 비유의 두 축(軸)이라 파악한 것이다.
은유는 통상적인 차원에서는 연관성이 없던 언어들에서 기능적 상황적으로 어떤 유사성을 연상하여 선택하는 활동이라면, 환유는 공간적으로, 논리적으로 인접하는 매재에 주지를 대입한다.
 
부슬비가 내렸다
실직한 경자 아버지를 불러내 한 잔 해야겠다
담배 한 갑도 사서 같이 피우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IMF 주범들을 입에 넣지 않겠다
희미한 불빛 아래
철원 분지 떠도는 염소 이야기나 하며
- 안수환, 「실직」 전문
 
IMF의 주범들을 입에 담고 있느니 실직한 경자 아버지(IMF 당시 흔한 실직 근로자를 대신하는 예시적 환유)나 불러내 술이나 마셔대는 것이 속 편한 일이다. 시비를 따져보아야 자본과 권력이 판을 치는 세상, 위로를 줄 수도 위로를 받을 수도 없다. 철원 분지 풀밭을 떠도는 염소(은유) 이야기나 하면서 자연 또는 자유와 평화의 시공을 꿈꾸기나 해보자고 한다.
실직한 경자 아버지, 한 잔, 담배 한 갑, IMF 등의 매재들이 실직사태와 술 마시기, 담배, 경제 위기 등의 주지에 논리적으로 인접하는 환유라 한다면, 부슬비, 철원 분지, 염소 등 매재들은 특정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평화, 자연 등의 주지를 연상케 하는 은유라 할 것이다.
은유란 한 사물을 다른 사물의 관점에서 말하고 환유는 한 개체를 그 개체와 관련 있는 다른 개체로 말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시쓰기나 읽기에 있어서는 다른 사물을 연상하여 표현하는 것이나 다른 사물과 결합시켜 지칭하는 것이나 크게 다르지는 않다. 모두가 얼마간 연상적이며 얼마간 인접한 관계에 있는 것이냐다. 위 시의 대표적인 환유인 ‘술 한 잔’만 해도, 반드시 ‘술 마시기’만을 뜻하는 환유(제유)가 아니라, ‘카타르시스’나 ‘정 나누기’를 연상케 하는 은유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비유를 대표하는 비유로는 은유와 환유 둘을 드는 것이 일반화 되긴 했지만, 모든 비유를 ‘은유’의 원리에 포함하는 경우도 있고, 환유나 제유 중 하나를 내세우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들은 고대 수사학의 전통을 이어받은, 특정 개념을 그에 가까운 매재로 전이하여 언어적인 동일화에 이르고 그로써 청중과의 동일화를 이루고자 하는 즉, 동일성의 원리에 입각한 유추임이 분명하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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