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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15)
2019년 07월 06일 14시 01분  조회:798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15)
 
 
두번째 노래(1)
 
 
(1) 말도로르의 저 첫번째 노래는 어디를 지나갔는가? 노래의 입이, 벨라도나1)의 잎을 가득 물고, 깊은 생각의 한 순간에, 분노의 왕국을 가로질러, 쏟아보낸 이후로, 저 노래가 어디를 지나갔는가---- 그것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래를 붙잡아둔 것은 나무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다. 그런데 이곳을 지나가던 도덕은, 이들 작열하는 페이지에 자신의 힘찬 옹호자가 있음을 예견하지 못한 채, 이 노래가 굳세고 곧은 발걸음으로 의식의 어두운 구석과 비밀스러운 바탕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보았다. 적어도 과학에서 기정사실이 된 것은, 그때 이후로, 인간이 두꺼비의 낯짝을 하고도 더는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고, 저를 숲의 짐승과 닮게 하는 분노의 발작에 자주 빠진다는 것이다. 이는 그의 잘못이 아니다. 어느 때나, 인간은 겸손의 물푸레나무에 눌려 눈꺼풀을 내리접고, 자신이 선과 극소량의 악으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 느닷없이 내가 나타나 그의 마음과 근성을 한낮의 햇빛에 드러내보이며, 그의 믿음과는 반대로 그가 악과, 입법자들이 날아가지 않게 하려고 고심하는 극소량의 선으로만 이루어져 있음을 그에게 가르친 것이다. 내가 그에게 가르친 것에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건만, 내가 알린 쓰라린 진실 때문에 그가 영원한 치욕을 느끼지 않기를 바라고 싶다. 그러나 이런 희망의 실현은 자연의 법칙과 일치하지 않으리라. 실제로 내가 그의 표리부동하고 진흙투성이인 얼굴에서 가면을 벗겨내고, 저 자신을 속이는 그 숭고한 거짓들을, 은 대접 위에 상아 공을 떨어뜨리듯, 하나하나 떨어뜨리면, 그때, 이성이 오만의 암흑을 흩뜨려버릴 때조차도, 그가 평온함에게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가리라고 명령하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 때문에, 내가 연출하는 주인공은, 박애적이고 황당한 장광설들의 틈바구니에서, 저 자신을 상처받을 수 없는 존재로 생각하는 인류를 공격함으로써, 화해할 수 없는 증오를 샀다. 그 장광설이 인류의 수많은 책 속에 모래알처럼 쌓이고, 나마저도, 이따금 이성이 나를 저버릴 때면, 그토록 우스꽝스럽고도 짜증나는 그 익살극을 높게 평가할 지경이 된다. 그는 그 점을 예견했던 것이다. 도서관이 간직하고 있는 양피지 더미의 꼭대기에 선의의 상을 조각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오, 인간 존재여! 이제 한 마리 벌레처럼 벌거벗은 채 금강석 칼 앞에 놓인 게 바로 너로구나! 네 방법을 버려라, 이제 더는 거만을 떨 때가 아니다. 나는 엎드린 자세로 너를 향하여 나의 기도를 들어올린다. 네 죄 많은 생애의 가장 사소한 움직임까지도 관찰하는 어떤 자가 있다. 너는 그 가차없는 통찰력의 치밀한 그물망에 싸여 있다. 그가 허리를 돌린다고 해도 그를 믿지 말라. 그가 너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눈을 감는다고 해도 그를 믿지 말라. 그가 여전히 너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술책과 악의에 있어서, 너의 위험한 해결책이 내 상상력에서 태어난 아이를 능가한다고 가정하기는 어렵다. 그 아이의 가장 하찮은 타격도 효과를 거둔다. 그를 모른다고 생각하는 자에게라면, 이리와 산적이라도 자기들끼리는 서로 잡아먹지 않는다는 것을, 신중하게, 가르치는 것은 가능하다. 이것은 아마도 그들의 습속은 아니다. 그런고로, 네 생존에 대한 배려를 그의 손에 두려움 없이 맡겨보라. 그는 네 생존을 자기가 알고 있는 방식으로 끌고 갈 것이다. 믿지 말라.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네가 그의 관심을 어쭙잖게만 끌기 때문이다. 아직도 나는 내 진위확인의 친절한 척도인 총체적 진실에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은, 네가 자기와 똑같이 약해져서, 그 시간의 종이 울릴 때, 네가 자기를 따라 입을 크게 벌린 지옥의 구렁텅이 속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정당하게 설복하는 과정에서, 그가 너에게 기꺼이 악행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그의 자리는 오래전부터, 사슬과 쇠고리들이 걸린 강철 교수대가 뚜렷한 곳에 표시되어 있다. 운명이 그를 그리로 데려갈 때, 을씨년스러운 구덩이의 아가리는 그보다 더 맛있는 먹이를 맛본 적이 없을 것이며, 그도 또한 그보다 더 알맞은 거처를 구경한 적이 없을 것이다. 나는 의도적으로 아버지처럼 이야기하는 것 같고, 인류는 불평할 권리가 없는 것 같다.
 
1) '아름다운 귀부인'이라는 뜻을 지닌 벨라도나(belladonne) 진정제나 마취제로 사용되는 약용식물이다. 이 식물이 마취와 진정 작용을 첫번째 노래의 최면효과와 연결시키려는 연구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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