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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17)
2019년 07월 06일 14시 12분  조회:714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17)
 
 
두번째 노래(3)
 
(3) 로엔그린과 내가 거리에서 서로 쳐다보지도 않고, 바쁜 두 행인처럼 팔꿈치를 스치며 옆으로 지나가는 날이 오지 않기를! 오! 내가 이런 가정으로부터 언제까지나 멀리 도망칠 수 있기를! 영원한 자는 지금 이대로의 세계를 창조하였다. 만일 그가 망치를 한 번 내리쳐 여자의 머리를 박살내기에 필요한 바로 그 시간 동안만이라도 자신의 항성 같은 위엄을 접어두고, 삶이 작은 배의 밑창에 갇힌 물고기처럼 신비 한가운데서 질식하고 있는 우리에게 그 신비를 계시한다면, 그는 많은 지혜를 보여주는 셈이련만. 그러나 그는 위대하고 고귀하다. 그는 그 이해력으로 우리를 압도한다. 만일 그가 인간들과 담판을 짓는다면, 온갖 치욕들이 그의 얼굴에 까지 용솟음칠 것이다. 그러나--- 가련하도다! 왜 너는 얼굴을 붉히지 않는가?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들의 떼거리를 낳아놓은 것으로는 모자란다. 누더기를 둘러쓴 우리 운명의 비밀이 우리에게 폭로되지 않았다. 나는 전능한 자, 그를 알고---- 그도 분명 나를 안다. 우연히, 우리가 같은 오솔길을 걸어가면, 그의 꿰뚫는 시선은 저멀리 내가 오는 것을 보고, 자연이 네게 혀 대신 주었던 혀 모양의 삼중 독침을 피하기 위해, 샛길로 접어든다! 오, 창조주여, 내 생각하는 바를 퍼붓도록 나를 내버려두어, 나를 기쁘게 해다오. 꿋꿋하고 냉정한 한쪽 손으로 무시무시한 아이러니를 다루며, 내 너에게 경고하노니, 내 가슴에 이 아이러니가 충분히 담겨 있는 만큼, 나는 삶의 끝까지 너에게 덤벼들 것이다. 나는 네 구멍 뚫린 해골을 칠 것이다. 그것도 매우 강렬하게 칠 것이니, 인간이 너와 동등해질 것을 필경 질투하여, 네가 인간에게 주려 하지 않았던 지성의 남은 파편들을 그 해골에서 쏟아져나오게 함을 내 임무로 짊어지는 것이다. 이는 또한 내가 너의 창자 속에 그 지성의 쪼가리들을 뻔뻔스럽게 숨겨놓은 탓이기도 하다. 이 교활한 산적아, 어느 날인가, 내가 항상 열려 있는 이 눈으로 그 쪼가리들을 이미 발견하고 끄집어내어, 나의 동류들과 함께 나누었을 것임을 네가 모르기라도 했다는 듯이 말이다. 나는 내가 말하는 것처럼 하였으며, 이제, 나의 동류들은 너를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너와 힘에는 힘으로 대응한다. 내가 나의 대담함을 후회하도록 나를 죽여보라. 나는 가슴을 내밀고 겸손하게 기다린다. 자, 어서 모습을 보여라. 영원한 징벌의 가소로운 역량이여!--- 지나치게 찬양되는 속성들의 과장된 전사여! 그는 자기를 조롱하는 나의 혈액순환을 멈출 능력이 없음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가 다른 인간들의 숨결을, 때 이른 나이에, 그들이 인생의 기쁨을 겨우 맛보려 할 때, 주저없이 꺼버린다는 증거들을 가지고 있다. 그저 잔학한 처사인데, 그러나 이는 단지 내 견해의 유약함에 따른 것일 뿐이다! 나는 창조주가 자신의 쓸데없는 잔인성을 몰아내어, 화재를 일으키고, 그 불에 늙은이들과 어린애들이 스러지는 것을 보지 않았던가! 공격을 시작하는 것은 내가 아니다. 팽이를 돌리듯, 강철 채찍 회초리로 자기를 돌리도록 나를 강요하는 것은 바로 그인 것이다. 자신에게 퍼부을 비난을 내게 제공하는 것이 바로 그가 아닌가? 나의 이 무시무시한 열변은 추호도 고갈되지 않으리라! 이 열변은 나의 불면을 괴롭히는 괴이한 악몽들을 먹고 자란다. 여기까지 쓴 것은 로엔그린 때문이다. 따라서 그에게로 다시 돌아가자. 그가 후에 다른 사람들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나는 그가 지순함의 나이를 갓 넘겻을 때, 그를 단도로 찔러죽이기로 우선 결심을 했다. 그러나 나는 숙고했고, 곧바로 내 결심을 슬기롭게 포기했다. 그는 자신의 생명이 십오 분간 위험에 처했던 것을 짐작하지 못한다. 모든 것이 준비되었고, 칼도 사두었다. 이 단검은 예뻤는데, 그것은 내가 죽음의 도구에서까지도 우아하고 멋진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칼은 길고 날카로웠다. 목의 동맥 하나를 조심스럽게 찔러 상처 하나만 내면 충분했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내 처신에 만족하나, 후에 뉘우칠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로엔그린이여, 네가 바라는 바를 행하라, 즐거울 대로 행동하라, 나를 평생 동안 어두운 감옥에 가두고 내 억류 생활의 동료로 전갈을 함께 처넣을지라도, 혹으 내 눈알 하나가 땅에 떨어질 때까지 내 눈구멍을 후벼팔지라도, 나는 너를 추호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네 것이다. 나는 너에게 속한다. 이제 나는 나를 위해 살지 않는다. 네가 나에게 불러일으킬 고통이 크다 한들, 저 학살의 손으로 나에게 상처를 주는 자가 그의 동류들의 기름보다 더 성스러운 기름에 적셔질 것임을 안다는 행복과 어찌 비교될 수 있으랴! 그렇다, 한 인간의 존재를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다는 것, 그리고 모든 사람이 다 악하지는 않다는 희망을 간직하는 것이 아직도 아름다운 일일진대, 이는 내 쓰라린 공감에서 나오는 의심스로운 혐오감을, 자기 쪽으로, 강제로, 끌어모을 줄 알았던 사람이 끝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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